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684화 (684/760)

684화

가로 엔터의 최고 운영 책임자이자 최고 재무 책임자이자 인사 책임자인 한구인은 이유이를 응접실로 불러들였다.

이유이가 한구인과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이라곤 소녀연맹의 의상을 디자인하고 사들일 때뿐이다.

심지어 그럴 때의 한구인은 딱히 이유이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유이 씨……. 99만 원짜리 옷을 사서 왜 찢는 겁니까……? 왜 바지를 찢어서 상의로 만드는 겁니까……?’

한구인은 이유이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엔 보통 성필이 있었다.

‘한 이사님, 유이 씨의 탁월한 비전이 보이지 않으세요?’

‘박 이사님은 보이십니까?’

‘물론 제 눈엔 안 보이죠. 전 사람을 봅니다. 제가 보기에, 유이 씨는 믿음직합니다. 그러니 유이 씨를 믿겠습니다. 그게 사람을 믿는단 거니까요.’

아무튼, 이유이에게 한구인은 거북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이번엔 성필도 곁에 없다.

이유이는 눈에 띄게 주눅 들어선 한구인을 흘끔 올려다보았다.

“요즘 일은 어떠십니까?”

“아…… 만족스럽다……?”

“그렇습니까. 주변에서 연락이 많아지진 않으셨니까? 소녀연맹의 의상을 디자인한 사람이 나다, 그렇게 자랑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만.”

“스테이지 뒤에 있는 사람을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요 뭐. 유명한 건 소녀연맹이지 제가 아닌걸요.”

“아쉬우십니까?”

“원래 이런 일이잖아요.”

한구인이 평소처럼 사무적인 웃음을 보였다.

“‘후쿠요 히다카’에 가질 않길 잘했다. 그리 생각하실 만큼, 만족스러우십니까?”

이유이도 한구인을 따라 웃었다.

“가로 엔터에 남기로 선택한 이후로,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렇습니까.”

한구인이 서류를 내밀었다.

이유이는 그것을 받아 읽곤, 사실이냐는 듯 그에게로 눈짓했다. 한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가 사원에게 표할 감사 표시는 돈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구인이 이유이를 따로 부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연봉 인상이다.

소녀연맹의 입지전적인 성공에 힘입어, 가로 엔터의 직원들은 때아닌 보너스를 받아 입이 귀에 걸린 실정이었다.

물론, 가로 엔터가 보너스를 아무렇게나 뿌릴 정도로 돈이 많진 않다. 올해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돈을 펑펑 썼으니 말이다.

이번 성과급은 홍규헌이 직원들에게 하는 당부였다.

마지막까지, 가로 엔터의 변곡점이 될 올해 말까지 다 함께 힘내자.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공신 중 하나인 이유이는 성과급 이상의 것을 받는다. 홍규헌이 그리 지시했다.

그녀의 노고에 표하는 경의이기도 하고, 그녀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마음의 발현이기도 했다.

“유이 씨, 정말 잘해주셨습니다.”

한구인이 홍규헌을 대신해서 감사를 전했다.

그런데, 이유이의 표정은 뚱했다. 한구인은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조용한 당황을 숨기며, 은근한 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아.”

한구인은 곧바로 머릿속의 계산기를 두드렸다.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은 능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다.

이유이는 적어도 현재로선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다. 그렇기에 연봉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했건만, 부족하다고?

‘어, 어느 정도면 만족하시지?’

이유이가 알면 굉장히 놀랄 사실이지만, 이번 연봉 인상으로 이유이가 받는 금액은 가로 엔터의 모든 임직원을 합쳐서 최고점에 위치해 있다.

과거, 가장 소득이 높은 임원들은 가로 엔터의 자금 부족을 이유로 스스로 임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가로 엔터에서 가장 높은 임금의 주인공이 바로 이유이가 될 것이다.

‘차라도 한 대 뽑아드렸어야 했나?’

한구인은 손톱이라도 씹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가로 엔터에서 맡은 임무 중 하나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니까.

돈 주고 사람을 쓰는 입장에서, 그 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최대한 임금을 줄이고 싶기 마련이다.

