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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한는 프로듀서-545화 (545/760)

545화

옛날부터 백설하는 신체적 특징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곤 했었다. 어릴 때부터 그 특징 때문에 원치 않는 주목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리라.

이는 딱히 유난스러운 게 아니다.

가슴이 커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역으로 작아 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었는데.’

물론 백설하는 ‘더 언노운 싱어’ 당시, 권좌에 오르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겠다고 선언하긴 했었다. 타고난 신체 또한 노력에 못지않은 강점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이제 백설하는 바뀐 것이다.

꺼리기보다 자긍심을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그걸 숨기자고 말하다니.

성필은 자신의 사려가 부족했노라고 인정했다.

“마, 마음껏요? 하지만…….”

성필 본인이 리카를 통해 말하지 않았던가.

“이사님이 보기 좀 그러니까 숨기라고 하셨잖아요…….”

“…….”

성필은 백설하와의 대담이 끝나면 리카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냥 말만 전해달라고 했건만, 대체 무슨 속셈으로 성필을 언급했으며, 또한 저렇게나 오해를 살 만한 어투로 말했는지 꼭 물을 것이다.

묻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응징할 테다.

“괜찮아요.”

백설하는 소녀연맹 리더 역을 맡을 때마다 은연히 보였던 결연함을 담아 말했다.

“퍼포먼스에 방해가 되면 숨겨야죠.”

결연했다가, 금세 우울해졌다.

“보기 흉할 테니까요…….”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백설하는 감정 기복이 굉장히 심했다.

성필이 신체적 특징을 문제점으로 삼았다는 게 그토록 상처가 된 것일까?

“유이 언니한테 가서 옷 받아올게요…….”

“설하야, 괜찮아?”

성필을 지나쳐가려던 백설하는, 그가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한숨을 뱉어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망설임이 보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금방 사라졌다.

고민을 혼자 져야만 한단 생각은 연습생 시절과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즌1’ 때 버리고 왔다.

오히려 성필이 이렇게 말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음, 뭔가 짐처럼 느껴져서요.”

“짐?”

“서유선 선배님이 흘리듯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춤은 사람을 가린다.

어떤 사람은 죽어도 윈드밀을 못 돈다. 또 어떤 사람은 죽어도 팝을 못 한다. 반면 다른 사람이 어려워하는 걸 매우 쉽게 습득하는 경우도 있다.

“저한테는 이번 잔상 파트가 그런 거 같아요. 헤헤, 애들한테는 괜찮다고 계속 말하긴 하는데…….”

그야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백설하는 맞언니이며 리더니까. 그녀는 멤버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차라리 가슴이 문제였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해결하면 어떻게든 빛이 보인단 거잖아요…….”

백설하는 정말 잘하고 싶다.

아무렴, 조아라가 기획한 프로젝트 아닌가. 동생이 바라는 최고의 퍼포먼스에 닿고 싶다.

“근데 하면 할수록 잘될 거란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계속 벽에 막힌 기분이구…….”

아이돌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있다. 유독 퍼포먼스에 못 섞여드는 이들 말이다.

노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춤이 몸에 맞지 않거나, 프로듀서가 과도한 목표를 제시하여 완성도가 떨어진 경우다.

하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팬과 대중은 어찌 됐든 부족한 멤버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안타까워하고, 또 비난한다.

“……아.”

우울했던 백설하는 갑자기 기운을 되찾았다.

“이사님께 털어놓고 나니까 속이 시원해졌어요.”

“설하야…….”

“아녜요.”

백설하가 단호하게 성필의 말을 끊었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정 힘들면 안무를 수정하자는 이야기겠지.

아직 시간은 꽤 남았다.

“이사님께 말해도 해결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네요. 제가 혼자 품고 노력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죄송해요. 아, 빨리 옷 받아올게요.”

백설하는 성필의 답을 듣지 않고 연습실을 나섰다. 성필은 연습실에 가만히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몸에 안 받는 안무가 있다…….’

그건 성필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안무가 있는데, 유연성이 부족하여 다른 멤버들과 각이 맞지 않는다던가.

