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사장님.”
“왜.”
“저희 조촐하게라도 A&R 꾸리자고 안 했어요?”
“했지.”
“근데 왜 직원 더 안 뽑아요?”
“너 A&R 경력자 데려올 수 있어?”
“아니요.”
“지금 A&R 직원 뽑으면 너랑 정지음이랑 손혜빈이 바닥부터 교육시켜야 할 텐데. 감당 가능해?”
“아니요…….”
아무것도 모르는 병아리를 지금 추가할 바에야, 현재의 직원들만 있는 편이 낫다.
“그럼 새 직원들은 언제 충원되나요? 계속 저희끼리만 할 순 없잖아요.”
“한 이사.”
“예.”
한구인이 책상 아래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설명해.”
“알겠습니다. 박 이사님, 인력 충원은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재의 가로 엔터가 인력이 부족하단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럼…….”
“맨파워는 항상 한계점을 넘는 정도로 필요하긴 합니다만. 저희는 아직 업무에 필요한 맨파워를 재단할 정도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주먹구구식으로 업무가 처리되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라며 한구인은 가로 엔터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런데, 필요할 것 같다고 인력을 과도하게 충원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초기 인프라와 인력 구축에 돈을 아낌없이, 혹은 과도할 정도로 투자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기업이 많습니다.”
결국 결론은 이것이었다.
“중소기업은 한계의 한계까지 인력을 쥐어 짜내고, 진짜 죽겠다 싶은 시점에서 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냉혹한 말이네요…….”
너무 냉혹해서 피부가 시리다.
대한민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중소기업 직원 여러분, 같이 힘냅시다.
“그래도 내가 월급은 많이 주는 편이잖아. 우리 회사 인원들은 모두 고급 인력이니까.”
“월급엔 불만이 없긴 한데요…….”
“많이 힘들어? 내가 어깨라도 주물러줄까?”
“요즘 저 어깨 주물러주려는 사람이 많네요.”
“누구 더 있어?”
“리카랑 하양이요. 리카는 예전부터 그러긴 했는데, 하양이는 얼마 전부터 가끔 툭툭 던져요.”
“네가 얼마나 피곤해 보였으면 그러겠어.”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성필은 피로가 담긴 한숨을 뿜고, 작업을 이어갔다.
회의실 안은 서류가 눈처럼 쌓여 있었다.
바닥 전체가 A4 용지로 뒤덮였다.
그리고 성필, 홍규헌, 한구인, 손혜빈이 서류들을 골라내는 중이었다.
“아, 포기. 이제 더는 못 해!”
“못 해?”
“조금만 쉬다 해요!”
“그래, 휴식.”
손혜빈의 부탁이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이제껏 자신들이 모인 서류들을 모아 의자에 앉았다.
“곡,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 뮤비까지 한 번에 하려니까 기가 다 빠지네요.”
미니 앨범까지의 기한을 너무 짧게 둔 탓일까? 가로 엔터는 데뷔 앨범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건 컨셉 탓이기도 했다.
‘이번 곡의 컨셉을 소녀연맹에 어울리도록 해야 하니까. 도전이지.’
모든 분야를 한 장소에 두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각종 분야의 레퍼런스를 사방에 펼쳐두고, 다들 눈으로 보고 모으는 것이었다.
한구인이 알려준 창의성 증진 기법이었다.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정보를 종합하면 틀에 갇힙니다. 이 방법은 눈에 띄는 정보량을 늘리고, 그 정보들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연결되도록 해줍니다.”
처음 들었을 땐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일 바닥을 기어 다니며 종이만 보고 있자니, 무릎과 허리가 너무 아프다.
“성필아, 너 너무 사심 보이는 거 아냐?”
“내가 왜?”
“너 지음이 곡만 보고 있잖아.”
성필은 정지음의 곡만 생각하고 스타일링과 헤메코를 조합하려 했다.
“다른 것도 고려하긴 해봐.”
“응…….”
“하아, 실망한 표정 지으니까 맘 약해지네. 네 맘대로 해라.”
“응!”
“너 왤캐 귀여워? 아쉽다. 네가 12살만 어렸어도 바로 데려가는 건데.”
“그럼 나 20살이잖아?!”
띠동갑보다 더 큰 나이 차이다.
