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화
“검토.”
그게 성필이 꺼낸 첫마디였다.
“예?”
당연히 히무라가 반문했다.
“아직, 검토할 게.”
성필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회의실에만 몇 명이나 모여 있다.
전부 오늘의 계약을 확정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그들의 앞에서 계약이 파투 났음을 선언해야 한다.
물론, 성필의 독단으로 ‘못한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가로 엔터의 대변인일 뿐이니까.
성필은 침을 꼴깍 삼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쁘게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다.
“아직 검토할 게 남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예?!”
“리카, 일어나. 변호사님, 가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서 이상한 변명을 지어내봤자 히무라에게 전부 논파당할 게 뻔했다.
그러면 성필의 행색만 이상해진다.
지금도 충분하고 넘칠 정도로 이상하긴 하지만, 상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어떻게든 빠져야 한다.
성필은 ‘어떻게든’을 ‘주변을 무시하고’로 파악해서, 그대로 실천했다.
“자, 잠시만요!”
급히 떠나려던 성필의 손목을 히무라가 콱 쥐어 챘다. 그마저도 성필이 떨쳐낼 수는 없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성필은 이미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무례하고 이상했다.
그런데 오랜 동업자인 히무라의 손을 쳐냄으로써 이 이상의 실례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요? 이 자리까지 와서 더 검토할 게 남았단 겁니까?”
“예.”
히무라가 당황했다.
성필이 미안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일 줄 알았건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예’라고 답한 것이다.
마치 ‘미팅 시간 끝났네요’라고 말하는 거래처 사람을 보는 듯했다. 성필은 본인의 행동에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었다.
‘대체 왜?’
사람은 이해 불가능한 사태를 마주하면 어떻게든 이유를 붙이려고 한다. 어떻게든 사태의 내적 논리를 확정하려는 것이다.
‘내가 박 이사님의 심기를 거스르기라도 했나? 계약서에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이 있으셨나? 아니, 가로 엔터에서도 확인을 마쳤을 텐데? 독소조약 같은 것도 없는데?’
애초에 협의로 만든 거잖아!
히무라가 성필의 손목을 양손으로 잡았다. 더욱 풀어내기 어려워졌다.
“이, 일단 앉으셔서 대화를 나눕시다.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 아닙니까? 예?”
리카와 가로 엔터 쪽의 변호사가 불안한 기색으로 둘 사이를 살폈다.
예상치 못한 사태는 불안을 유발한다.
다들 불안했다.
대체 성필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어서. 그리고 성필도 불안했다. 본인이 왜 이러는지 납득시킬 자신이 없어서.
“히무라 실장님.”
성필은 자신의 손목을 쥔 히무라의 손목을 역으로 잡아챘다. 둘은 서로의 손목을 쥔 상황이 됐다.
“죄송합니다. 검토할 게 있습니다. 저희 사측에서 검토해보고 최대한 빨리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저희 쪽에 귀띔이라도……!”
“실장님.”
성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아는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백이면 백 끼어들기를 허용해준다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상황 설명이 없어도 ‘급하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상대가 저지른 잘못을 쉽게 받아들인다.
“급합니다.”
“…….”
성필의 단호한 태도에 히무라는 자기도 모르게 힘을 슬슬 풀었다. 성필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이사님?”
뒤따라 나온 변호사가 그를 불렀다.
성필은 나오자마자 크게 심호흡하더니, 피로가 가득 배인 얼굴로 변호사를 보았다.
“죄송합니다. 변호사님께도 나중에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검토할 게 있으시다고…….”
“나중에, 나중에요. 일단은 먼저 회사랑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성필은 서류를 품에 끼우고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다가 휴게실로 방향을 틀었다.
‘사무실엔 히무라 실장님도 오실 거잖아.’
최대한 빨리 가로 엔터와 접촉해야 한다.
폰은 가지고 있으니 조용한 곳을 찾아야겠지.
