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사냥꾼 길드 (1)
포리스 공작령쯤 되는 대도시라고 해도 마수들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대마법사인 에이지 포리스가 힘을 쓴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뿐.
마수들의 소재는 포리스 공작령에서도 필요하다.
양식장을 만들면 만들었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정도로 포리스 공작은 멍청하지 않다.
그렇기에 포리스 공작령에도 전문적인 사냥의 자격을 부여하는 사냥꾼 길드가 존재한다.
마수들을 구획 별로 정리해서 나눈 게 포리스 공작령의 역할이라면 그 숫자를 조절하고 소재를 채취하는 게 사냥꾼의 역할이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사냥꾼 응시 시험을 신청할 거야.”
“그런 게 왜 필요하지?”
“자격증 없이는 마수들 구획에 못 들어가거든.”
“인간 세상은 귀찮군. 그깟 것 개개인이 판단하면 될 문제를.”
물론 자격증이 없더라도 의뢰인 신분으로 들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약초나 캐자고 사냥꾼들을 고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자금은 필요할 테니 타이탄이 잘하는 일을 시켜서 돈을 벌어두는 게 좋다.
“너도 오러를 쓰기 위해 넓은 세계를 보러 나왔다고 했으니 네 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마수들을 상대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야.”
“그건 일리 있는 말이다.”
적당한 구실을 붙여주니 타이탄의 의욕도 올라갔다.
뭐, 진짜 목적은 이런 일반인 출입 금지 장소에서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개입하려면 우선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사냥꾼 길드가 있는 도시 외곽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어? 마수? 어어……. 길드장님!”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주변은 패닉에 빠졌다.
타이탄에 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지만 직접 본 게 아닌 이상에야 타이탄을 이종족으로 판단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게 매일 마수들과 사투를 벌이는 사냥꾼이라면 더.
“어이쿠, 이러다가 일이 커지겠는데? 이걸 어쩐다.”
“연기를 성의 있게 해주세요. 로스트 씨. 처음엔 잘하셨잖아요.”
접수처의 비명에 상주하고 있던 사냥꾼들이 제각각 무기를 들고서는 우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사람과 함께 있다는 시점에서 타이탄을 일방적으로 적으로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접수처에서 일어난 패닉은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하게 했다.
“부러트리지 않게 적당히.”
“왜지? 그건 맞서 싸우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맞는 놈한테 예의 차릴 거면 처음부터 때리지를 말아야지.”
“으음…….”
웃기는 놈이다.
어쨌든 나는 타이탄을 별로 말릴 생각이 없다. 원래 낯선 이방인이 폭력과 관련된 세상에 섞여들기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기선제압이 필요하다.
섣부른 호기심으로 우리를 건드는 놈들이 없도록 철저하게.
“컥!”
타이탄의 주먹질 한 번에 사냥꾼들이 하늘을 난다.
딱 봐도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이빨이 나간 것 같지만 무기를 들지 않은 게 어딘가.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배려할 줄 아는 녀석이 아닌가 싶다.
“……말로 잘 타일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실시간으로 환자들이 늘어나는 걸 보던 리네아가 처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의사라는 직업 정신 때문에 상황이 불편한 듯 보였다.
“그보다 이런 곳에 동행해도 괜찮으셨던 겁니까?”
“아, 저 사실 사냥꾼이 돼보고 싶긴 했거든요. 이왕 할 거라면 두 분과 함께하면 더 좋겠죠?”
“그렇습니까…….”
거짓말.
리네아는 온갖 멸시를 받으면서도 개인 병원을 차렸었다.
나 말고는 사람 한 명 드나드는 곳이 없는 그런 병원이었지만 리네아는 매일 같이 병원 앞을 청소하면서까지 진료 준비를 했다.
그건 분명 자부심이었다.
자기 일에 확실한 자부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사냥꾼이 돼보고 싶었다고? 그런 뻔한 거짓말을?
무슨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하다.
다만 내가 아는 리네아의 성정을 생각해봤을 때, 그게 우리에게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문제.
