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이단심문관의 악마 사냥법-11화 (11/42)

11화. 라이안 남작가 습격 (1)

타이탄이 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두가 깨달은 순간.

우리는 한동안 정적에 잠겼다.

“로스트.”

“뭐, 그런 일도 있겠지. 사냥꾼이 우리만 있는 건 아니니까.”

“사람의 피가 뿌려져 있었다.”

“마수들과 싸우다가 다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누구와 누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이 식물이 말인가?”

“…….”

눈치가 빠르다.

다만 눈치가 없기도 하다.

버크의 안색이 푸르게 질려가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으니까.

녀석은 짐작하고 있으리라.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기 가문이 어떤 행패를 부려왔는지 알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거다.

그래도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녀석은 약점이 잡혔으니까.

그러니 포리스 공작에게 섣불리 상소할 수도 없을 거다.

“타이탄.”

눈을 감고 불꽃을 피워낸다.

연초를 한입 머금고 난 후.

조금 뜸을 들여 말한다.

“이 일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달리 있어. 그러니 우리가 할 건 여기 일어났을 거라 추측되는 일을 보고하는 것뿐이야.”

“…….”

“알겠지?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거라면, 여기서는 괜히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

“그, 그래! 이 건에 대해서는 내가 마스터에게 얘기해둘게.”

지켜보고 있던 버크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그렇게 소리쳤다.

타이탄도 그제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 깨달은 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다. 네놈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으니 괜한 행동은 삼가지.”

쾅!

타이탄이 망치를 크게 휘둘러 주변에 있던 나무를 박살 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납득하기 힘들어 저지른 화풀이였다.

“기분만 잡쳤군.”

*     *      *

오늘의 교육이 아쉬운 형태로 끝나고, 버크가 서둘러 사냥꾼 길드로 돌아간 이후. 우리는 조금 이르지만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자, 앉아. 밥 먹어야지.”

“음.”

“거기서 섣불리 움직여봤자 꼬리밖에 잡을 수 없었을 거야. 제대로 하려면 머리를 부숴야지.”

“……머리가 누군지 파악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지. 마침 우리는 얼마 전에 정보 길드와 인연을 쌓았으니, 그걸 이용하면 좋을 거야.”

“흠.”

물론 나는 정보 길드를 갈 필요도 없이 머리가 누군지 알고 있다.

다만 그걸 알고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는 건 의심을 낳는다.

안 그래도 최근의 나는 수상쩍은 행보를 보인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적들의 머리가 누군지 안다고 공표하면 의심의 방향이 나에게도 향할 확률이 높다.

보여주기용 행동이 필요하다.

“정말로 우연히 거기서 다른 마수들에게 습격당해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식물만 있는 영역 한 가운데에서 마수에게 습격을 받는다? 참 있을 법한 소리를 하는군.”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소리지.”

“로스트, 나는 모르겠다. 어째서 동족을 사냥하는 거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정당당하게 결투로 머리를 부수면 되지 않나.”

“그러게, 아무래도 인간이라는 건 멍청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함부로 머리를 부수면 안 돼.

“걸지도 모르겠다가 아니라 그냥 멍청하다. 오크의 반만 닮았어도 이런 꼴은 없었을 것을…….”

대단한 자부심이다.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자괴감보다 많았던 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타이탄의 말처럼 우린 오크의 반도 못 될지 모르겠다.

“일단 밥부터 먹자. 뭐 먹을래?”

“그럼 저는 이걸로…….”

내가 먹을 메뉴를 선택하고 리네아에게 메뉴판을 넘긴다.

최근 함께해서 알게 된 건데, 그녀는 수인이라서 그런지 식사 대부분을 육류로 해결한다.

삼시 세끼를 전부 고기로 해결하면 물리지 않나? 어쩌면 귀족이라 그런 생활이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줘라.”

“너 글 읽을 줄 알던가?”

“음!”

타이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리네아의 손에서 강탈하다시피 메뉴판을 뺏어갈 뿐.

그렇게 한동안 메뉴판을 노려보던 타이탄이 결론을 내렸다.

