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세이코의 외침을 가장 먼저 인지한 건 당연히 성필이었다.
그보다 늦게 치논이 세이코의 접근을 인지했다. 가후 세이코의 혼신을 담은 고함은 기차 경적과 맞먹는 데시벨로 치논의 청각까지 닿았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세이코는 손에 든 컵을 상대가 잘 볼 수 있도록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당연하게도 주말연속극의 한 장면처럼 커피를 쏟을 생각은 없었다.
세이코는 겁이 많다.
비이성적인 분노가 몸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치논과 육체적인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세이코는 손에 무기(커피)를 든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을 것이었다. 치논도 그러리라 생각하고 자위 수단으로써 잔을 들었다.
자신이 먼저 싸움을 거는 모양새지만 아프긴 싫으니까…….
“친구라고 생각했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 이른 세이코의 걸음이 꼬였다.
상대를 위협하려 성큼성큼 다가간 의미도 없이, 그녀가 볼품없이 휘청였다.
“아?”
동시에 세이코가 든 잔도 꺾였다. 그 안에 든 커피도 쏟아졌다.
성필이 33살이라곤 믿을 수 없는 기적적인 반사신경으로 급히 몸을 일으켰다.
세이코가 정신을 차리고, 치논이 입을 가리며 경악하고.
그리고.
“아아악! 아아 뜨거! 뜨거!”
성필이 털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몸을 파닥거리면서 가슴께에 묻은 커피를 털어냈다.
“뜨거, 뜨, 뜨…… 안 뜨겁네?”
그 순간 성필은 시끄럽던 카페가 조용해졌음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십 명이 이쪽을 보는 중이었다.
* * *
“오토나시 씨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젠 본부장인 미사토가 치논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혔다.
치논은 괜찮다면서 나긋이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미사토는 사과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오토나시 치논은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고, 그래미 수상자이고, 올림픽 개막식 연주까지 맡은 거물 아티스트였다.
게다가 굳이 그런 이유를 댈 필요도 없이, 세이코가 치논에게 위협을 가했으니까.
“저한테는 아무 일도 없었는걸요. 정말 괜찮아요.”
치논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오히려 자기가 미안하다는 듯 허리를 살짝 숙였다.
“죄송해요.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겠어요.”
“아닙니다. 세이코쨩 아니, 세이코를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따로 또 사죄를 드리러…….”
미사토는 계속 치논을 따라가면서 사과했다.
치논은 따라오는 미사토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물러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미사토에게 등을 돌리지 않아서, 뒤로 걸으면서 미사토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치논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자 미사토는 굽혔던 허리를 펴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박 이사님, 이걸, 어떻게…….”
“저는 이제 진짜로 괜찮아요.”
성필은 커피를 맞은 당사자로서, 미사토에게 치논보다 더한 사과 세례를 받은 참이었다.
당장 새 옷을 마련해주겠다면서 백화점으로 뛰어가려는 것을 성필이 겨우 말렸었다.
“이제 제 차례죠?”
성필이 응접실 문을 가리켰다. 미사토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접실 안에는 세이코가 기다리고 있다. 방금 저 안에서 치논과 속을 터놓고 화해한 것이다.
이제는 성필이 들어가야 했다.
미사토가 죄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박 이사님, 세이코쨩이…….”
“고의가 아닌 거 알아요. 저도 크게 뭐라고 할 생각은…….”
“크게 뭐라고 해주세요.”
“네?”
미사토는 자신을 세이코의 부모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생각한 세월이 15년을 넘었으며, 세이코의 정서나 행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세이코쨩은 사과에 익숙하지 않아요. 자기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결과를 계산하는 것도 미숙하고요.”
‘뉴아사’ 때도 그러했다.
그녀는 성필에게 인정받겠단 이유로 ‘뉴아사’ 출연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뉴아사’에서 이겨봤자 성필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줄 리가 없었다.
성필의 담당 아이돌 그룹인 소녀연맹을 꺾고 얻어낼 승리였을 테니까. 심지어 식구가 된 소녀연맹을 보기 좋게 쓰러뜨려서, 웨벡스에게도 안 좋은 결과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세이코는 그런 인과를 머릿속에 전혀 넣지 않았었다.
