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화
다행히 차기 그룹의 이름은 ‘카오틱 에너지’가 아니었다. 프로듀싱 팀이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라고 한다.
데뷔조 멤버들도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하라곤 하지만, 그들이 의견을 낼 가능성은 적었다.
홍규헌과 임원들은 차기 계획을 브리핑한 후 저녁을 함께 먹고 돌아갔다.
이틀간은 열심히 달려온 보상으로 휴가를 준다고 한다. 멤버들은 지금까지 개처럼 연습해온 반동으로 한껏 늘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물론, 방 정하기라는 커다란 난관을 처리하고 말이다.
“우리가 3인실을 써야 해.”
김사무엘은 20살 셋이서 같은 방을 쓰자고 했다. 그나마 어린애들끼리(세 사람의 기준) 모아두는 게 나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꽤 긴 시간 갑론을박이 오갔으나, 결국은 다들 김사무엘의 제안을 따랐다.
김사무엘은 다른 멤버들이 방에 정리를 하는 동안 거실을 홀로 돌아다녔다. 그는 가방에 담아온 약소한 옷가지 외엔 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
김사무엘은 거실 한편에 세워진 100호 캔버스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예술의 세계는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아.”
거실 문 쪽에서 들리는 놀란 소리에 김사무엘이 돌아보았다. 막내인 임한결이 거실로 들어오려다 말고 멈춰 있었다.
척 보아도 위축되어 있었으며, 김사무엘을 어렵게 여기는 게 느껴졌다.
‘16살, 인가…….’
동생인 김마리아보다 어리다. 그런데도 체구는 김마리아보다 크다.
‘마리아…….’
동생을 떠올리자 또 웃음이 나온다.
선물을 주고받은 후, 김사무엘은 용기를 내어 자신과 같이 있는 게 불편하냐고 물었다.
오늘 데이트하는 내내 그렇게 보였노라고.
김마리아는 전신을 사용해서 부정했다.
‘오, 오빠 이제 데뷔하잖아……. 나랑 같이 다니면…… 사진 찍혀서…… 여자친구라거나…… 오해받을 수도 있고오…….’
그래서 노래방에 갈 때만 좋아했던 것이다. 밀폐된 공간이라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을 테니까.
“아, 하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임한결이었다.
김사무엘이 웃으니 따라 웃은 것이다.
“한결아,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해.”
“네, 네, 형…….”
임한결은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리고 날 듯이 방으로 돌아갔다.
김사무엘은 그걸 보며 케이어스의 일화를 떠올렸다. 멤버 간의 친밀도 향상을 위해 반말을 강제했다고 하던가.
‘우리도 그러는 편이 나을까.’
10대와 20대는 1살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형 라인이든 동생 라인이든 반말엔 저항감이 있을 것이다.
고민해볼 문제다.
“야 김사무엘! 와 봐!”
방 쪽에서 백수현의 걸걸한 외침이 들렸다.
“왜!”
김사무엘도 외침으로 답했다.
“침대 뭐 쓸 건지 정해야지!”
“다 똑같은 건데 뭘 정해!”
“나중에 딴말하지 말고 빨리 와!”
김사무엘은 한숨을 쉬며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실문을 지나던 중, 문 옆에 붙은 화이트보드에 눈길이 갔다.
[100. 후배님들 힘내세요! - 소녀연맹 백설하]
아, 민경섭이 말했던 규칙판이다.
설명할 땐 저런 게 있다는 식으로만 해서, 실물을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었다.
‘왜 규칙이 100부터 시작하지?’
김사무엘은 화이트보드를 꼼꼼히 살폈다.
딱히 흔적이랄 게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화이트보드를 보던 김사무엘은 보드마카를 들었다.
[1]
숫자를 쓴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뒤에 덧붙였다.
[101]
그리고.
[101. 최고의 아이돌이 됩니다 -]
…….
“야 빨리 오라고!”
김사무엘은 또 한숨을 쉬곤 글자를 마저 적었다. 보드마카를 내려놓은 그는 방으로 향했다.
[101. 최고의 아이돌이 됩니다 - 카오틱 에너지]
방으로 온 김사무엘은 당황했다.
유우토와 백수현이 밖으로 나갈 것처럼 두껍게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 뭐야?”
“야, 나갈 준비해.”
“어딜?”
“유우토네 자취방. 평행봉이랑 턱걸이봉, 아령 같은 걸 두고 왔대. 그림 때문에 한 번에 못 들고 왔다더라. 같이 가지러 가자.”
“침대 정한, 아니, 지금? 아니, 우리가? 내가?”
“팀이잖아. 리더가 멤버의 일에 안 나서면 어떡해?”
“…….”
