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화
울컥했다.
[환영해]
‘송 포 피플’ 뮤직비디오의 끝. 장하양이 그리 말을 거는 순간, 윤상열은 울컥했다.
무대 밖에서 우리를 지켜보고만 있던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
환영해.
고작 그 말 한마디에 감정이 요동쳤단 게 분하기 그지없어서, 그다음 찾아온 감정은 분노였다.
뮤직비디오 때문에 화난 게 아니다.
감동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 뮤직비디오를 보고 감동한단 건, 곧 윤상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었으니까.
윤상열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두곤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뭐냐 이게.’
프로듀서로서 지녔던 신념이 부러진다.
아이돌은 창조적인 아티스트가 아니다. 하지만 예술가로 대우받을 수 있으며, 예술가이다.
그건 클래식 주자(奏者)가 기능인(技能人)이 아닌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과 같은 논리다.
다른 사람이 쓴 곡을 재현(再現)할 뿐인데 아티스트란 이름이 붙는다. 그 안엔 분명 오리지널리티가 있으니까.
‘뭐냐고…….’
허나 아이돌의 오리지널리티는 이런 식이어선 안 된다.
윤상열이 아이돌을 예술가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아이돌이 프로듀서의 의도를 현현(顯現)시키기 때문이다.
곡, 노래, 랩, 안무, 제스처, 뮤직비디오, 프로모션, 비주얼.
모든 측면에서 프로듀서의 의도를 나타내며, 그것을 업으로 삼기에 예술가다.
그래서 아이돌의 예술엔 상하(上下)가 있다. 위아래가 명백히 가려지기에 아이돌엔 급이 있다.
급의 기준은 프로듀서의 자아를 얼마나 완벽히 나타내는가이다.
쇼팽 주자(奏者)로서 일류는 쇼팽을 가슴 깊이 이해하는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며.
라흐마니노프 주자로서 일류는 러시아의 낭만주의를 체득한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인 것처럼.
아이돌로서 일류는 프로듀서의 색을 깊이 이해하고 체득하는 퍼포머이다.
‘그렇기에 아이돌의 급은 본인이 정하지만.’
격(格)은 프로듀서가 정한다.
프로듀서의 격이 곧 아이돌의 격이 된다.
일류 아이돌이란 프로듀서의 자아가 완벽하게 발현하여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뮤직비디오는 장하양이 정면을 향해 손을 내미는 장면에서 멈춰 있다.
‘여기엔.’
프로듀서가 없다.
‘환영해’라고 말하던 순간, 그곳엔 장하양뿐이었다. 그녀가 직접 보는 이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장하양의 마음으로, 장하양의 의지로.
윤상열이 화가 났던 건 당연했다. 아이돌에게서 프로듀서를 읽어 온 윤상열이, 프로듀서를 읽지 못하고 아이돌을 보았으니까.
장하양을 퍼포머가 아닌 아티스트로 보았다.
‘이거냐…….’
‘우리들의 프로듀싱’은 이 단계까지 오기 위함이었던가.
윤상열이 줄곧 품어왔던 의문.
소녀연맹에게서 프로듀서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 ‘애플 크러쉬’와 ‘오토마타’는 각자의 색이 너무 뚜렷하여 통일성이 보이지 않는다.
‘송 포 피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기에 소녀연맹을 줄곧 보아온 사람은 생각하게 된다. 소녀연맹에게 정해진 컨셉이나 색깔 같은 게 없다고.
그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이어진다.
아, 정말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프로듀싱을 해왔던 거구나…….’
멤버들이.
각양각색의 색깔과 생각과 사상과 삶을 가진 이들이 방향타를 붙잡고, 소녀연맹이란 배를 몰아왔던 거구나.
‘우리들의 프로듀싱’ 내내 느껴왔던 이질감이 설득력을 더한다.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에게서 프로듀서의 자아를 읽도록 십수 년간 훈련한 윤상열조차 통일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룹을 관통하는 통일성, 성필이 관철하는 미학(美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가 관철하는 건 프로듀서의 색을 지우는 것. 무색무취하게, 강박적일 정도로 지워서, 오직 멤버들만이 보이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이게 그 결과다.
‘다시.’
윤상열은 뮤직비디오를 돌려 보았다.
다시 보고 보았다.
그럴수록 보이는 건 소녀연맹이 유일했다.
