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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641화 (641/760)

641화

‘최고가 되고 싶어.’

지유는 석세스 엔터 사옥 옥상의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앉아서, 봄을 이끌어 오는 하늘을 보았다.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지.’

성필에게 말했었다.

이유는.

‘유명해지고 싶어서. 최고의 자리는 돈으로 살 수 없어서. 오빠가 멋져서.’

중학교 졸업식 날, 같이 사진을 찍으며 성필에게 그리 말했더랬다.

게다가 윤상열에게 반항하고 뛰쳐나간 후, 결국 글로브에게 남기로 결정한 날. 성필에게 또 최고가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결국 가로 엔터로 가려 하지 않은 이유는…….

‘최고의 자리는 하나니까.’

가로 엔터의 지붕 아래엔 글로브와 소녀연맹이 동시에 존재할 것이다.

최고의 자리도 둘 중 하나가 거머쥔다.

성필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까.

말할 것도 없지. 비록 성필은 아니라고 했었지만.

‘소녀연맹일 게 분명하지.’

그리고 또 뭐라고 말했더라.

아.

‘두 번째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의 두 번째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두 번째는 비굴하게 살아야만 하니까.

애정을 갈구하고, 경쟁하며, 꼬리를 흔드는 개가 되고픈 마음은 없다.

지유만의 생각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 그러하다.

두 번째, 2등, 1등을 제외한 나머지. 그건 그러한 의미다. 지유는 1등에서 밀려난 인간들이 어떻게 되는지, 아버지로부터 보아왔다.

‘최고가 아니니까 비굴한 거야.’

머리를 박으라면 박는다.

짖으라면 짖는다.

애교를 부리라면 애교를 부린다.

최고가 아니면 그렇게 산다.

‘그래서 난 석세스 엔터에 남기로 했었지.’

소녀연맹을 이기고, 케이어스마저 이겨서, 첫 번째가 되기 위해서.

“하.”

후회된다.

지유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윤상열 그 새끼 밑에선 최고가 될 수 없어.’

감정도 하나 제어하지 못하고 보복성 파트 분배를 하는 인간이 어떻게 최고를 만들까?

‘X 같은 새끼.’

글로브 멤버들은 소중하다.

그리고 지유 자신도 소중하다.

대국적으로 판단하여 희생하고픈 마음은 없다. 애초에 희생이 필요한 순간부터 지유는 글로브란 집단의 하층민이 되어버린다.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웃는 얼굴로 ‘괜찮다’는 말이나 하고, 멤버들로부터 동정받는 삶 따위 싫다.

그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비굴한 인생이잖아.’

그야말로 두 번째의 전형이다. 가끔 받아먹는 값싼 동정에 눈물이나 펑펑 흘리겠지.

지유는 폰을 보았다.

곧 3시간이 다 되어간다.

하늘만 보면서 3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하면 이런 짓도 가능하구나.

지유는 몸을 일으켜 계단을 내려갔다.

‘애초에 성필 오빠가 나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 따위는 없었을 텐데.

‘그러고 보면, 노아 걔가 자장면을 시켜 먹은 게 시작이었어.’

윤상열은 노아가 시켜 먹은 자장면 때문에 성필을 불렀었다. 그리고 연습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꼽을 줬었다.

그게 발단이다.

원인(原因)은 아닐지언정, 근인(近因)이 됐다.

만약의 이야기지만, 노아가 없었더라면 성필은 계속 석세스 엔터에 남아서…….

‘그만해, 원망하지 마.’

지나간 시간은 어쩔 수 없다. 고칠 수 없는 걸로 타인을 원망해봤자 병드는 건 자신의 마음이다.

“안녕.”

정수기 앞, 엡실론의 리더인 임정문이 있었다. 그는 텀블러에 물을 받으며 가볍게 인사를 던졌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지유는 정수기 옆에 섰다.

임정문은 초조한 듯 텀블러 물을 반만 채우고 자리에서 비켰다. 지유는 꾸벅 감사를 표하며 종이컵에 물을 채웠다.

