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107화 (107/760)

107화

멤버들의 뮤비 의상은 곧 음방 의상의 기초나 마찬가지였다.

김형선 스타일리스트가 조아라의 뮤비 의상인 정장을 세트로 만들자는 의견을 낸 후부터, 사실상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명예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68혁명.

그리고 4·19혁명.

“뮤비 컨셉이 아름이가 학생인 상황이잖아요.”

신아름이 뮤비에서 학생을 연기하기에, 교복을 입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무대 의상도 교복을 바탕으로 하는 게 맞다.

아이돌들이 교복을 리폼한 의상을 입은 경우는 흔했다.

10대 멤버들이 대부분이라면 한 번씩 시도해보는 컨셉이었으니까.

아니, 10대가 아니더라도 시도해본다.

그만큼 아이돌계에서 스쿨룩은 유서가 깊다.

“문제는 배경인 시대상이에요.”

4·19혁명. 1960년.

뮤비에서는 당대의 교복을 입는다.

문제는 그게 무대 의상으로 승화되었을 때다.

김형선 실장과 이유이 어시는 괴로움을 토로했다.

“아무리 디자인해봐도, 노력해도, 머리를 쥐어짜 내도…….”

이유이는 절망하며, 외치듯이 말했다.

“현대 교복처럼 돼버려요!”

도저히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여태껏 멤버들의 무대용 의상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아이돌리시한 느낌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나타났다.

하지만 교복만은, 교복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제가 정말 전 세계의 교복 사진도 찾아보고, 교복 없는 나라는 학생들이 뭐 입는지도 찾아보고, 일러스트레이션도 미친 듯이 해봤거든요? 근데, 이건, 제 한계 밖의 일 같아요…….”

이미 다른 아이돌들이 스쿨룩을 너무도 많이 시도했기에, 참고자료가 너무도 많기에, 이유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없었다.

뇌가 굳어버린 것이다.

“저는 평생 입생로랑을 못 넘을 거예요!”

“…….”

역사에 이름을 남긴 디자이너를 넘는 게 꿈이었구나.

홍규헌은 그녀의 절망에 동감해주면서도, 필터 없이 나오는 발언들에 슬슬 질려가고 있었다.

회의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오로지 ‘못하겠다.’뿐이니, 질릴 만도 했다.

“그럼, 신아름 파트 촬영은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도록 해볼게요. 더는 촬영도 미룰 수 없으니까요.”

홍규헌이 결단을 내리고, 멤버들은 스태프들과 함께 독일로 떠난 것이었다.

스타일리스트 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을 조금 넘을 뿐이었다.

* * *

“…….”

성필은 신아름의 의상을 받고 혼란에 빠졌다.

“이게 교복인가요?”

흰 와이셔츠, 짧은 넥타이, 검은 반바지, 미니 재킷.

그게 의상의 전부였다.

자체 제작도 아닌 기성복이었다.

교복을 리폼했다기보단 양복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유이와 김형선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게…….”

“제가 말할게요.”

홍규헌이 대신해서 나왔다.

“박 이사네가 없는 동안 우리도 회의를 많이 했거든. 정말 많이 했어.”

그건 홍규헌의 표정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녀는 직접 의상을 구한 것도 아닐 텐데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다.

“안이 여러 개 올라왔었는데, 한 번 봐. 이게 일단 다수결로는 가장 좋단 의견이 있었거든.”

이유이의 피니시 일러스트레이션이었다.

배가 훤히 드러나는 크롭 와이셔츠에 가슴께에 겨우 오는 짧은 넥타이.

넥타이의 색과 같은 검은 스커트.

발목을 넘는 양말과 검은 구두.

교복을 아이돌리시하게 리폼한, 사실상 걸그룹 스쿨룩스의 정도(正道)라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결국 상상력의 한계는 못 벗어났었구나.’

다른 걸그룹들이 입었던 스타일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게 다수결에서 이겼다면서, 왜 최종본 복장은 다르지?

“뭐어, 대충 문제는 알겠지?”

“……?”

“짐작 안 돼?”

“뭐가요?”

“음, 이, 그러니까, 교복이란 게…….”

“네?”

“이게 교복을 기초로 한 무대 의상잖아.”

그야 뮤비 속 신아름은 학생이니까.

