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식사가 끝났다.
홍문헌은 성필을 서재로 초대했다.
‘세상에, 서재라니.’
개인 서재라니. 사람들이 부자 하면 으레 가지는 환상 중 하나 아닌가.
그리고 집 안에 널따란 개인 공간을 가지는 건 만인의 꿈일 것이다. 성필에게도 그러한 꿈이 있다.
대형 스크린과 빔프로젝터, 선반 가득 꽂힌 다양한 음반과 아이돌의 콘서트 DVD·블루레이, 벽을 장식한 아이돌들의 포스터.
그곳은 그야말로 낙원일 것이다.
한 인간의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그럼으로써 그 인간의 인격을 드러내는 장소.
‘홍문헌 사장님의 낙원이다.’
홍문헌이 문을 열자, 사람만큼 싸늘한 풍경의 서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재라고 해야 할까, 도서관 같았다.
책꽂이는 벽면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도서관처럼 일정 거리를 두고 방의 절반을 빼곡히 채우는 모양새였다.
나머지 절반의 벽에는 마찬가지로 책꽂이가 자리했고, 남는 장소엔 사무 공간일 터인 책상과 의자가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을 할당받은 두 개의 소파가 쓸쓸히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음악이라도 들을까. 하나 고르게.”
홍문헌이 책장 중 하나를 가리켰다. 이제 보니 책 대신 CD와 레코드판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에 음악은 산소처럼 흔한 것이 됐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니 인간의 취향을 음악만큼 잘 드러내는 것도 없다. 산소처럼 들이키고 사는 것이니.
성필은 홍문헌의 취향이 잔뜩 반영된 책장을 천천히 음미하듯 바라보았다.
‘레코드보다는 CD가 많아.’
조심스럽게 몇 개 꺼내어 살펴보니, 레코드는 전부 CD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것이었다.
CD가 등장하기 전의 레코드들은 레코드로 듣는 게 가장 음질이 탁월할 것이다. 이후 CD로 발매되었더라도, 그건 레코드의 소리를 재녹음한 것일 테니 말이다.
여기서 성필은 홍문헌의 성격을 하나 읽었다.
‘실용적이시다.’
홍문헌은 아날로그적인 감성 따위 때문에 레코드를 산 게 아니다. 레코드로 듣는 게 가장 음질이 좋으니 레코드를 산 것일 뿐이다.
심지어 배열은 장르나 가수의 이름순이 아닌 시대순이었다.
과거에서 현대로, 성필의 눈이 수많은 음반을 훑었다. 그러다 가장 최근으로 옮겨왔다.
소녀연맹의 앨범이 있다.
“규헌이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음반이니.”
홍문헌은 성필의 눈이 소녀연맹 음반에 머무르는 것을 보곤 변명하듯 말했다.
성필은 ‘송 포 피플’을 잡았다.
켜켜이 쌓인 음반의 지층 사이에 있기엔 너무나 이질적으로 생긴 녀석이다.
안에 장난감이라도 들어 있을 것만 같은, 반사광을 이리저리 흩뿌리는 매끈한 종이 패키지다.
성필은 패키지를 열어 안에서 CD를 꺼내었다. 얇은 종이 안에 동봉된 CD는 선배들에 비해 취급이 박했지만, 선배들보다 모자라진 않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홍문헌은 성필이 고른 CD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군말 없이 CD를 받아 리시버에 넣었다.
홍문헌이 폰으로 앱을 조작하자, 리시버와 연결된 스피커가 소리를 뱉었다.
리카의 ‘에, 아타시? 소오, 아타시!’를.
“…….”
“…….”
홍문헌이 소파에 앉고, 성필도 그를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둘 사이를 리카의 카와이한(귀여운) 목소리가 채워주었다. 솔직히 성필은 저 음반을 고른 것을 후회했다.
감상에 젖어 고르느라 미처 수록곡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저 곡만 지나가면 나머지 곡들은 한국 대중의 귀에도 듣기 편한 것들이니…….
“내 동생의 회사에 다니는 건 어떤 기분인가?”