커피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눈치가 보인다.
역시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게 가장 좋나?
“박 이사님 무슨 일인가요!”
성필이 흠칫하며 뒤로 돌아보았다.
리카가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너무 급한 터라 그녀의 존재도 신경 쓰지 못했다.
“회사가 발견하지 못한 독소조약을 간파하신 건가요!”
리카는 눈동자에 불안을 가득 담은 채였다.
그럴 것이다.
담당 프로듀서가 거의 깽판 치듯 중요한 거래 자리를 망치고 나온 마당이니, 그 당사자가 불안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성필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답하려던 성필은 곧 그녀에게도 마땅한 설명을 줄 수 없단 사실에 도달했다.
‘내가 무슨 이유로?’
이 일은 리카의 미래도 달려 있다.
리카가 아이돌인 이유, 돈을 벌기 위해서다.
리카는 이번 일로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쥘 수 있다. 그걸 성필이 막아야 하는 것이다.
‘거의 로또 맞는 급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리카한테 로또 용지를 찢어버리라고 할 수 있지?’
예를 들어, 당장 10억짜리 일을 눈앞에 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가서 ‘너 힘들 테니까 적당히 일하고 3억만 받아’라고 말해보라.
십중팔구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억지로 3억만 일하게 하면 욕을 얻어먹을지도 몰랐다.
‘정말, 내가 무슨 자격으로?’
물론 성필은 리카의 미래를 보았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리카에게는 더 이상 일본은 고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본은 타지(他地)였다.
가족은 있지만 친구도, 동료도, 본인이 속한 집단인 회사도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홀로 인기를 구가하며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리카는 그런 생활을 즐거이 받아들일 수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성필이 단편적으로 봤던 미래의 모습일 뿐이다. 모든 걸 알 수는 없었다.
‘대체 뭐지?’
성필로선 상상도 하지 못한 리카의 모습이었다.
중학생, 그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와 배우를 준비하던 아이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이젠 일본에서 홀로 활동하는 게 외로워서 한국으로 도망 오기까지 한다니.
쉽사리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아님 내가 놓치는 게 있나?’
웨벡스가 리카에게 과도한 스케줄을 강요했나?
아니, 가로 엔터와의 협의로 이루어진 스케줄을 따른다. 그 스케줄의 강도는 소녀연맹 앨범 활동기와 큰 차이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그보다 고되겠지만, 리카가 버티지 못 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연습생 생활도 견뎠는데!’
아이돌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돌 시절보다 연습생 시절이 고되다고들 한다.
아이돌은 스케줄 중간중간 쉴 수도 있고, 쉬는 날도 있지만, 연습생은 그런 게 없다.
끊임없이 본인을 소진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고, 마음마저 불안해져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그런 것까지 감내한 리카가 일본에서의 스케줄이 힘들다고 도망을 가?
‘말이 안 돼.’
말이 안 된다면, 이유는 하나.
‘외로워서?’
정말 미래의 리카가 말한 대로 멤버들이, 직원들이, 그리고 성필이 없는 생활을 견디지 못한 걸까?
그 순간, 성필의 뇌리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미래의 나는 왜 그 시점에서 후회한 거지?’
일본에 있어야 할 리카가 한국으로, 성필의 앞으로 왔다.
왜 그 시점에서 바로 후회한 거지?
리카가 돌아왔단 이유만으로 후회한다는 게 가능한가?
‘내가 후회했단 건, 리카를 만나기 전부터 리카의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단 뜻이잖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런 식으로 불안을 지니며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뭘 불안해했단 걸까?
역으로, 지금의 성필은 어떻지?
‘나는 리카가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어. 미래의 나는 아닌 건가? 뭘 보고?’
성필의 예상보다 리카가 견뎌내기엔 외로움이란 감정이 강했던 건가?
