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한는 프로듀서-560화 (560/760)

560화

정호환으로부터 호출이 있었다.

호출까진 시간이 남아, 에리카는 아티스트 휴게실로 왔다.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얼마 없었다. 에리카는 혹여나 선배가 있을까 긴장하던 몸을 풀고 냉장고를 뒤적였다.

웬 플라스틱 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안에는 먹다 남긴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다키스트 하민이 거]

하민 선배의 케이크다.

‘다키스트가 해체된 지 언젠데 아직도 다키스트란 이름을 쓰시네.’

에리카는 캔커피를 하나 꺼내어 소파에 앉았다.

“흐어.”

절로 아저씨 같은 한숨이 튀어나온다.

12월엔 시상식을 몇 개나 돌아다녀야 한다. 하나하나 대충 할 수도 없으니 매일 긴장 상태다.

각 시상식 공연마다 영혼을 갈아 넣어 춤추고 노래해야 하고, 체력적 피로는 물론 신경 피로까지 만성이 될 것만 같다.

커피를 한 입 마시니 혈관으로 카페인이 쭉쭉 퍼진다.

“…….”

에리카는 냉장고를 흘끗 보았다.

‘다키스트 하민이 거’라고 적혔던 케이스가 자꾸만 떠오른다.

다키스트가 활동을 종료한 지 어언 수년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하민 선배는 자신의 이름에 꼭 다키스트를 붙인다.

‘아이돌에게 그룹이란 건 영원토록 뗄 수 없는 꼬리표라는 걸까.’

아니면 떼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소중한 것일까.

에리카는 천장의 조명으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케이어스, 대상…….”

그리 읊조린 에리카는 헤실헤실 웃었다.

“대상!”

에리카는 발을 쿵쿵 굴러가면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다른 사람에겐 절대 보여주지 않을 헤픈 웃음을 만개했다.

‘회사 덕분에 받았다?’

백설하에겐 그리 말했던가.

아니, 결국 남는 건 결과다.

KS 엔터에 들어온 것도 실력이다. 회사를 고르는 것도 실력이란 뜻이다.

배경으로 핑계를 대자면 세상에 성립될 경쟁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대상이야, 대상…….”

케이어스는 마침내 정상에 발을 올렸다.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다.

회사 사람들은 케이어스를 더 깍듯하게 대한다.

그녀들을 보는 회사 임원들의 표정이 밝다.

세상 모두가 케이어스에게 환호한다.

“하아.”

결국 와버렸네.

너무나도 쉽게.

에리카가 했던 다른 일들과 같다.

그녀가 바라는 거라면 무엇이든, 세상은 그녀의 손에 간단하게도 쥐여준다.

‘난 세상에게 사랑받고 있어.’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거라면…….

“어이구.”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에리카는 기겁하면서 그쪽을 보았다. 언제 들어왔는지 ‘븨이에스’의 박수련 선배가 입구에 서 있었다.

“영화 찍니?”

“서,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래.”

박수련은 방금까지 연습하고 있던 건지 트레이닝복 차림 위에 얇은 가죽 코트를 거쳤다.

참으로 언밸런스했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와 음료를 들고 에리카의 옆에 와 앉았다.

“선배님 그거 다키스트…….”

“알아.”

박수련은 케이스를 열고 남은 케이크를 야무지게도 먹었다. 에리카는 그걸 보면서 경악했다.

‘미친 건가?’

다키스트는 븨이에스보다 한 세대 위의 그룹이다. 박수련이 유일하게 다키스트 멤버에게 비빌 수 있는 건 나이뿐이다.

“너도 먹을래?”

“아뇨…….”

“축하해.”

“네? 아, 감사합니다.”

“세상 다 가진 거 같지.”

박수련은 무미건조하게 케이크와 음료를 번갈아 먹고 마셨다.

“나도 그땐 좋았어.”

박수련이 속한 븨이에스는 약 4년 전에 한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었다.

븨이에스에게 불멸의 명성을 안겨준 ‘포트레이트 인 유’로 말이다.

그게 븨이에스의 마지막 대상이었다.

“드디어 우리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막 그런 느낌이었는데. 거기까지가 딱 우리의 전성기더라구.”

“…….”

“아, 오해하진 말고. ‘대상 한 번 받은 걸로 나대지 마 썅년아’ 같은 말 아니야. 그냥 그랬다고.”

븨이에스는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고루 잡은 그룹이다. 평론가들은 븨이에스의 음악적 성과를 굉장히 고평가한다.