소녀연맹의 장하양이 인민이들에게,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와 마음만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윤상열은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즌3’ 시리즈를 전부 보았으니.
뮤직비디오를 보면 볼수록 장하양이 영상에서 언급했던 사소한 미장센이 더욱 선명히 들어왔다. 그러니 ‘송 포 피플’이 온전히 장하양과 소녀연맹의 작품으로만 느껴졌다.
[환영해]
다시금 윤상열의 마음이 요동쳤다.
케이팝 팬들은 아이돌과 회사를, 아이돌과 프로듀서를 묶어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소녀연맹에게만은 그럴 수 없으리라.
케이팝 팬들은 소녀연맹을 이야기할 때 회사와 프로듀서를 들먹이지 않을 것이다. 오직 소녀연맹의 이야기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이제, 관습적인 의미의 케이팝 아이돌이라고 부를 법한 게 아니다.
산업으로서의 케이팝과 분리시켜야 한다.
이건…….
‘아티스트.’
그 단어를 떠올린 윤상열이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이건 그가 바라던 아이돌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아이돌이 성공해선 안 되는 것이다.
결코 성공하면 안 된다.
성공해선 안 돼.
‘나는 이런 걸 못 만들 테니까…….’
소녀연맹은 절대 정상에 앉아선 안 된다.
그때야말로 윤상열이 인생을 바쳐 만들어온 모든 철학이 붕괴되는 순간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윤상열은 또 놀랐다.
‘앉아선 안 된다고?’
정상에 앉을 수 ‘없다’가 아니라?
윤상열은 기도하고 있었다.
소녀연맹의 실패를 장담하지 못하고, 기도했다. 제발 실패해달라고, 존재하는지도 모를 신과 운명에게 기도했다.
제발 자신을 부수지 말아달라고.
[Girl’s League(소녀연맹) ‘Song for PEOPLE’ Official MV]
[조회 수 513,0**]
공개 1시간 30분째.
* * *
“이건…….”
KS 엔터 수석 프로듀서 강동현.
그는 방금 샤워하고 나와 침대에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을 닦을 생각도 안 하고 수건만 머리 위에 올려둔 채 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게, 이건…….”
격이 다르다.
‘송 포 피플’은 격이 다르다.
“다, 다시 해야 해…….”
강동현은 헐레벌떡 책상 앞으로 달려가 노트북을 펼쳤다. 그리고 케이어스의 프로듀싱 기획들을 확인했다.
그걸 쭉 훑는 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왜 이렇게 단순히 생각했을까.’
멤버별로 솔로곡을 낸다고 없던 아티스트십 같은 게 생기진 않는다.
‘송 포 피플’을 보고 알았다.
케이어스 아티스트십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다.
‘장기적인 프로모션 전략이 없으면 전부 허례허식일 뿐이야.’
……전략?
아니.
‘진심이 없으면…….’
마우스를 바쁘게 놀리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타는 듯했던 머리와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방금 바쁘게 기획을 뒤적거렸던 건, 그래, 이런 것이었다.
적으로부터 칼을 맞아서, 아무렇게나 무기를 휘두르는 것 말이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적을 보니, 도저히 쓰러뜨릴 틈이 보이지 않았다.
상대도 칼, 자신도 칼이다.
자신은 상대를 동경하여 칼을 무기로 택했다. 그런데 직접 맞대어보니, 상대가 안 된다.
‘왜, 왜 이랬지?’
KS 엔터니까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나?
처음 쓰는 무기더라도, 30년간 축적해온 기술이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강동현은 화면에 뜬 기획서를 저 멀리 치우고 아이튜브에서 소녀연맹을 검색했다.
다시 ‘송 포 피플’을 보았다.
아, 다시 봐도…….
‘너무 세련됐어.’
이건 아이돌의 아티스트십이 가장 세련된 형태로 벼려진 것이다.
단기적으로 따라잡고 말고 할 게 아니다.
KS 엔터의 힘은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다. 시스템 대신 인간, 즉 케이어스를 믿기로 한 순간부터 무언가 잘못되고 있던 거다.
적어도 강동현은 이 순간 그리 판단했다.
소녀연맹의 3년 6개월. 현재의 형태는 프로듀서인 성필이 데뷔 전부터 꿈꿔왔던 모습일 것이다.
소녀연맹의 완결점.