매일 혼자 자지 못하고 조아라의 침대에서 자는 것만 보아도 외로움이 많은 아이란 건 알 수 있지만, 석연치 않은 설명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
‘미래의 나는 리카를 본 순간 직감했던 거야. 내 예상이 맞았다고. 그래서 후회한 거야.’
무슨 예상.
어째서.
뭘.
왜.
‘……겨울.’
눈.
그게 성필이 떠올린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현재의 성필이 지닌 판단과 유일하게 다른 점.
눈이 내리는 겨울.
‘겨울이라면 소녀연맹의 컴백 이후…….’
컴백 이후에도…… 리카가 일본에서 활동한다?
‘……왜?’
‘왜’라고 자문한 것도 무색하게, 성필은 그 이유를 너무나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리카가 처음 가로 엔터로 들어왔을 때, 가로 엔터 삼인방과 궁색하다 싶을 만큼 초라하게 지냈던 나날.
미래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가진 것 없음에도 웃음과 함께 보내었던 날들.
고향인 일본으로의 금의환향.
가족과 옛 친구들의 달라진 시선, 인정.
유우토가 부모님을 설득하고 연습생이 될 수 있던 건 리카라는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
리카가 짊어진 가로 엔터의 직원들, 기둥으로서의 무게.
웨벡스의 사람들.
사방에서 쏟아지는 기대. 미소. 웃음. 돈. 기대. 기대. 기대…….
리카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만 견디면 모두가 행복해. 그러면, 나도 행복해.’
겨울 이후에도, 리카는 일본에서 활동 연장에 동의한 거다. 모두의 기대와 선망을 등에 업고, 돈이란 마력에 휘둘리며, 그녀조차 스스로를 속이고 일본에서…….
그래서 이 순간이 분기점인 거다.
“제가 뭔가 잘못한 건가요……?”
성필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자 리카가 풀 죽어 답했다. 그제야 성필은 자신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성필은 과거에 보았던 미래를 떠올렸다.
그녀를 ‘프로젝트 포유’에 출연시키려고 했을 때, 그는 리카가 망가졌던 미래를 보았다.
혼자라 괴로웠고, 혼자였기에 괴로웠고, 혼자였기에 고독과 고통을 삼켰을 리카의 모습을.
“리카.”
성필은 그녀에게 다가가 가볍게 포옹했다.
“으엑?!”
리카가 화들짝 놀랐다.
그와 포옹한 건, 리카가 성년이 되고 나선 손에 꼽는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성필이 먼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리카가 장난스레 달려들려고 해도 밀어냈던 사람이었으니까.
“아, 아타시(저)는 아타시(저)도 모르는 사이에 홍백가합전이라도 나갔던 건가요! 그래서 칭찬해주시는 건가요! 으아, 기억이 없는데 어떡하죠!”
“내가 알아서 할게.”
호들갑 떨던 리카가 조용해졌다.
성필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녀가 이해해주길 바라진 않았다. 다만 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랐다.
“나를 믿어줘.”
네가 상처받는 미래로 나아갈 생각은 없어.
* * *
웨벡스 사무소 소속 ‘견습’ 아티스트 토모에.
토모에는 등에 어쿠스틱 기타가 담긴 케이스를 지고 웨벡스 건물 내부를 어슬렁거렸다.
아티스트 라운지에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있자니, 대선배인 후나비키 세이코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이라지만, 그곳에는 엄연한 위계가 있다. 물론 토모에가 지레 겁을 먹어서 도망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인받고 싶어.’
대선배의 용안을 감히 마주할 용기조차 없어 도망쳐버렸다.
토모에의 우상은 누가 뭐래도 세이코다. 일본의 여자 싱어송라이터가 전부 그러지 않을까.
‘모처럼 같은 회사에 들어왔는데.’
겁먹어서 말 한마디 못 걸다니.
물론 말을 걸었다간 무시만 당할 수도 있다. 그게 더 두렵다.
“에휴.”
