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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502화 (502/760)

502화

“언니를, 봐 달라뇨?”

맞닿은 이마는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후덥지근한 여름의 공기를 사방으로 밀어내고 마침내 거리가 0이 되어 맞닿은 이마는 열기로 가득했다.

체온이 체온 이상으로 느껴졌다.

“그게 조건이에요? 무슨 뜻…….”

장하양은 불안하게 진소유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에 진소유는 장하양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졌다.

떨어진 이마.

그 사이를 다시 열기로 채우듯 폭죽의 불빛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요란한 불꽃 한가운데서, 진소유는 불빛과 함께 온갖 붉은색으로 전신을 물들였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웬만해선 벗을 수 없는 색안경이야. 네 머릿속의 난 3년 전의 나, 2년 전의 나일 거야. 너에겐 더없이 불쾌하게 남은 기억의 파편만이 있겠지. 지금도 보여, 네 눈동자에 쓰인 벽이.”

진소유는 장하양의 관자놀이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손을 펼쳐 그녀의 옆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쓸었다.

무엇을 벗겨내는 동작 같기도 했다.

진소유는 손에 걸린 장하양의 머릿결을 조심스럽게 바깥쪽으로 빗어냈다.

“그걸 벗고, 나를 봐줘. 한 번만이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해줘. 편견(偏見)을 치우고, 선입견(先入見)을 벗고, 처음 만난 것처럼 나를 직관(直觀)해줘.”

장하양은 진소유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둘 사이의 관계를 리셋하고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쌓아가 보자는 제안일까? 그게 전부일까?

진소유의 제안을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장하양은 어느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도저히 그냥은 넘길 수 없는 로맨틱한, 어쩌면 에로틱할지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

장하양은 입을 살짝 벌리곤, 잠시 후 그대로 다물었다.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능했다. 그래야만 하는 유년기를 보내왔기에, 감정을 잘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껏 진소유의 마음을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벌어질 수 없는, 아니. 매우 낮은 확률로만 발생하는 일이었으니, 그러한 가정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리카가 조아라를 보는 눈.

하루키가 미아를 보는 눈.

미사토가 서유선을 보는 눈.

이수연이 정지음을 보는 눈.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리고 진소유는 눈은 후자(後者)를 따르고 있는 듯했다. 장하양은 그리 느꼈다.

그러니 진소유의 제안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장하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게 감정을 강요하시는 건가요?”

그게 장하양이 나름 고민한 최대한의 순화였다.

진소유가 답했다.

“인식(認識)을 강요하는 거야.”

진소유의 목소리 또한 장하양처럼 떨렸다. 그녀보다는 미약했지만 떠는 건 확실했다.

저 커다란 폭죽 소음마저 뚫고 떨림이 들릴 정도이니, 정적 속에서 들었다면 진소유의 목소리는 웃기기까지 했을 것이다.

“행위가 아니야. 인식뿐이야.”

진소유는 어르고 달래는 것만 같았다. 분명 열쇠는 그녀가 쥐고 있을 텐데도, 장하양을 향해 설득을 펼치고 있었다.

“그게 내기의 조건이야. 내 제안이야.”

장하양은 답하려 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다가오는 성필이 보였다. 그가 양손을 들고 솜사탕을 흔들어보였다.

그를 바라보다가, 장하양은 다시금 진소유를 보았다. 장하양의 목소리는 더는 떨리지 않았다.

“언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악질적이에요. 박 이사님을 향했던 모든 행동이 일말의 감정조차 없었단 뜻이잖아요. 아닌가요?”

성필을 향한 행동 중 아주 자그마한 감정이라도 있었다면, 그래, 장하양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명확해진 지금, 장하양은 진소유를 더는 좋게 볼 수 없었다.

진소유도 더는 목소리를 떨지 않았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다시 가면을 쓴 것이다.

“글쎄. 그게 어떻게 그런 뜻이 될까. 잘 모르겠네. 내가 한 말 중, 네가 그렇게 착각할 만한 암시를 주는 말은 없었을 텐데. 순수한 우정을…… 아니지.”

진소유가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

“혹시 몰라, 연심의 편린일지도.”

장하양이 어금니를 까득 물었다. 진소유의 모든 말이 가증스럽게만 들렸다.

“애초에 내가 박 이사님을 장난감처럼 취급한다는 것도 억측에다 황당한 착각이지만, 네가 내기를 바란다면…….”

“할게요.”

진소유가 미소를 지으면서 장하양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장하양이 그녀의 손을 쳐냈다.

진소유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장하양은 표독스럽게 진소유를 올려다보…….

“하양아?”

바로 뒤에서 성필의 부름이 들리자 장하양은 화들짝 놀라면서 그에게로 돌았다.

