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354화 (354/760)

354화

“무슨 일이야!”

성필이 무대 앞에 도착했다.

무대 바깥의 계단을 타고 갈 생각도 못 하고, 자신의 키와 엇비슷한 무대를 붙잡고 암벽 오르듯 올라왔다.

멤버들이 선 모습을 보니 대강 상황을 알 만했다.

‘아라가…….’

조아라가 바닥에 누워 있다. 이곳이 집이라는 것처럼 편안하게.

그 앞엔 신아름이 서 있었다.

‘아라가 너무 많이 쉬어서 아름이가 화났나?’

벌써 연습이 5시간을 넘었으니 지칠 만도 하다. 성필이 불안하게 조아라를 보자, 그녀는 흐느적흐느적 팔을 올려 스포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저씨, 신아름 쟤한테 뭐라고 좀 해요. 나 누운 지 43초밖에 안 지났는데 막 소리 지르잖아요.”

“어?”

성필이 당황해서 신아름을 보았다.

신아름은 설마 성필이 뛰어올 줄은 몰랐는지 멋쩍게 웃었다.

“아, 아니이, 다들 축 늘어져 있으니까 분위기 좀 달아오르게 하려고 했어요.”

성필은 무대 위, 아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이쪽을 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엔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렇구나. 축 늘어져 있어서…….’

소녀연맹이 이곳에 도착한 지 5시간이다.

즉, 연습이 5시간 이어졌단 뜻이다.

백댄서들은 그보다 일찍 왔고, 밴드 세션은 또 그보다 일찍 왔다.

그리고 무대를 관리하는 스태프들은 그들보다 훨씬 일찍 왔다. 새벽부터 와서 무대를 설치했던 것이다.

‘아름이가 아라한테 소리 지른 건…….’

우리만 힘든 게 아닌데, 피곤하다면서 바닥에 드러눕는 건 다른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곧이곧대로 조아라에게 조곤조곤 말하면, 별거 아닌 일로 말다툼하는 여느 때처럼 조아라가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았겠지.

‘그래서 일부러 장난스럽게 소리 지른 거네.’

성필은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음에도 정확한 판단을 마쳤다.

그가 조아라를 부르려던 순간.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신아름 네 말이 맞네.”

조아라가 가볍게 허리를 튕겨서 그 반동으로 벌떡 일어났다. 성필이 화들짝 놀랐 아니, 살짝 놀랐다.

“콘서트에선 휴식 시간 못 늘리는 게 맞지.”

“까, 깜짝 놀랐잖아 아름아…….”

백설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갑자기 신아름이 악에 받쳐 소리 지르니, 그녀가 누군가를 붙잡고 싸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백설하는 리더로서 그런 사태는 겪고 싶지 않았다. 특히 보는 눈이 많은 이곳에서는.

“에휴.”

성필이 한숨을 쉬면서 신아름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헝클어뜨렸다. 신아름은 신나게 웃으면서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물론 정말 벗어나진 않았다.

“그렇게 소리치면 어떡해. 다들 놀라셨잖아.”

“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신아름이 360도로 허리를 굽힌 후, 성필을 보며 ‘됐죠?’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성필은 무대를 내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홍규헌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시게요?”

“어. 박 이사는?”

“저는 애들 끝내는 거 보고 가게요.”

“해 다 질 때까지 있으려고? 박 이사 때문에 매니지먼트팀 인원 감축 논의해야겠는데.”

“하하…… 적당히 보고 갈게요.”

홍규헌이 가고, 성필은 다시금 리허설에 빠져들었다. 그는 리허설 무대마다 관객의 심정이 되어 이입하려 했다.

‘……모르겠어.’

관객들이 좋아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앨범과 곡을 준비할 때와는 다르다.

‘이거 먹히겠네?’란 느낌이 안 온다.

제작자는 본인의 창작물이 타인에게 어떤 반응을 받을지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한다.

현재의 성필이 딱 그러했다.

물론 성필은 콘서트의 모든 게 마음에 쏙 들지만…….

‘팬들은 어떨까?’

* * *

김채현, 탈덕 위기!

야자 시간, 그녀는 본인의 책상에 뺨을 처박고 의미 없는 신음을 흘리는 중이었다.

좀비 같은 ‘으어어’ 소리가 퍼져갔다. 하지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곧 자율 학습이 끝나는 터라, 다들 수다 떨기에 바빴으니까.

