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16화 (16/653)
  • 16화

    거대한 검을 갈아 세운 듯한 예기를 뿜어내는 지그하르트의 가주전.

    그 웅장한 저택의 주인 글렌 지그하르트는 옥좌에 앉아 눈매를 좁혔다.

    ‘그러고 보니….’

    넝마의 성자라는 이름을 얻은 돌팔이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이 있었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경우가 있다고 했었지.’

    페드릭은 혹한의 저주라는 체질을 가진 아이 중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경우가 있다고 했었다.

    ‘그 재능이 발현된 건가.’

    그게 아니고선 바로 탈락하리라 생각했던 라온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을 리가 없었다.

    “흐음….”

    글렌이 탁한 숨을 뱉어냈다. 북방의 무신으로 떠받들어지는 그가 남 앞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실수였다. 너무도 큰.’

    과거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을 때 사막의 모래처럼 감정이 메마른 적이 있었다.

    그 시기에 태어난 실비아에겐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혈육의 정을 주지 않았다. 아비가 아니라, 사육사처럼 할 일만 정해줬을 뿐이다.

    아비의 정도, 어미의 사랑도, 형제간의 우애도 얻지 못한 막내는 실 달린 인형처럼 삐걱이며 살아가다가 외부에서 만난 남자와 함께 가문을 떠났다.

    ‘그땐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지.’

    실비아가 떠난 이유에 형제간의 이간질과 부하들의 하극상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시에는 실비아가 어찌 되든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니까. 더 강해져야겠다고, 가문을 더 크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마의 벽을 넘어 다시 인간의 감정을 되찾고 나서야 깨달았다. 되돌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호위들을 보내 실비아와 뱃속의 라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사위와 손녀딸은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핏물이 되었다.

    ‘한심하다.’

    스스로가 한심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지그하르트의 가주, 북패왕, 검의 제왕. 그 어떤 이름으로도 과거를 돌릴 수는 없었다.

    실비아와의 감정의 골은 깊고도 깊었고, 그걸 회복하는 건 무리였다.

    ‘라온.’

    그렇기에 막내 손자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설사 실비아와 라온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하여도.

    똑똑.

    또 한 번 다짐할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글렌은 지쳐 보였던 안색을 지우고, 차가운 위압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들어오라.”

    *     *      *

    라온은 들뜬 숨을 가라앉히며 실내 단련장으로 들어왔다.

    ‘이제야 몸이 풀린 기분이네.’

    2주 동안 꾸준히 단련한 덕분에 대부분의 훈련에서 중간그룹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금 속도로 성장한다면 시험 전에 버렌이나 루나와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도 시작해볼까.’

    어깨 단련용 기구를 들자마자, 왼쪽 자리로 루난이 다가왔다.

    “읍!”

    그녀는 침이라도 질질 흘릴 것 같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보다 훨씬 무거운 기구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어벙한 얼굴의 계집이 또 왔군.

    ‘놔둬.’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무시하고 단련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번엔 오른쪽에 누군가가 앉는 소리가 들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를 했나요?”

    배에 주머니를 붙이고 다니는 동그란 얼굴의 수련생이 머리를 긁적였다. 유일하게 말을 거는 녀석이다.

    ‘도리안이라고 했었지.’

    매번 리메르의 지시에 빌빌대면서 겁을 집어먹지만, 끈기가 뛰어나고 발이 빠른 녀석이다.

    “드실래요?”

    도리안은 이번에도 배 주머니에서 동그란 과자를 꺼내 내밀었다.

    “어….”

    얼떨결에 과자를 받았다. 다시 돌려주려고 할 때 옆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루난의 보라색 눈동자가 설원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저 맹한 계집이 저런 눈을 하는 건 처음 보는군.

    ‘과자를 좋아했던가.’

    그녀의 시선은 과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먹을래?”

    “…….”

    라온은 손에 든 과자를 루난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야생고양이처럼 손을 까딱이며 고민하다가 과자를 훌쩍 받아 갔다.

    “…고마워.”