‘아니야.’
이것 또한 과정이다.
이보다 더 나아간 어느 지점이 있겠지.
그 지점을, 케이어스가 지금부터 아티스트십이란 무기로 쫓아갈 수 있을까?
‘쫓아가?’
쫓아가는 게 아니다.
케이어스는 쫓아가는 입장이 아니다.
앞서가는 입장이다.
그러니 걱정해야 할 건.
‘따라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KS 엔터가 30년간 구축한 가장 아름다운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신발을 신은 채 따라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이사님…….”
강동현은 정호환과 통화하고 싶었다.
30년간 오직 승리만을 손에 쥐어온 전설의 프로듀서라면 답이 있을 것이다.
혼란스럽고 두려워하기만 하는 연약한 자신과 달리, 그라면 강철같이 흔들리지 않은 신념이 있을 것이다.
강동현은 벌떡 일어나 폰을 찾았다.
침대 위에 있었다.
급히 다가가다가 넘어졌다. 침대에 손을 짚으니, 폰이 충격으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강동현은 황망히 바닥을 더듬어 폰을 잡았다. 떨어뜨린 순간 뭐가 눌렸는지, 소녀연맹의 영상이 다시금 재생되고 있었다.
“이사님, 이사니…… 임?”
그 순간, 강동현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입술까지 떨려왔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 이렇게 뛰다간 쿵 멈추진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영상을 새로고침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이게 말이…….”
[Girl’s League(소녀연맹) ‘Song for PEOPLE’ Official MV]
“돼……?”
[조회 수 10,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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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케이어스 월드투어.
‘Phaëton TOUR’는 대만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이동한다. 태양 마차를 몰았던 파에톤처럼, 케이어스 멤버들은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인 동에서 서로 나아간다.
그렇게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국으로 도착하여 최종 콘서트를 펼친다.
월드투어의 두 번째 목적지인 방콕.
7월의 태국은 살인적인 더위로 유명했다.
“…….”
에리카는 선 배드에 앉아 물끄러미 폰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넘어가기 시작하여, 2층 높이의 프라이빗 빌라로부터 드리운 그늘이 햇볕을 막아주었다.
프라이빗 빌라 근처를 감싼 열대의 푸른 초목들은 더위를 반겨 더욱 싱그러웠다.
백색의 고풍스러운 프라이빗 숙소와 아름다운 정원, 거기에 넓은 수영장까지.
종일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마음이 화창해지는 곳이건만, 에리카의 표정은 어두웠다.
“언니.”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옆에서 진저의 부름이 찾아왔다.
에리카는 바닥부터 천천히 옆으로 눈을 돌렸다. 진저의 맨발에서 수영복, 그리고 레쉬가드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보인 진저의 표정 또한 에리카처럼 편치 않았다.
“어.”
대답과 함께 턱을 움직이자, 턱에 맺혀 있던 땀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진저는 수영장을 보았다.
김민주가 수영선수처럼 수영장을 수없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기세가 엄청났다. 스스로가 탈진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진소유는 반대쪽 선배드에 누워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쪽에서 희미하게 ‘송 포 피플’의 멜로디가 들리는 걸 보니, 뮤직비디오나 음방 무대 영상을 찾아보는 모양이다.
“봤슴미까?”
에리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시 폰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튜브 ‘송 포 피플’이, 보였다.
“어.”
진저도 ‘송 포 피플’이 뜬 폰 화면을 보았을 테지만, 에리카는 굳이 대답해주었다.
에리카가 힘없이 말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Girl’s League(소녀연맹) ‘Song for PEOPLE’ Official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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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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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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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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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주일 걸린 기록을 이렇게…….”
그 순간 에리카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턱이 나갈 정도로 세게 물었다.
전에 리카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RRBKZ의 아지트에서, KS 엔터 선배들이 지켜보던 때 말했었다.
‘WTP는 10년대 초반에도, 중반에도, 4년 가까이 부테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겨우 인지도를 얻은 건 4년 차 초중반. 그때까지도 부테스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 수준의 초동 판매량과 음원 순위였고요. 그런데, 그게 5년 차에 가까워지고, 6년 차엔 비교할 수 없을 수준까지 추월했었어요. 네, 기적이죠.’
그 말을 하던 자신은 어떤 얼굴이었을까.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단 한 번으로 기록될 기적.’
자신만만했을까?
