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101화 (101/760)

101화

가로 엔터 주간 평가.

몇 달 동안 평가의 주제는 같았다.

‘아니’의 퍼포먼스다.

매번 같은 것을 보다 보면 관성이 생겨서 긴장감이 풀어질 만도 하다.

하지만 가로 엔터의 임직원들은 언제나 진지했다. 오늘도 그러했다.

연습실로 들어서서 자리에 앉고, 멤버들이 자리 잡는 것을 보면서도 말 한마디 없었다.

경직된 분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압력이 된다. 때문에 멤버들도 매주 반복되는 평가에 익숙해지긴커녕, 항상 부담을 지녀야만 했다.

“시작할까요?”

성필의 질문에 홍규헌이 언제나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주간 평가 참여 인원은 가로 엔터의 임직원뿐 아니라, 안무가 백민정도 포함된다.

총 7명의 관객 앞에서, 멤버들은 굳은 얼굴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익숙해지다 못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곡, ‘아니’가 재생됐다.

‘좋네.’

이제 멤버들의 춤은 지적할 부분도 없었다.

하지만 성필은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장하양 때문이었다.

만약 오늘도 장하양이 만족할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장하양의 파트가 줄어든 수정본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양아, 제발.’

다행히 곡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큰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장하양의 기량이 대폭 상승한 게 보였다. 멤버들과 새벽까지 연습했던 게 도움이 된 것일까.

하지만 아직 가장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댄스 브레이크다.’

리볼버의 실린더처럼, 멤버들이 자리를 원형으로 바꾸어가며 중앙에 한 번씩 선다.

그때마다 본인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안무가 나온다.

순서대로 리카, 조아라, 신아름, 백설하.

그리고.

“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안무가인 백민정이었다.

장하양의 안무가 다르다.

아니, 안무가 아니다.

춤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었으나, 그건 연기에 가까웠다.

향수를 뿌리고 바르는 듯한 동작.

당장이라도 CF에 나와야 할 것 같다.

‘멋지다…….’

춤은 아니다, 춤은 아니지만, 성필은 장하양의 연기를 보자마자 멋지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이 순간을 즐기는 듯이 어렴풋이 지은 미소, 자연스레 이어지는 동작.

무엇 하나 어색하지 않다.

장하양은 정면을 향해 윙크한 후 본격적인 댄스에 들어갔다.

‘올드스쿨 힙합 댄스.’

스트릿 댄스 계열 중 하나로, 조아라가 가장 먼저 배웠던 춤이다.

장하양도 조아라에게 배운 적이 있었다.

그녀는 팔과 다리를 쭉쭉 펴며 힘찬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시야를 가득 채우는, 느긋함과 절도(節度)가 적절히 갖춰진 춤이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성필은 장하양의 춤이 ‘마이클 잭슨’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성필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다.

‘역시, 다들 놀랐구나.’

설마 안무를 자체적으로 바꿀 줄이야.

홍규헌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눈동자에서 동요가 그대로 드러난다.

한구인은 놀람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입마저 살짝 벌린 채였다.

다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으나, 한 명은 확실히 알겠다.

“…….”

안무가 백민정은 불쾌해하는 티가 확 난다.

장하양이 안무 자체를 바꿨기 때문은 아닐 터다. 새로운 안무는 장하양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오히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문제는 장하양이 아닌 다른 멤버들에게 있었다.

“고생했다.”

곡이 끝나고, 홍규헌이 엔딩포즈를 취한 멤버들에게 심심한 칭찬을 건넸다.

“안무가님, 감상을 듣고 싶은데요.”

홍규헌도 백민정의 기색을 눈치채고 가장 먼저 의견을 물었다.

백민정은 지체없이 말을 쏟아냈다.

“너희 뭐 하는 거야?”

“하양이 안무를 수정했습니다.”

백설하는 폭풍 앞으로 나서는 사람처럼 결연히 한 발자국 내디뎠다.

욕은 자신이 먹겠다는 듯이.

“알아. 근데, 하양이 댄스 브레이크 파트 때 너희들은 뭐 하는 거냐고.”

