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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325화 (325/760)

325화

한국으로 돌아가기 5일 전.

소녀연맹의 모든 일본 스케줄이 끝을 맺고, 멤버들은 저마다 휴가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개백수 이사님이라고 놀림받던 성필 또한 한시름 놓은 상태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박 이사님.”

히무라가 직접 탄 차를 성필에게 내놓았다.

성필은 황송하단 듯 그것을 받았다.

“저보다 실장님이 더 힘드셨죠.”

히무라는 소녀연맹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으니, 업무 강도가 상당했을 것이다.

심지어 소녀연맹이 기대 이상으로 유명세를 얻어서,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업무가 훨씬 많았겠지.

“하하.”

히무라는 딱히 대답하지 않고 웃음만 흘렸다. 그 안에 일을 끝낸 자의 후련함이 배어 있었다.

“다 소녀연맹 분들이 워낙 뛰어나셔서 그런 거겠죠. 마음 같아서는 몇 개월 더 일본에서 활동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과 농담이 반반 섞인 말이었다.

소녀연맹은 한창 일본에서 상한가를 치는 중이다. 이미 데뷔 활동을 끝냈으나, 마음만 먹는다면 뻗어나갈 분야가 넘친다.

‘차라리 일본에서 계속 활동하는 편이 수익적으로는 더 나을 거라고까지 하니까.’

하지만 소녀연맹은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홈그라운드를 버린 팀에게 영광은 없다.

“곧 다시 만날 거예요.”

“……그렇군요.”

두 남자가 마주 보면서 웃었다.

곧 둘은 이제까지의 고생을 한데 담아 강하게 악수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예, 콘서트 때.”

일본 데뷔에 이은 소녀연맹의 다음 기획, 해외 투어.

투어 장소에는 일본도 포함되어 있다. 그땐 또 웨벡스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히무라가 그답지 않게 부정확하게 말을 뭉갰다. 그는 잠시 고민한 뒤 물었다.

“세이코 씨랑은 혹시 따로 만나거나 하셨습니까?”

“세이코 씨요?”

회사에서 마주치는 게 만나는 거라면 만나는 것이었다. 딱히 따로 만난 적은 없었다.

성필이 ‘없다’고 하자, 히무라는 ‘역시 그렇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 그게, 다시 한번 세이코 씨를 구해준 데 감사를 표합니다.”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감사는 충분히 받았고, 이제 안 받아도 괜찮아요.”

성필은 세이코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 감사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녀가 활기차게 웃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뿌듯한지 모른다.

“그래서, 이왕 인연도 있으시니…….”

아까부터 히무라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는 마치 익숙지 않은 일에 끼어든 사람 같았다. 자신이 실수하는 건 아닌지 자꾸만 되짚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시기 전에 한 번 따로 뵙는 게 어떨까 합니다. 세이코 씨도 기뻐하실 겁니다.”

“아, 네. 그래야죠. 그런데 워낙 바쁘신 분…….”

“세이코 씨는 전혀 바쁘지 않으십니다. ‘완전 개백수’이십니다.”

히무라는 소녀연맹 멤버들에게 배운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결연히 말했다.

성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세이코와 대화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낸 적이 많진 않다.

하지만 성필은 세이코에게 묘한 친밀감을 느꼈다. 아마 그건 세이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려 목숨이 연관된 사이이니까.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히무라가 안심한 듯 미소 지었다.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 성필은 히무라가 했던 말을 떠올리곤 고개를 갸웃했다.

‘세이코 씨가 안 바쁘시다고?’

이상하다.

항상 성필과 이야기하다가 바쁜 일이 있다면서 떠나간 적이 셀 수 없이 많은데.

보컬 트레이닝이 있다거나, 피트니스 센터에 가야 한다거나, 또 무슨 취미 활동이 있다거나.

‘뭐, 전문적인 스케줄이 없단 뜻이겠지.’

* * *

약 3주 전.

“어…… 세이코쨩.”

미사토는 세이코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에 선 히무라조차 당황한 듯했다.

세이코가 상담이 있다기에 왔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러니까, 박 이사님을…….”

“조, 좋아하는 거, 같아.”

뭘까. 이 철 지난 드라마 여주인공이 뱉을 것 같은 대사는.

심지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시선을 피하고,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란 표정으로 새침하게 서 있기까지 하다.

“연기한 게 의미가 없던 건 아니군요. 어떤 캐릭터의 스테레오타입 같습니다.”

“히무라 무슨 뜻이야?”

미사토가 히무라를 사납게 노려보아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다시 세이코를 자상하게 바라보았다.

“좋아하면…… 연인이 되고 싶단 뜻이지?”