그녀가 정확히 뭘 바라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섣불리 그녀를 밀어내기가 그렇다.
이런 말 하면 조금 속물 같겠지만, 의사는 고급 인력이니까.
“그만!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그렇게 타이탄과 사냥꾼들이 펼치는 촌극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마침내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사냥꾼 길드, 포리스 공작령의 길드 마스터다.
무려 공작령의 길드 마스터다.
그야 상당한 무력을 갖춘 건 물론이고 신분도 높다.
“저는 포리스 공작령 사냥꾼 길드의 마스터, 알렌 와이즈입니다.”
상대는 귀족이다.
그래서인지 사냥꾼보다는 기사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뭐, 귀족은 귀족이라도 홧김에 집을 뛰쳐나온 탕아지만 말이다.
“사냥꾼 모두는 지금 즉시 전투를 중단하고 뒤로 물러나십시오!”
그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출 청소년, 리네아를 쳐다봤더니 그녀가 귀를 쫑긋거린다.
한쪽은 가출 청소년, 한쪽은 가출 청년. 진짜 제국 꼴 잘 돌아간다.
“내 조심하라고 말했건만…….”
그는 이미 타이탄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까지 내놓았던 건지 지금 상황에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타이탄에 대한 경계는 풀지 않았다. 타이탄이 이종족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성격까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 거다.
일단은 대화부터, 정 안 된다 싶으면 본인이 직접 나설 터.
“어이쿠, 슬슬 오해를 풀어야겠군요. 이러다가 일이 커지겠습니다.”
“……그렇군요. 타이탄 씨를 풀어놓은 이유가 저번처럼 ‘오해’라는 형태를 만들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시려던 거였군요?”
“어허, 제가 타이탄을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애초에 제가 말한다고 해도 들을 놈이 아닌데.”
나는 아무 잘못 없다.
저 녀석이 폭주하는 게 내 탓인가? 본인의 성정이 난폭하고 말보다 폭력을 좋아하는 것을.
나는 그저 우리가 먼저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밖에 없다. 이게 죄인가?
이게 죄였다면 만신전에 기록된 신들이 내게 천벌을 내렸겠지.
“흠, 흠.”
목을 가다듬는다.
타이탄과 대치 중인 알렌 와이즈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든다.
태도는 여유롭게, 의연하면서도 최대한 부드러운 분위기로.
“죄송합니다. 형제님. 타이탄의 손속이 과했나 보군요.”
“……그쪽은?”
“죄송합니다. 저는 신앙에 모든 걸 바치기로 한 몸. 기존의 이름을 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증명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손바닥 위로 신성력을 피워낸다. 별다른 권능은 행사하지 않고 그저 밝은 빛무리를 발할 뿐.
그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증명하는 데 문제가 없다.
“사제님이셨군요.”
“그렇습니다.”
신성력을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알렌 와이즈는 크게 안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확실한 신원 증명 방식이니 오죽할까.
“타이탄은 저렇게 보여도 용맹하고 정의로운 전사입니다.”
“내가 그렇다. 아주 용맹하고 정의롭지. 이게 왕의 품격이다.”
“……이번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 역시, 저희를 힘 있는 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했다는 점. 참작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고개가 가벼운 놈이군. 잘못이 없는데 왜 고개를 숙이나?”
옆에서 타이탄이 자꾸 이상한 추임새를 넣어 온다. 거슬리긴 하지만 도움은 되기에 그냥 뒀다.
손속이 다소 과했다고는 하지만 먼저 시비를 건 건 저쪽이다.
더군다나 타이탄을 마수 취급하면서 공격했으니 이보다 더 정당한 이유가 없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알렌 와이즈는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길드 안쪽을 향했다.
그때 타이탄이 내 쪽으로 다가오며 귓속말을 했다.
“로스트, 네놈 장단에 맞춰줬으니 기대해도 되겠지?”
뻔한 일이다. 알렌 와이즈가 상당한 강자라는 걸 알아챘겠지.