“……여기 적힌 거 다 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말해봐, 너 글 못 읽지?”

“그렇다!”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거야.”

“글자를 못 읽는다고 해서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없지. 그런데 너는 왕족이잖아.”

“그렇다!”

그럼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저렇게까지 당당하니 반대로 말문이 막힌다.

“애초에 공부라는 건 육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비실이들이 꾸미는 잔재주에 불과하다.”

“반대는 들어봤는데 그거. 네 아버지도 글을 못 읽나?”

“아니, 아버지는 읽고 쓰는 게 가능하다. 원래라면 나도 그런 교육을 받아야 했겠지. 하지만…….”

“하지만?”

내 의문에 타이탄이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날 가르치려던 오크 중 나보다 강한 녀석이 없었지.”

지금 자신을 가르치려던 교사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했다는 소린가? 아니, 그런 방법을?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에겐 명령이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

“……그냥 그거 다 시켜.”

“음!”

그래, 조만간 죽도록 굴러야 하는데 밥이라도 잘 먹어야지.

*     *      *

내일을 기약하며 각자 방으로 되돌아갔을 무렵이었다. 외투를 걸쳐놓고 앞으로의 계획을 가다듬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로스트 씨, 주무세요?”

“리네아?”

“네, 저예요.”

“무슨 일이야?”

문을 열어주자 마찬가지로 가벼운 복장의 리네아가 나타났다.

겁도 없이 이런 밤중에 남자 방을 찾아오다니 무슨 생각인 걸까?

……어쩌면 나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자신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낮에 있었던 일 말인데요. 앞서 만났던 분들에 대해서는 일부러 타이탄 씨에게 숨기신 건가요?”

“뭐, 그런 면이 있긴 하지.”

당연한 흐름이다.

습격당할 리 없는 장소에서 사람이 습격당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그런 상태에서 대규모 무리로 이동하던 다른 일행들이 있었다.

범인으로 그들을 의심하는 건 실로 당연한 흐름일 수밖에 없다.

당장에 사냥꾼 길드에서도 그들을 용의선상으로 올려놓겠지.

물론.

보고가 올라갔다면 말이다.

아마 버크는 보고를 하더라도 자신의 가문과 관련된 건 숨길 거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자신의 가문과 협상을 하려 하겠지.

하지만 약점을 잡힌 쪽이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이미 버크가 그걸 무기로 사용한 시점에 라이안 남작은 그걸 버크와도 엮어버릴 수 있으니까.

설사 그걸 포리스 공작에게 전하겠다고 해봤자 억류만 당할 뿐.

버크는 물리적으로도 라이안 남작을 당해낼 수가 없다.

그렇게 억류당한다면 그가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생각하던 아이마저 위험해지겠지.

결국 입을 다물게 될 거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 모든 방해를 뚫고 라이안 남작을 고발한다?

“알렸다면 가문이 박살 나겠지. 영지도 없는 귀족에게 자신의 영지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해줬건만 거기서 인신매매를 했다? 포리스 공작이라면 라이안 남작가의 저택을 통째로 부숴버릴 거야.”

버크는 마침내 라이안 남작가에서 해방된다. 대신 모든 걸 잃고.

귀족이라는 게 그렇다.

개개인이 아닌, 가문이라는 집단 자체를 하나로 본다.

포리스 공작도 예외는 아니다.

분명 버크 라이안도, 그의 여동생도 함께 매장하려고 하겠지.

내부고발자라는 입장상 배려는 해줄지 몰라도 버크와 그의 여동생의 뒷일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애초에 범죄자의 가족을 챙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그러니 이건 이쪽 선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문제를 일으킨 쪽을 남작가가 아닌 왕족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포리스 공작 역시 무턱대고 행동하지는 않을 터.

명분을 쥐여주고 일의 처벌이 아닌 수습 쪽으로 돌리는 거다.

“리네아.”

“…….”

“나는 버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건 이 일주일간, 녀석과 함께하면서 내린 결론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기회는 줘야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기회를.

