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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286화 (286/760)

286화

조금 뒤, 세 사람은 학원 안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성필이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지만, 유우토가 편안함을 느낄 리 만무했다.

‘일부러 동네랑 떨어진 곳에 등록한 건데.’

유우토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슬픔을 억눌렀다. 하지만 누나인 리카가 신세를 지고 있는 회사 사람들이다. 불편한 티를 낼 수는 없다.

그리고, 있다 보니 의외로 부드럽게 대화가 흘러가서 살짝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 누나랑 이사님은 데일리 클래스였네요. 난 또…….”

계속 같은 학원에 다녀야 하는 건가 싶어서 눈물마저 찔끔 나올 뻔했다.

물론 조아라의 양아치 말투를 얻어맞곤 이미 조금 눈물이 새어 나왔었지만, 계속 학원에서 만나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그런데 박 이사님은 일본어가 능숙하게 되셨네요. 누나한테 배우신 건가요?”

“아니. 책이랑 인터넷 강의로 배웠지.”

한 달은 일본어 학원에 다니기도 했었지만, 도저히 정기적으로 시간을 뺄 수가 없어서 도중에 그만뒀었다.

대신 인터넷으로 일본인과 화상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는 강의를 들었었다.

“와, 대단하세요.”

하지만 성필은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책이랑 기본 강의로만 독학했다고 하면 훨씬 멋져 보이지 않는가.

“뭐, 리카 도움도 받았고.”

“그렇군요.”

유우토는 조아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 임마.”

“……아뇨.”

성필은 리카의 도움을 받아서 일본어를 이토록 능숙하게 구사하는데, 조아라는 왜 이 모양이지?

리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멤버일 텐데.

“그런데 유우토는 왜 여기 다니는 거야? 혹시 아이돌 되려고?”

성필의 기대감 서린 질문에 유우토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정말 비밀인데요. 진짜 진짜 누나나 가족들한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저 여기 왔다는 거도요. 사실…… 가수가 되려고 사무소에 오디션을 봤거든요.”

성필은 놀라지 않았다.

유우토의 실력과 외모라면 스카우트 당해서든 주변에서 부추겨서든 오디션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3대 기획사요.”

“뭐냐 네놈. 한국에서 가수가 되려는 거냐?”

“아, 아뇨. 당연히 일본이죠…….”

일본도 한국과 같이 대기업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 일본의 3대 기획사라 하면, 웨벡스를 포함한 종합 엔터사들을 일컫는다.

요즘은 신생 강자들이 등장하여 ‘5대’란 말까지 등장했지만, 역시 전통적인 강자들인 3대 기획사를 1류로 쳐준다.

“그런데 거기 1차 오디션은 통과했는데. 작곡을 못 한다고 해서…….”

“떨어졌어?”

“나중에 그룹을 만든다더라고요. 댄스나 작곡이 추후에 있을 오디션에 도움이 될 거라고도 했고……. 꼭 거기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요.”

일본은 싱어송라이터가 대세다.

자체 프로듀싱 능력이 없다면 그것을 대신할 특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춤을 배우는 거구나.”

“네. 학원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요.”

“집에서는 이상하게 생각 안 해?”

“엄마는 제가 지금도 아르바이트하는 줄 알 거예요. 아르바이트는 고등학생이니까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시고요.”

즉, 부모를 속이고 가수가 될 준비를 한단 것이다. 어쩐지 과거의 백설하와 겹치는 듯했다.

“유우토, 꼭 가수여야 해?”

유우토는 잠시 고민하더니 픽 웃었다.

“저는 밴드든 댄스가수든 그룹이든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제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니까요.”

“아이돌은 어때?”

“그 말 하실 줄 알았어요.”

“그럼, 대답은?”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단호하다.

“다른 나라로 가는 건 무서워서요. 한국어도 못하고요.”

다른 나라로 가는 게 무섭다, 라.

당연한 소리다. 거리낌 없이 한국행을 택한 리카가 비정상적인 거겠지.

당장 성필만 하더라도, 외국에 더 좋은 일자리를 주겠으니 오라 하더라도 단박에 거절할 생각이다.

