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화
[제목: 케이어스 - 소녀연맹의 정리
작성자: 무명의 덕후
작성일: 1년 전]
[소녀연맹 ‘Girl’s League’ 초동 1만
케이어스 ‘카오스’ 초동 10만
소녀연맹 ‘Girl’s Craving’ 초동 2만
케이어스 ‘가이아’ 초동 15만
[여기서부터 케이어스 - 소녀연맹 법칙 시작]
[소녀연맹 ‘Girl’s Union’ 초동 12만]
[케이어스 ‘TIME’ 초동 21만]
[소녀연맹 ‘애플 크러쉬’ 초동 26만]
[케이어스 ‘테이스트 더 넥타르’ 초동 60만]
[소녀연맹 ‘오토마타’ 초동 46만]
[케이어스 ‘IWY’ 초동 88만]
[가설1. 소녀연맹의 초동 판매량은 케이어스의 1/2로 유지된다.
가설2. 소녀연맹의 초동 판매량은 약 2배수로 증가한다.]
[논쟁점. 2배수 증가설은 원래 케이어스에게도 적용됐지만 ‘TIME’에서 ‘넥타르’로 넘어갈 때 3배로 증가함으로써 깨졌다.
2배수 증가설은 ‘넥타르’에서 ‘IWY’로 넘어갈 때 50% 증가함으로써 두 번 깨졌다.
하지만 가불 개념을 적용하면 ‘TIME’에서 ‘IWY’까지 2배수로 증가한 게 된다.]
[‘가설1’인 소녀연맹―케이어스 초동 판매량 1대2비율설은, 케이어스의 증가량이 널뛰기함에도 계속 유지되는 중이다.
‘가설2’인 소녀연맹 초동 판매량 2배수 증가설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 법칙이 계속 이어지면 소녀연맹의 다음 초동 판매량은 90만이어야 하며, 케이어스는 160만이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케이어스가 160만 장 팔 순 없다(WTP 제외 작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가 150만 장이었음).]
[질문: 걸그룹 천장이라고 추측되는 100만 장을 케이어스가 찍으면, 소녀연맹의 판매량은 얼마일까?]
[예상 답안1. 가설1이 적용되면 소녀연맹의 다음 초동 판매량은 50만 장에서 60만 장 사이일 것이다.
예상 답안2. 가설2가 적용되면 소녀연맹의 다음 초동 판매량은 80만 장에서 90만 장이다.]
[조회 수 200,0**회
댓글 3,0**개]
[1,002 1년 전
:삭제된 댓글입니다]
[1,003 1년 전
:삭제된 댓글입니다]
[1,004 1년 전
케이어스는 160만 장 가도 소녀연맹은 못 가지]
[1,005 1년 전
WTP가 대형 기획사 목 따니까 아무나 가능한 줄 아네. 소녀연맹 걍 한때임. YJS랑 SMS가 걸그룹 내면 깔개 직행일 애들이 빈집털이로 인기 얻는 거 우웩 ㅋㅋ]
[1,006 1년 전
가로 엔터가 대형 유통사 레이블로 편입되면 가능할 수도 있을 듯. 근데 가로 엔터 사장 재벌이라는 소문 있던데, 남 밑에 들어가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1,007 1년 전
WTP 소속사가 기획사들 전부 인수하고 있던데 가로 엔터도 포함되는 거 아님? 나 인민이라서 그거 기대하고 있음. 우리 애들 지원 빵빵하게 받으면 얼마나 더 클지…….]
[1,008 1년 전
케이어스가 여돌 천장이라고 봐야지. KS 엔터 팬덤빨도 있는데, 케이어스 자체가 워낙 완성도가 높음. 케이팝 최고 아웃풋이 케이어스로 계산될 수밖에 없음.]
[1,009 1년 전
소녀연맹 성장은 케이어스 수혜잖아. 케이어스의 1/2이 소녀연맹인 거임. 각 그룹이 2배수로 성장하는 게 아니고. 만약 케이어스가 100만 장이면 소녀연맹은 50만. 잘 쳐줘도 60만임. 회사 차이가 너무 큼.
