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한는 프로듀서-562화 (562/760)

562화

“대표님, 이 말씀은 드려야겠습니다.”

‘넛지’의 메인 프로듀서는 단호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겠단 듯 눈에서 의지가 타오른다.

“‘넛지’는 틴크러쉬를 강점으로 내세운 그룹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반했다고 말씀하시는 ‘오토마타’는 넛지의 초기 컨셉과 백만 광년은 떨어져 있어요. 지금도 충분히 다음 세대 대표 아이돌로 주목받고 있고, 파격의 연속이라면서 사람들이 놀라움을 자아내는데.”

여기서 ‘넛지’가 오토마타 같은 컨셉을 한다?

“파격이 아니라 그냥 그룹을 절단내자는 거잖습니까!”

“으으음 No No No.”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저을 때마다 그의 금발이 찰랑거렸다.

그의 주름진 얼굴과 어울리지 않았다.

직원들은 그의 머리칼을 뽑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너무 안 어울리잖아.

“우리 회사 풍토가 이렇게 경직됐는지 몰랐네.”

‘경직은 씨…… 우리가 대형 기획사 중에서 제일 자유분방한데…….’

왜 자유분방한가.

총괄 프로듀서이자 SMS 엔터 대표인 강성욱 때문이었다. 그는 총괄 프로듀서란 직함답게 SMS 엔터의 모든 아이돌을 관리한다.

프로듀싱 최종 결정권이 모두 그에게 있다.

사소한 사항 하나조차 그의 허락 없이는 집행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변덕이 심하다.

그 변덕은 때론 엄청난 빛을 발하여 씬 전체를 뒤집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거대한 저주가 되어 SMS 엔터를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우리 피디는 ‘오토마타’ 어땠어?”

직원들이 메인 프로듀서를 쳐다보았다. 제발 수긍하지 말란 뜻을 담아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메인 프로듀서는 감히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 정직하게 일하라고 대표로부터 돈을 받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는가…….

“조, 좋았습니다.”

“그치? 그거 알아? 피디 눈에 좋아 보이는 건, 보통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더라구. 그리고 놀랍게도 나도 오토마타가 굉장히 좋아요.”

직원들이 탄식을 삼켰다.

대표가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으면 되돌리긴 늦었다. 어쩔 수 있나. 예술가가 운영하는 회사는 가끔 이성적일 수 없는 법이니.

게임으로 치자면 안정성이란 능력을 혁신성과 바꾼 것이다. 장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을 지근거리에서 체감하는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강성욱 대표는 회의실 가장 끝에 앉은 인물을 바라보았다.

‘넛지’의 리더인 유경민이었다.

“할 수 있겠어? 우리 경민이.”

유경민은 언제나와 같이 미소를 살포시 머금었다.

“다른 아이돌이 할 수 있는 거면.”

그녀의 목소리엔 더없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아니, 자신감이라기에도 뭐하다.

‘난 눈을 깜빡일 수 있어’란 말을 자신감에 차서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저희도 다 할 수 있어요.”

“아주 좋아요.”

강성욱이 확정 내렸다.

“다다음 앨범, 전부 엎어!”

SMS 엔터가 어떻게 대형 기획사로 올랐는가?

강성욱 덕분이다.

SMS 엔터가 왜 KS 엔터를 못 쫓아갈까?

강성욱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말하곤 한다. 만약 강성욱의 변덕이 전부 성공한다면, 그건 그에게 갑자기 예지 능력이 생겼기 때문은 아니리라고.

강성욱의 변덕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아이돌이 기적적으로 탄생한 것이리라고.

직원들은 그리 말하곤 했다.

직원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유경민을 보았다. 유경민은 표정에 미소를 더했다.

“할 수 있어요.”

* * *

소녀연맹 해외사업부를 담당할 임원 후보.

그중 한 명이 추려졌다.

홍규헌은 그의 이력서를 들었다. 헤드 헌팅 회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63세……?”

얼마 전까지 엔터테인먼트 분야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있던 사람이다.

해외사업을 담당했다고 한다.

주요 업무는 콘텐츠 수입과 수출…….

“너무…….”

“나이가 많긴 하네요.”

손혜빈은 홍규헌이 하고픈 말을 대신했다.

사람을 나이로 차별하고 싶진 않지만, 63세면 퇴직이 당연한 나이 아닌가.

“컴퓨터는 쓸 수…… 있나……?”

“물어봐야죠.”

