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아침, 성필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귀에는 어제 잠결에 미처 빼지 못했던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나를 가질 수 있는 남자는
짐승이거나 신이야
짐승이거나 신이야]
어제만 해도 족히 10시간은 들은 것 같은데, 아침에 깨어나서 바로 들어도 좋다.
이어폰을 빼니 귀가 아팠다.
이러다가 고막이 나가는 건 아닐까.
“흐흐흥.”
성필은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한 뒤, 상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왔다.
회사 건물이 눈에 들어오자 절로 기쁨이 몰려온다.
‘오늘도 즐겁게 일해보자!’
“이사님.”
아침부터, 성필은 장하양에게 면담 요청을 받았다. 꽤 급한 일인 듯, 장하양이 아예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아침 회의 끝나고 하자.”
“네.”
아침 회의에서는 스타일리스트 팀과의 협의, 그리고 뮤비 콘티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또한 아직도 구체적인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신아름의 개인곡도 주요한 논의 대상이었다.
“오케이, 끝. 다들 나가서 일 봐.”
성필은 장하양을 응접실로 불렀다. 그녀에게 녹차를 내어주고, 미소를 띠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여기요.”
장하양은 가사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단숨에 성필의 시선을 빼앗는 부분이 있었다.
붉게 그어진 두 줄의 아래로, 새로 적은 듯한 검은 글자가 보였다.
[나를 가질 수 있는 넌, 인간
이상이거나 이하야
이상이거나 이하야]
‘가사를 수정했어?’
성필은 머릿속으로 바뀐 가사를 흥얼거렸다.
‘글자 수도 다 맞췄네. 발음의 용이성이나 적절성은…… 잘 모르겠어. 나중에 설하나 지음이한테 물어봐야겠는데.’
그럼 일단 성필이 판단할 것은 가사에서 풍기는 느낌뿐이다.
‘안 좋은데.’
이전 가사가 더 낫게 느껴진다.
가사의 서사뿐 아니라 발음조차도.
짧게 고민을 마친 성필이 물었다.
“하양이 네가 가사 바꾼 거야?”
“아니요. 설하 언니가 바꾸셨어요.”
“설하가? 그런데 네가 왜…….”
“언니가 조금 꺼리셔서요.”
그리고 그건 장하양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성필이 그녀들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주체성을 권장하긴 해도, 성필에게 반박하는 건 어려웠다.
특히, 장하양은 다른 멤버들보다 훨씬 더 어려워했다.
“그래서 제가 대신 왔어요.”
박성필.
장하양의 인생을 바꾼 사람이다.
긍정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바꿔준 사람이다.
그 덕분에 지옥과 같은 삶에서 벗어나, 천국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만약 기회만 준다면, 장하양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수십만 자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굳이 사심을 담지 않더라도, 성필은 중소회사 그룹의 데뷔 앨범을 초동 1만 장이나 팔게 한 프로듀서다.
그런 성필에게 반대 의견을 낸다는 건, 장하양으로선 어려운 일이고 동시에 두려운 일이다.
“가사를 이렇게 바꾸고 싶은데요.”
“하양이 너도 동의하는 거야?”
“네.”
“음…….”
성필은 몇 분 동안 가사만 바라보았다.
“그래, 알겠어. 이건 회의로 올려볼게.”
“아니요. 답해주세요.”
“그럼 내가 설하한테 말할까?”
“저한테요. 이 자리에서요.”
성필이 미간을 좁혔다.
‘이 가사가 직원회의까지 올라가고 반려된다면, 설하랑 하양이의 주장이 더 힘을 잃겠지.’
단순히 성필에게 거절되는 것과, 직원회의에서 거절되는 건 무게감이 다르다.
아마도 장하양은 이것을 고려한 듯했다.
만약 성필이 가사를 반려한다면, 또 다른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하양이가 생각이 깊구나.’
시스템을 이용할 줄도 알고.
“인간 이상이거나 이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 신이거나 짐승이거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지?”
“네, 아리스토렐레스의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장하양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럼 단순히 상대를 신이나 짐승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란 거네?”
“그렇죠.”
“직관적이지 않아.”
