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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314화 (314/760)

314화

일본에 온 리카는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서야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피부로 느낄 일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리카 요즘 테레비에 자주 나오더라.”

“나도 대학 친구들이 리카라고 하기에 설마 내가 아는 그 리카인가 했거든? 근데 진짜 그 리카더라고.”

이시카와 리카.

그녀는 중학교 친구들 앞에서 한껏 들뜬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맞아! 나는 슈퍼스타라구!”

“에에, 좀 깨네. 방송에서는 뭔가 아우라가 있었는데 직접 만나니까 학생 때랑 달라진 게 없잖아.”

“난 많이 달라졌어! 봐!”

리카가 본인의 얼굴을 좌우로 돌리면서 아름다움을 어필했다.

친구들도 오랜만에 본 리카의 실물을 보고 놀랐긴 했다. 가게로 눈이 번쩍 뜨일 미인이 들어오는데, 그 미인이 자신들의 테이블로 다가오니 절로 몸이 쭈뼛거렸던 것이다.

“어때, 아이돌리시하지!”

그런데 그 긴장은 1분 만에 깨졌다.

리카가 중학생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언행을 보이는 것으로, 아우라는 파편도 남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음, 외모는 그러려나.”

“외모만?!”

“근데 정말 깜짝 놀랐어.”

다른 친구가 술로 입술을 적시면서 가볍게 웃었다.

“리카가 케이팝 아이돌이 됐단 거 들었을 때 말야. 별로 안 어울리지 않아?”

“그런(손나)!”

“그도 그럴 게…….”

친구들끼리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미소를 띠었다.

“케이팝 아이돌이라면 그거잖아, 걸크러시. 동경하게 되는 멋짐이 있달까. 그런데 리카는 그쪽이랑은 거리가 멀고.”

“난 멋져! 박 이사님도 인정했어! 왕중왕 리카란 말야!”

리카는 친구들이 본인의 멋짐을 몰라주자 한껏 당황했다.

“그, 그래! 너희들은 중학생 때 내 이미지가 너무 굳게 박혀 있어서 모르는 거야!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백이면 백 ‘멋져!’라고 대답할걸?”

“맞아 맞아, 리카는 멋져.”

“날 애 취급하지 마!”

“어쩌란 건지.”

친구들은 조금 안심했다.

그녀들의 중학교 인맥 중 학생 때와 가장 달라진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리카였다.

세상에, 친구가 아이돌이라니? 그것도 타국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다니?

‘심지어 리카는 유명하니까.’

아무리 옛 친구였더라도, 몇 년간 제대로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유명 연예인을 만나는 게 마음 편할 리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리카를 보니, 자신들의 걱정은 전부 기우였음이 판명됐다.

리카는 리카다.

“그러고 보니 리카, 박 이사님이란 분 있잖아. 나 ‘소녀연맹 비긴즈’ 봤거든?”

소녀연맹 비긴즈는 아이돌팬들이 소녀연맹에 입덕할 때 가장 처음 챙겨보는 영상으로 유명했다.

1화의 조회 수는 천만을 넘은 상태다.

가로 엔터의 콘텐츠 기획자인 양상헌이 ‘30만만 넘어도 다행이다’라고 말했던 게 무색할 정도였다.

“정말 그분이 너랑 그렇게 친해?”

“당연(모찌론)!”

“에에, 약간 연출이라던가 있지 않아?”

그도 그럴 게, 한 회사의 이사가 아닌가.

자고로 임원이라고 하면 모든 직장인들의 꿈. 직장인이 이를 수 있는 최고의 승진처다.

임원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이돌과 한가롭게 장난이나 칠 만큼 여유가 있거나 마음이 넓으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우리 회사는 가족 같아요’ 같은 느낌. 그런 느낌 주려는 거 아니야?”

“미디어를 의심하는 자세는 올바르지만, 박 이사님과 나는 거짓 하나 없이 친해! 친구야! 양로원까지 같이 가기로 했거든!”

친구들은 생각했다.

가로 엔터가 리카를 참 잘 교육시켰노라고.

역시 아이돌은 꿈을 파는 직업이다.

“그럼 리카 다음에 만나.”

