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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한는 프로듀서-578화 (578/760)

578화

“무슨 일이었어요?”

대기자들이 있는 복도 쪽에 소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딱히 통제 인원이 없던 터라, 마이어와 함께 심사를 보던 동료 공무원이 확인하러 갔다 왔다.

“어, 그게…….”

동료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마이어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걸 본 동료는 식은땀을 흘렸다. 마이어는 군 쪽에 가족 연줄이 있다고 한다.

혹여나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까, 동료가 변명하듯 황급히 답했다.

“기절한 참가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절이요? 너무 긴장해서?”

“아, 아뇨. 어떤 참가자랑 부딪쳤는데, 너무 험악하게 생겨서…….”

마이어가 무슨 개소리냔 듯 동료를 응시했다.

동료는 억울함을 담아 거의 외치듯이 설명했다.

“제, 제가 직접 봤는데 기절할만합니다! 엄청 험악하게 생겼어요!”

“아니, 그렇다고 부딪쳤단 이유만으로 기절한다고요?”

“그렇다네요……. 좀 심약한 학생이었던 모양입니다…….”

마이어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피곤하단 티를 내며 손을 저었다. 동료는 다시 마이어의 옆, 심사석에 앉았다.

“빨리 진행하죠.”

모스크바 케이팝 커버 댄스 대회.

마이어는 예상외의 성황에 피로한 매일을 보냈다. 특히 오늘은 더했다.

앉아서 심사만 보면 되는 일이니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계속 앉아 뭔가를 본단 일 자체가 체력을 크게 깎아 먹는 일이었다.

“다음.”

다음 참가자가 들어왔다.

참가자 대부분이 여자였고, 이번에도 그랬다.

‘참가자들 거의 대부분이 여성분일 거예요.’

한국의 협력자, 소녀연맹의 프로듀서인 성필이 그리 말했었다.

마이어는 왜 그렇게 예상하냐고 물었다.

‘댄스계는 성비 불균형이 심해요. 대다수가 여자거든요. 춤에 관심을 두는 사람 대부분이 여자란 건데, 케이팝 커버 댄스도 그럴 거예요.’

그리 말한 성필은, 여자와 접점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댄스 학원에 등록해보는 게 가장 적절한 처신일 거란 농담을 덧붙였다.

마이어는 납득했다.

‘발레계도 남자 인재 부족에 시달리곤 하니.’

발레는 남자보다 여자가 선망하기 쉬운 예술이다. 강인함보다는 부드러움을 추구하기에, 남자가 설 자리는 항상 부족하다.

많은 발레 예술감독(프로듀서)이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발레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프로듀서 매튜 본이 각색한 ‘백조의 호수’에선, 오랜 전통을 깨고 백조 역을 남자에게 맡기기도 했었다.

한때 ‘게이 백조의 호수’라고 비웃음을 사기도 했었지만, 매튜 본의 대담한 각색은 수많은 남자아이들을 발레계로 끌어들였었다.

‘케이팝도 그렇다고 했던가.’

성필이 말하길, 요즘 케이팝 업계도 발레처럼 남자 인재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유는 발레와 같다.

남자아이들이 아이돌을 선망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발레와 마찬가지로, 남자아이들은 어리고 잘생긴 남자가 춤추는 데 관심이 없다고 한다.

‘닮은 점이 많아.’

케이팝과 발레는 많은 점이 닮았다. 마이어가 케이팝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발레는 러시아의 국기(國伎)이자 자랑이니, 어떻게든 인재 수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케이팝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그 미래가 궁금하지만, 일단은 해치워야 할 일이 있다.

“그럼, 시작해주세요.”

마이어가 다음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긴장한 티를 감추지 못하는 중학생들이었다. 그녀들은 PTR―17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럭저럭 보아줄 만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중학생들은 굳은 표정으로 심사장을 나섰다.

마이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동료가 그녀를 격려했다.

“조금만 더 하면 끝이잖습니까.”

“알아요. 그런데 좀…….”

마이어는 예선 참가자 목록을 훑었다. 지금까지 많은 팀을 보았지만, 그럴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들은 적었다.

안 그래도 주최 측은 해외의 여러 케이팝 커버 댄스팀을 초대했다. 거기에다 소녀연맹의 명성이 겹쳐, 다른 유명한 댄스 커버팀들도 참여했다.

