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김채현은 이른 새벽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녀의 가슴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쿵쾅 뛰었다.
귀 바로 옆에 북을 두고 누군가 계속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 드디어 소녀연맹의 실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일까? 그것도 맞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평일에, 그것도 새벽에, 버스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고 있어.’
장소는 일산의 방송국 스튜디오였다.
금요일이니 평소라면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다. 게다가 이 시간이면 아직도 꿈나라에 있을 때였다.
일상에서 벗어났단 생각에 죄책감이 들면서도, 계속 심장을 자극하는 들뜬 흥분이 전신을 휘감았다.
‘도착했다.’
김채현은 새하얀 입김을 뱉어내며 핸드폰 지도를 충실히 따라갔다.
‘그건 그렇고 데뷔부터 사녹이라니. 가로 엔터가 의외로 힘이 있는 기획사인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마케팅이랑 프로모션도 빵빵하고, 곡도 기깔나게 쓰고, 암튼 멤버들이 꽃길만 걷길 바란다.
‘근데 쇼케이스도 없이 음방에서 데뷔 무대 하는 거 보면 또 돈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무대 꾸미는 데 돈을 많이 썼나?’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스튜디오 건물 앞에 도착하니, 심장이 한계치를 넘어서 뛰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이돌을 팠을 때도, 방송 무대만큼은 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했는지 음방 무대까지 보러 오다니…….
“저, 저기.”
김채현은 수십 명이 모인 줄의 끝, 코트를 입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네?”
“여기가 소녀연맹 줄…….”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혹여나 두고 온 게 없나 싶어서 계속 가방을 뒤져보았다.
학생증과 앨범 사전 구매 인증 내역.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음방 출석표도 있었다. 출석표가 있으면 가로 엔터에서 표에 멤버별 스티커를 준다고 한다.
‘나는 이거 다 못 채우겠지만…….’
못 채우는 데다가 오늘이 마지막 참여겠지만…….
스티커 하나라도 얻는 게 어디인가.
대부분은 이 하나도 못 얻을 텐데.
김채현은 기대감에 부풀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려고 줄을 이리저리 살피기도 했다.
‘대부분 여자구나. 남자는 별로 없어.’
아예 드문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여자가 많은 게 보인다.
소녀연맹은 여초 팬덤인 듯했다.
“저기…….”
“네?”
김채현의 앞에 있던 남자, 유용태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신분증이랑 앨범 구매 인증 내역만 뽑아오면 되는 거죠?”
“네,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유용태는 대답을 듣고도 불안한 듯 준비물을 계속 점검했다.
그 모습을 보니, 김채현은 동질감을 느꼈다.
비록 나이는 그가 자신보다 훨씬 많이 보이지만, 같은 소녀연맹 팬이다.
그래, 말을 걸어보자.
“저기요. 최애가 누구세요?”
유용태는 김채현이 말을 걸어오자 당황하더니, 어눌하게 말했다.
“시, 신아름. 아름이요.”
“아…….”
신아름 팬이구나.
아마도 이 줄에 있는 대부분이 신아름의 팬일 게 분명했다.
“그쪽…… 어, 님은요?”
“저는 하양이요.”
“아, 하양이 좋죠. 점점 실력이 올라가는 거 보는 게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보컬도 춤도 잘 못 했는데, 계속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게 보기 찡했어요.”
“어, 어? 연습생 시절 탐라(타임라인) 다 보셨어요?”
“네. 다 읽었죠.”
그 순간, 나이와 성별의 벽이 무너졌다.
두 사람은 장하양의 어디가 좋은지, 신아름은 또 무엇이 그리도 귀여운지, 멤버들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출석체크하겠습니다!”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가왔다.
매니저, 민경섭이 줄을 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신분을 점검했다.
출석표를 가져온 사람에게는 출석 스티커와 포토카드를 주었고, 출석표가 없는 사람은 포토카드만 받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슬로건이다!”
김채현의 팔 길이가 살짝 안 되는 길이의 슬로건도 주어졌다.
가로로 긴 슬로건에는 다섯 멤버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팬들은 그것을 받곤 기뻐했다.