성필은 체감상 꽤 오래 대답을 골랐다.
홍문헌은 진지한 답이 나오리라 기대하며, 동시에 아무런 감정도 비추지 않으려 노력하며 성필을 응시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나온 답은 맥빠질 정도로 사소했다.
“먼저 사장님을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의논드리고 싶습니다.”
“나를?”
“예.”
홍문헌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형님’은 꿈도 꾸지 말게.”
“평소에 동생분을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는데, 홍문헌 사장님과 대화할 때도 사장님을 사장님이라고 부를 것 같아 사장님이 듣기 편하신 호칭을 정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
확실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듯하다.
“나는 사장님, 내 동생은 동생분이라고 부르지.”
“옙, 사장님.”
“갑자기 보자고 하기에 당황스럽진 않았나?”
“조금은 그랬습니다.”
“자네는 내 동생의 오른팔이야. 오빠로서 됨됨이를 보고 싶었네.”
“저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여동생이 있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홍문헌의 얼굴에 당혹이 드러났다. 그의 눈은 1초에서 2초 정도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문득 말했다.
“미안하군.”
“아닙니다.”
드디어 ‘송 포 피플’ 앨범의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갔다. 백설하의 ‘호흡’이 방 안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채워주었다.
‘호흡’에는 현악기가 많이 사용됐다. 덕분에 음에서 따뜻한 느낌이 났다.
“목표가 있나?”
목표가 있냐. 그건 성필에게 ‘꿈이 있냐’는 질문으로 들렸다.
실용적인 데다 현실적인 홍문헌이 꿈이란 단어를 사용하리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목표가 곧 꿈이겠지.’
성필은 이런 질문이 타인에게 들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꿈이 있냐’는 질문은 웬만해선 듣기도, 말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니까.
성필이야 하루가 멀다고 꿈을 논하니, 말하기는 익숙하다. 듣는 게 익숙하진 않다. 하지만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 물어보길 간절히 기다렸다.
“세 개입니다.”
“세 개나?”
홍문헌이 재밌다는 듯 낮게 웃었다.
“최고의 아이돌을 만드는 것. 이게 처음으로 제가 쥔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최고의 프로듀서가 되는 겁니다. 저희 애들과…… 소녀연맹과 약속했습니다. 세 번째는 가로 엔터를 최고의 기획사로 만드는 겁니다. 이건 동생분과 약속했습니다.”
“음.”
음.
그게 반응의 끝이었다.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 알기도 힘들었다.
성필은 내심 홍문헌이 뿌듯하게 생각할 줄 알았다. 그의 동생을 최고의 기획사 사장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워싱턴에 60층 정도 되는 고층 빌딩을 사고 싶네. 없으니 내가 땅을 사고 만들어야겠지.”
“네? 사장님이요?”
“얼마가 필요할까?”
넌센스 퀴즈인가?
홍문헌이 그런 종류의 농담을 즐길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성필은 최대한 논리적으로 값을 도출해내려고 노력했다. 빌딩의 건설 비용이나 워싱턴의 땅값 같은 건 전혀 모르지만, 일단 노력했다.
트럼프타워가 00년대 초반에 3,500억 정도로 지었다고 하니까, 그때 자장면값이 현대보다 3배 정도 낮았으니까…….
“1조……?”
“달러?”
“원이요! 1조 원에서 1조 5,000억 원……?”
성필은 1조란 단위를 입에 담으며 비현실감에 사로잡혔다. 대체 1조란 돈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홍문헌이 가진 회사 지분을 팔면 모을 수 있을까? 현재 주가로 팔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나 주식을 팔아대는데 값이 안 떨어질 리 만무하다.
몇 년 동안 HPT 미디어의 이익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될까? 이익을 한 푼도 안 쓴다는 게 가능한가?
만약 1조 원을 모으겠다면, 그건 굉장히 긴 프로젝트가 될 터였다.
성필은 절로 경외심이 들었다.
‘역시 재벌이구나. 꿈이 차원이 달라.’