일반인이 꾸린 팀은 전문적인 커버팀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합격시키기 부끄러울 정도다.

“이러면 대회가 아니라 인비테이셔널(초청 선수로 경기를 치르는 대회 형식)이 되잖아요.”

“그러게요. 저희가 초대한 팀들만 왔으면 몰라도, 설마 해외의 전문 커버팀이 이렇게나 많이 참여할 줄은…….”

동료는 살짝 감탄한 듯했다.

마이어를 위시한 주최 측이 커버팀을 초대하려 했을 땐, 여행 경비 부담을 비롯한 조건을 내걸며 사정사정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소녀연맹이 심사위원으로 나온다고 하니, 이전에 거절했던 팀들마저 자발적으로 왔다.

“그래도, 덕분에 편하지 않습니까?”

“편해요?”

“유명한 팀이 미리 정해져 있으니 심사할 수고도 덜고, 대회의 질도 올라가잖습니까.”

맞는 말이다.

만약 정말 일반인들만 참여했다면 출전자를 고르는 데 진땀깨나 뺐을 것이다.

하지만 유명 팀들이 있으니 그런 수고를 덜었다. 물론 그들의 유명세만 보고 뽑는 게 아니었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전문적으로 커버 댄스를 추었던 이들과, 취미 혹은 대회 때문에 즉흥적으로 맞춰본 이들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마이어는 내심 정해진 춤을 따라 추는 거니 우열을 가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같은 춤이기에 훨씬 더 우열이 쉽게 갈린다.

일반인, 취미, 전문가.

마이어는 당장 급을 가를 수도 있었다.

‘이러면 이 춤들의 원본은…….’

아이돌은 얼마나 잘 출까?

영상으로 보긴 봤으나, 체감은 어려웠다. 실제로는 아예 다른 차원처럼 보일까?

“어?”

옆의 동료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마이어는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다. 그가 이상한 소리를 낸 이유를, 마이어도 볼 수 있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추운 실내의 공기를 가르고 전해지는 산뜻한 인사. 모델이라 해도 믿을 법한 여자가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마이어의 눈길을 뺏은 건 그 여자가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일치단결된 외침.

여자의 양편에 선 네 명의 남자들. 그야말로 시선을 강탈한다.

군복을 연상시키는 위장무늬 바지, 아니 군복이 맞을 것이다. 그 위엔 날씨와 맞서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소매 없는 셔츠 차림이다.

“참가 번호 47번 ‘러시아 인터내셔널 연맹’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에…….”

여자, 로자가 코트에서 팔을 빼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선전관이 그녀의 코트를 정중하게 받아 개었다.

‘마피아인가?’

마이어는 절로 그리 생각해버렸다.

여자와 남자들, 로자와 인민이들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꽉 잡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겠지만, 로자는 거듭된 커버 댄스 연습에서 보인 카리스마로 인터내셔널의 인민들을 완벽히 휘어잡았다.

인민이들은 로자를 스승처럼 여겼다. 마치 ‘로자 룩셈부르크’를 따르는 ‘스파르타쿠스 동맹’의 맹원(盟員)들처럼…….

“시작하겠습니다, ‘아라베스크’.”

안 그래도 결연했던 인민이들의 눈동자에 필사의 불꽃이 켜졌다.

로자를 중심으로 한 대형이 ‘아라베스크’의 사운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어는 당황을 지우고 감상했다.

‘특이한 조합이긴 하다만…….’

마이어는 심사를 이어가면서 기대하지 않는 법을 체득했다. ‘이번엔 혹시?’라고 기대하면 기대할수록 실망만 있었기에.

그녀의 눈은 전문 커버팀 때문에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슨…….’

절도 있다.

마이어는 이번 심사에서 처음으로 그리 느꼈다. 그래, 절도 있다. 그 말 외엔 표현할 수 없다.

마치 총검술을 시연하는 조교와 같은 동작이다.

그들의 손짓 한 번은 상대를 박살 내는 철권과 같았으며, 스텝 한 번은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전사의 것을 닮았다.

춤으로서의 유연성과 리듬감은 없다.

딱딱 맞아 들어가는 동작만이 있을 뿐.

그래서 신기하다.

“다쳐도 일어서!”

심지어 그들은 노래까지 불렀다.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우린! 가시를! 헤치고! 나아가악!”

