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7화
김민주는 아육금 스포츠댄스 종목 파트너로 신아름을 골랐다.
“뭐? 아름이?”
1팀장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요즘 그는 소녀연맹이란 이름만 나와도 화나서 부들부들 떠는 치와와처럼 변해버린다. 지금도 전동 안마기처럼 전신을 바들거리는 중이다.
케이어스는 1팀장이 유스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소녀연맹을 싫어하게 됐다고 추측했다.
그래, 리카 뷔라이브 챙겨볼 때보다야 이게 낫지.
“멀쩡한 파트너 구할 수 있으면서 왜 아름이야?”
“팀장님 신아름 알아요?”
“뭐?”
“왜 자꾸 아름이 아름이 반말해요. 직접 보고도 그렇게 부를 거예요?”
“어?”
아니, 사람들은 다 아이돌을 그냥 이름으로 부르잖아…….
그야 사람들도 아이돌과 대면하면 ‘씨’나 ‘님’을 붙이겠다만. 없는 자리에서 아이돌을 누구누구 씨, 누구누구 님으로 부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그건, 아닌데…….”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상대 앞에서 못 할 말이면 없을 때도 하지 말라고요.”
그러고서 김민주는 다시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기 시작했다.
KS 엔터 사옥의 헬스 센터. 이젠 김민주의 고유영역이나 다름없게 된 장소였다.
1팀장은 뚜렷하게 형태가 잡힌 김민주의 광배근을 보곤 침울해졌다.
‘옛날엔 많이 말렸었지.’
옷핏 이상해지면 어쩔 거냐고 그녀의 옆에 붙어 울부짖었더랬다. 그런데 이젠 그러려니 한다.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인 멜라니 C는 ‘스포티 스파이스’란 별명으로 불렸었다.
별명대로 그녀는 스포츠에 능통했고 비범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방송이나 무대에선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스포츠웨어를 즐겨 입었다.
게다가 무대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백덤블링을 하는 등, 걸그룹 이상의 무언가였다.
젊은 시절의 1팀장도 그녀의 건강한 매력에 반해 포스터를 사기도 했었다.
‘민주도 스포티 스파이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뭐.’
김민주의 운동사랑은, 한국의 여리여리한 아이돌에 익숙해진 1팀장의 사고방식마저 바꾸어버렸다.
옛날엔 김민주가 이상해 보였는데, 이젠 다른 아이돌이 이상해 보인다.
너무 마른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민주는 화보용으로 몇 달 만에 복근 찍어내는 아이돌들이랑도 달라.’
김민주는 ‘진짜’다.
김민주와 대적할 자는 소녀연맹의 장하양 정도겠지. 개인적으로 둘이 함께 에슬레저 룩 화보를 찍는 걸 보고 싶었.
‘정신 차려 허의권! 넌 케이어스 담당 매니저야!’
1팀장은 헛된 망상을 집어치우고 다시 김민주를 설득하려 했다. 때마침 그녀는 턱걸이를 마치고 바닥으로 사뿐 내려왔다.
“애초에 민주야, 아름, 신아름, 아니, 아름 씨가 스포츠댄스를 배우셨겠어?”
이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매우 간략화하자면, 아이돌은 만들어진 춤과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직업이다.
정해진 춤이라면 외우는 데 큰 시간이 들지 않겠지. 그게 일반적인 춤이라면 말이다.
“스포츠댄스는 듀오 댄스야. 혼자만 외워서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고. 너도 배워서 알잖아?”
리더와 팔로워의 합이 중요하다.
김민주는 옛날에 스포츠댄스를 배우긴 했었지만, 초보자를 데리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옛날에 너 가르쳐주신 선생님한테 부탁드리자. 그게 너도 편하고, 또 지켜보는 팬들도 좋아할 거야.”
“그런 거면 걱정 마요. 신아름 걔는 시간만 좀 있으면 나 따라올 거예요.”
“…….”
1팀장도 몇 년 전에 있었던 김민주와 신아름의 합동 무대를 기억한다.
