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248화 (248/760)

248화

[맡으면?]

누군가를 비웃으려는 의도가 명백한 숨소리.

[절대 아닐걸.]

“난 언니한테 맡기기 싫어.”

[……뭐?]

“그렇잖아. 조 사장님은 팬미팅부터 우리랑 함께 일해왔어. 정규 앨범 구성에도 조 사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정규 앨범 자체가 콘서트 세트리스트를 고려하고 만들어진 거야.”

즉, 조진만은 누구보다 소녀연맹의 정규 앨범을 깊이 이해하는 인간이다.

그런 이의 손에서 창조될 콘서트가, 비록 회사의 규모는 작더라도, 시지프보다 수준이 낮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이돌 콘서트에서 중요한 건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팬과의 교감을 얼마나 꾸준하고 깊이 가져갈 수 있느냐가 주요한 관건이다.

“조 사장님보다 언니가 더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 까놓고 말해서 언니가 나한테 보여준 게 없잖아.”

[……보여준 게 없어? 아니, 뭘 보여줘야 하는데?]

시지프라는 이름 자체가 능력의 증명인 것을. 무엇 하러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호승심이 느껴지는 홍연헌의 답에서, 홍규헌은 ‘드디어 여기까지 끌고 왔다’며 내심 안도했다. 이쯤이면 빌드업으로 나쁘지 않았다.

“공연 기획.”

[……계약을 맺지도 않고 기획서를 달라고? 기획서를 써달란 거야 지금? 아니, 미팅을 해보자는 것도 아니고 대뜸 기획을?]

“언니가 계약만 받고 나 엿먹이려는 건지 어떻게 알아.”

[너 언니를 뭘로 보…….]

“지헌 오빠도 그러려고 했는데, 언니라고 못할 건 뭐야.”

[지헌이가 뭐 했어?]

“싫으면 말아. 나는 지금부터 조 사장님 설득할 생각이니까.”

[말했…….]

“말했었지, 언니가. 조 사장님은 절대 우리 일 안 받는다고. 그럼 받기로 하면? 그땐 어떡할 거야?”

[……알겠다, 그래, 알겠어.]

동생이랑 놀아주는 것도 언니의 의무니까.

[신중하신 동생님의 생각 잘 알겠어요. 보나 마나 한 일이지만 기획을 보낼게요. 그러니까 똑똑히 비교해봐. 시지프가 이기면 이제 두말하기는 없다?]

“언니도 조 사장님한테 이상한 짓…….”

[안 해. 날 뭘로 보고.]

통화가 끝났다.

홍규헌은 제멋대로 침묵한 핸드폰을 바라보며 의외의 감정을 느꼈다.

‘언니가 진짜 소녀연맹 마음에 들었나 보네?’

뮤직 어워드 때의 소녀연맹이 대단하긴 했지만, 홍연헌의 마음마저 울릴 정도였을까? 그녀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유명하다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대부분 보았을 텐데.

‘언니가 이렇게 집착하는 걸 보면…….’

직감이다.

홍연헌의 기획자로서의 직감이 소녀연맹을 붙잡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피곤해서 죽겠다.

‘이상한 언니 한 명 둬서 이게 무슨 꼴이야. 원래 거래처인 아틀라스랑 관계가 이상하게 변하고. 괜히 언니랑도 기싸움하고. 조 사장은 무슨 죄고. 아니, 조 사장한테는 기회인가? 정말 이익을 보고 소녀연맹의 콘서트 기획을 토해낸 걸까. 아무튼, 언니도 진짜 도와주고 싶은 거면 정상적으로 할 수는 없나…….’

“사장님.”

노크.

홍규헌은 눈가에 서린 피로를 지워버리고 들어오라고 말했다.

조진만이 성필과 함께 나타났다.

홍규헌은 자세를 바로잡고 조진만을 바로 앞에 앉혔다. 그리고 성필에게도 앉으란 뜻으로 눈짓을 주었다.

“자아…….”

숨기려 했으나 절로 한숨이 나온다.

조진만은 긴장한 기색으로 허리를 폈다.

“조 사장님.”

“예, 홍 사장님.”

“더 좋은 일이 들어오셨다고 들었는데요.”

“면목 없습니다.”

