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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이단심문관의 악마 사냥법-14화 (14/42)
  • 14화. 조우

    까각! 까가각!

    버크의 검은 마치 톱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검을 갈아내려 했다.

    검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그저 버크가 다루는 마기가 그러한 힘을 품고 있을 뿐.

    다만 스승님께서 주신 검은 그런 힘에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산적과의 전투에서도 확인했지만 역시 터무니없는 명검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버크는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그래, 억울하겠지, 괴로울 거다.

    그러니 울고 싶을 만큼 울고 소리치고 싶은 만큼 소리치면 된다.

    버크에겐 특별한 재능이 없다.

    아마 녀석도 내게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 거다.

    그래, 녀석에게는 그저 5년이라는 시간을 걸쳐 쌓아온 노력 위에 마기라는 힘이 더해져 있을 뿐.

    버크를 죽이려면 지금 당장에라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크가 마지막 울분이라도 전부 토해낼 때까지 함께 어울려주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다.

    녀석의 인생이었다. 그게 타인의 손에 넘어가 이 꼴이 됐다.

    그렇다면 적어도 녀석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들을 펼쳐볼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네가 존재했다는 걸 똑똑히 기억해줄 테니.”

    검과 검이 부딪친다. 바닥을 구르던 버크가 흙을 집어 던진다.

    그사이 날아온 비수를 소맷자락으로 걷어낸다. 아래쪽에서 솟구치듯 올려 차는 발차기를 피한다.

    녀석은 싸우면 싸울수록 냉정해졌고 그에 따라 마기를 다루는 비중 역시 함께 줄어들었다.

    “흑…….”

    녀석은 더 이상 울분을 토해내지 않고 그저 담담히 자신이 맞이해야 할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흑, 흐윽.”

    분노는 없고 슬픔만이 남는다.

    조금씩, 조금씩 버크라는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행동과 기술로부터 보여왔고.

    그에 따라 버크가 쏟아내는 눈물은 조용하고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녀석이 마침내 모든 힘을 끌어내 내 허리춤을 베었을 때.

    녀석은 비로소 멈춰 섰다.

    그 모든 발버둥이야말로 버크 라이안이 살아남기 위해 거쳐온 길이라는 걸 비로소 이해했다.

    파직!

    줄곧 은은히 흘리고만 있었던 신성력을 형태로 가다듬는다.

    빌려온 것은 만신전에서도 주신격에 해당하는 천공의 신.

    유피테르의 번개.

    파지지지직!

    내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던 번개가 창의 형태로 현현한다.

    반쯤 무아지경이나 다름없던 버크의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그에 따라 버크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약속.”

    “그래.”

    “약속 지켜!!”

    “만신전의 모든 신의 이름에 맹세코. 네 동생만큼은 반드시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해줄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맹세. 사제인 내가 신의 이름을 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버크도 알 거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건지, 버크는 끝내 저항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나와의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일 거다. 그러니 만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 내게 고개까지 숙이면서 비위를 맞추려는 거다.

    “여동생을 부탁드릴게요…….”

    콰아아아앙!!

    그 맹세와 동시에 굉음이 울린다.

    내 손을 떠난 유피테르의 번개가 버크의 심장을 꿰뚫는다.

    심장에 틀어박힌 번개가 버크의 몸을 타고 퍼져나간다.

    마인은 신성력을 제외한 힘에는 잘 죽지 않는다. 마기라는 힘 자체가 끊임없이 육체를 재생시키니까.

    그렇기에 신성력을 통한 정화 외에는 상대가 재생하지 못할 때까지 몇 번이고 죽이며 고통을 주는 방법밖에 없는 거다.

    그러니 일격에 끝낸다. 녀석의 고통이 짧을 수 있도록 내가 지닌 최강의 패로 숨통을 끊는다.

    “클레…… 어.”

    “…….”

    “미안…… 해. 오빠…… 가 바보라서…….”

    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었을 거다. 그럼에도 녀석은 비명보다는 동생에 대한 사과를 남겼다.