그 목소리는 군가를 닮았다.

마이어는 한국어 가사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가사가 결연한 투쟁 의지를 담고 있단 것만은 알았다.

“손을 묶고! 기어서라도!”

‘아라베스크’가 하이라이트에 들어섰다.

다섯 명의 인민이들은 팔짱을 끼고 혁명의 장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진한다.

그들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군홧발 소리가 심사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건 춤이라기보다 진격이란 말이 어울렸다. 서로를 의지하고 최전선으로 향하는 듯한 그들에게선 비장함마저 보였다.

마이어는 감격했다.

머릿속에 ‘아라베스크’의 뮤직비디오가 자동으로 재생됐다.

“허억, 허억…….”

퍼포먼스를 마친 인민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여전히 불꽃이 꺼지지 않은 눈으로 마이어를 보았다. 그녀에게 권한이 있단 것을 꿰뚫은 듯했다.

마이어가 박수를 쳤다.

“합격, 합격이오…….”

비장하기만 했던 인민이들의 표정이 그제야 풀렸다. 그들은 서로를 밝게 미소 지었다.

그때 플레하노브와 선전관이 로자를 각자 한쪽 어깨에 이었다. 둘은 로자를 가마에 태워 심사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로자 만세!”

“아니에요! 이 승리는 우리 모두, 인민의 것이에요!”

마이어의 동료는 축제 분위기인 참가자들을 질렸단 듯 바라보았다.

“러시아 연방 공산당(러시아의 제1야당) 지지자들일까요? 대회에 참가시켰다가 저희한테 불똥이라도 튀면 어떡하죠?”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아니, 저 사람들 말하는 게 그렇잖아요……. 저희 대회를 정치집회 수단으로 쓰려는 거면요……?”

“저 사람들의 순수한 웃음을 봐요. 착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평범한 공무원인 마이어의 동료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홍차 음료를 바라보다가, 그것을 조용히 옆으로 밀어 치웠다.

* * *

성필과 한구인은 같은 호텔 방을 썼다.

“한 이사님이랑 같은 방에서 지내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콘서트 VCR 촬영 이후론 처음이지 않습니까?”

“아마도요.”

성필은 장하양의 프로듀서로서 그녀와의 작업을 위해. 그리고 한구인은 통역으로 함께 왔다.

마이어는 따로 통역을 구해주지 못한다고 했었다. 이유는 돈이 없어서였다. 할당받은 예산이 짜다고 한다.

‘딱히 기분 상할 건 아니지.’

아이돌들이 브랜드 패션쇼에 초대받을 때도, 브랜드 측에서 따로 통역을 구해주진 않는다.

사실 통역이 필요한 일도 거의 없다.

가서 레드카펫을 밟고, 사진 찍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행사를 구경하는 게 전부이니.

하지만 이번 대회는 통역이 꼭 필요했다. 장하양이 심사를 봐야 하니, 심사평을 참가자들에게 들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이사님이 오고 싶어 하실 줄 몰랐어요. 원래 혜빈 누나가 온다고 했잖아요.”

“손 이사님은 바쁘시지 않습니까.”

올해, 가로 엔터는 대망의 차기 그룹을 발표한다. 가로 엔터의 미래가 올해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로 엔터가 소녀연맹 원툴 반짝이 회사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성공을 구가할 능력이 있는지.’

세상 사람들은 차기 그룹의 성패로 가로 엔터의 능력을 판가름할 것이다.

분수령이다.

‘가로 엔터가 상장할 수 있는가 없는가.’

그렇기에 손혜빈의 역할은 중요하다. 잠시라도 회사 일에서 손을 뗄 순 없다.

특히 지금은 더 그럴 것이다. 본격적으로 데뷔조를 선발해야 하니까.

아마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하겠지. 누구를 데뷔조로 뽑을지 결정하면, 뽑지 않은 이들의 얼굴이 아른거릴 테니.

여럿 가운데 데뷔조를 뽑는단 건 죄책감을 동반하는 일이다.

몇 년이나 같은 회사에서 얼굴을 보며 지냈는데, ‘넌 탈락이야’라고 말하는 게 쉬울 리 없다.