“그럼 그 일이 끝나고 저희 애들 일을 맡길 수 있을까요?”

조진만은 물론이요 성필도 깜짝 놀랐다.

“사, 사장님. 그럼 우리 애들 콘서트가 내년까지 밀릴…….”

“박 이사. 지금 나랑 조 사장님이랑 대화 중이야. 얘기는 나중에 들을게.”

성필은 가만히 쭈그러들었다.

“저, 홍 사장님. 그으…….”

조진만은 홍연헌이 가로 엔터에 집착한단 사실을 안다. 홍규헌의 요청을 받아들여도 상황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계속해서 홍연헌의 방해가 들어오기만 하겠지.

그럼에도.

“진심이십니까? 저희한테 일을 맡겨주시겠습니까?”

“바라시나요?”

“바라다마다요. 꼭 하고 싶습니다.”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가 있을까?

조진만은 소녀연맹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운명을 느꼈다. 모든 무대에서 라이브를 소화한다는 게 특이하기도 했으나, 그녀들에게선 스타의 자질이 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조진만의 취향이었다.

잔뜩 부푼 기대를 안은 조진만을 보면서, 홍규헌이 비수를 던졌다.

“하고 싶으시지만, 새로 들어온 일보다는 아니다?”

조진만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게 아닌데.’

마음 같아서는 일본 밴드 따위는 내팽개치고 지금 당장 소녀연맹의 콘서트에 매달리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진심을 말해주세요. 저는 조 사장님의 진심이 듣고 싶어요.”

“…….”

“데뷔 때부터 소녀연맹을 지켜봐 왔다고 하셨잖아요. 돈은 중대한 사항이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활동이 끝나고 있었던 아틀라스와의 회식에서, 홍규헌은 그의 인생사를 들었었다.

조진만은 아이돌을 좋아한다. 아이돌의 공연을 연출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일류 회사인 시지프를 나와 독립했다.

그때 조진만의 표정을, 홍규헌은 그림으로도 묘사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하게 기억했다.

‘제게 남은 건 거의 없었습니다. 사회초년생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샀던 낡은 중고차. 2,0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적금. 그리고 300만 원 될 법한 적금형 보험.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저는 밝게 빛나는 길에서 뛰쳐나온 겁니다. 막막했죠, 막막할 수밖에 없죠.’

그리 말하는 조진만의 표정은 만족으로 가득했었다. 당시에는 막막했으나, 그 막막함을 상회할 기대와 설렘만이 있었다.

창업하고 월세만 겨우 내며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공연 일을 잡아서 회사를 꾸려나갔다.

남들 다 하는 영업이니 접대니, 그런 일에는 손도 대지 않고 오로지 일거리만 받았다.

‘한 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든다’는 신념하에, 조진만은 부하 직원들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업에만 집중했었다.

어째서 그런 고통을 감내했느냐면.

‘제 꿈이니까요.’

꿈이기에, 조진만은 어두운 진흙탕으로 거리낌 없이 발을 들인 것이다. 이 고난이 지나면 자신의 꿈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리란 확신이 있었기에.

‘아이돌 월드 투어, 제 꿈입니다. 언젠가 가로 엔터와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눈에 별 가루가 한가득 들어차 있던 조진만이 돈만으로 계약을 파기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연, 조진만은 홍규헌의 물음에 오래도록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나온 말이라곤, 자기 자신마저 이해시키지 못한 빈약한 답이었다.

“직원들 의견을 종합하고…… 회의에서…… 결정했습니다.”

“반대 의견은 없었나요?”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장에게 경청은 덕목이니까요. 그리고 미래를 보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렇죠. 경청은 덕목이죠. 아주 중요한 덕목이요. 그러니 힘든 거 아니겠습니까. 존중합니다. 이해하고요.”

“예?”

“저도 사장이니까요.”

경청은 덕목이다. 그 경청의 대상이 유능한 부하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성필. 한구인. 손혜빈.

홍규헌이 여는 임원 회의의 정규 참석자들이다. 가로 엔터의 모든 중대사가 네 사람의 회의로 결정된다.

세 명의 임원들은 유능하다. 유능해서 때론 곤란하다. 그들의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성필이 의견을 제시하면 손혜빈이 반박하고, 손혜빈이 주장하면 성필이 거부하고, 또한 한구인이 재정적인 이유로 승인과 거절을 반복한다.

