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이단심문관의 악마 사냥법-13화 (13/42)

13화. 라이안 남작가 습격 (3)

“버크 라이안, 너한테는 실질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버크는 마인이 돼버렸다. 그건 이미 확정된 사안이다.

“나한테 여기서 정화 당하거나.”

“…….”

“혹은 지하 감옥,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도 찾아올 수 없는 장소에 갇혀서 평생을 보내거나.”

녀석은 시한폭탄이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고, 그걸 해체하는 건 불가능한 그런 폭탄.

마인이 된 자들 모두가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대부분이 가혹한 현실에 떠밀린 자들이니까.

그러니 우리도 어떻게든 그들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고 했다.

노력했지만 안 됐던 거다.

마인이 된 순간 사람의 육신은 변화한다. 강인하고 늙지 않는 육신으로. 다만 그 과정에서 본디 인간의 몸에 존재했어야 할 부분이 모조리 마기에 잠식당해버린다.

그렇게 본래의 육신이 녹아 사라져버리고 그 안을 마기가 힘으로서 존재하며 생을 이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기의 비중이 본래의 육신의 비중보다 커지며, 종래에는 마인이 아닌 ‘마족’이라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 돼버린다.

그리고 마족이 되어버린 존재는 자신이 그랬듯이, 타인에게 마기를 심고 그 존재를 변모시킨다.

인간과 짐승이, 자식을 낳아 대를 이어가듯이 말이다.

“하……! 죽음과 감금, 그 두 선택지에는 무슨 차이가 있어?”

“차이는 하나뿐이야. 후자의 경우에는 더 비참해지는 거지.”

“하하…….”

나는 후자를 선택한 자들을 봤다.

그들은 감금되는 것조차 아니다.

그저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공간에 내팽개쳐지는 거다.

흡사 고독의 항아리처럼, 식량도 없고 간수도 없는, 그런 어둠 속에 갇혀 죽을 날만을 기다린다.

아니면 불가능한 꿈을 꾸거나.

“교단도 썩었네.”

“부정하진 않겠어. 내 존재가 바로 그 증명이니까.”

마족은 멸종시킬 수 없다.

그 종의 끝에 존재하는 이름도 모를 악마는 사람의 악의 속에서 탄생하는 부정의 화신이니까.

그래, 그건 영원불멸 해결되지 않을 일이다. 그렇기에 악의는 인류의 마지막 시련으로서 늘 목록의 최종장에 기록돼 있는 거다.

“왜 다들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왜 못살게들 하는 건데?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저 피해자였을 뿐이지. 운이 없었을 뿐이야. 마인이 된 것도 그런 상황에 몰렸을 뿐이겠지.”

“그럼 왜!!”

신성력의 빛에 인상을 찌푸리던 버크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크게 소리친다.

“왜 내가 죽어야 하냐고!!”

그의 몸에서부터는 검붉은색 마기가 줄기줄기 샘솟고 있었다.

격한 감정에 따라 강해지는 힘.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걸 강제하는 족쇄.

“우린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그렇게 큰 바람이었나?”

“아니.”

“이 빌어먹을 집구석을 나가고, 동생의 병을 고쳐주고, 그렇게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고 하는 게, 그렇게 잘못이었어?”

“그 꿈에는 아무 잘못이 없어.”

“그럼 왜?”

“네가…….”

내가 봤던 버크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다. 녀석의 꿈이 이루어진 이후. 마침내 여동생을 데리고 탈출해 살아가던 어느 오후의 한때.

여동생의 눈앞에서 마족의 명령에 굴복해 끝내 도심 한복판에서 학살을 자행하던 그 모습을.

삐뚜름한 미소로 자신의 여동생을 향해 손을 뻗던 그 모습을.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그런 가족을 죽이려 할 거니까.”

“…….”

“지금 이 빛이 거슬리지? 평소 모습과는 달리 신경질적이 되지? 냉정함을 잃고, 원망과 분노만이 마음에 가득하지 않나?”

악마는 인간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신을 혐오한다.

그 악마의 악의를 품은 이상 버크도 그렇게 될 거다.

사람을 싫어하고, 신을 싫어하며, 밝은 빛을 싫어하게 될 거다.

“네 동생은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빛을 품고 있어.”

그리고 그 둘 모두에 해당하는 존재가 바로 클레어 라이안이다.

그녀는 빛에 사랑받는 존재니까.

그리고 그런 그녀이기에 버크와는 함께할 수 없다.

“네 동생은 훌륭한 성직자가 될 거야, 아니 되어야만 해. 그래야 나을 수 있어. 살 수 있지.”

버크의 눈동자가 떨리는 게 보였다. 그가 최대한 자신의 이성을 붙잡으려 하는 게 느껴졌다.

여동생과 관련된 일이다.

그가 마족에게 영혼을 팔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이다.

“네 동생은 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신을, 세상을 원망하고 있지.”