‘소련이들 언제 컴백해……?’

공백기가 10개월을 넘었다.

대체 뭘까?

‘가, 가로 엔터가 중소라서 망했나? 망할 거면 소련이들로 번 돈 다 토해내고 망해!’

아니, 돈을 못 벌어서 망하는 건가?

김채현은 우울하게 책상에 뺨을 문질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자리를 보았다.

‘수현이…….’

몇 주 전, 백수현이 사라졌다.

선생님은 백수현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서 못 온다고만 했을 뿐, 그 이상의 정보는 주지 않았었다.

김채현은 덕질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한 명 사라져서 학교에 올 맛이 줄어들었다.

‘내가 매일 사무엘이랑 얼굴 비교해서 화났을까? 근데 수현이 네가 너무했잖아…….’

백수현이 사라지기 또 몇 주 전부터, 그는 자신의 비주얼과 현역 아이돌들의 비주얼을 비교하면서 ‘나도 꽤 생기지 않았냐?’라고 묻곤 했다.

당연히 어이는 물론 강냉이까지 다 털릴 만큼 어처구니가 없던 김채현은 ‘지랄 NO’라며 신랄하게 비웃었었다.

‘그때마다 이상하게 수현이 기분이 상했어서, 재밌어서 일부러 더 놀렸는데…….’

정말 그게 문제였을까?

예로부터 사람 외모 지적은 함부로 하지 말랬다. 그건 잘생긴 사람에게도 통용되는 거였나?

‘날씬한 사람한테 살쪘다고 하는 건 놀리는 거 아니잖아! 아, 아닌가?’

아무튼, 백수현이 왜 나오지 않는가는 곧 밝혀졌다. 그가 프로젝트 포유 시즌 2에 얼굴을 보이고 나서였다.

전혀 논리가 없지만, 김채현은 그때 죄책감을 느꼈었다.

‘내가 매일, 현역 아이돌이랑 너를 어케 비교하냐 이 빙시야 아하하하핰, 이라고 놀려서 진짜 비교되려고 나간 건가?!’

강함을 증명하려고 무술 대회에 나가는 만화 캐릭터도 아니고…….

요지는, 백수현이 사라져서 쓸쓸하단 것이었다.

야자를 마친 김채현은 친구 이선주와 함께 하교했다. 운동장으로 나오자, 문득 최근엔 신경 쓰지 않게 된 공간이 보였다.

“선주야.”

“응?”

“저기서 사진 한번 찍을래?”

조아라가 졸업 사진을 찍었던 장소였다.

김채현과 이선주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게도, 조아라의 모교란 이유만으로 이 학교에 진학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걸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이선주는 피식 웃으면서 카메라를 꺼냈다.

“요즘 왜 애가 매가리가 없나 했더니, 소녀연맹 때문이었구나?”

파앗,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철봉에 등을 기댄 김채현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그렇게 몇 개의 사진이 더 찍혔다.

“응……. 10개월은…… 너무 길잖아…….”

소속사가 소녀연맹으로 번 돈으로 딴짓하는 건 아닌가 싶을 들 정도다.

“너도 케이어스 파볼래?”

“수현이가 그립다 증말.”

“그래도 소련이들 곧 컴백할 거 같잖아. 다행이네.”

“응?”

“어?”

김채현과 이선주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보았다. 김채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곧 컴백한다니……?”

“어…… 며칠 전에 트잇터에 떡밥 돈 거 안 봤어?”

안 봤다.

소녀연맹의 공백기가 길어지고, 김채현은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 가고 있었다.

자연스레 트잇터에도 접속하지 않게 됐는데, 떡밥이 돌았었다고?

“뭐, 뭐, 무슨 내부자 유출이라도 나왔어?!”

“놓고 말해!”

이선주가 김채현의 우악스런 손길을 떨쳐내고, 해당 트잇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이거 러시아 인민이가 올린 건데…….”

* * *

플레하노브가 운영하는 지하 카페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의 카페 매상의 약 30%를 차지하는 군인 시절 친구들(손님)이 적습에 반응하듯 황급히 일어났다.

“아, 로자로군.”

갑자기 찾아온 존재가 적이 아니란 것을 확인한 손님들이 다시 앉아서 커피를 만끽했다.

“로자, 어서 와라.”