근력이 부족하여 멤버를 들어 올리는 안무가 불안정하다거나.

그런 건 노력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설하의 문제는 그게 아니야.’

유난히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아마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서겠지.’

다른 멤버들보다 뒤떨어지는 것 말이다.

백설하는 누구보다 오랜 연습생 생활을 보내왔다. 경험치는 다른 멤버들을 아득히 압도한다.

그런데 이번 ‘오토마타’에서만큼은 멤버들에게 뒤처진다. 그 때문에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러니까 필요한 건…….’

“저 왔어요.”

백설하가 돌아왔다. 그녀를 본 성필이 화들짝 놀랐다.

‘설하의 기척이 사라졌다……!’

백설하의 가슴이 거의 A컵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뭐, 므, 뭐뭐, 이게, 뭐, 어, 어떻게!”

“아, 이거요? 그, 정식 명칭인지는 모르겠는데 ‘작은 가슴 메이커’란 게 있어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다.

성필이 아는 가슴 보정 속옷의 종류는 골이 돋보이도록 모으는 것이나, 운동할 때 불편하지 않게 가슴을 강하게 고정하는 정도였다.

보정 속옷이나 압박 속옷…….

그런데 백설하가 입은 건 그 범주를 초월했다.

“아예 사라진 수준이잖아. 아, 안 불편해?”

백설하는 성필이 당황하는 게 재밌는지 풋 웃음을 터뜨렸다.

“네, 불편하진 않아요. 음, 아라는 이런 기분이었구나. 옷 핏이 잘 맞겠어요.”

조아라가 들었으면 화낼까 좋아할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하긴 하는데, 방금 백설하의 말을 들으면 화낼 거 같긴 하다.

백설하는 다시 잔상 파트를 춰 보았다.

“아, 확실히 이편이 날렵해 보이네요. 이사님이 정확하게 보신 거 같아요.”

백설하는 제자리에서 몇 번 뛰어 보였다. 그리고 성필을 흘끗 보았다.

“잠시만요.”

그녀는 성필에게서 뒤로 돌아 자신의 가슴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아마 ‘작은 가슴 메이커’란 것의 위치를 조정하는 듯했다.

성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거울로 다 보이는데…….’

백설하의 손길을 보아하니 대충 저 물건의 작동 원리를 알 것 같다. 지방(?)을 전체적으로 펴듯이 압박하여 평평하게 만드는 물건이다.

넓이는 쇄골 아래부터 배꼽 바로 위까지일 듯하다. 어떻게 아냐면, 백설하의 손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꼬집듯이 더듬고 있으니까.

확실히 일반 보정 속옷보다 면적이 넓다. 그러니 저렇게 어마어마한 효과를 주는 것이겠지.

“음.”

백설하는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됐다. 이대로 하희진 안무가님 뵈는 쪽이 낫겠죠?”

“설하야, 아까 하려던 말 말인데.”

“그건 정말 괜찮…….”

“나 네가 연습 끝날 때까지 계속 회사에 있을게.”

“……네?”

컴백을 앞둔 소녀연맹을 새벽까지 연습하는 게 예사다. 그냥 새벽도 아니고 3시, 4시를 훌쩍 넘기곤 한다.

딱히 연습을 오래 한다기보다, 매일 조금씩 늘리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필은 직장인이다.

아침 정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그런데 소녀연맹의 연습이 끝날 때까지 있으면…….

“그러실 필요는…….”

“설하는 언니잖아. 리더고. 괴롭고 힘들어도 애들한테 말하기 힘든 거지?”

“…….”

“그러니까 힘들면 나 찾아와. 얘기 들어줄게. 원하면 춤도 봐주고. 프로듀서잖아. 오늘처럼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

백설하는 고마운 동시에 미안했다.

저런 호의에 대뜸 ‘네’라고 하면 사회성이 부족하단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이사님이 힘드시잖아요.”

“오히려 좋은데?”

“네?”

“난 지금 당장 1시간 후의 설하를 보고 싶어. 1시간 후의 설하는 훨씬 더 발전했을 테니까. 같은 의미로 10시간 후, 며칠 후, 몇 달 후의 설하도 보고 싶어. 항상 그런 마음이야.”