그게 버크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자비다.

*     *      *

나는 셰이드를 찾아와 라이안 남작가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도 빨리 나왔다.

그들이 라이안 남작가를 타겟으로 정하고 움직이자 불과 하루 만에 꼬리를 잡은 거다.

“이야, 라이안 남작가도 재밌는 짓을 했나 보던데? 간도 크지. 어딜 포리스 공작령에서…….”

“됐습니다, 그런 건. 알고 있으니까 그냥 인질들의 위치와 각 식솔의 움직임만 살펴봐 주시죠.”

“대가는?”

“이번 일이 끝나면 치르죠.”

“값을 떼먹으려는 거야, 아니면 일이 끝나면 그 값에 합당한 정보가 생긴다는 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정보가 생길 겁니다.”

“그래? 그럼 나 기대한다?”

셰이드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진다.

내가 준 정보 때문에 최근 바빴는지 면도도 제대로 못 한 듯하다.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준 정보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던 거겠지.

처음에 계획했던 것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썩 나쁘지만은 않다.

“아, 그런데 이 정보를 가지고 뭘 어떻게 할 생각인 건데?”

“인신매매는 어느 나라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범죄입니다.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죠.”

“그럴 거면 포리스 공작에게 말하는 게 제일인데?”

“그 사람은 라이안 남작가를 연좌제로 다스릴 사람 아닙니까. 죄 없는 이들이 살길은 터줘야죠. 저는 이래 봬도 사제니까요.”

“노인네가 그런 면이 있긴 하지. 소싯적에 많이 굴렀나? 아주 적이라면 뿌리를 뽑으려고 든다니까?”

저렇게 말하면 조금 섬뜩하지만, 포리스 공작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가장 먼저 책임지는 존재.

귀족으로서 가장 알맞은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지.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대되네, 포리스 공작 모르게 일을 치를 생각이면 꽤 머리 아프겠어? 응?”

“모르게 할 필요 있겠습니까?”

예전이라면 그렇게 했을 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맸었으니까.

하지만 이쪽에도 권력이라는 게 생겼다. 비록 표면적일 뿐이라지만 면죄부 정도는 될 수 있을 권력이.

“타이탄을 정면에 앞세워서 그냥 부숴버릴 겁니다. 죽일 놈들 죽이고 살릴 놈들 살리면 되죠. 포리스 공작이 도착하기 전에 말입니다.”

“어이쿠, 이건 제법 재밌는 구경거리가 되겠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게 썩 나쁜 일은 아니다.

그걸 책임질 수 있을 만한 능력이나 사회적 배경만 있다면 그만한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폭풍처럼 몰아칠 거다. 타이탄이 원하던 형태의 무대로 녀석의 힘을 최대한으로 쏟아부을 거다.

인질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하도록, 그저 미증유의 공포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것처럼.

상대는 그 어떤 효과적인 대응도 취하지 못한 채 무너져내릴 거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겠지?”

“…….”

“그럴 거면 남작가 식솔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필요도 없잖아?”

“궁금해하지 마시죠.”

나는 얼마 전에 만든 새하얀 가면을 책상 위로 올려놨다.

비스트 세팔로투스의 점액을 발라 굳힌 새하얀 가면이다.

“그건 이쪽 일이니까.”

“어이쿠, 그쪽 방면이면 별로 알고 싶지 않긴 하네.”

그 가면의 이마에는 투박한 칼질로 역십자가 새겨져 있었다.

*     *      *

로스트의 예상대로 라이안 남작가는 버크의 협박에 굴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언제든지 잘라낼 수 있을 꼬리와 버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 둘을 천칭에 올려놨을 때 어느 쪽이 굴복할지는 뻔했다.

버크는 결국 입을 다물기로 했다.

다만 라이안 남작도 그런 버크를 곧이곧대로 믿는 일은 없었다.

저택의 경비는 삼엄해졌고 최근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쿵!

‘설마…….’

라이안 남작가의 저택을 지키고 있던 경비 둘은 돌연 땅을 타고 울리는 진동에 마른침을 삼켰다.