성필이 얼떨떨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장하양은 상황을 파악했다. 진소유는 성필에게 솜사탕을 받으려 장하양에게로, 장하양의 어깨 너머로 손을 뻗었던 것이다.

“아…….”

장하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필이 방금 광경을 어떻게 보았을까.

진소유가 손을 뻗자마자 ‘짝’ 소리가 들릴 만큼 강하게 그녀를 쳐냈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하양이 고양이 같지 않아요?”

진소유는 웃으면서 장하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다시 손을 뻗어 성필에게서 솜사탕을 받았다.

“프라이베이트 존이 너무 엄격해요.”

“아…….”

성필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장하양의 프라이베이트 존이 엄격하다? 딱히 그런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프라이베이트 라인이 너무 프리해서 성필이 당황하는 일이 많았다.

“농담이에요. 제가 자꾸 하양이한테 장난쳐서 이런 거예요. 미안해, 하양아.”

“……아뇨.”

“대체 하양이한테 무슨 장난을 치신 거예요?”

“자꾸 귓불 만지고 귀에 바람 불고?”

“저 같아도 화내겠어요.”

“정말요?”

진소유가 시험하려는 듯 성필에게 다가가려다 멈췄다. 장하양과 눈이 맞아서였다. 그래서 그냥 웃고는 몸을 뒤로 뺐다.

“하양아, 여기.”

“감사합니다.”

장하양도 솜사탕을 받았다.

세 사람은 일렬로 나란히 서서 하늘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축제는 한 시간 동안 이어진다.

불꽃놀이는 한 시간 동안 펼쳐진다.

지루할 만도 하건만, 셋은 한 장소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이 보고픈 것을 바라보았다.

진소유는 눈동자를 돌려 옆에 선 장하양을 흘끔거렸다.

장하양은 솜사탕을 깨작깨작 씹으며, 가끔 옆의 성필을 바라보았다.

성필은 하늘을 보았다. 그러다가 옆을 보았다. 장하양과 진소유는 동시에 놀라서 눈동자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그, 나도 솜사탕 한 번만 먹어봐도 돼?”

“아, 네.”

장하양이 솜사탕을 내밀었다. 그에 성필이 손사래를 쳤다.

“떼서 줘.”

“제 침이 더러우세요?”

장하양이 장난스럽게 대꾸하자 성필도 장난스럽게 답했다.

“아니, 내 침이 더럽지.”

“괜찮으니까 드세요.”

“입 안보다 손이 더 더러워요.”

진소유가 갑자기 말했다. 그걸 듣고, 장하양은 솜사탕을 성필의 입 가까이 가져갔다.

성필은 가볍게 솜사탕을 깨물었다.

“이제 권강철 트레이너님한테 혼나시는 거예요?”

“네가 말만 안 하면 안 혼나겠지.”

“이런 날도 있어야죠. 맛있으세요?”

“달콤해서 혀가 녹을 거 같아…….”

성필은 오랜만에 섭취하는 순수한 설탕에 황홀경을 경험했다. 단맛이란 게 이토록 좋은 거구나.

진소유는 그것을 바라보곤, 자신의 솜사탕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한 입 먹었다.

‘아까보다 덜 달아.’

맛없다.

안 사도 된다고 할걸.

* * *

장하양은 아토무와의 미팅을 끝내고 촬영 때 입을 옷을 받아왔다. 당일 촬영 전에 입어보고 매력을 발산할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란 의미에서였다.

참고로 촬영이 마치면 가져도 된다고 했다.

원하면 몇 벌 더 주겠다고도 했다.

장하양이 괜찮다고 하자 아토무는 은근히 실망했었다.

“어떤 거 있어요?”

장하양이 옷이 든 박스를 연습실로 가져오자, 소식을 들은 신아름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신아름은 옷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장하양과 함께 박스를 뒤져 조심스럽게 옷들을 꺼냈다.

“언니, 그거 알아요?”

“뭘?”

“어제 유이 언니랑 통화했는데요, 한국 여돌 중에 보그 재팬에 나온 사람이 다섯 명도 안 된대요. 이거 진짜 국위선양 아니에요?”

“무슨 국위선양이야.”

“하긴, 혼자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나도 나중에 보그 촬영해봤으면 좋겠다.”

신아름은 살짝 풀이 죽어 있었다.

장하양은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장하양의 보그 재팬 촬영 소식이 전해진 후, 신아름은 대수롭지 않단 듯 반응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신아름과 같은 방을 쓰는 백설하에게 듣길, 신아름은 꽤 울적했다고 한다. 계속 거울을 보면서 슬픈 낯빛을 띠었다던가.