가로 엔터의 최근 1년은 수십억을 움직이는 나날이었다. 그 수십억이 세 사람의 대화 속에서 사라지고 나타나길 반복한다.

수없이 얽힌 주장과 반박의 사슬이 이어지길 몇 시간, 결말은 항상 같다.

“‘사장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꽤 힘들죠. 빠르게 결정하신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홍규헌은 매일, 매주, 매년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독의 벌판 속에서 보낸다.

유능한 부하들이 낸 그럴듯하고 실현 가능성 있으며 가로 엔터에 도움이 될 의견들. 동시에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는 의견들.

그 가운데에서, 홍규헌은 심판과도 같은 말을 들어야만 한다.

‘최종적으로는 사장님의 판단입니다.’

이 고독은 부모 형제 동료 친구 직원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사장이란 존재는 하나뿐이며, 결정권은 그 사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운명마저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여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사장의 손에 달린 운명은 십수 개다. 미래에는 수십, 수백으로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바닥에 토를 내지르고 싶다.

그 고독 속에서 사장은 의지할 게 필요하다. 이익이냐, 믿음이냐, 신념이냐, 아니면…….

“꿈도 있을 수 있겠죠.”

“…….”

“조 사장님은 그중에서 이익을 택하신 거 같습니다. 여기서 시곗바늘을 조금만 앞으로 움직여봅시다. 누구나 알아주는 시지프를 나올 때, 돈을 벌고 싶단 생각으로 나오셨습니까?”

“…….”

“아니면 자신만의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단 꿈 때문이었습니까?”

“…….”

“제 판단 기준은 꿈이에요. 소녀연맹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저는 제 꿈을 생각해요. 내가 반할 수 있는 걸그룹을 만들고 싶다, 그런 꿈이요. 제가 팬이었으면 무엇을 바랄까 생각해서 결정을 하죠.”

“…….”

“한 번만, 다시 한번만 판단해주세요. 조 사장님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요.”

조진만은 곧은 자세는 온데간데없이 괴로운 듯 등을 굽혔다. 그리고 자신의 허벅지만을 바라보았다.

“하아, 저는…….”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남자가 말했다.

“소녀연맹이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비즈니스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정말로 저는 소녀연맹의 팬이고, 역사적인 소녀연맹의 첫 콘서트를 제 손으로 장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지프가 아틀라스보다 나을 게 뻔하지 않은가. 조진만의 변명은 그것이었다.

“사장님께도, 소련이들한테도, 민폐입니다……. 괜한 의리로 저를 잡아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보여주세요.”

“……예?”

“기획이요. 기획서를 보여주세요.”

공연 기획사가 기획서를 쓰는 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공연 제목, 영상 주제, 곡 선택, 동선, 대본.

무대 설비, 레이어, 전식, 발전차, 영상 장비, 시각효과, 음향, 레이저, 조명, 특수효과, 악기.

공연 장소, 예산, 비용, 순서, 협찬, 티케팅.

이 모든 것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 심지어 이게 공연 기획사 하나에서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파트에선 또 다른 회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즉, 콘서트란 수십 개의 회사가 함께 만들어내는 하모니인 것이다.

이 기획서를 갑자기 내놓으라고 해도, 조진만은 할 말이 궁할 수밖에 없다.

‘아냐, 기획 따위 얼마든지 써서 보여줄 수 있다.’

문제는 홍연헌이었다. 그녀가 가할지도 모를 보복 때문에 조진만은 끝끝내 자신의 마음에 당당할 수 없었다.

그 마지막 제약을, 홍규헌이 부수었다.

“시지프의 홍연헌 사장님, 제 언니한테 연락이 왔어요. 일을 맡겨달라고요.”

“……예.”

“거절했어요.”

“예?!”

“대신, 기획을 달라고 했어요.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보자고요. 조 사장님, 새로 받은 일이란 것도 언니가 줬죠? 이 일 못 맡게 하려고요. 그럼 당당하게 일을 쟁취해봅시다.”

“당당하게……?”

“시지프의 기획과 아틀라스의 기획을 비교해보면 되죠. 그게 제가 언니의 제안을 물리칠 수 있던 이유였어요.”

