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147화 (147/760)

147화

“대표님, 어때요?”

윤상열이 실실 웃으면서 물었다.

당신도 좋지? 이 노래 좋지? 이런 뜻이 가득 담겨 있는 웃음이었다.

“어어, 좋다 이거.”

김태훈 대표의 얼굴도 밝아졌다.

“글로브 애들한테도 잘 맞을 거 같아.”

“그죠?”

“이게 엘릭 작곡가 거라고? 그런 분이 우리한테 곡도 주고. 글로브가 좋게 보이긴 하나 봐.”

“그럼요. 누가 만든 건데.”

내가 만들었다. 나, 윤상열이 만들었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꾹 참았다.

윤상열은 그의 허락이 떨어진 뒤, 다음날 관리자급 전체 회의를 열었다.

회의실에 ‘팅글’이 울렸다.

“자, 어때요 다들? 엘릭이 우리한테 넘긴 건데.”

윤상열이 질문했다.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다들 내심 ‘좋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윤상열이 어떻게 생각하는진 몰랐다.

먼저 의견을 냈다가, 혹시라도 그의 의견과 반대된다면 온갖 수모를 당할 게 틀림없었다.

“나는 괜찮은 거 같은데.”

그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윤상열은 선심 쓴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마치 왕이 빈민에게 빵을 뿌리듯이.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와, 역시 엘릭이네요. 곡을 잘 뽑아요.”

“글로브한테도 맞을 거 같고요.”

그제야 찬사의 물결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윤상열은 자신에게 바쳐지는 찬송가를 오래도록 듣다가, 회의를 끝냈다.

“그럼 살게요, 이거. 이견 없죠?”

있을 리가.

윤상열은 작업실로 돌아가 엘릭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답잖은 안부 인사를 나누고 즉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팅글’, 저희 석세스 엔터가 사겠습니다.”

글로브는 데뷔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석세스 엔터의 그룹들과 아티스트들이 쌓아둔 팬덤의 효과를 받아, 음원 차트에도 중간층을 넘어섰다.

‘글로브’란 이름을 확실히 박아 넣었다.

이제 다음 단계다.

회사의 인기에 올라타지 않고, 글로브만으로 팬덤을 구축하는 것.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이 중요하다.

‘반드시 성공해야 해. 실패는 없어.’

심혈을 기울여 다음 앨범을 프로듀싱하던 중, 갑자기 엘릭에게서 연락이 왔다.

곡을 만들었는데 봐달라는 것이었다.

윤상열은 깜짝 놀랐었다.

‘엄청 잘 뽑혔는데? 대형 기획사에서도 사가겠어. 굳이 쓰진 않더라도, 창고에 재워두는 것만으로도 이득이겠다.’

왜냐, 다른 그룹이 쓰지 못할 테니까.

‘엘릭도 알 텐데? 근데 이걸 우리한테…….’

아, 그렇구나.

‘글로브’의 가능성을 본 거구나.

그럼 그럼. 누가 만든 건데!

‘내가 만들었어.’

‘팅글’은 글로브의 다음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가격은…….”

[죄송합니다.]

“……뭐라고요?”

[죄송합니다, 윤 PD님. 이 곡, 이미 주인이 생겼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겨우 하루 만에?

아니, 석세스 엔터뿐만 아니라 다른 기획사에도 이 곡을 돌린 건가?

어째서? 가격 경쟁이라도 붙이려고?

“얼마, 얼마에 판 겁니까? 이미 팔았어요? 아니면 저희한테 바라는 조건이 있습니까? 분배율? 아님 가격? 얼마를 받았기에 벌써…….”

[죄송합니다. 주인이…… 있습니다.]

겨우, 겨우 하루였다.

김태훈 대표의 허락을 받고 관리자 회의를 거치기까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윤상열 자신이 판단을 내릴 때까지.

겨우 하루였다.

그런데 벌써 팔리다니…….

‘나 혼자서, 내가 이 회사의 결정권자였으면 이딴 일은……!’

윤상열은 아랫입술이 찢어지도록 물었다.

“누구요?”

그의 목소리는 더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가로 엔터입니다. 소녀연맹이요. 죄송합니다.]

“…….”

가로 엔터? 소녀연맹?

그 새끼들은…… 박성필이 있는 곳이잖아?

[죄송합니다, 정말.]

엘릭은 이상했다.

곡이 이미 팔렸으니, 당신의 회사에 곡은 넘길 수 없게 됐다.