[1,010 1년 전
KS 엔터가 한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고 음악 잘하는 사람들 수백 명 데려와서 만들어낸 결과가 케이어스인데, 가로 엔터가 뭐라고 그걸 따라잡음.]
[1,011 1년 전
소녀연맹 법칙으로 이름 바꾸자. 케이어스의 1/2이 아니고 소녀연맹 혼자 2배수로 성장하는 거임. 케이어스는 ‘IWY’부터 법칙 깨졌잖아. 글쓴이 수학 못 함?]
[1,012 1년 전
인기견들한테 여기 링크 찍힘?]
…….
[2,312 6개월 전
나 이런 글 몇 년 전에도 본 거 같음
부테스 - WTP 법칙이었나?]
…….
[3,000 방금 전
케이어스 - 소녀연맹 법칙(NEW)
케이어스 ‘TIME’ 초동 21만
소녀연맹 ‘Girl’s Union‘ 초동 12만
케이어스 ‘테이스트 더 넥타르’ 초동 60만
소녀연맹 ‘애플 크러쉬’ 초동 26만
케이어스 ‘IWY’ 초동 88만
소녀연맹 ‘오토마타’ 초동 46만
케이어스 ‘헬리오스’ 초동 105만 장
소녀연맹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즌3’ ???장
케이어스―소녀연맹 법칙은 한 달 뒤에 증명됩니다.]
* * *
[Girls’ League(소녀연맹)
OUR PRODUCING SEASON THREE : SONG FOR PEOPLE
FIRST TRACK ‘에? 아타시(나)? 소오(그래), 아타시(나)!’
Comeback trailer #1]
[크레디트
디렉터: 조정훈
협력 디렉터…….
보조 디렉터…….
사진 디렉터…….
조명 디렉터…….
아트 디렉터: 임솔미(JJH), 손혜빈(가로 엔터테인먼트)…….
아트팀…….
비주얼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민경섭(가로 엔터)…….]
[설명: 앨범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즌3 ‘송 포 피플’의 첫 번째 트랙이자 멤버 리카의 솔로곡이다.
댄스 일렉트로닉·제이팝·카와이 베이스 프로듀서이자 DJ인 ‘플로리 걸’과의 협업작품이다.
‘플로리 걸’은 ‘사운드 포그’에 15만 명의 팔로워, ‘아이튜브’에 8만의 구독자를 가진 신비주의 DJ이다.
DJ MAG JAPAN의 BEST OF JAPAN U―29 랭킹에 들며 신예 DJ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리카와 플로리 걸, 케이팝과 제이팝의 미래를 짊어진 신예들의 카와이 베이스 넘버.]
뮤직비디오가 시작됐다.
리카와 친구들은 도쿄 시부야의 109 앞을 걸어가며 이야기한다.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웃음이 떠나가질 않는다.
그러던 도중 리카가 한 옷가게를 가리킨다.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셋은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때.
[리카!]
매니저가 나타나 그녀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가야 해!]
[에?]
[빨리 차에 타!]
[에, 아타시(나)?]
매니저는 대답을 듣지 않고 리카를 붙잡았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밴 안에 넣었다.
리카는 어안이 벙벙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문이 다시 열린다.
[내려!]
리카는 매니저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온다.
나오자마자 무대 위였다.
수백 명의 관객을 보자 리카는 넋이 나간다. 그녀는 천천히 핸드백 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꺼내어 쓴다.
[소오(그래), 아타시(나)!]
카와이 베이스 특유의 경쾌한 멜로디와 빠른 리듬이 합쳐진다.
[시간을 넘어서 들이켠 심호흡
시계를 돌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미래의 나를 그리며 한숨짓던
평범한 중학생!]
리카는 마이크를 쥐고 관객석을 가로질렀다.
[난 누구일까? 미래의 난 뭘 할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잠 못 들던 하루하루
그때는 몰랐지!
일이 너무 많아 잠에 못 들지는 전혀!]