살던 곳을 떠나는 건 그만큼 커다란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다. 유우토가 거절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알겠어. 아쉽다. 그래도 생각 바뀌면 나한테 연락해줘.”

“제안 주신 건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거절해서 죄송합니다.”

어느새 세 사람 모두 수업받을 시간이 됐다.

휴게실을 나와 유우토와 헤어지기 전.

“어이 네놈.”

조아라가 말만으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유우토는 두려움에 떨면서 조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 녀석의 노래는 꽤 들을 만했다. 가수로 데뷔하면 성공할 수 있겠지. 노력해라.”

생각도 못 한 격려에 유우토는 얼떨떨해졌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준 게 기쁘지 않을 리 없다.

“가, 감사합니다 누나.”

“그래. 노력하면 내 발끝 정도는 쫓아올 수 있겠지.”

“……예에, 뭐, 예.”

유우토는 어색하게 자리를 떠나갔다. 멀어지는 그를 보며, 성필이 말했다.

“정상적으로 말할 수 있으면서 왜 이상한 말투 써.”

“리카 동생이잖아요.”

리카 동생이라서 놀리고 싶다고? 이 얼마나 끔찍한 사고방식인가. 조아라는 1년 전과 비교해서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유우토와의 깜짝 만남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데일리 클래스가 진행되는 연습실로 들어왔다.

10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방 안을 채웠다. 정면에는 친절해 보이는 여자 강사가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령대는 대부분 10대구나.’

학교를 마치고 왔는지 교복을 입은 이도 보였다. 성별은 성필을 제외하고 전부 여자라, 여기저기서 시선이 꽂혔다.

‘그래, 마음껏 봐라. 중년 남자 있으니 신기하기야 하겠지.’

“저 사람 뭐야?”

“수상하지 않아?”

‘신기해하는 게 아니라 경계하고 있잖아?!’

하긴, 성필 같아도 여학생들만 있는 댄스 클래스에 30대 남자가 있으면 수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성필은 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러자 조아라가 성필의 곁으로 더 다가왔다. 마치 동료인 걸 알리려는 듯이 말이다.

“아저씨 뭘 쫄고 그래요. 지들이 수상하게 보면 뭐 어쩔 건데.”

“아, 아라야…….”

고맙다. 창피해하면서 무시하지 않아서…….

“자, 여러분 환영해요! 데일리 클래스를 맡은 강사 아이라예요!”

이름이 아이라인 걸로 봐서 본명은 아닌 듯했다. 아마 이 학원의 강사들은 전부 가명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거겠지.

“오늘 데일리 클래스에서 배울 건 케이팝 그룹 시에이스의 ‘에딕티드’입니다. 열심히 해봅시다!”

어반 스타일을 배운다기에 뭔가 했더니 아이돌 춤이었다. 게다가 시에이스의 ‘에딕티드’는 성필도 아는 춤이었다.

그냥 아는 게 아니라 출 줄 안다. 전생에 배웠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배웠는지,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다.

“자아, 하나, 둘!”

강사 아이라는 아예 손에 스피커 리모컨을 쥐고 춤을 추었다. 그리고 원하는 상황에 맞춰서 곡을 자유롭게 되돌리거나 재생했다.

한눈에 봐도 이런 강의를 꽤 오래 진행한 티가 났다.

“네네, 거기 학생!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리는 쫙 펴야 해요! 그게 멋이야!”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폈다 구부렸다 하는 동작. 어설프게 따라 하면 개다리춤처럼 되어버려서 멋이라곤 전부 죽어버린다.

동작 자체도 꽤 부끄러운 것이라 학생들이 쉬이 따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필과 조아라는 아니었다.

“거기 잘한다! 더 자신감 있게! 하나, 둘, 셋, 넷!”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이 33살 성필을 춤추게 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는 대강 맛만 보겠다는 다짐도 잊어버리고 춤에 진정으로 몰두했다.

그렇게 거의 2시간에 이르렀던 데일리 클래스도 끝을 맞이했다.

“자자, 다들 정말 고생하셨어요! 너어무 잘 따라와주셔서 저, 아이라도 즐겁게 수업을 했답니다!”

