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화
노아는 헛기침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
몇 미터 떨어진 맞은편엔 윤상열이 있었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의연한 눈으로 노아를 응시하는 중이었다.
“크흠.”
노아는 몇 번인지도 모를 헛기침을 내뱉었다.
네모난 나무 의자에 앉은 노아가 허리를 구부렸다. 그리고 자신이 앉은 부분의 끝에 탬버린을 두었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앉아서 탬버린을 연주할 때 이런 모양새였다. 의자에 탬버린을 두드리는 것이다.
허리를 구부리고 목을 쭉 빼며.
최유현과 거울 앞에서 연습한 자세다.
‘유현이는 이 포즈가 멋지다고 했어.’
하지만 노아는 확신이 없었다.
윤상열의 눈은 먹물을 머금은 것처럼 탁했다. 저곳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과연 멋질까. 알 수 없었다.
그때 노아는 깜짝 놀라며 윤상열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폰을 내밀었다.
“가사는 일본어다. 여기 해석본을 보면서…….”
윤상열은 폰을 받았다.
노아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심호흡을 하고 노래를 부르려던 때, 그녀가 다시 놀랐다.
“아, 폰에 곡이 있다. 재생해줄 수…….”
“제목은?”
“‘연꽃’이다.”
“연꽃…….”
곡을 찾은 듯 윤상열은 폰에서 노아에게로 눈을 돌렸다.
“시작하면 되나?”
노아는 숨을 크게 들이켠 후 탬버린을 한 번 두드렸다.
“그렇다.”
곡이 재생됐다.
아무런 악기도 없이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가 울려 퍼졌다. 몇 초간 연주가 이어지고 그사이에 탬버린이 끼어들었다.
동시에 현실의 노아도 탬버린을 두드렸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반겨주는 건 어둠뿐이야.
바라지 않은 삶이지만
나는 올라가야 해, 위로
위로, 나도 모를 걸 찾아서.”
윤상열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노아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바보처럼 피치가 높기만 했던 노아의 목소리가, 이젠 언어답게 명확한 발음과 고저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상당한 미성(美聲)이었다.
“끝을 모를 시간을 뚫고
이유도 모르며 힘들어하지.
그렇게 지치고 닳아가겠지.”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의 곡이다.
윤상열은 한숨을 내쉬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창작을 처음 할 때 흔히 겪는 일이지.’
긍정적인 태도와 즐거움보다는 부정적인 태도와 우울함에 집중하는 것 말이다.
비극이 희극보다 기억되기 쉽고 사람의 가슴에 깊이 닿는다. 창작자도 그것을 안다.
‘그래서 뭔가 대단한 걸 써야 한단 생각에 부정적인 것만 한껏 응축해두지.’
초보 창작자는 웃긴 것을 우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냥 기분 나쁜 것을 비극으로 생각하곤 한다.
‘이 녀석도 그런 편향에 빠진 거겠지.’
그저 무겁고 진한 감정이 깊은 예술성을 뜻하는 줄 아는, 그런 흔한 실수다.
그때 폰에서 나오는 음악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아르페지오가 스트로크로 바뀌었다. 템포가 빨라졌고 음은 상승하여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완전한 반전은 아니었다.
마치 씨앗이 흙을 뚫고 올라가듯이, 그건 점진적인 변화였다.
노아의 목소리 또한 음이 한 단계 높아졌다. 남자처럼 1옥타브에서 맴돌던 게 2옥타브로 상승했다.
“힘들고 괴롭고 꺾이고
나만의 고통이 아니야
우리의 길은 중력의 역방향
땅이 우리를 당기고
드러누우라 해도
태양으로 나아가는 게
우리의 길…….”
하이라이트에 들어섰다.
레가토,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는 부드러운 비상이 이어졌다.
“넘어졌다고 끝이 아니야.
땅에 닿은 머리는
어제보다 더 나아간
새로운 출발점이야.
친구야, 울지 말아줘.”
노아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감정이 격해진 건가?
아니었다.
‘비브라토.’
일부러 목소리를 떤다.
