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정규 1집을 만들어가던 중, 조아라가 아직 아이돌의 세계관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던 때 있던 일이다.
조아라는 아이돌 세계관의 오글거림에 대해 한구인에게 열변을 토했었다. 한구인은 이에 동의해주리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저는 세계관이란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곡에 스토리가 개입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아라는 놀랐다.
아이돌 팬들도 세계관을 어느 정도는 농담거리로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매사에 진지한 한구인이 ‘자연스럽다’라고 하다니.
조아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클래식의 역사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에서 시작하여 모차르트와 베토벤에서 절정기를 이룬 고전파라는 음악 경향이 있었다.
그 유행은 100년 가까이 유럽을 강타했다. 하지만 작곡가들은 점점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혹은 다른 고전파 작곡가들이 깔아둔 콘크리트 도로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시원하게 뻗은 정교한 포장도로에는 발자국을 남길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타난 게 낭만파입니다.’
낭만파 작곡가들은 그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시도를 감행하게 된다.
곡에 이야기를 넣는 것이다.
시를 음악으로 표현하겠단 대담한 생각은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마냥 좋은 취급만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음악의 순수함을 버리고 곡에 이야기를 넣는단 거냐. 시를 곡으로 쓰겠다는 거냐. 너희들이 시인이냐 작곡가냐…….’
낭만파에 영감을 받은 이들도 많았지만, 그에 반발하던 이들도 많았다.
어떤 분야든 순수함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 순수함의 정점이 베토벤과 같은 악성(樂聖)이라면, 정순함을 지키고자 하는 의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낭만파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현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클래식이 낭만파 시대의 것입니다. 그야…….’
이야기가 있으니까.
사람들은 알프스산맥의 시원함을, 산 위에 선 마왕성의 음울함을,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의 개선식을, 음악으로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그것이 음악과 합쳐졌을 때 얻게 되는 전율을, 낭만파 작곡가들은 끝없이 추구해왔다.
‘아이돌의 세계관이나 앨범의 스토리란 것도 그와 비슷한 게 아닌가 합니다. 현대의 아이돌은 초기 낭만파 작곡가들의 심정이지 않겠습니까.’
대중음악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사랑 노래다. 아이돌의 음악은 그런 경향이 더 짙다.
이미 선배들이 반짝반짝하게 닦아둔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무엇이 더 나올 수 있을까.
이미 비어버린 우물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 행위와 비슷하다. 익숙해진 주제에 더 이상 감동을 주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아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낭만파 작곡가들과 비슷한 길로 향하는 것이다.
‘그냥 멋진 남자가 사랑을 노래하는 것보다, 멋진 뱀파이어가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게 더 재밌지 않습니까? 정글 늑대인간이나 우주인이 사랑을 외치는 게 더 힘이 있겠죠.’
단순한 사랑이 뱀파이어의 사랑이 되고 우주인의 애정이 된다. 그리고 그런 특이한 주제를 가지려면 자연스레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미 과거 증명되었듯, 그저 곡만 있는 것보다는 곡에 이야기가 붙는 쪽이 더욱 호소력이 있는 법이다.
한구인의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조아라도 그의 말을 이해하긴 했으나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한구인의 설명을 여실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무대 위에 서서 16,000명에 이르는 관객의 함성을 드는 이 순간.
그들의 눈에 새겨진 감동을 피부가 아려올 정도로 받아들이는 이 순간.
인정해야만 했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어.’
* * *
소녀연맹의 무대로 1부 피날레가 장식되고 잠깐의 휴식이 주어졌다.
관객들은 사그라지지 않는 무대의 열기에 대해 토론하거나 SNS에 글을 작성하고, 혹은 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런 와중 홍규헌은 불안한 기색만 보이고 있었다. 한구인이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집 나간 개를 걱정하는 사람의 모양새였다. 깍지를 끼고 앉아 얇은 플라스틱 의자가 삐걱거릴 정도로 쉴 새 없이 다리를 떨고 있었다.
“어, 괜찮아.”
“…….”
한구인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갑자기 언니인 홍연헌이 성필을 데려갔으니 걱정되는 게 당연했다.
홍연헌이 성필에게 무슨 짓을 하거나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마음 편히 있는단 말인가.
“저 왔어요.”
하지만 홍규헌의 불안도 몇 분 뒤에는 끝나게 됐다. 성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시 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구인이 성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냐고 묻기도 전에, 홍규헌이 억눌러져 있던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듯 입을 뗐다.
“언니가 뭐래?”
“프로듀서는 무대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으셨대요. 그래서 옆에서 해설해드렸어요.”
“해설? 무대에…… 무슨 해설?”
“어, 그게,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뭐라고 말은 많이 했던 거 같은데. 아마 우리 애들 자랑만 엄청 했을 거예요.”
하하하 웃는 성필의 목소리에는 불안이나 거짓말하는 기색 같은 건 없었다.
찝찝하게 살짝 걱정의 얼룩이 남긴 했지만, 홍규헌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댔다.