비록 방송이 끝나면 반납해야 하지만, 추첨 이벤트를 통해 나눠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슬로건은 퀄리티가 좋았기에 팬들 모두 탐내는 굿즈가 됐다.
“오빠는 스티커 뭐 받았어요?”
“나는 리카. 너는?”
“저는 하양이요.”
“오오, 축하해. 원픽 걸렸네.”
“저 공방포카(공개 방송 포토 카드. 공개 방송에 참여하면 받을 수 있다)는 아름이 받았거든요. 오빠 저랑 바꾸실래요? 오빠 최애잖아요.”
“그래도 돼? 나는 설하 받았는데.”
“저 설하가 차애예요!”
유용태와 김채현, 둘 다 이득을 보는 교환이었다.
팬마다 선호하는 멤버가 다르다.
그래서 음방이 끝나고 나선 팬들끼리 포카 교환회를 열기도 한다.
“시간 됐는데 왜 안 들여보내 주지?”
“원래 사녹은 딜레이가 자주 된대요. 몇 시간 기다린 사람도 있댔어요.”
“그래? 네 덕에 많이 배우네.”
“오빤 덕질 안 해봤어요?”
유용태는 덕질이란 단어를 듣자 본능적인 거부감이 피어올랐다.
‘아이돌을 파봤냐’는 의미인데, 오타쿠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좀 그랬다.
‘내가 덕후인가?’
유용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출석표를 보았다.
1일 차 칸에는 장하양이 미소 짓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반차 쓰고 새벽부터 이러고 있으면 덕후지 뭐.’
회사 사람들이 알면 비웃거나 혀를 찰 것이다.
새삼 상황의 비현실성이 느껴진다.
회사도 안 가고 새벽부터 길거리에 서서, 한참 어린애와 걸그룹 얘기를 하고 있다니.
그래도 새삼스레 현타가 오진 않았다.
지금 유용태는 즐기는 자 모드였으니까.
“그냥. 군대 다녀와서 앨범 조금 사본 게 끝이야.”
“지금 몇 살인데요?”
“26.”
김채현이 화들짝 놀랐다.
많이 쳐도 대학생 고학년쯤 되는구나 싶었는데, 이미 직장을 잡았을 나이였던 것이다.
아니면 백수인가?
직장인이면 이런 데 나오진 않을 테니까.
김채현이 마음대로 유용태의 정체를 망상하기 시작했다.
“아, 매니저님 들어가신다.”
민경섭은 팬들 근처에 서 있다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가 바로 옆을 지나갈 때, 김채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팬매님!”
“네?”
“여, 여기, 이, 이거요.”
김채현이 다섯 개의 편지를 내밀었다.
“팬레터요…….”
민경섭은 곤란하단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팬분들! 혹시 선물 가져오신 거 있으면 지금 저한테 주세요! 제가 멤버들한테 전달할게요!”
그 소리를 듣자 몇몇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대부분이 편지였다.
“아, 나도 편지 같은 거 써올걸.”
유용태가 아쉽단 듯 입맛을 다셨다.
팬들은 초조함을 가지고 기다렸다.
태양이 떠오르고 주변의 어둠이 거의 다 물러날 때쯤.
“들어가실게요!”
때가 왔다.
드디어, 그토록 기다려왔던 소녀연맹의 무대를 실물로 영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그것도 공식 뮤비 공개, 공식 음원 발매보다 몇 시간이나 앞서서.
김채현과 유용태의 감정이 폭풍 아래의 파도처럼 요동쳤다.
* * *
멤버들은 무대에 섰다.
무대 점검과 리허설을 위해 몇 번이고 섰으나, 이번에는 진짜다.
백설하는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
‘떨려.’
당연한 마음이란 건 알았다.
세상 그 누구든, 설령 아이돌과 관계없는 사람을 이 자리에 세우더라도 떨릴 것이다.
앞에는 카메라가 있다.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다.
성필이 왼쪽은 무슨 카메라다, 오른쪽은 무슨 카메라다, 아래쪽은 무슨 카메라다.
