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화
조아라는 안무 시안 제작에 참여했다.
그 기간 동안 학원 스케줄은 스킵했다.
“조아라가 좋아하면 됐지. 나도 막을 생각은 없어. 학원 좀 못 가면 어때. 시안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다 경험일 거잖아.”
홍규헌의 배려로 조아라는 완전한 자유를 받았다.
조아라는 마치 기계 같았다.
밥을 먹고 안무를 짜고, 간식 먹고 안무를 짜고, 계속 미친 사람처럼 안무에만 매달렸다.
아무리 지쳐도 조아라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것을 보자 성필은 죄책감을 느꼈다.
‘아라는 아이돌을 안 하는 편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평생 춤만 보고 살아왔던 아이다.
미래에는 프로 댄서가 되고, 트레이너를 거쳐 안무가까지 된다.
그 삶에 후회가 있었을까?
오히려 성필이 그녀를 아이돌에 끌어들여서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성필이 그것을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만약 조아라에게 ‘댄서가 되는 게 더 재밌긴 하겠죠’란 답을 듣기라도 했다간, 계속 조아라에게 죄책감을 느낄 듯했다.
“오늘은 이만하자. 아라야 수고했어.”
“쌤도 고생했어요!”
조아라는 후련한 얼굴로 씻으러 갔다. 그리고 만족했단 듯 성필의 차에 올랐다.
“흐흐흥.”
평소엔 하지도 않던 콧노래까지 부른다.
“근데 아저씨는 안무 만드는 데 왜 자꾸 있어요?”
“그거 굉장히 실례되는 발언인데. 내가 있어서 불편했단 거야 뭐야.”
“뭘 또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요. 걍 쫌 부담스러웠다고요.”
“부담스러워?”
“남자가 계속 뒤에서 보고 있잖아요. 옷도 달라붙는 거 입고 있는데.”
“아, 그렇겠네.”
거기까지 생각한 적은 없었다.
성필은 순순히 시인했다.
“다음부터는 나가 있을게.”
“크흨. 아니 뭐얼 예능으로 말하는 걸 또 다큐로 받아들여요. 어차피 아이돌 되면 그런 옷 입고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거 아니에요?”
“아이돌을 뭘로 보는 거야!”
크롭티에 레깅스만 입혀 무대에 올려보내면 악플이 수백 수천 개는 달릴 것이다.
“오늘 보니까 어때요. 나 살 많이 빠졌죠?”
“PT쌤한테는 무한한 존경만 솟아나지. 그런데 옛날에도 말했다시피 살을 뺀다는 건 아이돌이란 협소한 기준에…….”
“맞추는 거뿐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걸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맞죠?”
“그걸 다 외우네.”
“아저씨가 귀에 박히도록 말하니까요. 그래서 안무 만드는 건 왜 계속 봤어요?”
“매니저니까.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작사 회의, 안무 창작 현장. 그런 곳에 참관해서 잃을 건 아무것도 없어. 현장에 있어 본 사람이랑 아닌 사람은 말할 때 나오는 어휘부터 차이가 있어. 공부하는 거지.”
“와, 아저씨 진짜 전문가 같다.”
지금까지는 뭘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네.
“차 너무 막히네.”
성필은 무의식적으로 핸들에 턱을 괴고 입을 뻐끔거렸다. 일종의 버릇된 행동이었다.
조아라가 큭큭 웃으면서 그 광경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성필이 재빨리 하던 행동을 그만두었다.
“지워.”
“아 왜요. 귀여운데.”
“아라야. 어른한테 귀엽다고 말하면 안 돼.”
“꼰대.”
“꼰대라고도 하면 안 돼.”
“그거 알아요? 꼰대가 프랑스어 콩트, 백작이란 말에서 왔대요. 이완용이 ‘나는 꼰대다.’라고 말했다던데.”
“신기하네. 한 이사님한테 들었어?”
“네.”
“영상 지워.”
“싫은데요?”
“내가 설하 씨한테 고백하는 영상도 지워.”
“그거 이미 내 클라우드에 다 들어 있어서 영원히 못 지울걸요.”
인터넷 장의사가 필요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차는 고작 10m 정도 전진했을 뿐이었다.
성필은 아예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조아라는 핸드폰을 보며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
“응 유도신문 안 걸려요.”
“까비.”
“애초에 없고. ……화나네. 아직도 나 못 믿어요?”