씁쓸한 마음에 괜히 기타 케이스만 벽에 쿵쿵 부딪히면서 나아갔다.
그때 맞은편에서 어떤 남자가 경보로 다가왔다.
‘어, 피트니스 아저씨다.’
피트니스 아저씨는 토모에게 그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항상 정장 바지에 팔을 팔꿈치까지 접은 와이셔츠 차림인 그의 몸매는 피트니스 선수 같았다.
진짜 선수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토모에가 본 사람들 중에선 가장 근육이 발달해 있다.
토모에는 다가오는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성필 또한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지나쳤다.
토모에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와, 등이 역삼각형이야.’
저런 체형은 만화 같은 데서만 봤는데.
토모에는 신기한 구경을 했다 치고 다시 복도를 설렁설렁 걸었다.
몇 분 지났을까, 저 멀리서 히무라와 그 부서의 몇 명이 대화를 나누는 게 눈에 띄었다.
토모에는 히무라를 알았다. 그와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그가 웨벡스 사장의 아들이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었다.
“실장님, 일단 진정하시고…….”
“진정은 무슨 진정을 하란 말입니까!”
“빠,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신다고…….”
“보면 몰라요?! 거절하려는 거 아닙니까!”
무슨 일인지 몰라도 히무라는 굉장히 화 나 있었다.
“그 말을 순진하게 믿는 겁니까!”
“아, 아니…….”
“계약을 해지하려는 거예요!”
“예?! 저희랑 계약을 해지하면 어디…….”
“다른 대기획사일 게 분명하잖습니까! 박 이사님에게 접선한 거예요! 저희와의 계약이 1년 남았단 걸 어디서 주워듣고는 접근한 거죠!”
히무라는 맨정신이 아니었다.
드디어 아버지께, 회사의 중역들에게 인정받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저 멀리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머릿속은 온갖 피해망상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성필이 갑자기 도망간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망상만이 유일한 해법이기도 했다.
“찾아야 해요. 아니, 가로 엔터에 연락하세요! 만약 박 이사의 독단이라면, 개인적인 커넥션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커넥션?”
“향응 및 접대를 받았다고요! 다른 것도 약속받고요! 알았으면 가로 엔터에 연락하세요!”
“예, 예!”
히무라의 부하 몇이 바쁘게 자리를 떴다.
토모에는 그리로 가려다, 분위기가 워낙 험악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히무라 일행이 다가왔다.
토모에는 등 뒤로 들리는 발소리에 잔뜩 어깨를 움츠렸다.
“토모에 씨.”
“예?!”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토모에는 크게 놀랐다.
돌아보니 놀랍게도 히무라가 가장 앞에 있었다. 웨벡스 사장 아들이 자신을 알아본다.
“저, 저요?”
“토모에 씨 아니십니까? 미사토 본부장이 캐스팅한…….”
“마, 맞는데요, 아니! 맞습니다!”
“어떤 남자 못 보셨습니까?”
“어떤……?”
“이렇게.”
히무라가 본인의 가슴에 대고 제스처를 취했다. 부푼 대흉근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또 이렇게.”
히무라가 손가락으로 역삼각을 그렸다.
그의 등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토모에가 ‘아’ 소리를 냈다.
히무라가 그 기색을 단번에 캐치했다.
“아십니까?”
“아…….”
토모에의 손가락이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성필이 향한 곳과는 어긋난 방향을.
히무라가 짧게 감사를 표하곤 그곳으로 향했다. 그의 부하들이 뒤를 따랐다. 수많은 구둣발 소리가 사라지자, 토모에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내가 뭘 한 거야?’
사장 아들 상대로 거짓말한 건가?
들키면 어쩌게?!
애초에 왜 그런 거야!
‘그, 근데 나 엄청 영화 같지 않았나? 영화 같았어!’
토모에가 품에서 수첩을 꺼내어 가사 소재를 몇 글자 끄적였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그녀의 침대 위엔 처음 보는 남자가 누워 있다.