“할 수 있을 거야. 난 소유 언니 덕을 본 거에 불과하잖아. 패션쇼 같이 섰던 의리로 ‘후쿠요 히다카’분들이 끼워주신 거지.”

장하양은 옷을 꺼내려 바쁘게 움직이는 신아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맞잡았다.

“나보다는 아름이가 이 일에 더 어울려. 그러니까 다음에 꼭 기회가 있을 거야.”

“…….”

신아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다시 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신아름이 숨을 헛 삼켰다.

“어, 언니. 이거 뭐예요?”

신아름이 꺼낸 건 수영복처럼 보이는 브래지어였다. 삼각형 모양의 얇은 천이 양쪽을 차지했고, 그 중앙을 ‘후쿠요 히다카’의 심볼이 연결하는 모양새였다.

심지어 브래지어를 연결하는 건 얇은 검은 끈이 전부였다.

“이런 걸 입어요? 화보에서? 이것만?”

“아, 그거. 보여줄까?”

장하양은 연습실 문으로 달려가 문을 잠근 다음 탈의하여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그리고 그 위에 나일론 재질의 얇은 스포츠 재킷을 덧입었다.

하의로는 무릎 위로 오는 헐렁한 반바지에 흰 캔버스화를 입었다.

“이렇게 입는 거야. 예뻐?”

“예쁘긴 한데, 너무 과감하지 않아요?”

신아름은 훤히 드러난 장하양의 가슴골을 검지로 쭉 훑었다. 장하양이 새된 소리로 웃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과감하긴 뭐가. 이거 가슴을 모으는 타입도 아니라서 골도 안 생기잖아. 설하 언니가 입어야 그게 과감한 거지.”

“자기주장이 강하겠네요. 근데, 그래도 아이돌인데.”

“지금은 모델이야. 그리고 이리에 디자이너님이 말하셨는데, 이 옷 입고 사진 찍을 땐 이렇게 머리카락을 앞으로 해서 살짝 가린다고 하셨어.”

“……음.”

신아름이 주의 깊게 장하양을 들여다보았다.

“묘하게 색기가 없네요.”

“……그래?”

“역시 디자이너가 직접 골라준 거라서 그런가.”

“무슨 소리야?”

“유이 언니가 그랬는데, 모델은 절대 에로틱한 느낌을 줘선 안 된대요. 어떤 디자이너가 한 말인지는 까먹었는데, 런웨이 위에서 출렁거리는 가슴을 누가 보고 싶겠냐고 했대요.”

장하양은 런웨이를 걷는 백설하를 상상했다. 그러곤 픽 웃었다.

“확실히 부담스럽겠다.”

“결국 여자 모델의 옷을 사는 건 여자인데, 에로티시즘이란 건 이성에게 어필하는 거니까요.”

“아름이 잘 아는데? 정말 아이돌 활동 끝나면 패션 업계로 뛰어드는 거 아니야?”

“내 이름으로 인터넷 쇼핑몰 만들면 잘 팔릴까요?”

“네가 사업적 수완이 좋다면.”

“일단 ‘아름청과’부터 세우고 생각해봐야겠네요.”

아름청과라…….

신아름은 어머니에게 채소 가게를 열어준다고 했다. 그게 잘되면 유통업을 시작할 거라고도 했고 말이다. 그녀는 은퇴하고 정말 채소 장사를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장하양 자신은 은퇴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돌 일은 즐겁지만, 4년 후의 자신은 다른 꿈을 꾸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하양 언니 버킷리스트는 결혼, 출산 이런 거였죠? 그럼 주부가 꿈인 거예요?”

“모르겠어. 주부는 행복할까?”

적어도 장하양의 모친은 행복하지 않았다.

아닌가.

주부일 때도, 일할 때도, 모친은 행복했던 적이 없던 것 같았다.

“뭐든.”

장하양이 애매하게 답했다.

“해봐야 알겠지. 난 아이돌을 꿈꿔본 적도 없는데, 막상 하니까 즐거웠어.”

“하긴, 저도요.”

그때 연습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신아름은 장하양을 대신해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잠금을 푼 후 문을 살짝 열었다.

“아름이 여기 있었네?”

성필이었다.

“팀장님이네.”

신아름은 상대가 성필이란 걸 확인하자마자 문을 활짝 열었다.

“하양이 여기 있대서 왔는데, 있어?”

“네. 옷 입어보고 있었어요.”

“그래. 들어가도 되지?”

“도죠 도죠(들어와요 들어와).”

성필은 겨드랑이 사이에 철봉 몇 개와 돌돌 만 천을 끼워 들고 있었다.

간이 탈의실의 부품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장하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어, 하양아 준비는 잘 되…….”