실제로 학생이기도 하고.

“그리고 신아름이 표현할 건 4·19혁명이고.”

“……아.”

그렇구나.

춤이란 인간의 신체로 감정과 매력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무용은 감정과 신체가 이뤄내는 선을 표현하는 데 극대화되어 있지만, 대중문화라 불리는 현대의 댄스는 성적 어필이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당장 아무 남녀 아이돌의 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춤을, 리폼한 교복을 입고, 4·19혁명을 배경으로 한 뮤비를 찍는다고 하면…….

“4·19혁명을 뭐라고 생각하냐며 난리가 나겠지. 그래서 이런…….”

배가 드러나거나 지나치게 짧은 옷은 입힐 수 없다. 심지어 교복을.

그게 가로 엔터와 스타일리스트 팀의 판단이었다.

성필은 새삼스레 자신의 손에 달린 신아름의 완성판 의상을 보았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기성복의 모음.

그나마 포인트를 주기 위해 천을 덧대거나 패턴을 단 곳이 있긴 했다.

“이건 고민과 피가 담긴 옷이란 거네요.”

“어, 그렇지.”

“죄송합니다.”

김형선 실장이 사과했다.

“이게 저희 한계예요.”

“뭘 그렇게 사과까지 하세요.”

이 사람들, 얼마나 이번 일에 진심으로 임했으면 이렇게 미안해할까.

멤버들과 회사를 진심으로 생각해줬단 뜻이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멤버들 테마 의상보다는 평범하지만, 교복이 바탕인 이상에야 어쩔 수 없지.’

“일단 아름이한테 입혀보죠. 샘플도 못 봤으니 빨리 진행합시다.”

“네.”

신아름이 준비된 의상을 입고 나왔다.

“귀여워어어어어어!”

손혜빈이 바로 달려들어서 신아름을 쓰다듬었다.

“에휴.”

익숙해진 신아름은 한숨만 쉬고 말았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아까까지 구겨져 있던 김형선과 이유이의 얼굴도 밝게 펴졌다.

기대 이상으로, 아니.

기대를 초월해서, 신아름은 의상을 완벽히 소화했다.

* * *

“대한 독립 만세에에에에!”

신아름이 버스 위에 올라가 힘차게 태극기를 펄럭였다.

그 아래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뮤비 촬영을 하는 건 아니었다.

촬영은 진즉에 끝났다.

지금은 그저 촬영이 끝나고 벌이는 세리머니였다. 거의 2주에 걸친 촬영이 끝났으니 기쁠 만도 했다.

성필과 한구인은 그 광경을 보며 허허 웃었다.

“아름이가 인기가 많네요.”

신아름의 뮤비 촬영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학교 친구들이 도와주러 온 것이다.

몇 명도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

친구가 뮤비를 촬영한다니 주말마저 반납하고 도와주러 온 것이다.

“저분들이 다 친구라니, 믿기 힘듭니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수십 명과 친구라 불릴 수 있는 사이겠는가.

신아름의 친구를 거쳐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불렀을 것이다.

“저게 고3의 광기구나.”

19살의 앳된 영혼들은 공부로 속박되어 있던 스트레스를 한껏 풀고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에에에!”

물론 신아름이 가장 신났다.

팔이 저리지도 않은지 계속 태극기를 흔든다.

“근데 아름이 4·19혁명이 뭔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

알면 ‘대한 독립 만세’란 말은 안 나올 텐데.

“제가 대략적으로 강의를 해드렸는데, 잊으신 거 같습니다.”

신아름의 친구들도 독립 만세란 구호에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따라 했다.

세리머니가 끝난 뒤, 가로 엔터는 신아름의 친구들에게 도시락과 간식,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했다.

“아름이 완전 인싸네.”

“제가 또 한 인기 하죠.”

텔레비전까지 나온 유명인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수십 명의 동급생이 도와주러 온 건 미디어의 영향력도 있으리라.

게다가 평범한 일생에 아이돌의 뮤비에 나올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다들 희귀한 경험이다 싶어서 도와주러 온 것이겠지.

“아름아 수고했어!”

“응, 리카 너도. 언니들이랑 아라도.”

수고의 말을 던진 신아름은 자신의 손에 들린 태극기를 보았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리카를 향해 태극기를 활짝 펼쳤다.