이유이가 ‘부족하다’고 말한 순간부터, 이 자리는 연봉 인상을 통보하고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연봉 협상의 장으로 변했다.

“제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에요.”

한구인의 고민이 끊겼다.

“돈이 아니라면…….”

“저는 지위를 바랍니다.”

지위.

“혜빈 언니…… 손 이사님이 완전히 카오틱 에너지의 메인 프로듀서로 빠지시면, 비주얼 파트 디렉팅에 온전히 힘을 쏟기 힘드실 거예요.”

그제야 한구인은 이유이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돈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 시점에서 돈을 바라진 않는다.

이유이가 판단하기로 현재는 자신의 능력을 돈으로 받아야 할 때가 아니었다.

능력만큼의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능력을 저금통에 돈을 쌓듯 가로 엔터에 투사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가로 엔터가 커졌을 때, 상장하여 마침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됐을 때.

그녀가 쌓아온 성과와 차지한 지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부(富)로 돌아온다.

아니, 그걸 전부 차치하고서.

“저는 가로 엔터의 총괄 비주얼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후쿠요 히다카’의 디자이너 자리를 거절했던 이유. 그건 이유이가 옷이 아닌 인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련이들이 최고가 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남았다.

“가능할까요?”

“…….”

한구인이 자신의 허벅지를 꾹꾹 매만졌다.

“비주얼 디렉터는 의상을 다루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비주얼, 보이는 모든 것을 감독하는 사람이에요. 옷, 무대, 뮤직비디오, 앨범 패키지, 굿즈, 거기에 범위를 넓히면 프로모션 전략까지 나아갑니다.”

한구인은 이유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간다.

방금 한구인이 언급했던 모든 분야의 문외한인 성필이 소녀연맹을 만들어냈으니, 짬 좀 차면 어떻게든 디렉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한구인이 생각하기에, 이유이에겐 무리다. 현시점에서 이유이에게 능력 증명의 판을 깔아주는 건, 가로 엔터로선 큰 위험 부담이다.

“현재로선…….”

“바로 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제 포부를 말씀드린 거예요. 기대해도 될까요?”

이유이는 한구인이 주었던 서류를 공손히 그에게 돌려주었다.

“3년 후 다시 이 자리로 왔을 때까지 제가 보여드린 능력이 충분하다면, 제가 바랐던 걸 주실 거라고. 기대해도 될까요?”

3년 후.

소녀연맹 7년 차, 활동의 끝.

이유이는 그때까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한구인은 그녀에게서 연봉 인상 서류를 받아들였다. 잠시 멀뚱히 있던 그는, 이유이에게 다시 서류를 내밀었다.

“…….”

“…….”

이유이가 쭈뼛쭈뼛 서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간식을 빼앗긴 강아지처럼 어깨를 늘어뜨렸다.

한구인이 웃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입니다.”

“아……!”

“유이 씨의 의사가 전달되면, 박 이사님께선 유이 씨의 목표를 존중해주실 겁니다.”

성필은 이유이를 온갖 회의에 끌고 다닐 것이다.

“무섭지 않으십니까?”

자신이 모르는 분야.

자신의 능력이 증명되지 않은 파트.

이유이는 무대 회의, 뮤직비디오 회의, 굿즈 디자인 회의, 앨범 디자인 회의에 불려 다니겠지.

잘 모르는 분야이니 한마디 입을 떼기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주장한 안(案)이 채택되었다가 망하기라도 한다면, 그 좌절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혹은, 그녀가 내뱉는 주장을 성필이 전부 거부한다면. 이윽고 이유이가 의상 이외의 파트에서 전부 배척된다면.

그런 미래를 떠올리면, 무섭지 않은가?

“무서워요. 그래도, 이 정도 무서운 게 딱 적당해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솜사탕처럼 달콤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잖아요.”

“꿈…….”

한구인은 5년간 봐왔던 성필을 떠올렸다. 그는 꿈이란 단어를 꺼낼 때 다른 사람처럼 변하곤 했었다.

“프로듀서가 되시려는 거군요.”

프로듀서.