김사무엘은 유우토를 물끄러미 보았다.
유우토는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칸고쿠고 무즈카시(한국어 어려워).”
“…….”
김사무엘은 침대에 팽개쳐둔 코트를 입곤,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뱉었다.
‘이런 애들이랑 같이 최고의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셋이 밖으로 나오자 동생 방에서도 나갈 채비를 마친 콜베르게르와 임한결이 튀어나왔다.
“너희도 가?”
“네에…….”
“갈 필요 없어.”
“그, 형들 일이잖아요. 팀이니까…….”
“라고 백수현이 말했어?”
“…….”
“후딱 가서 끝냅시다.”
콜베르게르는 임한결이 곤란해하자 그와 어깨동무하곤 현관으로 이끌었다.
유우토와 백수현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하아.”
김사무엘도, 그들과 함께했다.
다섯 명이 처음으로 함께 한 일은 노래도 춤도 아닌 운동기구 옮기기였다.
“동료를 위해 휴식 시간도 반납하는 우리, 싫지 않을지도?”
“싫어.”
백수현의 농담을 김사무엘이 차갑게 받아쳤다.
“이 추운 겨울밤에 운동기구를 해체해서 나르라고?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넌 인방 좀 그만 봐라 죽기 싫으면.”
“오우 퍼억(Fxxk).”
“이러니까 보지 말란 거야. 너 그딴 인터넷 용어 방송 나가서 쓰기라도 하면 그냥…….”
“투덜거리면서도 받아주는 사무엘, 이런 모습 싫지 않을…….”
김사무엘이 백수현의 머리를 후려쳤다.
막내 임한결은 뒤에서 들리는 폭력적인 소음에 벌벌 떨었다. 그럴수록 콜베르게르는 어깨동무를 굳게 했다.
“뒤 보지 마라.”
“다들 싸움은 야메로옷(그만둬엇)!”
유우토의 비명이 겨울밤을 날았다.
* * *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즌3가 슬슬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멤버 중 두 명의 가사가 이수연의 컨펌을 받은 걸 기점으로 점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렇게 갖춰진 윤곽 중 성필과 장하양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비주얼이었다.
비주얼 중에서도 의상이다.
장하양은 패션쇼와 화보 촬영 경험이 다른 멤버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옷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정훈 감독님이랑 컨셉을 맞춰가고 있는데요.”
성필은 이유이와 휴게실에서 간단히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유이의 옆에 앉은 신입 배헌용.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부릅뜬 모양새가 성필의 모든 말을 필기할 기세였다.
“뮤직비디오는 뮤지컬 같은 분위기일 거예요. 뮤지컬 쇼인데, 팬에게 바치는 쇼인 거죠. ‘라라랜드’ 보셨어요?”
“아, 그거 진짜 제 인생작.”
“조정훈 감독님이 레퍼런스로 그걸 가져오셨는데, 괜찮은 거 같아요. 근데 전체적인 배경이 닮은 게 아니라 색감 있죠?”
“네네.”
배헌용은 ‘라라랜드 같은 색감’을 필기했다.
“원색으로 쨍하게, 채도 높게. 약간 현실에서 안 쓰일 법한 색이면 좋겠어요.”
“통일성은요?”
“통일성보다는 개성이 드러나게요. 서로가 빛나도록…… 가능한가요?”
“아…… 그런 디자인 레퍼런스가 있었나. 아이돌 중에 배색을 완전 대비되게 한 게…….”
이유이는 배헌용을 바라보았다.
배헌용은 스마트 패드를 꺼내어 허겁지겁 뮤지션 관련 자료를 살폈다. 한 세월이 걸리겠다 싶어 이유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찾아볼게요.”
“부탁드립니다.”
“멤버별로 생각해두신 색은 있으세요?”
“음, 이건 그냥 제가 평소에 애들한테 갖고 있던 색 이미지인데요.”
“네네.”
“리카는 분홍, 설하는 빨강, 아라는 파랑, 하양이는 보라, 아름이는 주황이요.”
“오…… 하양이랑 아라는 한색(寒色)이고 리카, 설하, 아름이는 난색(暖色)이네요.”
“저, 유이 선배.”
배헌용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보라색은 한색이 아니라 중성색…….”
“나도 알아! 근데 온도감 표에서 보라색은 한색 바로 옆에 있잖아! 대충 한색이라고!”
“아, 네에에…….”
성필은 이유이의 단호한 태도에 살짝 놀랐다.
부하 직원에게 살가운 스타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거칠다.
‘김형선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갈굼받으면서 지냈던 경험이 빛을 발하는 건가?’
갈굼은 갈굼받은 사람이 제일 잘한다.
배헌용의 표정을 보라.
