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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148화 (148/760)

148화

“그래, 군 장교복은 솔직히 너무 나가긴 했지.”

조정훈 감독이 꽤 옛날에 냈던 의견이었다.

가로 엔터도 모르는 사이에 소녀연맹의 세계관을 만들었던 그는, 다음 앨범 컨셉에서는 ‘저항’에 초점을 맞추자고 했었다.

그 저항을 위해 군 장교복을 제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교복을 어떻게 사랑이란 주제와 맞출 수 있을까.

“곡 분위기에도 정장이 잘 맞긴 해.”

“혹시 장교복을 정장처럼 만들 순 없나요?”

“조 감독님 장교복에 엄청 꽂혔나 보네요. 남자들이 군복 좋아하나?”

“…….”

조정훈은 입을 열지 않았다.

본인의 취향이 드러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박 이사님은 어떠세요?”

이유이 어시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

성필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만약 ‘군복 좋죠’란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을 지켜보는 신아름에게서 어떤 말을 들을지 몰랐다.

애초에 군복이란 그 자체가 좋다기보단, 코스튬적인 측면에서 선호되는 것이었으니까.

경찰복, 의사의 흰 가운, 스쿨룩, 쉐프복과 비슷한 선상에서 아이돌에게 적용되는 컨셉이다.

“일단 전문가분들끼리 대화 나누시는 게 좋겠네요.”

“네, 의견 잘 들었습니다.”

김형선이 성필의 답을 마음대로 해석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도 수긍하고 있었다.

회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았기에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데뷔 때의 멤버들은 그저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르기만 했으나, 이제는 나름 자기 생각도 말할 수 있게 됐다.

회의가 끝나고.

“아라쨩 짐승!”

“…….”

“매일 춤 영상 본다면서 그런 걸 본 거야? 짐승이야 짐승!”

“……그래, 나 짐승이다. 너 목덜미 물어 뜯겨볼래?”

“꺄악! 난폭해! 야성적이야!”

참고 영상 하나 보여준 것으로, 조아라는 영원히 고통받아야만 했다.

* * *

‘롱 포’ 스타일링의 가닥은 정장으로 잡혔다.

남자 아이돌에 비해, 여자 아이돌이 정장을 주요 컨셉으로 채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끔 이벤트성으로 음방 무대에 등장하긴 해도, 지속적인 수요는 없었다.

그것을 고려해서, 김형선 실장도 처음엔 이벤트성으로 정장을 주장했지만.

“정장 진짜 좋겠는데요?”

성필의 강렬한 어필이 있었다.

그는 특히 장하양에게 집중했다.

“막, 막막, 그, 기업가처럼! 냉철한 기업가처럼 정장 입고! 아시겠죠?”

모르겠다.

잘 모르겠지만, 성필의 열정만은 전달됐다.

장하양의 정장복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성필을 보며, 백설하는 거의 2년 전이 떠올랐다.

‘이사님이 하양이 처음 보고 왔을 때 재벌 같은 분위기라고 하셨지. 사업가 같은.’

특이한 비유여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어쨌든 성필의 강력한 자기주장, 조아라가 참고로 보여준 영상, 거기에 손혜빈까지 달라붙었고.

그 결과 정장이 메인 복장으로 채택되었다.

“‘아니’ 때도 정장 컨셉은 있었지 않나요. 또 정장으로 가면…….”

반박하려는 홍규헌에게, 김형선은 조아라가 참고삼으라던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 이런 거.”

“이해하셨나요?”

“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조아라는 울고 싶었다.

“최대한 다양한 패턴, 최대한 다양한 형태, 최대한 다양한 컬러로 준비할게요.”

김형선 실장은 전장으로 나가는 병사처럼 결연했다. 그녀에게도 도전인 과제였다.

옛말에 단벌 신사라고 있던가.

정장은 변화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옷이다. 아무리 다양성을 주더라도, 쉽게 사람의 눈에 익어버린다.

그러니 정장이란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아예 정장인 줄도 모르게 해체시키고 다시 재조합해야만 한다.

“이 어시. 잘해보자.”

“네!”

어느새 김형선의 측근 동료로 신분 상승이 된 이유이도 열정을 불태웠다.