“응응! 다음에 일본에 오면 연락할게! 아니, 일본에 안 와도 연락할 테니까 무시하면 안 돼!”

“그래, 다음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곳에 데려가 줘.”

“후후, 기대해도 좋아!”

리카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기분 좋게 거리를 걸었다.

‘좋네, 이 느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리카도 고향에 대한 향수를 앓았었다.

물론 가로 엔터는 집이며 가족들이 있는 장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로 엔터 밖은 아니다.

한국에 산 지 오래되어도, 결국 외국은 외국일 수밖에 없다.

회사 밖은 전부 리카에게 생경하면서 고향과는 다른 곳일 뿐이다.

‘좋은데…….’

참 이상하다.

고향에 왔으니 향수가 사라져야 할 텐데,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이 향수는 일본을 향한 게 아니었다.

가로 엔터를 향한 향수였다.

‘다들 잘 지내시려나.’

그때 리카의 눈에 서점이 눈에 띄었다.

유리문 안에 쌓여 있는 수많은 책을 보자마자 한구인이 떠올랐다.

‘리카 씨, 책은 마음의 양식이란 말은 흔히 쓰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의 가치를 설명해주는 말도 없습니다. 저는 리카 씨가 항상 마음을 굶주리지 않게 하셨으면 합니다.’

한구인의 그 말이 떠오르자, 리카의 걸음이 무의식적으로 서점을 향했다.

‘그래, 나는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니까!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 거야!’

책이란 구경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뷔페에서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리카는 콧노래를 흥얼대며 책장을 살폈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책이 눈에 띄었다.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분명 한구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책이었다.

리카는 아직 완독한 적이 없었다.

‘선물로 사다 드려야지!’

도련님 한 권을 챙긴 리카는 그 구역을 떠나려다가, 뒷걸음질로 돌아와 두 권을 더 챙겼다.

‘내가 읽을 거랑.’

성필에게 선물로 줄 것.

문학이란 그 나라의 정서와 가치를 여실히 드러내는 얼마 안 되는 문화자산이다.

타국을 이해하는 데 문학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드물다.

리카는 손에 든 세 권의 도련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박 이사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려나.’

일본을.

‘이해…… 하고 싶어 하실까.’

리카가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그녀는 책을 가지런히 품에 안고 계산대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리카는 공부 중인 동생, 유우토를 불러서 텔레비전 앞에 앉혔다.

“여기 봐, 여기에 누나 나온다? 헤헤, 대단하지?”

“처음에야 신기했지 이젠 별로…….”

“유우쨩 애정이 식은 거 아니야? 누나가 테레비에 나온다니까?”

유우토는 자꾸만 칭찬을 갈구하는 리카를 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누나, 아이돌로 사는 거 즐겁나 보네.”

“당연하지! 유우쨩, 아이돌이란 건 말야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환상적이야! 항상 놀이공원에 있는 거 같아!”

물론 힘든 일이나 괴로운 일도 많지만, 그에 대한 보상도 반드시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으니까! 계속 함께 지내고 싶어! 어떤 고난도 친구들과 함께면 두렵지 않아!”

리카는 정말 환상 속에 사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놀이공원에서 무아지경으로 뛰어놀던 아이를 불러온 듯했다.

유우토는 행복한 누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놓였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다행이네.”

“응!”

리카가 해맑게 답했다.

그녀의 얼굴에 구름이 지는 날 따윈 앞으로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 * *

리카의 얼굴에 구름이 졌다.

리카는 오늘 잡지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준비된 의상을 받고 메이크업을 마친 직후, 그녀의 얼굴에 구름을 드리우게 할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입니다!”

갑자기 스튜디오로 건장한 체구의 남성 세 명이 등장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스태프들에게 본인의 신분을 밝힌 뒤, 리카의 매니저로 따라온 슈이치를 데려갔다.

“협력 바랍니다.”

슈이치가 망연자실 끌려가자, 홀로 남은 리카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주변의 눈치만 살폈다.

이미 스튜디오 내부는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었다. 십수 명에 달하는 스태프들이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 한 명이 리카에게 다가왔다.

“이시카와 씨?”

“네, 네, 이시카와입니다…….”

“인터폴입니다. 수사에 협력 부탁드립니다.”