성필을 만나기 전의 이유이 같다.
성필은 배헌용을 구원해줄 겸 질문을 던졌다.
“제가 정확히 몰라서 그러는데, 난색은 그냥 따뜻한 느낌의 색이고 한색은 차가운 느낌 색인가요?”
“대충은 그런데, 저마다 또 효과가 달라요. 온도감도 그렇고 색에 따라 대소감, 경연감, 속도감이 다 다르거든요.”
대소감은 대충 알겠다.
빨간 옷을 입은 축구선수가 유난히 커 보이곤 하니까. 반대로 파란 옷의 축구선수는 작아 보이곤 한다.
속도감도 뭐…… 리카가 가끔 ‘빨간색은 3배 빨라요!’라고 하던 걸 떠올리면, 난색일수록 빠르게 보이나 보다.
“경연감은 뭐예요?”
“저명도 고채도는 딱딱한 느낌이고, 고명도 저채도는 부드러운 느낌을 줘요.”
“오…… 어? 그럼 무대 의상의 색에 따라 멤버별로 존재감이 아예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같은 춤을 춰도 더 느리거나 뻣뻣하게 보일 수도 있고요?”
“아마 색을 통일한 옷이면 그렇게 보일 거예요.”
성필은 색에 그렇게까지 큰 효과가 있는 줄은 몰랐다. 아이돌의 무대 의상은 일반적으로 여러 색 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괜히 원일색 옷이 거의 없는 게 아니구나.’
자칫하면 색이 인간을, 즉 옷이 인간의 아우라를 잡아먹을 수도 있겠다.
‘그럼 타츠야 디자이너님이 패션쇼 때 하양이에게 검은 바다를 입혔던 건…….’
장하양의 아우라가 옷에 먹히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타츠야의 오트쿠튀르 컬렉션 중 하나인 ‘검은 바다’는 흑일색의 옷이다.
확실히 런웨이 위에서 장하양은 옷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었다.
‘검은 바다를 무대 의상이나 뮤비 의상으로 쓸 수 있을까?’
그때 런웨이에 섰던 장하양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요?”
이유이는 아까 하던 이야기를 이었다.
“애들마다 색이 다른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이유…… 는 딱히 없어요. 느낌일 뿐이에요.”
“사실 색마다 연상과 상징의 개념이 있거든요. 색의 의미가 있어요.”
“정말요?”
“헌용아, 1학년 때 안 졸았나 볼까? 파란색의 연상과 상징 말해봐.”
배헌용이 화들짝 놀랐다.
1학년 때 안 졸았나 본다는 걸 보니, 색에 관한 공부는 기초인 모양이다.
배헌용은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며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기초가 아니라 학생을 괴롭히려고 시험에 내는 지엽적인 정보였나.
“파란색, 파란색으은…….”
성필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조아라의 색이다.
“연상은 바다, 하늘, 물이고요.”
“음, 그리고?”
“상징은…… 젊음.”
오.
“차가움.”
어?
“지시.”
움찔.
“명령.”
흠칫.
“그래서 경찰복이랑 경찰차도 파란색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 이, 이 정도?”
“대강은 기억하고 있네요.”
“아저씨.”
화들짝!
조아라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뭐예요. 내가 귀신이라도 돼요? 엄청 놀라네.”
“아라야 어서 와. 이사님이랑 네 얘기 하고 있었어.”
“진짜요?”
조아라가 자연스럽게 성필의 옆에 밀착하여 앉았다.
성필이 불편하단 듯 눈치를 주자 조아라는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무슨 얘기 했어요?”
“이사님이 너를 보면 파란색이 떠오른대.”
“파란색요? 나랑 파란색이 관련이 있나?”
“이사님한테 넌 하늘인가 봐.”
이유이가 성필을 보며 실실 웃었다.
조아라는 기분이 좋아진 듯 성필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날 보면 하늘이 떠올라요?”
“어, 음, 파란색이 잘 어울려.”
“파란색은 소화하기 어려운데. 근데 지금 바빠요? 일하는 중?”
“아냐 아냐. 그냥 쉬는 시간.”
배헌용은 이유이에게 ‘쉬는 시간인데 왜 저를 불러오신 거죠?’란 눈빛을 보냈다.
이유이는 ‘어쩌라고?’란 눈빛을 보냈다.
배헌용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아저씨 이거 봐줘요. 내 가사.”
“오, 다 썼어? 작사가님한테 컨펌은?”
“아직요. 애들이랑 돌려보고 뭐, 그렇게 썼어요.”
“어디 볼까.”
성필은 그녀에게 가사지를 받았다.
그때였다.
휴게실 문이 열리고 리카가 들어왔다.
