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화
‘얼리언 쇼’의 로고 아래에 진행자인 얼리언이 웃으며 서 있다.
푸근한 배만큼이나 푸근한 인상의 얼리언은 양손으로 소녀연맹의 ‘송 포 피플’ 앨범을 받쳐 든 채 설명했다.
“다음 게스트는 5인조 케이팝 그룹 소녀연맹입니다. 소녀연맹은 전 세계적으로 10억 회 이상 스트리밍된 가장 히트한 케이팝 그룹 중 하나입니다.”
얼리언이 그의 뒤에 있던 스크린이 잘 보이도록 서 있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제 그녀들의 퍼포먼스를 감상하겠습니다. ‘송 포 피플’입니다!”
스크린으로 카메라가 클로즈업됐다. 이윽고 카메라가 잡는 건 스크린 속의 소녀연맹이 아닌, 실제 소녀연맹이 됐다.
소녀연맹은 축구 경기가 벌어질 법한 중형 스타디움을 배경으로 포메이션을 잡고 있었다.
본래라면 스폰서들의 마크가 가득할 평난간에는 소녀연맹의 로고가 흐르는 물처럼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축구 선수들의 클로즈업 영상이 비추어져야 할 거대 전광판에도 소녀연맹의 로고가 크게 박혀 있었다.
밤을 배경으로 오직 다섯 명의 소녀들만을 비추는 광경 속에서, ‘송 포 피플’의 선율이 쏟아졌다.
등을 돌리고 있던 그녀들의 어깨가 도미노처럼 차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앙의 신아름이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매혹적인 미소와 함께, 노래했다.
‘송 포 피플’.
소녀연맹의 노래는 미국에서 가장 큰 토크쇼 중 하나의 전파를 타고, 9,834,000km²의 땅을 날았다.
* * *
[반갑습니다! 미국은 처음인가요?]
얼리언의 질문에 장하양이 유창한 영어로 답했다.
[처음은 아니에요. 재작년에 콘서트를 하러 왔었거든요. 다시 올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아, 콘서트! 여기 나오는 뮤지션들은 항상 콘서트를 광고하러 오죠. 어디서 합니다, 언제 합니다, 티켓을 사세요! 우리 토크쇼는 광고판이 아니라구요!]
얼리언과 함께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장하양이 다급하게 외쳤다.
[내년에도 꼭 찾아올 거예요! ‘티X 마X터’에서 예매하세요!]
[뭣?! 뭐 하는 거예요! 광고판이 아니라고 했는데!]
[막으시기 전에 말하려고요. 지금부터 말 안 하면 되나요?]
[비즈니스우먼이라곤 못 들었는데요! 저 말고 홍보 담당자와 만나게 했어야 했는데!]
카메라가 장하양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녀는 귀신처럼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보더니 가볍게 윙크했다.
얼리언이 또 뒤집어졌다. 그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웃었다.
[어떻게, 어떻게 찾았어요? 무슨 카메라가 자기를 찍는지 어떻게 알죠?]
[케이팝 아이돌의 기본 소양이에요. 쿵푸 고수처럼 몇 개나 되는 카메라 중에서 저를 찍는 카메라를 찾아야 해요.]
장하양을 찍는 카메라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이얏!]
그러자 장하양은 또 그 카메라를 귀신처럼 찾아 쿵푸 고수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얼리언이 또 다시 뒤집어졌다.
아이튜브 영상 속의 ‘얼리언 쇼’를 보던 장하양도 피시시 웃음을 띠었다. 그녀는 엎드려서 폰을 보다가 몸을 뒤집어서 누웠다.
다음 질문은 살짝 무겁고 진지했다. 동시에 미국인들의 의문과 선입견을 담고 있기도 했다.
[그 모든 제약들, 힘들지 않나요? 회사의 통제 아래에서…….]
[통제가 아니라요.]
대답한 건 조아라였다.
[통제(Control)가 아니라 관리(Management)예요.]
[아, 관리. 그 관리들이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모든 게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단 건 뮤지션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물론 회사는 저희의 에이전트이자 매니저이자 레이블 담당자이지만, 그 안에서 저희가 자율권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조아라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는 소녀연맹이에요. 그룹이요. 그리고 그룹은 저희로 이루어져 있어요. 소녀연맹이 저희예요. 저희가 누구일지는 저희가 정합니다.]