“그걸 홍연헌 사장님이…….”

“받아들였어요. 제가 조 사장님 편드는 게 못마땅했던지 백번 천번 비교해도 당연히 시지프가 나을 거라고 하더군요.”

조진만의 손가락이 꿈틀댔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방금 들은 홍연헌의 선언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자존심에 새겨진 상처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회복하고픈 상처였다.

“그러니까 기획을 비교하고는 깔끔하게 인정하래요. 저 보고 말이에요. 다른 말로는…… 졌을 때 언니 본인도 깔끔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건 내기이며 승부다.

기업에서 거래처와 계약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미팅을 진행하는 것처럼, 시지프와 아틀라스는 소녀연맹을 두고 경쟁한다.

승부의 기준은 콘서트 기획이다.

“물론, 이 모든 제안은 조 사장님이 다시 일을 맡기로 결정하셨을 때 성립됩니다.”

홍규헌은 그가 오기 전에 준비해두었던 계약서를 테이블에서 집었다. 그리고 그것을 살랑살랑 흔들어보았다.

아주 얇고 가벼운 종이. 그곳에 조진만이 바라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홍규헌은 미끼처럼 그것을 흔들었다.

“소녀연맹에 애정이 있고, 우리 애들을 빛나게 해주고 싶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떻습니까, 조 사장님. 바로 포기하지 말고 경쟁이라도 해보는 게.”

“…….”

“말씀해주세요, 조 사장님이 가진 사장으로서의 판단 기준을요.”

이제 망설일 것도 없다.

이만한 판을 깔아줬는데 물러선다면, 꿈을 위해 시지프를 뛰쳐나왔단 간판이 아깝다.

“하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1, 2주 내에 전달드리겠습니다.”

“……2주 내요?”

그게 가능해?

당장이라도 가능성을 묻고 싶지만, 홍규헌은 조진만의 감동을 망치길 바라진 않았다.

“예. 할 수 있습니다. 시지프에 있을 때도 해봤습니다.”

무슨 블랙 기업이냐.

“조 사장님.”

“예.”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조 사장님이 소녀연맹에게 보내주신 애정을 믿습니다. 조 사장님의 꿈을요.”

“감사합니다, 정말…….”

모험가에게 모험은 미덕이다. 하지만 사장은 모험가가 아니다. 앞을 알 수 없는 모험은 단 한 가지 상황에서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모험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때.

하지만 조진만에게는 다른 기준이 하나 더 있다. 모험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꿈이 망가질 때다. 그것을 오늘 느꼈다.

시지프를 나온 게 하고픈 것을 하고 싶어서인데, 그때의 결심과 반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가보겠습니다. 바로 준비 시작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약 30분의 대화 끝에, 홍규헌은 조진만의 마음을 돌렸다. 그 광경을 성필은 혼이 나가서 바라보고 있었다.

“와…… 사장님 어떻게 사람을…….”

“나도 박 이사 보고 많이 배웠어.”

“저요?”

“사람 꿈으로 홀리는 법. 그게 통하는 사람이 있거든. 박 이사 같은, 그리고.”

조진만처럼, 꿈을 위해선 안정된 직장을 뛰쳐나올 법한 미치광이들.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혁신가들이 이 사회엔 존재한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거나 철이 없다고 욕하는, 해변의 사금(砂金)보다 적은 돌연변이들은 채에 걸러지길 반복하여 결국은 빛나는 자리를 쟁취해낸다.

그때가 되면, 미치광이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이들은 미치광이에게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곤 한다. 그 천재를 미리 발견하는 게 안목이고, 홍규헌은 자신의 안목을 믿었다.

성필을 발견했을 때부터.

“그런 사람들한테는 꿈이란 말이 수십억이란 말보다 더 무게가 있는 거 같더라.”

“……그걸 저를 보고 배우셨다고요?”

“박 이사 아니면 누구한테 배웠겠어?”

성필은 30분 만에 의견을 손바닥처럼 뒤집는 조진만을 보곤, 내심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성필 자신이 걱정된다.

‘내가 조 사장님 같은 사람이야? 사장님한테는, 아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보인다고?’

손나(그런)…….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