“믿어. 우리 아라 짱.”
“재수 없어.”
“너도.”
“아저씨.”
“왜.”
“아저씨는 왜 내가 심한 말 해도 안 혼내요? 리카한테는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잖아요. 또 뭐, 놀리는 말이나 그런 것도요.”
“내가 그래?”
“네. 방금도 재수 없다고 했는데.”
“아…… 그랬구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조아라가 갑자기 성필의 이마로 손을 뻗었다. 성필이 기겁하며 목을 뒤로 뺐다.
그녀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머리에 손 가져다 대는 건 또 이상하게 심각하게 반응하고.”
옛날에도 조아라가 성필의 머리카락을 만지려 했을 때, 그녀의 손을 거칠게 쳐버렸던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선물까지 줘서 기분을 풀어야 했었다.
“진짜 이상하네. 연구해봐야겠어.”
“사람 머리에 손대려면 누구나 그러지! 머리는 급소잖아!”
“그런 것 치곤 리카한테는…….”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마!”
“아, 알겠어요. 이상한 데서 화내네.”
성필은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핸들을 잡았다.
드디어 길이 좀 뚫린다.
‘하아.’
왜 조아라에게만 이러느냐.
성필은 미래의 조아라와 알던 사이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친했으니, 아무리 현재 조아라가 성필이 알던 그녀가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친근히 대해버리는 것이다.
조아라가 버릇없게 대해도 ‘아, 얘 원래 이런 애지’ 싶어서 넘어가곤 한다.
머리를 만지는 것에 과민반응하는 건…….
‘언제더라.’
* * *
프로젝트가 끝나고 스태프들끼리 여행을 가기로 했다.
큰 펜션을 하나 통째로 빌렸다.
참가자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성필은 영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펜션이 있었기에 잠깐 들러서 상여금이라도 주려 했다.
성필이 들어오는 순간 스태프들이 짠 것처럼 ‘박성필!’을 연호했다. 상여금을 주는 순간에는 광신도처럼 괴성까지 내질렀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다.
“에이 오빠도 한 잔 마시고 가요!”
아직 해도 안 졌는데 불콰하게 취한 조아라가 돌아가려는 성필을 잡아끌었다.
젊은이들이 둘러앉아 있는데 성필이 있을 순 없었다.
조아라의 강권에 못 이겨 술 대신 음료나 마시고, 십 분쯤 뻘쭘하게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성필은 실장급 매니저 하나와 같이 왔는데, 그는 스태프들 속에 잘 섞여 들어갔다.
술을 마시지 않는 조건으로 조금 노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아니지. 내가 운전해서 가고 강 실장은 여기서 놀게 둘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강 실장은 스태프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성필이야 명령을 내리는 게 끝이었지만, 그는 스태프들과 꽤 관계를 쌓았을 것이다.
‘그래, 그게 좋겠다.’
강 실장은 놀게 두고 성필만 서울로 올라가면 되는 것이다.
그걸 전하려 펜션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조아라가 비틀거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오빠!”
“어, 아라야.”
“아니 사람 쪽팔리게 권했는데도 바로 나가버리면 어떡해요.”
“……으, 뭐?”
조아라는 뇌의 나사가 하나 풀린 듯했다.
이미 술 때문에 눈이 풀려있긴 했는데.
‘나한테 말한 건가?’
성필은 석세스 엔터의 부대표다.
그런 그에게 누가 이토록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니. 평소에도 이러긴 했는데.’
조아라는 띠동갑이나 되는 성필을 놀리듯이 오빠라고 불렀다.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웠다.
그걸 아는지, 조아라는 계속 오빠라는 호칭을 고수했다.
“야 너 많이 취했다. 들어가.”
“안 들어가! 술 마셔요!”
“으허허. 너 내일 이거 떠올리면 죽고 싶을걸.”
“아이, 나 오늘 죽어. 나 오늘 집에 안 가!”
“원래 1박 2일이었잖아.”
조아라가 테라스의 테이블에 떡하니 앉았다.
그리고 티셔츠 안에서 밀봉된 어묵탕 재료를 꺼냈다.
어쩐지 계속 배를 붙잡고 있더니, 냉장고에서 훔쳐 온 듯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끼시려니까 눈치 보이시나?”
“보이지 그럼.”
“그러면 눈치 안 보이게 여기서 나랑 딱!”
“딱?”