[아…….]
너무 무거워지려는 분위기에서 조아라가 헤픈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고전적인 문제는 있죠.]
[고전적인 문제요?]
[모든 밴드가 겪는 문제요.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는 거 말이에요. 작년에 앨범을 제가 지휘할 때도 그랬죠. 여기 설하가…….]
조아라는 ‘설하 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영어로는 한국어의 ‘언니’ 분위기를 살릴 만한 단어가 마땅하지 않았다.
Sister는 혈연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제가 하고 싶은 춤을 못 따라오는 거예요. 저는 절망했죠.]
[그 정도는 아니었어…….]
백설하가 볼멘소리를 내자 얼리언이 캐치했다.
[그럼 어느 정도였나요?]
[…….]
백설하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쭈뼛쭈뼛 답했다.
[커, 컴백 한 달 전까지 모두 걱정할 정도…….]
[절망할 만하네요! 당장 한 달 뒤에 무대에 서야 하는데 못하면!]
[그런데 해냈죠?]
조아라가 백설하와 어깨동무했다.
[설하를 믿었으니까요, 계속 밀고 나갔어요.]
백설하가 조아라를 보며 애틋하게 미소 지었다.
얼리언이 기쁘게 말했다.
[다른 밴드들처럼 ‘고전적인’ 문제로 해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네요!]
[그럼요.]
조아라의 이 인터뷰 파트는 팬들은 물론 케이팝 팬덤 내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특히 인터뷰어인 얼리언이 ‘Control’이라고 표현한 것을 ‘Management’라고 정정한 게 큰 반향을 얻었다.
인터넷 기자들이 호들갑 떨며 ‘아라의 유쾌한 한 방!’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조아라는 창피해서 소름 끼친다고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인터뷰 덕분에 조아라는 하루 만에 스타그래프 팔로워가 몇만 명이나 늘었다.
새삼 미디어의 힘을 알게 된 사건이었다.
“언니 아직도 그거 봐요?”
조아라가 샤워 가운 차림으로 들어왔다.
장하양은 폰을 내려두고 조아라를 보았다. 조아라의 머리엔 색다른 물건이 씌어 있었다.
“그거 그냥 수건 두른 거 아니지?”
“네, 샤워실에 있던데요.”
조아라가 머리에 두른 건 터번 수건이다. 머리가 긴 사람이 씻고 머리에 두르라고, 애초에 터번 형태로 만들어진 수건인 것이다.
“이거 샤워 가운도 만져봐요. 되게 부드러워요.”
조아라가 침대로 다가가자 장하양이 가운의 끝을 검지로 슬슬 쓸어보았다.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송아지의 털보다 부드러웠다.
“어때요?”
“요염한데?”
조아라가 물은 건 그게 아니지만, 그녀는 착실하게 반응해주었다.
조아라는 허리에 두른 가운의 끈을 천천히 푸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골반을 좌우로 움직이며 요염하게 장하양에게 다가갔다.
장하양이 비명 같은 웃음을 내지르며 ‘하지 마아’라고 했으나, 조아라는 기어코 킹사이즈 침대에 뛰어들었다.
침대에 뛰어든 조아라는 다른 걸로 또 놀랐다.
“와 씨 개넓어! 여기서 수영해도 되겠다!”
“그렇지?”
“둘이 있는데도 이만큼이나 더 남아요!”
조아라가 팔을 펼쳐도 끝에 닿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 호사 누려도 돼요?”
“활동비는 회사랑 분담하잖아. 우리 정산금에서 빠지는 거야.”
“내가 여기 오려고 하면 값 전부 치르는데, 회사 일 때문에 왔으니까 반값이잖아요. 이득이에요 이득.”
“하긴 나도 이런 호텔에 묵어볼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장하양은 새삼스럽게 방의 크기와 인테리어에 감탄했다. 재작년 월드 투어를 하며 묵었던 숙소들과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지경이다.
이 정도면 어린애를 몇 명쯤 데려와서 놀이터에서처럼 놀게 해도 될 정도다.
“근데 아름이는 왜 안 나와?”
“걔 욕조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라고요.”
“30분 넘은 거 같은데, 안 힘들대?”
“욕조가 반짝이는 게 신기한가 봐요.”
장하양은 물이 채워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싫어서 그냥 샤워만 하고 나왔었다.
내일 아침에 시간이 있다면 한번 써봐야겠다.
