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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한는 프로듀서-593화 (593/760)

593화

“네, 열기를 더해가는 ‘아이돌 육상 금메달’. 이번 종목은 댄스스포츠입니다!”

예능인 진행자 권기철이 힘찬 목소리와 함께 댄스스포츠 종목의 시작을 알렸다.

“댄스스포츠 해설은 연지희 해설위원께서 맡아주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댄스스포츠 해설을 맡은 연지희입니다.”

아육금은 종목마다 전문가 해설위원을 초빙한다. 그렇지 않고선 예능인 진행자들의 아무 말 대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 해설님, 댄스스포츠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댄스스포츠는 볼룸 댄스를 스포츠 형식으로 치르는 경기입니다. 본래 볼룸 댄스란 사교가 주요 목적이지만, 댄스스포츠는 평가를 거쳐 참가자 간 우열을 가립니다. 볼룸 댄스라고 하면…….”

왈츠, 비엔나 왈츠, 탱고, 퀵스텝, 슬로우 폭스트롯의 모던 댄스 5종.

자이브, 차차, 룸바, 삼바, 파소도블레의 라틴 댄스 5종.

“이 열 가지 춤을 묶어 텐 댄스(Ten Dance)라고 합니다. 텐 댄스는 댄스스포츠의 근간을 구성합니다.”

“그렇군요. 춤을 평가한다, 어떻게 보면 아이돌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경험일 수 있겠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련 씨?”

권기철은 함께 진행을 맡은 븨이에스의 박수련을 불렀다.

박수련은 특유의 고혹적인 미소를 띠며 자연스럽게 그의 질문을 받았다.

“아이돌의 퍼포먼스는 승부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엄격한 우열을 가르는 일은 없죠. 춤과 노래로 실력을 가를 기회는 경연 정도밖에 없기에, 참가 아이돌에게도 큰 압박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혹시 주목할 만한 후배들이 있나요?”

박수련의 대답이 0.5초 늦어졌다.

‘후배들’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권기철은 당연히 이곳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 박수련의 후배일 거라고 확정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박수련이 속한 븨이에스는 3세대의 톱 중 하나였고, 현재는 4세대를 논할 만한 시대였으니까.

븨이에스 급 아이돌은 시기상으로도, 위상 때문에라도 아육금에 나오길 꺼린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박수련은 나이에 민감했다.

“네, 주목할 만한 ‘동료’ 아이돌은요.”

박수련은 대본에 적힌 참가자 목록을 보았다.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지 않은 건, 그녀가 몇 년 동안 갈고닦은 아이돌로서의 태도 덕분이었다.

“약 열 팀 가운데 아주 이질적인 두 팀이 있죠. 케이어스의 진저 님.”

박수련은 같은 회사 후배 아이돌에게 ‘님’이란 호칭을 붙였다. 후배가 아닌 어디까지나 동료다, 그런 의식이 짙게 묻어났다.

“그리고 소녀연맹의 아라 님이 이룬 팀. 그리고 케이어스의 민주 님, 소녀연맹의 아름 님이 이룬 팀이에요.”

“아, 그렇죠. 확실히 아주 눈에 띄죠. 연 해설님, 원래 댄스스포츠는 남녀가 하는 거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성 커플이 없진 않습니다. 청소년부에 가끔 나오기도 하거든요.”

“어른 중에서는?”

“없습니다. 참가 자격 자체가 이성 커플입니다.”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팀이군요.”

동성팀이란 이유 외에도, 현세대 걸그룹의 최상층에 올랐다고 평해지는 두 그룹이 서로 멤버를 섞어서 출전했다.

그것만으로도 필요 이상의 주목을 받는 데 충분했다. 두 팀의 댄스스포츠 출전 소식이 언론을 타자마자 케이팝 팬들이 행복한 비명을 질렀으니.

“그 외에도 주목할 요소가 있어요.”

박수련이 말했다.