이유이에게 그 직함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무렴, 프로듀싱의 신을 몇 년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으니 어찌 무겁지 않을까.

이유이가 ‘프로듀서가 된다’고 말하는 건 곧 ‘성필처럼 된다’는 뜻이다.

무(無)에서 신화를 창조한 프로듀서가 된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녀는 선언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유이는 여느 업계에 처음 들어선 희망찬 젊은이처럼 정점을 노리고 있으니까.

“네.”

될 거다. 프로듀서가.

그리고 매우 다행히도, 이유이에겐 롤모델이 있다.

그녀는 이 길에 처음 발을 들인 인간이 아니다. 그녀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고, 아득히 먼 곳에 깃발을 꽂은 선구자가 존재한다.

공학디자인 학사 학위 하나만 들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하여 임원까지 오른 사람.

‘윤희연.’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비주얼 디렉터.

이유이는 그녀처럼 될 것이다.

하지만 이유이가 도달할 미래는 윤희연 이상이어야 한다.

윤희연을 롤모델로 삼되, 이유이의 이상은 성필이다.

몇 년 내로 대한민국 최고의 총괄 프로듀서가 될 인간, 성필이 이유이의 최종 목적이다.

* * *

밤 9시.

성필은 멤버들에게 불려 호텔 카페로 왔다. 10달러가 넘는 커피를 받아 테이블로 가니, 멤버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고.”

성필이 앓는 소리를 하며 앉았다. 조아라가 곧바로 그를 놀렸다.

“아저씨 진짜 아저씨 다 됐네요. 왜, 삭신이 막 쑤셔요?”

“응 네 10년 뒤 모습이야.”

“10년 뒤 절대 안 오는데요? 아저씨가 죽고 나서도 안 올 건데요?”

“난 대체 얼마나 빨리 죽는데?”

장하양이 조아라에게 눈총을 주었다. 농담으로라도 사람 죽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눈빛 하나만으로 조아라가 의기소침해졌다.

어쩔 수 없다.

장하양은 소녀연맹 내의 나이로도, 실질적 서열로도, ‘우리들의 프로듀싱’ 성적으로도 조아라를 앞섰으니 말이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조아라는 쭈구리가 됐다.

성필은 조아라를 구해주려 농담을 계속 이어 나갔다.

“10년 뒤 금방이야. 매일 매일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갈걸?”

“아저씨 경험이에요?”

“인지적으로 그래. 너의 올해는 네 인생의 1/23 길이잖아. 내년의 네가 보낼 1년은 네 인생의 1/24고. 2년 후는 1/25. 3년 후는 1/26. 네 체감시간은 계속 짧아져. 김덕팔 부장님한테 1년은 인생의 1/60일 뿐이니까,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실걸?”

“…….”

조아라는 다리를 폈다 굽혔다를 반복했다. 성필처럼 삭신이 쑤시진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조아라는 요즘 들어 피로를 자주 느꼈다. 아직 20대 중반이건만, 벌써 신체 능력 저하를 체감하는 것이었다.

“세월이 참 무상하다. 젊었을 땐 안 이랬는데.”

“그건 아라쨩이 술을 늘려서 그래!”

“맞다 그래. 나 술고래다.”

“그래서, 나 왜 불렀는데?”

“여기요.”

신아름이 포스터를 테이블 가운데에 두었다. ‘롤라팔루자’의 출연자 라인업 포스터였다.

출연자들의 이름이 벽돌처럼 빼곡이 쓰여 있었다. 그중에서 헤드라이너나 서브헤드라이너급의 주요 출연자 이름은 다른 이들의 1.5배에서 2배 크기에 달했다.

성필은 ‘Girl’s League’의 이름을 빠르게 찾아냈다. 평범한 크기였다.

“이게 왜?”

신아름이 포스터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다시 보니, 다섯 명의 출연자에게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목요일에 등장하는 헤드라이너급의 출연자들이었다.

소녀연맹은 축제 이튿날인 금요일에 출연하기에, 목요일엔 놀 짬이 있다.

“저희가 그날 보고 싶은 뮤지션들이에요. 팀장님도 하나 골라요.”

