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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이단심문관의 악마 사냥법-10화 (10/42)
  • 10화. 사냥꾼 길드 (2)

    우선 첫날이라 가벼운 교육만을 받고,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저기요, 로스트 씨.”

    “예, 리네아 씨. 무슨 일입니까?”

    “……저한테 존댓말 하는 거 그만두면 안 될까요?”

    “편하게 하라고 하신다면 그러겠지만……. 어째서입니까?”

    “뭔가 기분 나빠서요.”

    “…….”

    놀랐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람 마음에 비수를 놓았다.

    내가 알던 착하고 상냥한 리네아는 이제 없는 걸까?

    “아, 그게 아니라……. 로스트 씨가 존댓말을 하는 경우가 사람들 속일 때가 많은 거 같아서…….”

    “사소한 오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동료로 같이 다닐 텐데 그게 편하잖아요?”

    오해라는 말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밀어붙인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리네아는 내게 의문을 품고 있다.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따라다닐 생각이라는 게 뻔히 보인다.

    그래, 뻔히 보일 정도다. 그런데도 그 의문이 뭔지 모르겠다.

    도대체 뭘 바라는 걸까?

    뭘 바라기에 직접 물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파헤치려 할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그럼 리네아.”

    “예, 로스트 씨.”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럴까요?”

    내 주장에 반발은 없다.

    타이탄과 함께 다니는 것에 불만을 표하지도 않는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곁에 둬서 나쁠 건 없으리라.

    *     *      *

    이튿날.

    고작 하루라고는 해도 우리가 영 말이 안 통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버크는 어느새 친밀하게 말을 걸어올 수 있게 됐다.

    “자! 어제는 포리스 공작령에 출몰하는 마수들에 대해 말해줬었지? 오늘은 그 마수들을 직접 만나서 경험해볼 거야.”

    우선 버크가 가장 연장자라는 게 밝혀지자, 그는 말을 놨다.

    타이탄이 말을 놔도 된다고 했지만 제법 담이 있는 녀석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직접 경험하는 게 최고일 거 같더라고.”

    버크 라이안은 우리를 데리고 마수 출몰 지역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돌발행동은 아니고 공식 커리큘럼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몸에 맞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당장에 타이탄이 그렇다.

    녀석은 자기 왕국에 존재하는 마수들에 대해서는 해박하면서 포리스 공작령의 마수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녀석은 직접 경험함으로써 몸에 익히는 스타일인 거다.

    “자, 도착했어. 여기가 바로 메탈 울프들의 영역이야.”

    버크가 가리킨 방향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보고 있으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장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의 얘기다.

    “자자, 이쪽으로. 이 안쪽이니까.”

    거대한 바위산에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쪽에는 숲이 나타났다.

    우리가 바깥쪽에서 본 건 산이 아니라 벽이었다는 소리다.

    “흠, 특이한 지형이군. 이런 게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나?”

    “하하,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이건 공작님께서 직접 만드신 거라.”

    “흐음…….”

    에이지 포리스 공작. 대마법사인 그가 만든 인위적인 자연.

    알고는 있었지만 볼 때마다 몇 번이고 오싹해진다.

    이런 터무니없는 이적을 펼쳐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그리고 그런 존재조차 시련의 발목도 붙잡을 수 없었다는 게.

    “원래라면 신입 상대로 메탈 울프는 조금 버겁거든? 그래도 그쪽이라면 문제없을 거 같아서. 아, 그래도 메탈 울프에 대해서는 면접 때 질문으로 나올 수 있으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마.”

    버크는 생각보다 열정적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알맞을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는 게 그렇다.

    다른 사람이라면 말 몇 마디로 끝낼 일을 직접 경험해보며 몸에 익히라는 배려인 거다.

    위험하다고 해도 본인이 직접 나서면 해결될 문제이니 조금 피곤하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천성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아, 마침 보이네. 메탈 울프가 세 마리라……. 적당한걸?”

    버크는 작은 언덕 너머로 메탈 울프들의 상태를 살펴보다가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메탈 울프는 등 부분이 금속으로 뒤덮여 있어.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지.”

    메탈 울프는 포리스 공작령에서도 제법 까다로운 마수에 속한다.

    등 뒤의 금속만이 아니라 그 이빨도 단단하기 때문이다.

    금속을 삼켜 몸에서 정제시켜 몸에 두르는 마수들.

    그렇기에 녀석들에게서는 양질의 금속을 얻을 수 있다.

    “유일하게 금속이 뒤덮여 있지 않은 장소가 배인데. 문제는 녀석들도 그 사실을 안다는 점이네.”

    버크는 모든 걸 얘기해주지는 않았다.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메탈 울프들이 있는 방향을 가리킬 뿐.

    직접 경험해보라는 소리다.

    “자, 가서 한 번 싸워봐.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 말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역시 타이탄이었다. 녀석은 그 거구로는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조용하고 재빠르게 이동했다.

