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9화
PD 성진우는 방어기제 때문인지 일부러 소녀연맹에게 신경을 끄고 살았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줬건만, 제 분수도 모르고 공중파 PD를 오라 가라 한 게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소녀연맹을 떠올리면 없던 화도 치솟아 올라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만 하루를 신경 끄고 있으니, 언제나처럼 평온한 일상이 찾아왔다.
“여보…….”
그 평온한 일상이 깨진 건 아침이었다.
언제나처럼 성진우의 아내는 아침 뉴스를 틀어놓고 있었다.
고가의 상품인 만큼 큰 화면과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텔레비전에서, 성진우가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이 나오고 있었다.
“저거 뉴스…… 맞지?”
“뭐가?”
아내는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단 듯 웃었다. 그리고 굳은 성진우와 달리 일상적인 태도로 밥을 식탁 위에 퍼 올렸다.
성진우는 자리에 앉지 않고 정승처럼 텔레비전만 보았다.
그걸 이상하게 여긴 아내도 그제야 텔레비전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녀가 무미건조한 감탄을 입 밖으로 흘려보냈다.
“대단하다. 여보네 방송에도 저 사람들 출연해? 여보도 사인받고 그래?”
“…….”
성진우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방송국으로 출근했다. 1층으로 들어오자마자 평소와 다른 공기가 그의 피부를 휘감았다.
모든 곳이 난리가 났다.
보도본부.
예능본부.
라디오본부.
음악과 관련된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형용할 수 없는 열기에 빠져 있었다.
자료를 수합하고 계획을 짜기 바빴다.
그리고 그 정점은 당연하게도.
“피디님, 국장님이 소녀연맹 섭외하기로 한 건 어떻게 되었냐고…….”
음악 방송이었다.
메인 PD인 성진우는 AD의 말을 듣곤, 꾹 참고 있던 한숨을 터뜨렸다. 숨을 내뱉자마자 다리에 힘이 빠져, 거의 쓰러지듯이 의자에 풀썩 앉았다.
침묵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AD가 물었다.
“제가…… 갈까요?”
가로 엔터에?
그 질문에 성진우는 ‘으아’, ‘아으’ 의미 없는 신음을 연달아 뱉어냈다. 그리고 팔걸이를 짚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그는 AD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비척비척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답은 없었지만, AD를 비롯한 모두는 성진우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었다.
* * *
SMS 엔터 대표 집무실.
강성욱은 책상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폰을 보았다. 화면엔 소녀연맹 ‘송 포 피플’의 초동 판매량이 적혀 있었다.
[1,000,0**장.]
100만 장.
초동 밀리언셀러다.
“참…… 공교로운 숫자네.”
딱 100만 장은 아닐 것이다.
집계의 정확성을 완벽히 보장할 순 없기에, 집계는 십의 자리까지를 *로 표기한다.
어쩌면 열 장을 더 팔았을 수도 있고, 구십 장을 더 팔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딱 100만 장일 수도 있다.
강성욱은 폰을 책상에 툭 두었다. 폰이 무언가와 부딪쳤다. 눈을 돌리니, ‘송 포 피플’ 앨범 패키지가 놓여 있었다.
그래, 강성욱이 구매한 이 앨범 덕분에 딱 1,000,000장을 판 것일 수도 있다.
강성욱은 웃으면서 앨범을 들었다.
“복수하려고 했는데…….”
케이콘에서 아카이브가 보여준 아우라는 소녀연맹 이하였다. 굳이 프로듀서의 눈도 필요 없었다.
데뷔 1년도 채우지 못한 그룹으로선 놀라운 퍼포먼스였으나, 소녀연맹을 따라가진 못했다.
강성욱은 승복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앙금이 남았다.
“결국 못 지켰네.”
성필과 신아름, 유경민이 함께한 술자리에서도 밝힌 사실이다만, 강성욱은 마음에 드는 그룹들의 앨범을 하나씩 산다.
소녀연맹의 것도 차곡차곡 모아왔다.
그러나 이번엔 그러지 않으려 했다. 그녀들의 초동 판매량 집계에 도움을 주고 싶지 않았다. 사소한 복수였다.