음이 위아래로 상승하고 하강하길 반복한다. 그게 초당 몇 번이나 발생한다. 성대의 떨림으로 이루어내는 테크닉이다.
“우리가 바란 삶이 아니지만
우리가 걸어온 길이니까.”
비브라토가 이어진다. 그리고, 윤상열은 자신이 처음 떠올렸던 감정이 옳다고 생각했다.
노아는 일부러 우는 목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울먹임과 함께 희망을 담아, 그녀는 노래했다.
“새겨진 이 상처를
흉터가 아니라
별자리라고 부르자.
우리의 길을 잡아줄 별은
저 먼 하늘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겨져 있어…….”
* * *
자신은 글로브가 되어선 안 됐다. 그 불편한 감정과 제대로 마주하게 된 건 최근이었다.
그녀가 아이돌이 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 일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일을 하며 이유를 찾아낸다면 모를까.
‘나는 뭐지?’
글로브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설 때마다.
아니, 함께 연습할 때조차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진지하게 아이돌에 임한다. 다들 명확한 목적과 그리는 꿈의 풍경이 있다. 그걸 위해서 잠도 줄이고 괴로움을 감내하며 아이돌로 살아간다.
그에 비해, 노아는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영부영 아이돌이 되었을 뿐이다.
‘나는 대체 뭐지?’
동료들의 슬픔과 괴로움, 기쁨과 행복에 공감할 수 없었다. 노아는 번 돈에 기뻐하며 어떤 주식을 사면 좋을지나 찾아보았다.
사실, 일부러 관심 없는 척을 한 것이었다.
진지하면, 진지해서 좌절하면, 너무나도 괴로울 테니까. 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선 안 됐단 사실을 더욱 강하게 자각하게 될 테니까.
만약, 만약에…….
‘내가 아니라, 소녀연맹이 된 아름이가 내 자리에 있었다면…….’
글로브의 모두는 더 행복했을 것이다. 어쩌면 다들 이미 꿈을 이뤘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은 글로브의 구멍이다. 아무것도 특출난 게 없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무언가였다.
자장면은 그 상징이었다.
때론 엄격하지만 모두에게 자상하며 진심을 내보였던 성필을 나가게 만든 건, 바로 노아였다.
노아가 먹은 자장면이 성필을 쫓아냈다.
그것 때문에 모두가 괴로워했다.
‘소민이도, 지유도, 세라도, 말은 안 했지만 정진이도…….’
노아 본인조차도.
그것만 해도 모두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었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로 글로브가 성장하지 못한단 생각을 하게 되면, 노아는 더는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필요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자리가.
‘윤 피디는 말렸었지.’
거기에 가봤자 엑스트라가 될 뿐이라고.
하지만 노아는 가기로 했다. 이대로 글로브의 구석진 자리에서 어중간하게 존재하기보다, 고통을 겪고서라도 성장하길 바랐다.
모두와 함께 연습에 진지하게 임하고 싶었다.
모두와 함께 무대 위에서 기뻐하고 싶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진지하게 아이돌에 임하여, 때론 좌절도 하겠지만, 진정한 행복을 손에 넣고 싶었다.
“모두가 보고 싶지도 않아 하는
더러운 진창 속에 내가 있어.
기대조차 받지 못하지만
열심히 나아가곤 있어.”
그러나 노아가 겪은 건, 글로브 때보다 훨씬 더 큰 소외감뿐이었다.
리카와 에리카에 비하면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걸 알고부터 매일 우울했다.
이대로 무대에 서봤자 엑스트라다. 아니, 엑스트라조차 되지 못한다.
사무라이 걸즈에 피해만 줄 게 뻔하다.
“상처받지 않아도 되겠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포기한다면, 포기하기만 한다면
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겠지.”
그러니 뭐라도 해야 한다.
엑스트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런데, 아…….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
넘어지고 다치길
멈추지 않을 거야.”
행복하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최유현과 연습할 땐 찾지 못한 행복이었다.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윤상열은 첫 번째 관객이었다.
아이돌이 되고 난 후 노아가 처음으로 마주한, 진짜 관객이었다. 그녀가 진심을 전해주고자 마음먹은, 첫 번째 관객…….