    원래부터가 수렵 활동을 이어가던 왕국이다. 사냥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몸놀림 정도는 당연할 터다.

    쾅!

    그렇게 움직이던 타이탄은 우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즉 언덕과 자신 사이에 메탈 울프들을 포위하듯 내려섰다.

    도망칠 수 없게 퇴로를 끊는다.

    그 외의 다른 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게 분명하다.

    “음?”

    메탈 울프들의 대응은 빨랐다.

    버크가 말한 것처럼 그 마수들은 자신의 배가 약점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자신의 약점을 방어한다.

    이게 버크가 말해주지 않은 메탈 울프의 습성이다.

    “둘은 안 가봐도 돼?”

    “어어…… 저는 의사라서. 전투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장소에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 후위라면 그것도 방법이지. 물론 자기 몸을 지킬 수단 정도는 마련하는 게 좋겠지만.”

    리네아는 정석적인 대답을 내놨다. 버크가 지적하는 부분 역시 그녀에게는 문제가 없다.

    호신은커녕 다가온 상대를 도살해버릴 수 있는 게 그녀니까.

    “그러는 너는?”

    “저도 리네아와 비슷합니다. 다만 저는 타이탄의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있겠군요.”

    “그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제 도움이 필요한 전투로는 보이지 않아서요.”

    “응? 메탈 울프는 물리적인 공격에 상당한 내성이 있는…….”

    버크가 우릴 메탈 울프들 쪽으로 데려온 이유야 뻔하다.

    딱 봐도 파티의 중심인 타이탄에게 물리적인 방어가 높은 마수들을 붙여보려던 속셈이다.

    딱히 우릴 함정에 빠트렸다기보다는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미리 알려주고 충고라도 해줄 생각이었을 거다.

    다만…….

    깡!

    안타깝게도 메탈 울프들 정도로는 타이탄을 막을 수 없다.

    마치 거대한 대장간에서 동시에 철을 두드린 듯한 굉음이 들렸다.

    “무르구나.”

    타이탄이 휘두른 망치에 메탈 울프는 한낱 금속 주괴가 돼버렸다.

    상대에게 물리 내성이 있다면 더욱 강한 물리력으로 돌파한다.

    지금의 타이탄은 그게 가능했다.

    “고작 이 정도로는 오히려 감각이 무뎌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군!”

    깡!

    횡으로 휘두른 망치에 메탈 울프의 머리가 그대로 날아간다.

    “깨갱…….”

    “흠, 기개는 있는 놈들이구나.”

    그때 타이탄의 사각으로 뛰어든 남은 한 마리의 메탈 울프는 그대로 타이탄의 손에 붙잡혔다.

    까드드드득!

    평소에는 들을 수 없을 법한 소리가 메탈 울프의 목에서 들려온다. 타이탄이 맨손으로 메탈 울프를 찌그러트리고 있었다.

    대장간에 따로 갈 필요가 없다. 녀석이 움직이는 대장간이다.

    퍽!

    한계까지 찌그러지던 메탈 울프의 머리가 이내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듯 터진다.

    까다로운 마수들로 알려진 메탈 울프 세 마리를 처리하는 데는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니, 이거 평가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 거지?”

    타이탄이 강하다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강함의 한계가 어딘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그야 본 적도 없는 경지일 테니 어련하겠는가. 대륙에서 순수 육체의 힘으로는 녀석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한 손에 꼽힐 거다.

    “저기…….”

    “어, 어?”

    “여기에는 혹시 다른 마수들은 나오지 않는 건가요?”

    “아, 그렇지. 조심해, 여기는 뱀들도 우글거리니까. 독은 없지만, 물리면 꽤 아플걸?”

    “그렇군요. 독은 없는 거군요.”

    리네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뒤에 토막 난 뱀 시체가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확인해볼까 싶어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더니 리네아가 발로 무언가를 툭 차서 떨어트렸다.

    “로스트 씨, 뱀이 있다는 모양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그래.”

    내가 배려가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힘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확인하려 하면 안 됐다.

    너무 허술해 보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때 눈치껏 못 본 척해야겠다.

    “어우……. 아무튼. 이러면 다른 곳도 돌아볼 수 있겠다. 피곤하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게 말이야.”

    버크는 그런 상황을 눈치 못 챈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람 자체는 좋다.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     *      *

    버크의 사냥꾼 교육 5일 차.

    오늘은 내가 보고 싶다던 사냥감을 경험해보기 위해 마수 출몰 지역으로 들어왔을 대였다.

    “어라?”

    우리 외에도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는 법이다.

    “응? 버크 도련님……? 또 이런 곳에서 사냥꾼 행세를?”

    “……가던 길 가. 사냥꾼 지망생들 교육 중이니까. 이건 포리스 공작님의 의뢰라는 거 알지?”

    “뭐, 저희도 도련님과 그리 엮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쇼. 너무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말고.”

    “꺼져.”

    일련의 무리와 버크의 사이는 딱 봐도 좋지 않았다. 그들은 라이안 남작가의 가신들이다.