녀석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알렌 와이즈와의 전투는 바라마지 않을 상황일 거다. 다만 무턱대고 들이받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 나중에 무대를 만들어줄게. 알렌 경이 너와 싸워야 할 수밖에 없는 무대를 말이야.”
타이탄은 예의를 모른다.
다만 떼를 쓴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그저 일방적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그때는 사냥꾼들의 공격에 집중포화 당할 뿐. 타이탄 역시 그걸 알기에 사고를 치지는 않았다.
적어도 인간 세상의 규칙을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물론 수틀리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저지를 것 같긴 하지만…….
내가 고삐를 잘 쥐어야 할 거다.
* * *
“먼저 묻겠습니다. 혹시 사냥꾼이 되실 의향으로 오신 겁니까?”
“예, 타이탄은 수련을 위해 왕국을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백성들을 괴롭히는 마수들을 상대하고자 하니, 제가 어찌 그걸 안 된다고 하겠습니까?”
“포리스 공작령의 마수들은 반쯤 양식장이나 다름없는……. 아니, 아닙니다. 자격증은 포리스 공작령에서만 쓰는 게 아니니…….”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알렌 와이즈가 이내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목적과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는 할 수도 없을 거다.
더군다나 권력도 있다.
타국이라 그리 영향은 끼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은 거절할 수 없ㄷ.
“솔직히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조금 전만 해도 그랬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하는 것 역시 길드 마스터인 제 업무니까요.”
“그 말씀은……?”
“타이탄 씨가 마수들의 영역에 돌아다닐 때, 다른 사냥꾼들이 그를 마수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건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를 들이밀었다. 이미 전례가 바로 여기서 터지지 않았던가.
사람들이 사는 구역임에도 사냥꾼들이 과민반응한 걸 보면 마수 출몰 지역에서는 틀림없이 선제공격을 당할 게 뻔하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의 이야기죠. 뭐, 제 의견으로는 100% 일어날 사고로 봅니다만……. 심증만으로 결정하는 건 가혹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알렌 와이즈는 마냥 안 된다고는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말을 저런 식으로 꺼내지도 않았을 거다.
“타이탄 씨가 마수 출몰 지역에 입장할 때는 반드시 동행자가 한 명 있어야 합니다.”
“합당한 조치군요.”
“그리고 혹여 공격을 당한다고 해도 상대를 죽여선 안 됩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타이탄 씨의 사냥꾼 자격을 박탈하겠습니다.”
“……그건 노력해보죠.”
알렌 와이즈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 타이탄이 왕족이라는 점도 참작의 여지가 있었겠지.
아닌 척해도 알렌 와이즈가 타이탄에 대해 몰랐을 리가 없다.
이 녀석은 에이지 포리스와 직접 연결돼 있으니까.
“뭐, 물론 이 모든 조항도 시험에 합격해야 가능한 얘기지만요.”
“노력해야겠군요?”
“예, 노력해주시길.”
딱히 견제의 의미는 아니다.
사냥꾼 자격시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까.
애초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 중에 글을 읽을 줄 아는 비중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이다.
그러니 필기시험은 없고, 실전과 구두 면접만이 존재한다.
물론 구두 면접이라는 것도 마수들의 특징 같은 걸 대답해야 하기에 사실상 글로 쓰지 않는 필기시험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애초에 그 정도도 못 하면 사냥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럼 시험은 일주일 뒤, 길드 차원에서 안내원을 한 분 붙여드릴 테니 부디 무례는 범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알렌 경. 감사합니다. 알렌 경의 자비를 신들도 지켜보고 있을 게 분명하겠지요.”
“아, 예…….”
알렌 와이즈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뭐, 이런 일이다. 나처럼 예의 차리는 사람은 별로 못 봤겠지.
이런 입에 발린 소리가 불편해질 정도면 가문을 나와 얼마나 자유롭게 살았을지 뻔할 정도다.