성필의 지적에 장하양이 숨을 흣 삼켰다. 곧바로 반박이 튀어나오자 당황한 듯했다.
“하양아. 생각보다 노래를 가사까지 알고 듣는 사람은 드물어. 한국어 노래라도 그래. 대부분은 귀로 그냥 듣고 흘리고, 적당하게 자기식대로 해석해서 가사를 들어. 그러다가 나중에 공식 가사를 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어.”
“네.”
“그렇게 흘리듯이 듣는 사람에게, 이 가사가 귀에서 지나갔다고 생각해 보자. 직관적으로 이해할까?”
“…….”
그에 비해 신이나 짐승은 어떤가.
직관적인 이미지가 있다.
인간의 뇌 속에 든 정보와 곧바로 결합하여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인간 이상, 인간 이하. 이런 추상적인 말보다 훨씬 더 쉽게 기억으로 다가온다. 인간은 꼬아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종족이다.
“내 생각에는 설하가 가사가 부끄러워서 바꾼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
“게다가 이 부분은 코러스야. 곡의 주제는 사랑이고. 사랑을 빠르고 강하고 쉽게 표현할 단어를 넣는 편이 좋지 않을까?”
여기까지가 성필의 생각이고 거절이다.
직원회의에서도 비슷하게 말할 것이다.
성필은 가사를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장하양은 시선을 살짝 떨어뜨려 성필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
“자, 답은 줬어. 다른 할 말 있어? 있으면 회의 때 반영해줄게.”
장하양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이사님은…… 전의 가사가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응. 이유는 앞서 말한 거 외에도 더 있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해.”
“그런가요.”
장하양은 가사지를 손에 쥐었다.
나가려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저는 아니에요.”
성필은 그녀가 기죽지 않도록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래? 어떤 이유로.”
“저는 짐승 같은 남자를 몰라요.”
“……어?”
“신 같은 남자도 모르고요.”
“잠깐, 하양…….”
“이사님, 저는 남자를 몰라요.”
성필의 생각이 정지했다.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몇 번이고 되새겼다.
되새겨도, 항상 같은 말만 떠올랐다.
장하양이 뱉은 말은 너무도 강렬하여, 머릿속에서 도저히 지워지지 않았다.
“항상 말씀하셨죠. 가사란 건, 곡이란 건, 아티스트가 본인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구요. 그런데, 저희가 모르는 걸 저희가 표현할 수 있나요?”
“…….”
“이사님 말씀은 모두 맞아요. 하지만, 설하 언니가 가사를 바꾼 건 단순히 부끄러워서가 아니에요. 아티스트로서, 그 가사를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예요. 자신에게 없는 걸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성필은 빠르게 답할 수 없었다.
기뻐서였다.
장하양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하지만 그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가 진심을 다해준 만큼, 성필도 진심을 돌려줘야 했다.
그렇기에 고민을 시작했다.
가만히 장하양을 바라보던 도중.
‘어?’
무언가가 보였다.
가사지를 쥔 장하양의 손이었다.
눈이 맺힌 나뭇가지가 바람을 맞을 때처럼, 그녀의 손이 흔들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떨림이다.
그 떨림이 성필에게 두 번째 충격을 주었다.
‘하양이는…….’
방금 말을 꺼낼 때 얼마나 수치심이 들었을까.
남자인 성필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장하양에게는 어느 정도로 고역이었을까.
절친한 친구나 부모에게라도 쉬이 할 수 없는 말이다.
수치스럽겠지.
그럼에도 장하양은 말했다.
지금 성필의 앞에 있는 건 여자로서의 장하양이 아니었다.
아이돌로서의, 아티스트로서의 장하양이었다.
“하양아.”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성필의 부름에 장하양이 흠칫 몸을 떨었다.
“방금 했던 말, 지음이한테 가서 해줘. 가사 보여주면서.”
“네?”
“나는 네 말이 옳다고 생각해. 바른말이야.”
동시에 더없이 합리적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여줄 수 없다.
“음악 프로듀서인 지음이한테 네 의견을 말해줘. 나는 비전문가라서, 네 의견에 제대로 된 답을 줄 수 없을 거 같아. 미안.”