“세상과 처음 마주한 아기가
흘리는 눈물은 슬픔이 아니야.
빛을 보기 위해선 울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흘린 눈물은
우리가 싸워온 증거야.”
최유현은 노래가 이야기라고 했다.
뮤지션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다. 단지 그 방법이 노래일 뿐이다. 노래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답을 얻길 바란다.
노아도 그러했다.
“이 울음은 그치지 않아.
태양을 보기까지 계속돼서
비가 되어 스며들 거야.
포기했다면 얻지 못할
거름인 거야.”
윤상열에게 답을 받고 싶었다.
곡이 피날레에 들어섰다.
격한 연주와 한껏 고조된 분위기, 빨라진 템포.
높아진 목소리.
자신조차 모르던 아름다운 음색으로, 노아가 최후를 향해 달려갔다.
“태양아 안녕
우리는 진창에 피어난 꽃.
이 빛이 내가 태어난 증거.
내가 짓는 최초의 미소.
오늘이 웃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더라도
웃을 수 있었으니까
이전에 흘린 눈물은
모두 의미가 있던 거야.”
태양아, 안녕!
태양아, 안녕.
태양아.
“안녕…….”
우리는 진창에 피어난 꽃.
별자리를 품고 태어난
진창에 피어난 꽃.
기타의 현이 진동을 멈추고 잦아감에 따라 노아의 탬버린도 흔들림을 멈추었다.
그녀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시선을 똑바로 들었다. 윤상열과 마주 보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눈동자는 더욱 선명하고 밝게 빛났다.
“제이팝을 많이 들어봤다. 우리나라 노래…… 아, 아니, 한국 노래랑 공통점을 찾았다. 제이팝과 가장 비슷한 건 힙합이야. 꿈이 있고, 노력이 있고, 희망이 있다. 스타일은 달라도 주제가 같다. 그런 이야기를…….”
윤상열은 노래가 시작된 이후 조금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도 노아가 계속 말을 하도록 두고 있었다.
노아는 그게 두려웠다.
실컷 말하게 하고 순식간에 태도를 뒤바꿀까 봐. 그 비난에 자신이 무너지게 될까 봐.
하지만, 노아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길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틀에 박힌 근성론이고, 이미 흔해질 대로 흔해진 위로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들으면 유치하다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난 이 감성이 먹힐 거라고…….”
노아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다.”
그녀는 긴장하여 굳은 입꼬리를 올렸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감정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감성이 먹힐 거라는, 그런 계산적인 이야기 따위 하지 않겠다.
“나는, 이런 흔해 빠진 감성이 좋다. 꽃이 비를 머금고 긴 시간을 거쳐 피어난다는, 이런 흔해 빠진 비유가 좋아. 한국 힙합 팬들도, 일본의 제이팝 팬들도 지겹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게 좋다.”
노아가 탬버린을 꽉 쥐었다.
“나는 이 곡으로 하고 싶다.”
“…….”
윤상열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실핏줄이 흰자를 거미줄처럼 가로질렀다. 그가 얼마나 자신을 혹사하고 있는지 눈만으로 알 듯했다.
윤상열은 손으로 눈가를 매만졌다. 그러다가 손꿈치로 눈두덩을 꾹 누르며 마사지했다.
그 상태로, 그가 말했다.
“형편없군.”
노아의 손에 들린 탬버린이 축 늘어졌다.
“그런, 가.”
우울했던 것도 잠시, 노아가 헤헤 웃었다.
“그렇구먼. 형편없는가.”
노아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그 소릴 들으니 후련하다. 유현이 말이 옳았어. 고작 한마디 듣는 게 두려워서 머뭇거리는 건 바보가 하는 짓이었다.”
노아는 허리를 꾸벅 숙였다.
윤상열은 아직도 눈을 마사지하고 있어서 그걸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아는 최대한의 예를 표했다.
“바쁠 텐데 미안하다. 들어줘서 고맙다. 평은 박했지만…….”
노아는 허리를 펴곤, 미처 숨기지 못한 슬픔을 드러낸 채로 씩 미소 지었다.