세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사토는 강렬한 현기증을 느꼈다.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가 ‘좋아하는 애가 있어’라고 말하는 걸 들은 듯하다.

그래, 벌써 이렇게 컸구나…….

‘30살에 드디어!’

세이코가 드디어 사랑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항상 노래랑 결혼했다면서 뻗대던 세이코가!

많은 시인들이 사랑은 인생의 전부거나, 최소한 인생의 절반이라고 찬양해왔던 세월이 인류사 6,000년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세이코는 드디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미사토는 기뻤다. 동시에 걱정됐다.

‘이 나이까지 연애 경험이 0인 애야.’

과연 격동의 연애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이코와 비슷한 나이대라면, 이미 단맛 쓴맛 다 보고 연애 시장으로 들어온 사람일 텐데.

‘세이코쨩이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배는 언제나 안전한 항구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막 만들어져 번쩍거리는 항공모함이라도, 항구에만 박혀 있어선 경험을 쌓을 수 없다.

거친 파도와 적의 공격을 겪어야만 바다를 당당히 누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 말곤 이런 부탁할 사람이 없으니까…….”

“저도 말입니까?”

“히무라는 남자잖아. 남자 마음 잘 알 거 같아서…….”

아무래도 마음이 꽤 확실한 듯했다.

미사토가 천천히 질문했다.

“세이코쨩, 박 이사님은 한국인이셔.”

“일본어 잘하니까 괜찮아.”

“이제 한국으로 떠나실 거야. 일본에 있는 기간은 1년에 2, 3개월밖에 안 돼.”

“……그건 좀 쓸쓸하겠지만, 괜찮아. 영상 통화하면 되잖아.”

“그 기간에도, 박 이사님은 일하러 오시는 거야. 너랑 많이 만날 수 없어.”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세이코가 자랑스레 가슴을 두드렸다.

“난 이해심이 넓어!”

“…….”

미사토가 히무라에게 눈짓했다.

둘은 잠시 구석으로 가서 머리를 맞대고 작전 타임을 열었다.

“미사토 본부장, 방금 그거…….”

“네. 박 이사님이 세이코한테 느낄 디메리트예요.”

즉, 성필은 세이코와의 연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살고, 1년에 고작 십수 번 만나는 게 전부일 연인.

“사귄 지 한 달 만에 헤어진대도 이해할 수준이라고요!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몇 년 동안 떨어져 있고도 사랑을 간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는 영화 속에나 있다.

만남은 만남으로 흔히 덧씌워지는 법이다.

“그리고 또…….”

미사토가 우울하게 눈썹을 떨어뜨렸다.

“세이코쨩한테는 정신적인…… 그게…….”

“더 말 안 해도 됩니다.”

세이코는 정신 질환을 겪고 있다.

한사코 거부하던 정신과 치료를, 그날의 일이 있고 나서 착실하게 받는 중이다.

예상외로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기존에도 보여주던 모습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요…….”

“조금 더 빨리 손을 쓸 수 있었다면…….”

웨벡스가 세이코에게 일을 그만두길 지속적으로 권유했던 건, 그녀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으면 해서다.

건강하지 않은데 활동이 문제인가?

웨벡스의 그런 접촉을 세이코가 ‘나를 버리려는 거지?’란 식으로 대했기에 이뤄지진 못했지만 말이다.

“박 이사님이 좋게 생각하시리라곤 믿기 어려우니까요…….”

“총체적 난국이군요.”

계산 결과, 세이코의 소원이 이뤄질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다.

물론 단점만 고려하면 그렇다.

“어필 포인트는 뭐가 있죠, 본부장?”

“일단 우리 세이코쨩은 예뻐요!”

“…….”

“객관적으로 예쁘다구요!”

“예, 압니다.”

단지, 히무라는 성필의 곁을 채운 소녀연맹 멤버들이 떠올라서 잠시 말이 막혔던 것이다.

히무라마저도 연예인만 보고 살다 보니 눈이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성필이라고 안 그럴까.

‘심지어 젊은 애들 옆에 둘러싸여 있는데.’

하지만 히무라는 성필이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춘 남성이라고 믿었다.

“신체적으로는 어필하기 힘들겠군요.”

“……그러게요.”

세이코는 정신적, 신체적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차도가 있지만, 그녀의 몸은 꽤 말랐다.

남자든 여자든, 타고나거나 단련된 몸매는 상대를 유혹하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세이코는 그 점을 이용하기 힘들 것이다. 팔을 가득 채운 자해 흔적도 마음에 걸린다.

“뭐, 그럼 이것만 남았군요.”

미사토가 기대감에 차서 쳐다보자, 히무라가 엄지와 검지를 모아 원을 만들었다.

“돈.”

