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8화
효민.
‘Call me certainly’ 초동 판매량.
112,1**장.
자체 커리어 하이 달성.
100,000의 벽 돌파.
유빈이 입을 떡 벌렸다.
성필이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퍼센트 멤버들이 술렁였다.
까마득한 후배의 판매량이 본인들의 커리어 하이를 뛰어넘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효민 씨가 그럼…….”
유빈은 셈하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솔로니까, 얼마를 번 거예요 대체?!”
“넌 물어도 그런 걸…….”
“11만 장이지, 정확히는.”
유빈은 넋이 나갔다.
그는 우효민의 계약 정산 비율을 모른다. 제작비, 활동비, 정산비 등을 알 수 없으니 어림잡아 계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림잡아 셈해도, 우효민은 앨범 판매량과 음원 수익을 더해서 최소 2~3억 원은 벌었을 것이다.
거기에 행사까지 더해진다면?
“나도 솔로로 데뷔했으면…….”
강현의 눈빛이 사나워지자 유빈이 즉각 태도를 바꾸었다.
“그런데 난 우리 멤버들 없었으면 이만큼 크지도 못했지! 솔로 아무나 하나?”
“효민 씨 얘기는 그만하자.”
성필이 이야기를 일단락시키려 했다. 웨이퍼센트 멤버들은 휴식의 끝을 예감하고 저마다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유빈이 애원하듯 손을 모았다.
“그, 박 이사님. 효민 씨 이번 앨범 만들려면 제작비가 얼마 정도…… 들어요?”
곡, 안무, 의상, 뮤직비디오, 댄서와 스태프의 인건비, 기타 등등.
우효민이 이번 앨범에 쏟은 총제작비는 과연 얼마일까. 이만한 퀄리티를 내기 위해선 자본이 어느 정도 필요한가.
프로듀서를 꿈꾸는 유빈에겐 간절히 알고 싶은 정보였다.
“그건…….”
성필이 운을 떼자 유빈의 얼굴에 기대가 번졌다.
“대외비라 못 말해주지.”
유빈의 얼굴에 실망이 나타났다.
그는 옐로 서브마린 엔터에 있을 적에도 백 오피스에 관심이 많았다. 플레이어로서 무대에 오르는 일만큼이나, 스태프들의 업무를 궁금해했다.
아무렴, 꿈이 아이돌 프로듀서이니 말이다.
하지만 옐로 서브마린 엔터는 멤버들에게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마 의도적으로 정보를 완전히 차단한 것일 터다.
“너희들 제작비는 얼마든지 알려줄 수 있어. 어디에 뭘 썼는지. 그런데 다른 아티스트의, 다른 회사의 정보를 내가 누설할 순 없잖아.”
“어? 그러면…….”
“너희 컴백하고 찾아와.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 세세하게 알려줄게.”
유빈은 아까의 실망을 순식간에 지웠다. 드디어 그토록 알고 싶던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으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급이라고 한다.
프로듀싱에서도 자본을 얻고 그걸 적절히 사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끌어내는 게 프로듀서의 자질이다.
“휴식 끝. 다시 해보자.”
서유선이 일본으로 돌아간 후, 웨이퍼센트의 퍼포먼스 점검은 성필이 맡고 있다.
서유선이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감독했다면, 성필은 다른 각도에서 그들을 본다.
‘팬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와 ‘처음 보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는가’가 성필의 각도였다. 즉, 성필은 웨이퍼센트가 ‘먹히는지’ 본다.
그들의 매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게, 성필이 퍼포먼스를 점검하는 이유였다.
멤버들이 포지션을 잡자 성필이 강현을 보았다.
“현아.”
“네, 이사님.”
“가슴은 괜찮아?”
강현은 피로골절로 2주를 쉬었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을 꾹꾹 눌러보더니 씨익 웃었다.
“괜찮아요.”
“좋아.”
성필이 음악을 재생했다.
그때, 유빈이 소리쳤다.
“강도다! 강도야!”
강현이 다급한 얼굴로 유빈에게 성큼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강도예요! 강도가 훔쳐 갔어요!”
“뭘요?”
유빈이 정면을 보곤 애절하게 외쳤다.
“제 마음을요!”
그리고 이어지는 담백한 퍼포먼스.
그걸 눈으로 보며, 성필의 머리는 다른 것을 생각했다. 우효민에 관한 것이었다.
‘초동 판매량이 집계됐다.’
즉, 이번 주가 우효민의 승부처다.