    라이안 남작가의 사생아인 버크로서는 반가워할 수 없겠지.

    모진 핍박을 받았을 테고, 그렇기에 어린 나이부터 사냥꾼이 됐다.

    아마 알렌 와이즈가 뒤를 봐준 것도 있으리라. 집을 뛰쳐나온 귀족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는 바가 있었을 테니까.

    “저기, 이건…….”

    “저희는 궁금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버크 씨.”

    “아, 응. 고마워.”

    버크가 자신의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안다.

    그에 대해서는 나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그들은 버크의 여동생을 핍박하고 있으니까.

    몸이 약한 그녀를 데리고 독립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거다.

    5년간, 집안에서 독립할 만한 돈을 열심히 모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할 거다.

    그저 살아가는 데라면 이미 충분할 돈이지만, 여동생을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니까.

    “우린 우리의 일을 하죠. 오늘은‘비스트 세팔로투스’를 보러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수렵보다는 그런 쪽에 관심이 많은가 보네. 하긴 그편이 더 안정적이기도 하고, 나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

    “돈은 그리 못 벌겠지만요.”

    “사제가 돈 욕심 내는 거야?”

    “사제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요.”

    이 잠깐의 시간 동안, 우린 버크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가 됐다.

    그렇게 되도록 했다.

    “그나저나 비스트 세팔로투스라……. 그런 기괴하기 짝이 없는 식충식물이 왜 궁금한 거야?”

    “세팔로투스의 점액이 목재 장신구 가공에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뭐, 직접 만들고 싶은 거라도?”

    “예, 저는 사제니까요. 이참에 비스트 세팔로투스의 점액을 바른 십자가라도 마련해볼까 합니다.”

    비스트 세팔로투스.

    식충식물의 변종에 해당하는 마수다. 녀석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점액을 바르면 그것만으로도 질기고 단단하며 광택이 난다.

    물론 점액의 공급은 이미 충분할 정도니 비싼 값은 못 받는다. 그걸 수집하려는 사람은 보통 직접 뭔가를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 내가 그걸 바라는 이유는 버크의 말대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 물건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이단심문관들이 형을 집행할 때 쓰는 가면은 보통 나무를 깎아 만든다. 그리고 아무래도 조만간 그 가면을 써야 할 거 같다.

    “어라? 로스트 씨. 그러고 보니 타이탄 씨가 보이지 않는데요?”

    “뭐, 재밌어 보이는 거라도 찾은 거 아니겠어? 버크 씨. 분명 여기에는 타이탄에게 위협적일 만한 마수는 없다고 하셨죠?”

    “아, 맞아. 그래도 혼자 내버려 뒀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찾아야지. 이거 내가 시험관한테 말하면 감점이다? 조심해.”

    “명심하겠습니다.”

    계획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내가 오늘 비스트 세팔로투스를 찾으러 온 것도 그렇다.

    버크는 집안의 가신들과 만난 걸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우연이 아니다.

    “길을 잃지는 않았겠지?”

    “글쎄요.”

    우리가 만났던 산적들은 인신매매를 일삼고 있었다. 포리스 공작령을 향하는 길목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 상품들은 어디로 갈까? 사람이라는 금지된 물품을 거래하려면 어디에 넣는 게 좋을까?

    “비스트 세팔로투스에게 잡아먹히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마침 사람 하나를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식물이 하나 있다.

    “하하! 비스트 세팔로투스가 사람도 꿀꺽 삼킬 수 있을 것처럼 생기긴 했지만 일부러 들어가지 않는 이상 사람을 먹지는 않아.”

    “그렇게 되면 큰일이겠군요.”

    “사실 그것도 아니야. 비스트 세팔로투스는 사람은 잘 안 삼키거든. 생각보다 작은 짐승만을 사냥한다던가? 그래서 어린애 정도가 아닌 이상 잡아먹힐 일은 없어.”

    사람을 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하지만, 사람을 녹일 만한 양의 소화액은 분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산 채로도 생포해오는 게 가능한 거 아니겠어?”

    그렇기에 산 채로 데려온다.

    안에 사람을 담은 채로, 마수 출몰 구역이라는 외각에서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사람을 옮길 수 있다.

    소화액이야 자루 같은 걸 이용해서 간단히 막을 수 있겠지.

    혹시라도 자루 밖으로 사람이 나온다고 한들, 사람 한 명을 통째로 녹일 만한 힘은 비스트 세팔로투스에겐 없다.

    자, 그런 가정을 세워보자.

    있을 수는 있지만, 구태여 그런 끼워 맞춘 듯한 가정을 하는 사람은 피해망상이 심한 사람이거나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혹은…….

    “로스트. 이곳에 사람이 있었다.”

    감이 상당히 좋은 녀석뿐이다.

    타이탄이 가리킨 방향에는 마치 입을 억지로 열려다가 반으로 찢겨나간 듯한 형태의 비스트 세팔로투스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그것도 인간의 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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