“댄스스포츠 팀들의 종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대부분 라틴 댄스예요.”

“아, 그렇네요. 라틴 댄스가 아닌 건…….”

조아라―진저 팀뿐이다.

박수련은 설명을 이었다.

“라틴 댄스는 쇼맨십을 펼치기에 좋아요. 하지만 모던 댄스는 그렇지 못해요. 댄스스포츠를 모르는, 말하자면 문외한이 본다면 ‘그냥 서로 안고 빙글빙글 도는 게 전부’인 춤이니까요.”

연지희 해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받았다.

“모던 댄스는 ‘스탠더드 댄스’라고도 불립니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한 춤이란 이야기가 되겠네요.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모던 댄스는 명백히 라틴 댄스보다 볼거리가 부족할 겁니다.”

스탠더드 댄스.

기본이기에 그만큼 우열을 판별하기 힘들다.

댄서들이 어느 정도 수준만 된다면, 일반인은 몇 개의 팀 중 어느 팀이 잘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스탠더드 댄스를 잘하는 게 어렵다. 타인에게 ‘잘한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선 쇼맨십 이상의, 기본 이상의 아우라가 필요하다.

“허어, 그럼 이 팀은 상당한 페널티를 안고 경기에 임하는 거겠네요?”

“그럼에도, 이 팀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어요. 종목 두 개를 선택했는데, 퀵스텝과 탱고입니다.”

모던 댄스 5종 중 퀵스텝과 탱고.

“이건 그나마 스탠더드 중에서 변화와 테크닉이 큰 편입니다.”

그것도 ‘그나마’이지만.

탱고는 그야말로 사랑을 나누기 위한 춤이다. 파트너끼리 가슴이 맞닿을 정도로 꼭 붙어 걷는다. 그 연결을 중시하는 춤이다.

화려한 열정보다는 편안한 애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호흡과 힘이 모자란 장년층 사교 댄서들에게 선호된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리고 퀵스텝은 실제로 보면 정말 신기한 춤이에요.”

박수련이 말하자 권기철이 물었다.

“수련 씨는 댄스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옛날에 춰봤다던가?”

“어떤 라틴 댄서 팬이었어요. ‘여자를 연주한다’는 소리를 듣는 이탈리아의 댄서예요.”

“여, 여자를, 네…….”

박수련은 짧게 그의 연주를 떠올렸다. 지금은 지워버린 옛 인연이었다.

“진저 님과 아라 님의 팀에 비해, 민주 님과 아름 님의 팀은 정석적이에요. 초보자가 하기 쉬운 자이브를 골랐네요.”

“개인적으로는 걱정도 있는 게.”

연지희 해설은 두 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다른 팀은 현역 댄스스포츠 선수를 파트너로 두었잖습니까. 그런데 두 동성 팀은 민주 씨를 제외하곤 볼룸 댄스 경험이 전무합니다. 민주 씨도 사교댄스를 배웠다 하여도 팔로워 입장이었을 거고요. 리더로서의 역량은 과연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김민주―신아름 팀도 그러할진대, 사교댄스 백지끼리 결성한 조아라―진저 팀은 어떻겠는가.

고작 몇 주의 연습 기간을 두고 무대에 섰다. 게다가 고른 종목은 모던 댄스다.

연지희 해설은 그 팀의 무대가, 어쩌면 오늘의 무대 중 가장 별로이진 않을까 생각했다.

‘언론 플레이용이라면 성공이겠지만.’

연지희 해설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최대한 그 팀의 장점을 부각시키겠노라고.

자신의 해설마저 없다면, 조아라와 진저 팀의 무대는 그야말로 무색무취일 것이다.

* * *

탱고.

진저는 오른손으로 조아라의 허리를 부드럽게 받친다. 진저의 팔이 조아라를 뱀처럼 휘감았다. 둘의 가슴이 천천히 밀착했다.