아주 단순한 비즈니스적 통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엘릭은 죄송하단 말을 습관처럼 계속 내뱉었다.

하지만 윤상열은 그런 것을 고려할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흐.”

윤상열은 낮게 한숨을 토해내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즉시 테이블 위에 올려진 모든 것들을 내팽개쳤다.

여러 사무 도구가 하늘을 날며 바닥을 굴렀다.

윤상열은 거친 숨결과는 다르게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어지러워진 바닥을 응시했다.

‘이 시발 좆같은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누군지 아냐고.

나한테 이딴 치욕을 줘?

‘나는, 난, KS 엔터 수석 프로듀서…….’

였었다고…….

그 누구도 자신에게 이딴 대접을 할 순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윤상열은 작업실을 나가, 글로브가 연습하고 있을 연습실로 천천히 향했다.

‘올라가야 해. 성공해야 해.’

KS 엔터는 윤상열을 자리에서 내쳤다.

윤상열의 목표는 KS 엔터의 이사다. 정호환이 차지하고 있는 프로듀싱 계열의 이사 자리다.

그것을 위해 KS 엔터에 헌신했다.

그럼에도 돌아온 것이라곤, 점점 중앙에서 소외되는 것뿐.

‘내가 두려웠나? 내가 과했어? 능력 있는 자가 더 많은 권한을, 더 많은 권리를 가지는 게 당연하잖아?’

윤상열은 KS 엔터에서도 독불장군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다른 이들을 존중하지 않았다.

‘존중하라고? 내 존중을 받을 인간 따위,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어.’

왜냐하면 자신이 최고니까.

그런 윤상열을 바라보던 KS 엔터의 정호환 이사는, 그를 점점 프로듀싱의 외곽으로 몰아냈다.

그 결과, 윤상열은 스스로 수석 프로듀서 자리를 버리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자신만의 왕국을 찾기 위해.

자신이 왕좌에 오를 수 있는 변방, 석세스 엔터를 찾아왔다.

‘정호환 개새끼. 증명할 거다. 내가 너보다 더 뛰어나다고. KS 엔터로 돌아가서 네 자리를 다시 찾아갈 거야. 그리고 쫓아주마. 한국이 아이돌이란 게 뭔지도 모를 시절에, 일본이나 미국 곡 카피해서 팔아먹은 도둑놈 새끼 주제에…….’

미래에 석세스 엔터가 궤도에 오르면, 윤상열은 석세스 엔터를 KS 엔터에 팔아버릴 속셈이었다.

그래, KS 엔터의 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석세스 엔터에는 더 많은 지원이 주어지겠지. 하지만 그때쯤이면, 윤상열은 석세스 엔터 따위에 관심도 없을 것이다.

‘다시 KS 엔터로 돌아가서 정호환의 자리를 가져갈 거다. 당신 같은 늙은이가 있을 곳이 아니야.’

윤상열은 거칠게 연습실 문을 열었다.

오순도순 앉아 쉬고 있던 글로브 멤버들이 깜짝 놀랐다. 그녀들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그보다 윤상열이 빨랐다.

“연습 안 하고 뭔 지랄들이야!”

멤버들이 돌처럼 굳었다.

윤상열은 연습실 사방을 눈으로 훑다가, 양소민을 발견했다.

양소민은 바닥에 체스판을 펴고 앉은 채였다. 그녀의 손에는 킹이 들려 있었다.

“양소민.”

윤상열은 양소민의 앞으로 다가와 체스판을 발로 찼다.

“아, 아…….”

“너는 평가마다 최하위 성적이면서, 그딴 장난감이나 가지고 놀 짬이 나? 아이돌이 편하지? 누구는 밤까지 잠도 못 자고 일하는데, 넌 놀 궁리밖에 없어?”

“으, 우…….”

“너희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알아? 너희들 인생 다 바쳐서 일해도 못 갚아! 근데 너희들은 지금 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고 싶어?!”

윤상열은 양소민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무어라 웅얼대고 있었다.

“이, 이거, 박, 팀장님이, 사준, 건데…….”

박 팀장.

박성필.

가로 엔터에 있는.

소녀연맹을 만든.

그 못 배워 처먹은 고졸 새끼.

윤상열은 거울 앞으로 날아간 체스판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아예 밟아서 부서뜨렸다.

체스판 조각이 휘날렸다.

소민은 부서지는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표정도 보아야만 했다.

부서진 체스판처럼 처참하게 찢겨 있었다.