그랬겠지.
‘솔직히 이기겠다느니, 꺾겠다느니, 앞지르겠다니, 기분이 나빠. 여길 봐, 리카.’
자랑스러운 선배님들이 바로 곁에 있으니, 자신만만할 수밖에 없었지.
‘KS 엔터의 역사가 곧 케이팝의 역사야. 내 선배들이 역사고, 나 또한 그렇게 될 거야.’
아마 비웃음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에리카는 리카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역사상 단 한 번 존재했던 기적과 너를 비교한다고?’
리카는 답했었다.
‘그래!’
답, 했었다.
‘아타시(나), 아이돌이니까.’
무대 앞에서 우릴 보는 관객부터, 저 지구 반대편에서 영상으로 우리의 무대를 보는 사람까지.
나를 보는 최초의 한 사람부터 최후의 한 사람까지가, 내 기준이야.
그리 답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에리카가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그런 말을 한 내가 뭐가 되는데…….”
[Girl’s League(소녀연맹) ‘Song for PEOPLE’ Official MV]
공개 24시간째.
“선배님들을 무슨 낯으로 뵈는데…….”
[조회 수…….]
“우리가 해온 건 대체…….”
* * *
아이튜브.
세계 최대의 영상 미디어 플랫폼.
그 시작은 2005년 4월 23일이었다.
문화사(文化史)의 기념비다.
뉴미디어 시대의 진정한 개막.
만인(萬人)이 영상을 올리고, 보고, 공유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 세기를 제패했던 텔레비전의 진정한 종막이 시작됐다.
텔레비전은 유산(Legacy)으로 불리게 됐다.
미디어 권력은 소수에게서 다수로 이양됐다.
그 수혜를 받는 이들 또한 폭증했다. 세계 어디에 있건, 인터넷만 할 수 있다면 풍족한 문화를 즐기게 될 수 있다.
세계를 휩쓰는 팝스타의 음악이.
세기를 풍미했던 록스타의 콘서트가.
전설로 남은 재즈 플레이어의 공연이.
문화(文化)가, 모두의 손에 쥐어졌다.
아이튜브는 문화의 박물관이자 대회(Convention)가 됐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뮤지션이 아이튜브에 음악을 선보인다.
MTV 시대의 개막 이후 뮤직비디오의 황금기가 찾아왔다면, 아이튜브의 개막 이후는 황금기란 단어로도 부족하다.
아이튜브는 다이아몬드의 시대를 열었다.
뮤직비디오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수준으로 막대한 자본이 쓰이게 됐다.
실존하진 않지만 뮤직비디오는 예술품이다.
그리고 또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예술품은 대중으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조회 수’와 ‘좋아요’로 말이다.
다시 돌아와, 아이튜브의 시작인 2005년.
그로부터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수많은 빛나는 업적이 생겨왔다.
그중 하나가 ‘24시간 최다(最多) 조회 수 뮤직비디오’다.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조회 수를 획득한 뮤직비디오들.
그 대부분이 미국의 팝스타다.
혹은.
[Girl’s League(소녀연맹) ‘Song for PEOPLE’ Official MV]
공개 24시간째.
혹은, 케이팝 아이돌이다.
[조회 수 62,000,***회]
아이튜브의 역사 거의 20년.
십수 년 역사 중, 역대 모든 뮤직비디오를 합쳐서.
[24시간 최다 조회 수 뮤직비디오]
소녀연맹의 ‘송 포 피플’은.
[10위]
TOP10이다.
하루 만에 수천만 명이 봤다.
* * *
소녀연맹, 컴백으로부터 24시간 경과.
즉, 이틀째.
저녁 7시.
성필은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소녀연맹의 생방송 무대를 지켜보았다. 엔딩 포즈를 취한 장하양이 윙크했다.
성필의 입가가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의 뒤로, 가로 엔터의 직원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의 비명을 질러댔다.
컴백 24시간이면 여러 지표가 나온다.
음원 일간 차트라던가.
아이튜브 24시간 조회 수라던가.
1일 차 초동 판매량 집계라던가.
[소녀연맹 ‘송 포 피플’ 초동 판매량]
직원들은 1일 차 판매량을 보고 비명을 질러대던 것이다.
“아…….”
성필은 앉아 있었지만 쓰러질 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발을 바닥에 대고 있는 것조차 하지 못할 듯했다.
