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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24화 (24/653)

24화

라온은 창가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눈을 떴다.

‘어렵군.’

휴가 동안 잠을 아끼며 연공해 봤지만, 오러를 만들지 못했다.

‘보통 연공법이 아니야.’

글렌의 표정을 봤을 때도, 뇌리에 박힌 만화공을 살폈을 때도 느꼈지만, 이 연공법은 동색의 패 따위로 얻을 무학이 아니다.

은패. 아니, 금패 수십 개를 바쳐도 아깝지 않았다.

‘왜 그냥 줬을까.’

글렌이 자신과 실비아를 싫어하는 건 분명한데, 이런 대단한 오러 연공법을 그대로 넘겨준 이유를 모르겠다.

가장 놀라운 건 책이 가루가 되고, 그 지식은 자신에게만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러 연공법에 문제가 있는 건가?’

완성된 연공법이 아니라, 어딘가 하자가 있는 오러 연공법이라 실험을 위해 그냥 주었을지도 모른다.

“음….”

라온은 머릿속에 저장된 만화공의 내용을 하나하나 점검해보았다.

‘별문제는 없는데.’

특별한 문제는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히 운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것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라스가 얼음꽃 팔찌에서 펄떡이며 치솟았다.

-본왕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간, 네 영혼과 육신은 분노에 삼켜질 것이다.

“그러던가.”

라온은 끌끌 웃는 라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에서도 보지 못한 건방짐이로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네놈의 콧대를 찍어 눌러주마.

“계속 말하잖아. 할 수 있으면 하라고.”

손을 휘휘 젓고서, 방을 나갔다. 라스에겐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명경지수. 한밤의 호수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라온.”

“라온 도련님.”

실비아와 헬렌을 비롯한 시녀들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얘기도 별로 못 했는데, 밥도 별로 안 먹었고….”

실비아가 아쉬운 점을 쏟아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제 주말마다 올 수 있잖아.”

임시 수련생일 때와 달리 정식 수련생이 된 덕분에 주말에는 별관에 올 수 있었다.

“그래도….”

실비아의 우울한 감정이 시녀들에게도 옮았는지, 로비의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다, 다녀올게.”

이런 민망한 감정과 상황은 쥐약이다. 재빠르게 손을 흔들고서 별관의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여는 중에 시녀들의 끝자리에 서 있던 주디엘과 눈을 마주쳤다.

“흡!”

주디엘이 비명을 지르려다가 입을 막았다. 이마 위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눈동자는 사시나무처럼 바르르 떨렸다. 공포라는 괴물에 잡아 먹인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공포로 인간을 지배하는 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녀가 카룬 지그하르트가 있는 중무전의 중요 정보를 빼 온다면 제대로 거두어 줘야겠다.

-괴물 같은 놈.

주디엘의 표정을 본 라스가 탄식 같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괴물에게 듣는 괴물 칭찬도 나쁘진 않군.’

라온은 옅게 웃으며 일주일간 떠나 있던 5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라온은 집합 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연무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160명 중 남은 아이는 42명밖에 되지 않아서 연무장이 텅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4분의 1만 남기다니, 리메르는 평소 보여주는 가벼움과 달리 결과에 대해서는 칼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으음!”

“또 무언가 달라진 거 같은데….”

아이들이 라온을 보는 눈빛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6개월 전 그들의 눈빛에 조롱과 비웃음, 약간의 동정이 담겨 있었다면 지금은 질시와 놀라움, 동경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라온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만화공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몸을 풀고 있을 때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냄새를 맡는 듯한 흥흥거리는 콧소리까지 이어졌다.

‘이 걸음 소리는….’

뒤를 돌아보자, 예상대로 눈을 맹하게 뜬 루난이 있었다.

-저 계집 이젠 냄새를 맡으며 따라온다. 고양이가 아니라, 개였나?

‘글쎄. 강아지 같기도 하고, 고양이 같기도 해서.’

라온은 어색한 표정으로 루난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평소보다 한 걸음 더 다가와서 멈춰 섰다.

“고마워.”

“어?”

뭐지?

갑자기 왜 고맙다는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

“…….”

루난은 고맙다고 말하고선 밥 주기를 기다리는 고양이 눈이 되었다. 평소와 달리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 응.”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루난은 고개를 작게 꾸벅이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제 평소와 같은 거리였다.

“음!”

그러고선 해냈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고맙다는 말은 왜 한 거지?”

“고마우니까.”

“아….”

오히려 루난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모양새를 보니, 더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뭐, 뭐야? 저 계집 뭘 하고 싶은 거냐!

‘나도 모르겠어.’

전생과 현생을 모두 뒤져도 루난 같은 아이는 처음이었다. 저 맹한 보라색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모닥불을 보고 있을 때처럼 정신이 탁 풀린다.

다만 방해하는 것도, 시비를 거는 것도 아니라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유는 몰라도 고맙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감정을 모르기 때문인가?’