“윤 피디는 내 첫 번째 관객이다. 키이테쿠레테 아리가토고자이마스(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아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때였다.
“레코딩이 형편없어. 곡도 너무 비었고.”
노아가 윤상열을 홱 돌아보았다.
“몇만 원짜리 마이크로 했나 보군.”
윤상열이 눈에서 손을 뗐다. 건조한 눈이 오랜 시간 비벼져서인지, 분비된 눈물로 눈가가 젖어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탬버린이라니, 인디 느낌도 정도껏이어야지. 최유현을 불러라.”
“유현이는 왜…….”
“내가 편곡을 해주겠다.”
“어……?”
“망할.”
윤상열은 모니터로 몸을 반쯤 돌렸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닫아버렸다. 방금까지 만들던 곡이 깡그리 사라졌다.
“또 처음부터인가.”
“유, 윤 피디…….”
“못 들었나? 빨리 최유현을 부르…….”
“윤 피디!”
노아가 윤상열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윤상열이 기겁했다.
“고맙다 윤 피디!”
“나, 나한테 붙지 마! 붙지 말라고! 이거 성추행이야, 붙지 말라……!”
작업실 문이 벌컥 열렸다.
라희였다. 그녀는 서류를 보며 들어오다가 멈춰 서선 이미 열린 문을 노크했다.
“유구성 피디님이 지출 목록 작성한 거 확인해달라고 하시…… 아?”
라희의 눈에 윤상열을 껴안은 노아가 들어왔다.
“아…….”
라희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그 광경을 찍었다. 당황한 윤상열과 순진무구하게 라희를 바라보는 노아.
“징계위원회를…… 열어야겠네요. 성폭행으로…….”
“아, 아니다. 오해야. 이 바지가 헐렁해서 주름이 잡힌 것뿐이…….”
“노아가요.”
“에에에엑?!”
* * *
유빈이 숙소로 돌아왔다. 강현은 폰으로 보는 아이튜브 영상에 집중한 채 물었다.
“늦었네.”
“어…….”
유빈은 멍했다. 강현은 회의가 길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유빈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앉았다. 원래 그는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옷부터 갈아입는다.
이것마저 강현이 무시할 순 없었다.
“무슨 일 있었어?”
“말해도 못 믿을 거야.”
“뭔데 그래?”
강현이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연예인이라도 만났어?”
“윤희연 이사님 있잖아. KS 엔터 총괄 피디.”
“아…… 최근에 바뀌었다지?”
“그분이 나한테 상담해줬어.”
“상담? 프로젝트 관련해서?”
“그것보다 대단한 건, 그분이 아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신 거야.”
“뭐어?”
믿기 어려운 일…….
‘아니지.’
이미 그 프로젝트에는 가로 엔터의 성필과 석세스 엔터의 윤상열이 있다.
그뿐인가? 소녀연맹의 뮤직 프로듀서인 정지음과 KS 엔터의 전 수석 프로듀서였던 강동현도 있다.
윤희연은 급이 아예 다르긴 하다만, 못 믿을 정도의 일은 아니다.
“처음엔 무서웠거든. 근데 얘기를 나눠보니까…… 그분이 들어오신 게 진짜 다행이야.”
“뭐라고 하셨는데?”
“그냥, 많이. 도움이 됐어.”
그제야 유빈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샤워하며 그는 윤희연이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구체적인 조언은 없었지만, 지금껏 품었던 고민을 전부 해소할 만한 충고가 가득했다.
처음에, 유빈은 윤희연에게 명확한 조언을 구했다. 카와이 베이스로 괜찮겠는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야 하는가.
윤희연은 바로 답했다.
‘제가 하라는 대로 하려고요? 아깝다.’
‘아깝다뇨……?’
‘프로듀싱은 로켓 발사예요. 사람들은 공중에서 폭파한 로켓을 보겠지만, 그 로켓을 만든 과학자들은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보거든요.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게 현실이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알 수 있는 기회예요.’
‘실패해도 된다고요? 안 돼요! 실패하면…….’