댄스 브레이크 때, 원래 멤버들은 동선을 바꿔가면서도 계속 정면을 바라보았다.

춤출 때 정면을 바라보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래야 관객들의 눈에 띄니까.

하지만 멤버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왜 하양이가 춤출 때 다 측면을 보는데?”

심지어 완벽한 오각형을 이루어야 할 포지션임에도, 장하양의 파트가 되면 각자 뒤로 살짝 물러나기까지 한다.

장하양을 부각시키기 위한 동선이고.

오로지 장하양만을 띄우기 위한 포지션이다.

“한 명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준다 해도 나머지가 다 죽으면 어쩌자는 거야?”

장하양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가 전부 물러나자.

방금 멤버들이 보여준 댄스 브레이크는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다.

장하양이 정면을 보면, 다른 멤버들은 측면을 본다.

장하양이 앞으로 나오면, 다른 멤버들은 뒤로 물러난다.

하필 장하양의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라, 부각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진다.

“아무리 하양이가 떨어…… 부각되지 않아도 그렇지, 이건 뭐 어쩌자는 건데. 너희가 백댄서야? 장하양 개인 안무를 바꾼 건 이해하겠는데, 동선마저 바꾼 건 절대 안 돼. 내가 각각의 개성을 부각하는 쪽으로 안무를 짜긴 했지만, 너희 건 너무 나갔잖아. 못 받아, 이건.”

“선생님, 이건 저희들이…….”

백설하는 백민정의 살벌한 기세에도 물러나지 않고 전부 받아쳤다.

무서워도 눈을 피하지 않고, 준비해 온 답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하지만 백민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건 아니야. 장하양이 메인 댄서고, 독보적인 퍼포먼스 능력이 있었으면 몰라도, 이런 건 용납 못 해. 애초에 댄스 브레이크의 조화를 깨뜨리잖아. 하양이 파트만 다른 춤 같다고.”

전문가의 반대다.

백민정이 이렇게 나오면 어쩔 수가 없다.

“선생님, 그치만…….”

그럼에도 백설하는 끝까지 싸우려 했다.

그 순간, 장하양이 백설하의 어깨를 짚었다.

“괜찮아요, 언니.”

장하양이 백설하의 옆으로 나가서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애들이 저를 신경 써준 거예요. 죄송합니다.”

장하양의 사과에 백민정의 표정도 누그러졌다. 그녀도 장하양의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

멤버들이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도 이해한다. 백민정은 장하양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싫어요.”

그때, 잠자코 있던 조아라가 튀어나와 백민정의 앞에 섰다.

“아라야…….”

“언니는 가만있어요.”

조아라는 장하양의 조심스런 손길을 뿌리치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

오랜 스승의 눈앞에 서서 투지를 불태웠다.

“안 고칠 거예요.”

“……뭐?”

사랑스런 제자의 반항에 백민정의 얼이 빠졌다.

“이 안무는…… 저희가…… 멤버들이 다 고심해서 만든 거예요. 멤버들 의견을 전부 넣어서 만든 거라고요. 다들 좋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안 된다면, 저희 전부 설득하세요.”

“…….”

백민정은 어이가 없는지, 아니면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떼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홍규헌을 포함한 직원들도 침묵만 지켰다.

그 침묵이 두려운지, 조아라는 손에 찬 식은땀을 바지에 닦기만 했다.

날카롭게 섰던 눈매도 점점 내려갔다.

그때였다.

“맞아요. 저희 다 설득하세요.”

신아름이 조아라의 옆에 섰다. 이어서 리카도.

19살들의 당돌한 반항이다.

그녀들이 세운 벽이 장하양과 백민정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지나가려면 자신들을 먼저 뚫으라는 것처럼.

멤버들의 전체적인 반대에, 안무가인 백민정마저도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백민정은 뒤로 고개를 돌려 홍규헌을 바라보았다. 마치 대신 답을 내려달라는 것처럼.

“……당돌하네.”

홍규헌이 미소 지었다.

당혹과 따스함이 담겨 있었다.

* * *

결론적으로, 멤버들의 수정안은 수락됐다.

홍규헌이 말하길.