얼마나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근데 나 20살 땐 군대에 있었는데.”
“그럼 군인이니까 좀 그렇네. 음, 아닌가?”
“일단 자주 못 보니까.”
“그렇긴 해.”
“별 시답지도 않은 소릴 진지하게 하고 있어.”
홍규헌의 말에 성필과 손혜빈은 상상력의 가지를 잘라냈다.
“한 이사님은 20살 때 뭐 하셨어요?”
“저도 군대에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와서 병역을 이행했으니까요.”
“바로 대학에 간 게 아니셨네요.”
“군대에서 공부하고 수능 쳤습니다. 그때가 말년이었습니다.”
“……설마 바로 붙으셨어요?”
“예.”
성필은 자괴감이 느껴졌다.
대체 자신의 군 생활은 뭐였지?
PX만 가지 말고 공부나 할걸…….
매일 음악 방송과 예능을 챙겨본 게 공부라면 공부였을 것이다.
“오케이, 휴식 끝. 다시 일하자.”
네 사람은 이삭 줍는 사람처럼, 한동안 바닥에 놓인 종이들만 보았다.
* * *
“가이드 녹음인데도 직접 오셨네요?”
“네, 음, 제 가사를 채택해주셨잖아요! 저도 도움이 될 거예요!”
작사가 이수연은 가이드 녹음 현장에 직접 나왔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작사가는 녹음 때 발음의 디테일을 손보거나, 즉석으로 가수에게 알맞도록 가사를 변형시킬 수 있으니까.
그러니 이수연이 이번 가이드 녹음 때 온 건 매우 고마운 일이다. 부탁도 안 했는데 왔으니까.
다만 걸리는 점은.
‘엄청 꾸미고 오셨네.’
성필은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어딘가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눈동자의 목적지는 정지음이었다.
‘청춘이구나.’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지음아!”
“네, 형.”
“여기 작사가님께 인사드려. 오늘도 같이 디렉 봐주실 거야.”
“안녕하세요.”
“넵, 안녕하세요.”
정지음과 이수연이 미소를 교환했다.
안타깝게도, 정지음은 이수연의 마음을 모르는 듯했다.
“이번에도 가사를 잘 써주셨더라고요.”
“제가 또 소련이들 팬 아니겠습니까! 앨범도 샀어요. 그리고 이번 가사 쓰느라고 소련이들 SNS랑 아이튜브도 다 쭉 돌아봤고요.”
“도움이 됐나요?”
“……하하, 조금?”
평소 멤버들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니, 큰 도움은 없었으리라.
“고생하셨어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가이드 보컬은 역시나 백설하에게 맡겼다.
그녀는 과거 ‘아니’의 녹음 때도 상당히 긴장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긴장했다.
“설하야.”
“네?!”
그냥 부르기만 했는데도 깜짝 깜짝 놀란다.
가사를 잡은 그녀의 손이 긴장인지 부끄럼인지로 떨리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조, 좋은 거 같은데요?”
“다행이네.”
백설하가 가사를 받은 건 어제였다.
가사를 받았을 때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성필은 능글맞은 미소를 보였다.
“너네들 아이디어로 쓴 거잖아. 부끄러워?”
“아, 음, 아니요. 이걸 제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돼서요.”
“할 수 있을 거야. 설하 넌 가수잖아. 벅찰 때는 지음이랑 이수연 작사가님한테 의지해. 디렉팅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네, 넵.”
정지음과 이수연은 열정적으로 디렉팅에 임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하나라도 남기지 않겠단 듯, 폭풍처럼 백설하를 몰아쳤다.
백설하도 그에 잘 따라주었다.
그렇게, 신곡 ‘Long for(갈망하다)’의 가이드 버전이 완성되었다.
* * *
“다 조용해!”
홍규헌이 흥분과 기쁨이 몰아치는 회의실을 향해 고함을 내뱉었다.
그에 따라 모든 임직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홍규헌 자신마저도 흥분을 가라앉히려 입가를 손으로 막아야만 했다.
“혹시, 혹시 말야. 이 노래, 롱 포(Long for), 백설하가 불러서 좋게 들리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정작 그룹이서 부르면 폼이 내려가는 건 아닐까?”
왜 다들 흥분했느냐.