“……네.”
장하양은 다시금 의지를 다지고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그녀가 응접실을 나가려 할 때.
“하양아. 네 말이 옳다고 한 거, 빈말 아니야. 지음이한테 내 책임을 미룬 것도 아니고. 그 가사가 논쟁거리가 되면, 나는 최대한 그쪽을 지지해줄 거야.”
성필은 장하양의 몇 마디, 진심이 담긴 몇 마디를 듣고 마음을 바꾸었다.
누가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성필의 지지 선언에, 장하양은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네.”
“그렇다고 아까 그대로 말하진 말고.”
“뭘요?”
“그, 뭐를 모른다…… 그거.”
“아아.”
장하양은 성필을 안심시켜주려는 듯 싱긋 웃고는.
“네. 말 안 해요. 이사님이니까 말할 수 있던 거예요. 편하니까요.”
“아…… 그렇지. 그러게.”
남자로 안 보인단 뜻이구나.
“그래.”
가족으로, 피로 이어진 동료로 생각한단 뜻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성필은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 * *
작업실 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스피커가 쏘는 음향이 귀를 때렸다.
‘롱 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정지음은 작곡에 열중한 나머지 작업실 문이 열렸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장하양은 방으로 들어온 뒤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정지음에게로 다가가 그를 부르려다가.
“으음, 이 부분에서 드럼을 더 줘볼까.”
그의 말을 듣곤 멈췄다.
가로 엔터의 음악 프로듀서.
‘롱 포’의 창조자이자, 그렇기에 ‘롱 포’를 자식처럼 여기고 있을 그다.
그런 정지음이 OK 사인을 준 가사에, 장하양과 백설하가 딴지를 거는 게 맞을까?
세상 누구보다 ‘롱 포’의 성공을 바라며, 세상 누구보다 ‘롱 포’를 잘 이해하고 있을 텐데.
심지어 직접 불러야 하는 멤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롱 포’를 듣고 있을 정지음인데.
‘나는 네 말이 옳다고 생각해.’
성필의 말을 떠올린 장하양은 심호흡을 하고 정지음을 불렀다.
“오빠.”
“어?”
그제야 정지음이 장하양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는 음악을 끄고 밝게 웃었다.
“왜?”
정지음의 표정에선 행복이 엿보인다.
자신이 ‘롱 포’를 창조했음을 기뻐하는 것이다.
장하양은 의자를 가지고 와 그의 앞에 앉고, 가사지를 내밀었다.
“가사를 바꾸는 게 좋아 보여요.”
정지음은 바뀐 가사를 눈으로 핥듯 했다.
“저는, 아니, 설하 언니는…….”
정지음이 가사를 읽으며 침묵을 지키는 동안, 장하양은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성필에게 했던 말과 크게 맥락이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아까보다 정제된 언어로 진심을 전했다.
정지음은 장하양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가 초조하게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 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이하아.”
“네?”
“이하아…….”
정지음이 이상한 말을 뱉었다.
“이사항.”
“저, 오빠?”
“이사하앙. 가질 순는 너닌간, 이사항이거나 이하야하.”
이제 그가 뭘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직접 가사를 읽으며 발음하는 것이다.
“하아, 아, 흐아, 하악.”
왠진 모르지만 히읗 발음에 집중하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몇 번 까딱이더니, 가사 전체를 통으로 불러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하양아.”
그의 부름에 장하양이 자세를 바로 했다.
“네 말 다 맞아. 충분히 이해돼.”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가사가 발음할 때 느낌 전달이 더 잘 되네.”
“네?”
“나는 이게 더 좋은 거 같은데?”
음악 프로듀서의 승인.
가로 엔터에서 가장 음악적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 긍정해주었다.
“이거 설하가 썼다고? 잘했네. 직접 말해가면서 정한 거 같은데. 으음, 그리고 뜻도 들어맞고. 설하 대단하다. 물론 이전 가사보다 뜻 전달력은 떨어져도, 느낌이 더 살아. 일장일단이 있지만…… 나는 설하 가사에 무게를 두고 싶어.”
