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6화
유우토는 뇌 정지가 와서 삐걱댔다. 홍규헌과 홍연헌이 자매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다.
“사장님을 뵈시겠습니까?”
유우토를 흥미 깊게 관찰하던 홍연헌은 성필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규헌이를 볼 일은 아니고요. 일 마치면 인사나 잠깐 하러 갈 거예요.”
“그러면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음.”
그제야 홍연헌이 성필을 쳐다보았다.
“마침 가장 좋은 분이 계시네요. 박 이사님.”
“저 말씀이십니까?”
“시간 괜찮을까요? 일 이야기예요.”
과거에도 홍연헌이 찾아온 적이 있긴 했다.
처음엔 동생인 홍규헌을 보러, 두 번째는 소녀연맹의 콘서트와 관련한 일이었다.
‘홍연헌 사장님이 일이라고 표현할 거면…….’
공연기획사 ‘시지프’의 대표인 그녀가 제안할 건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콘서트다.
‘소녀연맹의 콘서트 규모는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수준으로 커졌어. 이 기세를 계속 이어 나갈 수만 있다면 돔·스타디움 공연도 꿈이 아니겠지.’
공연기획사 입장에서 소녀연맹은 성공이 보장된 계약 상대이다.
옛날엔 실패했지만, 홍연헌이 다시 눈독을 들여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응접실로 가실까요?”
홍연헌이 알겠다며 먼저 걸음했다. 몇 번 찾아와서 그런지 응접실 위치를 아는 듯했다.
그녀와 함께 걸으며, 성필은 위압감을 느꼈다. 그녀의 신분 때문에 느끼는 위압감이 아니다. 순수하게 그녀의 피지컬 때문이었다.
힐을 신은 진소유보다 체고(體高)가 높다. 당연히 성필보다도 키가 컸다.
‘어떻게 자매가 이렇게 차이가 크지?’
아버지나 어머니 쪽 중 어느 한쪽이 키가 매우 큰 모양이다.
홍규헌은 한국 여성 평균 신장보다 작은 걸 보니, 부모 중 작은 쪽의 유전자를 많이 받은 듯하다.
성필은 만약 홍연헌과 홍규헌의 키가 뒤바뀌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았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둘이 응접실에 자리하고 로드 매니저 중 한 명이 음료를 내왔다.
홍연헌이 기다렸단 듯 음료를 비웠다.
“아, 집은 싸늘했는데 나와서 걷자마자 더워 죽겠는 거예요. 아직 완연한 가을은 아니네요.”
그건 맞는 말이지만, 더워 죽을 정도는 결코 아니다. 대체 어떤 식으로 걸으면 더울 정도로 몸이 뜨거워질까.
선천적으로 열이 많은 체질인 모양이다.
“자, 이야기 시작해볼까요?”
“예.”
“맞춰보세요.”
“……일 이야기로 오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놀리는 건 그만둬주시지요.”
“말투 완전 딱딱해. 우리 오빠한테도 그렇게 했어요?”
우리 오빠.
홍규헌에겐 오빠가 여럿이지만, 성필은 홍연헌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성필이 최근에 만난 홍씨 일가의 남자 형제라고 한다면 당연히 홍문헌이다. 장남 말이다.
“그러고 보니 화장도 안 했네요? 그날은 힘주고 간 거구나.”
“으, 므.”
홍문헌이 형제자매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거지? 성필 자신 따위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주변에 꽤 여러 말을 하고 다닌 모양이다.
심지어 성필이 공들여 화장한 사실까지 말이다.
“익숙함에 속으면 안 돼요. 긴장을 잃는 순간 관계는 끝이니까요. 결혼이란 사슬이 없고서야 매일 긴장의 연속이어야죠.”
대체 무슨 착각을 하는지.
성필은 저 입을 막게 하려면 그녀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단 것을 직감했다. 그녀의 요구대로, 어째서 그녀가 이곳에 왔는지 추리했다.
“소녀연맹 일입니까?”
“맞아요.”
“저희는 이미 ‘아틀라스’와 일하고 있습니다.”
가로 엔터는 공연기획사 ‘아틀라스’의 조진만 사장과 오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초의 협업은 소녀연맹의 팬미팅이었고, 최근의 미주 투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주었다.
조진만은 홍연헌의 회사인 ‘시지프’ 소속이었다. 홍연헌의 말에 따르면 조진만이 노하우를 쏙 뽑아먹고 독립하여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홍연헌이 눈엣가시로 여길 만하다.