꿈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고, 그 꿈의 크기는 무지막지하게 크다.
“정답은 ‘지을 수 없다’네.”
“……네?”
“난 꿈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 개나 소나 써서 단어의 아름다움이 퇴색되기를 넘어 천박해졌거든.”
홍문헌이 다리를 꼬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눈이 성필의 눈과 더 가까워졌다.
“배움이 부족하여 남의 말만 섬기는 이들이 흔히 말하는 게 있지. 돈으로 뭐든 살 수 있다고, 살 수 없다면 돈이 부족한 거라고. 뇌 없는 천치들은 곧잘 자본주의를 배금주의와 혼동해. 뭐어, 스스로 배운 적이 없으니 그러하겠지. 단어의 뜻이나 사전에서 찾아봤겠나.”
성필은 침묵을 지켰다.
홍문헌은 그 침묵이 썩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분명히 있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는 메모리얼 타워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어. 100조, 1,000조, 1경, 10경 원이 있어도, 그 누구도. 워싱턴에 메모리얼 타워보다 높은 건물을 살 수 없어. 투표권도 마찬가지지. 돈이 아무리 많아도 2표를 살 순 없어. 그렇지 않나?”
“……네.”
“그나마 다행이군. 매수할 수 있지 않냐는 답이 돌아올까 봐 조마조마했네. 그건 위법이지. 우린 ‘벌금 내면 된다’며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도로교통법 위반권을 샀다고 표현하지 않지. 그건 그냥 병신이야.”
홍문헌이 검지를 눈앞에 세웠다.
“워싱턴에 메모리얼 타워보다 높은 건물을 사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꿈의 의미일세. 아니, 꿈의 의미는 천박해졌으니 야망이라고 부를까. 이 야망을 이루려면, 내 부족한 지혜로는 전쟁밖에 떠오르지 않아. 워싱턴을 점령하고 건물을 짓는다, 미국을 해체하고 건물을 짓는다. 메모리얼 타워의 빛이 바랜다면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겠지. 자네에게 전해졌나?”
내가 말하는 꿈의 의미가.
홍문헌이 말하는 야망은, 꿈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한 사람의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을 만큼의 위업을, 그는 꿈이라고 불렀다.
“자네는 세 가지의 목표를 꿈이라고 표현했지. 엄밀히 말해 그렇게 표현할 수 없을 듯하네. 자네의 꿈은 돈으로 살 수 있지 않나? 1조, 10조, 100조, 얼마가 필요하지? 얼마면 현실적으로 다가오나?”
홍문헌의 기나긴 반박, 혹은 질문이 끝을 맺었다. 성필은 일단 눈을 돌려 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났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한숨과 같은 그것 뒤에 성필이 말했다.
“살 수 있죠. 직접 만들지 못하겠지만 살 수 있습니다. 당장 사장님의 동생분이, 저의 사장님이, 5년 전 저의 꿈을 사셨습니다. 예시로 드신 1조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요.”
“그렇게 낮은 값에 살 수 있는 걸 꿈이라고 부를 수 있겠나. 그걸 꿈이라고 부르고 싶은가? 제 손으로 이루는 것도 아니고, 타인이 자네의 시간을 돈으로 사들여 시키는 것에 불과한, 사실상 자네의 수명을 사서 노예로 부리는 듯이 이뤄내는 걸. 그걸 꿈이라고 부르고 싶은가?”
“제 손으로…….”
성필이 웃었다.
“소박하시네요.”
소박하다.
홍문헌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듣곤, 그답지 않게 순간 얼이 빠졌다.
‘내가?’라고 되묻고 싶었다.
대체 어떤 면이 소박한지.
하지만 홍문헌은 기다렸다. 얼이 빠진 이후 찾아온 모욕감을 죽이며, 그가 이야기를 이어가길 조용히 기다렸다.
“혼자 이뤄내고 가질 수 있다면 그 꿈은 굉장히 작은 거니까요. 제 꿈은 큽니다. 세상 모두와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큽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만큼 많은 이들의 도움이 없곤 이룰 수 없습니다.”