그 스타일링을 이어받아, 조정훈은 뮤비 컨셉을 가져왔다.

“‘롱 포’는 사랑 노래지만, 뮤비에 보이는 비주얼과 서사는 그래선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노래는 사랑을 표현한다.

Long for, 갈망이란 이름에 걸맞게 대상을 소유하길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뮤비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니어야 한다.

고백하고, 유혹하고, 행복해하고, 그런 일반적인 사랑 주제 뮤비와 궤를 달리해야만 한다.

“스타일링을 보고 제가 생각을 해봤어요. 박 이사님이 하양이한테 입히신 ‘재벌’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정장을 입는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조정훈은 고민했다. 그리고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아 멤버들의 의견도 들어보았다.

정장이라고 하면 어떤 직업이 떠오르니?

“하양이는 재벌. 설하는 마피아.”

“마피아요?”

“네, 영화 대부에 나오는 거 같은 느낌이요.”

“음…….”

너무 과몰입 컨셉 같기도 하다.

홍규헌은 고민하면서도, 계속 설명하라는 듯 손을 저었다.

“아라는 패션 디자이너.”

이건 또 특이하다.

패션 디자이너와 정장을 연결시키다니.

어울릴까?

“콘티 봐주세요.”

조아라가 의상을 디자인한다.

그 뒤로는 사람을 찍어내는 기계가 있다.

그곳으로 모델이 들어가면, 모델들은 다 똑같은 옷을 입고 런웨이로 걸어나간다.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 병사처럼.

‘그러고 보니, 조아라는 재봉을 잘한다고 했었지.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가 나온 건가.’

홍규헌은 지금까지 나온 컨셉들을 보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 직업들 전부, 다른 사람의 위에 서는 직업이네요?”

사람을 자기 입맛대로 부리거나 바꿀 수 있는 직업들이다.

“바로 보이시나요? 직관적으로 안 보이면 어쩔까 걱정했었거든요.”

“저는 보이네요.”

설명이 이어졌다.

“아름이는 검사(檢事)예요. 공권력, 특히 행정부 관련된 직업으로 좋을 거 같아요. 국가의 힘을 이용하는 직업이잖아요.”

신아름의 복장은 안에 흰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 그리고 그 위에 법복(法服)을 걸쳤다.

자주색의 장식단이 근엄한 분위기를 살렸다.

“마지막으로 리카는…… 군인!”

이 인간 아직도 장교복을 포기하지 않았다.

감각적인 정복(正服) 위에 걸친 롱코트가 인상적이다.

“네, 대충 이렇게 멤버들 의견도 받고 해서 만들어봤는데요.”

“잠시만요 조 감독님. 이거, 소녀연맹 컨셉이랑 안 맞아요.”

“네?”

“소녀연맹의 지향점은 자유와 저항, 해방과 투쟁 같은 거예요. 그런데 감독님이 제시해준 건 모두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직업군들이잖아요. 저항이나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요. 억압이면 몰라도요.”

홍규헌은 모든 컨셉 설명을 듣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철학자 알튀세르가 제시한 ‘억압적 국가기구’라는 개념이었다.

물리적이거나 비물리적인 힘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상류층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조직들.

군인, 검사는 당연히 그에 속하고, 재벌도 그 체제의 수혜를 받는 이들이다.

“소녀연맹과 맞지 않아요. 조 감독님은 단순히 의상 컨셉으로만 제시한 게 아니라, 제 더 마음에 걸리네요.”

“아…….”

조정훈 감독은 할 말이 없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억압.”

그때 한구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모두의 눈이 그에게 향했다.

“자유를 위해 억압자와 싸우는 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억압자와 비슷해진다고들 합니다. 자신의 정의가 너무도 확고해져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거죠.”

“네?”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된 자들. 그러니까, 심연을 들여다보아 심연에 삼켜진 거죠. 소녀연맹도 그렇게 된 겁니다.”

조정훈이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방금 한구인이 말해준 것을 빠르게 받아 적었다.

“그런 의도셨습니까?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네? 아, 아니요. 그렇게까지는…….”

“와, 한 이사 과몰입 뭔데?”

홍규헌의 감탄에 한구인이 쑥스럽단 듯이 미소 지었다.