상대의 감정을 잘 몰라서 루난이 고맙다고 말한 이유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스도 함께 당황했지만, 저 녀석은 성격 파탄자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당황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는군.’

라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도련님!”

도리안이 녹색 머리칼을 날개처럼 펄럭이며 달려왔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교관이라도 만난 것처럼 직각으로 허리를 굽혀왔다.

“자,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임시 수련생일 때도 죽을 것 같았는데, 정식 수, 수련생이 된 지금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안 가서 쉬는 동안 계속 악몽만 꿨습니다. 으으….”

도리안은 대답도 듣지 않고, 지 할 말만 주절거렸다. 정식 수련생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겁을 내다니 이 녀석도 참 별종이었다.

“그래도 라온 도련님이 수석이라 다행입니다. 만약 버렌 도련님이 수석이셨다면 저, 정말 숨도 못 쉬었을 겁니다. 차라리 시험에 떨어지는 게 나을…”

도리안이 그 말을 할 때 버렌과 방계들이 연무장으로 들어왔다.

“히익!”

버렌의 서늘한 눈빛에 도리안이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딸꾹! 딸꾹!”

도리안은 손발을 바들바들 떨며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라온 지그하르트.”

버렌은 겁에 질린 도리안을 신경도 쓰지 않고 라온의 앞으로 걸어왔다.

“일주일 전 네게 추한 모습을 보이고, 패했음을 인정한다. 미안하다.”

버렌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직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

“헉!”

“버, 버렌 님!”

그 옆에 있던 수련생들이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올리는 버렌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포기한 건 아니다. 그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다시 네 앞에 서겠다. 난 물러서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물론 네게도 질 생각 없다.”

버렌은 라온만이 아니라, 루난에게도 손가락을 겨눈 뒤 좌측으로 걸어갔다.

“주, 죽는 줄 알았네.”

도리안은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을 덜덜 떨며 일어섰다.

“저, 저는 어떻게 하죠? 찾아가서 빌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의 눈동자가 처음보다 2배는 빨리 흔들렸다. 저 상태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걱정할 필요 없어.”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버렌의 시선에 박힌 건 자신과 루난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을 거다.

-얻어터지고도 주제를 모르는 놈이로다. 당장 쫓아가서 눈깔을 뽑아버려라.

‘저 정도면 대단한 거야.’

이제 13살이 되는 아이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도전을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명가 지그하르트의 직계다운 모습이었다.

-대단하고 말고는 상관없다. 본왕의 마음에 들지 않으니, 죽여라.

‘하!’

라온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가 입을 다무니, 다른 놈이 떠든다. 조용할 틈이 없었다.

후우웅!

라스를 분노를 한 귀로 흘리면서 발목을 돌리고 있자, 담장 위로 녹색 바람이 치솟았다.

“살짝 늦었지? 어제 술을 좀 마셔서 늦잠을 좀 잤다. 미안.”

상쾌한 녹풍과 함께 리메르가 나타났다. 새가 집을 지은 듯한 뒷머리를 긁적이며 허허 웃었다.

뿌득!

뒤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버렌이었다.

-감히 본왕을 기다리게 하다니, 저 건방진 뾰족귀가 아예 정신이 나갔다! 당장 귀를 찢어버려라!

라스는 참지 못하고 분노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버렌과 라스는 죽이 잘 맞을 것 같았다.

리메르는 콧노래를 부르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잘 쉬었지?”

그가 손을 흔들었다. 아직 잠이 깨지 않았는지 비실비실한 모양새였다.

“예!”

아이들은 그와 반대로 연무장이 떠나가도록 우렁찬 소리를 질렀다.

“먼저 정식 수련생이 된 걸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뭐, 다 알고 있겠지만 떨어진 녀석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6연무장의 수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친구가 떨어졌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리메르는 나중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오늘부터 정식 훈련을 시작한다. 큰 틀은 변하지 않아. 너희는 정신이든, 체력이든, 무학이든 매번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하게 될 거다. 그게 가장 빨리 그리고 높게 갈 수 있는 길이니까.”

그는 기본 단련엔 끝이 없다고 말을 이었다.

다만 하품을 쩍쩍하는 게으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몇 가지 수련이 추가된다. 첫 번째는 오러 연공법. 내일부터 새벽과 저녁 시간에 오러 연공을 하게 될 거다.”

오러 연공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 새벽과 일몰 시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그렇게 바라던 검술과 권법 수련도 시작한다.”

“오오!”

“드디어!”

검술과 권법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리메르가 다음 말을 하려고 할 때 연무장의 문이 쾅 열렸다.

후우욱!

모래 먼지가 피어나는 문 앞엔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녀가 서 있었다.

흑단 같은 머리칼을 왼쪽 어깨로 내렸고, 흑백이 뚜렷한 동공은 진주처럼 반짝였다. 피부는 그와 반대로 눈송이처럼 새하얬다.

“오?”

“어….”