성필은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그에게로 몸을 조금 더 기울였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꿈은 홀로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세상 모두와 나눌 수 있을 만큼 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남이 할 수 없고, 남이 할 수 있는 걸 저는 못 합니다. 그런 불완전한 개인들이 한데 모여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을, 저는 꿈이라고 부릅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했다.
“사장님께 전해졌을까요. 제가 말씀드리는 꿈의 의미가.”
홍문헌은 물끄러미 성필을 응시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홍문헌이 질문 끝에 붙였던 말을 따라 한 것이다.
당돌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 곧이곧대로 돌아오는 반박에 버릇이 없다고 해야 할까.
물론 홍문헌은 전자(前者)를 바랐다.
“하.”
바라던 답이 나오자 웃음이 터졌다.
‘예, 맞습니다’라며 비위나 맞추려고 했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을 것이다.
“세상 모두와 나눌 수 있을 만큼 크다…….”
음악의 가치는 세상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
과거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음악을 듣기 위해선 엄청난 거금을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날 음악을 들으려면 최저시급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수천만 개의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음악의 가치가 어느 시대보다 낮아진 세상.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음악은 세상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갈 수 있다.
세상 모두와 나눌 수 있을 만큼 큰 꿈을 꾸는 사람이 업(業)으로 삼을 만한 분야다.
문화(文化).
홍문헌은 속으로 그 단어를 곱씹으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엔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던 유쾌함이 서렸다.
“누구에게 말한 적은 있나? 자네의 그 꿈.”
“동생분께 말씀드렸죠.”
“대답은?”
“저와 아직까지 함께 계시죠. 동생분, 제 사장님이 아니면 누가 감히 함께 꿔줄까요. 그러니.”
성필이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꽉 쥐었다.
주먹이 살짝 떨린 채로, 그가 말했다.
“사장님과 저는 영원히 함께일 겁니다.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그리 말한 성필은 겸연쩍은 투로 웃었다.
‘영원히 함께야’라고 홍규헌이 말했던 건 성필에게뿐만이 아니었다. 한구인과 같이 있던 자리에서 했던 말이었다.
그걸 자기 좋을 대로 편집하여 홍규헌의 오빠에게 들려주고 있으니, 겸연쩍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꿈을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한가?”
“필요(必要)하진 않습니다. 있으면 좋은 겁니다.”
“그런 것치곤 상장(上場)에 목을 매는 것 같던데. 웨이퍼센트도 그렇고.”
“……아셨습니까?”
“알고 있지. 가로 엔터를 인수 대상으로 검토했던 적이 있네. 또한, 자네를 보기 전에 가로 엔터의 행보에 대해선 부족하지 않을 수준으로 알아 왔어. 내가 만난 한 프로듀서는 웨이퍼센트 영입을 악수(惡手)라고 표현하더군.”
“어째서입니까?”
“회사의 교섭력을 올리려고 영입한 거겠지만, 웨이퍼센트는 결국 돈만 잡아먹은 투자 실패 사례가 될 거라고 했네. 오히려 역효과가 났지. 업계의 터줏대감들이 경계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자네가…….”
홍문헌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는 찬장을 뒤져 술과 컵 두 개를 가져왔다. 잔 하나를 채워 성필에게 내밀었다.
성필은 입술만 축였다.
“자네가, 내 동생에게 그러라고 했나?”
“영입할 그룹을 찾기로 한 건 사장님의 결정이지만, 웨이퍼센트를 추천한 건 저입니다.”
“덩치를 불리려 했고 교섭력을 올리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군.”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시작을 해야 하나?”
“예. 제 목적은 가로 엔터의 정치력을 확보하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입가로 잔을 가져가던 홍문헌의 손이 멈추었다.
성필은 그의 습관 중 하나를 찾아냈다. 아까부터, 그는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오면 움직임이 잠시 멈춘다.
이번에도 성필의 답을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면?”
“저는 웨이퍼센트를 성공시킬 겁니다.”