“……내가?”

“임원이 되실 분이면 사장님이랑 면담해야 하지 않아요?”

“아니, 그렇긴, 한데.”

홍규헌은 일단 부하가 되면 거리낌 없이 반말을 쓰곤 한다. 모든 가로 엔터의 직원들이 겪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겐 못할 듯하다.

홍규헌의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하다.

“뭐어, 일단 한 이사가 접촉해보는 걸로.”

“알겠습니다.”

다음은 아티스트 IP 사업부.

이건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렸다. 헤드 헌팅 회사에서도 마땅한 답이 없었다.

IP 사업은 요즘 굉장히 핫한 분야다.

그 분야의 인재들은 전부 대기업에 몰려 있는 데다가, 웬만큼 능력이 있다면 가로 엔터론 절대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역시 미인계밖에 없겠어요.”

오랜 회의에 정신줄을 놓은 성필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사장님이 나서주셔야겠습니다.”

“내 외모를 높이 평가하는 건 기분이 좋지만,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거 같아. 박 이사는 내 외모 보고 여기 오기로 결정했어?”

“90% 정도는 그랬어요.”

“참,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네. 아니었으면 박 이사라는 인재를 놓쳤을 테니까.”

“헤헤.”

“나 결혼해.”

“퇴직할 때가 온 거 같네요. 가보겠습니다.”

“박, 이, 사, 랑.”

실없는 웃음이 퍼졌다.

그 후로도 임원들은 오래도록 후보자 목록을 훑었다.

63세 노인을 제외하곤 마땅히 눈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전부 한구인이 만나보긴 하겠지만, 긍정적인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였다.

“사장님.”

“어, 민 팀장.”

“저희 애들이 제 결혼식 때 오겠대요.”

“그게 왜?”

“축가도 부르겠대요.”

“잘됐네.”

“회사 아이돌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걸로 보이진 않을까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죠?”

“이야, 민 팀장 리스크 관리 능력이 굉장하네. 그 말 우리 애들 앞에서 해봐. 무슨 소리 하냐면서 비웃을걸.”

“진짜 걱정돼서 그래요.”

“걱정 마.”

성필이 민경섭을 안심시켰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은 없어.”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맘이 놓이긴 하는데…….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애들도 약간 제 눈치 봐서 억지로 오는 거 아닐까요?”

“경섭아 넌 옛날부터 그게 문제야. 제수씨한테 고백하는 것도 3년이나 걸리고.”

“그 말이 왜 나와요…….”

“내가 확답해줄게. 애들은 순수하게 네 결혼을 축하하고 싶어 하는 거야.”

“……흐.”

민경섭은 아닌 척하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면 다행이지만요.”

“그래, 민 팀장 결혼 얘기도 나오는 거 보니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해야겠다. 다들 해산하자.”

“끼얏호우!”

“너무 기뻐하잖아.”

“새신랑이잖아요 사장님. 올해만 경섭이가 무례해도 좀 봐줘요. 애가 얼마나 기대되겠어요.”

“아니 동거를 몇 년이나 했으면서 뭐가 기대된단 거야?”

“동거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민경섭이 격분했다.

“아니거든요?!”

다시 말했다.

“아, 알겠어. 몰라서 그래…….”

사장실이 정적에 잠겼다. 그리고 다들 홍규헌이 한 말을 못 들었단 듯 딴청을 피웠다.

“이야, 오늘도 보람찼다. 그럼 다들 오랜만에 같이 저녁이라도 먹을…….”

“드디어 끝났나요!”

리카가 사장실 문을 쾅 밀치면서 나타났다. 그 뒤엔 소녀연맹 멤버 전원이 있었다.

“이때만 기다렸어요!”

“리카.”

홍규헌이 리카의 이름을 싸늘하게 불렀다.

“사장실 문에 귀 대고 엿들으면,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

리카는 뒷걸음질 치면서 문을 열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홍규헌이 ‘들어와’라고 하자, 문이 열리고 백설하가 나타났다.

“사장님, 지금 시간 되실까요?”

“어, 우리 리더. 괜찮아. 무슨 일이야?”

“그게, 헤헤…….”

소녀연맹 멤버들은 장난기를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임원들에게 다가왔다.

장하양은 품에 안은 가방에서 상패(賞牌)를 여러 개 꺼냈다. 그것을 멤버마다 하나씩 손에 들고 각자 정해진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먼저 신아름.