“그럼 이후 콘티는 한 이사님의 의견을 받아서, 이 골격을 유지하고 스토리를 손볼게요. 다음 미팅 때 보여드릴게요.”

“예. 거기서 손보고 스토리에 반전도 있으면 괜찮겠네요.”

회의가 끝나고, 손혜빈과 성필이 한구인을 잔뜩 칭찬해주었다.

“한 이사님 미쳤다 진짜.”

“제가 미친 겁니까……?”

“대단하다고요. 와, 방금 그 스토리로 빙의글 한 편 뚝딱이야.”

“빙의글은 뭡니까?”

“한 이사님 대단해요 정말. 세계관 만드는 데 재능 있으신 거 아니에요? 고전 많이 읽으셔서 그런가.”

“하하, 박 이사님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군요. 그래서 빙의글은 뭡니까?”

“모르셔도 돼요.”

“…….”

섭섭함을 느낀 한구인은 스스로 핸드폰에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아무 글이나 열어서 조금 읽더니, 충격받아선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저는, 조금, 쉬어야겠습니다.”

한구인은 비틀거리며 회의실을 나갔다.

“아이돌의 밑바닥까지 파기엔 여리신 분이야.”

“그러게. 누나 앞으로 한 이사님 앞에선 그런 말 꺼내지 마.”

성필은 연습실로 향했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리카와 장하양이 스트레칭용으로 사다 둔 짐볼로 놀고 있었다.

고작 공 하나로 세상 떠나갈 듯 웃으며 노는 둘을 보니, 성필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억압. 그리고…… 투쟁, 해방.’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며 성필도 과몰입을 시작했다.

떠오른다, 아이디어가!

* * *

가로 엔터가 데뷔 때부터 소녀연맹을 맡기는 메이크업샵.

그곳의 원장이 직접 장하양의 메이크업을 맡아주었다.

“여기 눈꼬리는 조금만 연장할게요. 안 그래도 하양 씨는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예쁘셔서, 임팩트 준다고 많이 손대면 안 좋을 거 같아요. 맨얼굴로 남자들 쳐다봐도 기절할 정도로 차갑고 예쁘니까, 조금 은은하고 부드럽게. 아시겠죠?”

원장은 메이크업을 하면서 조금도 입을 쉬지 않았다.

주로 장하양에 대한 칭찬이었다.

장하양은 칭찬을 들으면 자꾸만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아이라이너도 이렇게…… 속눈썹도, 어머. 그냥도 예쁘네요. 최대한 과하지 않게 할게요.”

“네, 네에.”

장하양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성필과 손혜빈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계속 픽픽 웃었다.

“하양이도 칭찬 들으면 좋아하는구나.”

“앞으로 자주 해줘야겠다.”

“네가 해주면 아예 뒤집어지는 거 아냐?”

메이크업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롱 포’의 컨셉을 위해 원장과 여러 번 회의를 거치고, 그 결과물이 오늘 처음 실물로 선보여지는 것이다.

원장도 심혈을 기울였다.

“자, 자, 하양 씨 꿀팁! 혼자서도 하면 좋아요. 마스카라 픽서를 여기, 속눈썹 말고도 언더에도 해주세요. 그리고 또 정리해주는 느낌으로 마스카라를…….”

원장이 드디어 도구를 내려두었다.

“자, 이제.”

끝인가?

“눈은 끝!”

눈만 끝났다.

“블러셔 들어갑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장하양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어때요?”

장하양이 수줍게 미소 지었다.

손혜빈이 성필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떠냐잖아. 대답 안 해?”

“…….”

“기절했군.”

오늘부로 신세연 원장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오늘부터 지지 관계에서 벗어나, 원장님과 성필은 한 몸으로 일체가 된다.

원장님에 대한 공격은 성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그야말로……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화장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나 오늘 집에 안 가. 하양아 조명 옆에 서. 사진 천 장 찍을 때까지 안 가!”

“아하하.”

진짜였다.

성필의 핸드폰이 용량 초과 경고음을 올리지 않았다면, 장하양은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 누구야!”

회사로 돌아오자 리카가 장하양에게 경계심 어린 태도를 취했다.

