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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492화 (492/760)

492화

[현재 일본의 학생들에게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소녀연맹의 ‘우파루파’! 그 인기는 가히 절대적! 오늘, ‘쿠루니’에서 그 실체를 하나도 남김없이 낱낱이 밝힌다!]

자료 화면은 소녀연맹의 ‘우파루파’ 뮤비로 바뀌었다. 분홍색의 큐트한 세트를 배경으로 멤버들이 ‘우파루파’의 시그니처 안무를 춘다.

하이라이트.

멤버들이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폴짝폴짝, 간단하지만 귀여운 안무를 선보였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하이라이트 멜로디.

[루파 우파루파 루파!]

헤에 카와이(귀여워)!

패널들이 소녀연맹의 뮤비를 보곤 일본 특유의 리액션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소녀연맹은 일본인 한 명과 네 명의 한국인으로 구성된 케이팝 그룹! 이번 일본에 발매된 ‘인트로: 러브(Japanese ver)’의 초동판매량은 무려 40만 장!]

헤에에, 스고이(대단해)!

[이는 케이팝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수준! 곧 케이팝 걸즈 그룹 최초로 ‘골드 디스크 인증 작품(50만 장 이상 판매 앨범 타이틀)’이 될 수도 있을 역작!]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 ‘쿠루니’의 MC들이 길거리로 나가 직접 들었다!

[‘소녀연맹’ 아시나요?]

두 여중생이 웃으면서 우파루파 하이라이트 안무를 살짝 보여주었다.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몸을 들썩이는 아주 간단한 동작이었다.

[‘우파루파’의 매력은?]

[에에, 귀여움?]

[맞아, 귀여워.]

[뭔가, 우파루파 같은?]

[앗,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우파루파!]

이후로도 교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눈 MC들.

그리고 밝혀진 놀라운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이거 진짜 사회현상인데(웃음).]

노래의 인기를 따라 관련 굿즈들도 급증!

거리마다 귀여운 우파루파 머리띠가 즐비하다!

[대체 저런 걸 누가 살까?]

라고 하던 차, 우파루파 머리띠를 쓴 사람을 발견했다!

MC들이 다급히 뒤를 쫓는데!

이럴 수가, 무려 건장한 남자다!

예상치 못한 소녀연맹 팬층의 다양성에 MC들이 놀란 것도 잠시, 인터뷰를 청하는데.

[‘소녀연맹’ 아시나요?]

[네, 압니다. 인민입니다.]

여기서 잠깐!

‘인민’이란?

[소녀연맹의 팬덤 이름으로, 원래는 피플(People)이었으나 한국 팬들이 멋대로 인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인민으로 굳어졌다! 다행히 서양권 팬들은 ‘피플’이란 원명칭 그대로 써주는 모양!]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네, 압니다. 인민입니다.]

자랑스레 본인이 인민임을 어필하는 남자!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

[‘웨스턴 불렛’을 연재 중인 만화가 오오치라고 합니다.]

손나(그런)!

그 정체는 무려 인기 만화 ‘웨스턴 불렛’의 작가, 미남 만화가로 알려진 오오치 씨였다!

[에, 연출 아니야?]

[너무 공교롭잖아.]

[섭외한 거 아닌가…….]

술렁이는 패널은 무시되고 자료 화면은 계속 송출되었다.

[오늘 소녀연맹이 시부야 거리에서 게릴라 무대를 한다기에, 어시스턴트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가는 중입니다.]

공연 일정이 알려지면 게릴라가 아니지 않나?

[소녀연맹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퍼포먼스적인 완성도? 춤과 보컬을 동시에 수준급으로 구사한다는 건, 일본의 아티스트들에게선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아무래도 신선함에서 오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오치는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질끈 감고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포, 포인티한 안무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에, 그렇군요. 역시 학생들만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통하는 매력이 있다?]

[네. 그리고 이번에 제 작품이 애니메이션화 되었는데, 그 오프닝도 소녀연맹이 맡았습니다.]

[헤에, 그런가요! 대단하네요!]

[노래가 정말 좋습니다. ‘웨스턴 불렛’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번 소녀연맹의 앨범인, 에에, 그, ‘인트로: 러브’? 에 오프닝 곡인 ‘휴머니티’도 수록되어 있으니 많은 사랑을…….]

에에, 역시 연출이었잖아.

홍보하려고 출연하신 거구나.

조금 그럴지두…….

[크흠. 그럼 공연에 늦어서 이만.]

그대로 멀리 떠나가는 오오치.

발걸음이 빠른 것이, 뒷모습만으로도 창피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웨스턴 불렛’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MC들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소녀연맹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가장 처음 인터뷰를 했던 여중생이 나타났다.