“연습해. 몸이 부서질 때까지. 죽을 때까지. 연습하라고.”

너희들은 악기다. 도구다.

명령하면 명령받은 대로 움직일.

그 명령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도구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 몸을 다 바쳐, 내 꿈을 이뤄내라.

* * *

“구성아 웬일이야?”

유구성. 엘릭의 본명이다.

손혜빈은 숨이 차 헐떡이는 엘릭을, 일단 가로 엔터 내부로 들였다.

“혜빈아. 여기 A&R 총괄하는 분이 누구야?”

“A&R?”

음악 프로듀서 정지음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가 A&R 총괄인가?

“성필…… 아니, 박성필 이사님.”

“지금 뵐 수 있어?”

“지금? 왜 그러는데?”

엘릭이 주머니에서 USB를 하나 꺼냈다.

“내 곡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잠시만.”

손혜빈은 지하의 작업실로 내려갔다.

성필이 정지음과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박성필 이사니임. 바쁘신가요?”

“지음아 나 여기 봐봐. 닭살 돋았어.”

“저도요.”

손혜빈이 두 사람의 목을 동시에 졸랐다.

“구성이가 너 보러 왔어.”

“구성이는 누군데.”

“형 또 모르는 새에 친구 사귀었어요? 모험 만화 주인공 같네요. 가는 데마다 친구가 생겨.”

“엘릭 말이야.”

“엘릭?”

성필은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우고 재빨리 1층으로 올라갔다.

“작곡가님 오랜만입니다!”

둘이 악수를 나누었다.

“응접실로 가시죠.”

성필은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고급 커피(한구인의 베스트 추천)를 타서 엘릭에게 주었다.

안부 인사로 대화의 물꼬를 틀려던 순간, 엘릭이 USB를 내밀었다.

“팅글입니다. 써주세요.”

“이전에 거절드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술가들은 끈질지구나.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느라 벌써 피곤해졌다.

“수록곡으로라도 써주세요.”

“……네?”

“수록곡으로라도, 부디 써주세요. 소녀연맹한테.”

타이틀은 안 된다. 수록곡은 괜찮다.

성필이 이 말을 했을 때, 엘릭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눈치챌 정도로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런 그가, 직접 가로 엔터로 찾아와서 ‘팅글’을 수록곡으로 써달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에선 수치심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오직 절박함뿐이었다.

“다른 그룹을 많이 찾아봤어요. 이 곡을 넘기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다른 그룹이 ‘팅글’을 부르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엘릭은 제발 받아달라는 듯, 계속 USB를 성필에게 내민 채였다.

“타이틀곡으로 안 써도 돼요. 수록곡으로만 넣어주세요. 안무도, 뮤비도 필요 없어요. 그냥 부르게만 해주세요. 다른 그룹은 못 불러요. 맞지가 않아요. 이건…… 네…… 소녀연맹을 생각하고 만든 곡은 아니지만. 소녀연맹만 부를 수 있는 곡이에요. 제발…….”

간절함을 담아 떨리는 그의 손에서, 성필이 USB를 가져갔다.

“아.”

안도에 찬 한숨과 함께, 엘릭의 불안함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저번에 말씀드렸죠. 좋은 곡이라고요. 진심이었습니다. 이 곡에 대한 건 위로 올리겠습니다. 회의 후 결정 사항을 전달 드릴게요. 그리고, 반드시 수록곡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엘릭은 평생의 숙원을 이룬 사람처럼, 아까의 절박함은 온데간데없이 평온을 되찾았다.

“감사합니다…….”

예술가.

자신의 영혼을 세상에 내보이는 자들.

엘릭은 자신의 영혼에 원하지 않는 색을 입히길 바라지 않았다. 그건 곧 자신이 더럽혀지는 것과 같았기에.

하지만 이제, 그의 영혼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 * *

당연하달까, 팅글은 만장일치로 다음 앨범 수록곡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게 이렇게 돌아오네. 아쉽긴 했어.”

홍규헌은 팅글을 받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투표 때, 그녀는 팅글을 찍었으니까.

“마침 타이틀 빼곤 단체곡이 없어서 좀 그랬는데, 팅글이 들어오면 걱정할 게 없지. 트랙 마지막에 넣으면 좋겠다. 그런데 애들이 이걸 연습할 시간이 날까? 따로 연습 시간을 나누면…….”

스케줄 관련 협의도 마치고, 성필은 엘릭에게 연락했다.

[아, 그래요?]

엘릭의 말투는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란 기운을 풀풀 풍겼다.