“6년 차의 중고 그룹을? 성장 포텐션은 0에 가깝고, 이제 성장은커녕 내리막길만 남은 그룹을 말인가?”
“그래서입니다. 모두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데려왔습니다.”
“이해하기 어렵군.”
“웨이퍼센트를 데려온 건 가로 엔터의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입니다.”
홍문헌은 그제야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소녀연맹만 성공해선 안 됩니다. 소녀연맹이 운이 아님을 증명해야 가로 엔터에게 앞날이 있습니다. 소녀연맹이 운이 아님을 모두가 아는 순간부터, 세상이 저희를 보는 눈이 달라지겠죠.”
“그럼으로써 뭘 얻지?”
“말씀드렸잖습니까. 제 세 번째 꿈, 최고의 기획사요.”
“솔직히 말하지. 불가능하네. 소녀연맹이 레버 레코드와 계약한 건 소녀연맹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었지만, 국내엔 아니지. 국내 유통사들이 그 꼴을 어떻게 보겠나? 수십 년 전부터 해외 유통사와 레이블의 진입을 필사적으로 저지한 영웅들이, 자네들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국내에서 맞고 다닌다고 해외의 큰형님을 불러온 자네를?”
“매국노쯤으로 보지 않을까요.”
“웨이퍼센트의 유통사는 정해졌나?”
“아직입니다.”
“소녀연맹을 방해했던 이들로부터 가로 엔터를 지킬 방안은 있나?”
“없습니다. 정면 돌파가 제가 가진 유일한 방법입니다.”
“미쳤군.”
홍문헌이 술을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즐겁단 듯 계속 미소를 지었다.
“미쳤어. 실패하겠군. 내가 없었다면.”
“그 말씀은…….”
“난 국내 최대의 미디어 기업을 소유하고 있네. 홍보쯤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대가는 지분이고. 나도 업계 사람들과 척져선 살기 힘들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원하네.”
“동생분은 알고 계십니까?”
“자네에게 처음 말하네. 자네를 믿는 듯하니. 물론 동생을 뒤에서 조종해라, 그런 뜻은 아니야. 그럴 수도 없을 거고.”
협박처럼 들렸다.
그럴 수도 없을 거다, 라는 말은 그러지 말란 뜻이었으니 말이다.
“최종적인 결정은 내 동생이 하겠지만, 자네는 어떻지?”
“필요 없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홍문헌의 얼굴이 굳었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한 재료는 전부 모았습니다. 그걸 위한 5년이었습니다.”
아니.
“저희의 꿈이지요.”
성필과 홍규헌, 가로 엔터의 꿈이다.
“저와 같은 꿈을 꾸시는 분도 같은 대답을 들려드릴 겁니다.”
“……그래. 이제야 ‘꿈’처럼 들리는군.”
홍문헌은 더는 성필을 채근하지 않았다.
그에게 매달릴 필요도, 설득할 필요도 없다.
아까 그가 했던 말마따나 최종적인 결정은 홍규헌이 할 것이다.
성필이 호언장담한 대로 꿈을 이루기 위한 재료가 정말 모두 모였다면, 홍규헌도 거절하겠지.
그리고 그 재료로 정말 이 난국을 돌파한다면 그건 진실로 ‘꿈을 이뤘다’고 표현해야 하리라.
“두렵진 않나?”
“두렵습니다. 원래라면 최고의 프로듀서도, 최고의 기획사를 만드는 것도 긴 시간을 보고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짧은 시간 내에 인생의 숙원을 모두 이뤄야 하고, 그건 빠른 만큼 두려운 일일 수밖에요.”
“위태롭군.”
“위태롭죠. 그래도, 꿈이니까요. 저 혼자만의 꿈도 아니고…….”
“세상 모두와 나눌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꿈.”
“네. 그리고 도전이 두렵지 않다면 꿈이 아니겠죠.”
홍문헌은 시계를 보았다.
비울 술은 많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도, 꿈을 향해 매진해야 할 눈앞의 남자에게도 그러하겠지.