“제가 뭐든 다 해주던 기간이 길다 보니 자기감정에 충실한 애가 됐어요.”
세이코는 미사토를 좌뇌처럼 썼다.
세이코 자신은 우뇌로 예술적이고 감정적인 일에만 몰두하고, 그 외의 복잡하고 계산적인 일 처리는 모두 미사토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번 기회로 책임이란 개념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한테 커피를 쏟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그러면 벌을 받는다는…… 그런 책임이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세이코가 너무 모자란 애처럼 보이잖아요.”
“죄송합니다.”
성필은 노크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이코는 문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녀는 성필의 기척을 느끼고도 돌아보지 않았는데, 어깨가 움찔 떨리는 것을 보니 무서워하는 듯했다.
성필은 성큼성큼 세이코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침묵했다.
‘크게 뭐라고 해달라고 하셨지.’
성필은 세이코가 왜 치논에게 커피를 쏟으려 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세이코의 오해로 비롯된 일인 듯했다.
‘일단은 사람에게 액체를 끼얹으려 하는 게 비상식적인 일이란 것부터 깨닫게 해줘야겠지.’
세이코는 어지간히 화가 났을 것이다. 그래서 치논에게 커피를 쏟으려 했겠지.
하지만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어지간히 화가 나더라도 커피를 붓거나 끼얹지는 않는다.
물론 세이코는 고의가 아니라 다리가 꼬여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긴 했으나, 자기 것도 아닌 커피를 들고 치논에게 다가간 저의 자체가 문제였다.
‘먼저 말 꺼낼 때까지 조용히 하자.’
침묵은 상상을 유발한다.
상대의 의도나 감정을 모르게 만들어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전생에서 많은 연습생을 관리했던 성필은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잘 알았다. 성인(30세)에게 이 방법을 쓰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
세이코는 고개를 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있는 다과 바구니에서 손가락 크기의 스낵들을 하나씩 꺼내고 있었다.
꺼내어서 포장을 까고 내용물을 포장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다.
그것을 반복했다.
테이블 위에는 세이코가 늘어놓은 스낵들이 군대처럼 열을 이뤄 줄지어 있었다. 치논과의 화해가 끝난 후부터 성필과 만난 지금까지 반복하고 있던 듯하다.
‘진짜 어린애인가?’
마냥 가만히 있기는 불안하고, 또 성필의 얼굴을 보는 것도 무서우니 딴짓에 집중한다.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 할 법한 일이 아니었다.
저런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일을…….
“파…….”
그때 세이코가 입을 열었다.
억지로 진정하려는 게 느껴지는, 떨림과 경직이 동시에 담긴 목소리였다. 스낵 포장을 뜯는 손이 안쓰럽게 움찔댔다.
“파쿠 이사. 이거, 이거 먹을래요……?”
세이코가 포장을 깐 초콜릿바를 하나 테이블 앞으로 슥 밀었다.
“맛있어요…….”
“세이코 씨.”
“넵!”
성필의 부름 한 번에 이제껏 테이블만 보던 세이코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한테 과자를 권하시기 전에 하실 말씀이 있지 않을까요?”
세이코의 고개가 다시 아래로 천천히 떨어졌다. 그녀의 속눈썹이 슬프게도 떨려왔다.
“미안해요…….”
“…….”
성필은 세이코가 내민 초콜릿바를 집어 먹은 후, 아까보다 목소리를 부드럽게 다듬었다.
“왜 그러셨어요.”
“…….”
“치논 씨가 세이코 씨를 화나게 하셨어요?”
“…….”
“이유가…….”
“치논이!”
이후, 세이코의 억울함 가득 찬 변명이 이어졌다. 내용은 이러했다.
성필과 치논이 아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치논이 성필을 이름으로 불렀다. 자기도 아직 ‘파쿠(박)’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치논이 성필에게 작업을 거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 무슨 배신이냐. 자기는 치논을, 친구를 믿고서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았더니 이렇게 돌아오다니. 세상 참 믿을 사람 없고 너무 서럽고 너무 화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
“아, 알겠어요.”