그런데 대중음악 시상식에서의 수상 경력은 굉장히 짜다. 본상급의 자질구레한 상은 많이 받았는데, 정작 정상급인 대상이 두세 개에 불과했다.

“SMS 엔터한테 쳐맞고, YJS 엔터한테 또 차이고, 뭘까 난 대체.”

“선배님…….”

“뭐가 문제였을까?”

문제?

없다.

븨이에스 멤버 개개인은 전부 솔로 가수로 데뷔하여도 대성할 수준의 보컬리스트다. 거기에 수준급의 댄스 퍼포먼스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주얼마저도, 진소유가 나오기 전까지 박수련은 부동의 톱을 유지했었다.

멤버 개개인이 보석처럼 빛난다.

“……이 정도면 취업 사기야.”

“네?”

“난 다키스트처럼 될 줄 알고 여기 왔는데, 이 꼴이 뭐냐고. 탑티어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에휴, 내 팔자야.”

박수련은 케이크를 전부 해치운 후 케이스를 고스란히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에리카는 어쩌면 븨이에스가 성공하지 못한 게 박수련의 인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너흰 잘돼서 다행이다.”

“운.”

“응?”

“운…….”

에리카가 그리 말했다.

이제 30살에 들어선 박수련의 뒷모습이 아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뭐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렸다.

“운, 아닐까요? 이 업계는 시운이 중요하니까요. 저희가 성공을 구가하는 것도 운이…… 잘 맞아떨어져서인 거 같아요.”

아이돌 개인이 그룹의 성공에 기여할 방법은 상당히 한정된다.

아이돌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야 있겠지만, 그건 고정값이라고 봐야 한다. 아이돌이 최대한으로 노력할 것을 가정하고 성공률을 계산하자면.

사실상 모든 건 프로듀싱 단계에서 결정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

박수련이 웃었다.

“우리 후배님 엄청 겸손하다. 그래, 운이겠지. 그러고 보면 역사의 위인들은 저어어어언부 끝까지 운이 좋아. 운이 안 좋은 애들은 위인이 되기 전에 죽었나 봐.”

박수련이 휴게실을 나섰다.

위로인지 겸손인지 아무튼, 에리카의 위로가 통한 건지는 모르겠다. 박수련은 항상 저런 분위기이니 도통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다.

에리카는 캔에 든 음료를 전부 마셨다.

박수련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마음속에 걸려 있다.

‘드디어 우리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막 그런 느낌이었는데. 거기까지가 딱 우리의 전성기더라구.’

‘더 올라간다!’ 싶었는데 그곳이 최고점이었다.

안타까운 이야기이고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리카의 가슴속에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우리는, 케이어스는.’

현세대 걸그룹 중 정상에 이르렀다.

이 순간부터 모두가 케이어스를 최고라 부를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기대치에 못 미쳐도 ‘한물갔네’란 말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케이어스는 매 순간 신화를 써왔어.’

지금만 해도 꿈과 같은 기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이상 나아간다고?

에리카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븨이에스가 ‘포트레이트 인 유’로 엄청난 대박을 치고, 서구권에서 반응이 오고, 글로벌 음원 강자로 떠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븨이에스가 케이팝의 정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상 위엔 또 다른 정상이 있었다.

븨이에스는 동시대의 걸그룹들에게 배웠다. 정상인 줄 알았던 장소 위로, 실은 더 높은 단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문득 소녀연맹이 떠올랐다.

뱃속에서 불쾌감이 확 차오른다. 소녀연맹에게 패배했던 순간이 연속해서 뇌리에 새겨진다.

“……됐어.”

에리카는 걱정을 깡그리 모아 머릿속 어딘가로 밀어 넣었다.

이제 약속한 시간이다.

에리카는 지정된 회의실로 향했다.

이미 다른 멤버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건 정호환이 아니라 수석 프로듀서인 강동현이었다.

“다 왔네.”

강동현은 근래 케이어스 멤버들과 훨씬 친해졌다. 더 이상 그녀들을 대하길 꺼리거나 말을 더듬진 않았다.

“시작할까.”

“정호환 이사님이 오시는 거 아니었슴미까?”

“정호환 이사님은, 음, 오늘 차기 그룹 일로…….”

차기 그룹이란 소리를 듣자, 케이어스 멤버들은 저마다 알 수 없는 섭섭함을 느꼈다.