“…….”

“내가 매일 퇴근하기 싫다 그러지? 일이 좋다기보다, 물론 너희를 위해 일하는 건 즐겁지만, 난 너희를 보고 싶어서 퇴근하기 싫은 거야. 나한텐 출근 시간이 가장 행복해. 하루하루 더 나아져 가는 너희를 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집에 있는 건 인내의 시간이지.”

그러니 소녀연맹의 연습 때 함께 남아 있는 건 성필에게 포상이나 다름없다.

“매분, 매시간 더 나아진 설하를 볼 수 있으니까 난 전혀 안 힘들어. 물론, 설하가 상사가 같이 있는 환경이 꺼림칙하면 거절해도 돼.”

진짜 회사 상사가 저런 말을 하면 ‘아휴, 제가 어떻게 그러겠어요’라면서 사회성을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필과 소녀연맹 사이에선 사회적 가식이 없어진 지 꽤 오래됐다.

그러니, 지금 백설하의 답은 진심이다.

“그으, 그럼.”

백설하는 기쁨을 손에 쥐기라도 한 듯, 곱게 모은 양손을 꾸물거렸다. 그리고 약간의 미안함과 많은 감사를 담아 입을 열었다.

성필은 그녀의 답에 ‘응’이라고 말할 준비를 마쳤다.

“포상, 드릴까요?”

“……응?”

“알겠어요. 특별히 드릴게요.”

“무슨…… 포상?”

“저랑 같이 있는 게 포상이라고 하셨잖아요.”

마음속으로 한 말이었던 거 같은데…….

“드릴게요.”

백설하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머금었다.

“받으실래요?”

“……음, 내가 기대한 건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였는데.”

백설하가 이렇게 리카나 조아라처럼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것도 꽤 신선하다.

“고마워, 잘 받을게.”

“안녕하세요.”

뭔가 말랑한 분위기가 둘 사이를 잠식하기 전, 약속한 하희진 안무가가 연습실에 도착했다.

그녀는 성필을 보자 고개를 꾸벅 숙이곤 오늘의 주인공 백설하를 보…….

“설하 씨가 사라졌어?!”

“제 본체처럼 말하지 말아주실래요?!”

하희진은 사건의 전말을 듣곤 수긍했다.

“그런 면이 없진 않죠. 그럼 일단 볼까요?”

안무가 하희진.

어릴 적부터 발레를 배웠다. 하지만 그녀는 목표로 삼았던 ‘로잔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장학생으로 발레 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발레는 돈이 많이 든다. 그녀의 집안은 하희진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유학 보낼 형편이 안 됐다.

바로 전공 체인지. 한국에서 재즈 댄스를 배우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자, 시작.”

하희진을 앞에 두고 백설하는 잔상 파트를 펼쳤다. 그걸 보자마자 하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예요. 가슴은 잘 모르겠고요.”

“하, 한 번 보시고 알 수 있나요?”

“네.”

하희진이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군무(群舞)를 자주 추면 그렇지 않나요? 남의 움직임이 내 움직임보다 훨씬 눈에 더 잘 들어와요. 아, 이건 그냥 댄서 특인가.”

댄서 특.

자기 틀린 건 거울 봐도 모르는데 남이 틀린 건 귀신처럼 알아챔.

“아마 설하 씨도 다른 멤버한테 이상이 보였으면 아셨을 거예요. 본인 문제라 몰랐던 거죠.”

“아뇨, 그런 거 치곤 애들도 아무 말 안 하던데요…….”

“그럼 그냥 제가 대단한 걸로 할게요!”

하희진이 배꼽을 잡곤 과장된 웃음을 보였다.

“하하, 뭐,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면 돼요. 유선 씨가 만든 이상적인 모습이 있잖아요?”

“네, 그런데 그렇게 안 돼요.”

“그걸 그냥 ‘사람마다 몸이 다르니까’로 안 보면 해답이 보여요. ‘어긋났다’란 생각을 해야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자인 서유선과 여자인 백설하의 몸은 다르다.