“물론 시지프와 일하면 이득이 많겠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틀라스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미주 투어 때도 고생했고요. 시지프가 지닌 글로벌 노하우는 소녀연맹의 공연 퀄리티와 효율성, 수익을 상승시킬 수 있겠지만. 저희는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완전 잘못 짚었는데요.”
아니라고?
성필은 그녀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녀의 마음이 눈에 비치기라도 하는 양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홍연헌이 100점을 아쉽게 놓친 학생을 격려하는 것처럼 쓰게 웃었다.
“그 일은 옛날에 조진만 사장님이랑 잘 마무리 지었잖아요. 저 뒤끝 있는 성격 아니에요. 아니면 내심 아쉬우셨어요? 우리랑 일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 그러면서?”
“그걸 제외하면 오신 용무를 모르겠네요.”
“무거운 주제는 아니구……. HPT 뮤직 어워드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게 저희 시지프인 건 아시죠?”
물리적으로 구현한다, 라.
꽤 어려운 말을 쓴다.
쉽게 말하자면 홍연헌이 HPT 뮤직 어워드의 공연 기획자라는 뜻이다.
HPT 뮤직 어워드에 출연하는 모든 기획사는 홍연헌을 통해 무대를 설계해야 한다. 그건 가로 엔터도 마찬가지다.
“시상식 구성 같은 건 제 관할이 아니긴 한데, 재밌는 생각이 있어서 말해봤더니 의외로 긍정적이어서요.”
거짓말, 성필은 그리 생각했다.
홍연헌은 시상식 무대 구성에 발휘할 영향력이 충분하다.
홍연헌의 도움인지 계략인지, 덕분에 소녀연맹이 1부 피날레 무대를 맡기도 했었으니까. 그 당시엔 이름값이 낮은 편이었던 소녀연맹이 피날레를 맡으니 민심이 흉흉했었다.
KS 엔터 팬덤이 단체로 침묵했을 땐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어쨌거나 결국 전설적인 라이브를 남겼으니, 그건 홍연헌의 도움이었다고 봐야 하리라.
“궁금하시죠?”
“네, 궁금하네요.”
“별건 아니고 특별 무대예요.”
“소녀연맹은 이미 15분을 할당받았는데…… 거기서 더 주시겠단 겁니까?”
“네. 특별 무대니까 4분에서 5분 정도요.”
“곡 하나 들어갈 시간이네요. 누구랑 같이 출연하는 겁니까?”
HPT 뮤직 어워드는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하지만 이름만 그러할 뿐, 사실상 케이팝 장르 시상식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렇더라도 케이팝 아이돌만 출연하진 않는다. 그해에 좋은 성적을 거둔 솔로 뮤지션들도 적은 비율이지만 나온다.
명색이 타이틀만은 대중음악 시상식이니까.
케이팝 아이돌이 그런 뮤지션들과 합동 무대를 짜는 일은 드물지 않다.
‘올해에 돌풍을 일으킨 가수라면 꽤 있지.’
드라마 OST가 두세 개 정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혹은 솔로로 데뷔한 어느 아이돌의 곡이 예상외의 선전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러브 레스큐 효민이 월간 차트 1위라는, 뮤지션이 평생에 걸쳐 한 번 달성하기도 어려운 대기록을 이뤄냈다.
이왕이면 효민과의 무대라면 좋겠다.
“그건 가로 엔터가 정해야 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그걸 저희가 정하는 거면…… 사실상 소녀연맹에게 그냥 5분이 더 배정된 거랑 같지 않습니까?”
분명 다른 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골치 아프거나 특별한 노력을 요하는 조건이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직접 찾아오실 리가 없으니까.’
누구랑 같이 특별 무대를 꾸며달라, 이런 제안은 그냥 가로 엔터로 연락하면 그만이다.
역시나, 홍연헌이 긍정했다.
“특별 무대엔 조건이 있어요. 주제가 있는데, 바로 다른 그룹 간의 듀오예요.”
“듀오…….”
그래서 특별 무대구나.
이런 제안이 가로 엔터에 온 것도 이해가 간다.
‘가로 엔터는 더 이상 소녀연맹 원툴 기획사가 아니니까.’
패밀리십이라는 게 있다.
한 기획사의 아이돌과 소속 뮤지션들끼리 특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KS 엔터가 대표적이다. KS 엔터는 아예 해마다 소속 아이돌이 전부 출연하는 자체 콘서트까지 열고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선후배가 컬래버레이션 곡을 내거나, 곡에 피처링을 해주는 경우도 해마다 몇 번씩 있다.