‘유빈 씨의 꿈은 프로듀서죠? 만약 누군가의 조언으로 일을 결정하고 실패했을 때, 원망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
‘그래선 안 돼요. 원망하는 건 자신이어야만 해요.’
윤희연은 경멸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녀는 ‘보통 사람’이란 말을 쓰는 걸 좋아했다. 마치 자신은 그 보통이 아니란 것처럼.
‘보통 사람들은 실패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한 일을 돌아보는 것조차 싫어하죠. 오직 감정적으로 반응해서, 불쾌함만 남아요. 왜 실패했는지 찾지 않고 원망할 대상만 찾죠. 정말…… 인생을 살면서 저주를 하나 끼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쩔 수 없죠. 그건 본능이고, 보통 사람들은 본능을 거스를 수 없으니까.’
사건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물론 자신이 벌인 일이니 객관적으로 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바둑과 체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복기이다. 아무런 깨달음 없이 게임을 계속해봤자 실력은 거의 늘지 않는다.
‘그때 했던 결정, 판단, 흐름, 그리고 실수했던 지점을 오직 자신만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거. 그건 유빈 씨의 인생에서 정말 큰 어드밴티지가 될 거예요. 그 기회를 포기하겠다고요? 제가 포기하게 만들지도 않아요.’
두 번째로, 유빈은 질문을 달리했다.
카와이 베이스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 보아서 알겠지만, 윤상열이 극렬히 반대한다. 대중적인 성공을 끊임없이 이뤄냈던 작곡가가 말이다.
‘제 목적과 떨어진 장르잖아요. 대중에게 통하지 않을 거다…… 실은 저도 알고 있어요. 가슴은 부정하지만, 머리가…….’
‘가슴이 옳네요.’
‘네?’
‘사람들이 말하잖아요. 대중이라고요.’
그런데 그건 그냥 자기가 욕하는 사람을 자신만의 카테고리로 모아 ‘대중’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뿐이다.
‘상상 속의 범위라고요, 사람들이 말하는 대중이라는 건요.’
‘그럼 아까 윤 이사님이 말씀하신 보통 사람이란 것도 상상 속의…….’
‘그건 실제예요. 롤 알아요? 게임.’
‘네…….’
‘사람들이 다 잘하고 싶어 하죠? 못한단 말 들으면 화내고요. 그런데, 게임 끝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하고 개선할 점을 찾는 사람 본 적 있어요? 패배는 남 탓이고, 이기면 그냥 내가 잘해서 이긴 거고. 다 말뿐이에요.’
만약 그런 사람을 본 적 있다면, 그건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에 비해 취향으로 나눈 대중은 상상 속의 구분이에요. 대중적인, 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라고요. 존재하는 건 범위예요. 특정한 취향을 공유하는 인간의 범위를 지정하고, 거기를 타깃으로 두는 거예요. 대중적인, 마이너한, 생각하기 싫어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말이죠.’
마지막으로, 유빈이 물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과 판단의 논리가 있고 그게 합당하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되겠죠.’
‘그런데 확신이 없어요. 표본을 뽑아서 들려주고 좋은지 아닌지를 물을 수도 없고…….’
‘결국 끝까지 가지 않으면 모른단 거죠?’
‘네. 그러니까 지금까지 통했던 대로 익숙한 장르로 하는 게…….’
‘다 그런 식으로 했으면 세상이 어떻겠어요? 쓰레기들만 넘쳤겠죠. 혁신이라곤 없는 곰팡이들요.’
‘KS 엔터가 정점에 선 이유는 모방이 아니라 창조에 있다‘라고, 그녀가 설명했다.
‘물론 성공만 있지 않았죠. 하지만, 이만한 토양을 다지고 금자탑을 쌓을 수 있던 건 혁신과 도전에서 피어난 성공 덕분이에요. 뼈아픈 실패도 있었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단 걸 알아도 계속 도전해야 해요. 아까 말했다시피.’
선택과 판단에 논리가 있고 그게 합당하며, 원하는 목표에 부합한단 믿음이 있을 때.
‘그렇게 행동하면 돼요.’
‘어떻게…….’