“고르면?”

“우리 중 한 명이랑 같이 보러 다니는 거죠.”

“뭐야, 다 따로 다닌다고?”

“서로 보고 싶은 사람이 다르니까요. 괜히 우정 챙기다가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아깝잖아요?”

아깝다, 라…….

그렇긴 하다.

헤드라이너급 출연자의 공연 시간은 편차가 있지만 평균 약 2시간에 달한다. 사실상 콘서트나 마찬가지다.

유명한 스타들의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멤버들과의 우정으로 포기하고 싶진 않으리라.

“그러니까, 고르세요.”

성필은 출연진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는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은 만큼, 대중음악의 정점인 팝에도 관심이 많다.

‘나도 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긴 하지. 볼까.’

KYGO(카이고).

일렉트로닉 DJ다.

‘이건 보나 마나 리카 같은데.’

성필은 리카를 쳐다보았다.

리카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 이 이, 일렉트릭 쇼크. 이 이 이 일렉트릭, 일렉트릭 쇼오크―.”

“…….”

성필은 다음 라인업을 보았다.

Dua Lipa(두아 리파).

싱어송라이터, 팝스타다.

‘이건 설하일 거 같아.’

성필은 백설하 쪽을 보았다.

백설하는 성필과 눈이 맞자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다음 라인업.

MGK(머신건 켈리).

래퍼이자 가수, 최근엔 록 싱어로 전향했다고 한다.

‘이건 아라.’

조아라가 예전에 ‘이거 가사 봐요 되게 선정적이다’라며 성필에게 보여주었던 게 기억난다. 그 뒤로도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자주 들었었다.

성필은 조아라를 보았다.

조아라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성필을 응시하고 있다.

다음 라인업.

J. Cole(제이 콜).

래퍼다.

‘이건 하양이겠지?’

장하양은 랩을 배웠기 때문인지 래퍼들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가사가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난 총알 수를 세며 탄창을 갈아 끼워, 이름을 적고 리스트를 만들어…….

가사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 뭐, 이해한다.

‘내가 영어를 들을 수 있긴 한데, 랩은 이해를 못 할 거 같아. 아는 노래도 몇 없고.’

성필은 장하양을 보았다.

장하양은 성필을 보았다가, 포스터를 보았다가, 성필을 보았다가, 포스터를 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어느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포스터에 적힌 어느 이름을 가리켰.

“하양 언니 반칙이에요!”

리카가 장하양의 눈을 가렸다.

“I’m countin’ my bullets I’m Loadin’ my clips, I’m writin’ down names, I’m makin’ a list(난 총알 수를 세며 탄창을 갈아 끼워. 이름을 적고 리스트를 만들어).”

“갱스터 랩?!”

다음 라인업.

The kid LAROI(더 키드 라로이).

싱어송라이터, 래퍼다.

소녀연맹 동생 라인보다 어리다. Z세대의 아이콘인 팝스타라고 할 수 있다.

위에 언급된 모든 뮤지션 중 가장 트렌디하다.

‘이건 아름이겠지.’

신아름의 음악 취향은 대중적이다. 보통 차트에 올라온 노래면 가리지 않고 잘 듣는 편이다.

‘더 키드 라로이’를 택한 건 아마 그가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뮤지션이라서일 것이다.

성필은 신아름을 보았다. 신아름은 관심 없단 듯 음료를 홀짝이는 중이다.

‘대충 이렇게인가?’

그렇게 성필은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멤버가 어떤 뮤지션을 골랐는지 알게 됐다.

‘근데 이러면 어떤 가수를 보고 싶으냐가 아니라…….’

누구랑 같이 무대를 볼 건가.

이런 문제로 변하는 거 아닌가?

“이사님 결정하셨나요!”

리카가 물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성필에게로 박혔다.

성필은 짧은 고민을 끝냈다.

“응, 정했어. 나는…….”

* * *

해외사업부 부장 김덕팔. 그는 성필과 함께 공연장 부지를 거닐며 흥겹게 이야기했다.

“메탈리카라니, 기대되는군요. 내한 공연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메탈리카는 못 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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