성필도 데뷔조 선정에 권한이 있긴 하지만, 손혜빈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다. 물론 그녀에게만 고통을 미루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내가 누나 입장이었으면 스트레스성 병 하나 생겼겠지.’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한이란 게, 그리 달콤한 게 아니다.

누군가를 선택한단 건 곧 누군가를 버린단 것. 버려진 사람이 느낄 상실감과 고통은, 성필이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박 이사님, 차 드시겠습니까?”

한구인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며 물었다.

“네, 커피 있으면 주실래요?”

“알겠습니다.”

둘은 곧 한구인표 차를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 각자의 노트북을 꺼내어 올려두었다.

한동안 타자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두 이사는 먼 타지까지 와서도 일을 했다.

“한 이사님.”

“예.”

“오늘 사장님이 이음 엔터 시찰…… 관찰…… 탐방……? 가시는 거죠?”

“네, 오늘입니다. 날짜가 공교롭긴 하군요. 이음 엔터의 유일한 아티스트인 효민 씨가 이곳, 러시아에 있으니 말입니다.”

홍규헌은 이음 엔터의 지분을 사들일 생각이다. 그럼으로써 간접적으로 이음 엔터를 지배한다.

이음 엔터의 성공은 곧 가로 엔터의 성공이자 자산이 된다. 그리하여 훗날 가로 엔터가 상장할 때, 평가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다.

만약 이음 엔터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오늘 홍규헌이 간 건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더군요. 전망도 좋습니다. 소속 아티스트가 혼자이니, 뭘 어떻게 숨기고 뺄 방법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정산은요?”

“투명합니다.”

성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구인이 투명하다고 했으니 그럴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음 엔터가 가로 엔터의 손에 들어오면 말입니다. 박 이사님께서 효민 씨를 프로듀싱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그것도 고민해봐야겠죠. 저희의 도움이 필요할지.”

가로 엔터가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간섭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가로 엔터가 이음 엔터에 투자했으니 간섭은 불가피하다. 이음 엔터의 김명운이 갑자기 불구덩이 속으로 질주할 수도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갑자기 우효민의 미국 진출을 기획한다던가…….

“사장님께서 잘 보고 오실 거라고 믿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 * *

홍규헌은 이음 엔터로 왔다.

이음 엔터가 사용하는 건물 층을 한 번 돌아보고, 직원 수도 확인하고, 시설도 확인하고, 아무튼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보았다.

마지막 절차라고 해야 할까, 홍규헌은 이음 엔터의 대표인 김명운과 마주 보고 앉아 진득이 대화를 나누었다.

“제가 차기 그룹을 구상하고 있는데…….”

김명운은 본인의 포부와 청사진을 읊었다. 그는 들뜬 아이 같았다.

‘박 이사랑 비슷한 타입인가?’

김명운은 SMS 엔터의 매니저 출신이면서, 현재는 이음 엔터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다.

성필과 겹치는 면이 많다.

“정말 대박인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게…….”

홍규헌은 개인적으로 이런 타입을 좋아한다.

일이 아니라 꿈을 말하는 사람 말이다. 처음 성필을 보고 호감을 가졌던 것도, 그가 가진 티 없는 꿈 때문이었다.

최고의 아이돌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실소가 나오면서, 또한 가슴이 한 구석이 따스해진다.

꿈이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걸 진심으로 추구하는 인간을 보는 건 그보다 좋다.

‘박 이사랑 비슷한 타입이면 내가 딱히 걱정할 건…….’

“가사에 일본어를 집어넣는 겁니다. 아무래도 그룹은 눈에 띄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네? 아니, 음악 방송엔 일본어가 나갈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진짜 재밌는 부분입니다.”

김명운은 여전히 해맑았다.

“일본어처럼 들리는 가사를 쓰는 겁니다. 일부러 발음을 뭉개서요. 들어보세요. 이 가사는 꼭 넣고 싶은데, 진짜 팬들이 씹덕사할 겁니다. ‘호시오 미루카(별을 볼까)?’입니다.”

“…….”

“제, 제가 말해서 그렇지 예쁜 애가 말하면 심장에 쿵 하고 올 겁니다. 한국어로 ‘혹시 꿈일까’입니다. 혹시 꿈일까, 호시오 미루카. 어떻습니까? 이게 씹덕사 포인트입니다.”

‘이 사람, 상태가 좀 안 좋네.’

홍규헌은 시선을 피하면서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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