이건 프로듀싱에 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어떻게, 실패할 가능성이 있단 걸 알고 뛰어들 수 있어요?’
‘불확실성을 편하게 받아들여요. 누구도 성공을 예상할 순 없어요. 현실은 비디오 게임처럼 플레이어가 편하게 느끼도록 확률에 일부러 오류를 집어넣지 않아요. 100번 연속으로 동전의 앞면이 나올 수 있는, 진짜배기 현실이란 말이에요.’
사람들은 동전이 100번 연속 앞면이 나오면 사기라고 생각한다. 아니, 3번만 연속으로 나와도 의심하기 시작한다.
확률에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원시적인 뇌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쁜 일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건 이상하지만, 좋은 일은 영원토록 이어져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편향적인 뇌 구조를 깨부수어야 ’보통 사람‘에서 벗어난다.
‘불확실성이 답이에요. 그러니 제가 드릴 마지막 조언은 이거예요. 확신은 낮추고, 생각을 더 하세요. 그 끝에 쥔 믿음이야말로 프로듀서의 덕목이겠죠.’
유빈은 샤워기의 물을 잠갔다. 몸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모든 선택과 판단, 행동에 논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목적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그대로 해도 돼.”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
사람은 성패를 완벽히 파악할 수 없으니까.
이젠 성필이 했던 말이 전부 이해된다. 그가 말을 아꼈던 것도, 조아라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그리고 유빈에게 답을 주지 않았던 것도.
결국엔 모든 게 의견일 뿐이다.
사실과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답이 있다면, 그건 프로듀서의 의견뿐이다.
“뽕짝으로 한대음을 수상하는…….”
그런 기적을, 만들어 보이겠다.
유빈은 몸을 거칠게 닦아냈다. 팬티만 걸치고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야 씨 물 다 떨어지잖아!”
“미안 미안!”
강현의 일갈에도 유빈은 핸드폰부터 잡았다.
사무라이 걸즈 톡방에 선언할 생각이다. 드디어 이 길었던 고민의 마침표가 찍힌다.
윤희연과 상담하기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왔다.
타인에게 답을 바라기도 했었다.
그런데 답은 이미 내려 있었다.
‘어차피.’
성필이 했던 말마따나.
‘나만큼 이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전부 몇 초의 고민도 없이 내는 의견일 뿐이다. 몇만 원만 걸라고 해도 금방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자각할 것이다.
칸트도 이러한 말을 했었다. 돈을 거는 내기가 모든 멍청한 소리를 차단하는 해법이 될 거라고.
의견을 낼 때마다 정답인지 오답인지 10만 원만 걸게 하면, 세상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인간이 99.9%는 줄 거라고.
그렇지 않은가.
누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잘난 듯 떠든 비난과 비판 같은 것에 돈을 걸겠는가. 그냥 자기 잘난 맛에 썼을 뿐, 어떤 고민도 담기지 않은 소리를.
그냥 다 개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들은 반대도 마찬가지.’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엔 모두 타인이고 부외자다.
이게 윤희연과 성필이 말했었던…….
‘프로듀서의 자질.’
믿음이다.
유빈이 톡방에 자신의 판단을 적어냈다. 그런데 그보다 빨리 글이 올라왔다.
유빈이 글을 쓴 것과 거의 동시였다.
[노아: ’(파일)연꽃’.]
[유빈: 사무라이 걸즈 프로젝트는 카와이 베이스로 가겠습니다. 확정입니다.]
[노아: 자작곡입니다. 이 곡으로 프로젝]
[노아: 네?]
[유빈: ?]
유빈의 손가락이 굳었다.
물음표를 치고 나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빈은 떨리는 손으로 또 톡을 보냈다.
[유빈: ?]
[윤상열: 회의합시다.]
그때였다.
톡 화면이 사라지고 통화 수신 화면이 떴다. 리카였다. 유빈이 얼떨떨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선배님!]
“네, 후배님. 혹시…….”
[아타시(저)는 일본으로 가버려요!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부탁한다고? 뭘?
[노아 씨와 윤상열을 설득해주세요!]