“안무가님 안무보다 좋아서 골랐다기보다는, 멤버들이 직접 생각했단 데 의미가 있어요. 안무가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저희도 숙고한 바이니,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결단에 백민정이 불쾌할 것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홍규헌과 가로 엔터 직원들은 그 불쾌함을 감수하고도 멤버들의 수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외로 백민정은 선선히 인정했다.

“회사 결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회사가 항상 전문가의 생각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가로 엔터가 아이돌에게 바라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창조성이다.

이번 결정은 멤버들의 창조성에 점수를 높게 준 것이었다.

“이유는 그게 다예요?”

주간 평가라는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뒤, 성필은 오프 더 레코드 느낌으로 홍규헌과 대화를 나누었다.

홍규헌이 설마 멤버들의 손을 들어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성필은 그녀의 속내를 샅샅이 알고 싶었다.

“그게 다냐니. 뭐 더 바라는 답이라도 있어?”

“아뇨. 정말 애들이 직접 만들었으니까 더 낫다, 그런 마음이신가 싶어서요.”

“뭐어, 다른 이유를 굳이 말하라면…… 기특하잖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안무를 바꿀 생각을 한 장하양도.

그런 장하양을 이해하고 본인들을 안무의 외곽으로 밀어내기까지 한 멤버들도.

홍규헌은 그 모든 것들이 기특했다.

거기다가 바뀐 안무가 홍규헌의 마음에 들었단 이유도 있었다.

“바뀐 거면 장하양의 임팩트도 절대 떨어지지 않아. 백 안무가한테는 미안하지만, 난 애들이 바꾼 게 더 좋은 거 같아.”

“하하, 민정이가 들으면 속 꽤나 쓰리겠네요.”

“장하양이 춤출 때 나머지 애들 물러나는 건 조아라가 낸 아이디어라면서? 그렇게 하니까 무대가 더 크게 쓰이는 거 같아서 좋던데. 벌써 스승을 넘어서고 있는 거 아냐?”

“그 말 들으면 속 쓰린 걸 넘어서 화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안무가로 활동 중인 백민정보다 조아라가 낫겠는가.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 * *

멤버들이 낸 수정안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기쁨의 바람이 연습실을 휩쓸고 지나갔다.

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켰다는 게 뿌듯한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장하양이 퍼포먼스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았다는 게 더 기뻤다.

“언니 잘됐어요! 진짜 다행이다!”

멤버 모두가 기뻐했다.

아무리 여럿이서 하나라는 그룹이더라도, 본인의 임팩트를 잃어가면서까지 동료를 위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멤버들은 모두 장하양을 축하해주기 바빴다.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야 팀을 위해 장하양의 비중을 줄이자는 말이 나왔지, 방법이 생겼다면 그것을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장하양의 발전이 없는 것에 가슴 아팠던 건 그녀 자신만이 아니었다.

“아라 너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어? 백 쌤 앞에 섰을 때 나 진짜 심장 떨어질 뻔했어.”

“응? 나?”

“아니, 설하 쌤 말고요. 백민정 쌤요.”

“아, 그치. 아라 대단했지. 하양이가 사과하길래 이제 다 끝났구나 싶었는데…….”

조아라가 부끄러운 듯 콧잔등을 긁었다.

“에이, 뭘 그런 걸로 그래요. 나도 나가면서 무서웠고…… 아름이가 옆에 안 서줬으면 나도 바로 ‘죄송함다.’ 하고 빠졌을걸요.”

“으이구 귀여워어.”

신아름이 조아라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평소에는 얕잡혀 보이는 듯한 행동이라 싫었는데, 지금은 신아름의 거친 손길도 기분 좋기 짝이 없었다.

힘든 산을 같이 넘었기 때문일까.

“하양아, 너도 잘했어. 어떻게 그런 안무를 바로 생각해냈…….”

백설하는 줄곧 침묵을 지키던 장하양도 대화에 참여시키려 말을 걸었다.

그런데 장하양의 기색이 이상했다.

장하양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어쩐지 부자연스러웠다.

“하양아?”

“…….”

장하양은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갑자기 백설하를 와락 안았다.