이윽고 진저는 왼손으로 조아라의 오른손을 맞잡는다.

조아라의 왼손은 진저의 팔을 타고, 애원하듯 그녀의 겨드랑이를 붙잡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자리 잡는다.

둘은 손과 손, 팔과 팔, 가슴과 가슴, 배, 모든 부분이 붙어 하나처럼 변했다.

‘아라 씨.’

진저가 조아라를 눈빛으로 불렀다.

부를 필요도 없었다.

눈빛 이전에, 두 사람은 몸과 몸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소한 근육의 떨림마저도 서로에게 보내는 강렬한 메시지가 된다.

‘갑니다.’

진저가 왼 다리를 앞으로 크게 뻗었다. 그와 동시에 조아라가 오른 다리를 뒤로 크게 뺐다.

둘의 허벅지 안쪽이 닿아 마찰하고, 이내 음부마저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둘은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진저는 나아가고 조아라는 물러났다.

풀 턴.

조아라가 나아가고 진저가 물러났다.

둘은 가지에서 떨어진 잎이 빙글빙글 돌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듯, 회전하며 플로어를 누볐다.

그 모든 동작이 하나 된 것처럼 이루어졌다.

보는 사람에겐 그리 보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턴.’

둘은 하나가 아니었다.

단지 모든 동작이 기계처럼 계획적으로 맞아떨어질 뿐이었다.

육체와 영혼의 밀착 같은 게 아니다.

밀었기에 밀려나고, 당겼기에 당겨진 게 아니다.

둘의 춤은 예정 조화였다.

설령 파트너 없이 따로 춤을 추더라도, 둘은 지금과 완벽히 같은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다.

보는 이들은 두 사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착각할 것이다. 하나가 되었노라고.

그건 진저도 그러했다.

착각하게 된다.

‘정말 하나가 된 거 같아…….’

진저는 리더였다.

그녀가 리드하기도 전에, 조아라는 진저가 이끌 곳을 미리 알고 움직였다.

진저가 조아라를 이끌거나, 억지로 걸음을 내디뎌 걸음을 강요하지 않아도, 즉 어떤 힘을 쓰지 않아도, 조아라는 따라온다.

진저는 바람을 붙잡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혼자 춤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분명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밀착하고 있음에도, 진저는 혼자였다.

‘아, 이 느낌.’

탱고는 고작 1분.

고작 1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진저는 몸이 다른 때와 비할 바 없이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이건.’

진저는 춤을 출 때마다 이렇게 느끼곤 한다. 춤이란 건 딱히 춤추는 사람이 없어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춤은 형이상학적 세계 속에 존재하는 어떤 틀이다. 댄서는 그 틀 안에 억지로 들어가, 이데아 속에 존재하는 춤을 지상으로 끌어내릴 뿐이다.

춤은 댄서에게 무관심하다.

댄서만이 춤에게 관심을 둔다.

춤은 주체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으며, 방향성이 없고, 누구에게나 무관심하며, 그렇기에 그 무관심이, 그 무관심,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댄서가 마침내 춤을 붙잡는 순간, 어느 방향으로든 뻗쳐갈 수 있는 잠재력.

‘100점이다.’

무관심했던 춤이, 자신에게 응답해주는 순간이 온다.

진저는 조아라에게 춤의 이미지를 물은 적이 있었다. 춤을 출 때마다 느꼈던 이 감상을 스스로도 규정할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조아라는 물감을 칠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동의할 수 없다. 춤이란 건 그렇게 추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진저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정했다.

춤이 자신에게 응답해주는 이 순간.

‘온다.’

진저에게 춤이란 트랙이다.

100점이란 결승선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결승선 이상의 골인 테이프가 보인다.

‘100점 이상의 세계.’

100점이란 벽 너머가 보인다.

이 선을 넘으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반응한다.

* * *

탱고, 끝.

퀵스텝, 시작.

“워어.”