성필은 그녀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치논 씨가 정말 그러셨어요?”
“아뇨…….”
“맞아요. 치논 씨는 안 그러셨어요. 제가 먼저 말을 걸었던 거예요.”
“왜요?”
“네?”
“왜 먼저 말 걸었어요?”
“연주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이유로 말을 건다고요?”
성필은 이상함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듯했다.
“지금 그 얘기가…….”
“소녀연맹이 활동 마칠 때까지 연애할 생각 없다면서요! 아, 아니면 육체 유희 파트너는 따로예요?!”
“제가 일본어 뉘앙스에 안 익숙하긴 한데 굉장히 천박한 느낌이 나는 건 알겠네요.”
“이러면 제 고백을 거절하신 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만 붕 뜨는 거잖아요!”
성필은 세이코의 당돌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고백을 거절한 사람 앞에서 고백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니, 세이코의 상처도 많이 아문 모양이다.
“뭐가 우스워요!”
“참, 세이코 씨답네요. 언제 어디서나 의기양양하시고.”
성필은 칭찬의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세이코는 그것을 비난이라고 이해한 듯했다.
세이코는 아까까지의 날카로운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위협을 맞아 구석에서 몸을 만 햄스터처럼 변해버렸다.
“세이코 씨. 5년 뒤에 저희 다시 식사하기로 했었죠?”
“……네.”
“그때 꽃미남 밴드맨이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던 분이, 제가 누구랑 같이 얘기하는 게 신경 쓰여요?”
“4개월밖에 안 지났잖아요…….”
“그럼 언제쯤 제가 연애하면 이런 일이 없을까요? 2년 뒤? 3년 뒤?”
“…….”
“정말로 5년 뒤?”
세이코의 눈꼬리가 슬픔을 담아 내려갔다.
“저도 파쿠 이사 같은 사람이 쭉 솔로일 거라곤 생각 안 해요……. 그, 근데 저를 거절한 이유가 소녀연맹인데에……. 소녀연맹이 멀쩡한데 다른 여자랑 어울리는 건 그냥 제가 싫단 거잖아요오…….”
이미 세이코의 머릿속에선 성필과 치논이 찐하게 이리저리 얽혀 있는 듯했다.
성필은 손뼉을 쳐서 그녀의 망상을 없앴다.
“알겠어요. 5년이죠?”
“네?”
세이코는 자기가 들은 말이 맞냐는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5년.”
“아, 설마, 정말…….”
“어차피 저는…….”
그때 응접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특수부대가 진입하듯, 소녀연맹 멤버들이 신속히 응접실로 들어왔다.
“박 이사님!”
장하양이 창백하게 질려서 성필을 찾았다. 그리고 그의 가슴께에 누런 커피가 말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장하양이 눈에 칼날을 세웠다. 그 칼날은 세이코에게로 향했다.
“이 대가리에 똥만 찬 년이(코노 노미소 온나가)……!”
“히에에엑!”
세이코가 테이블을 뛰어넘어 성필의 뒤로 도망쳤다. 그녀는 성필의 뒤에 숨어 어깨 너머로 장하양을 두려운 듯이 바라보았다.
또한 멤버들도 벙쪄서 장하양을 바라보았다. 특히 리카가 그러했는데, 장하양이 이토록 일본어 욕을 잘 구사할 줄 예상치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언니 코와이(무서워)…….”
장하양이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마땅한 물건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각고의 노력을 들여 단련한 전완근이 글리코겐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얼마 안 가 수백 킬로그램의 물리력을 지닌 공격으로 화할 힘이, 그녀의 주먹에 은은히 서렸다.
“하양 언니 막아!”
조아라와 신아름이 달려들어 장하양의 양팔을 구속하고 벽으로 밀어냈다.
“이사님 괜찮으세요?”
백설하가 조심스럽게 성필에게 접근했다.
그녀들은 카페에서 일어났던 일대 사건을 전해 듣고는 바로 성필을 찾아왔다.
그 사건은 이미 웨벡스 내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세이코가 성필과 어느 여자에게 위협을 가했노라고 말이다.