    “수고했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의 영혼이 부디 신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길 바라는 것뿐.

    “버크.”

    언제였던가.

    내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녀석과의 마지막 약속이 떠오른다.

    버크는 자신이 점점 변해간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점점 클레어에게 살의를 품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챘다.

    -■■■. 네가 나를 죽여줘.

    그래서 녀석은 내게 말했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내게 그런 말을 남겼었다.

    하지만 정작 그래야 할 순간에.

    버크가 마을 한복판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시점에 나는 버크를 죽이지 않고 도망쳤다.

    버크가 어떻게 됐는지는 추후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사냥꾼과 사제들에게 둘러싸여서 수많은 창칼에 몸을 찔린 끝에 죽었다.

    그 자리에는 버크의 여동생인 클레어도 있었다. 버크가 죽는 모습을 그녀가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던 오빠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결국 수많은 사냥꾼에게 둘러싸여 살해당하는 그 순간을 말이다.

    그래선 안 됐다. 약속대로 내가 버크를 죽여줬어야 했다.

    클레어에게 그런 끔찍한 몰골을 보게 해서는 안 됐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해선 안 됐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처럼…….

    “이번에는 약속 지켰어.”

    내가 한 말이 닿았을지는 모르겠다. 녀석의 시체는 이미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으니까.

    참 잔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인은 자신의 육신조차 이 세상에 남기지 못한다는 게…….

    “이래서 시련인가 보다.”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토록이나 공허할 수 있는 거니까.

    *     *      *

    로스트가 버크에게 인간으로서의 안식을 줬을 무렵,

    “으하하하하하!”

    쾅!

    타이탄은 트로스 라이안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의 막강한 힘을 트로스 라이안은 검 한 자루로 받아낸다.

    타이탄은 그 어떤 부분도 트로스 라이안에게 뒤지지 않았다.

    힘도, 기교도, 속도까지도.

    하지만 밀렸다. 오러라는 힘이 깃든 트로스 라이안은 힘과 속도의 차이를 가볍게 뒤엎을 수 있었다.

    상식을 무시하는 능력.

    “멋지군!”

    타이탄은 트로스 라이안의 검 끝에 맺힌 푸른 오러를 보며 개안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걸 아버지는 다룰 수 있다는 건가……!’

    그와 동시에 타이탄은 전율했다.

    크레이그는 자신보다도 강하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을 제압할 수 있을 강자였다.

    그런데 그런 크레이그가 실은 오러도 다룰 수 있다는 게 까마득한 벽으로 느껴졌고 호승심이 일었다.

    “그래, 나는 역시 아직 자격이 안 됐던 거군.”

    크레이그는 타이탄과의 대결에서 단 한 번도 오러를 선보인 적 없다. 쓸 필요도 없었던 거다.

    소 잡는 칼로 닭 잡을 수는 없는 법. 타이탄은 아직 크레이그의 오러를 보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네놈이 어떤 놈이라고 한들, 이 만남에는 감사해야겠군.”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자신보다 강한 존재. 그런 상대와의 전투이기에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그가 악인인 걸 떠나서 자신에게 많은 걸 배우게 해준 존재라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듯했다.

    “흠!”

    쾅!

    타이탄의 망치가 트로스 라이안의 검 위로 떨어진다.

    오러가 맺힌 검은 그 망치를 받아내고도 멀쩡하다.

    그 무게를 전달받았을 터인 트로스 라이안 역시 굳건하다.

    ‘내가…….’

    하지만 트로스 라이안은 오히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카가가가각!

    이번에는 타이탄이 내지르는 창을 옆으로 쳐낸다. 깎아지르는 듯한 예리함에 식은땀을 흘리기를 잠시, 곧바로 그 틈을 타 타이탄의 육신에 생채기를 남긴다.