“하양 언니 어디 갔어! 빨리 내놔!”

“아하하, 나야 리카.”

“우소(거짓말)!”

장하양은 원래도 예뻤다.

그런데 이제는 인간의 뇌 용량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예뻤다.

“이번 메이크업 진짜 언니한테 찰떡이에요.”

멤버들에 대한 칭찬이 짜디짠 신아름마저도 인정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그런데 한 시간 후, 신아름은 더는 장하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양아, 기억나……?”

“네?”

“너랑 나랑 같이 박물관 털다가 들켜서, 너만 조각상인 척해서 나 혼자 감옥에 들어갔었잖아…….”

“아, 아하하.”

성필이 계속 주접을 떨었기 때문이다.

“팀장님 그만하고 일 좀 하러 가요! 팀장님 일이 그렇게 없어요?!”

“아타시(나)도 그때 있었어! 나도 이사님이랑 감옥에 갔어! 하양 언니 나빠!”

리카도 주접에 가세했다.

“뭔…… 팀장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 오는 거예요? 팀장님이 생각해낸 건 아니죠?”

만약 맞다면, 신아름은 성필에 대한 애정이 백만 분의 일 정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너도 아이돌 뮤비 댓글 많이 보다 보면 나처럼 돼. 그때까지 같이 힘내자.”

되고 싶지 않아…….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장하양은 세면실 거울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하양아 안 씻어?”

“아, 씻어야죠.”

장하양은 클렌징 티슈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대신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성필의 톡으로 그 셀카를 보내려 했다. 엄지로 꾹 누르면 사진이 보내지는데, 결국 보내지 않았다.

대신 낮게 숨을 내쉬며 SNS에 올렸다.

그 사진을 본, 곧 고등학교 입학식을 치르는 소녀연맹의 팬 김채현.

“언니 나 주글 거 가태…….”

그 사진을 본, 이제 사회초년생에서 벗어난 27살 소녀연맹 팬 유용태.

“스타그래프는 왜 사진 저장을 막아뒀냐고! 저장하게 해줘! 해달라고!”

팬들은 기쁨에 몸을 떨었다.

* * *

“리카, 이제 다시 염색하자.”

데뷔곡의 컨셉을 맞추기 위해, 리카는 금발로 염색했었다.

슬슬 뿌리가 검은색이 된 데다가 다음 컨셉도 맞춰야 하니, 다시 원래 머리색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이(네)!”

“그리고 헤어스타일 말인데. 네가 저번에 단발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

데뷔곡 때 조아라의 단발을 보고 리카는 단발병에 걸렸었다.

그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변함없었다.

“단발 좋아요! 군복이랑도 어울릴 거예요!”

리카는 단발을 보면 유능한 비즈니스 우먼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조아라의 탓인지 센 언니들이 생각난다는 모양이다.

자신도 그렇게 보이고 싶다고 한다.

“아타시(저)는 강하니까요!”

“그래, 귀엽다.”

“에헤헤, 아니, 강하다니까요! 이사님이 저 귀엽다고 하는 거, 그거 다 고정관념이고 편견이고 선입견이예요!”

참고로, 고정관념 맞다.

성필은 리카를 헤어샵으로 데려갔다.

리카의 단발도 가로 엔터 전체 회의, 스타일리스트 팀, 헤어샵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서 결정된 것이었다.

성필은 그녀의 머리가 다 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리카는 단발도 어울리겠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으아아아아아앙!”

샵 안쪽에서 리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성필은 생각의 속도보다 빨리 그쪽으로 달려갔다.

“리카!”

당황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헤어 디자이너.

그리고 거울을 보며 서럽게 우는 리카.

성필은 상황 파악을 끝냈다.

“리, 리카.”

리카는 다시 원래 머리색으로 되돌아가 있고, 머리도 단발로 바뀌었다.

‘너무 짧잖아…….’

목덜미 살짝 위까지 오는 길이였다. 그리고 머리칼 끝부분은 컬을 줘서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게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윗머리가 착 가라앉아 있다.

안 어울리기도 했지만, 머리숱이 적어 보인다…….

“흐으아앙! 흐끅, 으에에에엥……!”

리카는 서럽게, 아주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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