그녀는 민경섭에게 상패를 주었다.

“경섭 오빠, 자요. 상.”

“응? 상?”

민경섭이 상패를 받고 그곳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최고의 매니저 상]

“어?”

“민경섭 매니지먼트 팀장님, 소녀연맹 선정 최고의 매니저 상을 수여합니다.”

멤버들이 과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민경섭은 얼떨떨하여 눈동자만 굴렸다. 그러곤, 곧 그는 코를 훌쩍였다.

“아, 하하, 고마워, 최고의 매니저상……. 매니저 협회에서도 받은 적 없는데…….”

“그런 게 있어요?!”

“응, 고마워, 진짜…….”

다음 조아라.

그녀는 한구인에게 상패를 주었.

“잠깐만.”

민경섭이 끼어들었다.

“지음이는?”

민경섭이 최고의 매니저라면, 다른 이들도 이와 같은 상패를 받을 터다.

소녀연맹 멤버들이 감사를 담아 가로 엔터의 식구들에게 주는 상. 그런데 같은 스타팅 멤버인 정지음은 이 자리에 없다.

“지음이 불러올까? 지음이 것도 있어?”

“지음 오빠 말인가요!”

정지음의 작업실.

그는 소파에 누워 상패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질질 짜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가 최고의 작곡가래애…… 애들이 내가 최고의 작곡가래애…….”

그걸 지켜보는 이재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30분째 저러고 있으니 안 그럴 수가 없었다.

“저, 이제 작업 시작해야 하…….”

“최고의 작곡가야 나는…….”

“…….”

이재호는 폰을 꺼내어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이러고 계세요!”

리카의 간단명료한 설명이 끝나자 민경섭이 납득했다.

다시 시상식이 진행됐다.

조아라가 한구인에게 상패를 주었다.

“한의사님, 자요.”

“감사합니다. 저는 무슨 상입니까?”

“최고의 한의사상(韓醫師賞)이요.”

“…….”

한구인은 상패의 글귀를 읽었다.

[최고의 재무관리자 상]

조아라는 목청을 가다듬고 진지한 투로 말했다.

“한구인 이사님, 소녀연맹을 재무적으로 매우 잘 서포트한 공로로 이 상을 수여합니다. 땅땅땅.”

“…….”

한구인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크게 내쉬었다.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수석 졸업할 때도 이렇게 기쁘진 않았는데, 울지도 않았는데, 참…….”

“어, 네? 한의사님 서울대 수석 졸업이에요? 미친, 리얼로요?”

“감사합니다, 최고의 재무관리자라니, 저한텐 과분한 상이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장하양.

그녀는 홍규헌에게 상패를 주었다.

“이건 뭐어, 주객이 전도됐네. 상을 줘야 할 건 나인데.”

“아하하, 사장님 반응 기대하고 있어요.”

“난 뭐야.”

[최고의 사장님 상]

“항상 가로 엔터를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사장님. 저희가 모이게 된 계기인 사장님. 저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사장님. 최고의 사장님으로 임명합니다.”

장하양이 홍규헌과 가볍게 포옹했다.

“야 이, 낯간지럽게…….”

“옛날에 동생처럼 대해주시는 거 좋다고 하셨죠? 이번에도 그렇게 해드릴까요?”

“아 뭐라는 거야. 너무 옛날이잖아.”

다른 임원들이 야유했다.

홍규헌은 할 수 없단 듯 당당히 말했다.

“그래, 해봐.”

“우리 규헌이, 잘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장하양이 홍규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기서 홍규헌의 눈물샘이 풀렸다.

언니야들에겐 이런 따스한 말 한마디 들어본 적 없는데, 장하양에게라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비록 장하양이 동생이지만, 아니.

예쁘고 멋지면 다 언니다.

“어, 고마워, 응. 그, 나, 최고의 사장님이야?”

“세상 그 어떤 사장님들보다 최고예요.”

“그렇겠지 내가 너희들 사장인데에에에어허허허흐허흐헝…….”

“에에 사장님 운대요! 얼레리꼴레리!”

방금 말은 민경섭이 했고, 곧 무릎을 꿇고 본인의 죄를 참회해야만 했다.

다음은 백설하.

그녀는 손혜빈에게 상패를 주었다.

“혜빈 언니 여기…….”

“와, 팬한테 상 받은 건 또 오랜만이네.”

“네, 네? 언니 팬들이 상 준 적 있어요?”