“대한 독립 만세!”

“에.”

부적이라도 본 듯 굳어버리는 리카를 향해 신아름이 꺄하하 웃었다.

성필이 곧장 제지했다.

“아름아.”

“네네, 죄송합니다. 리카 반응이 궁금해서 해봤어요.”

“아, 하하하…….”

리카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름 씨.”

그때 서늘하게 내려간 목소리가 울렸다.

한구인이었다.

“네?”

“잠시 따라와 주십시오.”

그는 신아름의 대답도 듣지 않고 등을 돌려 촬영장 구석으로 갔다.

신아름은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우물쭈물하면서도, 그의 뒤를 따랐다.

성필과 멤버들은 당황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이사님 왜 저러시지?”

“방금 그 농담 때문…….”

멀리 떨어졌음에도 한구인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구인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가 난 모습은 아니지만, 신아름을 혼내고 있단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멤버들은 물론 성필마저도 잔뜩 굳어서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리카.”

잠시 후 돌아온 신아름은 아까보다 명백히 텐션이 떨어져 있었다.

“미안, 방금 했던 말.”

“에, 에에…….”

리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한구인을 보았다. 한구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카는 간신히 신아름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으응, 아냐. 괜찮아.”

숙소로 돌아가기까지도 신아름은 원래 기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은 뮤비 촬영이 끝나는 역사적인 날임에도, 아까 있던 일 때문에 멤버들은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 * *

한구인은 한숨을 수십 번도 넘게 쉬었다.

자꾸만 눈동자를 굴리고 손도 덜덜 떠는 게, 불안함이 모든 동작에서 표현되고 있다.

“이러실 거면서 아름이는 왜 혼내신 거예요.”

“……저도 제가 이렇게 담이 작을 줄은 몰랐습니다.”

“혼내면 혼낸 거죠. 아름이가 잘못한 건 맞잖아요.”

촬영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와서, 성필은 한구인이 신아름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옛날이 리카가 ‘인종차별이에요!’란 말에 꽂힌 적이 있는데, 그때 리카에게 들은 말과 비슷했다.

‘소속된 국가나 민족을 이유로 사람을 조롱하고 욕하는 건 인종차별과 같다.’

수많은 미사여구가 있었으나, 짧게 요약하면 그것이었다.

한구인은 독일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홀로코스트와 같은 민족, 인종차별 문제에 깊은 경각심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에서 몇 년을 살았기에, 이런 사안이 가지는 심각성도 뼈저리게 알았다.

그렇기에 신아름을 따끔하게 혼냈다.

문제는 그 뒤 한구인의 상태였다.

“아름 씨가 잘못하긴 했지만, 저는…….”

한구인은 누군가를 혼내고도 편히 있을 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앞으로 아름 씨가 저를 싫어하면 어떡합니까?”

“……한 이사님. 일단 저희가 아름이보다 상급자라고 할 수 있죠?”

“아름 씨는 아티스트…….”

“아직 데뷔도 안 했잖아요. 일단 상급자라고 쳐요. 상급자가 부하를 혼내는 건, 그냥 혼내는 걸로 끝이 아니에요. 한 이사님도 미국에서 직장 생활 해보셨으니까 알 거 아니에요.”

“2차에 걸쳐서 확실히 이해하도록 혼내야 합니까? 그건 너무 가혹한…….”

“아니요!”

대체 어떤 직장 생활을 한 거야.

“풀어줘야죠.”

“아, 그렇군요.”

신아름도 한구인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나버렸다. 어떡하지. 미운털 박히는 건가?

아니면 어린 마음에 ‘한 이사님 개싫어’같은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

‘아름이면 후자일 거 같긴 한데.’

어쨌거나.

“아름이랑 둘이 있게 되면 음료수라도 주면서 말 걸어보세요.”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음…….”

성필이었으면 ‘아름아, 그저께 속상했지?’부터 시작해서 ‘아름이가 나쁜 의도가 없었던 건 알아.’로 이어서 ‘너도 기분 많이 나빴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잘 부탁해.’ 정도로 마무리 짓지 않을까.

“먼저 공감부터 하는 게 중요하군요.”