임정문은 계속 지유를 보았다. 마치 동물을 구경하는 듯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겠으나, 지유는 기분이 안 좋아 톡 쏘듯이 말했다.

“왜 그러세요.”

“너지?”

“네?”

“윤 피디님한테 반항하고 도망갔다는 애. 글로브의 지유, 맞지?”

“아…….”

석세스 엔터에서 유명한 사건이다.

“네, 뭐…….”

“그러고서 형, 아니, 박 팀장님…… 아니 아니, 가로 엔터에 그, 이제 이사던가? 팀장님 찾아갔고?”

그거까지 알려졌나.

멤버들이 떠들었을까, 아니면 윤상열이 엡실론에게 신세 한탄하듯 떠벌린 걸까.

지유는 대답 대신 종이컵에 담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게 대답이 됐길 바라며, 지유는 종이컵을 버리고 떠나갔.

“난 그 형이 더 별로던데.”

지유가 걸음을 뚝 멈추었다.

“찾아간 데가 하필이면 또 팀장님이냐. 아니 아니, 이사님이지 이젠.”

“……피디님보다.”

지유가 임정문에게로 돌아보았다.

“성필이 오빠가 더 싫다고요?”

“아…… 넌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다. 난 팀장님, 아니다 아니…….”

“팀장님이든 형이든 편한 대로 불러요.”

“어, 그럼 형. 그 형 참…… 아. 진짜 뭐 그런 사람이 있는지 모를 수준이라서.”

“오빠가 뭐요.”

임정문은 지유의 적개심에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물어볼 줄은 몰랐다.

그냥 ‘그래요?’, ‘응’ 수준으로 끝날 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 어때?’라고 물어보면 ‘난 별로’라고 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음, 어, 그냥 하나만 말하면. 나랑 롱이 싸운 적이 있거든. 뭐…… 그 나이대 남자애들이 혈기가 넘치잖아. 사소한 걸로 싸웠는데 형이 어떡한 줄 알아? 아니, 무슨 콜로세움처럼 직원들 불러 모아서 우리 보고 싸우랬다니까. 미친 건 줄 알았어.”

당연히 임정문과 롱은 안 싸웠다.

둘 다 당황했고, 부끄러웠고, 수치스러웠다.

직원이 다 보는 데서 성필이 ‘싸워, 판 깔아줬는데 왜 안 싸워’라고 반복하니, 미치는 줄 알았다.

“그건 싸운 선배님들이 잘못한 거잖아요.”

“그치. 어,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겠는데. 뒤로도 막 많이 심했어. 말이라든가. 사람 잡았지.”

과도한 비난.

과도한 통제.

그리고 고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습시키기.

성필은 그 일로 꽤 오래 화를 냈었다. 임정문과 롱이 굽히고 들어가도 화를 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뭐,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야. 너희들도 안 그래? 적이 하나 있으면 뭉치잖아. 그걸 의도한 거 같긴 한데…….”

그때의 일은 어린 엡실론 멤버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때의 상처는 별거 아니라고 넘길 게 아니다.

“그 뒤론 또 사람이 칼처럼 변하는 거야. 미안하다. 힘들었지. 아니, 그게 더 기분 나빠. 사이코패스야 뭐야. 그때 딱 느꼈지.”

“……뭘요?”

“이 형은 우리를 동물원의 동물로 생각하는구나. 매뉴얼이 있어, 그 형은. 이렇게 한 뒤에 이렇게 해야지. 이러면 이러겠지. 이러면 되겠지. 사람을 매뉴얼로 대한다는 건, 그러니까, 고객? 진짜 건조한 관계란 거잖아.”

어린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른보다 눈치가 빠르다.

아직 아이였던 엡실론 멤버들은 모두 성필이 어떤 인간인지 눈치챘다.

성필은 자신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때로는 채찍을, 때로는 당근을 줄 뿐이다.

그가 화내는 건 진짜 화를 내는 게 아니다.

그가 사과하거나 칭찬하는 건 진짜 미안하거나 잘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잖아. 키우는 돼지한테도 그럴 수 있잖아.”

임정문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텀블러를 꽉 쥔 채 생각에 잠겼다.