그는 상처투성이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겨우 눈을 떴다. 그리고 여자를 노려보곤 잠에 빠져든다.
여자는 그를 밖에 내놓을 수 없었다.
상처받은 늑대와 같은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아, 괜찮네 이거.”
뭔가 옛날 일본 야쿠자 영화의 패러디 같긴 하다만,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
토모에는 수첩을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성필이 사라졌던 진짜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가 거짓말한 건 뭐…….’
역삼각형 등을 보여준 대가라고 하자.
덕분에 괜찮은 가사도 얻었으니.
‘이 가사로 며칠 노력하면 한 곡 나오겠네.’
미사토 본부장이 그녀를 캐스팅하면서 준 미션.
데뷔까지 100곡 작곡하기.
오늘로 53곡.
토모에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복도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 * *
[…….]
화면 안의 홍규헌은 어처구니없단 얼굴이었다. 그녀의 옆에 오밀조밀하게 앉은 한구인과 손혜빈, 민경섭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보이세요 다들?”
[……어, 보여. 박 이사는?]
“저도 보여요.”
홍규헌과 가로 엔터의 임원들이 왜 이런 식으로 앉아 있어야 했는가.
폰 화면으로 화상 통화를 하려니 전원이 눈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구인, 손혜빈, 민경섭은 팔자에도 없는 사장실 책상 뒷자리에 앉아볼 수 있게 됐다.
[우린 박 이사 잘 안 보여. 주변이 왜 이렇게 어두워? 대체 어딨는 거야?]
“하하, 그럴 사정이 있어서요…….”
[…….]
“…….”
[그래서, 왜 불렀어?]
성필은 불편한 자세를 바꾸었다.
현재 그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본인의 차 뒷좌석에 숨어 있었다.
“저, 일단은 사장님께 꼭 드려야만 하는 말씀이 있는데요…….”
[웨벡스 사무소에서 연락은 받았어.]
“……!”
[계약을 마무리 안 했다면서.]
“……네.”
[알겠지만, 박 이사는 회사의 결정 사항을 따르지 않은 거야. 회사의 결정 사항이란 건 곧 내 최종 승인을 의미해. 사장인 나의 최종적인 결정이란 뜻이야. 그걸 거슬렀단 건, 현장 담당자가 판단하기에 무리한 조건이나 자사에 해가 될 만한 기미를 잡아냈단 뜻이겠지?]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성필은 일본에서 홍규헌의 대행자이다. 그의 모든 행동이 홍규헌과 가로 엔터의 격을 결정한다.
그런 성필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투 내고 자리를 빠져나와, 이젠 도망자 신세에 처해 있다.
히무라가 멱살을 잡고 바닥에 메쳐도 성필로선 할 말이 없었다. 덩달아 한국으로 돌아가서 홍규헌이 성필의 뺨을 때려도 ‘헤헤’ 웃어야만 하리라.
만약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그럼 설명을 들어볼까, 박 이사.]
성필은 눈을 내리깔다가,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뒷좌석에 누워 있는 터라 제대로 숙이진 못했지만, 의미는 전달됐을 것이다.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 독단이었습니다.”
[이유는?]
“한 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점에서?]
“소녀연맹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겁니다.”
[아이덴티티?]
“저는 소녀연맹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퍼포먼스의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앨범 작업에 들이는 노력도 있습니다. 리카가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스케줄을 소화하고, 멤버들과의 연습을 최소화하는 건 소녀연맹의 성공 요인을 배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와서요?!]
민경섭이 곧바로 반발했다.
[스케줄표 이거 형이랑 웨벡스랑 여기 회사 사람들이랑 골머리 죽어라 골려서 만든 거잖아요!]
[민 팀장, 목소리 낮춰.]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형이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회의하러 가서 그걸 트집 잡는 건 뭐예요.]