도저히 회사까지 직접 찾아와서 부탁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 같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니 다시 자존감을 회복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제가 말을 꺼내긴 했지만, 진짜 뮤비도 안 찍나요?]

“…….”

역시 유명 작곡가! 욕심이 많구나!

‘……잠깐만.’

저예산이라도 뮤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우리 애들한테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나온 의견들. 팅글 뮤비에 반영할 수 있지 않나?’

그 건도 나중에 홍규헌에게 말해봐야겠다.

엘릭의 곡은 멤버들에게도 호평이었다.

옛날에 데뷔곡 투표 때는 한 번만 들어서 잘 몰랐으나, 반복해서 들으니.

“와, 이거 좋다.”

“그러게. 곡들 두 번씩 들었으면 이거에 투표했을 텐데.”

장하양의 무심한 말에 성필의 심장이 무너졌다.

그녀는 그런 성필을 보고 나지막이 웃었다.

“농담 한번 해봤어요. 저는 ‘아니’가 더 좋아요.”

“그, 그렇지? 하하.”

장하양은 기죽은 성필을 달래주었다.

그것을 본 리카가 외쳤다.

“가스라이팅이야!”

엘릭의 곡에 반응한 건 멤버들만이 아니었다.

수록곡에 ‘팅글’을 포함하기로 결정한 뒤, 정지음이 소심하게 물어왔다.

“저, 엘릭 님 있잖아요. 소녀연맹에 관심이 많으신 거 같은데…….”

“우리 애들 많이 좋아하시나 봐.”

“그, 그러게요. 음, 형, 혹시, 나중에라도 엘릭 님이 가로 엔터에, 그으…….”

“오, 좋지. 엘릭 님이 가로 엔터에 들어오시면 진짜 좋겠다.”

정지음의 눈에 채찍질 당하는 소와 같은 억울함이 가득 차올랐다.

성필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네가 계속 음악 프로듀서일 거야. 난 네 곡이 제일 마음에 들어.”

“그, 그래요? 하하.”

성필은 정지음을 위로했다.

그것을 본 리카가 또 외쳤다.

“가스라이팅이야!”

“넌 뭐만 하면 가스라이팅이래. 너 그 고민 상담 프로 좀 그만 봐.”

“아라쨩. 그 프로는 이미 아타시(나)랑 일심동체야. 팬레터도 매주 보낸다구!”

“끔찍하군.”

* * *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 ‘롱 포’의 컨셉 회의를 위해 여러 사람들이 가로 엔터로 모였다.

조정훈 감독,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팀이었다.

“너희들 뭐 떠오르는 거 있어?”

가로 엔터의 유구한 전통(생긴 지 1년도 안 됨)인 멤버에게 의견 듣기 시간이 왔다.

“나 있어요!”

조아라가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회의실의 커다란 프로젝트 스크린에 어느 남자 아이돌의 모습이 비쳤다.

“또 정장이야?”

김형선이 하하 웃었다.

‘내가 정장을 기가 막히게 스타일링 해주긴 했지. 아라도 마음에 들어 했었나 보네.’

영상이 재생되었다.

춤을 추며, 남자 아이돌의 복장 전체가 드러났다.

“아…… 이런 정장.”

그는 딱 달라붙는 검은 정장 바지에, 상체에는 맨몸에다가 정장 베스트(Vest, 조끼)만 입었다.

가슴이 깊이 파인 옷이라, 그의 잘 단련된 근육질의 깊은 가슴골이 그대로 보인다.

베스트 위에는 헐렁한 정장 블레이저를 입었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그가 팔을 드는 동작을 할 때마다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또 복근과 옆구리가 슬쩍슬쩍 보인다.

남자 아이돌이 치명적인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를 가리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아라 이런 거 보니?”

김형선 실장이 질색하듯 말했다.

“저, 저, 저저, 저게 당최 무슨……!”

조정훈 감독이 입을 틀어막았다.

“너, 너무 숭하다…….”

이유이 어시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눈은 계속 영상을 향했다.

“그래, 뭐, 그럴 나이니까.”

김형선 실장이 수긍했다.

“이해가 가긴 하는데.”

조정훈 감독이 헛기침했다.

“차, 차라리 야동을 보는 게…….”

이유이 어시가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았다.

“옷만 참고하라니까 다들 왜 그래요?!”

조아라는 몸 전체가 창피함으로 도배되어 억울하게 외쳤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성필은.

“윽, 머리 아파…….”

두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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