    그녀는 라온과 도리안에게 차례로 고맙고 한 뒤 토끼가 풀잎을 뜯듯이 과자를 베어 물었다.

    과자가 맛난지 굳은 입매가 부드럽게 풀렸다.

    가져갈 땐 고양이, 먹을 때는 토끼, 평소에는 맹한 강아지 같다. 여러모로 특이한 녀석이다.

    “저기 라온 님?”

    도리안이 나머지 과자를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돌렸다.

    “저도 옆에서 수련해도 되나요?”

    그는 자세를 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상관없어.”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빠른 성장은 불의 고리와 전생의 경험 덕분이다. 옆에서 자세를 따라 하는 정도는 상관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도 없고.”

    도리안의 인사에 손을 저어주고, 다시 단련에 집중했다.

    끼익!

    최대로 집중하여 근육을 자극하고 있을 때 도리안에게서 같은 속도와 범위로 기구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난이 있는 왼쪽도 마찬가지였다.

    ‘별난 놈들이군.’

    -본왕은 저 녹색 너구리 같은 놈이 마음에 든다.

    ‘왜?’

    -본왕에게 머리를 굽히지 않더냐. 깨어난 이후 처음 받아보는 경배이니라.

    ‘…….’

    라온은 그거 너한테 한 거 아니라고 하려다가 귀찮아질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애가 셋이야.’

    *     *      *

    5주 차.

    라온은 새벽 달리기에서 중위 그룹을 추월하여 중상위 그룹에 합류했다.

    그날 저녁 자율 훈련을 할 때 그의 옆에는 루난과 도리안 말고도 한 명이 더 늘어났다.

    10주 차.

    라온은 중상위 그룹의 가장 앞에서 달렸고, 그날 저녁 또 한 명의 수련생이 그 옆에 붙었다.

    15주 차.

    라온이 최상위 그룹에 들어갔다. 그의 옆에 붙은 6명의 성적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     *      *

    제5연무장의 임시 훈련이 시작된 지 4달이 지났다.

    리메르가 지시하는 훈련은 점차 다양해졌고, 그 난이도 역시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새벽부터 시작된 훈련은 저녁까지 이어져서 체력이 출중했던 상위 그룹의 아이들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을 드러났다.

    물론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리메르가 지시를 내리는 새벽부터 오후까지의 훈련도, 저녁부터 행해지는 개인 단련도 전부 자율이었다.

    훈련 중에 힘들다고 포기해도, 자율 훈련을 하지 않아도 리메르와 교관들은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자세나, 지도를 부탁하면 정확하게 알려주지만 그뿐이다. 더 열심히 하라던가, 꾸준히 하라는 말도 없었다. 교관이 아니라, 관찰자처럼 보일 정도였다.

    열두 살에서 열세 살인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자율로 맡기는 훈련 방식이라니, 혁신적이라면 혁신적이었다.

    실제로 실력에 자신 있는 방계들이나, 추천생들은 훈련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자율 훈련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저런 수준 낮은 훈련 따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식 수련생이 될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아이들의 행동이 바뀌는 계기가 하나 있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좋지 않은 의미로 유명한 그가 5 연무장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처음 훈련이 시작되었을 때 라온의 체력은 하위권이었다.

    첫 번째 달리기에서 끝까지 달렸을 뿐 중위권에는 닿지 못했고, 곧 죽을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렸었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체력 좋은 아이들도 떨어져 나가는 훈련을 끝까지 이겨냈고, 자율 훈련 역시 가장 먼저 시작해서, 가장 늦게까지 해냈다.

    라온은 헐떡거리는 걸로 모자라, 하얀 김을 뿜어내면서도 끝까지 육체를 단련했고, 다음 날 바로 단련의 결과를 바로 보여주었다.

    체력도, 근력도, 민첩성도 눈에 띄게 성장해서 하위권이었던 그의 순위는 이제 160명 중 10위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봐온 아이들은 경악했다.

    방계와 봉신 가문의 아이들, 추천생들은 더 이상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훈련했고, 자율 훈련도 무조건 참여했다.