결국 마지막 날 결심이 깨졌지만 말이다.
왜일까.
강성욱이 앨범을 쓰다듬었다.
‘이런 앨범을 빨리 가지고 싶어서는 아니지.’
응원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아카이브가 후일 넘어서야 할 벽이자 경쟁자이지만, 강성욱은 소녀연맹을 응원했다.
그 응원이 소녀연맹을 하늘 높이 데려다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들에겐 그럴 자격이 있었다.
하늘에 설 자격이, 있다.
강성욱은 앨범의 비닐을 벗겼다. 직사각형의 박스를 간편하게 개봉했다. 전부 꺼내어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Song for PEOPLE’ 글귀가 새겨진 네모난 쪽지 안에는 CD가 들어 있었다. CD를 꺼내어 플레이어에 넣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트랙을 넘어 여섯 번째 트랙.
타이틀곡인 ‘송 포 피플’이 흘러나온다.
강성욱은 그걸 들으며 내용물을 확인했다.
‘포토카드.’
하양의 포토 카드가 네 장 들어 있다.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화보보다는 일상적인 폰 카메라 사진에 가까운 화질이다. 그래서 더욱 친근했다.
‘사진집.’
얇은 사진집을 파르르 넘겨보았다.
의외로 ‘송 포 피플’ 컨셉 사진은 적었다. 멤버들은 과거의 복장들을 입었다.
아니, 롱 포, 아라베스크, 애플 크러쉬, 오토마타. 당시의 옷을 입은 멤버들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취하는 포즈들도 어딘가 어색하다.
마지막 페이지에만 ‘르 스모킹’을 입고 있다. 장하양을 중앙에 두고, 멤버들이 축하하듯 장하양을 둘러싸고 있다.
‘스티커.’
소녀연맹의 로고와 곡의 제목 등이 있다.
‘가사집.’
앨범 수록곡의 가사들이 저마다 다른 필치로 적혀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20장이 넘는 포스트 카드다.
강성욱은 그걸 하나하나 살피며 미소 지었다. 요즘 시대에 편지를 보낼 일이 있기는 할까.
포스트 카드 하나하나엔 멤버들의 짧은 손 편지가 적혀 있었다. 흐뭇하게 감상하던 강성욱의 손길이 멈추었다.
리카가 쓴 포스트 카드였다.
[아타시는 괴도다!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지! 낄낄 네 마음은 벌써 내 손에 있어!]
글귀의 말미엔 리카가 직접 그렸을 게 분명한, 복면을 쓴 귀여운 토끼가 그려져 있다.
토끼는 안에 ‘네 마음’이라고 적힌 하트를 들고 어딘가로 호다닥 달려가는 중이었다.
‘생각났다.’
포스트 카드를 쓸 방법.
‘엽서는 요즘 시대엔 보통 기념품이지.’
강성욱은 펜을 들어 포스트 카드에 답장을 적어 넣었다.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힘내요.]
그리고 포스트 카드로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그걸 테이블 외곽에 두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유리창이 떨려왔다.
밖을 보니, 하얀 비행기가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쭉 기다렸어, 환영해]
‘송 포 피플’의 멜로디에 맞춰, 날아가는 비행기는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 * *
성진우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맞은편에 앉은 민경섭은 미안한 기색을 내보였다.
“전에 연락드렸을 때 말씀드렸잖아요. 바쁘다고요.”
성진우가 어버버 뻐끔댔다.
기어코 나온 말은 반문에 불과했다.
“‘롤라팔루자’에 나간다고요? 소녀연맹이?”
이래 봬도 음악 방송 PD다.
롤라팔루자는 알고 있다.
미국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 아닌가.
성진우가 알기로, 롤라팔루자에 케이팝 그룹이 초대된 건 최초이다.
그리고.
“얼리언 쇼에도요?”
미국의 토크쇼 중 하나다.
시청률이 2%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하는 게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이다.
많고 많은 유명 토크쇼들은 그 정도의 시청률을 얻고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다. 인구가 워낙 많고, 그에 따라 채널도 많은 탓이다.
그중에서도 얼리언 쇼는 특별하다.