    전황은 분명 트로스 라이안 쪽이 우세했다. 타이탄은 무게를 중심으로 한 무기를 다뤘으나 그 힘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트로스 라이안은 공방 일체의 검술을 펼치며 빈틈 사이사이로 검을 찔러놓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선제공격은 늘 타이탄이 먼저였다.

    ‘내가 기교에서 뒤처진다고?’

    힘도 속도도 자신이 위다.

    하지만 타이탄의 절묘한 공격은 그걸 활용하기 힘들게 했다.

    “이딴 야만인 따위에게 내가!!”

    타이탄의 무기는 애초에 힘과 무게로 찍어누르는 종류다. 당연히 기교 면에서는 특별할 게 없다.

    그럼에도 뒤진다는 건 두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트로스 라이안은 상당한 수준의 기사였지만 오러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본질은 어디까지나 검사.

    검을 다루는 게 조잡하면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밖에 더 되겠는가.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 그래,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는 아니다.

    저런 머리 나쁜 야만인이 자신보다 나을 수는 없다.

    평생을 투자했다.

    평생을 검에 헌신했고 그 결과 지금 같은 지위를 얻었다.

    “웃기는 놈이군.”

    퍽!

    줄곧 유효타를 내지 못하던 타이탄의 일격. 한순간 망치를 놓은 채 휘두른 주먹에 트로스 라이안은 크게 휘청거렸다.

    “컥.”

    그저 툭 치듯 날린 주먹이었다.

    오러는커녕 제대로 된 힘이 실린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로스 라이안은 한순간 의식이 날아감을 느꼈다. 기술도, 오러도 필요 없었다.

    타이탄의 육체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완성돼 있었으니까.

    “이건…….”

    그런 단순한 일격에 당했다.

    치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트로스 라이안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건 시기심이었다.

    “반칙이 아닌가…….”

    오러가 맺힌 검으로도 쉽사리 베어내기 힘든 근육.

    자신보다도 우위에 있는 기교.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완성된 육체. 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까지.

    자신이 노력으로 쌓아온 모든 것들을 부질없게 만든다.

    단지 오크로 태어났다는 점만으로도 저런 완성된 육체를 지닐 수 있다는 게 화가 났다.

    “나는……! 나는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 평생을 쏟았건만!”

    트로스 라이안의 검에 맺혀 있던 오러가 불꽃처럼 타오른다.

    그가 평생을 걸쳐 쌓아온 힘을 분노의 형상으로 표출한다.

    “그런 내가 네놈 따위에게!!”

    트로스 라이안이 양손으로 검을 든 채 몸을 깊이 숙였다.

    그리고 마치 사자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달려들었다.

    촤악!

    타이탄의 육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그 터무니없는 절삭력에 붉은 피가 터져 나오며 타이탄의 몸이 한순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해냈……. 해냈다!”

    트로스 라이안이 쾌재를 부르는 순간, 타이탄은 자신의 상처를 손가락 끝으로 훑었다.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다.

    “그게 네놈의 전력인가?”

    “…….”

    “그게 네놈이 원했던 거라고? 네 모든 걸 걸고, 네 인생을 녹여낸 힘이 고작 그거란 말이냐?”

    트로스 라이안을 바라보는 타이탄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건 언뜻 실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작 그 정도 힘을 위해서, 고작 이딴 상처를 입히는 것에 만족할 정도의 힘을 위해서.”

    우드득!

    타이탄은 무기를 버린 채 주먹을 쥐었다. 꽉 쥔 주먹에서 흉흉한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인간을 사고팔았나?”

    트로스 라이안은 인신매매를 통해 돈을 벌어들였다.

    그 돈을 써서 자신의 가문을, 힘을 키워나갔다.

    몸을 지켜줄 갑옷이나, 어떤 상대라도 벨 수 있을 검을 위해서.

    고작 그런 것들을 위해 그는 사람을 사고팔았던 거다.

    타이탄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 힘을 통해 뭘 얻었지? 날 상처 입힌 게 그대의 훈장이라도 되나?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하려고 그런 끔찍한 일들을 벌였다고?”