알고 있다.

이 진동이 근원이 뭔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소문이 돌았다.

누군가가 라이안 남작을 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그런 노골적이고 당당한 선전포고가 은연중에 퍼지고 있었다.

쿵!

하지만 그들은 그 소문을 코웃음 치며 흘려넘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귀족의 저택이다.

그런 곳을 당당하게 쳐들어올 리 없다. 그런 상식 밖의 행동을…….

“아니.”

쿵!

그럼에도 의문은 떠오른다.

그 괴물이 인간의 법에 따를까?

오크라는 종족이 정말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만약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머릿속에 떠오른 가정은 바닥을 타고 오는 규칙적이고 점차 커지는 진동으로부터 쉽사리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미친!’

쿵!

최근 포리스 공작령에서 그것에 대한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들 역시 그것에 대한 소문은 들어본 적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그 존재를 직접 눈에 담게 됐을 때 느낀 점이 있었다.

‘제발 오지 마라…….’

쿵!

그것과는 싸워서는 안 된다.

경비들은 자세를 가다듬으면서도 가까워지는 진동에 몸을 떨었다.

‘오지 마…….’

쿵!

단조롭게 울리는 진동.

거대한 체구를 가진 무언가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내딛는 소리.

한 명은 건물의 너머를 주시했고 다른 한 명은 진동에 귀 기울였다.

‘저 건물을 넘으면…….’

나타난다. 상대는 이미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라이안 남작가의 저택의 정문 앞에는 시야를 가릴 만한 게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포리스 영지에 빌붙어 지낸다고는 해도 라이안 남작은 귀족.

이동할 때는 말과 마차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정문 앞은 트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정문으로 오는 이들의 모습도 확인하기 쉬웠다.

“…….”

그러니 그 ‘괴물’은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내게 될 거다.

경비들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들고 있던 창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한참을 긴장하던 그들은.

‘진동이 멈췄다?’

아까부터 지축을 울리고 있었던 진동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갔나?”

“갔나 본데?”

그럼에도 일단 경비들은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골목 사이에서 그 괴물이 튀어나오는 일도 없었다.

“하긴, 진짜로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바보가 있을 리가…….”

그렇게 두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그때.

콰아아앙!

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던 골목이 아닌, 벽과 건물들을 순식간에 박살 나며 ‘그것’이 나타났다.

“크흡?!”

“으…… 읍?!”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경비들은 그것, 즉 타이탄의 손아귀에 얼굴을 붙잡혔다.

마치 입을 막으려는 것처럼. 그들의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로스트가 말하길 네놈들은 전사가 아닌 경비라고 하더군.”

그의 왕국에는 경비가 없다.

동포들을 지키기 위한 자들은 모두 전사였기에 이런 일을 전담하는 자는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놀라웠다.

오로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직업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었다.

그건 타이탄의 기준에서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한 직업이었다.

“네놈들이 지키는 것이 더럽고 추악한 것일지언정,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자는 인정할 만하지.”

“으읍……! 읍!”

타이탄은 자신의 손아귀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경비들을 더욱 움켜쥐었다.

단 한 마디도 허용하지 않겠다. 그런 의지가 느껴졌다.

“그러니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소리쳐 부르는 것과 공포로 내지르는 비명이 다르다는 것을.”

경비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입이 통째로 막혀 그러지도 못했다.

“공포로 내지르는 비명은 네놈들이 등지고 있는, 지켜야 할 것들을 향해 번져나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키는 자라면 안심을 시켜줘야 한다. 믿고 쉴 수 있는 든든한 방벽이 되어줘야 한다.

결코 비명을 질러서는 안 된다.

“그러니 그대들이 정녕 무언가를 지키는 자라면.”

콰직!

“이대로 죽어 명예를 지켜라.”

경비들의 머리는 그대로 타이탄의 손아귀에 박살 났다.

“미안하군. 다른 이들에게 상황을 알린다는 것만큼은 이뤄주지 못하는 것을 사과하지.”

들켜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쥐구멍을 모두 틀어막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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