댄스스포츠 플로어와 관객석은 아주 낮은 담으로 구분되어 있다. 앉은키의 배쯤에 올 담이다.

담 바로 뒤에 앉아 있던 관객, 아이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방금 진저와 조아라가 앞을 지나갔다.

“야, 봤냐?”

“어…….”

둘은 어느 순간 바로 앞까지 왔다가, 겨우 몇 걸음 내디딘 순간 플로어의 저 끝까지 가 있었다.

“우워어…….”

그녀들이 나아가는 관객석의 가장자리마다, 이런 얼빠진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둘은 플로어 모서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누볐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를 봐라.’

똑똑히 보아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춤을 눈에 새겨라.

한 명도 빠짐없이, 우리의 춤을 눈에 담아라.

“엄청 빨라.”

마치 달리는 것 같다.

서로를 마주 본 채 껴안고 옆으로, 그리고 뒤로 걷는 것일 텐데. 그럴 텐데, 둘의 움직임은 달린단 생각이 들 정도로 빨랐다.

빠른 것만이 볼거리가 아니었다.

화려하다.

둘은 끝없이 빙글빙글 돌았다.

진저의 등은 검었다. 검은색 연미복이 눈에 들어왔다고 인식하면, 어느 순간 그 빛은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푸른 드레스는 조아라의 등을 훤히 드러냈다. 살구색과 몽환적인 푸른색이 섞인 아름다운 빛깔이다.

검은색과 푸른색이 끝없이 교차했다.

회전할 때마다 서로를 십수 도 기울여, 그건 수반(水盤)에 둥둥 뜬 꽃잎이 자신의 빛깔을 온전히 자랑하는 모양새였다.

꽃잎의 회전.

“와.”

다시 탄성이 튀어나왔다.

플로어의 모서리에 있던 두 사람은 감탄이 나올 만큼 경쾌한 걸음으로 순식간에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 * *

조아라는 진저에게 안겼다.

동시에 그건 혼자 선 것이었다.

진저가 조아라의 등을 받치듯 껴안고 있었으나, 조아라는 혼자만의 힘으로 몸을 기울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독무(獨舞)였다.

둘은 붙어만 있을 뿐 함께 춤추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아라는 자유롭다고 느꼈다.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었다.

‘민시화 선생님의 춤도 이랬던가.’

민시화의 춤은 자신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을 없애버렸었다.

백지 위에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내 춤도…….’

조아라는 춤을 출 때마다 이런 이미지를 떠오른다. 세상을 향해 물감을 칠한다고.

손을 움직일 때마다 물감을 뿌린다.

스텝을 밟을 때마다 물감이 퍼진다.

그렇게 세상을 칠한다.

‘내 춤도, 선생님이랑 같아.’

뿌리고 뿌려 마침내 세상이 자신의 색으로 물든다. 자신 이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푸르게 변한 세계 속에서, 조아라는 홀로 섰다.

계절이 바뀌어 기울어지는 꽃처럼, 그녀는 홀로 피어나고 홀로 진다.

* * *

스로우어웨이 오버스웨이

(Throwaway Oversway).

조아라는 허리가 꺾일 것처럼 몸을 뒤로 크게 기울인다. 진저는 허리를 곧게 펴고, 꽃병처럼 그녀를 받쳐준다.

천천히, 우아하게.

조아라라는 꽃이 만인을 향해 드러날 수 있게.

바이올린의 소리가 멎자, 때를 기다렸단 듯 우레와 같은 박수가 몰아쳤다.

[와, 정말.]

연지희 해설의 감탄과 박수가 스피커를 통해 경기장을 울린다.

[상상 이상의 무대였습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중간부터 연지희는 해설하는 것도 잊고 춤에 빠져들었었다. 둘의 춤이 좋기도 했고, 정말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초심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꽃병과 꽃이었네요.]

* * *

스읍, 하아.

후우, 흡.