아니, 귀찮다.
……아니.
“나중에 이런 호텔에 묵어볼 일이 있겠어.”
“언제요?”
“결혼.”
조아라가 답지 않게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장하양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장하양은 상상만 해도 행복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기 같은 욕조에 같이 들어가는 거야.”
“들어가서 뭐 하게요!”
“글쎄.”
장하양이 조아라의 옆구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뭘 할까?”
“끔찍하다 끔찍해.”
신아름이 온몸에서 훈훈한 수증기를 풍기며 방으로 들어왔다. 욕조에 오래 들어가 있었기 때문인지 얼굴이 붉은데다 숨도 살짝 거칠었다.
조아라가 아쉬운 티를 냈다.
“샤워 가운 왜 안 입냐?”
“수건으로 다 닦았어.”
“이거 진짜 편해. 입고만 있어도 몸이 말라.”
“난 다 닦았다고.”
신아름은 숙소에서 곧잘 입는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철푸덕 앉아 머리칼을 세심하게 꾹꾹 닦았다.
조아라는 그런 신아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하양 언니.”
“응?”
“신아름 쟤 나이 먹을수록 얼굴이 순해지는 거 안 같아요?”
“응, 눈도 더 똥그래졌어.”
“너 얼굴에 칼 댔냐?”
“농담도 더럽게 재미없게 한다 진짜.”
“사람이 눈매가 바뀌는 게 가능한가?”
“박 이사님이 그러시잖아.”
“네에?”
반응한 건 신아름이었다. 그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장하양을 흘겼다.
“팀장님이 바뀌었다고요?”
“아름이는 몰랐어? 처음 뵀을 때는 눈이 이렇게.”
장하양이 눈을 부릅떴다.
“강하셨는데, 이젠 이렇게.”
장하양이 눈꼬리를 순하게 늘어뜨렸다.
“변하셨어.”
“아, 뭔지 알겠다.”
조아라가 신나선 검지로 눈가 끝을 살짝 내렸다.
“그거 아저씨 눈가에 주름 생겨서 그래요.”
“맞아, 원랜 없으셨지.”
“처음 만났을 때가 30살이었죠? 와, 아저씨가 35살이야. 시간의 흐름 미쳤다.”
“그에 비해 한 이사님은 변화가 없으시지 않아?”
“내 기억도 그래요. 에스테틱 다니는 게 아녜요? 느낌이 그런데. 주말이면 피부과, 에스테틱, 마사지, 크라이오테라피 다 받으면서 살 거 같아요. 아! 필라테스랑 요가랑 헬스도 할 듯.”
“무슨 초인이야?”
“걍 자기 관리의 화신 같은 느낌이라서.”
“팀장님 똑같아.”
“뭐?”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다고.”
조아라와 장하양은 할 말을 잃었다.
신아름이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조아라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돌았네.”
“뭐가?”
“너 그거잖아 그거.”
“그거 뭐?”
“자기가 덕질하는 아이돌이 다른 아이돌이랑 비교당하니까 기분 나빠하는 거.”
“뭐어? 덕질? 누구? 내가?”
신아름이 짜증을 담아 수건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거든? 팀장님도 한 이사님 못지않거든?”
“와…… 언니 들었어요? 얘 진심인데?”
“나도 동감이야.”
“어?”
“이제 누가 비정상이지?”
신아름이 의기양양해하자 조아라는 ‘아…….’라고 얼빠진 신음을 흘렸다.
조아라가 입을 다물자 신아름이 픽 웃었다. 그런데 조아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주름 생긴 건 맞는데?”
“아니라고. 내가 너보다 더 팀장님 오래 봤어. 옛날이랑 지금이랑 똑같다고.”
“진짜 어린애인가. 그럼 지금 볼래? 네 소중한 팀장님 웃을 때 눈에 주름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한 이사님이랑 교차 비교해?”
“아라야, 그만하자.”
“쟤가 명명백백한 진실을 아니라고 하잖아요. 왜 사실을 부정해? 어이없게.”
조아라가 성필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보자 어디 한 번.”
“아니라고.”
“그니까 보…….”
“아니, 라고.”
조아라가 흠칫했다.
신아름이 조아라를 노려보는데, 그냥 노려보는 게 아니었다. 장하양이 표현하길 ‘옛날보다 동그래졌다’는 눈가에 물먹은 빛이 일렁였다.