“딱 한 병만 먹고 가요!”
“그게 뭔 딱인데.”
조아라는 이어서 뒷주머니에서 소주 두 병을 꺼냈다.
저게 어떻게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냐.
“나 서울 올라가야 해.”
“대리 불러요.”
“여기까지 대리가 어떻게 와. 그냥 나 갈 테니까 재밌게 놀아.”
“에이 에이 에이 에이 에이! 어게이(OK) 어게이! 그럼 담배나 한 대 피워요!”
성필은 스태프들을 불러와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조아라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근처의 강으로 뛰어들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여기.”
조아라는 자신의 입에 담배를 물고 성필의 입에도 담배를 하나 꽂았다.
“선 넘네…… 적당히 해라. 어른 입에 담배를 꽂…….”
“여기 불.”
조아라가 테이블 위 버너의 불을 붙였다. 그러곤 조심스레 입에 문 담배를 가져갔다.
버너 불에 담뱃불을 붙이는 데 성공한 그녀가 뛸 듯이 기뻐했다.
“봄? 봤음?! 오빠도 빨리!”
그러면서 조아라는 소주 두 병을 땄다. 그리고 먹으라는 듯 한 병을 성필의 앞에 두었다.
“하아…….”
성필은 입에 문 담배를 버너의 불로 가져갔다.
“쫄보처럼 떨지 말고 좀 확 들어가요!”
조아라가 성필의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녀가 힘을 주었다.
그리고.
“끼아아악!”
앞머리에 불이 붙은 성필이 괴성을 내질렀다.
“가, 가만히 있어요!”
당황한 조아라가 소주병을 들고.
“그만……!”
부었다.
다음 날.
“서, 성필아?”
짧아진 성필의 앞머리를 본 김태훈 대표가 경악했고.
“으하하하하핰!”
윤상열 부대표는 배꼽을 잡고 웃었으며.
“누구……? 아, 형이구나.”
민경섭은 성필을 못 알아봤고.
“죄송합니다!”
조아라는 회사로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일어나. 그리고 앞으로는 나한테 아는 척하지 마.”
“죄송합니다!”
“누구세요?”
“죄송합니다아!”
* * *
“…….”
“아저씨 화났어요? 머리에 손 가져갔다고?”
조아라가 불안한 듯 성필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성필이 머리를 만지는 것을 싫어한단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듯 주기적으로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댄다.
마치 넘을 수 없단 것을 알고 있는 울타리를 자꾸만 넘으려는 염소처럼.
미래랑 똑같은 성격이다.
“아라야.”
“네?”
“넌 성인 돼서도 술은 안 먹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난…… 너를 용서할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아저씨도 리카처럼 씹덕 됐어요?”
“시라나이(몰라).”
회사에 도착한 조아라가 리카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아저씨 원래대로 돌려놔!”
“아타시(나)는 무죄야아아아!”
* * *
백민정의 안무 시안 제작이 끝났다고 한다.
그녀는 일단 조아라의 의견을 받아 전체적인 뼈대를 세웠다.
그 이후는 백민정이 전문 댄서들과 협업하여 디테일을 만들었다.
성필과 조아라는 시안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빔프로젝터로 벽에 비추어지는 다섯 명의 댄서들, 그리고 ‘아니’의 리듬을 따라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성필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어때?”
백민정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성필은 대답을 요구하듯 조아라를 보았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말했다.
“어려워요. 어려운데.”
조아라가 활짝 웃었다.
“개멋있어…….”
아예 반해버린 듯하다.
“오빠는 어때? 좋아? 나 진짜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거든.”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말해줄게.”
“오빠 감상은 말해줄 수 있잖아.”
“말이 필요해? 당연히 좋지.”
멤버들이 소화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원래 안무 시안이란 게 댄서들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 어렵긴 하다.
시안이 채택되면 아이돌의 수준에 맞도록 적절한 변형을 거친다.
성필은 시안 영상을 가지고 회사로 돌아갔다.
차를 타고 오는 길, 조아라가 떼쓰듯 자꾸만 말했다.
“저거 추고 싶어요. 저걸로 데뷔하고 싶어요. 응? 응? 응? 안 돼요?”
“사장님께 보여드리고 말해줄게. 나 혼자 내릴 결정이 아니야.”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안무이니 당연히 애정이 있을 것이다.
본인의 취향을 가득 담으려 했을 테니.