“언니 고마워요. 너희들도 다 고마워. 나, 나는 사실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제 안 되겠다 싶었는데. 너희들이 내가 만든 안무도 좋다고 말해주고, 그래서, 너무 고마워…….”

눈물이 흘렀다.

누구도 본 적 없던 장하양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미안해……. 나만, 내 파트 비중만 더 늘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미안하…….”

백설하가 장하양을 마주 안았다.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가슴이 턱 막힌 장하양의 눈물이 멈췄다.

“하양아. 뭘 미안해하고 그래. 가족끼린 미안해하는 거 아니라잖아. 미안하다, 고맙다, 그런 말 안 해도 다 아는 사이니까.”

조아라가 오글거린다는 듯 자신의 팔을 쓸었다.

“가족이요……?”

“응, 가족. 우리가 만난 시간은 1년 겨우 될까 말까지만. 앞으로는 몇 년 동안 계속 함께 살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거잖아. 가족이지. 그렇지?”

장하양은 대답 대신 백설하의 어깨에 눈을 묻었다.

리카는 그 광경을 보며 거의 오열했다. 입에 주먹을 물고 계속 끅끅댔다.

조아라가 그런 리카를 품에 안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오랜 포옹과 감동의 시간이 지나가고.

“……언니.”

“응, 하양아.”

“저, 이제 힘 좀 풀어주실래요……. 가슴 아파서…….”

“아, 미안.”

백설하와 장하양이 떨어져서 어색하게 웃었다.

“기만자들…….”

조아라는 감동이 다 사라진 말투로 중얼댔다.

* * *

“아라는 단발밖에 없지. 롤 스트레이트 어때? 그리고 염색은 블랙으로.”

성필의 의견에 다른 이들은 단발이 된 조아라를 상상했다.

손혜빈과 민경섭은 장발 조아라밖에 기억에 없었기에, 상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역시 박 이사님이십니다. 뭘 아시는군요.”

“그렇죠?”

성필과 한구인이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기묘한 우정에, 홍규헌은 조아라의 의향을 물어보란 지시를 내렸다.

성필과 한구인은 헐레벌떡 조아라에게 달려갔다.

“아, 드디어 머리 자를 수 있겠다. 단발 좋죠 당연히.”

조아라는 원래 단발이었다.

단지 연습생이 되고선 홍규헌의 지시에 따라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후일 어떤 스타일을 하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발일 때 염색했던 연보랏빛 머리칼은 뺨 아래로 이어졌고, 그 위는 원래 머리카락 색인 검정이었다.

신아름이 뿌리 염색도 안 하냐고 계속 놀려댔던 스타일로 계속 지내왔던 것이다.

“아라도 단발이 좋대요.”

헤어스타일에 관한 논의는 며칠 동안 이어졌다.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머리빨이라고 하던가.

헤어스타일에 따라서 사람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니, 며칠 동안 심사숙고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었다.

“좋아, 단발로 가자.”

“역시 사장님! 안목이 뛰어나십니다!”

“한 이사 왤캐 들떴어.”

한구인과 성필은 조아라의 헤어스타일이 결정되자마자 허겁지겁 그녀에게로 향했다.

“단발로 결정됐구나. 언제 하는데요?”

“오늘.”

“네?”

“빨리 갑시다.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과 빨리 면담을 해야 합니다.”

“지, 지금 바로요?”

조아라는 성필과 한구인을 보디가드처럼 옆에 끼고 연습실을 나갔다.

너무도 급속한 일 처리에 얼이 빠진 조아라는 샵에 도착하고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냥 눈만 깜빡였더니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성필과 한구인은 샵 로비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아라가 머리를 하는 동안은 훔쳐보지도 않았다.

“하, 한의사님. 아저씨…….”

뒤에서 조아라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두 남자가 미어캣처럼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단발이 된 조아라가 수줍게 자신의 머리칼을 꼬고 있었다.

조아라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지 귀까지 붉어져서 시선을 피했다.

칠흑색으로 염색해서 그런지 얼굴이 붉어진 게 더 잘 보였다.

“벼, 별로인 거 같은데 이거……. 옛날이 더 나은…….”

박성필, 한구인.

행복해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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