“네가 뭐라고 하든 아니라고…….”
“야, 야 너 왜 울…….”
“네가 팀장님 다 늙어서 시들어 빠졌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왜, 왜애 넌 항상 팀장님을 못 까서 안달이야? 그러면 너한테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네가 사실을 아니라고 하…….”
그때 조아라는 눈치챘다. 신아름이 어째서 평소처럼 웃고 넘기지 않는지, 넘기지 못하는지, 눈치챘다.
최근 들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사실인데.
‘얘는 아저씨랑 떨어지면 지랄했었지…….’
아주 옛날에 숙소에서 난리를 떨었던 게 선명히 그려졌다. 울고불고 난리 치며, 백설하도 말릴 수가 없어서 성필을 불렀었다.
밤에 성필이 급히 달려왔던 게 기억난다.
[어.]
그때 성필과 화상 통화가 연결됐다.
조아라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폰을 들었다. 신아름이 화면에 잡히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하려 할 때.
[너 뭐……!]
성필이 한껏 당황했다.
폰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성필의 통화 화면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아저씨 왜 그래요?”
“……!”
장하양이 황급히 조아라의 옷깃을 여며주었다. 조아라가 아래를 보았다. 그리고 장하양보다 더 놀라서 옷을 꼭꼭 둘러 싸맸다.
조아라는 폰을 침대에 버리듯이 던지고 옷을 찾으러 거실 방으로 뛰쳐나갔다.
장하양이 폰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아직도 성필의 화면엔 어둠만이 있었다.
“박 이사님, 이제 괜찮아요.”
[하아, 하양아. 이런 장난 그만해. 재미없어. 진짜 그만해줘.]
“장난 아니었어요.”
[장난이 아니면 뭐였는데?!]
“전화를 걸었는데 깜빡하고 있었어요. 아라도 놀라서 도망갔어요.”
[그걸 어떻게 모를……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그, 아라 없지 지금?]
“옷 찾으러 갔어요.”
[아무것도 못 봤다고 전해줘.]
“사과는 아라가 해야죠.”
[그래, 그렇지, 그러게, 그렇네.]
“시력은 괜찮으세요?”
[그 정도는 아니야.]
“보셨네요?”
[하양아.]
“알겠어요, 그만할게요.”
“팀장님.”
신아름이 화면 안으로 꼬물꼬물 들어왔다.
성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아름아, 어때? 호텔 좋지?]
“좋아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경섭이한테 해야지.]
“경섭 오빠한텐 항상 고맙구요.”
[……뭐 안 좋은 일 있었어?]
“방금 있었어요.”
[어떤 일?]
장하양의 눈에 근심이 들어섰다. 신아름이 조아라와 있던 일을 편파적으로 전달할까 걱정됐다.
다행히 신아름은 그 일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조아라가 팀장님 시력 감소시킨 거요.”
[진짜 아무것도 안 보였어.]
“그런 것치곤 반응이 빠르셨는데요?”
[난 살구색이 보이면 놀라는 병이 있어.]
“우리 무대 의상은 어떻게 봐요?”
[그거랑은 다르지.]
“근데 저희…….”
그때 신아름은 성필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냥 정장을 입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옷이 이상하다.
재봉선이 뚜렷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재킷 칼라는 너무나 조악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신아름은 저 옷이 무엇인지 안다. 가재봉 옷이다. 신체 사이즈를 측정할 때 입는 옷 말이다.
맞춤 정장을 만들 때 입어볼 수 있는 것이다.
“팀장님 정장 새로 맞춰요?”
[어, 응.]
“대박이다! 검은색 말고 네이비로 하면 안 돼요? 아, 패턴 넣을 거면 저한테 패턴 보여줘요! 제가 골라드리면 안 돼요? 네?”
[아, 그게…….]
[박 이사.]
홍규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필이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종류가 다른 원단을 양손에 들고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녀가 양쪽을 성필에게 차례로 보여주었다.
[아까 정하긴 했는데, 이게 더 나아 보여서. 한 번 만져봐.]
“…….”
“…….”
[누구랑 통화해? 오, 애들이네. 얘들아 안녕.]
“왜 사장님이 팀장님 정장 맞추는 곳에 있으세요?”
“왜 박 이사님 정장을 사장님이 맞춰주세요?”
신아름과 장하양이 동시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