하긴 정호환은 케이어스만 맡는 게 아니다. 총괄 프로듀서로 KS 엔터의 아이돌 전체를 관리한다.

케이어스는 선배보다 뛰어났고, 케이어스의 후배들은 케이어스보다 뛰어날 것이다.

KS 엔터의 역사는 곧 케이팝의 역사.

그 계보는 KS 엔터 아이돌들의 자부심임과 동시에…….

‘뭐야.’

에리카는 자신이 지닌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언어화할 수 있었다. 아까 보았던 븨이에스 박수련의 얼굴이 그 언어에 겹쳐졌다.

‘우리한테 꼭…….’

유통기한이 붙은 느낌이다.

정호환이 약속을 깨고 다른 그룹 일로 자리를 비운 것부터가 그러했다.

“자.”

강동현이 손뼉을 짝 쳤다.

“다들 너무 고생 많았어. 우리가 기대한 성과 이상이야. 아니, 이상이 뭐야. 기대 초과야. 너희가 바로 KS 엔터 그 자체다. 자랑스러워. 그리고.”

강동현이 빔 프로젝터의 전원을 켰다.

그곳에 적힌 글자는 이러했다.

[케이어스 페이즈 2]

“케이어스는 2페이즈에 들어선다.”

“뭠미까. 지금까진 1페이즈였단 검미까?”

“그런 거지. 알다시피 너희들에 관한 계획은 연 단위로 전부 짜여 있거든. 물론…….”

강동현이 실실 웃었다.

“이건 급작스레 정해진 기획이 맞아.”

스크린의 화면이 넘어갔다.

그것을 보자 케이어스 멤버들 전원 눈이 번쩍 뜨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게 나와 있었다.

“저, 저희가.”

에리카는 말까지 더듬었다.

그 안엔 놀라움과 동시에 기쁨이 서려 있었다.

“맞아. 너희는 차례로 솔로 데뷔한다.”

케이어스 2페이즈.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개인의 캐릭터성, 아니다.”

강동현이 이 계획으로 구현하고 싶은 건 고작 캐릭터성 따위가 아니다.

“개인의 퍼스널리티. 너희는 한 명 한 명 인격으로서 아티스트의 퍼스널리티를 갖춰야 해.”

에리카 믹스테입 사건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변화. 성필이 바꾸어낸 미래.

케이어스 아티스트화 계획.

“케이어스의 에리카, 케이어스의 진저, 케이어스의 소유, 케이어스의 민주가 아니야. 너희는.”

강동현은 기대되어 못 참겠단 듯 얼굴이 상기되었다.

“에리카가, 메이가, 소유가, 민주가 되는 거야.”

진소유가 손을 들었다.

“응, 소유야.”

“케이어스는 해체된 거예요? 그럼 숙소 나가서 따로 방 구해도 되는 건가요?”

“아, 아니 케이어스가 해체된단 게 아니야! 케이어스 활동과 솔로 데뷔를 병행한단 거야!”

진소유가 손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엔 김민주가 손을 들었다.

“꼭 이래야 해요?”

“응.”

“왜요?”

“우리가 판단했거든.”

KS 엔터가 결정했다.

“너희를 이보다 위로 올려보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이보다 위……?”

“설마 너희들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아니었지?”

강동현이 검지로 위를 가리켰다.

“고작 대상 하나로? 위엔 또 위가 있어. 케이어스는 향후 몇 년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운다. 너희의 이름은 영원토록 빛바래지 않을 거야. 우리가…….”

KS 엔터가.

“그렇게 만들 거야. 너희의 무대는 국내가 아니야. 세계가 될 거야.”

강동현은 이 말은 삼켰다.

‘소녀연맹이 그런 것처럼.’

케이어스의 향후 목표는 간단하다.

소녀연맹이 해외에서 누리는 위상을 강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상을 확장하고 강화한다.

* * *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데?”

정진이 투덜거렸다.

라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가 삐딱하게 쓴 고깔모자를 바로 씌워주었다.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

글로브 멤버들은 연습실에서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전혀 파티 분위기가 아니었다.

파티의 당사자가 윤상열이었기 때문이다.

연습실엔 회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올해의 프로듀서 윤상열]

그는 HPT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았다. 무려 글로브의 앨범인 ‘그래피티’를 프로듀싱한 공로로 말이다.

글로브 멤버들은 그걸 보고 얼이 나갔었다.

아니, 글로브는 본상 하나 받았는데 윤상열은 올해의 프로듀서라고?