“아니야, 미안해, 잊어. 옛날얘기가 나와서 나도 흥분했나 봐. 그래, 옛날얘기야. 너희가 본 형은 다를 수도 있.”

“맞아요.”

“어?”

“옛날얘기예요. 지나간 일이라구요.”

지유가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옛날 일로 오빠 욕하지 마요. 내가 겪지도 않은 걸로.”

임정문은 눈을 끔뻑이다가, 인자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른이 지을 법한 것이었다. 이젠 그도 성필을 이해한단 표시와 같았다.

“응, 미안. 연습 잘해, 다치지 말고.”

지유는 홱 자리를 떴다.

복도를 걸었다.

머리끝까지 열이 찼다.

‘오빠보다 윤상열이 낫다고?’

왜 나은가?

안 들어도 알겠다.

적어도 윤상열은 가면은 안 쓴단 거겠지.

‘지랄하지 마.’

성필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빠는 그럴 인간이 아니야.

최소한, 그래, 양보해서, 최소한 윤상열보다는 훨씬 나은 인간이다.

오빠는 그래.

세상 그 누구도, 성필보다 윤상열이 낫다는 생각을 할 순 없다. 그래선 안 된다. 그건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사상이다.

“지유야.”

이번 미팅 장소는 회의실이라고 통보받았다.

회의실로 들어오자 멤버 전원이 걱정스레 지유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길 하나 안 주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지유야, 우리가 얘기를 해봤어.”

라희가 지유에게로 다가왔다.

“내 파트가 과도하게 많은 거 같아. 한 소절을 네가 맡아. 그냥 주는 게 아니야. 이 부분은 싱잉랩인데, 이건 네가…….”

“됐어.”

“…….”

“윤상열이 뭐라고 말하는지나 들어보자.”

“지유야…….”

“야, 라우라.”

지유가 라희의 본명을 불렀다. 그녀의 눈에서 분노가 불처럼 피어올랐다.

“나 동정하지 마. 네가 그러면 내가 고마워할 거 같아? 아니. 죽고 싶어. 너한테 동정받을 바에야 지금 당장 창문 뚫고 떨어지고 싶어. 그러니까 다신 그딴 말 꺼내지 마.”

“…….”

라희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윤상열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는 회의실을 온도를 확인했다.

“씨…….”

낮았다.

윤상열은 신경질적으로 온도를 높였다.

그리고 창가 쪽에 놓인 가습기를 보았다. 뚜껑을 열자 반쯤 차 있는 물이 보였다.

윤상열은 짜증 내며 가습기를 켰다.

“어디 가든 가습기부터 켜라. 노래한다는 것들이…….”

회의는 시작도 안 했건만, 윤상열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온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는 테이블의 상석 앞에 섰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난 이제 너희들에게 필요 이상의 기대를 포기했단 거다. 옛날처럼 몰아붙이지 않아. 너희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시간이 자연스레 끌어내 줄 거라고…….”

윤상열은 눈을 3초간 질끈 감았다.

“……시간이, 자연스레 끌어내 줄 거라고 판단하려고 한다. 한계를 넘어서길 강요하지 않아. 지금 너희가 가진 능력만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방향으로 간다. ‘케미컬 임팩트’는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이다. 하지만 모든 걸 갖춘 최선. 현재로선, 최고의 아이돌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윤상열은 숨을 깊이 내뿜었다.

“나는 진심으로 너희가 최고의 아이돌이길 바란다. 최고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최고의 아이돌이란 혼자를 뜻하지 않아. 집단이다. 집단의 시너지는 개개인의 능력합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혹은 기계적인 평균화도 아니지. 적재적소와 시의적절함이 갖추어져야 한다. 지유.”

윤상열이 지유를 바라보았다.

지유는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보다시피 했다. 윤상열은 그녀의 불손함에 미간을 찡그렸으나, 험한 말을 꺼내진 않았다.

“비중은 보컬 파트의 시간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춤도 있다. 그리고, 춤도 있지만 춤의 비중 또한 할당된 시간과 장소로 결정되지 않아.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끝난 이후의 공백. 공백의 시작을 알리는 6초는 너의 자리다. 너만이 있을 수 있는 곳이고. 역으로 말하면…….”