길고 긴 관객석을 건너 문을 연다.
공연장 밖은 서울의 번화가였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달팽이관이 망가질 것만 같은 환호성이 쩌렁쩌렁 울린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진짜 모르는 게 아니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얘는 저걸 하래
쟤는 이걸 하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고
숲을 보지 말고 산을 보고
아무튼 많은 걸 보고 하래!]
리카는 걷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몸을 뉘이니, 사람들이 그녀를 들어 파도처럼 이리저리 옮겨주었다.
그때 파도가 멈추었다.
전화가 왔다.
리카는 폰을 보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폰을 사람들 사이 어딘가로 던져버린다.
[090 말고 010만!
이젠 고향이 어색해
노래를 불러야 해 바빠
춤을 춰야 해 바빠
나는 뮤지션이고 아티스트야!]
그때였다.
사람의 파도 사이에 매니저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가 리카를 붙잡는다.
[리카, 이럴 시간 없다니까! 또 공연가야 해!]
리카가 인상을 찌푸리곤 사람들 사이로 쏙 사라진다.
[내가 뮤지션? 내가 아티스트?
난 누구일까? 과거의 난 뭘 했길래?
미래를 걱정했다가 과거를 힐난해
과거의 내가 묻지 지금 행복하냐고
아 행복해 물론! 근데 왜 이렇게 됐지?
뭘 바라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 이동한다.
그 뒤를 매니저가 똑같이 기며 뒤를 쫓는다.
[소명을 가졌었나?
명예를 바랐었나?
운명이었나?
그냥 노래가 좋았나?
그냥 그냥 춤추는 게 좋았나?
이야 이야(아냐 아냐) 지가우(틀려)!]
사람의 숲을 빠져나왔다.
리카의 눈에 펼쳐진 건 소녀연맹 멤버들이었다.
아주 과거, 연습생 시절.
그녀들은 주간 평가 겸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버스킹을 마친 멤버들에게 두 명의 중학생이 다가왔다. 그녀들이 손편지와 쿠키를 전달하자, 멤버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기쁘게 그것을 받는다.
이윽고 엎드려 엉금엉금 기던 리카에게도 중학생들이 다가왔다.
[팬이에요!]
리카는 편지를 받는다.
어느새 그녀에게선 선글라스가 사라졌다. 옛날처럼 평범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변해 있었다.
리카가 편지를 받곤 자신을 가리켰다.
[에, 아타시(나)?]
팬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카가 씩 웃는다.
[소오(그래), 아타시(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 나!
예쁘고 귀엽고 아름다운 나!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는 나!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나!
내가 아닐지도 거짓말일지도!
그래도 히어로야 소설 속의 난!
내가 원하는 건 네 웃음 편지
그리고 응원!
이왕이면 귀엽다보다는 예쁘단 말도!]
리카가 팬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아갔다.
카메라가 멀어지는 둘을 잡는다.
경쾌했던 음악이 사라져가며 둘의 목소리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아타시(저)의 팬인가요!]
[네, 네헤헿! 진짜 팬이에요!]
[촬영 끝나고 사인해드릴게요! 단, 제가 최애여야 해요!]
* * *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즌3 송 포 피플’ 첫 번째 컴백 트레일러가 발표됐다.
“X발 이게 뭔데?”
윤상열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제목부터 그랬다.
‘에, 아타시? 소오, 아타시!’가 대체 뭔가?
“카와이 베이스 모르세요?”
“압니다!”
엘릭의 질문에 윤상열은 날을 잔뜩 세우며 답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몰라요?’였다.
엘릭이 심각해졌다.
“가로 엔터가 다루는 음악적 스펙트럼은 언제 생각해도 굉장히 넓네요. 지음이가 오타쿠라서 그런 걸까요.”
“말할 게 그런 거밖에 없습니까?”
“……마지막은 실제 상황일까요? 중학생 역할 배우분이 정말 소녀연맹의 팬인 걸까요?”
윤상열이 얼굴을 감쌌다.