그 간극을 극복하는 건 연습으로 이루어진다. 그 와중 안무가 수정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남자 안무가가 그런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선 걸리쉬 댄스에 정통해야만 한다. 즉, 안무가로서 걸리쉬 댄스를 오래 만들어본 경험이 필요하다.

“설하 씨는 서유선 디렉터 쪽이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죠?”

“아, 네…….”

추다 보니 ‘이건 이렇게 안 되는데?’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편한 대로 추었다. 그게 옳을 거라 의심하지 않고서.

지금까지는 백설하의 감이 모두 옳았었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그러했었다.

“지금부터 하나씩 지적할게요.”

“영상으로 안 찍어도 될까요?”

성필이 핸드폰을 꺼내면서 물었다.

하희진은 ‘어……’라면서 말을 끌었다.

“일단은 제가 본 대로 말해보고요.”

그녀는 마치 영상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아마 이런 경험이 꽤 많은 듯했다.

‘한 번만으로 학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주는 경험.’

여러 사람을 동시에 가르쳐본 선생으로서의 경험이다.

“일단 점프요. 춤에서 점프는 뛰는 것보다 착지할 때가 훨씬 중요해요. 자, 먼저 신경 쓸 건 턱(Tuck)에 들어서는 순간부터인데요. 일단은…….”

하희진이 잔상을 재현했다.

첫 번째, 한국 무용. 그리고 두 번째, 발레.

두 번째로 넘어갈 때 하희진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날렵하게 점프했다. 공중에서 턱(무릎이 엉덩이보다 위에 있는 상태)이 만들어졌다.

백설하는 이 상태에서 착지를 대비하여 다리를 직선으로 편다. 하지만 하희진은 달랐다. 그녀에게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라도 하는 듯, 나비가 가지에 안착하듯 아주 느리게 다리를 뻗었다.

이윽고 그녀의 발이 살포시 땅에 닿았다.

“와…….”

백설하가 무심코 감탄했다.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하희진은 백설하보다 더 높이 점프했다. 가진 근력 자체가 다르다.

착지한 그녀는 고아하게 상체를 움직여 아름다움을 표현해냈다. 마치 초록 들판 위, 새들의 보금자리처럼 뻗어나간 나무의 가지처럼.

그녀는 중심이 바닥으로부터 수직이 된 상태로 서 완벽한 포즈를 만들어냈다.

“착지할 때 보셨죠? 착지할 땐 중력 때문에 몸이 쿵 내려가잖아요. 근데 발레는…… 이 파트를 발레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희진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발레는 착지할 때 중력이 안 보이게 해야 하거든요. 착지한 순간 충격을 없앤다. 아니,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간단해요.”

하희진은 백설하의 어깨를 붙잡고 쫙 폈다. 그리고 목을 곧게 서게 만들었다.

“설하 씨는 점프하기 전에 목을 앞으로 빼는데, 그러지 마세요. 착지할 때 어깨와 팔에 힘을 빡 줘요.”

“아, 상체는 신경 쓴 적이 없었네요. 움직이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네, 이런 식으로 착지할 때도 어깨와 팔이 내려가지 않게. 몸의 중심 자체가 하늘을 날 듯이 계속 떠 있는 것처럼. 착지할 때 쿵! 그 순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하희진이 다시 시범을 보였다.

백설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하희진이 더 높이 뛰어 체공 시간이 길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희진은 정말 나는 듯이 보였다.

착지한 순간에도 ‘사뿐’이라는 효과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착지했는데,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

백설하는 감명받아 입을 막았다.

“이러면 날아요. 정말 난 것처럼 보여요. 포르 드 브라(상체 동작)에도 신경 쓰면서…….”

하희진은 잔상 파트의 두 번째 동작을 마무리했다. 그녀의 팔은 바람에 나부끼는 비단보다 부드러웠고, 막 자라난 나무의 가지보다 싱그러웠다.

“이렇게.”

춤이 끝나자마자 백설하와 성필이 물개박수를 쳤다.