백설하가 가이드를 부른 ‘롱 포’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고민의 여지도 없었다.
평정을 유지하려던 홍규헌마저도, ‘롱 포’가 재생된 지 5초 만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다른 타이틀 후보곡과의 비교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밴드 사운드인데 이렇게 좋을 수가…….’
현대 아이돌 곡이라면 EDM이 기본이다.
전자음, 신나는 멜로디, 그리고 그에 맞는 춤.
이게 기본이고, 또한 이것에 익숙해졌는데, ‘롱 포’는 그 익숙함을 다 뒤집을 만큼 좋다.
“다들 진정하고 앉아.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보자. 확증 편향에 빠지면 안 돼.”
모두 앉았다.
홍규헌은 거칠게 코로만 숨을 내쉬다가.
“아 뭔 확증 편향이야! 그냥 좋은 노래야 이거! 말도 안 되게 좋다고!”
홍규헌이 환성을 내지르고, 그 뒤를 따라 직원들도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이 곡은 뜬다!
* * *
“짐승이거나 신이야아. 짐승이거나 신이야아. 너 너 너, 넌 짐승이거나 신이야아.”
일요일 저녁, 요리 담당인 리카가 ‘롱 포’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요리했다.
거실에서 기다리던 멤버들에게도 다 들렸다.
“쟤 진짜 꽂혔나 본데.”
“그러게. 근데 좋긴 하잖아.”
조아라가 규칙적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신아름도 피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즉석으로 합주회가 열렸다.
“와, 계속 귀에 맴돌아. 지음 오빠 천재지?”
“리얼. 솔직히 그때 우리 악기처럼 썼을 때 있잖아. 이 오빠 미쳤나 싶었거든. 근데, 하아, 진짜 천재야.”
“어떻게 비둘기가 봉황의 뜻을 알겠어.”
“조아라. 넌 뭐 비둘기 아니야?”
“난 제비 정도는 되지?”
“지랄 No.”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성필의 슬픔으로 인해 미묘했던 숙소의 분위기가, 다음 앨범의 곡인 ‘롱 포’의 등장으로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니’ 때와는 조금 다르다.
‘롱 포’는 뜬다. 그런 확신이 있다. 이 곡이 안 뜨면 세상에 뜰 곡 하나 없을 것이다.
“언니들! 밥 드세요!”
멤버들은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했다.
“흐으음, 흐으으음.”
리카는 밥을 먹으면서도 ‘롱 포’의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백설하는, 어째선지 쓰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리카. 그 곡 좋아?”
“네! 너무 너무 좋아요! 아타시(저)의 아이러니컬한 사랑을 잘 표현했어요! 역시 작사가님은 작사가님이네요. 아, 가이드 부른 설하 쌤 노래가 젤 좋지만요!”
“그치? 그, 아저씨라 뭐랬더라. 인간성 밑바닥에 있는 눅진함? 그랬나?”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 같아.”
“야성미랑 퇴폐미란 말은 기억난다.”
조아라와 리카의 대화를 들으며, 백설하는 아까와 같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식사가 끝나고 백설하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지음에게서 받은 가사지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보던 백설하는 펜을 들고 가사의 일부를 지웠다. 한동안 그녀의 펜이 새로운 가사를 적어나갔다.
그때 장하양이 들어왔다. 백설하는 급히 가사지를 숨겼다.
“하양아 다 씻었어? 불 끌까?”
“아니요. 아직 잘 시간 아니잖아요.”
“아, 으응, 그러게.”
장하양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을 본 백설하는 다시금 가사지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언니.”
“응?”
“고민 있으세요?”
어떻게 알았지?!
“언니 숨결이 평소랑 달라요.”
“수, 숨결?”
그런 걸 알 수가 있나?
“아, 아니야. 안 그래. 고민 없어.”
옛날, ‘실패하면 성필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두렵다’란 걱정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다른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깊이 다짐했으나, 장하양의 말 몇 마디에 술술 뱉어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절대 그래선 안 됐다.
“음.”
장하양은 의자에서 일어나 백설하의 옆에 앉았다. 그녀가 손을 뻗어 백설하의 허리에 팔을 두르려 했다.
안 된다.
저 손길에 닿으면 전부 말하게 돼버렷……!