그러니까 고통스럽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신을 향한 사랑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걸 혐오와 원망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그대로 신들의 사랑을 고통으로 느끼게 했다.

“그럼…….”

“네 여동생이 살려면 무늬만이라도 좋으니 성직자가 돼야 해.”

“그럼 나는…….”

“너는 그런 여동생의 곁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없겠지. 지금은 괜찮더라도 머지않은 일이야.”

이미 나를 향해 쏟아지던 일방적인 살의는 멈춘 지 오래였다.

“네가 곁에 있으면, 네 곁에 그 아이가 있으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해.”

“그, 그럼 내가 그 아이의 눈앞에 나타나지만 않으면……!”

“아직도 모르겠어?”

왜 마족이 버크 같은 삼류 사냥꾼에게 접촉했겠는가.

아무런 권력도 힘도, 하물며 재력도 없이 그저 살고 싶다고 소리치는 어린아이에게 어째서 분에 넘치는 힘을 나눠주려 했겠는가.

그에게 재능이 있어서? 그밖에 다른 사람은 후보가 없어서?

아니, 아니다. 버크여야만 했던 이유는 분명 있었다.

“너는 애초에 클레어를 죽이기 위한 도구로 낙점된 거라고.”

버크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몸을 떨고 있을 뿐이다. 필연적으로 오게 될 미래를 생각하는 걸까?

피 묻은 손이라도 보이는 걸까?

그런 고심이 끝날 때까지 나는 버크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던 버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죽고 싶지 않아.”

마기에 지배당하지 않은, 버크라는 인간 자체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죽어야 클레어가 산다면…… 네 말이 맞겠지. 내가 죽어야 해. 그런데, 그런데 나는 역시 이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죽고 싶지는 않아……!”

이상과 현실.

그게 결코 맞물릴 수 없다는 사실에 버크는 피눈물을 쏟아냈다.

“이해해.”

그게 인간이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게 같을 수도 있다.

그에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누가 죽고 싶겠는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위해 목숨마저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은 강인한 사람이다.

버크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충분히 강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영웅과 같은 존재는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마인이 됐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 몰렸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네 선택을 나는 존중한다. 그러니 네가 살고 싶어 나를 공격한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을 게. 결과가 어떻든 네 여동생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울분을 다 토해내면 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말이 효시가 된 것처럼, 버크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살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죽어야 클레어를 살릴 수 있다.

그 모순이 뒤섞인 끝에, 버크는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     *      *

로스트가 버크와, 타이탄이 트로스 라이안과 싸우고 있을 무렵.

리네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이용해 저택으로 들어왔다.

“사치스럽네요.”

저택 내부를 둘러보던 리네아의 감상이었다.

그녀는 귀족이다. 그것도 상당한 고위 귀족인 백작가의 여식이다.

그런데 남작가의 저택이 그런 그녀의 집과 비교해도 부족할 게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과했다.

분에 맞지 않을 수준의 사치는 오히려 좁은 저택의 격을 낮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찾았네요. 안녕하세요. 남작 부인. 오늘 기분은 어떠신지?”

“저택에 침입자가 쳐들어왔다더니, 귀여우신 분이었네?”

로스트는 리네아에게는 그 어떤 위험한 일도 맡기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보험. 포리스 공작이 나타났을 때 타이탄을 대신해 협상을 이끌어나갈 대리인 역할을 맡겼을 뿐이다.

하지만 리네아의 생각은 달랐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건 속이 쓰린 일이다.

그렇기에 리네아는 타이탄이 시간을 끄는 사이 납치당한 아이들을 구출해내기로 했다.

그 누구도 시선을 향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그녀의 무대다.

“이쪽으로 끌려온 아이들, 혹시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하? 귀여운 모습과 달리 하는 짓은 잡스럽기 짝이 없네?”

리네아는 호신용 단검을 꺼내든 채 남작 부인을 위협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인질들은 최대한 빨리 구해야 한다.

타이탄이 상대를 죽이던, 시선을 끄는 것으로 그치든 상관없다.

지금은 경황이 없어 타이탄에게 시간이 끌리고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빼돌릴 수도 있다.

‘이왕이면 확실한 게 좋겠죠.’

리네아는 평소 자신을 숨기기 위해 걸치던 낡은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새하얀 백의를 비롯한 미래 도시. 니다벨리르 산의 옷이 드러났다. 그건 동시에 그녀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제가 누군지 아시죠.”

“그래, 알 사람은 다 알지. 스피린 가문의 가출 소녀.”

“여유로우시네요.”

“아하하하하!”

남작 부인은 단검을 들고 다가서는 리네아의 모습에도 겁에 질리기는커녕 오히려 폭소했다.

“꼬마야, 날 찌를 수는 있겠니?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단검의 날이, 그녀가 전투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알려줬다.