KS 엔터 자체를 덕질하는 팬들이 많은 건 이러한 패밀리십 전략 덕택이 크다.
반면 강성욱 대표의 SMS 엔터는 패밀리십과 거리가 멀다. 모든 그룹은 단일한 하나의 존재로 취급된다.
이준호 회장의 YJS 엔터는 그 둘의 중간 정도이다.
각자의 방향성에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가로 엔터는 어떤 길을 갈 건가.’
이 결정 또한 가로 엔터의 정체성을 결정지을 것이다. 절대 허투루 정할 순 없다. 되는대로 상황에 맞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즉, 홍연헌에게 부탁받은 이 특별 무대는 가로 엔터의 추후 전략을 미리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하필 듀오인 이유가 있나요?”
“그냥 그러면 좋겠어요.”
“홍연헌 사장님 본인이요?”
“뭐, 저라기보다 대중 모두의 바람이랄까…….”
“……원하시는 조합이 있을까요?”
“딱히.”
“전부 가로 엔터에게 맡긴단 겁니까?”
“그럼요. 무대를 어떻게 꾸미든 그거야 회사 마음 아니겠어요?”
말은 저렇게 하지만 원하는 그림이 있을 텐데.
성필이 생각하기로 그건 아마 소녀연맹과 카오틱 에너지의 합동 무대다.
그런데, 그건 실현되기 어렵다.
어쩌면 홍연헌이 듀오 무대라는 제약을 둔 건 이러한 실현 불가능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룹 두 개가 합쳐지는 거야. 열 명이라고.’
열 명의 다인원 퍼포먼스가 쉽게 만들어질 리 없다. 각 그룹 멤버끼리는 강한 유대감과 함께 보낸 시간이 있으니, 새로운 퍼포먼스를 받아도 빠르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예 성질이 다른 두 그룹을 함께 붙여놓으면, 퍼포먼스가 완벽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야.’
소녀연맹은 바쁘다.
리카는 ‘우리들의 프로듀싱’에 힘을 쏟는 동시에 사무라이 걸즈도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리카를 포함한 소녀연맹 멤버들은 곧 일본 컴백이다.
카오틱 에너지도 소녀연맹만큼은 아니지만 일정이 많다.
‘둘이 동시에 시간이 비는 타이밍은 거의 없어.’
그럼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만약 소녀연맹과 카오틱 에너지로 합동 무대를 해야 한다면, 각 그룹에서 한 명씩 빼 오는 것이 최선이다.
멤버 전원을 모으는 것보다 한 명씩 부르는 게 압도적으로 수월하다. 또한 실현 가능성도 있다.
‘일부러 여기까지 생각해서 배려해주신 건가? 만약 제약이 없다면 결국엔 회사 소속 아이돌들이 과로에 시달릴 테니까?’
동생 회사라서 일부러 사려 깊은 제안을 준 건가.
생각을 마친 성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까까진 되게 심각한 표정이었는데 갑자기 풀렸네요. 뭐 생각나는 거라도 있으셨어요?”
“아, 딱히 그런 건 아니고요. 소녀연맹과 카오틱 에너지의 조합 정도 생각해봤습니다.”
“나쁘지는…… 않네요.”
그리 말하는 홍연헌의 낌새가 이상했다.
셰프가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묻자, 떨떠름하게 ‘맛있다’고 대답하는 느낌이다.
성필은 무언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막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던졌다.
“리카랑 유우토가 ‘우파루파’ 퍼포먼스를 한다거나, 어떻습니까?”
“으음.”
홍연헌이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꼼지락댔다. 그녀의 손가락들이 파도가 치듯 차례로 무릎을 두드려댔다.
성필은 자기도 모르게 안달 난 목소리를 냈다.
또 뭣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홍연헌의 수작에 놀아나고 싶진 않았다.
“바라시는 게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지 마시고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세요.”
“아니…….”
홍연헌이 웃었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비웃음 같았다.
“그냥 ‘그렇구나’ 싶어서요.”
“무슨 뜻입니까?”
“가로 엔터는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 느낌? 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가로 엔터는 신생 기획사나 마찬가지니까요. 쌓인 시간의 한계겠죠.”
말하면 말할수록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성필은 더 깊은 답을 눈빛으로 요구했다.