“네. 절대 ‘너도 네가 잘못한 거 알지?’ 같은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한구인은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었다.

다음 날.

“아, 아름 씨. 그, 이거, 드십시오.”

신아름은 캔 음료를 받아들고 멀거니 그를 쳐다보았다.

“어제, 그…….”

한구인은 고개를 꾸벅했다.

“어제 죄송했습니다.”

사과를 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성필이 있었으면 그리 말했겠지만, 휴게실에는 두 명밖에 없었다.

“기분 많이 나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금 사과드립니다.”

허리를 살짝 굽히는 한구인을 보는 신아름의 마음은 어떤가 하면.

‘뭐야?’

진짜 뭔데.

혼낸 다음 날 사과하다니, 사이코패스인가?

‘아니. 사이코패스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지. 한 이사님은 그냥…….’

심성이 강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신아름은 한구인이 오늘까지 얼마나 심력을 쏟았을지 가늠됐다.

혼낸 게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추다니.

‘이걸 어쩔까.’

신아름은 한구인에게 사과받은 직후 고민에 들어갔다.

풀이 죽은 티를 내서 더 곤란하게 만들까?

아예 울어버릴까? 죄책감을 가지게?

그럼 나중에라도 그 죄책감을 이용할…….

“제가 잘못했던 건데 뭘 그러세요. 평소엔 냉미남처럼 표정 변화도 거의 없더니, 신기하시네.”

신아름은 한구인을 이용할 생각은 전부 지워버렸다.

성필이 프로젝트 포유 촬영장에서, 리카에게 신아름을 경계하라고 했던 적이 있다.

사람의 강약을 판단해서 이용해먹는 건 신아름이 석세스 엔터에서 익힌 처세술이었다.

‘이제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신아름은 가로 엔터에 오고 나서, 자신을 바꿔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토록 순수한 한구인을 속이거나 이용할 마음 따위도 들지 않았다.

“냉미남……?”

“암튼 미안해하지 말라구요. 저도 잘못했단 거 알았으니까요. 앞으로 리카한테 절대 안 그럴게요. 이거 음료는 잘 마실게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신아름은 미소를 보이며 휴게실을 나갔다.

잠시 후, 멍하니 있던 한구인이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즉시 성필에게 달려갔다.

“박 이사님! 아름 씨랑 화해했습니다!”

“잘됐네요. 어떻게 하셨는데요?”

“진심을 보여드렸습니다!”

한구인은 구체적인 건 말해주지 않았다.

성필은 대충 잘 해결됐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축하해주었다.

“다행입니다, 정말…….”

한구인은 종일 기분이 좋았다.

‘역시 진심은 전하면 전해지는구나.’

항상 자신이 인간관계에 서툴다고 생각해왔으나, 왠지 앞으로는 모든 게 다 잘될 것만 같았다.

“감사합니다 박 이사님. 전부 이사님 덕입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정작 성필이 말해줬던 건 전부 써먹지도 않았지만.

* * *

뮤비 편집도 끝나가고, 포토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이제 정말 남은 건.

“데뷔…….”

“앨범 패키지!”

“……아직 안 끝났군요.”

질린 듯 말하는 한구인을 향해 손혜빈이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6개월에 다다르는 시간 동안 수많은 일정을 소화해왔다.

그런데도 아직 일이 남아 있었다.

“우리 애들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 패키지에는 뭐가 들어가야 할까!”

“그냥 CD랑 포토카드, 가사집, 얇은 포토북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성필이 너 그게 프로듀서 입에서 나올 소리야?!”

혼나버렸다.

“하아.”

성필은 지겹다는 듯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그 행동이 손혜빈을 자극했다. 그녀는 적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너 설마, 그런 평범한 구성으로 우리 애들의 데뷔 앨범을 구성해도 만족한단 거야? 너 겨우 그 정도 남자였어?”

“그럼 나도 사심을 좀 발휘해볼까.”

성필이 눈을 번쩍 떴다.

“솔직히 브로마이드 정도는 넣고 싶다.”

“손 PD보다 더한 의견이 나왔네.”

“박성필 야! 너 하버드 나왔냐? 어떻게 그렇게 똑똑해?”

“둘 다 미쳤구나.”

홍규헌은 회의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에너지 드링크를 벌컥벌컥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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