“……하하.”
장하양이 허탈하게 웃었다.
아니, 기뻐서 웃었다.
“다행이에요.”
“하하, 다행일 정도야? 내가 대하기 그렇게 어려운가. 곡 관련된 거면 편하게 물어도 되는데.”
“오빠는 음악 프로듀서시니까요.”
“음악 프로듀서…….”
정지음이 씁쓸히 웃었다.
“하양아. ‘아니’ 파트 배분할 때 있잖아. 나는 네 파트를 덜어내려고 했었어. 보컬 실력이 떨어지고 음색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거든.”
“……네?”
“하지만 뚜껑을 까보니까 다르더라. 사람들이 네 음색을 좋아해. 게다가 연습 계속하니까, 너도 보컬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됐잖아?”
정지음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계속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오네. 미안, 사과하고 싶어.”
“아, 아니…….”
“나는 혜안도 뭣도 없는 사람이야. 가로 엔터의 호의로 이 자리에 앉아 있긴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회사 사람들이랑 너희가 없으면, 정말로, 아무것도.”
그가 고개를 들으며 웃었다.
“그러니까, 네 생각을 따라. 너를 믿어. 너희는 아티스트잖아. 프로듀서란 이름을 달았다고 전능하진 않으니까, 생각이 다르면 언제든지 말해.”
* * *
정지음이 제안하는 형태로, 바뀐 가사는 전체 회의까지 올라갔다.
백설하가 바꾼 가사를 정지음과 성필이 필사적으로 옹호하고, 그에 따라 여러 논의가 오간 뒤.
“오케이, 바꾸자.”
허락이 떨어졌다.
“가사가 바뀌었다고요?”
조아라와 신아름은 수정 가사를 보곤 당황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에에, 아타시(나)는 이전 게 더 좋은데!”
백설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왜?”
“짐승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요. 이 짐승!”
“아, 그렇구나.”
그다지 뜻 있는 견해가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짐승! 짐승! 케모노(짐승)!”
“……그걸 왜 내 옆에서 말하는데?”
“짐승!”
조아라가 리카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꺄악! 아라쨩 짐승! 난폭해!”
* * *
작곡가 엘릭.
그는 소녀연맹의 뮤비를 보았다.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보는 것 같았다.
작업실을 찾는 동료들은 그런 엘릭을 볼 때마다 허허 웃었다.
“쟤 완전 꽂혔네.”
엘릭은 답이 없었다.
동료들도 일하러 온다기보다는, 그저 엘릭의 작업실을 놀이 용도로 쓰러 왔다.
좁은 작업실에서 캐치볼을 하는 동료들을 뒤로한 채, 엘릭은 가만히 소녀연맹의 뮤비만 보았다.
“야, 너 전화 왔잖아.”
너무 집중해서, 그는 전화가 온 것도 몰랐다.
엘릭은 뒤늦게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석세스 엔터 윤상열 프로듀서]
역시, 왔구나.
엘릭은 전화를 받았다.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전에 보내주셨던 곡 있잖아요. ‘팅글’이요.]
“네.”
전화기 너머로, 들뜬 듯한 윤상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좋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사겠단 연락을 드리려 했는데, 회의를 거치느라 늦었습니다.]
“…….”
그래,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겠지.
보낸 지 하루도 안 되어 구매 의사를 표해왔다. 윤상열은 능력 있는 작곡가인만큼, 곡을 보는 눈이 탁월했다.
“네, 그런가요.”
엘릭의 눈이 바다 밑처럼 어둡고 깊어졌다.
성필이 ‘팅글’을 거절한 후, 엘릭은 다른 아이돌에게 그 곡을 넘기려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석세스 엔터였는가.
성필이 있던 회사이기 때문이다. 석세스 엔터의 걸그룹인 ‘글로브’에, 성필의 숨결이 묻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비록 소녀연맹이 부르는 건 아니지만, 성필의 손길이 닿았던 글로브에게 넘어가는 편이 낫겠지.
어떤 면에선 자매 그룹이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괜찮으시다면.]
여전히, 윤상열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팅글’, 저희 석세스 엔터가 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