그때 성필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박 이사 울었어? 왜 눈가가 빨개?”
“네?”
성필이 자신의 눈 주위를 조심스레 문질렀다. 조금 따갑고 부어 있었다.
“아…… 맞다. 울었어요.”
“언니한테 맞았어?!”
“맞았으면 제가 여기 있겠어요. 애들 무대 보고 울었죠 뭐.”
정말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라고 한구인은 생각했다.
한구인은 자신에게도 나름 감수성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그도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경우는 손에 꼽았다.
그런데 성필은 일 년에 몇 번 정도는 꼭 아이돌 무대를 보고 우는 듯했다.
“박 이사. 혹시, 그, 언니한테 몹쓸 짓 당했으면 편안하게 말해. 나중에 사장실에 와서라도.”
“대체 뭘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성추행이라도 당했을까 봐요?”
“역시 뭔가 있었구나. 내가 딱히 성적으로 뭐라고 하진 않았는데…….”
“사장님 말투가 그랬잖아요!”
투닥거리다 보니 휴식 시간도 끝나고, 뮤직 어워드의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의 시작은 시작이라는 의미에 맞게 ‘넥스트 스타 상’의 수상부터다.
성필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전광판에 뜬 후보 목록을 훑었다. 총 일곱 그룹의 후보 중에는 확실하게 소녀연맹의 이름도 있었다.
나오는 면면을 확인하니, 올해 소녀연맹보다 눈에 띄는 그룹은 없었다. 시청자들도 소녀연맹의 수상을 점치고 있을 것이다.
‘드디어 애들이 상 받는 걸 볼 수 있겠구나.’
리카는 첫 음방 1위 때처럼 또 무릎을 꿇고 오열할까?
‘아냐,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했을 테니 침착한 모습을 보여줄지도 몰라.’
백설하는 리더답게 평온한 수상 소감으로 묵직하게 중앙을 지키고 있겠지.
‘속으로는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겠지만. 무대 내려오자마자 우는 거 아닌가 몰라.’
조아라는 이제 상을 받는 데 면역이 좀 생겨서 울지는 않을 것이다.
‘싱글벙글 웃기만 하지 않을까. 너무 깨방정 떠는 모습은 안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장하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유로운 미소만 머금을 게 분명했다.
‘음방 1위를 했을 때도 아예 울지는 않았으니까. 심지가 강한 애야.’
신아름은 다른 멤버를 붙잡고 격렬하게 기쁨을 표현하겠지.
‘그리고 내 쪽으로 손을 막 흔들지 않을까.’
성필의 머릿속에는 상을 받은 멤버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실제 반응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회식도 하면 좋겠다. 오늘은 다들 피곤할 테니까 내일……. 아니다. 하루건너 또 시상식 있잖아. 아, 시상식 시기가 지나야 회식할 수 있겠구나. 장소는 역시 고깃집이겠지. 소고기로…….’
“넥스트 스타 상, 글로브 축하드립니다!”
황홀하게 잠겨 있던 성필의 정신이 폭발이라도 맞은 물고기처럼 수면 밖으로 튕겨 올라왔다.
성필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뻐끔대면서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선 진한 당황이 베어져 나왔다.
“무슨…….”
한구인은 얼이 빠져서 ‘무슨’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건 다른 이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쥔 홍규헌에 비하면, 고장 난 한구인의 행동은 귀엽게 보아줄 수준이었다.
하지만 성필만큼 혼란스러운 이는 없을 것이다.
‘왜 소녀연맹이 아니지……?’
혼란스럽고, 또한 이상한 기분이다.
성필의 마음 전체를 죄책감이 휘감았다. 왜냐하면 그는 한구인처럼 그저 당황하고 있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홍규헌처럼 온전히 화를 내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필의 가슴속에선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소녀연맹이 상을 받지 못해서 슬프다. 동시에, 글로브가 상을 받아서…….
“아, 아, 그, 글로브입니다. 상을 주셔서…….”
석세스 엔터, 글로브의 리더인 라희가 감격하여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가 든 마이크로 글로브 멤버들의 들뜬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감사, 감사합니다아…….”
라희의 눈물에는 얼마나 긴 고통과 인내의 세월이 있었을까. 그것을 직접 보아온 성필로서는 그녀들이 무대에 올라간 이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동시에 성필은 시선을 우측으로 돌렸다.
수백 명의 아이돌이 자리한 대기석의 틈바구니에서 넋이 가출한 소녀연맹 멤버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때 신아름이 성필 쪽을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신아름이 입술을 꽉 깨물고는 다시 무대로 눈을 돌렸다. 계속해서 성필을 바라보았다간 울 것 같아서일 테지.
“…….”
성필도 다시 무대를 보았다.
라희의 대표 수상 소감이 끝났다. 성필은 박수를 쳐주기 위해 양손을 마주 보게 했다.
그 즉시 사방에서 박수가 휘몰아쳤다. 하지만 성필의 손바닥은 제자리를 지치고 있었다.
그게 또한 죄책감이 들었다.