“뭐, 박 이사님한테 돈다발이라도 안겨드리라고요? 너무 천박한 발상…….”

“당연히 아닙니다. 집에 초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릴 적부터 미사토의 권유에 따라 착실히 부동산에 투자해 온 세이코는 상당한 재력가다.

세이코의 자택은 도쿄 3대 부촌인 츄오구(中央区)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이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집값이 상승하는 곳 중 하나다.

“오는 도중에 자연스레 재력 어필이 될 거니까요.”

웨벡스에서 세이코의 집까지 온다고 하면, 성필은 도쿄의 여러 명물을 보게 될 것이다.

밀집된 고급 백화점과 명품관, 도쿄 증권거래소, 일본 은행 본점 등등, 도쿄에서도 가장 화려한 불야성(不夜城)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결혼적령기란 단어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박 이사님은 결혼적령기입니다. 슬슬 결혼을 생각할 나이지요.”

그러니 상대방의 재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 하지만 돈 때문에 세이코쨩을 받아들인단 건 너무…….”

“미사토 본부장!”

히무라의 외침에 미사토가 움찔했다.

“세이코 씨가 30살이란 걸 잊지 마십시오.”

“……!”

“비록 어린애나 다름없지만, 세이코 씨는 30살이란 말입니다! 캔커피 하나 들고 연인과 손잡으면서 공원을 산책하는 걸로 만족감을 느끼던 시절은 졸업하고 남았어야 할 나이요!”

“…….”

“오히려, 돈으로라도 넘어와 준다면 다행이죠.”

사랑을 이루는 데 방법이 무슨 상관인가.

쟁취하는 게 지상의 목표인 것인데.

두 사람은 작전 타임을 마치고 세이코에게 다가왔다.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던 세이코가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세이코쨩.”

미사토가 세이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으, 응. 미사토. 어떻게 하면 돼?”

“박 이사님한테 차 끌고 네 집까지 오라고 해. 저녁 식사 초대 같은 걸로.”

“아, 알겠어!”

“그리고 술 먹여.”

“……?”

“거기서 결판이 난다.”

차를 끌고 온 남자에게 여자가 술을 마시라고 한다.

이건 무엇보다 강력한 고백이다.

“너무 빠르잖아?!”

연애 경험이 없는 세이코도 미사토의 전략이 이상하단 건 알았다.

“조, 조금 더 그런 거 없어? 조금씩 친해지고 신경 쓰이게 만든다던가, 그런 과정이 있잖아!”

미사토는 세이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이코쨩, 맞아. 사랑은 양방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어느 한쪽이 좋아하게 되고, 상대가 그 마음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야. 이게 가장 자연스러운 사랑의 형태지.”

“그치? 미사토가 이상한 거지?”

“하지만 세이코쨩에겐 그럴 시간이 없어.”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과 차근차근 관계를 쌓을 시간 따위는 없다.

심지어 경험 없는 세이코가 아닌가.

‘정석적으로 알려주면 연애 처음 해보는 고등학생처럼 쭈뼛거리기만 하겠지.’

만약 그런 세이코의 모습을 러브 코미디 만화책으로 만든다면, 20권 이상 장기 연재에 들어설 게 틀림없다.

그리고 여느 첫사랑이 그러하듯 씁쓸하고 처절하게 끝나겠지. 아니, 처절하게 끝나기도 전에 성필이 한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1년 후, 박 이사님이 일본으로 돌아오셨을 때 여자친구가 없으실까?”

“…….”

“그동안 박 이사님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얼마나 줄어들까?”

“…….”

“세이코쨩, 1년 뒤에 만나면 말야. 그냥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야. 안 그래도 박 이사님이랑 그다지 친하지 않은 관계인데, 1년 뒤면 관계가 그냥 리셋돼 버려.”

“…….”

“그래도 괜찮아?”

세이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이코쨩, 박 이사님이 좋아?”

“조, 좋아하는…….”

“똑바로 말해.”

세이코는 입술을 쭈뼛대다가, 새가 소리를 쏘듯 빠르고 가볍게 말했다.

“좋아…….”

“그럼, 쟁취하자. 방법은 그것뿐이야.”

세이코, 30살.

연애의 모든 과정과 배움을 스킵하고, 오로지 주변인의 조언에 의지해서 부딪친다.

* * *

백설하가 셀카봉을 들고 웨벡스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 뒤로는 성필과 리카가 뒤따랐다.

“한 이사님, 여기가 저희 연습실이에요.”

[넓군요.]

영상 통화 상대는 한구인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멤버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그는, 통화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 보이시는 거 맞아요?”

오늘은 그 정도가 더했다.