플레하노브가 행주를 내려놓고 로자를 맞았다. 하지만 로자의 기색이 이상했다.

그녀는 문틀에 몸을 기대면서 이상하게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입에 머리카락 몇 가닥까지 문 참이었다.

‘소녀연맹 공백기가 길어져서 드디어 돌아버린 건가?’

플레하노브는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오는 로자를 안쓰럽단 듯 바라보았다.

“플레하노브, 마시고 싶은 거 시켜요.”

“내가 마시고 싶은 거? 항상 가난한 대학생이라면서 한탄하더니, 어디서 돈이 나서?”

“후후, 제가…….”

“제일 비싼 원두로 10잔 시켜도 되겠지?”

“사람이 정도란 걸 알아야죠!”

플레하노브는 적당한 커피를 내렸다.

로자는 다시 평정을 찾고, 자부심이 가득 담겨서 말했다.

“제가 드디어 에이전시에 진 빚을 다 깎았어요!”

“정말이냐! 축하하지 않을 수 없겠군!”

“케이크라도 주시게요!”

“그냥 말로만 축하할 건데?”

“…….”

“축하한다.”

“……고마워요.”

말만인 축하지만, 기쁘기 그지없었다.

플레하노브 또한 그러했다.

‘갑자기 모델로 캐스팅됐다기에 사기당한 건 아닌가 했는데.’

빚을 깠다니, 다행도 그런 다행히 없었다.

적어도 에이전시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단 소리였으니 말이다.

“세상이 드디어 저를 알아본 거죠.”

“빚이 얼마였지?”

“최고치를 찍었을 때 7만 루블요.”

모델의 초기 활동 자금은 에이전시가 빚으로 달아두고 제공한다.

외국 오디션을 보기 위한 비행깃값이나 에이전시 소개료 등으로, 모델은 활동하면 빚이 쌓인다.

로자는 드디어 그 빚을 까고 수익이 생기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인생 망하나 싶었는데 빛이 들었어요!”

“믿고 있었다.”

“전엔 제 회사 부수겠다면서요.”

“네가 사기당한 줄 알았으니까!”

플레하노브와 로자가 커피잔으로 건배하며, 그녀의 성공을 축하했다.

“이제 돈 벌 일만 남았어요. 그리고 놀라지 마요. 제가 어디로 촬영하러 가게요?”

“프랑스.”

“손나 바카나(그런 바보 같은)?!”

“아직은 내 직감이 죽지 않았군. 프랑스에서 뭐, 패션 모델이라도 하러 가나?”

“아마 광고 같아요. 정확한 사항은 안 알려주더라고요. 그게에, 클라이언트가 제 프로필을 보자마자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단 거예요! 이미지에 딱 맞다고요!”

로자가 다시 머리카락 몇 가닥을 물고 눈에 힘을 풀었다.

“설마, 프로필을 그런 식으로 찍은 건 아니겠지?”

“사람 뭘로 보고요.”

“하하, 그렇지?”

“이것보다 훨씬 뇌쇄적이죠! 러시아의 기상을 담아서!”

“신이시여…….”

그렇게 로자는 국위선양을 위해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것이었다.

프랑스에 도착하고, 그녀는 본인이 속한 러시아 에이전시와 연결된 프랑스 에이전시 직원과 만났다.

그는 일정을 알려주고 자가용으로 로자의 이동을 도왔다.

‘이런 것도 다 돈이란 거지?’

하지만, 이번 일은 빚이 아니라 수익이 된다.

로자는 평소보다 훨씬 들떴다.

도착한 곳은 대도시란 명성이 걸맞지 않게 한적한 거리였다. 여기저기 식당과 카페에서 내놓은 오픈 테라스가 즐비했다.

사람은 적었지만, 파리의 명성을 대변하듯 모든 곳이 눈이 돌아가게 낭만적이었다.

‘따뜻해!’

다른 거 다 제치고 따뜻해서 행복했다.

이대로 길바닥에 누워서 잠들더라도 얼어 죽지 않을 듯하다.

“반갑습니다.”

클라이언트인 영상 감독은 동양인이었다. 거기다 촬영 스태프 또한 죄다 동양인이었다.

로자는 그와 악수한 후, 촬영 준비로 분주한 현장을 관찰했다.

‘동양인 촬영팀에, 배경은 프랑스고, 배우는 러시아인?’

참으로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풍경이다.

