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화
해외의 사람들이 소녀연맹에 입덕하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자료 중 하나가 바로 ‘소녀연맹 비긴즈’다.
소녀연맹 멤버들이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현재 멤버들의 인터뷰와 과거의 영상이 교차로 편집되는 방식이다.
이로써 소녀연맹에 자그마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점점 ‘인민’이 된다.
꿈을 위해 피, 땀, 눈물을 아끼지 않고 노력하는 다섯 명의 소녀들.
보는 사람은 피, 땀까지는 흘리지 않더라도 눈물은 흘린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고서도 어떻게 인민이 안 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봐도 재밌네.’
김채현은 기분 좋은 한숨을 뱉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소녀연맹 비긴즈’ 정주행을 마쳤다.
‘아니, 오랜만에 봐서 재밌는 게 아닌가?’
‘소녀연맹 비긴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진다.
성공한 현재의 소녀연맹과 과거의 그녀들을 비교하는 게 재밌기 때문이다. 소녀연맹이 더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소녀연맹 비긴즈’는 점점 더 재밌어질 것이다.
‘벌써 조회 수가 1,000만도 훌쩍 넘었네.’
아이돌 관련 다큐 영상이라곤 믿을 수 없는 조회 수였다.
물론, 김채현은 이 조회 수가 단순히 소녀연맹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해외에서 케이팝 아이돌 다룰 때 참고 자료로 자주 쓰인다니까.’
한때 ‘소녀연맹 비긴즈’는 해외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았었다.
한창 아이돌들이 해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던 시점이었다.
해외 언론이나 미디어는 ‘소녀연맹 비긴즈’를 자료로 삼아 케이팝 아이돌을 소개하곤 했다.
비상식적인 한국의 교육 풍토가 만들어낸, 아동학대에 가까운 트레이닝 방식이라고…….
‘깜짝 놀랐었지.’
김채현은 아이튜브 콘텐츠 중 리액션 영상을 좋아한다. 당연히 리액션의 주제는 케이팝 아이돌이었다.
그중에서 보았던 한 영상이 있었는데, 김채현은 아직도 그 외국인이 했던 말을 잊지 못했다.
‘한국 아이돌들은 어느 정도로 관리받나요?’
자막은 ‘관리’로 표기됐지만, 그 외국인은 분명 ‘Management’가 아니라 ‘Control’이라고 말했었다.
그제야 김채현은 외국인들이 아이돌을 비판할 때 주로 쓰는 ‘비상식’이나 ‘아동학대’의 뜻을 이해하게 됐더랬다.
그들의 눈에 아이돌은 관리되는 게 아니라 조종되는 것이다.
‘인더스트리얼 베이비’란 단어도 그때 처음 알았다. 산업이 낳은, 자아가 없는 꼭두각시.
“……어쩔 수 없잖아.”
그만한 통제가 없고서야, 어떻게 춤과 노래를 동시에 숙련한 뮤지션이 해일처럼 쏟아져 나올 수 있겠는가.
어쨌거나, ‘소녀연맹 비긴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엔터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통했다.
“…….”
김채현은 오랫동안 모니터를 보아서 그런지 눈이 침침했다. 하지만 그녀는 영상 보길 그만두지 않았다.
‘내일이 우리 소련이들 컴백이야.’
그 전에 소녀연맹의 영상 시리즈들을 복습하고 싶었다.
김채현은 ‘우리들의 프로듀싱’ 시리즈 재생목록으로 들어갔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 백설하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