그런 설명을 해주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두 번째.’
백설하에게는 이것이 두 번째 기회였다.
전에 속해 있던 그룹은 망했다.
노력했지만 망했다.
그때 얼마나 허탈했던가. 얼마나 슬펐던가.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
토할 것 같다.
먹은 것이라곤 젤리 음료가 전부였지만, 당장이라도 전부 토해내고 싶을 정도로 속이 뒤집혔다.
그때 팬들이 들어왔다.
오직 사녹 무대를 위해서, 이른 새벽에도 모이고 기다려준 사람들이다.
팬들이 무대의 앞에 자리 잡았다.
회사에서 나눠준 슬로건을 들고 눈을 반짝이며 무대 위를 올려다본다.
‘팬이, 정말로, 있었구나.’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글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모두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니고 존재하고 있었다.
백설하는 주먹을 꼭 쥐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만약 백설하 자신이 팬의 위치에 있었다면.
무대 위에 선 게 어릴 적의 우상인 손혜빈이라면.
팬인 자신은 무엇을 기대할까.
“아, 아, 안녕, 하세요.”
백설하는 인사했다.
말을 더듬으면서.
하지만 백설하는 그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좋은 아침, 이네요, 하하…….”
“큰 소리로 말해주세요!”
가장 앞에 선 팬이 외쳤다.
백설하는 깜짝 놀랐다.
그래, 마이크도 안 쓰는데 이렇게 작게 말해서 누군가에게 들릴 리가 없다.
“아, 안 들렸나요? 아, 네. 그렇겠네요.”
목소리는 커지지 않았다.
여전히 웅얼거릴 뿐이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
“안녕하세요!”
장하양이 크게 소리쳤다. 팬들의 시선이 장하양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팬들이 목소리를 낸다.
“안녕하세요!”
“언니 예뻐요!”
“하양아아아아아아!”
장하양은 그 격한 반응에 단지 아하하, 평소처럼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추우신데 기다리시느라고 많이 힘드셨죠?”
“안 힘들어요!”
“아하하, 오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저 처음 팬분들이 기다린단 말을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팬이 있어? 그렇게요.”
“장하양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답을 들은 팬이 익룡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쯤 되자 스태프들의 시선도 무대로 옮겨졌다.
스태프들은 수백 번이나 본 광경이었지만, 신인이 팬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멤버들 이야기나 들어볼게요. 리카?”
“밍나 아리가토(다들 고마워)!”
리카가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그녀를 시작으로 멤버들이 저마다 입을 열었다.
장하양은 MC처럼 멤버와 팬의 소통을 이끌었다. 원래라면 백설하가 해야 했겠으나,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침내 백설하의 순서가 왔다.
“언니.”
장하양이 백설하의 바로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백설하도 깨닫는 게 있었다.
‘아. 하양이는…….’
일부러 백설하의 순서를 가장 마지막으로 한 것이다.
긴장을 풀라고. 멤버들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을 지우라고.
여느 때와 같은 장하양의 배려였다.
“언니는 어때요? 첫 무대잖아요.”
“……응.”
더 이상 백설하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여러분,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의 첫 무대, 잘 봐주세요!”
흥이 오른 팬들은 백설하의 짧은 말에도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주었다. 심지어 장하양의 질문과는 전혀 다른 답인데도.
백설하는 팬들의 호응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띠었다.
그와 동시에.
“촬영 들어갑니다!”
스태프가 말했다.
멤버들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몸은 기계처럼 움직여 포지션을 잡았다.
조명이 달라졌다.
카메라가 움직인다.
스태프가 각자의 자리에 버티고 섰다.
팬들도 조용해졌다.
그리고 곡이 흘러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이 광경이 방송으로 나갈 때, 모든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아이돌의 무대에 비해 반응이 적단 이유로 멤버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폐 속의 모든 공기를 토해내어 응원했다.
[하]
백설하의 부드러운 기합이 음향 장비를 통해 흘러나왔다.
곡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였다.
이어서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가 등장하고.
데뷔곡, ‘아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성필은 무대를 보았다.