로자는 스타일링 스태프로부터 메이크업을 받았다. 그리고 옷까지 갈아입은 후, 촬영에 쓰일 소품을 전달받았다.

동양인 감독이 그녀에게 대본을 주고, 통역가를 거쳐서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연기는 없습니다. 서 있거나, 뛰거나, 걷거나. 이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유의해주실 건 비장미를 연출하는 겁니다. 비장하게 보여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로자는 그의 설명에 집중하지 못했다. 받은 소품에 정신이 꽂혔기 때문이었다.

‘붉은 깃발…….’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

광고라고 듣긴 했지만, 꼭 광고 제품을 가지고 촬영해야 한단 법은 없으니까. 제품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소품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거, 보라색 손수건…….’

보라색은 소녀연맹 장하양의 상징색이다. 공식적으로 회사가 인정하진 않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 장하양과 자주 연관된다.

스타일리스트는 보라색 손수건을 로자의 오른쪽 어깨에 매주었었다.

‘보라색 손수건을 오른쪽 어깨에 멘다고?’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아니, 확실하게 어디서 봤는지 말할 수 있다.

‘롱 포 뮤직 비디오 하양이 티저에서, 하양이가 똑같은 위치에 손수건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었잖아.’

너무 절묘하다.

대체 뭘까, 이건…….

화룡점정은 다음 소품이었다.

“이걸 다른 손에 들어주세요.”

보라색 튤립.

이 정도가 되면 모를 수가 없다.

로자는 튤립과 깃발을 각각 손에 쥐고선,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감독…… 어,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통역가가 말했다.

“‘조’라고 불러달라고 하십니다.”

“예, 조 감독님. 이거, 그…….”

“뭔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도?”

로자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촬영은 한 시간 약간 더 이어졌다.

조정훈의 말마따나 전문성을 요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며, 로자가 역할을 잘 수행했기도 하다.

“와, 저 러시아 사람 되게 감정을 잘 잡네요.”

“그러게. 꼭 우리 스토리를 아는 거 같은데?”

“외모가 맞아서 그럴까요?”

“그치? 프로필 보자마자 딱 감이 오더라니까.”

조 감독과 팀원의 대화는 한국어라서 로자가 들을 수 없었다.

로자는 촬영을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녀가 원래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떠나려던 차, 소품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들에 눈이 갔다.

붉은 깃발과 보라색 손수건, 그리고 몇 개의 튤립.

“…….”

로자는 핸드폰을 꺼내 빠르게 그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로자 씨, 수고하셨습니다.”

“네,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인사를 마치고 에이전트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에이전트는 시간이 남았으니 간단하게 관광을 해도 된다 하였으나, 로자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로자는 채팅 어플로 플레하노브에게 연락했다.

[이거 그거죠?]

[뭐냐?]

[제가 촬영에 쓴 소품이요. 이거 아무리 봐도…….]

소녀연맹이 뮤직비디오를 찍는 거 같다.

그게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된다.

동양인 감독이 프랑스까지 와서 대규모 촬영 인원을 운용하며 러시아 모델을 배우로 쓴다고? 단순한 팬 영상 촬영 같은 건 절대 아닐 터다.

많은 자본이 들여진 일이 틀림없다.

많은 자본이 필요한, 아이돌 콘텐츠 촬영…….

“확실히 그렇겠군요.”

러시아.

플레하노브의 설명을 들은 카페의 단골손님. 로자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플레하노브의 동료들 사이에서 ‘선전관’이라 불리는 사내.

그가 눈을 빛냈다.

“그 사진 저한테도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플레하노브?”

“어디다 쓰려고?”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플레하노브는 아무런 의심 없이 사진을 넘겨주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는 선전관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는 SNS 중독이었다.

‘이거 트잇터에 올리면 리트잇 1만 회는 반드시 넘는다!’

선전관은 ‘소녀연맹이 컴백을 준비하는 것 같다!’란 내용의 트잇을 연달아 올렸다. 증거 사진까지 착실히 첨부했다.

그의 예상대로 리트잇 수는 착실하게 늘어났다.

러시아 케이팝 커뮤니티에서만 공유되던 글은 어느새 국경을 넘어, 세계 각지의 인민이들에게로 퍼져나갔다.

하나의 유령이 트잇터를 배회하고 있다.

‘소녀연맹 컴백’이라는 유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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