* * *
“내일이지?”
회의가 끝나고, 홍규헌이 성필만 따로 남겼다.
“예, 내일 일본으로 갑니다.”
홍규헌은 성필의 어깨를 부드럽게 만져주었다.
“잘하고 와야 해.”
소녀연맹은 웨벡스와 3년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었다. 그리고 내년에 3년 계약이 끝난다.
웨벡스는 그전에 계약 갱신을 희망하고 있다. 성필은 그 일을 위해 직접 웨벡스로 가는 것이다.
“어째, 애들이 저 없이 일본 활동한 적이 없는 거 같네요.”
“어떻게 일이 있을 때마다 타이밍이 맞네. 자꾸 외국 가느라 힘들지? 미국도 그렇고.”
“아니요. 애들이랑 있으면 저야 좋죠.”
“젊은 애들이랑 부대끼니까 좋지?”
“저는 사장님이랑 있는 게 더 좋은데요?”
“아부하는 솜씨가 굉장해.”
“아부 아닌데요? 진심인데요?”
“첫째, 그 말은 소녀연맹 앞에서 할 수 없어. 둘째, 표정이 얄미워.”
“사장님이 먼저 잘못하셨잖아요.”
“미안. 애들로 이런 농담하는 건 선 넘나? 아니 근데 우리 둘뿐인데 하면 좀 어때서. 아무튼.”
홍규헌은 성필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잘하고 오란 거야.”
성필은 오늘 회의에서 나왔던 의제를 떠올렸다. 웨벡스와의 계약을 이어가야 하는가, 그게 의제였었다.
웨벡스가 들으면 배은망덕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소녀연맹이 일본에서 그만한 성공을 구가한 건, 물론 소녀연맹의 덕도 있지만 웨벡스의 전방위적인 영업이 큰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의제가 올라온 이유가 있었다.
“예.”
성필은 가로 엔터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계약을 이끌어야 한다.
그걸 위한 일본행이다.
성필은 사장실에서 나왔다.
웨벡스의 히무라와 미사토의 얼굴을 떠올리니 가슴이 적잖이 무거워졌다. 비즈니스적으로만 대하기엔 사적인 자리를 너무 많이 가졌었고, 관계도 깊어졌다.
‘그런 일을 겪었는데, 깊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런 일.
그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세이코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 갈 때마다 세이코도 보았던 듯하다.
세이코…….
‘올해야말로 꽃미남 밴드맨과 사귀셨을까.’
세이코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세이코에게서 연락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면 선물을…….’
성필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복도를 걸었다.
‘선물을 사드려야겠네.’
톡톡.
누군가 성필의 등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성필이 뒤로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다.
아래를 보자, 장하양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성필은 그녀를 보고, 다시 앞을 향하여 걸었다.
“요즘 기가 허한가.”
톡톡.
또 장하양이 성필의 등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또 쪼그려 앉아 있겠거니 싶어서 뒤로 홱 돌았다.
“흐억?!”
장하양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거의 코가 맞닿을 거리였다.
성필이 황급히 물러나자 그제야 장하양이 웃음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어, 그래…….”
“기가 허하신 거 아니에요. 저였어요.”
“알고 있었어. 장난 바리에이션이 계속 다양해지네.”
“마음을 놓을 수 없죠? 적절한 긴장감?”
“내일 일본 가잖아. 회사엔 웬일이야?”
“정산 관련해서 여쭈고 싶은 게 있어서요. 민감한 문제기도 해서, 직접 찾아뵈려고요.”
“정산?”
소녀연맹은 최근 3분기 정산을 받았다.
조아라가 차 다음은 집을 사니 뭐니 들떠 있던 게 기억난다. 지방에 꼬마 빌딩을 하나 사서 세를 받겠다던가.
한구인은 제대로 관리하기도 힘들 테니 그만두라고 했었다. 조금 더 돈을 모아서 서울이나 경기도를 알아보라고 말이다.
“걸리는 점이라도 있어?”
“제가 멤버들이랑 비교해봤는데요.”
“애들이랑 정산금을 비교해봐……?”
“네.”