진짜, 엘릭과 대화하다간 머리가 망가지겠다. 날카롭게 벼려왔던 정신이 무뎌져 간다.
“이게, 이게 어떤 기회인지 모르십니까? 케이어스와 소녀연맹의 라이벌 구도는 오래된 겁니다. 그 라이벌리에 대한 관심이, 이번 케이어스 100만 돌파로 정점에 달했다고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관심이 절정일 때 승부수를 띄울 곡을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타이틀곡을 공개해야지.
그 관심을 카와이 베이스인지 지랄인지 하는 곡에 집중시키면 어떡하자는 건가.
적이 전선에서 물러났을 때 전차를 투입해야 하는데 막 징집한 보병을 몰아넣은 꼴이다.
“그런 거예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간단한 걸 설명해야 한다니.
만약 글로브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엘릭 같은 인간이 메인 디렉터로 있었다면,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물론 홍보팀이 방금 윤상열이 했던 것과 비슷한 조언을 올렸겠지만 말이다.
“안…… 그러지 않을까요?”
“……예?”
“케이어스가 100만 돌파한 거야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만 아는 거잖아요. 대중들은 노래 나오면 듣는 게 끝 아니에요? 그리고 케이어스 100만 돌파한 거 아는 사람들이야, 소녀연맹 노래 나오면 안 들어볼 리가 없겠고요.”
“…….”
케이어스의 초동 100만 돌파를, 케이팝에 관심 있는 사람만 안다고?
이건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뭣하면 기념비를 세워도 될 업적이다.
대중음악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해도 될 정도인데, 아는 사람만 알아?
“이거 보세요. 아이튜브에 올라온 뉴스예요. 케이어스가 100만 장 돌파했단 소식인데 조회 수가 1만도 안 돼요.”
“…….”
“옆 뉴스는 폭염으로 사람 죽었단 건데 그거랑 비슷하네요.”
“…….”
“지금 제일 높은 건 정치인이 막말한 거요. 24시간도 안 돼서 100만 넘었어요.”
“…….”
“그냥 뭐, 이런 거 아닐까요?”
엘릭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서 윤상열은 가치관에 혼란이 왔다. 정말 이게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결국 저희가 하는 일은 본질이 음악이잖아요. 음악이 좋냐 아니냐가 문제지, 판매량은 큰 관심사가 아닌 거예요. 화제가 되는 건 음악이 좋았을 때죠.”
판매량 비교는 케이팝 팬덤의 문화다.
서로를 까 내리고, 욕하고, 비난하고.
학계에선 이를 ‘적대적 공생관계의 형성’이라고 부른다. 서로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관심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음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저희들한테나 큰일이지, 사람들은 정치인 막말한 게 더 중요하죠. 이 막말은 며칠이면 잊히겠지만, 100만 장 돌파는 역사에 남을 텐데도 그래요.”
“하지만…….”
“저한테는 이게 이렇게 보여요. 가로 엔터는 그런 얄팍한 마케팅을 고려하지 않아도, 지금의 인지도만으로 충분히 관심을 얻을 수 있다고요. 그런 자신감의 표현 같고, 실제로 자신감이 있을 만하지 않아요?”
“…….”
윤상열에게 ‘국뽕연맹’이란 촌스러운 명칭이 떠올랐다.
실제로 소녀연맹은 국뽕 아이튜브 채널의 주요한 먹거리 주제 중 하나이다.
‘오토마타’ 때만 해도 빌보드 200에 진입한 걸로 얼마나 호들갑을 떨던가.
케이팝 소식만 듣는 사람들 중엔 소녀연맹이 가장 유명하다고 아는 사람도 있다.
“마아(뭐어), 손나 칸지(그런 느낌)?”
결국 중요한 건 음악이다.
그 말은 매우 놀랍게도 윤상열의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마치 처음으로 ‘아무 생각도 안 하기’ 명상법을 성공했을 때 같았다.
타이밍이나 마케팅은 부수적인 것일 뿐.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획득한 이상,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윤상열이 턱을 괴었다.