전쟁으로 따지면 무기가 준비된 것이다. 물론 진소유는 우효민의 판매량보다 약 2배가 높다.
‘앨범 판매량으론 부족해.’
그러나 음원 성적은 따라가고 있다.
진소유의 ‘하나였어’는 발매되자마자 TOP5에 진입했고, 일주일째인 현재에도 TOP10 안에 걸려 있다.
‘그건 효민이도 마찬가지야.’
우효민은 작년 차세대 섬머퀸이자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 그걸 이번 컴백에도 어김없이 증명했다.
‘효민이의 음원 화제성은 예상 이상으로 높다.’
판매량에선 졌지만 음원으론 호각.
팬 투표로는 진소유에게 지겠지.
그러나 우효민에겐 또 다른 무기가 있다.
‘방송 출연 점수.’
지금쯤 우효민은 몸과 정신을 갉아먹으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을 것이다.
괴롭고 힘들겠지.
‘힘들겠지만, 이번 주가 승부처다.’
진소유는 이번 주, 즉 컴백 2주 차에 활동을 마친다. 우효민이 진소유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이번 주가 끝이다.
하지만 성필이 이번 주를 승부처라고 판단한 건, 진소유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음반 판매량이 점수로 집계되는 건 이번 주가 끝이니까.’
우효민이 1위를 노린다면 이번 주가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음반 점수가 없는 상태에서 1위를 따내려면 음원 성적이 웬만큼 높지 않곤 안 된다.
팬덤이 화력을 집중하여 한 번 천장을 찍고 내려오는 걸론 부족하다. 물론 그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1위에 도달하기엔 모자라다.
‘효민이가 이번 주인 2주 차에 소유 씨에게 패배한다면, 다음 주에 음원 성적만으로 1위를 노려야 해.’
우효민이 3주 차 때 1위를 한다는 건, 음원이 3주간 TOP10 안에 박혀 있는단 뜻이다.
그 정도면 월간 차트 상위권에마저 걸릴 수 있다.
음악 방송 1위보다 더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번 주가 승부처.’
1위를 한다면 지금, 음반·방송·음원 점수가 정점에 이른 2주 차다.
‘힘들어도 견뎌내 줘.’
부디 지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성필은 우효민에 대한 생각을 짧게 자르고, 웨이퍼센트의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내 마음을 돌려줘! 하지만 봐줄게, 1대1론 안 돼. 네 마음 전부랑 바꾸자!”
* * *
김명운 대표는 방송국 주차장에 도착하여 매니저의 차를 찾았다. 그쪽으로 다가가니 매니저가 운전석에서 나왔다.
“대표님.”
매니저의 안색은 꽤 초췌했다.
밤부터 현재, 즉 점심까지 12시간 이상 우효민을 따라다니며 일했으니 초췌해질 만도 했다.
김명운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고생했어요.”
이음 엔터는 우효민 1인 기획사다.
로드 매니저 두 명과 팀장급 매니저 하나. 총합 셋을 두고 로테이션으로 활동해왔다. 평소엔 세 명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이번 컴백에선 세 명으로는 부족했다.
우효민이 일주일이 넘도록 거의 24시간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니, 세 명으로 감당이 될 리 없다.
때문에 김명운까지 끼어들어 4인으로 우효민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방송국 안쪽은?”
“팀장님이 계시고, 1시간 전에 드라이 리허설 끝났습니다.”
김명운은 카메라 리허설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해보세요.”
“감사합니다. 가보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뭘 조심하라는 걸까. 정신이 피폐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듯했다.
김명운은 운전석에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맸다. 그리고 우효민에게 ‘안녕’이란 짧은 인사만을 던지고 바로 차를 몰았다.
우효민은 대답이 없었다.
백미러로 보니, 차창에 머리를 대고 잠들어 있었다.
김명운이 입술을 꾹 물었다.
‘많이 힘들겠지.’
일주일 넘게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어제는 음악 방송이 없었지만, 저녁부터 밤까지 방송 촬영을 했다.
‘그리고 샤워한 후 조금 쉰 뒤 바로 샵으로…….’
또 잠깐 쉰 후 라디오 생방송.
다음은 음악 방송으로 직행.
대기하다가 드라이 리허설.
이젠 잠시 짬을 내어 방송국 아이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찍으러 간다. 뮤지션의 라이브를 주력으로 삼는 것이었다.
‘효민이가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잠을 제대로 잔 게 대체 언제 이야기일까.
김명운은 심장이 타는 듯했다. 그런 마음으로 촬영 스튜디오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우효민을 불렀다.