하희진이 부끄러워선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저 같은 인간이 ‘중력을 없앤다’ 같이 거창한 말을 하니까 부끄럽네요. 느낌이 잘 안 오시면 유명한 댄서들 영상 봐요. 제가 추천하는 건 세르게이 폴루닌이란 사람 거예요. 그 사람은 진짜 저랑 비교 안 돼요. 날아요 정말로.”

“안무가님도 나셨어요!”

“하하, 고맙네요.”

“와 진짜 대단하세요.”

성필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잔상 첫 파트 때도요. 한국 무용도 배우셨어요?”

“아뇨. 서유선 디렉터 따라 춰야 하니까 몸으로 기억한 거죠. 수인이…… 수인 님한테도 배웠고요. 근데 신기한게요. 가로 엔터에서 되게 많은 장르의 안무가들 불렀잖아요? 근데 역시 춤이라 그런가, 뿌리가 느껴져요. 비슷한 느낌? 그래서 어느 정도는 되더라고요.”

“대단하세요.”

“에이, 제 칭찬은 그만하구요. 오늘은 설하 씨 봐 드리러 왔으니까…… 아!”

하희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설하 씨, 그 흉부에 그거 제거하고 해볼까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 계속하면 불편할 거예요.”

“그으, 그럴까요?”

잠시 후, 백설하는 흉부의 그것을 제거하고 퍼포먼스를 보였다.

“어, 어때요?”

“…….”

하희진은 성필을 보았다. 성필도 그녀를 보았다.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설하 씨…….”

다시 착용!

“설하야 너무 상심하지 마. 무대 의상 자체에 고정 효과가 있어서 그땐 네 마음껏 드러내도 괜찮아.”

“…….”

백설하는 기묘한 기분이었다. 성필이 마치 백설하를 노출증 환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난 딱히 드러내는 걸 즐기는 게 아닌데…….’

그렇게 약 두 시간에 이르는 강습이 끝나고 하희진이 돌아갔다.

시각은 9시가 넘었다.

백설하는 물을 마시면서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미안한 투로 성필에게 말했다.

“이사님 정말 괜찮으세요?”

“이 시간에 퇴근하면 사람들이 나 이상하게 봐. 아직 멀었어. 그리고 말했잖아. 너 연습 끝날 때까지 같이 있기로.”

“그렇긴 한데에…….”

“자꾸 그러면 더 어색하게 합니다 설하 씨?”

성필이 옛날 말투를 쓰자 백설하가 마시던 물을 뿜었다. 그녀는 물을 뿜었음에도 치울 생각을 하기보다 일단 웃었다.

“아 정말…… 옛날엔 이사님 그 말투를 어떻게 들었던 걸까요?”

“그치? 나도 오글거려서 죽겠어.”

“그으, 그래도 나름 색다른 맛이 있긴 하네요…….”

“그럼 계속할까요 설하 씨?”

백설하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에게 성필의 존댓말은 웃음 스위치인 모양이다.

“그렇게 웃겨?”

“웃긴 것도 웃긴 건데요, 헤헤…….”

“입가에 물 잔뜩 묻히고 웃으니까 진짜 바보처럼 보인다.”

“녜?!”

백설하는 황급히 팔뚝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뿜은 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기, 티슈.”

백설하는 성필에게 티슈를 받아 허겁지겁 바닥을 닦았다.

“나도 같이할게.”

“더러워요!”

“아, 맞네.”

백설하가 울상이 됐다.

성필은 웃으면서 그녀의 바닥 닦기를 도왔다.

“웃긴 것도 웃긴 건데, 뭐?”

“…….”

“에이, 바보라고 한 거 미안해. 그리고 입가에 물 묻히고 웃는 것도 별로 안 바보 같았어.”

백설하는 삐친 듯 뚱하니 바닥을 보았다.

“그래서 웃긴 것도 웃긴 건데, 뭐?”

“……존댓말은 다정하게 느껴진다구요.”

“그래요 설하 씨?”

백설하는 언제 삐쳤냐는 듯 또 웃음 스위치가 눌렸다. 그녀가 생기 넘치는 눈웃음과 함께 성필을 바라보았다.