“제가, 제가 할 수 있는 거면요…….”

리카는 경찰을 따라 스튜디오를 나섰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미리 비우기라도 한 듯 썰렁한 사무실 안이었다.

경찰이 살짝 신경질적인 투로 자리에 앉자마자 앞으로 고갯짓했다.

리카는 의도치 않게 공권력을 마주한 시민이 으레 그렇듯 살짝 떨었다. 그러면서도 착실히 경찰의 지시에 따랐다.

“가로 엔터의 박성필 이사 아십니까?”

“네, 아는데, 박 이사님이 무슨…….”

“박성필 이사가 현재 한국에서 음원 차트 순위 조작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리카가 굳었다.

앉은 자세 그대로 굳어서, 놀람도 분노도 슬픔도 그 어떤 감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까지 수사 협력 요청이 와서 찾는 중입니다. 도망갔는지 웨벡스에서도 행방을 모르더군요. 담당 아이돌이라면 무언가 들은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왔습니다. 숨김없이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음원 차트 순위…… 조작…… 이라면, 음원 사재기를 말씀하시는…….”

한국에서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의심은 공공연히 떠돌았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유령과 같아서, 다들 의심만 할 뿐이었다.

그 의심은 대중이 음원 차트를 불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여러 음원 사이트들이 신뢰성을 제고하려 다양한 방편을 도입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음원 사재기가 의심되는 곡들이 나타난다.

관계자들도 증거는 없으니 한숨만 쉬고 넘어간다.

“그러니까 박 이사님이…… 사재기를…….”

하지만 한숨만 쉬고 넘어간다 해서 음원 사재기가 가벼운 건 아니다.

만약 실체만 밝혀진다면 다시는 엔터계에 발을 못 디딜 정도의 중죄이다.

음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를 물 먹이는, 그야말로 대죄란 이름이 어울리는 짓거리인 것이다.

그 짓을 성필이 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도주 중인 걸로 추정되니, 한국과의 원활한 수사를 위해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박성필 이사와 만났던 때가 언제지요?”

경찰이 질문했다.

그리고 리카는 입을 다물었다.

10초 넘게.

영원히 입을 다물 생각인 듯 경찰을 노려보기만 했다.

“리카 씨?”

리카는 답이 없었다.

아니, 답할 생각이 없었다.

입을 열 생각 자체가 없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음원 사재기가 어떤 종류의 범죄인지는 아시겠죠?”

경찰은 성필이 저지른 죄의 심각성에 대해 구구절절 읊었다. 리카는 아예 고개를 돌리고 그의 말은 듣지도 않는단 태도를 취했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경찰이 강경하게 나오자.

“그만 좀 하세요.”

리카는 평생토록 써 본 적이 없던 어조를 구사했다. 짜증이 짙게 밴 목소리, 세상 누구도 들어본 적 없던 리카의 말투였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 소속사는 가로 엔터예요. 메인 프로듀서는 박 이사님이고요. 그런 일 있을 리가 없어요.”

“리카 씨 이러시면…….”

리카가 벌떡 일어났다.

경찰이 황당하여 그녀를 잡으려 하자, 리카가 싸늘하게 쏘아보면서 말했다.

“저를 더 붙잡아두시고 싶으시면 영장을 가져오시거나 경찰서에 24시간 구류하세요. 둘 다 안 하시겠다면 가보겠습니다.”

리카는 인사도 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경찰, 아니, 경찰 역의 배우는 대본을 소화하지 못한 데 당황하여 급히 그녀를 쫓았다.

마지막엔 성필과 사재기 업자의 대화 녹음본을 들려주는 것으로 반응을 보아야 하는데, 이렇게 나가버리면…….

“리카 씨…….”

“촬영 시작하죠!”

리카는 스튜디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시간 오버했어요! 빨리 시작해야 해요!”

스튜디오에 있던 스태프들 또한 몰래카메라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역할은 정말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있는 것처럼 리카를 속이는 것이었다.

따라서 리카가 나간 이후엔…….

“다음 촬영은 으엉?”

몰래카메라 PD와 논의하고 있던 성필, 그리고 그 주위의 스태프들은 갑자기 나타난 리카를 보고 벙쪘다.