홍문헌이 잔을 내려두는 순간, 성필이 물었다.
“사장님께서도 꿈이 있으십니까?”
“있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 같은 사람이 세상에 더 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될 것 같아서요.”
“내 꿈을 진정제로 쓰겠단 건가?”
홍문헌은 잔을 내려두고 소파에 몸을 깊이 기대었다. 그가 눈을 감았다.
“유랑극단이란 걸 알고 있나? 내 할아버지는 전후(戰後)의 황폐한 한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극단을 꾸리셨네.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감동을 새겨주고 싶다고 하셨어.”
그의 이야기는 간결하면서도 그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게 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꿈은 그보다 더 거창했네. 사람들이 싸우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으니. 지역감정과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하고, 전대미문의 재앙에 사람들은 범인을 찾기 바빴던 시대였어. 그때 아버지는 방송국을 만들었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방송으로 사람들이 변하길 바랐다.
“비록 서로를 모르더라도, 어제 텔레비전에서 들은 노래와 웃었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며. 옛날의 원한은 잊고 서로 같은 감정과 생각을 가진 인간이길 인지하기를. 그로써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동정하며, 사랑하는 나라가 되길 바라셨네.”
이윽고 3대째.
홍문헌의 꿈은 그보다 더욱 거창해졌다.
“난 세계가 하나가 되길 바라네. 자본주의는 세계화되었지만, 정치는 민족 단위로 분열되어 있어. 역사를 배우면 알 수 있는 건, 현재가 완성태가 아니란 거야. 더 나은 세계는 언제나 존재해. 절대 현재에서 멈추지 않지. 지구 반대편의 커피콩으로 커피를 마시는 세계가 되었듯이, 나는 지구 반대편의 인간에게도 ‘하나’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네. 우리가 같은 인류라고. 그걸 가능케 하는 건…….”
문화.
문화, 라고 홍문헌이 여러 번 읊조렸다.
“언젠가 정치가 자본처럼 민족을 넘어서서 인류 전체를 포괄하길 바라네. 역사의 표면은 정치이고, 그 아래는 경제, 또 그 아래는 문화야. 아래로 갈수록 변화가 더디지. 내 꿈은 1,000년 혹은 2,000년이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 내 의지는 우리 가문의 이름으로 전해질 거고. 불운하게 그렇지 않더라도, 세상 누구든…….”
홍문헌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성필을 응시하다가, 말했다.
“세상 누구든, 나와 같은 꿈을 계속 꿔나갈 것을 의심하지 않아. 내 꿈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내 피를 이은 자들만의 것이 아닐 테니, 그건 곧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 상상력의 것이네. 인간의 상상력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세계가, 내가 꾸는 꿈이야.”
홍문헌이 잔을 테이블 위에 뒤집었다.
“미쳤다고 생각해도 괜찮아.”
“미쳤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 내 꿈을 뭐라고 불러야 하겠나.”
“인간을 사랑하는 거겠죠. 모두가 모두를 사랑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분명 인간을 사랑하는 걸 겁니다.”
“마르크스도 그랬지.”
성필은 웃었다. 그리고 홍문헌처럼 잔을 뒤집었다.
“마르크스는 텔레비전과 전파(電波)를 몰랐으니까요.”
프랑스 혁명은 역사의 표층인 정치로 세계를 바꾸고자 했다. 자유와 평등과 형제애로 가득한 세계로.
마르크스는 정치의 아래층인 경제가 세계를 바꾼다고 했다. 인류는 서로가 반목할 필요 없는 낙원에 이르리라고.
그리고 경제의 아래층인 문화.
아직까지 문화로 세계를 바꾸려 한 사람은 없다. 홍문헌의 말마따나, 문화는 역사의 지층 중 가장 깊고 느린 것이니까.
그의 꿈은 1,000년 후, 2,000년 후에도 꿈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꿈이라고 불릴 만했다.
* * *
성필과 홍규헌은 홍문헌과 은정의 배웅을 받으며 신발을 신었다.