“효민아.”
우효민이 부스스 눈을 떴다.
“아, 대표님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그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다.
김명운은 우효민과 함께 건물을 올랐다. 우효민의 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김명운이 그녀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대곤 천천히 밀어야 그나마 보통 속도를 냈다. 차라리 부축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운이 스튜디오로 들어가자마자 크게 인사했다. 우효민에겐 인사할 기력도 없을 듯해서였다.
기력이 없어 작게 인사했다가, 괜히 이상한 걸로 책잡히기 전에 김명운이 먼저…….
“안녕하세요! 사랑의 응급 구조 요원 효민입니다!”
우효민은 아까 기운이 빠져 있던 게 거짓말처럼 활기가 넘쳤다. 그녀의 경쾌한 인사가 스튜디오 전체에 밝은 분위기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스태프들 사이를 총총 걸으며, 생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인사를 전했다. 거의 모든 스태프와 눈을 마주치다시피 하였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촬영이 시작됐다.
그녀는 꾸며진 스테이지에 서서 스탠드 마이크를 쥐었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자, 그녀는 진정한 아이돌로 변했다.
초췌한 기색 따위 얼굴에 비치지 않는다.
‘그렇겠지.’
화장을 했으니까.
안색 같은 게 비칠 리 없다.
김명운은 우효민의 화장이 가면처럼 느껴졌다. 손톱보다 얇은 저 화장 안에,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자리 잡고 있을까.
가혹한 생각이지만, 김명운은 우효민이 기력을 깎더라도 실수 없이 라이브 촬영을 마치길 바랐다.
‘실수하면 촬영이 길어져.’
우효민이 힘들어진단 건 차치하고서라도, 촬영이 길어지면 음악 방송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카메라 리허설에 참여해야 하니까.
피로 때문에 실수를 연발하면, 어중간한 작업물을 남기고 떠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효민의 평판이 떨어지겠지.
무엇보다…….
‘이 일을 잡아준 가로 엔터에 피해를 준다.’
김명운은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부디, 우효민이 이 순간만이라도…….
“날 부르기 꺼려지니? No No 언제든지 보내줘 message!”
화장이란 가면을 쓴 우효민의 얼굴은 물론, 그녀의 목소리에도 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발랄한 퍼포먼스와 제스처도 평소 그대로다.
김명운은 기도하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우효민은 약간의 피곤한 티도 내지 않았다. 연달아 수 곡의 라이브를 완벽하게 펼쳤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촬영이 끝났다.
우효민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찬 인사를 날렸다. 스태프들은 이미 사랑의 응급 구조 요원 우효민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검지로 뿅뿅 사랑의 총알을 쏘자 다들 왁자지껄 웃으면서 ‘헉!’ 반응해주었다.
그리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아, 하…….”
우효민이 가슴께에 손을 얹고 거친 호흡을 터뜨렸다. 김명운이 그녀를 부축하자 우효민은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둘은 천천히 밖으로 향했다.
“효민아, 많이 힘들지?”
김명운은 그녀를 격려하면서, 동시에 위로하려고 했다.
우효민의 이번 활동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우효민이 진소유를 꺾을 유일한 방법이란 걸 알았고, 김명운이 받아들였으나, 솔직히 참담한 심정이다.
사람이 할 만한 스케줄이 아니다.
과거, 아이돌을 혹사시키며 돈을 벌어들이던 기획사나 할 법한 강행군이다.
물론 우효민의 활동은 그 시절의 악행들과 다른 차원이지만, 강도만은 비교할 만하다.
우효민의 고통을 바로 곁에서 느끼는 김명운 입장에선, 과거의 자신을 후려 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엔…….”
“위로하지 마세요.”
“어?”
“후회하지도 마시고요.”
우효민이 김명운을 천천히 떼어냈다. 그의 부축을 받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될 줄 알고 받아들였어요. 힘들 줄 알고도 받아들인 거예요. 대표님, 그렇잖아요.”
김명운은 우효민이 자신을 비난하는 거라고 여겼다. 네가 눈이 멀어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것이라고.
우효민이 김명운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김명운이 상상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우효민은 미소 짓고 있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요. 박 이사님이 그러셨잖아요. 저는 자영업자라고.”
회사원과 달리, 자영업자가 바쁘단 건 안 좋은 일이 아니다.
“일이 이렇게 많다니, 분에 겨운 행복이네요. 그리고 이제 끝이 보이니까요.”
끝.