“박 이사님 대사건이에요!”
“뭐? 아니, 어떻게 문 열기도 전에 나 있는 줄 알았어?”
리카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박 이사님 대……!’까지 외쳤었다. 마치 엿듣다가 문을 연 것 같았다.
“가로 엔터의 모든 문을 열면서 같은 말을 외쳤으니까요! 휴게실이 정답이었네요!”
“무슨 일인데?”
“모르겠어요!”
“뭐?”
“지음 오빠가 그냥 대사건이라고만 했어요! 뮤직 프로듀서로서 신내림을 받았대요! 이사님과 영감을 공유하고 싶으니 어서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아…….”
성필은 조아라와 리카를 번갈아 보았다.
조아라가 쿨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갔다 와요. 나 어디 안 가요.”
“고마워. 그럼 갔다 올게.”
성필은 가사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곤 리카를 따라나섰다.
조아라는 성필이 앉았던 자리로 옮겨 이유이와 마주 보았다.
“뭐 하고 있었어요?”
“스타일링 미팅.”
“아깐 일 아니라면서요?”
“일 아니야. 우연히 만나서 얘기하던 거니까.”
“이게 그 자료예요?”
조아라는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 중 하나를 손에 들었다. 의상 관련 프린트였다.
“아라야아 우리 팀 고생 좀 알아줘. 벌써 몇 주째 옷만 들여다보고 있어어…….”
이유이가 책상에 엎드리곤 조아라의 팔을 주물거렸다. 그녀가 애교를 부리자 조아라는 양손으로 머리를 헝클여주었다.
“직원분들 고생하는 건 저희가 다 알아요. 헌용 님은 좀 어때요?”
“네에?”
배헌용은 깜짝 놀랐다.
설마 조아라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가로 엔터는 적응할 만해요?”
조아라가 눈웃음을 짓자 아이돌의 아우라가 펑펑 터져 나왔다.
성필의 말이 맞다.
조아라는 파란색이다.
하늘이며 바다다.
배헌용은 이유이를 보면서 매번 느끼던 ‘난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대신 가로 엔터에 뼈를 묻고, 소녀연맹을 정상으로 올리겠단 결심이 생겨났다.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 여기 온 겁니다.”
“흐흨, 진짜요? 다행이네.”
그때 테이블을 살피던 조아라는 한 자료에 눈이 갔다. 백설하의 사진이 서류 한 편에 붙어 있던 것이다.
“뭐예요 이거?”
“음? 아, 박 이사님이 따로 정리해두신 너희 자료 같은데? 스타일링 때 참고할 거.”
“오, 아저씨의 비밀 파일…….”
모든 글자가 흐려지고, 조아라의 눈에 한 단어가 들어왔다.
[체형]
그 뒤에 적힌 글자로.
[체형: 이상적인 체형]
성필이 가진 멤버들의 자료.
그중 백설하의 것에 표기된 체형 정보.
‘……뭐야 이게?’
체형이 ‘이상적인 체형’이라고?
‘뭔데, 진짜 뭐야 이게?’
성필이 따로 정리해둔 멤버들의 개인 자료.
그렇다면, 이 자료는 성필의 주관으로 쓰였단 뜻이 된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보기에…….’
백설하의 체형은 이상적이다?
“…….”
조아라의 눈이 다시 테이블로 향했다. 백설하의 자료도 있다면 자신의 것도 있을 테니까.
있었다.
어지럽게 늘어선 자료 중 자신의 사진이 박힌 서류가 존재했다. 조아라는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에이.”
성필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조아라는 깜짝 놀라 서류를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뭐였어요?”
“아니, 지음이가 초반부 코드를 새로 짰는데 좋아서 미치겠대. 그래서 나도 들어보라고 불렀다더라.”
“좋았어요?”
“아직 보컬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이제 가사 볼까?”
“아…….”
조아라는 가사지를 집었다.
“방금 또 아이디어 떠올라서, 나중에요.”
“그래? 내 피드백은 필요 없어?”
“완성되면 보여줄게요.”
조아라는 휴게실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고 비틀거리며 연습실로 향했다.
‘이상적인 체형?’
그 단어가 자꾸만 머리를 맴돈다.
이상적인 체형.
그 말은, 그러니까.
‘다른 체형은, 이상적이지 않단 거잖아…….’
조아라는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다.
자신의 몸을.
소녀연맹 내에선 백설하와 같은 체형이 없다.
‘쌤은 이상적인 체형…….’
그 말은 즉, 백설하를 제외한 모든 멤버는 성필의 눈에 ‘이상적이지 않은 체형’이란 뜻이다.
‘나도…….’
성필이 보기에, 이상적이지 않단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