힐을 또각거리는 동생을 향해 홍문헌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
홍규헌이 흠칫했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반대했던 오빠로부터 도움이란 말이 나왔다.
홍문헌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대본이라도 읽는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틀린 게 하나 있다. 아버지는 시장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시장의 주인은 그 시장 안의 가게 주인들을 모두 가진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말이다.”
방송국과 기획사들의 관계를 비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지. 이제 힘은 콘텐츠에 있다. 네가 기획사를 만든다고 했던 건, 그리 대단한 안목이 있어선 아니겠지만, 정당한 사업 분야 선정이었다.”
“이제 와서 오빠야 밑에 들어가라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란 거다.”
“괜찮아.”
동생의 뾰로통한 반응에 홍문헌이 드물게도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길은 이전보다 더 힘들 거다. 자존심 때문이라면…….”
“우리의 꿈이야.”
홍규헌이 성필과 팔짱을 꼈다.
성필은 두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눈보다는 심장이 더 먼저 튀어나올 듯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우리가 이뤄야 의미 있어. 지금 외부인이 와서 마법처럼 모든 고난을 없애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오빠가 그렇게 싫어하는 그리스 희곡들처럼 되겠지.”
“사, 사하, 사자항니힘…….”
성필이 신음인지 뭔지 모를 소리로 홍규헌을 불렀다. 좋단 건지 그만하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괜찮아.”
홍규헌이 빙긋 웃었다.
“괜찮아, 오빠야.”
홍문헌은 팔짱 낀 둘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종종 찾아와라.”
둘이 현관을 나섰다.
손님이 떠나간 자리는 조용했다.
아내인 은정이 홍문헌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박 이사님 어떤 사람 같아? 응?”
“……대학 때, 친구들과 술집에서 온갖 이야기를 나눴었지.”
은정은 익숙한 태도로 홍문헌의 이야기를 들었다. 뜬금없는 주제가 나왔으나, 홍문헌은 원래 뜬금없는 이야기에서 본론으로 넘어가는 걸 좋아했다.
본인이 표현하길 빌드업이라고 했다.
“정치, 사상, 철학. 아무런 힘도 없는 어린애들 주제에 나라에 대해 논하고 세상에 대해 논했어. 지금 생각하면 낯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즐거웠어. 가슴이 뛰었지.”
홍문헌이 현관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은정은 당황해서 그를 따라잡았다.
“그래서 뭐?”
“가슴이 뛰더군.”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남자였다. 그와 같이 꿈을 꾸는 동생은 얼마나 즐거울지, 굳이 듣지 않아도 알겠다.
“흐응, 그래?”
은정이 홍문헌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가 흠칫하며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어?”
“…….”
“잘됐네. 나 먼저 씻을게?”
“유, 유진이는…….”
“소리 필사적으로 참을게. 그럼 씻는다!”
“…….”
떠나가는 아내를 보며, 홍문헌이 눈가를 문질렀다. 내일 아침 일찍 회의가 있는데…….
* * *
정원을 지나고 대문을 벗어나자, 홍규헌이 성필과 꼈던 팔짱을 풀었다.
성필이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쉬었다.
홍규헌이 푸흣 웃었다.
“아니 무슨 연애한 적 없는 어린애처럼 반응해?”
“사, 사장님이니까요…….”
“무슨 뜻이야?”
“잘생긴 학교 선생님이 갑자기 팔짱 낀다고 생각해보세요. 저한텐 그런 거였어요…….”
“무슨 뜻인데 진짜?”
“현실일 수 없는 일이라고요…….”
“우리 연인 아니었어?”
성필이 눈을 크게 떴다.
약 2초의 고민 후, 그가 조신하게 팔로 몸을 감쌌다.
“저, 저는 우리 애들과……!”
“그래 그래, 연애 금지의 맹약이 있지. 알아. 오케이, ‘재벌집 막내딸 데릴사위가 되었다’ 작전 끝.”
“벌써요?”
“뭐 더 할 거 있어?”