“나머지 자리는 우리 멤버들의 자리다? 부족한 저는 들어갈 수 없는 자리요?”

윤상열의 얼굴이 미약하게 밝아졌다.

“맞다. 저마다의 부족분과, 저마다의 장점을 고려한 거다.”

지유는 이를 악물었다.

결국은 부족한 이에게 희생을 강요하겠단 뜻이다. 물론 이해할 만한 발언이다. 그러나 아까 했던 궤변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유와 다를 바 없는, 어떻게 보면 지유보다 낮은 보컬 실력의 노아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게다가, 댄스 퍼포먼스의 중앙 할당 시간이 비중과 무관하다고? 관객들이 퍼포먼스의 중앙만 본단 걸 모르나?

윤상열의 설명은 여전히 궤변이었다.

지유는 멤버 중 가장 적은 보컬 시간, 그리고 다른 멤버와 비교하여 1위도 아니고 2위도 아닌, 심지어 우월하지도 않은 댄스 시간만을 받았다.

보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1절 하이라이트도 아니고, 2절 하이라이트도 아니고, 라스트 하이라이트의 중앙도 아닌, 하이라이트가 끝난 이후의 공백.

그 6초…….

윤상열은 그 아무것도 아닌 6초를 왕좌라도 되는 듯 말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 하지만 현재에 있어선 최고인, 최고의 아이돌에게 가장 가까운 퍼포먼스이자 작품이…….”

“피디님.”

지유가 그의 말을 끊어먹었다.

“정신병 있어요?”

멤버 전원이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허구한 날 최고의 아이돌, 최고의 아이돌, 최고, 최고, 정상, 정상, 아니 진짜 미친 거냐고요. 무슨 우리 동기 부여하려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진심으로 ‘정점’ 이러니까 미친놈 같다고요. 알아요? 여기서 진심으로 최고의 아이돌 되려는 인간 하나 없어요. 피디님의 그 미친 소리는 피디님 머리에만 있다고요. 아시겠어요?”

지유가 검지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피디님은 정신이 나갔다고요.”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라희가 지유를 탓하지도 않았다.

멤버들이 지유를 감싸지도 못했다.

그저 침묵뿐이었다.

이곳의 그 누구도, 지유가 한 말을 되돌릴 수 없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정적.

체감상 몇 분은 지난 것 같았다.

“……아.”

윤상열이 말인지 신음인지 모를 걸 입에 담았다. 그는 아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태도였다.

무표정으로 지유를 바라보았다.

바라보다가, 시선이 지유를 벗어나 허공에 머물렀다.

윤상열은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테이블을 짚었다. 그리고 짚은 테이블로 무게 중심을 두었다. 다리를 다친 사람이 목발에 의지하는 것처럼.

다들 그게 폭발의 전조라고 생각했다.

임시 동맹 노아는 바들바들 떨며 그가 쏟아낼 분노를 기다렸다. 이번만큼은 윤상열도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다.

아무렴, ‘정신 나갔다’는 말을 십수 살은 어린 여자애한테 얻어먹었으니까.

그리고.

“마음이…… 중요해.”

윤상열이 말했다.

모두가 예상했던 폭풍보다 훨씬 부드러운 어투였다. 부드러운? 부드럽기보다, 텅 비어 있다. 비어 있기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이, 중요한 거야.”

허공을 맴도는 그의 눈동자는 움직이기만 할 뿐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다키스트도 그랬으니까. 최고가 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버텨냈던 거야. 의심될 때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너희는 말했었잖아.”

윤상열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뭔가를 더듬으려는 듯한 손길이었다. 어쩌면 그건 과거이거나 현재였다.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으니까.”

“……피디님?”

라희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끝내 일어나진 못했다.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멈췄다.

“마음이, 중요해. 그런데, 최고가 되고 싶지 않다면.”

노아는 경악하여 숨을 씹어 삼켰다. 입을 틀어막고, 비명을 내지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던 거지……?”

윤상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떨어져 턱에 맺혔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건,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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