[스타일 트렌드? 그런 걸 어디서 찾아보시는지 궁금해요. 하양이 따라서 보그 잡지를 사서 봤는데, 전부 학생이 살 수 없는 그런……(웃음).]

[가격이 너무…….]

[일상복이라던가 알고 싶어서요.]

그래서 직접 물어보았다!

‘쿠루니’ 제작진의 혼신이 담긴 영업력으로, 한국으로 날아가서 소녀연맹을 직접 인터뷰했다!

[에엑, 정말?]

[굉장해!]

[어이 어이, 꽤 하잖아!]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소녀연맹과의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MC들. 들어가자마자 멤버들이 화사한 미소로 반겨준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연맹, 소녀연맹입니다!]

더럽게 물들었던 마음이 깨끗이 씻기는 듯한 아름다운 미소!

MC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옷이요? 저희는 옷 쇼핑은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그게, 시즌마다 어바이비에서 원하는 옷들을 전부 협찬해줘서요.]

백설하가 대표로 말했다.

그녀는 티셔츠 소매 쪽을 뒤집어 어바이비의 마크를 보여주었다.

[가끔 어바이비 자매 브랜드 옷들도 주세요. 이건 ‘후쿠요 히다카’에 있으시다가 자회사로 독립하신 디자이너분 브랜드인데, ‘더 솔리스트 톱’이라고…….]

미리 말하지만, 이건 광고가 아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자르자!

[다른 자매 브랜드로는…….]

[저기, 설하 씨. 어바이비 이야기는 이제 그만…….]

[저희 어바이비랑 광고 계약 맺어서 그래요! 분기마다 최소 노출 횟수 지켜야 해요! 쌤이 너무 성실해서 그런 거니까 봐주세요!]

프로 아이돌의 아우라를 뽐내는 백설하를 뒤로 하고, 다른 멤버들에게 묻기로 했다.

타깃은 소녀연맹 최고의 패셔니스트 아름!

[저는 다른 멤버들이랑 달리 어바이비를 주로 스타일링하진 않아요.]

[……저, 아까 설하 씨 발언을 자르고 이런 말씀을 묻는 것도 좀 그렇지만. 계약은요?]

[쌤이 지켜줘요.]

[그럼 스타일링은…….]

[명품 브랜드 룩북(Look book) 보고 괜찮겠다 싶은 거…….]

과연 어바이비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국 지사 책임 매니저를 찾았다.

곧 얼굴에 모자이크를 한 서울 지점 매니저이자, 한국 어바이비 총괄 매니저인 하시모토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소녀연맹의 인터뷰를 보더니 짧게 답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다시 신아름의 인터뷰 화면으로 교체되었다.

[꼼데가르X, 후쿠요 히다카, 이세이 미야X, 요지 야마모X, 기다리고 있습니다. 앰배서더 시켜주세요.]

다시 하시모토의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그러언(손나아)…….]

다시 소녀연맹의 인터뷰 화면으로.

시니컬한 표정의 신아름은 갑자기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농담이고요. 어바이비 옷은 평상복으로 많이 입죠. 아무래도 옛날부터 협찬을 해주셔서, 스타일링이 편해요. 저희 무대 의상으로도 자주 쓰고요. 글쎄요, 스타일 트렌드는 보통 스타그래프에 패션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 팔로우해두고 업데이트할 때마다 체크하죠. 모델 같은 분들이요. 어디 보자, 제가 주로 보는 분들이…….]

여기서 잠깐, 광고 보고 가시겠습니다!

[제작 지원: 어바이비]

진짜 광고였잖아?!

에에, 뭐야 이게.

소녀연맹의 스타일 정보는 어디 있는?

[일본 활동에 임하는 소녀연맹의 심정을 들어봤다!]

스타일 정보를 스킵했어!

궁금한 건 하나도 안 가르쳐줬잖아!

[자막: ‘쿠루니’의 채널에서 촬영 비하인드를 확인해주세요!]

에에…….

[일본은 저희의 고향인 만큼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고향이 아니라 ‘네’ 고향이겠지.]

[‘우리’ 고향이잖아! 한국이랑 일본은!]

[아, 한국은 내 고향, 일본은 네 고향? 합쳐서 우리 고향?]

[그런 느낌(손나 칸지)!]

리카가 카메라를 붙잡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반드시 톱을 찍겠습니다! 돔도, 스타디움도 정복하겠습니다! 다들 지켜봐 주세요! 마지막으로, 쌤!]

[으, 으응?]

[엔딩 포즈 해 주세요!]