홍규헌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농담을 먼저 던진 성필 쪽이 부끄러워서 눈을 돌렸다.
“저 오늘 잘했어요?”
“잘한 거 같아.”
“사장님의 청춘을 되찾았을까요?”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석연치 않은 결말이네요. 내일 출근하는 길에 무서운 아저씨들한테 미행당하는 건 아니겠죠?”
“그러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무서워요…….”
“걱정하지 마. 잘된 거 같다고 했잖아.”
“그러면 다행이고요.”
둘은 터덜터덜 차 앞에 도착했다.
그때 성필이 낭패한 기색을 보였다.
“저 술 마셨어요.”
“뭐어? 그새?”
“오빠분이 권하셔서 어쩔 수 없이…….”
“어차피 내 차로 왔는데 뭐. 박 이사 차는 너무 옛날 거에다 낡았으니까.”
“붕붕이를 욕하지 마세요.”
“박 이사 차 이름 계속 바뀌는 거 알아? 제대로 안 정한 거지?”
성필은 조수석에, 홍규헌은 운전석에 탔다.
홍규헌이 시동을 걸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무서워서 오늘 잠은 자겠어?”
“자려고 노력해야죠.”
“전에 말했던 대로 내 집에서 잘래?”
이번엔 성필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뻣뻣이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려 그녀를 보았다.
홍규헌은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를 매혹적이라고 해야 할까, 고혹적이라고 해야 할까.
홍규헌이 자기 집에 올 거냐고 물은 순간부터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가위로 천을 자르는 것처럼 뚝 끊겼다.
그 멈춘 공간 속에서, 홍규헌이 다시 입을 엶으로써 시간을 흐르게 했다.
“권 경리도 있거든?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아아, 아, 알아요 저도!”
“이런 인간을 부하로 거느리고, 내가 어디 안심하고 살겠나.”
차가 출발했다.
홍규헌은 성필 쪽을 흘끗 보았다. 그는 차창에 얼굴을 박아 놓은 듯 고개를 돌린 채였다.
언뜻 보면 창밖으로 지나가는 야경을 구경하는 듯했으나, 붉어진 귀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홍규헌이 낮게 웃었다.
“박 이사, 고마워. 이런 일에도 맞춰주고. 이러라고 돈 주는 건 아닌데.”
“재밌었어요. 그리고 뭐 어때요. 가끔은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다행이고.”
크흨.
홍규헌이 아까보다 더 큰 웃음을 터뜨리자, 이번엔 성필도 그녀에게로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박 이사 참고 있는 거였구나.”
“네?”
“연애 금지. 난 또 박 이사가 아예 그쪽으로는 관심 없는 줄 알았어. 참느라 힘들겠네.”
성필은 또 얼굴을 붉히곤 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홍규헌은 이번에야말로 크게 웃었다.
“고생하고 있어 정말로, 박 이사.”
“고생하고 있죠 네…….”
“3년만 참아.”
“저 놀리는 거 참 재미있으시겠어요. 제가 부끄러워하는 게 즐거우시죠?”
“하핳!”
“…….”
성필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서 몰랐지만, 홍규헌의 귀도 붉었다.
홍규헌은 성필이 계속 고개를 돌리고 있기를 바라며 말을 이었다.
“박 이사.”
“예에. 왜요, 또 놀릴 거 생각나셨어요?”
“옛날에 내가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 4~5년쯤 전인 거 같은데.”
“……하양이 연습생 되라고 설득하려던 때요?”
“기억하네? 맞아, 그때. 내가 뭐라고 했었지?”
“진짜 꿈이라면 목숨이라도 건다. 이걸 안 하면 진짜 죽겠다 싶은 게 꿈이다…….”
홍규헌은 만족을 담아 감탄을 터뜨렸다. 얼굴은 그녀의 목소리보다 더 밝았고, 귀는 여전히 붉었다.
“박 이사가 나한테 꿈이 있냐고 물었지.”
“사장님은 꿈은 없고 행복하게 살고 싶으시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이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
꿈이 있다, 라고.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두 사람을 태운 차가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