성필은 장하양을 보자마자 간이 탈의실 부품을 땅에 내려놓고 등을 돌려 연습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잘못 들어왔네요. 조금 있다 올게요.”

장하양과 신아름은 성필이 왜 그러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장하양의 개방된 가슴골 때문이었다.

신아름이 어처구니없단 듯 웃으면서 문 앞을 막았다.

“팀장님, 촬영 가서 계속 볼 건데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저거도 패션이에요. 이상하게 보지 마요.”

“내가 봤던 스케치에선 저런 거 없었는데…….”

성필은 쭈뼛거리면서 뒤로 돌았다.

장하양과 눈이 맞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대더니 보란 듯이 팔을 활짝 펼쳤다.

“직접 입으니 느낌이 다르죠?”

“너무 다르잖아. 아토무 디자이너님이 일부러 느낌을 축소해서 그리신 건가…….”

“에로티시즘이 느껴지세요? 그럼 문제가 있는데.”

“그렇게 느낀 적 없어!”

성필은 변명하듯 말했다. 신아름이 그의 어깨를 팍 쳤다.

“그런 뜻 아니에요. 모델은…….”

이하, 신아름의 설명.

그에 성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부담스럽겠네.”

“어?”

“왜 그래?”

“아뇨, 팀장님이 하양 언니 말투를 닮는 거예요? 아님 하양 언니 말투가 팀장님을 닮은 거예요? 아까 하양 언니 답이랑 똑같은데.”

성필과 장하양은 서로를 보더니 동시에 말했다.

“확실히…….”

“확실히…….”

둘은 ‘어!’라면서 동시에 깜짝 놀라곤 서로를 가리켰다. 그리고 또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신아름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한숨을 쉬었다.

“으휴.”

“아무튼 뭐, 오래 같이 지냈으니까 닮을 수도 있지. 아름아 할 일 없을 테니까 탈의실 설치하는 것 좀 도와.”

“어이가 없네.”

“저도 도울게요.”

셋은 열심히 설명서를 읽어가며 간이 탈의실을 만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던 중, 신아름이 문득 생각났단 듯 물었다.

“이건 왜 만들어요?”

“하양이 연습해야 하잖아.”

“문 잠그고 창문 가리면 되잖아요.”

“강사분이 올 거라서.”

“강사가 남자예요?”

“응.”

“팀장님도 여기 계속 있어요?”

“아니. 난 가지.”

“……그래도 돼요?”

장하양을 남자와 한방에 두다니.

심지어 천 하나뿐인 탈의실만을 의지하고 말이다. 너무 안일한 대처 아닌가?

“챠오(안녕)!”

그때 문으로 강사인 하루키가 들어왔다.

“다들 안녕하세요!”

그를 보자 신아름이 고개를 주억였다.

과연, 안심이 된다.

게다가 그의 뒤엔 웨벡스의 여직원이 함께 왔다. 일종의 감시역인 동시에 강사인 하루키의 안내역을 맡은 사람이었다.

“와우, 하양. 이젠 가만히 있어도 모델 티가 나는데?”

하루키는 장하양의 차림을 보자마자 감탄했다.

“메이크업을 제대로 하고 연습하면 좋겠는데, 그럴 시간은 없겠지?”

“없지. 오늘 잘 부탁해, 하루키.”

“물론. 보그 커버를 따내 버리자!”

하루키는 성필에게도 엄지를 들어 보였다. 성필은 잘 부탁한단 의미로 그에게 고개를 숙이곤 연습실을 나서려 했다.

“아름이는 여기 있을래?”

“팀장님이랑 놀래요.”

“나 노는 거 아니야.”

“선향불꽃 태우러 가요.”

“리카가 도시에서 폭죽 쓰면 불법이랬는데.”

“하양 언니랑은 불꽃놀이 보고 나랑은 안 된단 거예요?!”

“왜 화내고 그래…….”

“빨리, 센코하나비(선향불꽃).”

그렇게 둘은 연습실을 나갔다.

하루키와 함께 온 직원은 연습실 구석의 간이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하루키는 강의의 시작을 알리듯 손뼉을 쳤다.

“하양, 입을 옷은 보내준 스케치가 전부야?”

“그게 기본.”

“그럼 세트에서 벗거나 덧입는 케이스가 몇 개 더 있겠네. 기본은 다섯 세트인가.”

이전엔 하루키에게 패션쇼에서의 기술을 배웠다면, 이번엔 카메라에 찍히는 기술을 배운다.

“일단 지금 입은 옷으로 해보자.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건 빛…….”

“잠깐 하루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응?”

장하양은 그와 거리를 좁혀 목소리를 낮추었다.

“미아는 어떻게 된 거야?”

하루키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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