이야기로 들은 것이지만, 신아름이 무대 위에서 김민주의 춤을 그대로 따라 추었다던가.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민주야 그럼 다른 면을 보자.”
“다른 면요?”
“굳이 소녀연맹한테 이슈를 줄 필요가 없잖아? 너랑 아름 씨가 엮이면 이득을 보는 건 소녀연맹이야.”
“진짜요?”
김민주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팀장님 맨날 맨날 소녀연맹 해외 팬이 어떻니, 꼭 따라잡겠느니, 그런 말만 하잖아요.”
“…….”
“근데도, 이득을 보는 게 소녀연맹이에요?”
1팀장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는 케이어스가 소녀연맹과 엮이는 게 불안했다.
옛날부터 케이어스의 멤버들은 이상하게 소녀연맹과 친했다. 그 만남과 관계가 계속 이어져서, 이상하게도 소녀연맹에게 이득이 되고 있다.
KS 엔터는 소녀연맹이 성장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케이어스와의 라이벌리 형성이라고 보았다.
‘소녀연맹과 케이어스의 컴백 타이밍이 계속 겹쳤던 것도, 가로 엔터가 의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물론 케이어스는 압도적이다.
현재 케이어스의 기록은 향후 몇 년간, 어쩌면 영원토록 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100퍼센트란 건 없지만, 그래도 이 기록은 말이 안 된다’고 한다.
초동판매량 88만 장.
이건 한국에서만 대단한 게 아니다.
앨범의 시대가 저물어버린 세계를 기준으로 보아도 대단하다.
‘100만 장이란 기록은 내수시장이 거대한 일본, 혹은 중심 문화로 기능하는 미국에서나 가능한 수치야.’
그걸 케이어스가 거의 따라잡았다. 전설이라 불려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텐데…….
‘소녀연맹도 그걸 따라오고 있으니…….’
중소기업 걸그룹이 초동 40만 장이라고?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말이 안 되기에,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된다.
케이팝 시장을 멱살 잡고 캐리하는 중인 그 그룹이랑…….
역사상 단 한 번 일어났던, 그리고 다신 펼치지 않을 기적. 중소 기획사가 대형 기획사를 이긴다는 기적이 다시 한번 벌어지진 않을까…….
“아무튼.”
1팀장은 아까보다 기세가 죽었다.
“네가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난 안 했으면 좋겠어.”
김민주는 1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기운 내란 듯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그녀가 싱긋 미소 지었다.
“걱정 마요.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요. 내가 보기엔 팀장님이 과민반응하는 거예요.”
“……과민반응?”
1팀장은 ‘아오아’를 마치고 돌아왔던 진저를 떠올렸다. ‘지고 싶지 않다’고 울던 그 아이.
그리고 1팀장은 그녀에게 결코 없을 패배와 영원한 승리를 약속했다.
단 한 번이라도, 케이어스는 소녀연맹에게 패배해선 안 된다.
“……그래.”
1팀장은 목구멍에서 막힌 말을 그대로 삼켰다. 그리고 선선히 허락했다.
“오랜만에 친구 만나고 와. 요즘 시간이 없긴 했.”
“친구 아니거든요?”
“……?”
“그냥 아는 애거든요?”
“어, 그래……?”
“걍 지금 만들어진 그림 괜찮아서 어울려주는 거예요. 김민주, 신아름, 죽고 못 사는 친구. 상식적으로 우리 둘 영상을 보면 내 팬이 되지 신아름 걔 팬이 되겠어요? 그러니까, 팀장님 걱정이 과민반응이라고요.”
“너 갑자기 말이 많…….”
“걔랑 팀 돼서 춤 한 번 춘 걸로 우리 팬이 빼앗기기라도 하겠어요? 어이없네. 걱정 좀 붙들어 매요.”
“……응.”
1팀장은 그냥 뇌 빼고 답했다.
* * *
“안무는 KS 엔터 쪽에서 담당하기로 했어. 팔로워랑 리더는 안무 보고 결정하기로 했고. 연습 시간은 추후 연락 통해서 조율하는 걸로. 조건은 이 정도야.”
성필은 민경섭에게 전달받은 KS 엔터의 조건을 줄줄이 읊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신아름을 보았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게 끝?”