민경섭은 이해가 안 된단 듯했다.
다른 이들은 성필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납득하진 못했다.
민경섭의 말이 맞다.
프로듀서로서 그러한 사항을 파악했다면, 왜 진즉 말하지 않았는가?
“먼저, 웨벡스가 협의한 스케줄에 그대로 따르리란 법이 없지.”
[돌발적인 변동 사항까지 저희가 컨트롤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우리가 웨벡스와 계약한 건, 매니저 몇을 붙여서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게 해달란 거 때문이 아니야. 말 그대로 매니지먼트 권한을 위임한 거지. 우리가 웨벡스보다 일본 사정을 더 잘 알 리 없고, 일본에서의 매니지먼트를 더 잘 수행할 능력이 없으니까.”
[웨벡스가 리카한테 필요 이상의 스케줄을 강요할 거라고요?]
“강요와 설득은 한 끗 차이야. 리카도 그래. 딱 세 시간 어떤 일을 하면 더 유명해지거나, 손에 수백 수천만 원이 들어와. 그런 상황에서 세 시간을 연습으로 때우고픈 마음이 들까? 설득하면 ‘이번 한 번은’이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형, 그건…….]
민경섭이 난색을 표했다.
[근본적으로 웨벡스와의 신뢰 관계를 부정하는 거잖아요.]
“이건 예시일 뿐이야. 우린 앨범 작업이라는, 사실상 가로 엔터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리카를 손 밖에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컨트롤이 가능하리라곤 여기기 어려워.”
[…….]
“그리고, 리카가 일본에 홀로 떨어져 있으면서 다른 멤버들과 같은 수준에 이를 거라곤 생각할 수 없어.”
[리카가요? 아니 형, 다른 아이돌들은 드라마 찍으면서, 영화 찍으면서, 예능 고정 패널로 줄기차게 출연하면서 준비하는 게 컴백이잖아요. 컴백한다고 진짜 그 연습만 하는 애들이 어딨어요? 심지어 소녀연맹처럼 유명한 그룹이요. 저 솔직히 말해도 돼요?]
“……어.”
[트집으로밖에 안 보여요.]
뼈아픈 말이다.
실제로 성필은 트집을 잡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필은 물러날 수 없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상황은 수없이 겪었다. 그건 회귀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미래를 본다는 커다란 축복의 약점.
‘타인을 이해시킬 수 없다.’
성필이 보는 건 오로지 미래의 결과뿐.
그리고 그 결과란, 현재에서 판단하기엔 너무나 추상적이고 비약이 심하기까지 하다.
성필이 진심을 담아 ‘리카가 과로로 괴로워할 거야!’라고 하면 다들 미친놈처럼 생각할 것이다.
나름대로 이유를 맞춰 설명해도, 완전히 상대를 납득시키긴 어렵다.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고.
[진실을 말해줘요.]
민경섭이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가 흥분했던 건 성필의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진실을 숨기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건 홍규헌을 포함한 다른 이들도 느끼는 것이었다. 성필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
성필은 대답이 궁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때.
[리카 씨와 관련된 겁니까?]
한구인이 말했다.
화면 안의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성필도 놀라서 그에게 집중했다.
[리카 씨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으신 겁니까? 일본에서의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예를 들어…….]
한구인이 돌다리를 하나씩 건너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도 아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어처구니없는 성필의 언행을 변호해준다는 사실을.
한구인은 성필을 몰아붙여서 진실을 알아내기보다, 그를 달래서 진실과 마주하려 했다.
[리카 씨가 일본에서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지 않는다거나.]
[한 이사님,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입니다. 리카 씨는 일본에서의 단독 활동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큰돈이 걸려 있으며, 회사 분들께 폐가 될까 봐 직접적으로 말씀하실 수 없던 거죠. 그래서 박 이사님을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신 겁니다.]
[이제 와서요?]