[엔딩 포즈? 나? 무슨?]

[우파루파!]

[나만? 아니 왜 나…….]

멤버들이 백설하를 부추겼다.

[와, 이걸 안 해줘요?]

[쌤 서비스 정신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요!]

[어바이비에만 진심이지 말고 방송에도 좀 진심으로 해봐요.]

[아하하, 언니 울려고 해.]

백설하는 울상이 되어서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우파루파…….]

[더 크게요!]

[우, 우파루파아!]

귀엽다(카와이).

어째서 소녀연맹이 인기 있는지, MC들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 * *

일본에서 소녀연맹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소녀연맹이 나가고자 한다면 못 나가는 방송이 없었고, 사방에서 그녀들의 섭외를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리카 씨 섭외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히무라는 조심스레 리카의 섭외 기획안을 테이블 위에 하나씩 펼쳐두었다.

“패션 상품은 물론 화장품, 음식, 전자기기, 이벤트 광고 등등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역시 일본인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럴 겁니다.”

일본인이 포함된 그룹이 범세계적인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으니, 일본인들은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한류라는 문화적 현상을 타고 리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뻗어가고 있으니까.

비록 리카가 케이팝 그룹이더라도 자랑스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국 축구 선수가 EPL에서 띈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니까.’

EPL 팀 입장에서 보자면 선수의 국적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선수의 실력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그 국적의 사람들은 자긍심을 느낀다.

리카의 인기도 같은 메커니즘이다.

“가로 엔터와 맺은 계약상, 저희가 소녀연맹의 매니지먼트를 맡을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2개월입니다만.”

히무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카 씨의 매니지먼트만은 연장해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소녀연맹의 공식적인 일본 활동이 끝나고도 잠시 남아서 활동을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성필은 그가 어째서 이런 요구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리카가 섭외 요청을 받은 광고나 이벤트를 대강 눈으로만 훑어도 알 수 있었다.

‘이게 대체 얼마야?’

만약 리카가 솔로로 활동했다면, 이 일을 전부 받아들여서 일본 번화가에 집을 마련할 정도였다.

다른 멤버들과 격이 다른 수준이다.

성필은 왜 대형 기획사들이 기를 쓰고 외국인 멤버들을 그룹에 집어넣는지,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게 전부 리카가 받은 일이라니.’

그렇더라도 리카 혼자의 공은 아니다. 그녀가 소녀연맹의 리카이기에 이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겠지.

히무라의 제안은 고려할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돈에 눈이 멀어 리카의 솔로 활동을 흔쾌히 승낙할 수는 없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소녀연맹은 본격적으로 다음 앨범 준비에 돌입해야 하니까.

‘소녀연맹을 지탱하는 요소 중 하나는 앨범의 퀄리티야. 작업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상업적 성과에만 치중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상업적 성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가로 엔터의 임직원들과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 바로 답을 드리기엔 어려운 주제네요.”

“알고 있습니다. 2개월이 지나기 전에만 답을 돌려주시면 됩니다.”

“네, 그럼…….”

섭외 기획안들을 한데 그러모아 챙기던 성필은 일순 움직임이 멈추었다.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시세이도…….’

일본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화장품 시장 점유율 5위.

전 세계를 누비는,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업 역사만 150년에 이르는 뷰티 업계의 제국이다.

그 시세이도에서 준 광고 섭외안, 상품의 이름이 낯익었다.

‘이건…….’

성필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분홍색의 배경, 흩날리는 벚꽃, 그 사이를 걷는 흰색 드레스의 여인.

카메라는 연분홍 입술의 그녀를 클로즈업하고, 벚꽃 나무 아래의 그녀가 카메라를 응시한다.

숨 막히는 아름다움.

그런 그녀, 리카가 짧게 말한다.

‘사쿠라바나(벚꽃).’

시세이도에서 리카에게 제안한 홍보 상품의 이름은 ‘사쿠라바나’였다.

리카를 일본 아이돌계의 전설로 만든 립스틱 CF.

“박 이사님?”

히무라가 걱정하듯 묻자 성필은 깜짝 놀랐다.

“네?”

“그 안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다만 성필은 잠시 인지부조화가 왔었다.

그의 전생 속 리카의 모습과 현재 리카의 모습이 도저히 겹치지 않아서였다.

전생의 리카가 하늘에서 내려온 고고한 선녀라면, 지금의 리카는…….

‘박 이사님 히도이(너무해)!’

‘손나(그런)!’

‘아타시(나)는 예쁘다구요!’

지금의 리카는 대체 뭘까.

‘아니, 외적으로는 전생과 같아졌…… 나?’