“제가 사실 로망? 같은 건데요. 나중에 결혼하면 남편이랑 존댓말하고 싶어요. 그편이 부부 사이가 더 좋대요.”

“그런가요. 확실히 존댓말은 서로를 존중하는 느낌이 있긴 하죠.”

“……아, 아니에요!”

백설하가 손을 허우적거렸다.

“이사님을 남편에 빗댄 게 아니에요!”

“알아요.”

“플러팅하지 마세요!”

“아까부터 자꾸 주객이 역전된 소리를 하시네요. 설하 씨가 먼저 했잖아요.”

“제가아?! 제, 제가 나쁜 건가요……?”

백설하는 아까 연습실로 들어오기 전 리카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아마 둘이 비슷한 콘텐츠를 공유하여 보는 듯하다.

“이제 다 쉬었지? 장난은 그만하고 연습하자. 빨리 다른 애들이랑 맞춰봐야지.”

“장난……?”

“내가 미안하다. 오해하게 만드는 쪽이 나쁜 건데, 나도 내 매력을 어쩔 수가 없네.”

“도끼병.”

백설하와 성필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제 연습 보고 계실 거예요?”

“네가 원하면.”

“괜찮아요. 애들 연습하는 것도 봐주고, 이사님이 좋아하는 일도 하세요. 이사님이 보면 연습이 아니게 되잖아요.”

“가끔만 보러 올까?”

“드디어 제 마음을 아시네요, 성필 씨.”

성필이 어처구니없단 듯 웃었다. 백설하도 웃었다.

“1시간 후에 보러 오세요. 1시간 후의 저는 이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요. 내일, 일주일, 한 달 후의 저는 더 그럴 거구요.”

백설하가 연습실 중앙으로 나섰다.

“이사님까지 끌어들였으니,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할게요.”

앞으로 며칠 내에 잔상을 마스터하고 다른 멤버들과 합류한다.

소녀연맹 컴백까지…….

* * *

“다들 케이어스의 ‘IWY(I Want You)’는 들어봤겠지? 천박해서 들어줄 수가 없을 수준이더군. 2세대 때나 통할 법한 뽕삘 뽕멜로디 범벅에 창의성이라곤 없는 멜로디 라인. 나는 내가 10년 전으로 회귀라도 한 줄 알았다.”

“윤 PD 회귀 아는가! 서브컬처 좋아하나!”

“……예술성이라곤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구성. 춤은 또 그게 뭔가? 기대했던 내가 병신처럼 느껴지더군. 풀 포커스로 보면 박력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 숏폼에 중점을 두고도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노릴 수 있었을 텐데, KS 엔터도 한물가 버렸더군.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그에 비해 너희는 어떻지? 너희의 ‘후 어’는 씬을 바꾼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극찬이 쏟아지고 있지. 처음엔 차트 50위권으로 들어왔지만 실시간 차트에서 조금씩 등반해서 3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대중들도 드디어 알아먹기 시작한 거지. 글로벌 스탠더드란 걸 이해하게 된 거야. 그럴 수밖에 없지. 내 작품(스웨덴 작곡가와 공동 작업)은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의 줄타기를 극한으로 수행하여 마침내 완성한 걸작이니까. 거기에 앨범 판매량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개인적인 의견)했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케이어스로써, 이번의 싸구려틱한 컴백은 제외하고, 케이어스로써 증명됐다. 더는 대중성에 호소할 필요가 없는 시대야. 팬덤만이 중요하다. 그리고 앨범 판매량이란 팬덤 크기의 지표. 이번에도 나는 성공했다. 대중성? 그딴 거 얻어서 행사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봤자 얼마나 번다고? 행사 한 번에 너희들 손에 떨어지는 건 고작 일이백만 수준 아닌가?”

“일이백이면 많지 않나!”

“…….”

윤상열은 노아를 흘겼다. 그러고선 아무 일도 없었단 듯 다시 정면의 글로브 멤버들을 보았다.

윤상열은 노아에게 관대했다. 진심으로 노아가 멍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멍청한 인간이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관대하다기보다, 그녀를 무시한다고 보는 쪽이 타당했다.