성필은 개운한 마음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오랜만에 즐겁게 춤을 췄던 터라 기분이 좋았다.

클래스를 무사히 마쳤단 성취감을 느끼는 성필과 달리, 조아라는 무언가 기다리는 듯이 강사의 입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라가 성필과 조아라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조아라는 씩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되는구나.’

학원 안내판에는 이런 설명이 있었다.

클래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강생은 학원의 아이튜브 채널에 올려준다는 것이었다. 그건 데일리 클래스도 다르지 않았다.

댄스 스튜디오 ‘레드원’은 구독자만 500만 명이 넘는 곳이다. 유명 댄서도 많이 소속되어 있어서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수강생 영상은 조회 수가 1만도 못 넘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거나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다.

특히, 데일리 클래스에서 가장 잘한 학생을 꼽는다면 조아라는 자신 외엔 없다고 생각했다.

‘가뿐하게 영상 찍고 돌아갈…….’

“거기 남자 수강생분? 혹시 영상 찍으실 생각 있으신가요? 춤을 너무 잘 소화하셔서요.”

“……?!”

조아라는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번개 맞은 물고기처럼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처음엔 성필을 수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던 학생들도 ‘오오’ 소리를 내며 동조해주었다. 성필의 춤이 눈에 띄었던 건 사실이니까.

“아, 저요?”

“네네.”

성필은 조아라를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성필은 비웃음을 날려준 뒤.

“모처럼이니까 그럴까요?”

“와아아, 잘 생각하셨어요. 영상으로 안 찍으면 아까울 정도였으니까요.”

성필은 전생에 시에이스의 ‘에딕티드’를 거의 완벽히, 정말로 완벽히, 누군가의 강요로 완벽히 습득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나이대의 남자가 수업을 들으러 오는 일 자체가 드물겠지.’

춤에 관심이 없어서든, 아니면 부끄러워서든.

성필의 영상은 잠재적 남자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필은 모두가 비켜난 자리에서 ‘에딕티드’를 다시 한번 선보인 후, 아이라와의 악수를 마치고 연습실을 나왔다.

연습실 밖에선 조아라가 생기가 빠져나간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조아라에게 성필은 V자 사인을 보여주었다.

“나 아이돌로 데뷔해도 되겠지?”

“역사의 한 획을 긋겠네…….”

아아, 조아라의 약 오른 모습이라니.

얼마나 달콤한가?

“근데 그럴 만했어요.”

“어?”

조아라가 순순히 성필의 자랑을 인정했다.

“아저씨 그거 연습했던 거죠? 가끔 배우지도 않은 동작을 앞서서 추던데.”

“어, 응, 연습했었어.”

“왜요?”

“……장기자랑?”

“석세스 엔터에선 그런 것도 시켰어요? 근데 장기자랑용으로는 퀄리티가 너무 높던데.”

조아라는 성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턱을 쓸더니, 은근한 투로 말했다.

“아저씨, 내일 출근할 때 정장 입어요?”

“안 입어! 절대 안 입어!”

“왜, 왜 갑자기 소리 지르고 그래요…….”

“아, 미안…….”

“그래서 입고 오냐고요.”

“안 입는다고.”

사실, 입으려고 했다.

성필은 한국에 있을 때도 자주 세미 정상 스타일로 입고 다녔었으니까. 일본에 챙겨온 옷도 그런 종류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 안 입어야겠다.

“아저씨, 이거 그냥 해보는 말인데요. 정장 입고 ‘에딕티드’ 춰주면 내가 밥 한번 살게요.”

“진짜 변태 같다…….”

“뭔 생각하는 거예요. 걍 어울릴 거 같아서 말해본 건데.”

‘어울릴 거 같아서 해본 말’이라던 조아라는 선심 썼다는 듯 검지를 폈다.

“오케이, 만 원 준다.”

“싫어.”

“이만 원.”

“왜 자꾸 올라가?! 안 한다고!”

“이만오천 원에 나랑 외식할 수 있는 권리. 밥값은 아저씨가 내고.”

“그럼 내가 너 수영복 입고 케이어스 ‘카오스’ 춰주면 10만 원 준다. 할래?”