“응.”
“괜찮네요. 뭐…….”
신아름은 자신의 잘 관리된 손톱을 바라보며 관심 없단 티를 냈다.
“나랑 하고 싶겠죠. 나만한 파트너 없잖아요. 그죠?”
“그렇지. 아름이가 최고지.”
라고 말한 성필은, 실은 의문투성이였다.
‘왜 굳이 동성 파트너를?’
멋진 퍼포먼스를 보이는 게 목적이라면, 그냥 남자 댄스스포츠 선수와 팀을 짜는 게 나으리라. 그쪽이 연습 스케줄을 더 자유롭게 정할 수도 있고 말이다.
‘민주 씨가 자체 예능인 죽고 못 사는 친구를 찍었던 건, 아름이의 이미지 때문이었다고 해도…….’
소녀연맹이 참가했던 최초의 아육금 때, 신아름은 앞서가는 김민주의 이름을 참 처참히도 울부짖었더랬다.
아이돌 간의 경쟁에서 보여선 안 될 투쟁심이었다. 애초에 남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친단 것 자체가 그리 좋게 보이는 행동이 아니다.
그 일 이후, 김민주는 신아름의 이미지를 걱정하여 가짜 친구 관계를 만들었었다.
경기가 끝나고 그녀를 부축해주고, 사후 조치로 같이 ‘죽고 못 사는 친구’란 예능도 찍었었다.
‘민주 씨가 아름이랑 파트너가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거기서, 성필은 간단한 진실을 떠올렸다.
‘화제성?’
성필에게 케이어스란 존재는, 현재 그녀들이 가지는 위상 이상을 지녔다. 성필은 미래의 케이어스를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케이어스와 소녀연맹의 파트너십이 케이어스에게도 이득이 된다, 그런 사고까지 쉽게 나아가지 못했다.
‘화제성을 위해서……?’
그렇다면 KS 엔터는 소녀연맹을 케이어스와 비슷한 선상에서 보고 있단 뜻이 된다.
큰 그룹은 웬만해선 다른 그룹과 공식적으로 엮이길 꺼린다.
자신들에겐 이미지 소모만 있으니. 직설적으로 말해서, 인지도가 모기에게처럼 빨아 먹힐 뿐이다.
신아름과 김민주가 음악방송 특별 스테이지를 짰던 건,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음악방송은 레거시 미디어의 시대가 진 이후에도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제작진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특별 스테이지를 수락한 거지, 딱히 신아름과 엮이는 게 이득이라서가 아니었다.
즉, KS 엔터가 굳이 아육금에서 신아름과 김민주의 합종연횡을 제안했다면…….
“하.”
성필이 짧게 웃었다. 그러곤 급히 입을 가렸다.
‘아, 그래. 그렇지.’
소녀연맹은 그 급이지.
성필은 기분이 좋았다. KS 엔터에게, 정호환에게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기에.
“팀장님.”
그때 정면에서 서늘한 부름이 들려왔다.
보니, 신아름이 성필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요, 연습 때 김민주 걔 볼 생각에 기분이 막 좋아져요?”
“어어? 아니! 그거 때문에 웃은 거 아니야!”
“진짜요? 에리카 그 X년 도와줄 때는 매일 봤었는데, 이제 못 봐서 아쉬워진 참에 기회 와서 좋았던 거 아니라고요?”
“……뭐?”
에리카 X년?
* * *
김민주와 신아름의 댄스스포츠 합동 무대가 결정됐다. 오늘은 신아름과 그 일로 처음 만나기로 한 날이다.
김민주는 적당한 트레이닝복 위에 두꺼운 코트를 걸쳤다. 거울 앞에서 옷깃을 매만져보고, 머리칼도 몇 번 쓴 후에 바로 섰다.
그녀는 거울을 향해 씨익 미소 지어 보인 후 방을 나섰다.
거실엔 에리카 혼자 있었다. 그녀는 텔레비전 앞에 누워 제로 슈가 베이커리와 커피를 마시면서 즐거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또 ‘빛나솔’ 보냐?”