“그에 비해 앨범은 낼 때마다 너희 손에 억 단위로 따박따박 떨어지지. 알겠나? 팬덤의 힘을? 세계가 바뀌었다는 걸? 거기에다 글로브란 브랜드는 더 이상 대체가 불가능할 수준이지. 너희는, 아니지, 내가 이 업계의 선두가 되었다. 음악적 첨단을 달리고 있지. 이번 글로브의 음악, 아트워크는 독보적이다. 케이팝의 첨단에 선 걸 자랑해라. 내가 프로듀서로 있는 걸 자랑스레 여겨라.”

그리 한참을 떠든 윤상열은 연습실을 나갔다.

정진은 혼이 빠져서 말했다.

“저 새끼 왜 저렇게 혀가 기냐? 아니, 우리한테 왜 변명하고 있는데?”

“우리를 다잡아주려고 그러시는 거겠지.”

라희는 윤상열이 나간 문으로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윤상열은 리더가 해야 할 일을 잘 알았다. 그룹의 단결과 멘탈을 유지시키는 것 말이다.

그는 글로브가 흔들리고 있으리란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아까의 연설로 멤버들을 독려한 것이다.

문제는 그는 독려가 무엇인지 모른단 것이었다.

“우릴 신경 써 주신 거야.”

“하긴, 노래가 좆도 구리긴 해. 그딴 게 어떻게 30위권에 있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지. ‘어스’들한테 미안해 죽겠다.”

“적어도 우리는 우리 노래를 사랑해야지?!”

라희가 기겁하면서 정진의 어깨를 흔들었다.

정진이 짜증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아니 내가 틀린 말 해? 난 처음 듣고 윤상열 저 새끼 외계인한테 납치돼서 대가리 휘저어진 줄 알았어.”

“정진이 너……!”

“흐끅…….”

양소민이 훌쩍였다.

그러자 혼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이윽고 양소민이 눈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이래선 최고의 아이돌 같은 거 못 돼애…….”

글로브, 정규 1집 ‘그래피티’.

초동 판매량 17만 장.

굉장한 기록이다. 중견 기획사 걸그룹에서 등장했다곤 믿기 힘든 기록.

이 정도면 윤상열의 신화가 다시 쓰였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물론 대형 기획사의 같은 세대 아이돌…… 예를 들어 SMS 엔터의 ‘넛지’ 같은 그룹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글로브는 중견 기획사 출신이니, 이 정도만 해도 대박이다.

문제는…….

“이게 뭐야아…….”

현재 글로브 컴백 타이틀곡 차트 순위 35위.

역대 최저 기록이다.

“소민아…….”

라희가 양소민의 어깨를 쓸어주었다.

하지만 양소민은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고 연습실 구석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본인의 가방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어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소민아 뭐 해?”

“박 이사님한테 편지…….”

“어?”

“맨정신으로 깨 있고 싶지 않아……. ‘어스’들 보기 너무 미안해애……. 박 이사님이랑 한 약속도 못 지키게 돼 버려어…….”

양소민은 빠르게 몇 글자 휘적이더니 가방에서 체스판과 유리병을 꺼냈다.

체스판은 ‘지유의 난’ 당시 윤상열에게 돌려받은 것이다. 아주 옛날 성필에게 선물 받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물건이다.

양소민은 체스판을 꼭 끌어안은 후 유리병을 열었다. 그녀는 수면장애를 겪어서 항상 수면제를 지니고 다닌다.

“나 잠들면 박 이사님 집 앞에 데려놔 줘…….”

그녀가 수면제 한 알을 삼키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글로브 멤버들은 어이가 없어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몇 분도 안 되어 양소민의 몸에서 힘이 축 빠졌다. 그리고 그녀가 잠에 빠져들었다.

라희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쓴 편지를 품에서 꺼냈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6년 전처럼 대해주세요.]

“현실을 꿈처럼 만들고 싶은 거냐! 소민이 제정신 아니야!”

편지를 읽은 노아가 소름 끼친단 듯 말했다.

라희는 그걸 읽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 곡은 난해하긴 해.’