순수하게 글로브의 성공을, 글로브 멤버들의 기쁨을 축하할 수 없는 자신이 밉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잖은가.
‘얘들아…….’
성필은 무대 위의 글로브 멤버들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안쪽에는 온통 소녀연맹 멤버들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상을 받지 못했단 게 쓰리다.
* * *
뮤직 어워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소녀연맹 멤버들은 아이돌들의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박수를 치며 박자를 타고 미소를 지었다.
속은 타들어 가 재도 남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언제 카메라가 자신들을 찍을지 모르기에 평정을 연기해야만 한다.
뭐라도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면 인터넷에서 싸가지가 없다며 화제가 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백설하는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버릇처럼 무대를 보면서 감탄하고 미소를 짓지만, 과연 그게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멤버들과 넥스트 스타 상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란 불가능했다.
그녀들의 사방으로는 다른 아이돌 그룹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간,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글로브에게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다.
‘왜 글로브가…….’
석세스 엔터의 글로브가 신인 중에서 주목받는 그룹인 건 맞다. 하지만 소녀연맹에 비할 바는 아니다.
사전 예약 구매로 12만 장을 판 그룹이 소녀연맹이다. 케이어스를 제외하곤 경쟁자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가 상을 못 받아? 왜 글로브가 받은 거야?’
백설하가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은 주먹으로 모양을 바꾸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잠시 푹 숙였다.
남들이 본다면 ‘잠시 아래를 봤구나’ 싶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할 짧은 시간.
그동안, 백설하는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에 쌓인 분노를 토해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진정할 수 없을 듯했다.
다시 고개를 들자 넥스트 스타 상을 받았던 글로브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또…… 또 이렇게 한 해가 지나가는 거야……?’
또 상을 받지 못한 건가.
소녀연맹의 커리어에 상이라곤 없는 건가.
케이어스에게는 뒤처지기만 하는 건가…….
문득 1년 전이 떠오른다.
멤버들과 함께 숙소에서 잔뜩 분노를 토해냈던 나날들. 시상식에서 박수 기계로서 불려 다녔던 날들.
그때 멤버들과 전의를 다졌었다. 내년에는 절대 이런 꼴은 당하지 말자고 말이다.
‘그런데 또…….’
분하다.
뮤직 어워드를 마치고 성필을 보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 성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성필이 먼저 멤버들을 위로할 테니까.
[본상입니다.]
분노만 곱씹고 있자니 벌써 본상의 차례까지 왔다. 한 해에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던 10개 이내의 곡을 선정하여 상을 주는 것이다.
본상에 올랐단 건 내년에 대상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단 뜻이다. 그야말로 탑스타로 오르는 길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에이스!]
무대 위로는 여러 아티스트와 아이돌이 차례로 올라간다.
[케이어스!]
당연하다고 할까, 그 안에는 케이어스도 있었다. 데뷔한 지 고작 1년밖에 안 되는 그룹이 본상을 받게 됐다.
‘케이어스는 저렇게 앞서가는데 우리는 상 하나 받지 못하고…….’
백설하는 표정을 꾸며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고개를 떨어뜨리고 입술을 짓씹기만 했다.
눈물이 그녀의 허벅지로 한두 방울씩 쌓여갔다. 평소라면 장하양이 위로해주었을 텐데, 이번에는 그녀의 손길마저도 없다. 장하양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바쁜 것이다.
[박영모!]
‘박 이사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것밖에 안 되는 아이돌이라서 죄송해요. 열심히 했는데, 노력했는데, 이게 제 한계인가 봐요…….’
그 순간 장하양의 온기가 등으로부터 느껴졌다.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게 백설하의 등을 쓸었다.
‘위로해주는 거야?’
자신도 참 리더로서 칠칠치 못하다. 체면도 벗어던지고 계속 땅만 바라보고 있다니.
위로가 아니라 질책을 받아도 모자라다.
백설하는 눈물과 헛웃음을 섞어서 뱉어내곤, ‘괜찮다’는 뜻으로 장하양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더 이상 위로는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장하양은 수위를 높여나갔다. 백설하가 고개를 들지 않자, 그녀의 손은 백설하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하양아, 너도 많이 힘들 텐데. 항상 고마워. 항상 옆에서 나를 도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 너무 분해……. 회사 분들한테 너무 미안해…….’
백설하는 다시금 장하양의 손을 조심스레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그런데.
“으억?!”
장하양이 힘으로 백설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백설하가 보고 있던 세계가 바뀌었다.
눈물이 십수 방울 떨어진 자신의 허벅지가 아니라.
“언니, 가야 해요.”
주변에 앉은 수백 명의 아이돌, 수만 명의 관객이 온전히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 어디? 끄, 끝난 거야? 뮤직 어워드?”
장하양은 고개를 젓고 손가락으로 무대를 가리켰다. 백설하의 눈도 자연스럽게 장하양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아.”
그곳에는 꿈과 같은 광경이 있었다.
커다란 전광판에 쓰인 글자.
[본상: Long For - 소녀연맹]
소녀연맹이 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