“이번 주에 승부가 나요.”
진소유와의 결전.
음악 방송 1위를 따내느냐 아니냐의 승부다.
“승리를 선물로 주고 싶어요. ‘럭키’들에게, 가로 엔터에, 대표님에게.”
그리고.
“저에게요.”
그러니까 견딘다.
김명운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자신보다 훨씬 작은 소녀의 뒤를 따랐다.
그 빛만은 김명운이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컸다. 과거, 침몰 직전에 몰렸던 ‘포유’를 견인했던 리더의 빛이었다.
* * *
진소유는 음방 생방송 마지막 차례였다.
음방은 마지막에 가까울수록 인지도가 높단 증거이다. 인기 있고, 기대받으며, 음원 성적과 음반 판매량이 높다.
즉, 생방송 마지막 차례인 진소유는 강력한 1위 후보다.
“소유야.”
매니저는 쭈뼛쭈뼛 진소유를 불렀다.
진소유는 아까부터 대기실 의자에 앉아 멍때리고 있었다. 천장인지 벽인지 알 수 없는 곳만 보았다.
“네.”
“그, 시간 좀 있잖아?”
“네.”
“‘세이’로 유스들한테 뭐라도 좀 보내는 거 어때?”
세이.
일대다(一對多)로 팬과 아티스트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 어플이다.
사용자에게는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인다. 아티스트는 동시에 수백, 수천 명의 메시지를 받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용자가 보는 메시지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리카의 ‘세이’를 예시로 들자면.
[에리카: 라방 하까.]
[에리카: 지금 라방 하면 볼 유스 있나.]
[성필: 볼게볼게볼게볼게볼게볼게볼게볼게]
[에리카: 맞다 우리 유스들 일할 시간이구나우ㅜㅜ 미아내 조금 이따가 하께]
[성필: 지금 해줘 지금 해줘 지금 해줘]
이렇게 말이다.
가끔 대화가 맞아들어가면 ‘티키타카 성공’이라며 커뮤니티에 자랑할 수 있다.
진저의 ‘세이’를 예시로 들자면.
[진저: 요즘 소보루가 너무 맛있어요]
[진저: 유스들은 빵 좋아해요? 뭐 먹어요?]
[성필: 초코 소라빵]
[진저: 초코 소라빵은 칼로리가 너무 많아요!]
이게 티키타카 성공이다.
사용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아티스트가 볼 확률은 매우 낮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세이’를 꽤 즐긴다.
그런데, 진소유는 ‘세이’ 참여율이 극도로 낮다.
매니저는 얼마 전 1팀장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소유 쉴 때 보내라고 해봐. 네가 대신 써주…… 지는 말고. 진짜 사소한 거라도 괜찮아. 에리카 좀 본받으라고 해봐.’
매니저는 조심스럽게 진소유를 구슬렸다.
“뭐, 이런 건 어때? 음방 보러 온 유스들 있냐고? 기대 안 되냐고? 응?”
“할 말 없어요.”
“…….”
이번 달도 진소유가 메시지를 보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4,500원을 결제한 유스분들.
매니저로서 죄송합니다.
“지금은요.”
“그럼 언제 할 말이 생기겠니 소유야.”
“음방 끝나고요.”
진소유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생방송 무대에 나갈 시간이 다가왔다.
“1위 하면.”
그때 보낼 것이다.
* * *
스테이지를 출연자들이 가득 채웠다.
가장 앞에 선 MC들은 오늘 무대가 이랬니 저랬니, 대본에 쓰인 말을 매우 어색하게 따라 하는 중이었다.
[자, 이번 주 1위 확인해보겠습니다!]
전광판에 두 앨범의 커버 사진이 떠올랐다.
진소유의 ‘하나였어’와 우효민의 ‘콜 미 설튼리’였다.
[디지털 음원 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MC가 차례로 점수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숫자가 떠올랐다. 굉장히 빠른 템포였다.
[방송 점수, 음반 점수.]
이어서 총점이 떠올랐다.
같은 점수에서 멈춘 두 곡.
그리고 한 곡의 총점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다른 곡을 추월했다.
[효민 ‘콜 미 설튼리’ 축하드립니다!]
꽃가루 폭죽이 터지며 모든 출연자가 웃는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바닥을 보고 있던 우효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전광판에는 그녀의 승리가 새겨져 있었다.
MC들이 우효민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동시에 마이크도.
[아.]
그리고.
[아, 흑…….]
우효민이 눈물을 터뜨렸다.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