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89화 (89/760)

#089화

제2회 그룹명 선정 회의 시작!

장소는 휴게실, 시각은 점심.

각자 손에 배달 음식을 들고 있는 채였다.

“소녀연맹은 뭔데. 소녀들의 연맹이란 뜻이야? 뭐에 대한 연맹인데?”

“세상에 대한 연맹이요.”

“뭘 위한 연맹인데?”

“거친 세계에 맞서 싸우는…… 그런 느낌?”

“이상해.”

“그럼 소녀시기(Girls’ Age)는요?”

“박 이사, 소녀시기는 반칙이지. 2세대 걸그룹 탑 이름을 끌고 오면 어떡해.”

“소녀시기란 이름은 안 이상하세요?”

“…….”

원래 이름이란 그런 것이다.

처음 들을 때는 웃길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고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주변의 평판이나 이미지와 결합한다.

이순신이란 이름도, 그의 업적과 역사적 배경 덕에 위엄 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맥락을 제거하고 ‘순신’이란 이름을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될 가능성이 높다.

“저는 ‘소녀연맹’이 의미도 담겨 있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거면 차라리 소녀 소비에트는 어때?”

“줄이면 ‘소소’가 되잖아요! 이상해요!”

“‘소련’이 더 이상해…….”

홍규헌은 질린 듯 자장면 그릇을 테이블에 두었다.

“박 이사 진심이었구나. 그래, 그럼 ‘소녀연맹’ 킵해둘게. 혹시 다른 거 생각한 사람 있어?”

손혜빈이 손을 들었다.

“바이어스(Bias) 어때요? 계속 제 머리에 꽂혀 있던 이름인데.”

“팀 이름이 ‘편견’입니까?”

한구인의 질문에 손혜빈이 크게 웃었다.

“영미권에서는 ‘최애’를 Bias라고 해요. 예를 들어 한구인 is my bias라고 하면, ‘한구인이 내 최애다.’란 뜻이에요.”

“그렇군요. 조금 오만한 듯하면서도 당찬 포부가 담긴 이름입니다. 멤버분들이 사람들의 최애가 되겠단 뜻이군요.”

“네. 그런 의미도 있고, 일단 네 글자잖아요.”

엔터 업계에는 이런 미신이 있다.

그룹 이름은 꼭 네 글자로!

성공한 그룹 중에는 네 글자 이름이 많다.

부르기 쉬워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인지, 이목을 끌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초자연적인 힘이 있는 건지.

현재도 탑티어 걸그룹들을 보면 모두 네 글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름에 큰 의미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간단히 설명하면 ‘아 그런 뜻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입에 달라붙는 거예요.”

손혜빈이 말하는 동안 민경섭은 줄곧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의 기색을 읽은 손혜빈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민경섭을 응시했다.

“민 매니저님, 마음에 안 드세요?”

“아, 아니요. 그, 아닙니…… 네. 좀 문제가 있을 거 같아서요.”

“왜요? 뭐가 이상한데요?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요?”

“누나 그만해. 경섭이 겁먹었잖아.”

민경섭은 마음에 걸렸던 것을 말했다.

“외국인들이 저희 그룹을 검색할 때 문제가 생길 거예요. 왜 그런 그룹명들 있잖아요. 일상생활에 자주 쓰는 단어를 그룹 이름으로 해서, 검색하기도 힘들어지는 거요.”

“아, 그렇네. 해외 팬덤이 생기면 정보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겠어요.”

미국인이 바이어스(bias)를 치면, 그 그룹에 대한 정보가 죄다 묻히고 이상한 글들만 뜰 수도 있다.

“너무 행복한 망상 아니야? 해외 팬들이 생겨봤자 얼마나 생기겠어. 그것도 영미권 팬들이 말야.”

“사장님 지금 저희 애들을 무시하는 겁니까?!”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렇잖아.”

한국에서 뜰지도 불확실한데 해외 팬들까지 생각하는 건 과도한 걱정일 수도 있다.

“아무튼 바이어스도 킵해둘게. 더 의견 있는 사람?”

한구인이 소심하게 손을 들었다.

그가 프로듀싱에 관해 의견을 표출하자, 다들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았다.

한구인은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며 겨우 말했다.

“팬들에게 가까이 있겠단 의미로 니어(Near) 어떻습니까. 발음을 다르게 해서 니아(Near)도 부르기 좋을 것 같다…… 고 생각합니다.”

“오, 정석적이네.”

홍규헌의 칭찬에 한구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기가 살아 자신의 생각을 전부 펼쳤다.

“사실 박 이사님이 쓰신 프로듀싱 계획서를 보자마자 생각난 이름이었습니다. 박 이사님이 주요한 가치로 두는 건 그룹이 아티스트로서 가지는 창조성, 그리고 팬들과의 진실된 소통이었잖습니까. 니어란 이름은 그 소통에 방점이 찍힌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오, 하는 소리가 휴게실 전체에 깔렸다.

한구인은 쑥스러운지 고맙단 뜻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각 알파벳 따서 숨겨진 의미도 있으면 좋겠다.”