[끝에 다다랐기 때문에 본인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런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다들 침묵을 지켰다.
한구인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이유라면 박 이사님이 벌이신 일을 설명할 수 있어서, 단지 말해본 겁니다.]
[박 이사, 정말이야? 리카랑 관련이 있어?]
거기에 이르러서야 성필은 해답을 찾아냈다.
‘리카가 안 하겠다고 하면 되잖아?’
물론 리카가 안 하겠다 하더라도 회사가 강행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홍규헌이 리카에게 강요하여 돈을 벌어오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리카가 그냥 싫다 하는 것도 아니고, ‘컴백에 집중하기 위해 일본 체류는 원하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안은, 리카가 일본에서 수행하는 스케줄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
주에 한두 번 정도만 일본에 가는 거다.
돈이 될 만한 광고만 받고 나머지 스케줄은 전부 쳐낸다.
물론 그건 인지도를 희생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니, 히무라의 전략인 장기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일단 돈은 어느 정도 벌 테고, 리카는 일본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도 맞으니, 가로 엔터와 웨벡스 둘 다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히무라 실장님이 받아들이냐는 거지.’
‘돈 버는 일만 받자’는 건 사실상 연예인의 장기적인 성장을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 한철 장사 제대로 하고 뒷일은 생각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의 키는 리카였다.
성필 혼자 ‘프로듀서로서의 의견입니다!’라고 백날 말해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 큰 돈이 걸려 있다.
아티스트의 결단이 중요하다.
“잠시, 리카를 데려와도 괜찮을까요?”
[그 차 안에 같이 누워서 통화 받기라도 하게?]
“차 안이란 거 눈치채셨네요…….”
[기다릴게, 데려와.]
대화의 주제가 리카로 넘어가자 홍규헌의 기색도 훨씬 누그러졌다.
성필은 가로 엔터와의 통화를 종료하고 리카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통화음이 겨우 한 번 울릴 시간 만에 받고, 성필의 부름에 응답하여 5분 만에 그의 차 앞으로 왔다.
“에, 안 계시는데?”
“여기야.”
“끼에에에에에에엑!”
성필이 뒷좌석에서 몸을 일으키자 리카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떨어졌다.
유리 밖으로도 비명이 들리니, 얼마나 놀랐는지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타.”
“사람 놀래키지 마세요!”
리카는 툴툴대면서 뒷좌석에 탔다. 그 즉시 그녀는 들떠선 팔을 마구마구 저었다.
“박 이사님이랑 뒷좌석에 탄 건 처음이네요! 엄청 신기한 기분이에요!”
“그래, 신기한 기분은 나중에 느끼고 얘기부터 하자.”
리카도 금세 진지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성필은 어디부터 말할까 잠시 고민한 후, 결론부터 말했다.
“나는 네가 일본에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 일본 스케줄을 연장하더라도 최소한의 일만 하길 바라.”
“이유는 뭔가요!”
성필은 이유를 설명했다.
소녀연맹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멤버들과의 지속적 연습이 필수다. 리카가 앨범 제작에 참여하며 일으킬 시너지 또한 관건이다.
여태껏 만들어진 모든 앨범은 멤버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번 앨범에서 리카의 의견만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녀가 일본에 체류하며 발생할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심각하다. 멤버들과의 소통이 끊기는 것도, 회사와의 소통이 끊기는 것도 전부.
“스케줄을 전부 소화하면서 앨범 작업, 트레이닝을 이어가는 건 분명 힘들 거야. 제대로 된 완성도가 나오리라고 보장할 수 없어. 물론 리카 네가 노래 부르는 것처럼 많은 돈은 벌 수 없겠지.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소녀연맹의…….”
“할 수 있어요.”
리카가 단답으로 성필의 설명을 끊었다.
“……어?”
성필은 당혹스러운 마음에 굳이 되물었다.
그에 리카는, 성필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울음 혹은 분노로 입술을 떨면서 성필을 노려보았던 것이다.