근데…….

‘이렇게 싫어할 정도야?’

라희는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듣기에 ‘후 어’는 나쁘지 않은 노래였다. 오히려 신선해서 자꾸 듣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런데 몇몇 멤버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윤상열에 대한 반감이 합쳐진 탓인지, ‘후 어’의 차트 성적 부진에 큰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윤상열 본인마저 글로브 멤버들에게 변명할 정도이니…….

‘최고의 아이돌…….’

윤상열이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윤상열 본인에게 문제가 발생한다면?

‘아냐, 그게 문제가 아니야.’

글로브 멤버들은 이전보다 더 나은 자유를 누렸다. 일상생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말이다.

이전, 글로브 멤버들에게 성공의 기준이란 오로지 윤상열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그가 멤버들에게 씌운 목줄을 느슨하게 풀어줌으로써, 그녀들은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더는 윤상열이 일간, 주간, 월간 평가를 하지 않으니 새로운 판단 기준이 필요했다. 그게 차트 순위이며 앨범 판매량이며 커뮤니티 반응이며 SNS의 트렌드였다.

즉, 글로브 멤버들은 처음으로 대중의 직설적인 반응과 마주하게 됐다. 윤상열이란 방파제가 사라지고 처음으로 내디딘 세상은, 마냥 따스하지만은 않았다.

‘시간의 문제일까.’

라희는 그리 생각했다.

이는 멤버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팀장니임…… 폰은 끝줄까지 가며언…… 승급할 수 있다구요오…….”

잠꼬대하면서 성필만 찾는 양소민도, 추후엔 익숙해지겠지.

다음 날, 글로브는 음악 방송을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 몇몇은 표정이 확연히 안 좋았다.

그녀들을 따라 라희도 기분이 안 좋아졌다. 이 상황에선 희망이 되는 말이 먹힐 리 없었다.

‘해봤자 PD님 커버 치는 걸로만 보이겠지.’

라희는 밖으로 나와 휴게 공간을 찾았다. 자판기 앞에 서서 카드를 꽂은 후 뭘 뽑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계속 멍하니 서 있었다.

‘최고의 아이돌이 되는 데, 우리는 뭘 할 수 있는 거지?’

아이돌이란 결국 기획사의 기획력이 전부인가?

아이돌 개인이 성공에 기여할 방법 따위…… 없는 건가?

“저기.”

라희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던 듯한 아이돌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 고르실 거예요?”

케이어스의 에리카다.

에리카, 케이어스는 소녀연맹을 꺾은 후 마주하게 될…….

‘최종 보스.’

라희는 피가 빨리 도는 것을 느꼈다.

* * *

에리카는 라희를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안 고르실 거예요?”

그리 말하자 라희는 에리카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 안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보곤.

‘얘 봐라?’

에리카가 미소 지었다.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니?’

에리카는 라희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예전에 운으로 음악 방송 1위를 빼앗아 간 주제에 저렇게나 호승심 넘치다니.

게다가 우상이어야 할 아이돌이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에게 승리를 구걸하기까지 했었다.

‘아, 그렇구나.’

너에게, 글로브에게 그건 굉장한 이벤트였던 거겠지. 정작 케이어스는 글로브를 신경조차 쓴 적 없건만.

게다가 이번 컴백에, 글로브는 경쟁자라 부르기에도 뭐하다.

아마 영원히.

‘케이어스보다, 아니, 소녀연맹보다도 아래일…….’

그저 그런 그룹의 멤버.

둘은 정적 속에 서로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순간, 라희의 눈동자에 번개가 튀는 듯한 불꽃이 깃들었다.

“아, 믹스테입!”

“……믹스테입? 아.”

에리카가 사람의 호감을 쉽게도 살 애교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거 보셨구…….”

“박성필 이사님!”

“……네?”

라희는 자판기에 꽂아둔 카드도 잊어버리고 대기실을 향해 뛰어갔다. 그녀의 눈이 희망으로 반짝였다.

라희가 해답처럼 그 이름을 외쳤다.

“소민이!”

아이돌 개인이 그룹의 성공에 기여할 방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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