이번 주에 소녀연맹이 돌아온다는 사실이 감격적인지, 화면 속의 백설하를 보자마자 엉엉 울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 덕에 한구인의 두 눈은 붉은 데다가, 아직도 눈동자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

“아, 한 이사님도 가로 엔터 보여주세요!”

[여기를요?]

“네!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리카가 폴짝폴짝 뛰면서 애교를 이어갔다.

한구인은 느슨하게 웃고는 휴게실 냉장고를 열었다. 안에 한구인이 만든 녹색 건강 음료가 가득했다.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음료를 많이 만들어뒀습니다.]

“이런 거 보고 싶지 않았는데에에에!”

[그렇게 좋으십니까?]

“반어법이 아니라구요!”

한구인은 휴게실 밖으로 나가 가로 엔터의 홀을 비추었다.

사람이 몇몇 1층과 2층을 돌아다니는 게 보였는데, 성필과 멤버들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백설하가 궁금증에 차서 물었다.

“몇 명이나 들어오셨어요?”

[10명 아래로 뽑았습니다.]

“어, 저기 저 사람 혹시…….”

한구인의 뒤, 얼핏 보이는 2층 난간의 길로 매우 젊은 남자가 지나간다.

“남자 연습생인가요?”

[…….]

한구인이 카메라 각도를 슬쩍 낮추었다.

[누구 말씀이십니까?]

“……방금 의도적으로 숨기신 거죠?”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군요.]

화면 안의 한구인과 성필이 눈을 맞추었다.

이미 가로 엔터의 이사진 사이에서는 결론이 난 사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소녀연맹과 남자 연습생들의 만남을 최소한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KS 엔터나 석세스 엔터에서 하는 것처럼, 아예 만남 자체를 차단하는 거야.’

그것을 위해 지금껏 닫혀 있던 가로 엔터 3층의 리모델링까지 진행하고 있다. 방의 일부를 뜯어고쳐 연습실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설하는 요주의 인물이야.’

연애에 굶주려 아이튜브로 연애 관련 영상만 주야장천 보는 백설하.

멤버들마저 혀를 내두르는 그녀이니, 조심은 몇 번을 해도 부족하다.

“파쿠 이사!”

갑자기 복도 멀리서 세이코의 외침이 들려왔다.

세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명백히 평소보다 강렬한 기세를 지닌 세이코가 눈에 들어왔다.

강렬한 기세……를 뿜긴 했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긴장으로 뻣뻣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세이코 선배…… 아니, 웨벡스분이 오셔서요.”

[세이코?]

한구인의 눈빛에 달갑지 않은 감정이 지나갔다. 그 또한 성필이 입원하게 된 경위를 들은바, 세이코가 어떤 짓을 벌였는지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통화는 이쯤 하겠습니다.]

“네, 다음에 봬요.”

[예, 기다리겠습니다.]

통화가 끊기는 것과 동시에 세이코가 성필의 앞에 섰다.

그녀는 성필의 뒤에 선 리카와 백설하를 보곤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하지만 곧 입술을 물면서 성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파쿠 이사!”

“저 귀 있어요. 무슨 일이세요?”

세이코는 성필을 발견하면 쪼르르 달려와서 횡설수설하곤 했다.

성필은 그런 그녀의 태도를 커뮤니케이션 능력 개발이란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이다.

“저번에 연어구이 좋아한다고 했죠?”

“좋아한다고는 안 했…….”

“식사는!”

세이코가 소리를 빽 지르면서 성필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어느새 고개를 떨어뜨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언어를 억지로 심장에서부터 쥐어 짜내는 모양새였다.

“식사는, 생명을 나누는 행위라고, 히무라가 그랬어요. 무언가의 보답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러니까…….”

세이코가 고개를 홱 들어, 성필과 마주하고, 드디어 말했다.

“우리 집에, 와요! 초대할게요! 식사에!”

지리멸렬한 단어 배치와 함께 세이코가 선언했다. 3주의 시행착오 끝에 뱉어낸, 용기의 덩어리와 같은 초대였다.

그 광경을 지켜본 리카와 백설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진작에 파악하곤 경악한 채였다.

경악한 둘은 성필에게로 시선을 옮겨갔다.

분명 그도 세이코가 어떤 의미로 저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을…….

“그럼 저야 감사하죠. 언제 갈까요?”

손나(그런)!

국제 연애는 더 신중히 생각해야 햇!

“…….”

리카는 열리고 싶어 덜덜 떨리는 입술을 꾹 물면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잘 참았어, 아타시(나).’

대화를 조금 나누어 약속을 잡고, 세이코는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멀어졌다.

그제야 리카가 입을 뗐다.

흉성을 최대한 끌어모아 외쳤다.

“손나 바카나(그런 바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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