김민주는 지긋지긋했다.
에리카는 유독 ‘빛이 나는 솔로는 그만’을 좋아했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을 몇 화 보다 말면서, 저 프로그램은 벌써 몇 번이나 재탕 중이다.
“응.”
에리카는 다른 멤버들의 타박이 익숙했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며 답했다.
김민주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현관을 나서기로 정한 시각보다 몇 분 일렀다. 그녀는 에리카의 뒤에 서서 방송에 집중했다.
“하아.”
정말 싫은데, 아는 부분이었다.
대사도 외울 수 있다.
실제로 김민주는 대사를 따라했다.
“하슬아, 미안.”
에리카가 고개를 돌려 김민주를 노려보았다.
김민주는 그게 즐거워서 계속 성필의 대사를 따라 했다. 손에 대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마디도 틀리지 않았다.
“일이 생겼어.”
[진심이야 오빠?]
“어. 급한 일이야. 바로 가봐야 해. 미안.”
[나 바람맞히려고? 이렇게 꾸몄는데?]
“미안.”
“민주야, 그만하…….”
[약속했잖아.]
에리카는 갈팡질팡했다.
김민주는 말리는 것과 방송에 집중하는 것 중, 어느 것도 택하지 못하고 고개만 번갈아 돌렸다.
그러다가 결국 집중하는 걸 택했다.
“미안.”
[그렇게 중요한 일이야? 그래도 가야 한다고……. 오빠, 워커홀릭이네. 일이 그렇게 소중해? 나랑 한 약속을 깨고, 방송까지 망쳐가면서 가야 할 정도로?]
화면 안의 성필은 죄인처럼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김하슬의 눈빛은 절대 곱지 않았다. 보통 남자라면 그녀가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사죄하고 무릎을 꿇었을 정도였다.
성필은 그럼에도, 미안해할지언정 자신이 한 말을 철회치 않았다.
그 단단하면서도 유약한 성필을 보고, 에리카는 가쁜 숨이 새어 나올까 입술을 꾹 물었다.
[아니, 워커홀릭이 아니라 그냥 일에 미친 사람이네.]
[미안해.]
김민주도 집중한 나머지 성필의 대사를 놓쳤다. 이미 수십 번은 봤지만, 이 장면은 볼 때마다 몰입도가 제정신이 아니다.
지겹다 지겹다 계속 말하는 김민주마저도, 이 장면만은 뭐라고 하지 못했다.
이게 진짜 드라마지.
[나도 나 쓰레기인 거 알…….]
[지금까진 오빠가 계속 나한테 져줬었지.]
하아.
에리카가 참았던 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엔 내가 져줄게.]
에리카는 집중을 풀고 다시 빵을 먹었다. 그걸 보고 김민주는 실실 웃었다.
“저기서 김하슬이 아예 박 이사님 욕하는 게 나았지?”
“응?”
“맥없잖아. 김하슬이 박 이사님한테 소리 지르고 욕하고, 그런데도 박 이사님이 너한테 뛰어갔어야 진짜 피날레였는데. 아쉽다, 그렇지?”
에리카는 김민주를 노려볼 뿐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실실 웃는 김민주를 향해 한숨을 쉬곤 커피를 빨았다.
“어디 가?”
“신아름 만나러. 댄스스포츠.”
“아름 씨…….”
에리카의 얼굴이 방송 하이라이트가 나올 때와 다른 의미로 굳었다.
집중해서 굳은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악몽에 저항하는 듯 보였다.
“그때 신아름한테 뭔 말 들은 거야?”
“별거 아니었어…….”
이 장면이 실시간으로 방영될 때, 신아름은 김민주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리고 에리카를 바꾸라고 했었다.
전화를 받은 에리카는 눈물을 글썽였었다.
김민주는 신아름이 에리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너무 너무 너무 궁금했다.
대체 어떤 말이, 강철과 같은 에리카의 성을 무너뜨리고 울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검열)’
“악!”
에리카는 봉인된 기억이 뛰쳐나오려 하자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어, 응…….”
“오늘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김민주는 시계를 보곤 걸음을 뗐다.