“트랙 1번을 먼저 공개한 건 팬덤을 겨냥한 프로모션인가…….”
앨범의 주제에 맞춰 팬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에, 아타시? 소오, 아타시!’는 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곡이다.
정신없이 바빠진 스타로서의 삶.
그 바쁜 일상에 치이다가 자아가 흐려지며 동기가 소실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다가 최초로 아이돌로서 보람을 느꼈을 과거를 떠올린다. 아이돌일 때가 아니긴 하지만, 연습생 때 버스킹하다가 팬이 온 것이다.
아이돌로 활동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팬을 위함…… 인가.
“팬덤에겐 감동적으로 다가오긴 하겠군.”
“그래서 저도 10장 예약 주문했어요.”
윤상열이 엘릭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었다.
엘릭의 말마따나 가로 엔터는 대범하다.
어떻게든 이름 한 번 더 알려 앨범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팬덤을 겨냥한 컴백 프로모션을 펼치다니.
윤상열은 생각했다.
이거야말로 그가 읽으려고 했던 박성필의 프로듀서로서의 자아일 수도 있겠다고.
팬을 향한 진심 말이다.
“소녀연맹은 이번에 몇 장 팔까요? 케이어스와의 라이벌리가 유지되려면 60만 장은 넘어야 할 텐데…….”
드물게도 엘릭이 윤상열의 눈치를 보았다.
60만 장은 글로브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만약 소녀연맹이 케이어스와 투톱 마케팅 전략을 쓰려면, 글로브를 상회하는 성적이 필요하다.
“소녀연맹은 지금도 기적입니다.”
“아, 뭐, 그렇죠.”
“가로 엔터와 비슷한 규모의 기획사 중, 소녀연맹 발끝만큼이라도 따라간 기획사가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인적 자원밖에 없습니다.”
마치 비틀즈 멤버들이 우연히 모여 밴드를 결성한 것처럼.
가로 엔터엔 규모에 맞지 않는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의 힘이 시너지를 일으켜 지금의 기적을 쌓았다.
“그리고 이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선 안 됩니다. 사리에 맞지 않으니까요. 구성 씨, 석세스 엔터의 매출은 KS 엔터의 1/5도 안 됩니다. 영업익은 그보다 더 낮고요. 그런데도 글로브가 케이어스에 절반이나마 비빌 수 있는 이유를 아십니까?”
“어…….”
“관리하는 아티스트가 KS 엔터의 1/10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브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에 그만한 성과가 나왔어요.”
“그럼 가로 엔터는 효율이 훨씬 높겠네요? 소녀연맹 원툴이니까요.”
윤상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역량엔 천재인 제가 포함됩니다.”
“아, 예…….”
“제가 있어서 케이어스랑 어떻게 비비기라도 가능한 겁니다. 중견 기업인 석세스 엔터의 자원을 뒤에 두고요. 근데 가로 엔터는 KS 엔터 매출의 얼마쯤 될 거 같습니까? 영업익은요?”
“…….”
“소녀연맹이 케이어스한테 비비는 게 상식적인 상황입니까?”
상식적이지 않다.
그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인간은 저능아다.
“KS 엔터는 유형 자산에서도 무형 자산에서도 금융 자산에서도 가로 엔터를 아득히 앞지릅니다. 또한, 30년 동안 아이돌을 만들었어요. 방송국과 30년 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그 30년의 세월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엔터업을 시작하는 꿈에 부푼 멍청이들을 보면, 윤상열은 부아가 치민다.
아이돌 그거 좋은 노래랑 춤만 있으면 성공하지 않나?
그딴 식으로 생각하니까 명확한 비전과 준비도 없이 그룹을 만들고, 케이팝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거겠지.
“앨범 100만 장 판매가 가능한 시장은 농담거리가 아닙니다. 그만한 크기로 팽창하는 건 전 세계 음악업계의 꿈 같은 거예요. KS 엔터는 30년에 걸친 치밀한 계획으로 그 필터를 뚫은 겁니다. 그런데, 그걸 뚫자마자 웬 구멍가게가 따라잡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건 곧 이리 말하는 것과 같다.