평소엔 맑기만 했던 눈망울이 원망하듯 성필을 향해 치켜떠 있다.
“할 수 있다구요!”
“어, 어?”
“제가 일본에 있으면 소녀연맹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될 거라구요? 아니에요! 저는 할 수 있어요! 일도 연습도 앨범 작업도 다 완벽하게 할 수 있어요!”
“아, 아니, 그렇게 무시하는 뉘앙스가 아니라…….”
“저는 애가 아니에요!”
리카가 외쳤다.
“애가 아니라구요! 이사님이 그렇게 신경 써주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프로예요!”
성필은 리카의 심정을 눈치챘다.
그녀는 성필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긴 것이다.
너는 이 스케줄을 버틸 수 없을 테니,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낫다. 그리 받아들인 게 분명했다.
‘왜?’
최대한 그녀의 심기가 상하지 않도록 했는데, 왜 이렇게 이해한 걸까?
“마지막에 계약하지 않은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요! 제가 걱정돼서?! 저는……!”
리카가 피맺히는 심정으로 외쳤다.
이전에도 여러 번 한 말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담아서.
“가로 엔터의 기둥이에요! 저는 이사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대단해요! 어떤 짐이든 질 수 있어요!”
“…….”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없다구요. 애가 아니니까…….”
리카는 소리치던 게 무색하도록 울적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녀는 성필이 계약을 파투 낸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가 적절한 통찰을 발휘하여 안 좋은 미래를 미연에 방지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이유가 ‘리카가 걱정돼서, 리카가 못할 거 같아서’다.
성필의 설명은 그보다 훨씬 세세했지만, 리카가 받아들이기론 그러했다.
이번 일은 가로 엔터와 웨벡스에 이익을 가져다줄 게 명확하지만.
리카, 너 ‘때문’에.
하지 않는다.
“쌤은 ‘언노운 싱어’를 전부 소화하면서 앨범을 작업하셨어요. 경연을 소화하면서 앨범 작업을 했다구요…….”
그땐 왜 아무런 말도 안 했지?
백설하는 할 수 있으니까?
“아라는 이번 프로젝트 프로듀서잖아요. 그런데 한 번도 하지 않은 작곡도 하라고 하시고, 춤까지 따로 배우게 했잖아요…….”
조아라에겐 왜 그런 짐을 지웠을까.
조아라는 할 수 있으니까?
“하양 언니도, 아름이도, 여태껏 소녀연맹을 위해 많은 고난을 감내했어요. 그런데, 저는요?”
“…….”
“저는 안 되나요? 저는 할 수 없나요? 지금까지 저는 대체 뭘 했나요!”
누구든 할 수 있는 의무만을 부여받았다.
장하양처럼 패션계에서 활약할 수도 없고.
신아름처럼 특별 무대를 휩쓸고, 인기가 많아서 방송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백설하와 조아라처럼 큰 짐을 지지 못하여 성필에게 기대조차 받지 못하는 자신은.
“언제까지 저는 이래야 하나요!”
아무런 특색도 없이 소녀연맹이란 이름만으로 만족해야 하나?
일본인.
작곡가.
그래서?
“저도 회사에, 그룹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저한테도 기대해주세요. 저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애가…….”
리카가 울먹이며 말했다.
“애가 아니란 말이에요……!”
이번 일은 온전히 리카만이 부여받은, 리카만이 할 수 있는 일.
아타시(나)의 가치 증명.
그걸 성필의 걱정으로 그만두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제발.
“저를 그렇게 어린애 보듯이 하지 마세요!”
그 순간, 성필은 마침내 확신했다.
미래의 자신이 후회했던 이유를.
리카는 스스로가 견디지 못할 짐을 계속해서 져 나갔던 것이다.
아마, 성필에게도 이랬겠지.
“이사님.”
리카가 가냘픈 미소를, 동시에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를 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