루난과는 색이 다른 단아한 미모에 연무장의 소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아, 씨벌. 문이 왜 이렇게 안 열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욕에 소년들의 입이 다른 의미로 또 벌어졌다.

“마침 왔네.”

리메르는 피식 웃으며 다가오는 소녀를 가리켰다.

“내 담당은 아니었지만, 전 기수에서 떨어진 낙제생이다. 앞으로 함께 수련해야 하니까. 인사는 해둬.”

“마르타다.”

마르타라는 이름을 밝힌 소녀는 턱을 치켜들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외모는 단아했지만, 말과 행동은 뒷골목 양아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저래 보여도 착한 아이라니까. 잘 지내주면….”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뭐, 그렇대.”

리메르는 히히 웃고서, 어깨를 으쓱였다. 반면 수련생들의 입은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몸을 풀고, 정규 수련은 내일부터 진행한다. 그럼.”

그는 아이들을 한 번씩 훑어보고서 씩 웃었다.

“달려라. 전력으로.”

“역시나.”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땅을 박차려고 할 때 앞으로 그림자 세 개가 튀어 나갔다.

루난과 버렌 그리고 낙제했다는 마르타였다.

“도, 도련님.”

그들의 뒤를 쫓아서 달리려고 할 때 도리안이 다가왔다.

“저 사람이 여기에 오다니, 어, 어떻게 하죠?”

“저 여자를 알아?”

“모, 모르십니까? 저분도 직계잖아요.”

“직계라고? 판별식에서 본 적이 없는데.”

“아, 일반적인 직계는 아니죠. 입양되셨으니까요. 오직 재능만 보고.”

도리안은 마르타가 글렌의 셋째 아들 데니어 지그하르트의 딸로 입양되었다고 말했다. 그것도 오직 재능 때문에.

“재능이라.”

라온은 버렌이나, 루난보다도 앞서나가는 마르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1살이 더 많긴 하지만, 대충 보아도 그녀의 재능은 보통이 아니었다.

“제가 알기론 마르타님도 라온 도련님처럼 전 기수에서 수석 수련생이었어요.”

“그런데 왜 낙제한 거지?”

“패, 팼대요.”

“응?”

도리안이 모은 양팔을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수련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수, 수련생 다섯을 반 죽여놨다고 해요. 그중에 직계도 2명이 껴 있었죠.”

“직계 둘이라….”

“성격이 더럽다고 하니, 조, 조심하세요.”

라온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땅을 박찼다.

‘조심해야지.’

그녀가 나를.

힘을 숨길 생각 따윈 없었다. 덤빈다면 그 누구라도 밟아버릴 것이다.

*     *      *

“후욱….”

라온은 저녁까지 진행된 체력 단련을 마치고 거친 숨을 뱉어냈다.

“으억….”

“주, 죽겠다.”

“일주일 쉬었다고 이런….”

대부분의 수련생들은 연무장 바닥에 주저앉아 가는 신음을 흘렸다.

“너무 무리하면 내일 훈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리메르와 교관들에게 고개를 꾸벅이고서 다시 쓰러졌다.

“말했듯이 내일부터는 오러 연공도 함께 실시한다. 지금부터 연공서를 나누어 줄 테니, 오러를 익히지 않은 수련생은 앞으로 나오도록.”

리메르의 손짓에 단상 위로 새끼손톱 두께의 책이 올라왔다.

“기본으로 내어주는 연공서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린덴 오러 연공법은 대륙 어디에서도 통하는 연공법이니까.”

대부분은 가만히 있었고, 소수의 평민 출신 수련생들이 앞으로 나가서 연공서를 받았다.

“음?”

리메르의 시선이 라온에게 향했다. 그는 아직 오러가 없었으면서도, 앞으로 나오질 않고 있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예.”

“너도 오러가 없는 걸로 아는데?”

“이번에 얻은 오러 연공법을 익히려고 합니다.”

“흐음!”

동급의 패를 이용해서 가주님에게 연공서를 받은 것 같았다.

‘은패 이상의 연공법을 주셨겠지?’

글렌은 겉과 달리 라온을 아낀다. 분명 린덴 이상의 연공법을 주었을 것이다.

“오러 연공법을 이미 익히고 있는 수련생은 각자의 방에서 새벽 연공을 하고, 오늘 연공서를 받은 수련생과 라온 지그하르트는 내일 새벽 이곳으로 나오도록.”

“저도입니까?”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오러를 익힌 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

“잠깐. 할 말 있어요.”

체력 단련을 끝내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마르타가 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 수석이 누구지?”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모두를 훑어보았다.

“나다.”

라온은 마르타의 새까만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뗐다.

“오러도 없는 녀석한테 밀리다니, 직계도, 봉신 가문도 다 죽었나 보네.”

그녀는 버렌과 루난을 비웃으며 라온의 앞에 섰다.

“난 나보다 약한 놈이 위에 있는 걸 못 봐.”

마르타의 서늘한 기세가 전신을 휘감았다.

“한판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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