온실 속에서 자라온 그녀가 과연 간단히 사람을 찌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그렇기에 남작 부인은 리네아의 협박에도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아이를 구출하러 올 정도로 정의롭다면 절대로 자신을 찌를 수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네, 일곱 살 무렵에요.”

“뭐……?”

하지만 그 여유는 리네아의 대답에 단박에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남작 부인이 그 말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스칵!

리네아가 망설임도 없이 남작 부인의 손목을 도려냈다.

일격에 잘라낸 것도 아니고, 손목을 깎아내듯 작은 단검 한 자루로 완전히 도려내 버린 거다.

“제가 일곱 살이던 시절, 우연히 저택 안쪽까지 잠입에 성공한 암살자와 마주친 적이 있어요.”

리네아는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과거의 참혹했던 기억이다.

“운이 나빴죠. 아무래도 훈련을 꽤 잘 받은 암살자였던 모양이라.”

리네아는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물러난 남작 부인을 보며 말했다.

“그때도 지금의 부인에게 한 것처럼 손목을 도려냈거든요.”

“……그것참, 힘들었겠네.”

남작 부인은 한 걸음 물러나며 리네아의 눈치를 살폈다.

“맞아요. 손목을 도려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질 않더라고요. 그래도 남작 부인은 눈은 깜짝하시네요.”

“미친년…….”

“하하. 그때의 저도 연약한 소녀여서, 그럼 끔찍한 상처를 입었는데도 멀쩡해 보이는 암살자가 너무 무서웠어요.”

의사로서의 수업을 받아온 그녀였기에 그 공포는 더욱 실감 났다.

당장에 잘려 나간 팔을 붙잡고 상처가 난 부위를 억눌러도 모자랄 판에, 공격을 감행했었으니까.

“그래서 손목으로 끝내지 않았어요. 팔꿈치를 나누고 어깨를 나누고, 팔다리를, 그리고 목을.”

공포에 질려, 고통을 내색하지 않는 상대가 마치 불사신 같았다.

그렇기에 눈앞에 움직이는 것 전부를 잘라냈다.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는 팔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며 상대를 찔렀다.

상대가 죽은 것도 모른 채로.

겁에 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뿐이다.

“역시 아이가 저지르기에는 너무 심한 일이었겠죠. 그래서 저를 피하고 꺼림칙하다고 하는 저택의 사람들도 이해했어요.”

리네아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사람을 잘라내는 재능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칼을 마치 제 몸처럼 다룰 수 있는 그런 터무니없는 재능이 말이다.

하지만 그건 편린에 불과했다.

그녀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제 눈에는 상대의 어느 부분이 약한지 설명서가 보여요. 검을 들면 선이, 비수를 들면 점이, 아무것도 들지 않았을 때는 깊은 손톱자국과 이빨 자국 같은 형태로요.”

그녀가 품은 이질이었다.

세간에서는 고유능력이라고 추켜세우거나 저주라고 매도하는, 그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힘이다.

리네아는 단검을 들지 않은 자신의 한쪽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지닌 무기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났지만, 그녀는 그걸 총괄해서 선으로 분류해놓기로 했다.

아무래도 수인이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들지 않았을 때는 손톱이 가장 날카로운 모양이니까.

그녀의 눈에는 평소 손톱으로 긁어낸 듯한 거친 선이 가득 보였다.

“그 붉은 선 위에 검을 가져다 대면 그게 무엇이 됐든 간단히 잘려 나가요. 제가 베어낼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선이죠.”

리네아는 자조했다.

대단한 힘이지만 바라지 않았다.

저택의 사람들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녀가 성장해 나감에 따라 그 힘이 강인해지는 것도.

그렇기에 그녀를 꺼리게 됐다. 뒷담을 하고 거리를 뒀다.

고용주에 대한 예의는 철저하게 지키는 그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수인인 리네아에게는 그 뒷담이 전부 들리고 있었다는 게 문제.

“그래서 저는 저택을 떠났답니다. 아무도 모르는 장소로 떠나서, 제 비밀을 간직한 채 살 생각이었죠.”

그녀의 육체가 성장할수록 그녀의 눈에 보이는 사람 몸에 새겨진 선의 숫자가 늘어갔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단조로워졌다.

세상이 점차 붉은 선으로 얼룩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저라도 아직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라…….”

그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살았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았다.

그저 흉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저택의 사람들이 말했듯이 자신은 괴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건의 경위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녀 역시 분노할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사람이라는 게 사람이 아닌, 그저 고깃덩어리로 보일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일에 화가 날 정도는 됐던 모양이다.

“남작 부인, 그런데 이제 보니 부인은 사람도 아니셨네요.”

남작 부인의 손에서는 피 대신 검붉은 연기가 줄기줄기 솟아나고 있었다. 마인. 아니, 이미 인간의 요소를 잃어버린 마족.

“다행이에요.”

리네아는 눈앞의 고기를 보며 활짝 미소 지었다.

“피가 튈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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