과감한 유머로 사람들을 웃기는 심야의 토크쇼도 아니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시사점을 주는 아침 시간의 토크쇼도 아니다.
낮 시간에 행해지는 얼리언 쇼는 건전하다. 건전하기에, 가장 많은 시청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토크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곳에 소녀연맹이 나간다고 한다.
“어떻게……?”
성진우의 반응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는 소녀연맹에게 출연을 부탁하려고, 아니. 출연을 사정하려고 왔다.
그러니 소녀연맹이 바쁘단 답이 돌아왔다면, 언제쯤 출연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
‘소녀연맹이 어떻게 그런 곳에 나갈 수 있느냐’라는, 그의 부정적 인식이 깔린 답을 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가 평소 소녀연맹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여실히 드러나니 말이다.
‘어떻게’라고 물은 성진우도 그걸 깨달아서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민경섭도 그의 뉘앙스를 눈치챘다.
민경섭이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비웃음 같기도 하였다.
“어떻게긴요. 유명하니까요.”
유명하니까.
안다.
성진우도 안다.
알아서, 무력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어쨌건, 미국 스케줄 때문에 오늘 비행기를 탔어요. 일찍 말씀을 해주셨으면, 오늘 피디님 음방은 소화하고 갔을지도 모르는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으셨네요.”
“……그, 그럼.”
성진우가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스케줄이 끝나면…… 언제쯤…… 앨범 활동기 안에는 돌아와서…… 출연할 수…….”
횡설수설.
그 질문에 민경섭은 곤란한 낯빛으로 웃었다.
“글쎄요. 미국에서의 스케줄이 끝나더라도 PD님 방송에 출연할 수 있을지는…….”
성진우의 얼굴이 잿빛이 됐다.
그는 깨달았다.
이 순간부터 갑을이 뒤바뀌었단 것을.
* * *
장하양은 어색하게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멤버들이 한 열을 전부 차지하고 앉은 터라, 마치 밴 안에 함께 탄 듯했다.
장하양의 자리는 창가였다.
멤버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해준 것이었다.
양보라고 할까, 멤버들이 말하길 상이라고 했다. 그 상이 고맙기도 했지만,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옆을 보았다.
창문이 보인다. 장하양의 자리에만 창문 세 개가 있다. 이코노미석은 창가에 앉아도 창문 하나만 겨우 차지했던 게 떠오른다.
장하양은 주머니에서 줄 이어폰을 꺼내어 폰과 연결했다. ‘송 포 피플’을 재생했다.
음악을 들으며, 장하양은 창문을 쭉 응시했다.
땅이 비치던 풍경은 금세 위로 떠 올랐다. 올라가고 올라가, 마침내 구름을 넘어섰다.
구름이 지나가는 속도는 기어가는 것만큼 느리게 보였다.
그게 더 운치 있었다.
하늘을 걷는 듯하여.
[Oh 너 Oh 너, My dream이야아―]
‘송 포 피플’의 코러스를 들으며, 장하양은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
시야를 채우던 창문 밖 구름이 사라지고, 문자 그대로 하늘을 나는 듯한 부유감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이곳은 구름 위.
[항상 꿔왔던 꿈이야.]
하늘에 섰다.
* * *
멀끔한 아나운서가 자료 화면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의 어조는 아나운서답게 깔끔하고도 일관성 있게 점잖았으나, 동시에 가슴 벅찬 감격 또한 서려 있었다.
그가 말했다.
[소녀연맹이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달성했습니다. 동시에 ‘빌보드 글로벌 200’ 1위까지 차지하며, 빌보드의 주요 3개 차트 중 두 개의 차트에서 나란히 1위를 석권했습니다.]
그는 한 박자 쉬고, 이전보다 조금 더 열띤 음성으로 소식을 전했다.
[이는 케이팝 걸그룹 중 최초입니다. 홍수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화면이 소녀연맹 ‘송 포 피플’의 뮤직비디오로 바뀌었다.
[소녀연맹의 앨범 ‘송 포 피플’이 미국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스트리밍·디지털 다운로드로 집계하는 ‘빌보드 글로벌 200’ 1위에도 올랐습니다.]