    “처음부터 모든 걸 가지고 있었던 네놈은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는 모른다. 자신이 얼마나 몰려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고민은 해본 적도 없을 거다.

    트로스 라이안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에는 어떠한 논리도 깃들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소리칠 뿐이었다.

    “아니, 그 누구도 처음부터 모든 걸 가지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타이탄의 말은 실로 담담하기 그지없어서.

    트로스 라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이어지는 타이탄의 행동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어렸을 적에는 아무 힘도 없는 애송이였을 뿐이다.”

    콰드드드득!!

    타이탄의 발이 스치듯이 앞으로 뻗어 나와 땅에 고정됐다.

    “누구나 다 그렇다.”

    그리고 주먹을 크게 당긴 후, 발목과 허리. 그리고 어깨를 동시에 회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야말로 모든 힘을 쏟아부은 완벽한 견본 그 자체인 자세로.

    “시작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달랐던 건 마주한 절박함 앞에서 어떻게 대응할 건가.”

    투쾅!!

    터무니없는 굉음이 울리고.

    “그 마음가짐뿐.”

    마침내 타이탄의 정면을 가로막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절박함이라는 건 네놈만 느끼는 게 아니란 말이다.”

    *     *      *

    버크의 육신이 완전히 먼지로 변해 사라졌을 즈음.

    나는 라이안 남작가의 저택이 무너져내리는 걸 지켜 보고 있었다.

    저 터무니없는 광경을 보니 결과는 이미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가 했는지는 뻔하지 않나.

    저건 검 몇 번 휘두른다고 생길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니까.

    “……이쯤 되면 포리스 공작도 올 때가 됐군.”

    아마, 버크와 연관이 있던 사냥꾼 길드의 마스터, 알렌 와이즈도 함께 대동한 채일 거다.

    대마법사인 그가 직접 나서는 이상 문제 될 건 없겠지만,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

    이걸로 타이탄이 원하던 알렌 와이즈와 싸워볼 수 있을 무대가 완성됐다. 트로스 라이안과의 싸움에 이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타이탄의 신분상 그건 이벤트 매치 정도에 그칠 거다.

    “그럼 슬슬…….”

    버크를 몰아세우기 위해 막아뒀던 길을 다시 해방할 때다.

    애초에 라이안 남작가로 향하는 골목길,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대로라면 민폐가 아닌가.

    “…….”

    내가 세운 얼음벽에 손을 댄다.

    그것만으로도 얼음벽은 빛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신성력을 대가로 빌려온 것이다.

    그걸 다시 돌려줄 뿐.

    그렇게 얼음벽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길을 연 순간.

    “뭐……?”

    내 눈앞에는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이 나타났다.

    그 사실에 아연실색한다.

    마치 세상이 회백색으로 물들어 무너진 듯한 착각과 동시에 지독한 악몽을 꾸는 듯한 감각이었다.

    “덕분에 재밌는 걸 봤구려. 훔쳐봐서 미안하네, 청년.”

    “…….”

    등이 굽은 노인. 현자처럼도 보이고 마귀처럼도 보인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응? 이보게 청년, 그렇게 멍하니 있고 무슨 일이라도 있나?”

    사람을 마인으로 바꾸고 끝내 그 존재를 마족으로 만드는 게 마족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동족을 늘려나가고 있는 거다.

    “왜 그렇게 떨고 있나? 추운 건가? 아니면 공포에 질렸나?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그렇다면 그 마족을 만들어냈을 최초의 존재도 있지 않겠는가.

    그를 칭함과 동시에 인간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있다.

    인류가 지정한 10대 시련.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업.

    그 목록 최종장에 위치하는 존재.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만.”

    <어디에나 있는 자>

    멜리스(Malice)

    “대답해보게나.”

    그 정체불명의 시련은 내가 알던 미래에서 이렇게 불리기도 했다.

    “자네는 나를 알고 있어.”

    암흑의 왕, ‘벨리알’이라고.

    “그렇지?”

    공교롭게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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