“응, 팬미팅에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상,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상, 세상에서 제일 노래 잘 부르는 상, 많이도 받았지.”

“에이, 이젠 제일 귀여운 건 아닌데.”

방금 말은 성필이 했고, 곧 민경섭과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어디 보자아.”

[최고의 비주얼 디렉터 상]

“으음, 납득이 가네.”

“헤헤, 항상 감사드려요.”

“우파루파 잠옷은 대박이었지?”

“……넵.”

“왜 대답이 느려? 우파루파 잠옷 별로였어?”

“아, 아뇨, 좋았어요. 매일 입어요. 네.”

“으음.”

손혜빈은 상패를 빛에 비추어보았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달리 큰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긴, 옛날에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고 다녔으니 이런 애들 장난 같은 건…….

“서헝필하아 내가 최고호으 비주어흘 디렉트어래해애애해애…….”

아니었다.

손혜빈은 곧 터진 크림빵처럼 변했다.

“나 어떠케 너무 부담스러어허…….”

“유우쨩도 잘 부탁드려요!”

“사적인 청탁은 받지 않는다.”

손혜빈은 곧바로 냉혹한 프로듀서로 되돌아갔다. 그녀는 상패를 품에 꼭 껴안고 아이처럼 웃었다.

다음은 리카.

그녀는 성필에게 상패를 주었다.

“자, 받으세요!”

“고마워. 근데 난 좀 뻔하네. 최고의 프로듀서지?”

“약간 달라요!”

“그래?”

성필은 상패를 보았다.

그곳에 적힌 글귀를 보고 그의 표정이 굳었다.

[최고의 총괄 프로듀서]

총괄 프로듀서.

그 직함은 정호환을 떠올리게 했다.

HPT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총괄 프로듀서에 올랐던 그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성필은 상패에서 리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사님, 우리 프로듀서님!”

리카가 성필을 폭 안았다.

“항상 고마워요! 이사님은 최고의 프로듀서고 최고의 총괄 프로듀서예요!”

성필은 그대로 굳었다.

리카의 입에서 ‘최고의 총괄 프로듀서’란 단어가 나왔고, 그 단어가 귀로 들어오자, 성필은 음절마다 심장이 요동쳤다.

아니, 심장에 바늘이 툭툭 꽂히는 것 같다.

“어, 응, 고마.”

성필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아니야, 미안해, 너희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훨씬 훨씬 더 나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부족해서, 그래서, 미안해, 항상 미안해…….”

성필은 평소 멤버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길 수 없다느니, 지겠다느니, 회사가 부족하다느니, 그런 말은 최대한 삼간다.

항상 우리가 이긴다.

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른다.

최고가 된다.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나는…….”

성필이 미안함의 울음을 터뜨렸다.

“최고가 아니…….”

“그만!”

리카가 성필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거기서 조금만 입 더 뻥긋해봐요.”

조아라가 떨리는 목소리로도 기세 좋게 협박했다.

“맞아요. 누가 아니래요? 아무리 팀장님이라도 그런 말은 못 해요.”

신아름이 협박에 가세했다.

“누가 뭐래도.”

장하양이 그 말을 받았다.

“이사님이이…….”

백설하는 이미 성필의 사과에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이사님이!”

리카가 모두의 마음을 모아 말했다.

“누가 뭐래도 이사님이 저희한텐 최고의 프로듀서예요! 그러니까 이사님은 최고가 아니란 말 같은 건 못해요!”

“…….”

성필은 눈을 감았다. 눈가에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려 리카의 손바닥을 적셨다.

그제야 리카가 성필의 입에서 손을 떼어냈다.

성필이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성필은 HPT 뮤직 어워드를 보고 생각했었다. 정호환이 ‘올해의 총괄 프로듀서’가 됐을 때였다.

자신이 저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설령 10년이 지나도 그럴 것이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나는, 난…….”

성필은 최고가 될 것이며 최고여야만 한다.

그가 손에 쥔 상패가 그 이유이다.

소녀연맹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성필만이 그렇게 여기는 게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최고라고 인정받아야 한다.

성필은 다시금 다짐했고, 결심했고, 선언했다.

“나는, 최고의 프로듀서야…….”

왜냐하면.

“너희가 있으니까…….”

그러니, 반드시 모두에게 최고라고 인정받을 것이다.

가로 엔터는 KS 엔터를 꺾는다.

우리들의 프로듀싱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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