돈은 민감한 문제라 같은 그룹 멤버들끼리도 쉽사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하면 서로 수입이 다른 것에 불만을 느낄 수도 있고, 열등감이나 우월감 때문에 사이가 서먹해질 수도 있다.
친구, 연인, 가족, 어떤 소중한 관계든 돈이 엮이면 변질된다. 이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성필은 떨떠름했다.
이번 정산은 장하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 혹시?’
자신만 받는 돈이 너무 많아서 이상하단 걸까?
“계산을 해봐도, 제가 모르는 돈이 들어와 있어요. 광고비도 아니에요. 애매하게 몇천만 원이 더 많아요.”
“음, 같이 한 이사님한테 가볼까?”
“네.”
한구인은 장하양의 말을 듣곤 바로 원인을 찾아내었다. 원인이라고 할까, 장하양이 알 수 없다고 했던 정산금의 원천이었다.
“저작권료입니다.”
“‘송 포 피플’이요? 그거라기엔…….”
“아니요. 다른 곡입니다. 작곡가로 등록이 돼 있습니다.”
“제가 작곡가요?”
장하양의 얼굴에 당황이 번졌다.
“저는 작곡에 참여한 적이 없는데요…….”
“토모에란 분을 모르십니까?”
토모에라면…….
“아.”
성필이 먼저 누구인지 떠올렸다. 그를 향해 가슴의 악마라고 했던 여자였다.
미사토가 새로 키우던 여자 솔로 뮤지션.
“그러고 보니 하양아, 네가 토모에 씨 작곡을 도와줬었다면서.”
“그랬긴 한데…… 그건 연습곡이었어요. 그거 때문이라기엔 금액이 너무 많아서…….”
“알아보겠습니다.”
한구인은 몇 번 자료를 검색해보더니, 어떤 곡에서 저작권료가 징수되는지 알아냈다.
“‘코이토 히토(恋と人, 사랑과 사람)’라는군요.”
“……저, 한 이사님.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작권료로 수천만 원을 버는 건 어려워요. 제가 작곡가로 끼었다지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한테 분배되고서 저한테 돈이 들어오잖아요. 그걸로 수천만 원이 추가된다는 건 이상해요. 다른 게 있는 거 아닐까요?”
성필은 장하양의 태도에 감명받았다.
보통 돈이 들어왔으면 출처가 애매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법하다. 일단은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장하양은 좋은 일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령 좋은 일이더라도, 그게 부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거부하는 것이다.
‘잘 자랐어.’
처음 만났을 때 20살의 아이였던 장하양. 그녀는 이렇게나 올바른 어른으로 자라났다.
물론 그때도 올발랐고, 지금도 천사 같다.
가로 엔터 공인 천사인 장하양은 출처를 모르는 돈 때문에 곤란해했다.
“알아봐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러면 제가 더 찾아보고 연락드리겠…….”
“‘코이토 히토’요?”
옆자리의 권아인이 의자를 끌어 한구인의 옆으로 다가왔다. 바퀴 달린 의자가 주르륵 미끄러져 한구인에게 부딪쳤다.
한구인이 그 충격으로 몇십 센티미터 밀려나자, 권아인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쿡쿡 웃었다.
이사를 괴롭히는 경리…… 신기한 풍경이다.
“그거 되게 유명해요.”
“일본에서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을까요? 잘은 모르지만요.”
“네?”
장하양은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였다.
“세계적으로요? 어떻게……?”
“‘클락’에서 유명하던데요. 제가 거의 ‘클락’ 중독자라 우리나라 거 말고 외국 거도 팔로우해서 다 보거든요. 생성된 동영상이 수백만 개는 될걸요. 어제께인가, 우리나라 차트에도 들었다고 지나가면서 봤는데. 애니메이션 안 낀 제이팝으로 몇 년 만이라던데요.”
성필이 급히 폰을 꺼내어 워터멜론 차트를 확인했다. 그러자 확실히 있었다.
절대 있을 리가 없는 한자 제목의 곡이.
[恋と人 ― Tomoe]
워터멜론 차트 98위.
제이팝이 한국의 차트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