홍연헌은 ‘안 되는데’라며 시선을 돌렸다. 곤란한 낯인 주제에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구만…….’
“더 정확히 말씀해주시면, 홍연헌 사장님이 원하시는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건 진짜 비밀인데요.”
홍연헌이 기다렸단 듯 성필에게로 몸을 기울여왔다. 성필도 그녀에게로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진짜 진짜 비밀인데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그런 말 다음에 나오는 말은 비밀이 되기 힘듭니다. 정보로 변하죠, 보통은. 정말 제가 들어도 됩니까?”
“엄청 희귀한 정보라서 아무한테나 새어 나가면 안 되는 거거든요?”
홍연헌은 말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말을 따라서 진지하고 엄숙했다.
“KS 엔터한테도 특별 무대가 배정됐어요.”
“그게 비밀입니까?”
“그럴 리가요. 출연자가 진짜 비밀이에요. 듀오인데…….”
홍연헌이 소곤댔다.
“케이어스 에리카, 븨이에스 수련이에요.”
“…….”
성필이 다시 몸을 당겨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홍연헌도 그러했다.
그녀의 표정은 변화가 전혀 없었다. 여전히 비밀의 수호자처럼 진중했다.
성필은 멍하니 있다가 아랫입술을 검지로 매만졌다. 그리고 양손으로 깍지를 끼곤 고개를 숙였다. 상체를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그렇군요…….”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홍연헌이 어째서 굳이 듀오 무대라는 제약을 두었는지도 알겠고, 소녀연맹과 카오틱 에너지 조합에 실망스러움을 드러냈는지도 알겠다.
“가로 엔터와 KS 엔터의 대결 구도를 바라시는 겁니까?”
홍연헌의 가면 같은 표정. 그곳에 금이 갔다. 그녀의 입술이 벌려지고 배시시 웃음이 새었다.
“너무 노골적이었나?”
특별 무대 제안은 원래 KS 엔터에만 갔을 것이다.
KS 엔터는 븨이에스의 박수련, 케이어스의 에리카라는 조합을 내놓았다.
각 그룹의 리더이며, 각자가 그들 세대의 정점이다.
그걸 보고 홍연헌은 특별 무대 제안을 가로 엔터한테도 한 것이다. 실은 존재하지도 않을 ‘듀오 무대’라는 조건을 내걸어서.
어떻게든 가로 엔터와 KS 엔터를 엮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올해는 소녀연맹이 대상 후보죠. 그럴 만한 성적을 거뒀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케이어스도 마찬가지고요. 케이어스가 또 대상을 받으면 2년 연속이에요. 뭐, 거기서 소녀연맹이 이겨도 눈물겨운 4년 서사의 완결이겠지만…….”
홍연헌은 더는 장난기를 숨기지 않았다.
기대되어 못 참겠다는 것처럼 말하는 속도마저 빨라졌다.
“그것만을 위해 달려온 건 아니잖아요? 올해 가로 엔터가 숨 막혀 죽을 것처럼 달려온 건, 궁극적으로 대형 기획사로 올라가기 위함.”
KS 엔터를 꺾기 위함이다.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도 있어야죠. 음, 그런데, 음.”
홍연헌은 다리를 떨었다.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상대에 비하면 하자가 있지만, 소녀연맹과 카오틱 에너지의 조합도 좋겠죠. 지금은 거기까지가 가로 엔터의 한계이기도 하고요. 케이어스처럼 한 시대를 휩쓸었던 선배 같은 게, 소녀연맹한텐 없잖아요.”
케이어스의 에리카.
븨이에스의 박수련.
가로 엔터는 아직 저 둘의 조합만큼 무게감을 줄 수 없다. 그야말로 쌓인 세월의 차이다.
가로 엔터의 역사는 KS 엔터에 비해 한없이 짧다.
“없죠.”
“모처럼의 기회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봐줄게요.”
“선배는 없지만, 동료는 있습니다. 시대를 휩쓸고 있는 동료요. 그리고 소녀연맹과 같은 시대를 살아서, 미래엔 소녀연맹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될 뮤지션이 있습니다.”
“……어어.”
홍연헌의 숱 많고 선명한 눈썹이 찌푸려졌다.
“있나요?”
“효민.”
사랑의 응급 구조 요원.
올해 월간 차트 1위에 올랐던, 과장 하나 없이 대한민국의 올해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저는 아름이와 효민이로 무대를 채울 생각입니다. KS 엔터에게 역사가 있다면 저희에겐 미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