[케이팝 아티스트로서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한 건 보이그룹 WTP를 비롯하여 PTR―17과 라이츠뿐이었습니다. 여기에 소녀연맹이 걸그룹 최초로 1위를 달성했습니다. ‘빌보드 글로벌 200’ 1위는 WTP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화면은 중년의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남태섭 - 교수/대중음악 평론가]
중년의 남자는 아나운서보다 명확히 들뜬 티를 감추지 못했다.
[영미권 아티스트 시장에서 톱 아티스트의 비율은 여성이 10%에 불과합니다. 그룹으로 따진다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걸그룹은 보이그룹보다 결집력 강한 팬덤을 획득하기가 어렵다고 여겨졌고. 케이팝 걸그룹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른다는 건 거의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런 꿈을 소녀연맹이 이룬 것이고요.]
[이게 더 특별한 점은, 전 세계적으로도 걸그룹 포맷의 뮤지션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건 거진 15년 만이란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15년 만에 처음입니다.]
[걸그룹의 발상지인 영미권에서조차 이젠 댄스 그룹 포맷의 시대는 갔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소녀연맹이 이를 해냈단 건, 어떤 방식으로든 댄스 그룹 포맷을 발상지인 영미권 이상으로 발전시켰단 거고. 그렇기에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케이팝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과입니다.]
[또한 ‘빌보드 200’ 1위와 ‘빌보드 글로벌 200’ 1위에 동시에 오른 건, 역사를 통틀어 소녀연맹이 걸그룹으로선 최초로 기록될 겁니다.]
화면은 뉴욕 타임스 스퀘어로 넘어갔다.
뉴욕의 상징인 장소, 그 중앙 전광판에 소녀연맹 장하양이 걸렸다.
인민이들이 전광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기자가 말했다.
[소녀연맹의 성공을 두고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음악 이상의 것, 시각 콘텐츠로서의 발전을 소녀연맹이 대표하고 있다는 건데요.]
‘입생로랑’과 ‘꼼데가르송’의 SNS 페이지가 나타났다.
[소녀연맹의 이번 타이틀곡 ‘송 포 피플’의 메인 컨셉 의상에 대해, 명품 브랜드들이 반응한 게 대표적인 증거로 거론됩니다.]
[소녀연맹은 의상의 측면에서도 많은 도전을 해왔는데요. 이러한 도전적인 비주얼 디렉팅이 소녀연맹을 패션 콘텐츠의 한 축으로 만들고, 시각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즉, 문화적인 선도자로서, 롤모델로서의 역할로 인기를 얻었다는 건데요.]
뮤직비디오 좌측에 남태섭 교수의 모습이 나왔다. 타임스 스퀘어를 배경으로 그가 설명했다.
[케이팝 콘텐츠는 종합 퍼포먼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춤, 비주얼, 모든 걸 종합한 정수로 뮤직비디오를 꼽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케이팝 그룹의 주요한 프로모션 통로이자, 음악과 춤을 뛰어넘는 가장 강력한 상품으로 통합니다.]
[아이튜브는 세계 1위·2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사용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뮤직비디오 재생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음악 감상의 1/3이 아이튜브 뮤직비디오로 이루어집니다.]
[아직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일입니다만.]
[만약 음악 업계가 뮤직비디오 또한 ‘음악 감상’으로 인정한다면, 케이팝의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거라고 예상됩니다.]
설명이 끝나자 다시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아이튜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녀연맹의 ‘송 포 피플’은 발매 7일째에 조회 수 1억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24번째로 빠른 달성 속도라고 합니다.]
[케이팝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새기게 된 소녀연맹은, 이러한 성과를 모두 ‘팬들과 함께 이룬 것’이라며 공을 돌렸는데요.]
[과연 소녀연맹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
문이 열렸다.
정호환은 뒤로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온 구유한 이사는 정호환의 등밖에 볼 수 없었다. 그의 등 너머로는 텔레비전이 창백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푸른빛이 떠드는 건 소녀연맹이 이룩한 성과뿐이었다.
뉴스에선 온통 그 소리였다.
“진짜입니까?”
구유한이 물었다.
정호환은 대답하지도, 돌아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