“그럼 사냥꾼으로 등록하실 분들의 가벼운 인적사항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사냥꾼 활동 중 어떤 일을 맡을지 적어주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소란이 있었기 때문인지 접수처에서 해야 할 일도 직접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실로 현명한 대처다.
아까 접수처 사람이 타이탄을 보고 비명을 질렀던 걸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었겠지.
“저는 사제로, 전투 외적으로 다양한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어어……. 저는 의사예요. 타이탄 씨가 다치면 치료할게요?”
“예? 아, 예.”
리네아가 의문형으로 말했기 때문일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리네아로서는 아마 내가 전투에 참여할 상황을 숨겨야 할지 고민하는 것일 테고 알렌 와이즈로서는 타이탄이 상처를 입는 경우 자체가 올지를 생각하는 것이리라.
“나는 왕자다. 매우 훌륭하지.”
“……예.”
전사라고 말할 줄 알았지만, 타이탄은 생각보다 자기 정치적 위치를 무기로 쓰는 타입이었다.
물론 알렌 와이즈는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아마 더 이상 상대하기가 싫은 것이리라.
“됐습니다. 그런데…….”
알렌 와이즈가 명단을 넘긴다.
타이탄은 모르겠지만, 나와 리네아는 글을 읽을 줄 아니 독소조항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했다.
읽어보니 알렌 와이즈가 말끝을 흘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사냥꾼 파티 명단.
1. 사제 - 로스트
2. 의사 - 리네아
3. 왕자 - 타이탄
이렇게 명단만 따로 보면 철없는 왕자의 뒷바라지를 하려고 따라붙은 파티로밖에 안 보인다.
뭐, 사실 비슷하긴 하다.
우리 쪽 왕자가 사냥꾼으로서의 실력이 출중하긴 하지만 말이다.
“안내원은 선배 사냥꾼으로 경력이 쌓이면 이 같은 종류의 의뢰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아! 의뢰비는 포리스 공작님께서 내신 거니 금전적 문제는 없을 겁니다.”
포리스 공작령에서는 공작이 직접 후진 육성을 위한 지원을 한다.
공작으로서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고 있는 사람이다.
알렌 와이즈는 목이 타는지 차를 연신 들이켰다. 그런 시간이 흐르는 사이, 길드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와 그에게 귓속말을 했고 알렌은 밝은 미소로 답했다.
“아, 마침 길드 내에 있다는군요.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알렌 와이즈는 그 말과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우리랑은 오래 상종하기 싫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떠넘길 상대가 나타난 걸 반기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이분은 버크 씨로, 나이는 어리지만, 포리스 영지에서 3년은 일한 베테랑 중 한 분입니다.”
“어어, 마스터? 제가 뭐 잘못했어요? 풋내기들 교육이라고 들었는데 이상한 게 섞여 있는데?”
“후진 육성을 그렇게 생각하시니 벌을 받은 거라 생각하시죠.”
“허, 참…….”
알렌 와이즈가 소개해준 사람은 검은 머리의 청년이었다. 나이로만 치면 나보다 한두 살 더 많을까?
“반갑습니다. 저는 로스트라고 합니다. 이쪽은 타이탄. 그리고 이쪽은 리네아 양입니다.”
“이것 참……, 제가 그래도 선배인데 너무 싫은 티를 냈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버크입니다.”
나는 셰이드에게 두 가지 의뢰를 맡겼다. 하나는 대륙 각지에 퍼져 있는 시련의 현 상황에 대해서.
그리고 하나는 바로 눈앞에 있는 대상의 행적에 대해서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버크 라이안을 후진 육성의 담당자로서 만난 건 우연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 일주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버크 씨.”
버크 라이안.
내 오랜 친구. 그리고 교단 최강의 팔라딘인 클레어의 오빠.
불쌍한 피해자이자 불가피한 상황에 빠진 가해자.
나는 과거 녀석의 죽음 앞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녀석을 친구로 생각했었다면…….
그래. 이번에는 적어도 내 손으로 직접 녀석을 죽여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