진저와 조아라는 엔딩 포즈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의 얼굴은 수평을 그렸다.

진저가 조아라를 내려다보았고, 조아라는 진저를 올려다보았다. 둘은 거울처럼 서로를 보며 박수를 맞았다.

숨결까지 닿을 거리였다.

“진저.”

“왜 그러심미까.”

“엔딩 포즈 안 풀어?”

“지금, 너무, 기분이 좋슴미다.”

“나도.”

그룹 멤버들과 처음으로 안무 퍼포먼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을 때의 느낌.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서로에게서 느끼는 일체감은 군무 이상이었다. 마치 손에 익은 악기가 생명을 얻어 파트너가 된 기분이다.

듀오 댄스임에도 솔로 댄스처럼 느껴졌었다.

춤보다는 악기를 연주하는 감각에 가까웠다.

원하는 대로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아라 씨.”

“왜.”

“지금 제가 키스하면 저항할 검미까?”

“뭐어?”

진저가 악동처럼 웃었다.

“소유 언니가 만든 질문임미다.”

“무슨 의도인데? 아니, 알겠다.”

장하양 때문에 만든 질문이겠지.

그녀와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조아라는, 진소유가 얼마나 장하양에게 관심이 많은지 알았다.

“그래서, 어떻슴미까?”

“야, 너 너무 흥분한 거 아니냐? 지금 죽으면 복상사로 죽은 줄 알겠다.”

“방금 춤 100점 만점에 110점이었슴미다.”

“그래, 나도 알아. 근데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이라도 끝내야 할 때가 있어. 그게 지금이야.”

조아라는 자세를 풀었다. 그리고 진저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선 후, 허리를 꾸벅 숙였다.

둘의 인사에 환호가 한층 더 거세졌다.

“엔딩은 끝이고, 이제.”

조아라가 웃으면서 허리를 폈다. 그녀의 매혹적인 미소가 전광판에 나오자 남녀불문하고 광적인 환호성을 보냈다.

“왕관을 쓰러 가자.”

점수.

30점 만점에 28.7

* * *

신아름과 김민주가 플로어 중앙으로 나왔다.

신아름은 살짝 불안한 낯빛으로 전광판을 보았다. 여자부 경기는 그녀들로 끝이 난다.

그리고 현재 최고점은.

[아라―진저 28.7]

조아라와 진저 팀의 28.7점이었다.

초심자 실력으로는 쇼맨십이 약할 수밖에 없는 모던댄스임에도,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조아라 걔가 엄청 뻐기겠네…….’

그래, 어차피 춤에 관련해서 조아라를 이길 수 있으라고 생각한 적 없다.

조아라는 정말 춤에 미친년이니까.

그때였다. 검지와 중지 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압력이, 신아름을 불안한 상념에서 벗어나게 했다.

“왜 표정이 안 좋아?”

김민주가 그녀의 손끝을, 마찬가지로 손끝으로 부드럽게 잡아 자신의 가슴 앞으로 옮겨왔다.

신사가 숙녀에게 춤을 권하는 모양새였다.

“아니, 걍, 아냐.”

“곤란하네.”

김민주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금은 나만 생각해야 하는데.”

“…….”

신아름은 그 어처구니없는 작업 멘트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만약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멘트였다면 대성공이다. 신아름은 언제 걱정했냐는 듯, 머릿속에서 조아라에 대한 생각이 싹 지워졌다.

그녀의 머릿속에 든 건 눈앞에 선 김민주가 전부였다.

“알지?”

김민주가 물었다.

신아름이 답했다.

“응.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슬로우, 슬로우, 퀵, 퀵.”

“그것만 알면 돼. 그리고.”

김민주는 손끝만 잡고 있던 손을 확 뻗어, 신아름의 손을 삼켜버릴 것처럼 꽉 맞잡았다.

“나만 생각하면 돼. 그런 춤이니까.”

라틴, 자이브(J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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