전신에 힘이 없다.
몸에서 피가 쭉 빠져나가면 이런 기분일까.
아마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진 않았을까.
‘아…….’라는 신음도 간신히 참고 있던 것이었다. 목소리를 내면, 정말로 기운이 전부 빠져나가서 쓰러져버릴까 봐.
그때였다.
“역시 박 이사님이에요!”
직원들이 광란에 빠져 짐승 같은 울부짖음만 내뱉고 있을 때, 홍보팀 강지혜가 외쳤다.
“X발 까놓고 말씀드려서 이번 컴백에 뮤비 여섯 개 만드는 데 10억 넘게 태우는 거 보고 드디어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와 X발 진짜 돌았다 진짜아아악!”
강지혜는 거의 트랜스 상태였다. 황홀경에 빠져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방송국에 쳐들어가서 출연 안 하겠다고 깽판 친 거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네요!”
“깨, 깽판 안 쳤어요. 정중하게 첫 주차만…….”
“음방 절반이 고사했는데도 웃었던 게 저흴 안심시키려던 게 아니라 PD들이 같잖아서였던 거네요!”
“네?”
“해외에 올인하겠단 것도 전부 이 상황을 보신 거죠? 자포자기로 도피한 게 아니라?!”
직원들의 눈에 강지혜와 비슷한 광신이 서렸다.
강지혜가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전부 계획돼 있던 거야……. 우리 애들 개인 곡 뮤비를 다섯 개 만든 것도, 그걸 차례로 공개한 것도, 전부…… 이 순간을 위해서…….”
강지혜가 간증하는 신도처럼 울먹였다.
“24시간 뮤비 조회 수 62,000,000이 달성될 줄 알고…….”
“아뇨!”
성필이 다급히 외쳤다.
직원들이 거의 신을 보듯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기분이 좋겠지만, 이후엔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겠는가.
자신의 능력도 아닌 착각으로 받는 상찬(賞讚) 따위 조금도 기쁘지 않다. 기쁘지 않으니, 그걸 이용해 먹을 생각도 없다.
“제가 무슨 수로 저희 애들 뮤비가 이만한 기록을 세울 거라고 예상하겠어요? 그야 어느 정도 기대치는 있었지만, 이만한 수준일 거라곤 예상도 못 했어요. 제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다 알고 일을 벌였겠어요?”
강지혜는 두 눈을 끔뻑이더니.
“신이다! 프로듀싱의 신이 여기 있다아아아!”
“너무 겸손하셔…….”
“그분의 역사하심을 내가 증거한다!”
“나는 커서 박 이사님이 될래요……!”
“대체 어디까지 보셨던 겁니까!”
광신이 더욱 강해졌다.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저기 계세요!”
왠지 모르겠지만 웨이퍼센트 유빈이 홍규헌을 끌고 찾아왔다.
유빈이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가 똑똑히 봤구먼유!”
“바, 박 이사.”
홍규헌이 갓 태어난 양처럼 다리를 떨며 천천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오늘 계속 사장실에 박혀 눈과 귀를 막고 살았었다.
“진짜야? 웨이퍼센트 분홍 머리 걔가 말한 게 사실이야?”
“지가 똑똑히 봤구먼유!”
“조회 수랑…… 음원 순위랑…… 판매량이 진짜…….”
“예, 제가 프로듀싱의 신 박성필입니다.”
성필이 인정하자 주변의 환호성이 더욱 강해졌다.
무용 작품 ’볼레로‘의 메인 댄서처럼, 성필은 자신을 숭배하는 무용수들의 중앙에서 고고하게 군림했다.
“들으신 것 전부 사실입니다.”
“아, 아아…….”
홍규헌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삼켰다. 그러곤 환희가 흘러넘치는 얼굴로 힘겹게 입을 뗐다.
“뭐, 뭐 바라는 거라도 있어……?”
“아?”
성필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그는 두 손을 수줍게 모으더니.
“아, 그러엄…….”
“헹가래 쳐!”
홍규헌은 답을 듣기 전에 명령했다.
성필을 숭배하는 직원들이 그를 붙잡고 천장 가까이 날려 보냈다.
[소녀연맹 ‘송 포 피플’ 초동 기록
1일 차 판매량.
532,8**장.]
첫째 날.
케이어스 ‘헬리오스’의 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