진짜 ‘후 어’란 곡에 뭔가 있긴 한가 보다. 올해의 프로듀서를 선정하는 건 전문가들일 텐데, 윤상열한테 준 것을 보면 말이다.

“근데 쫌…….”

케이크 위의 촛불 개수를 세던 위세라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

“뭐가?”

“아니, 그, 올해의 퍼포먼스 그거 있잖아.”

“소녀연맹이 받은 게 맘에 안 든다고? 받을 만하잖아.”

라희는 위세라가 남을 질투하고 깎아내리는 것에 흥미를 들였나 걱정했다.

소녀연맹의 ‘오토마타’는 올해의 퍼포먼스로 선정되기 부족함이 없었다.

“받을 만하지. 근데 음, 어, 우리도 그런 거 할 수 있지 않나……?”

“응?”

“아니, 우리 지유가 난리 치기 전엔 진짜 빡세게 춤이랑 보컬 연습했었잖아.”

그러긴 했다.

윤상열은 군대에서도 하지 않을 매일, 주간, 월간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하여 글로브 멤버들을 쥐잡듯이 관리했었다.

무슨 러시아 국립 발레단 유스 시스템도 아니고, 다 큰 성인들을 수감자처럼 관리한 것이다.

“그냥, 오토마타 보고 ‘우리도 할 수 있을 텐데’ 같은 생각 들어서.”

“맞다!”

노아는 윤상열의 얼굴에 폭죽을 조준하는 연습을 하다가 맞장구쳤다.

“‘후 어’는 춤이 너무 간단해!”

“야, 그걸 간단하다고 하면 안 되지.”

지유가 노아에게 핀잔을 주었다.

“우리 개성이 더 들어가게 됐잖아. 난 솔직히 오토마타 별로였어. 그게 뭐냐? 그런 거 보고 싶음 마칭밴드나 발레를 보지.”

“난 오토마타가 더 좋았나! 막 이렇게 막 막!”

노아가 오토마타 흉내를 냈다.

단순한 흉내는 아니었다.

따로 연습했는지 스텝이 꽤 그럴싸했다.

“멋지지 않나!”

“……아니, 진짜, 어이가 없네.”

지유가 자신의 머리를 박박 긁었다. 짜증이 나서 못 참겠단 듯 거친 손짓이었다.

“진짜? 그런 걸 하고 싶다고? 야 그거 사람 갈아가면서 하는 거야. 무릎 어깨 다 박살 나면서 추는 거라고. 내가 너희들 그런 꼴 안 당하게 하려고 윤상열한테 난리 친 건데, 이젠 그런 게 하고 싶어?”

“그, 그런 말이 아니지 않나…….”

“됐다. 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윤상열한테 가서 말해. 옛날처럼 매일매일 감시하고 혼내달라고 간청이라도 하라고!”

“그게 아니라아…….”

“지유야.”

라희가 노아와 지유 사이를 막았다.

“왜 노아한테 그래. 그리고 피디님 이름만 그렇게 부르는 거 좀 자제하자.”

“음, 그래. 우리 라희는 그냥 상열 씨랑 랑데부하고 같이 아방튀르라도 떠나세요.”

라희의 눈이 일차원적인 분노를 담아 타올랐다.

“지유야, 남한테 목소리를 올리는 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

“넌 자기 입장 똑바로 정리해. 여기 있는 애 다 윤상열 좆같아 하는데 너 혼자 자꾸 감싸고 그러는 거, 뭐냐? 좆같이 대해달라고 광고하는 거야?”

글로브 멤버들이 당황하여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이윽고 그 눈은 한 사람에게로 모였다.

“그만해.”

최유현이었다.

그녀가 말로 두 사람 사이를 가르려는 듯 싸늘하게 명령했다.

“맞다 그만해라! 두 사람이 나 때문에 싸우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야메로(그만해)!”

“그만해.”

“네.”

최유현의 한마디에 노아가 바로 쪼그라들었다.

최유현은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지유와 라희의 앞으로 다가갔다.

“피디님이 어떻든 쉽게 말 꺼내지 말자. 생각이 다른 건 싸울 이유가 아니잖아? 피디님한테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최유현은 라희를 보았다.

“피디님이…….”

윤상열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좆같은 사람도 있을…….”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노아가 비명을 지르면서 폭죽을 윤상열 쪽으로 발사했다.

폭죽으로부터 날아간 색종이가 윤상열의 안구에 톡, 닿았다.

“아아아아아아악 시바아아아아아아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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