“사실은…….”
백설하는 또 져버렸다.
이 정도면 자판기나 다름없는 정신력이다.
장하양의 손길 한 번이면 원하는 걸 줘버리니까…….
“이거.”
백설하가 가사지를 보여주었다.
‘롱 포’의 코러스가 두 줄로 그어지고, 대신 백설하가 새로 쓴 가사가 들어 있었다.
[나를 가질 수 있는 남자는
짐승이거나 신이야
짐승이거나 신이야]
이게 원래 ‘롱 포’의 코러스 가사였다.
백설하가 바꾼 건 이러했다.
[나를 가질 수 있는 넌, 인간
이상이거나 이하야
이상이거나 이하야]
“원래 가사는…… 우리한테 안 맞는 거 같아. 우리가 표현할 만한 게 아니야.”
“그러게요. 다 경험이 없으니까요.”
어떻게 알았지?!
“응? 아, 으, 응…….”
“언니가 바꾼 가사도 좋네요. 인간 이상이거나 이하. 아리스토렐레스죠?”
“응.”
얼마 전, 한구인이 숙소로 데려다주면서 했던 이야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따왔다.
“거기서 따온 말 맞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그렇지 않은 인간은 인간 이상이거나…….”
“언니.”
“응?”
“정치적 동물이 아니라 폴리스적 동물이에요.”
“어?”
“한 이사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번역가들이 폴리티크의 해석을 ‘정치적’이라고 했는데, 아니라고요. 당시 그리스의 국가 체계인 폴리스를 오역한 거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정치적 동물이 아니라 폴리스적 동물이 맞아요.”
“아, 응. 그렇구나. 그런 말씀도 하셨지.”
하양이는 기억력이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지음 오빠나 박 이사님한테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나요?”
“그,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작사가 이수연. 그녀는 오랫동안 작사를 해왔으며, 여러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정지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작곡과 편곡의 천재다.
게다가 ‘롱 포’를 승인해준 건, 멤버들이 믿고 따르는 가로 엔터의 임직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을…….
“나 따위가 뭐라고 하는 건 주제넘지 않을까…….”
“언니.”
장하양이 백설하의 허리를 손으로 쓸었다.
차가운 한기가 백설하의 속으로 전해졌다.
“박 이사님이 그러셨잖아요. 저희는 아티스트라고요. 그리고 곡은 저희의 사상을 표현하는 거라고요.”
“알아. 알지만, 나는…….”
눈매를 좁힌 채 백설하를 보던 장하양은.
“아!”
백설하의 손에 들린 가사지를 뺏었다.
“수정할 건 이게 다예요?”
“아, 생각나는 건 그게 다…….”
“제가 내일 박 이사님께 말씀드릴게요.”
“네가?”
“언니가 못 하겠으면 제가 할게요.”
“하지만, 그게 더 나은지는…….”
장하양은 백설하에게 몸을 더 붙였다. 체온으로 마음을 전달하려는 듯이.
“저는 언니를 존중해요. 리더로서, 아티스트로서.”
“하, 하양아…….”
백설하는 감동하여 입술을 떨었다.
장하양은 은은하게 미소 짓곤, 아이를 달래듯 백설하의 옆구리를 쓸어주었다.
“언니.”
“응!”
“요즘 살이 좀 붙으셨네요.”
“어?!”
“회사에서 풀어준다고 밤에 뭐 먹는 거, 그만두시는 편이 좋아요.”
“아, 미안…….”
아까 리더로서 존중한다고 하지 않았나……?
멤버에게 단호하고 차가운 일침을 맞은 리더는 죄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장하양은 깊은 미소를 지으며 백설하의 머리칼을 쓸었다.
“그래도, 언니는 너무 말랐어요. 여기, 팔도. 배도. 다리도.”
장하양의 손은 백설하의 몸 곳곳을 옮겨 다녔다.
“아이돌 활동 끝나면 저랑 맛집 많이 가요.”
“아, 그럴까?”
“네. 언니는 지금보다 약간 살이 붙은 쪽이 더 보기 좋으실 거예요.”
“그, 그런가?”
“네.”
백설하는 수줍게 웃었다.
아까 밤에 그만 먹으란 말을 듣고 우울해졌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