무대와 성필의 거리는 멀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거리가 멀더라도, 성필의 상상력은 멤버들의 얼굴과 몸의 가장 세세한 부분까지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치켜 올라가는 눈썹, 턱을 따라 흐르는 땀, 움찔거리는 손가락 하나조차도 성필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런 성필이 무대를 보았다.
가로 엔터에 들어오고 거의 2년 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다.
‘아이돌.’
성필이 보고 있는 건 아이돌이다.
아이돌의 뜻은 우상이다.
아이돌은 우상이며, 현대의 신이자 영웅이다.
대중은, 사람들은, 인간은 결핍에 시달린다.
거울을 보며 자신이 신의 닮은꼴로 창조되었다고, 혹은 진화의 첨단(尖端)에 선 존재란 것을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그 결핍이 인간의 눈을 신으로, 영웅으로 돌리게 한다.
아이돌을 보게 한다.
무대에 선 그녀들을 보라.
자신이야말로 전지전능한 신이 창조한 걸작이라고 말하는 듯한, 완벽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영웅이다.
인간은 영웅을 보며 열광한다.
마침내 인간이란 이토록 아름답고도 고결한 존재란 진리를 발견한 듯이,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내 매료된다.
그 영웅은 노래를 부른다.
최고의 악기인 목소리를 이용하여.
그 영웅은 춤을 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인간의 신체를 이용하여.
그녀들의 손짓, 눈빛, 걸음, 그 모든 것이 신화가 되어 펼쳐진다.
빛을 뿜어내는 작은 별들, 조명의 아래에서 아름다움으로 물든 그녀들의 춤.
모든 움직임이 철저하게 계산되고 칼처럼 벼려졌다.
감정과 노력이란 재료로 만들어진 찬란함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저 받아들이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성필은 하늘로 올라가는 정신에 현기증이 난다.
그녀들이 입은 옷이 물처럼 흐른다.
머리칼은 옷의 일부인 듯 흐름을 따라갔다.
옷과 머리칼이 만들어낸 그림자, 빛의 부산물조차도 그녀들의 일부다.
성필의 가슴에서 행복이 차오른다.
무대 위, 신전(神殿) 위의 모든 것은 회전과 벼림을 반복하며 인간의 가슴으로 깊이, 깊이, 깊이 박히기를 반복한다.
반복되는 음악은 심장을 두드린다.
시간의 예술인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원을 만들어낸다.
고작 3분 10초, 소리의 집합체는 인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 걸까.
한계까지 응축한, 인간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소리만을 모아둔 ‘곡’이란 이름의 예술품은. 그것을 듣는 모든 이의 정신을 하늘 높이 비상시킨다.
그녀들은 ‘아니’라는 곡 안에서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고, 춤으로 표현해낸다.
성필은 자신의 왼쪽 가슴을 꾹 눌렀다.
눈꺼풀이 닫힐 때마다 그녀들의 눈동자에 새겨진 불꽃이 가려졌다가, 다시 드러난다.
그 불꽃은 등대의 빛과 같아서 인간의 시선을 빼앗는다.
성필은 그 불꽃을 눈에 담았다.
너무도 찬란해서 영원토록 눈꺼풀 안에 넣어두고 싶은 빛이다.
그녀들이 보여주는 불꽃의 조각이라도 잡고자 성필이 눈을 감고, 다시 떴다.
눈 안에 들어왔던 빛이 너무도 눈부셔 눈물이 흘렀다.
“아름다워…….”
극소수의 천재가 만들어낸 한국의 스타시스템.
가장 아름다운 이들과 가장 재능있는 이들을 세상 물정 모를 때부터,
우상의 빛으로 유혹하여,
강철처럼 두드리고,
의지와 힘을 착취하고,
마침내 결과물을 내고야 마는 이 비인간적 시스템은,
인간의 눈물과 땀, 피와 돈을 대가로 우상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사람이 열광과 찬사를 마지않는.
아이돌을 만들어낸다.
아이돌이 성필의 눈앞에 있었다.
성필이 아이돌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