성필도 가능하면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백민정의 안무는 문제점이 확연히 보인다.
‘어려워.’
춤에 문외한인 성필이 봐도 그러했다.
물론 홍규헌은 퍼포먼스에 특화된 그룹을 만들고 싶어 한다.
화려한 춤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건 꼭 필요하지만, 그것도 멤버들이 소화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제 데뷔도 얼마 안 남았어. 손익을 따져보는 건 최소 앨범이 3개 나왔을 시점이야. 내가 투자하더라도, 앨범 3개가 나올 때쯤이면 자금은 전부 소진된 상태일 테고.’
홍규헌이 바라는 스케일을 고려하면, 이 이상 트레이닝 기간을 늘려 자본을 소진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데뷔에 맞춰 멤버들이 완전히 숙달할 수 있는 춤을 받아야 한단 점이다.
‘애들이 할 수 있을까? 아니, 하양이가 가능할까?’
회사로 돌아와 홍규헌과 손혜빈에게 시안을 보여주었다.
“오…….”
홍규헌이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여태껏 여러 시안을 홍규헌에게 보여주었지만, 이토록 직접적인 반응은 처음이었다.
“괜찮네. 지금까지 온 것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데? 비는 느낌이 없어. 애들 개성도 잘 드러났고.”
백민정은 멤버들과 면담까지 거쳐서 안무를 만들었다.
거기에 조아라까지 참여했으니 그야말로 멤버들을 위한, 멤버들의 이미지가 딱 맞춘 안무가 아닐 수 없다.
홍규헌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손 PD는 어때?”
“멋지네요.”
“애들이 시간 안에 숙달할 수 있을까?”
“네. 서너 달은 이것만 출 거니까 당연히 할 수 있죠.”
손혜빈은 멤버들의 실력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장하양은 손혜빈으로부터 집중적인 교정을 받고 있었다.
일주일 중 그다지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손혜빈으로부터 받는 트레이닝은 장하양의 기량을 꽤 상승시켰다.
“진짜 괜찮다.”
홍규헌은 어지간히 백민정의 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 번 더 돌려보았다.
어쩌면 안무는 이미 이것으로 결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혜빈 누나도 애들이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까, 아마 연습하면 되겠지.’
난이도가 성필의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그 문제는 손혜빈이 더 민감할 것이다.
댄스 가수로 오랫동안 활동한 손혜빈이니 척하면 척이겠지.
“박 이사, 고생했어. 이제 나가봐.”
성필은 시안 파일을 홍규헌에게 넘기고 사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복도 끝 연습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조아라가 눈에 들어왔다.
“헤헤, 아저씨.”
조아라가 애교가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성필에게 다가왔다.
“사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비밀.”
“에이, 귀띔만 해줘요. 네? 네? 안 돼요?”
성필은 조아라를 보기가 힘들었다.
저 반짝이는 눈을 보라.
기대한 듯 들썩이는 어깨를 보라.
불안해서 꼭 모으고 있는 두 손을 보라.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말 못 해’라고 매몰차게 답하겠는가.
성필은 그녀의 귀로 입을 가져갔다. 조아라는 잔뜩 기대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사장님도 좋게 보시더라.”
“진짜?”
“응. 진짜.”
조아라는 어찌나 기뻐하는지 방방 뛰기까지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조아라는 정말 애였다.
애답게 행동했고 애 같은 외모였고, 어쨌거나 명실상부한 애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외모도 성숙해지고, 정신도 그에 따라 점점 성장하는 듯이 보였다.
‘그래도 이런 행동 보면 아직도 애인 거 같기도 하고. 나이로 봐도 그렇지.’
그러나 어른이든 애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좋은 법이다.
성필은 조아라의 진실한 반응이 마냥 좋았다.
“시안 다른 애들한테도 보여주러 가자.”
“네!”
* * *
멤버들은 안무 시안이 도착할 때마다 그것을 보고 점수를 매긴다.
첫인상 점수, 중간 평가, 그리고 모든 시안이 도착했을 때의 최종 평가가 있다.
백민정의 시안도 첫인상 평가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
조아라가 모두를 째려보는 듯해서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할 듯했다.
“아라야. 구석에 가서 눈 감고 있어.”
“내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으로 보여요? 전 쓴소리도 잘 들어요.”
“아타시(나)는 6점…….”
“뭐?!”
“히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