    그저 놀림감으로만 생각했던 라온을 라이벌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직계 버렌과 그를 따르는 방계의 아이들은 극한의 체력 단련 따윈 필요 없다고 무시하면서, 가문에서 배워온 검과 권을 수련했다.

    그렇게 각자가 최선을 다한 시간이 유수처럼 흘러갔다.

    *     *      *

    “후욱!”

    라온은 새벽 뜀박질을 하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시간이 지나며 체력과 민첩성이 많이 늘어났지만, 항상 전력으로 뛰고 있으니 지치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달라진 건 있지.’

    첫 달리기에서 앞을 막고 있던 수많은 아이의 등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상승한 능력치와 불의 고리 덕분에 자신의 앞에 있는 수련생은 이제 10명도 남지 않았다.

    -한심하구나. 한 달이 지났는데도, 네 앞에 저리 많은 버러지들이 있다니.

    ‘이렇게 빨리 발전한 게 대단한 거다.’

    라스는 여전했다. 여전히 불평불만만 많아서 매일같이 몸을 넘기라고 아우성이다.

    ‘금방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저 둘은 다르군,’

    라온의 시선이 가장 먼 곳에서 달리는 루난과 버렌을 향했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두 사람은 다른 아이들과 수준이 달랐다.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정신력도 단단했으며, 가문의 교육도 철저하게 받아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삐뚤어진 구석이 있지만, 이제 12살인 아이들이니,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늘은 조금 더 뛰어볼까.’

    라온이 불의 고리를 최대한으로 운용하며 땅을 박찼다.

    폐가 종잇장처럼 찢어져서 흩어질 것 같았지만, 불의 고리를 버팀목 삼아 계속 달렸다.

    “뭐, 뭐야!”

    “라온 지그하르트!”

    “이런!”

    순식간에 추월당한 최상위 그룹의 아이들이 눈을 부릅떴다.

    후우웅!

    뒤에서 들려온 바람 소리에 버렌과 루난도 뒤를 돌아보았다.

    “으음….”

    “…….”

    버렌은 나무껍질처럼 인상을 찡그렸고, 루난은 보석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눈동자를 반짝였다.

    두 사람은 얼마든지 따라오라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달라. 다르지만.’

    라온이 두 사람의 등을 보며 가늘게 입매를 올렸다.

    ‘남은 시간이면 충분하겠어.’

    지금 성장 속도로 볼 때 시험을 볼 시기가 되면 저 둘의 체력과 근력, 민첩성 모두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저쪽에서 오러를 사용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일이지만.

    ‘오러라….’

    루난과 버렌을 비롯한 직계와 방계, 봉신 가문의 아이들은 이미 오러 연공법을 익히고 있었다.

    반면 자신은 불의 고리라는 천고의 단련법을 익히고 있지만, 오러는 한 톨도 없었다.

    ‘익히긴 해야 하는데….’

    오러를 익혀야 할 때가 되어가니, 조금 고민이 되었다.

    ‘이전 것도 나쁘진 않아.’

    전생에서 익혔던 그림자 오러 연공법도 꽤 좋은 연공법이다.

    속성으로 익힐 수 있고, 은밀하며, 날카로워 암살과 대인 전투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림자 오러 연공법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암살자가 아닌 무인으로 살기로 정한 이상 그 이상의 오러 연공법을 익혀야 한다.

    ‘그러려면 공을 세워야겠지.’

    지금까지 봐온 글렌 그리고 정보로 들었던 글렌은 똑같았다. 가문만을 생각하는 냉혈한. 그렇기에 상과 벌은 확실한 사람이다.

    기초 훈련을 수석으로 졸업한다면 분명 그에 합당한 보상을 줄 것이다.

    ‘다시 목표가 확실해졌군.’

    실비아를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서, 좋은 연공법을 익히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무엇을 하는 게냐. 버러지들을 넘어선 것에 만족하지 말고, 저 둘을 잡아라. 본왕보다 앞에서 달리다니, 참을 수가 없도다.

    라스의 분노가 요동치면서 가슴이 울컥거린다. 꾹 참고 달리니, 한참 뒤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분노>의 자극을 견뎌냈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으음, 또!