같아졌겠지?

성필로선 확신할 수 없었다.

오늘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섭외 요청들은 저희 홍보팀과 검토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성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차, 히무라는 아직 이야기가 남았단 듯 ‘그런데’라고 말했다.

“박 이사님, 이번 주 31일에 시간 괜찮으십니까? 함께 올림픽 개막식이라도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성필은 아주 잠깐, 정말 만약의 일이지만, 히무라가 자신을 꼬시는 게 아닌지 고민해야만 했다.

아니, 업무적으로 연관된 동성에게 ‘함께 올림픽 개막식을 보지 않겠느냐’라고 묻는 일의 저의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예, 뭐, 맥주라도 마시면서…….”

히무라는 쭈뼛거리면서 성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걸 보고 성필은 사고가 멈췄다.

‘뭔데, 진짜? 진짜야?’

와타시(나), 유혹당하고 있는 거야?

남자한테?

* * *

웨벡스의 간판 스타인 세이코가 웨벡스의 중역 둘을 소환했다.

아이돌 관리 2실 실장 히무라.

가수 관리 본부장 미사토.

그 둘은 세이코에게 불려 회의실로 발을 들였다. 무거운 마음가짐으로 들어간 그곳에서 세이코가 말했다.

“파쿠 이사를…….”

“뭔 일인가 했더니, 에휴.”

히무라는 나쁜 기운을 털어내듯 옷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가보겠습니다.”

“거리감 느껴지니까 존댓말 쓰지 말아줄래?!”

세이코가 붙잡아서 히무라는 억지로 자리에 앉았다. 그가 뚱한 표정으로 세이코를 보았다.

“아직도 박 이사님을 포기하지 않았나? 애초에 5년이란 약속을 받아냈으면서, 굳이?”

“‘굳이’는 뭐야!”

세이코는 창피함으로 붉어진 뺨을 검지로 긁었다. 얼굴에 피가 몰려서 가려웠다.

“뭐, 뭐어, 사귀지만 않는다뿐이지 아예 관계를 가지면 안 된단 건 아니잖아…….”

미사토가 충격받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육체적 관계만 가지겠단 뜻이야?! 그런 관계 끝엔 아무것도 안 남아! 첫 번째 연애가 그딴 식이면 세이코쨩의 인생이 망가질 거야! 외로움을 쾌락으로밖에 채우지 못하는 망가진 인간이 될 거라구!”

“무슨 소리야?! 그런 생각한 적……!”

한 적…….

“어, 없거든!”

“안 되겠다. 내가 다시 세이코쨩의 매니저로 붙어야겠어.”

“내 쪽에서 사절이야!”

미사토가 다시 충격받았다.

“난 애가 아니니까!”

“맞는 거 같습니다만.”

“존댓말 쓰지 말라고!”

세이코가 히무라에게 마카를 던졌다.

다행히 빗나갔다.

“그래서, 박 이사님이 왜?”

“파쿠 이사는 내가 부르면 안 올 거야.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방법이 없어.”

“그냥 주식 사뒀다고 생각하고 묵히…….”

마카에 코를 얻어맞은 히무라가 비명을 질렀다.

“작전이 있어. 함께 올림픽 개막식을 보자.”

“세이코쨩네에서?”

“아니, 미사토네에서.”

“왜? 내 집이어야 할 필요가 있어?”

“있어!”

세이코의 얼굴에 계략의 그늘이 드리웠다.

“미사토네 집엔 잘난 케이팝 아이도루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유선이?”

“그래!”

세이코가 화이트보드를 쾅 내리쳤다.

“서유선 그 인간이 있으면, 파쿠 이사는 헬렐레하면서 올 거야!”

“그 시점부터 넌 진 거 아니야? 남자한테 지다니, 참으로 비참…….”

이번엔 마카에 앞니를 얻어맞은 히무라가 울부짖었다.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아티스트 나, 후나비키 세이코의 계책이야! 일명…….”

올림픽 같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감 줄이기!

“왜 하필 올림픽인데…….”

히무라가 마카에 얻어맞은 앞니를 문지르면서 물었다.

“치논쨩이 나오거든. 파쿠 이사는 치논쨩과도 인연이 있어. 이로써 계책의 모든 요소가 갖춰졌어.”

사람. 시간. 천명(天命).

“뭔가 이상한데.”

“그러니까 미사토, 그날 꼭 서유선을 집에 붙들어둬!”

“애초에 유선이는 내 집에만 있어.”

계획을 들은 후 미사토가 불안하게 되물었다.

“그런데, 박 이사님이 그런 이유로 오실까?”

* * *

“갈게요.”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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