리카도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리카를 따라잡은 경찰 역의 배우가 땀만 삐질거리는 가운데.

“……여, 영장을 발부합니다.”

최후에 등장하여 했어야 할 대사를, 성필이 무의식적으로 읊었다.

“내, 내 마음의 구속영장…….”

“…….”

“모, 몰래카메라 성……!”

“시네(죽어)!”

리카가 성필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 * *

몰래카메라 상황실.

“이사님 저 진짜 너무 놀랐다구요! 음원 사재기란 말 들었을 때 온갖 생각이 다 지나갔어요! 친구 계약 위반이에요!”

“네, 말이 맞아. 거짓말은 나쁜 거지.”

그때 상황 카메라로부터 장하양이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영상이 잡혔다.

“네 신념을 지키고 친구 계약의 보상을 받으려면 이 방을 나가.”

“재밌겠네요…….”

리카는 화면에 비친 장하양을 보자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의 눈빛을 띠었다.

손을 비비는 모양새가 만찬을 앞둔 미식가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죠!”

“그렇지?”

리카는 흥미롭게 영상을 보던 중, 자신을 보는 성필의 눈이 범상치 않음을 캐치했다.

“왜 그러시나요?”

“아냐, 아무것도.”

“아앗, 설마 몰래카메라 때 제 발언에 감동하신 건가요!”

그 말대로였다.

성필은 리카의 단호한 태도를 영상으로 관찰하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놀랐고, 또한 그녀에게 고마웠다.

‘이렇게나 나랑 회사를 믿어줄 줄은 몰랐어.’

보통 사람들은 경찰에게 주변 친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그 사실을 믿기부터 할 것이다.

공권력이란 그런 힘을 가졌다.

예외를 따지자면, 자식의 범죄 소식을 접한 부모쯤 될 것이다.

비록 현실도피에 불과하겠지만, 부모는 일단 자식이 나쁜 짓을 했단 것을 부정부터 하고 본다.

성필의 범죄 사실을 들은 리카의 반응은 부모와 닮아 있었다.

“제 믿음의 깊이를 아셨나요! 이런 형태로 밝혀진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썩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많이 미안하고 그러네. 나도 네가 범죄 저질렀다고 하면 일단 덮어두고 믿어줄게. 한 번은.”

“에에, 한 번이 끝인가요. 보니 앤 클라이드(살인자 커플)가 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범죄에 가담은 안 해!”

“이사님을 믿었는데!”

아무튼.

“그런데 마지막 순서는 누군가요?”

연달아 진행하는 몰래카메라는 마지막 순서가 가장 불쌍하다.

앞선 이들은 남들이 당하는 거라도 볼 수 있지, 마지막 인물은 그냥 당하고 끝이니 말이다.

“설하야.”

“쌤이면 뭐든 용서해줄 거라는 얄팍한 생각이 눈에 보이네요! 물론 쌤은 어떤 요구든 다 받아줄 거 같은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그걸 이용하시면 안 되죠! 나쁜 남자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제비뽑기였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이젠 즐기는 수밖에!

마침 영상 속의 장하양도 경찰과 독대하는 장면에 접어들었다.

[인터폴입니다.]

일단 정체를 밝히고.

[박성필 이사가 엔터 관계자, 기업가, 공직자들에게 향응(饗應)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현재 도주 중이고요.]

[향응이면…… 접대를…….]

[그렇습니다.]

장하양은 불안하게 깍지 낀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한동안 고개를 떨어뜨렸다.

[진실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그러고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장하양이 지킨 침묵의 시간은 그녀의 고민을 대변해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무엇일까.

계산? 아니면 일차원적인 감정적 격류?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지독한 침묵만이 장하양이 지닌 고민의 무게를 알려줄 뿐.

[저.]

마침내 결심한 듯 장하양이 고개를 들었다.

1분이나 잡아먹은 고민의 해답은 과연 무엇…….

[제가 시켰어요.]

경찰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떴다.

그것을 지켜보던 성필과 리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아예 정수리에 번개가 꽂힌 듯 격렬한 충격마저 받아버렸다.

[제가…….]

장하양이 영화의 악당처럼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배후예요. 안 들킬 줄 알았는데, 결국 이런 날이 오네요.]

장하양이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체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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