주말연속극에서나 볼듯한 풍경이었던 터라,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각종 추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괜찮아 얘들아. 식은 커피였어.”
“아, 다행이다…….”
백설하는 전신의 힘이 풀렸다.
성필이 커피를 뒤집어썼다는 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백설하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했었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성필이 붕대를 감고 입원하는 것부터, 흉측해진 얼굴로 세상에 나가길 거부하는 성필의 곁을 변함없이 지키는…….
‘아, 아니 어떻게 계속 변함없이 지켜! 아이돌 활동해야지!’
그래도 일을 마치면 꼭 하루에 한 번씩은 들러서 성필과 말동무…….
‘망상 그만해!’
백설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선배님!”
리카가 백설하의 옆에 당당하게 섰다.
“사랑에는 포기도 중요해요! 아무리 박 이사님이 철벽을 친다 해도 커피를 쏟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가지지 못하면 부숴버린다는 건 너무 구시대적인 퍼스널리티예요!”
멤버들은 세이코의 마음을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세이코가 성필을 집에 초대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당시 성필의 태도로 보건대 어떤 일이 있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식은 커피면 다야?! 당장 저년……!”
“하양 언니 그 말들 되게 안 좋은 거 아시나요?! 사회에서 그 욕들 쓰면 당장 매장이라구요! 애초에 누구한테 배운 건가요!”
“얘들아 그만.”
성필이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확 식었다.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던 멤버들이 서서히 제정신을 찾기 시작했다.
“그만. 진정하자.”
남들이 보면 코미디라도 하나 싶을 만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소녀연맹이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있었다.
세이코가 관련되었으니까.
그냥 보통 사람이 성필에게 커피를 쏟았다면, 멤버들도 ‘무슨 일일까?’라고 막연히 궁금해하거나 성필을 걱정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이코가 관련되어버렸다.
성필을 일주일간의 혼수상태에, 한 달간의 병원 신세에, 또 약 두 달간의 목발 신세로 빠뜨린 여자가 벌인 일이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세이코 씨는…….”
“당장 저 여자 이사님 등에서 떨어지라고 해요! 저거 계속 둘 거예요?!”
“……하양이 원래 이런 성격이었어?”
멤버들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필은 이렇게 또 장하양의 숨겨진 면 하나를 보게 됐다.
아무튼 응접실 안은 평화를 찾게 됐다.
소파 한 편에는 성필과 그 뒤에 쭉 늘어선 소녀연맹.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선원들에게 사로잡힌 알바트로스처럼 쓸쓸하게 어깨를 굽힌 세이코.
예정에 없던 칠자대면(七者對面)이 시작됐다.
“어쨌든 세이코 씨가 왜 그러셨는지는 알겠어요.”
“……네.”
성필은 평소와 같은 다정한 얼굴이었다. 소녀연맹 멤버들에게 보여주는 얼굴 말이다.
그것을 보고, 멤버들은 성필이 세이코의 만행을 용서해주리란 것을 깨달았다.
리카는 시원 섭섭히 생각했다.
‘이사님이 큰일을 당하셨지만 상대가 세이코 선배님이시니까.’
백설하는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하고 걱정했다.
‘이대로 끝내도 되는 건가? 이사님이 강하게 말씀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하마터면 화상 입고 병원에서 몇 년 동안 말동무는 나밖에 없이 지낼 수도 있으셨는데?’
조아라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 성격에 이럴 수밖에 없지. 이런 꼴 당하고도 용서할 인간은 아저씨밖에 없을 거다 진짜. 바보같이…….’
장하양은 여전히 조아라와 신아름 사이에 붙잡혀 있었다.
‘(검열).’
신아름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엔 저 여자가 뭘 할 줄 알고? 저 여자한테 접근 금지 명령이라도 내려야 하는 거 아냐? 하 씨, 끝나고 팀장님한테 말해야겠다. 자기가 당한 일에는 무르기만 해서…….’
모두의 걱정 속, 성필이 말했다.
“저 5년 동안 연애 안 해요. 그럼 됐죠?”
침묵, 그리고.
“……!”
“……???”
“……? ……! ……?!”
“……. ……. …….”
“……?”
소녀연맹, 당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