“아저씨 진짜 변태예요?! 말이 되는 소릴 해요!”

“그럼 자네가 나한테 정장 입히고, 나한테 ‘에딕티드’ 춰달란 건 말이 되고?”

“……말투 뭔데요. 무슨 성대모사예요? 애초에 정장이랑 수영복이 같은 선상은 아니죠.”

“나한테는…… 수영복 입고 춤추는 것보다…… 정장이 더 싫어…….”

조아라는 더 추궁하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울음을 삼키는 듯한 그의 목소리 때문에 말을 아꼈다.

성필과 조아라는 웨벡스에서 제공해 준 오피스텔 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5층 높이의 오피스텔. 앞으로는 이곳이 소녀연맹의 숙소였다. 그곳의 5층을, 성필은 조아라와 함께 올랐다.

“그럼 잘 쉬어.”

“아저씨도요.”

조아라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성필은 뒤로 돌아, 바로 앞에 있는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현관에 서자,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있는 거실이 미닫이문 너머로 눈 안에 담겼다.

“스읍.”

하아.

‘자취 처음 시작했을 때 같네. 그때보단 훨씬 넓지만.’

이 오피스텔 전체가 웨벡스의 소유. 그렇기에 방 따위 얼마든지 내줄 수 있었다.

고맙게도, 웨벡스는 성필에게 멤버들이 사는 바로 앞의 집을 주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소녀연맹의 일본 데뷔다. 하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내가 봤던 미래를 반드시 바꿔야 해. 그딴 기분 절대 느끼기 싫으니까.’

성필이 보는 미래는 모든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때로는 앞뒤를 전부 잘라먹고, 미래의 그가 느끼게 될 부정적 감정만 전달해주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분기점에서 잘못된 길을 선택하길 막아준다. 하지만 갈림길에서 실패했던 길을 피한다고 무조건 좋게 흘러가진 않는다.

‘10년 전으로 되돌아온 거랑, 되돌아오기 전에 봤던 수년 후의 미래.’

거기에다가 장하양을 만났을 때 보았던 5년 후의 미래와, 조아라가 본인의 곡을 부끄러워하게 된 미래.

이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성필이 보는 미래는 전부 6개월을 넘지 않았었다.

그래서 성필은 회귀하기 전까지 자신의 능력이 작용하는 게 6개월까지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6개월이 최대한의 기간이기에, 성필은 온전히 바른 미래로만 나아가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그런 걸까? 6개월의 제한을 두고 미래를 본 걸까. 아니면, 아라나 하양이처럼 최대로 후회하는 시점을 본 걸까…….’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건 오랜만이다.

성필은 안쪽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은 뒤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미래의 정보를 전부 적었다.

어지럽게 흩어진 단어 중, 성필이 한 곳에 동그라미를 쳤다.

‘세이코. 일단 이 사람이랑 만나는 게 먼저야.’

확신이 선다. 성필이 보았던 미래에서 사건의 중심은 이 사람일 게 틀림없다.

히무라와 웨벡스 중역들의 대립.

소녀연맹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

소녀연맹이 일본에 대해 가지게 되는 막연한 반감.

모든 사건을 중심에 모아두고 있는 쐐기는 이 세이코라는 사람이 틀림없다.

‘아니라면, 미래의 내가 그 사람을 떠올릴 때 그렇게 괴로워하진 않았겠지.’

웨벡스의 간판 가수라고 했던가.

10대 중반부터 가수 생활을 시작하여 이제 30살이 된 여자다. 그녀는 웨벡스의 이름값을 드높인 공신이라고 불릴 만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애들이랑은 어떻게 연관되는 걸까.’

모른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알게 될 수도 있겠지.

성필은 반드시 미래를 바꾸겠다며 다짐하곤 수첩을 덮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우웅.

성필은 진동을 느끼자마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장하양에게서 톡이 왔다.

[(성필이 ‘에딕티드’를 춘 영상)]

[장하양: 이거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든 이모티콘)]

“……벌써 올라왔다고?”

성필은 싱겁게 웃으면서, 아까 못한 다짐을 이어갔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애들을 최고의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서.’

그녀들의 행복을 위해서.

성필은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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