    라온은 짜증을 터트리는 라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도 잘 이용하면서 말이야.’

    *     *      *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자율 훈련할 녀석은 하고, 말 녀석은 말도록.”

    리메르는 오후 단련을 끝낸 뒤 거침없이 연무장을 떠났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러 간다고 중얼거렸다.

    “후욱….”

    버렌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짜증 어린 숨을 뱉어냈다.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어.’

    리메르가 광검이라 불렸던 건 알고 있지만, 최근 그의 모습은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정규 수련 시간에도 드러누워서 대충 구경이나 했고, 자율 훈련에도 관심 없었다.

    그런 주제에 정규수련생이 되는 시험을 치르겠다니, 엘프가 아니라, 날뛰기만 하는 메뚜기를 보는 것 같았다.

    “버렌 님. 오늘 자율 수련은 안 하십니까?”

    리메르의 뒤통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크레인과 방계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상당히 친해진 녀석들이었다.

    “해야지.”

    버렌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목검을 잡았다.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딱딱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시작하자.”

    “예!”

    버렌과 방계의 아이들은 각자 떨어져서 이곳에 오기 전에 배웠던 검술을 수련했다.

    버렌은 검술 수련에 빠져 해가 완전히 진 뒤에야 검을 내려놓았다.

    ‘역시 검술 수련할 때가 가장 마음에 편해.’

    아버지가 직접 가르쳐주신 검술로 단련을 하자, 짜증 났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예!”

    “수고하셨습니다.”

    버렌의 지시에 아이들이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중 가장 어렸지만, 직계라는 위치와 절대적인 재능 덕분에 자연스럽게 리더의 위치에 올랐다.

    “추가 수련을 할 사람은 따라오도록.”

    버렌은 목검을 내려놓고, 실내 단련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서 인상을 찡그렸다.

    ‘저놈.’

    라온은 기구로 근력 단련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루난과 몇몇 수련생이 딱 달라붙어 있었다.

    “후우….”

    버렌이 열기가 담긴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그를 정말 화나게 만드는 건 리메르나, 교관들이 아니다.

    ‘라온 지그하르트.’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가문 서열 최하위 놈이 점점 더 거슬리기 시작했다.

    ‘왜 저놈 옆에 붙는 거지?’

    루난. 직계인 자신과 맞먹는 재능에, 봉신 가문 중 최강이라 불리는 슬리온의 딸이 라온에게 붙은 이유를 모르겠다.

    ‘젠장.’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루난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라온만 따라다니는 모습에 속이 끓어 올랐다.

    요즘에는 나름 괜찮게 본 추천생들도 라온의 옆에 모여 있어 더 짜증이 일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모자란 것들끼리 붙어 있을 뿐이니까요.”

    “최고라고 해도 봉신 가문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저렇게 모여서 뭘 하겠다고.”

    방계들이 라온과 루난을 보며 코웃음을 쳤지만, 버렌은 웃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뒤에 있는 방계들보다 루난이 훨씬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 확실하니까.

    “쯧.”

    버렌은 혀를 차고서 수련장으로 들어갔다.

    하체를 단련하는 라온과 루난의 옆자리로 가서 두 사람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렸다.

    “오오!”

    “역시 버렌 님!”

    “어떻게 저런 무게를….”

    방계만이 아니라, 수련장에 있는 모두가 탄성을 터트리고, 박수를 보냈다.

    감탄과 경악이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버렌의 표정은 나무껍질처럼 굳어졌다.

    ‘저놈들이!’

    라온과 루난이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단련만 계속했기 때문이다.

    쿠우웅!

    버렌이 기구를 거칠게 내려놓고 일어섰지만, 두 사람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서로를 라이벌로 삼았는지 기구를 들어 올리는데, 온 정신을 집중했다.

    “크으….”

    버렌의 얼굴이 사과처럼 뻘겋게 물들었다. 그는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열고, 연무장을 나갔다.

    ‘내가 압도적으로 수석을 차지해도 그딴 얼굴을 할 수 있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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