그러자 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의 모퉁이, 그곳에 몸을 기댄 채 자신을 노려보는 진저가 보였다.
진저는 원망하듯 김민주를 응시했다.
김민주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녀의 옆을 가볍게 지나쳤다.
“언니는 배신자임미다…….”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네가 나랑 하고 싶은 거 알았으면 너랑 했겠지.”
“배신자…….”
“너도 좋은 거 아니야? 아라 씨한테 같이 하자고 해. 안 그래도 스포츠댄스 할 줄 아는 아이돌 손에 꼽아서, 아육금 쪽에선 한 명이라도 더 나오길 바랄 텐데.”
“…….”
진저는 노려보기만 하지 답은 없었다.
김민주는 괜히 찝찝해져선 진저에게로 돌아와 머리를 몇 번 쓸어주었다.
“미안해.”
“……아님미다.”
진저가 삐뚤빼뚤 일그러진 입매로 답했다. 김민주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몇 번 더 거칠게 쓸어주곤, 이번에야말로 숙소를 나섰다.
* * *
현관에 앉아 운동화를 신는 신아름.
그녀는 몇 번이나 참을 인(忍)을 마음속으로 그렸지만, 더는 참기 어려웠다.
등에 달라붙은 조아라란 존재 때문이었다.
“속상하다 속상해……. 멤버를 배신하고 다른 그룹 멤버한테 붙고…….”
조아라는 신아름의 등에 달팽이처럼 달라붙어 계속 이런 말을 했다.
신아름도 처음엔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게 며칠이나 이어지니 짜증만 났다.
“아 미안하다고.”
“미은흐드그으…….”
“너 진짜…….”
“앗 아라쨩! 왜 아름이랑만 스킨십하는 거야!”
리카가 곧바로 달려와 조아라의 뒤에 꼭 달라붙었다.
“내 1,004번째 고백도 무시했으면서 왜 아름이한테만 프리해! 바람이얏!”
“잘 왔다. 너도 같이 얘 못 가게 막아.”
“아름이 배신자!”
신아름은 목 끝까지 올라온 욕설을 겨우 삼켰다.
“조아라 너 진짜 리카 때문에 산 줄 알아라. 아니었음 내가 뭐 했을지 몰라.”
“뭐 할 건데? 뭐 할 건데? 어떡할 건데?”
“아라쨩 적극적!”
“이제 진짜 놔. 나 가야 해.”
“지금 너 보내면 못 돌이키잖아.”
“며칠 전부터 못 돌이키는 상태였거든?!”
신아름은 억지로 조아라+리카를 떨쳐내곤 일어났다. 이 상태면 돌아와서도 온갖 모멸을 다 받을 것이다.
신아름은 조금은 진지한 분위기로 조아라를 노려보았다.
“너 뭐 질투하냐? 아니 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건데, 좀 심하지 않아?”
“……질투는.”
조아라는 픽 웃으면서 일어났.
“리카, 놔.”
“야다(싫어)!”
조아라는 복근에 힘을 주고 등에 붙은 리카의 엉덩이를 손으로 받쳐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등에 업은 채로 벌떡 일어났다.
“오, 우오, 으엇…… 손나(그런)……! 아라쨩 대체 하체 힘이 얼마나 좋은 거야!”
“질투는 씨. 못마땅해서 그렇다 왜. 장난으로 한 건데 진지 빨고 있어.”
“그래, 장난이면 여기서 그만해.”
신아름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조아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서 끝내는 거다? 응? 그러는 거다?”
그렇게 신아름은 떠나갔다.
조아라는 그녀가 나간 문을 몇 초간 바라보았다. 등에 업힌 리카가 조아라의 어깨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의 뺨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아라쨩, 이제 둘만 남았네?”
조아라는 그녀를 받친 손을 놓았다. 리카가 ‘우아악!’ 소리를 내며 겨우 땅에 발을 디뎠다.
“질투는 씨…….”
조아라가 혀를 차며 현관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리고 폰을 꺼내어 한 연락처를 찾았다.
[진저]
이렇게 된 이상, 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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