“KS 엔터는 병신이다. 아니, 모든 대형 기획사가 병신 집합소다.”
“그렇지는…….”
“당연히 안 그렇습니다.”
“……?”
“애플이 3년 전에 스마트폰 만들기 시작한 웬 중국 중소기업한테 점유율로 따였다. 그럼 애플이 병신입니까?”
“아니죠. 그 스마트폰을 만든 회사가 대단한 거죠.”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없죠…….”
“그러니까 기적이고, 벌어져선 안 될 일이란 겁니다. 그런데 그게 벌어지려고 하고 있어요.”
“……어쩌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죠?”
“소녀연맹이 얼마 팔까 물었어요. 제 답은 이겁니다. KS 엔터가 가진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100만 장을 뚫었습니다. 프로모션, 마케팅, 프로덕션, 디렉팅, 30년간의 노하우를 집약시키고.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을 데려와서 100만을 뚫었습니다. 구멍가게가…….”
가로 엔터가.
“선전해왔다 하더라도, 이젠 한계에 부딪힐 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적이겠죠. 그 최대 수치는 높게 잡아도 70만입니다.”
가로 엔터가 탑을 쌓는 동안 KS 엔터는 놀아온 게 아니다. KS 엔터는 가로 엔터보다 더 견고한 층을 쌓아와 마침내 하늘에 도달했다.
윤상열의 말마따나 KS 엔터는 병신이 아니다.
“케이어스는 케이팝의 상징입니다. 케이어스의 성장 정체가 그녀들 혼자만의 이야기는 절대 아닐 겁니다. 모두가 해당돼요. 소녀연맹도 예외가 아니고요.”
“되게 초조해하시네요.”
“예?”
“사실 소녀연맹이 케이어스를 이기길 바라고 계신 거 아니에요?”
엘릭이 턱을 까딱였다.
윤상열은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그의 무릎 위엔 주먹이 놓여 있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때의 꽉 쥔 주먹 같았다.
“KS 엔터에서 나오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보고 싶으신 거 아니에요?”
비록 다른 사람에게라도.
KS 엔터라는 하늘이 부서지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닌가?
“솔직해지세요. KS 엔터가 지는 게 보고 싶다고. 70만 장도 괜히 낮춰 잡으신 거죠?”
“…….”
KS 엔터라는 하늘이 부서지는 걸 보고 싶다고?
아니다.
KS 엔터는 윤상열이 언젠가 돌아갈 집 같은 거다.
고향이 부서지길 바랄 리가 없잖은가.
그리고.
“낮춰 잡은 게 아닙니다.”
“에이, 그래도 글로브가 62만 장인데 소녀연맹이 70만 장에서 그치는 건…….”
이 인간은 글로브가 자기 소속사 뮤지션이란 자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가로 엔터와 친하게 지내다 와서 경계감이 없는 건가?
“낮춰 잡은 게 아닙니다.”
윤상열이 다시 말했다.
“KS 엔터는 병신이 아닙니다.”
“그렇죠. 그렇다고 그게 소녀연맹이…….”
“제가 KS 엔터의 경영진이었으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기도 전에 소녀연맹의 모가지를 비틀었을 겁니다.”
“……예?”
“지금까진 귀엽다고 봐줬어도, 이번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올해는 케이어스의 해가 되어야만 한다.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
KS 엔터 역사에 남을 가장 아름다운 기념사진일 것이다.
그 사진 외곽에 소녀연맹의 손끝 하나라도 찍혔다간 얼마나 울분이 터질까.
라이벌이라고?
허파가 뒤집히는 소리일 거다.
싸움에서 이기는 법엔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싸움에 임하기 전, 상대편을 미리 반 죽여놓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 윤상열이 KS 엔터의 경영진이었다면. 그리고 그가 아는 KS 엔터라면, 이 지경까지 와서도 좌시하진 않는다.
“기어오르지 못하게 확실히 대가리를 찍어 누릅니다.”
절대 가만히 안 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