“사실, 멤버분들 이름에 니어(Near)의 알파벳이 전부 들어갑니다.”

“뭐? 진짜야?”

Haya‘n’g. 하양.

S‘e’olha. 설하.

Rik‘a’. 리카.

A‘r’a. 아라.

“……아니, 이건 너무 선무당이잖아. 맨 앞 글자면 모르겠는데 중간마다 있고. 끼워 맞춘 느낌이 너무 들어.”

“그렇습니까…….”

“그리고 신아름은 어디 갔어?”

한구인은 아직도 멤버가 4명인 줄 아는 경우가 많았다.

네 사람과 지내 온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신아름을 머릿속에 넣는 게 힘든 까닭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걸까 싶었는데.

“아름 씨는 이름에 니어(Near)의 알파벳이 전부 있습니다.”

아니었다.

신아름의 이름을 영어로 표기하면 Near의 알파벳이 전부 들어있다.

“이건 좀 소름 돋네…….”

알파벳은 총 26개이니, 사람 이름에 특정한 알파벳이 들어있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손혜빈이 추운 곳에라도 온 듯이 자신의 어깨를 마구 쓸었다.

“이거 운명 같지 않아요? 니어라는 이름 쓰라는 거 같아요.”

“아니. 난 아닌데. 난 소녀연맹이 더 좋은데.”

손혜빈은 성필을 무시하고 민경섭에게 물었다.

“민 매니저님은 뭐 없으세요?”

“저는 랩스(Labs)란 이름 생각했어요.”

“실험실, 맞아요?”

“노동당이란 뜻도 있습니다.”

“한 이사님. 상식적으로 노동당은 아니겠죠…….”

“아, 그렇군요. 노동당‘들’이 되겠군요. 실험실‘들’이 되겠고요.”

“……‘Look at the bright side’의 줄임말이에요.”

본인이 낸 의견이 난도질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 민경섭이 먼저 뜻을 풀이했다.

“팬들에게 밝은 면을 보여주는 그룹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요. 실험실이란 뜻도 괜찮네요. 딱히 뭘 생각해둔 건 아니지만요. 발음으로 장난쳐서 지나가다(Lapse)란 뜻도 있겠고요. 나쁜 일은 지나간다, 뭐 그렇게요.”

“두문자를 따서 만든 이름은 건 괜찮은데, 그 두문자로 나온 의미가 ‘실험실’인 게 좀 그래. 딱히 그룹 이미지를 고려한 게 아니니까.”

홍규헌의 지적에 민경섭은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그다지 애착을 가진 이름은 아닌 듯하다.

“그럼 사장님은 생각 있으세요?”

“아니.”

“응?”

“난 그룹명은 딱히 관심 없어. 예전 그룹명도 한 이사가 만들었어.”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전 그룹 이름이 ‘서프레스’였죠? 무슨 뜻이에요?”

“‘억누르다’라는 뜻입니다. 가요계를 억누를 정도로 강력한 그룹이 될 거란 알파적인 의미였습니다만…….”

억눌러진 건 가로 엔터였고요.

“좋아. 지금까지 나온 건 바이어스, 니어, 랩스 정도네.”

“소녀연맹은 어디 갔어요.”

“그래. 소녀연맹도 있고…… 근데 이상하다는 생각 정말 안 들어?”

“영어 이름 사이에 아름답게 핀 한글꽃 같은데요. 우리말 우리가 사랑해야죠. 아니, 소녀연맹이 그렇게 이상해요? 방수단 같은 이름도 있는데…….”

방수단(防水團, WaTerProofers).

현 보이그룹 중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그룹으로, 말 그대로 물을 막겠단 의미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물이란 파도든 비든 소나기이든, 세상으로부터 쏟아지는 거친 인식과 비난 시련을 뜻한다고 하던가.

“걔네 그래서 이름 그냥 WTP로 바꿨잖아.”

“아직도 방수단으로 불려요.”

“처음 나왔을 때 언론에서 놀려댔던 건 기억나네. 쇼케이스 때 방수 시설 업체에서 화환 보내줬단 기사도 봤었는데. 지금은 성공해서 다행이야.”

홍규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볼펜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아, 돌겠네. 진짜 소녀연맹이 좋게 들려. 머릿속에 계속 떠도네.”

“사장님도 그러세요? 저도요. 뭔가 웃기면서도 입에 달라붙는 게…….”

“초두효과 같습니다. 가장 처음에 들어서 가장 잘 기억나는 겁니다.”

“저는 처음부터 소녀연맹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성필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건지, 민경섭은 성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석세스 엔터에서 오래 같이 일한 때문인 듯했다. 이미 성필에게 정신이 개조당한 것이다.

“어차피 데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다들 계속 곱씹어 보자. 아, 면 다 불었네. 박 이사가 소녀연맹이란 말 갑자기 꺼내서 밥도 못 먹었잖아.”

“왜 제가 잘못이란 것처럼 말하세요.”

홍규헌은 불은 면을 먹으면서 자꾸만 ‘소녀연맹’이라고 중얼거렸다.

* * *

“조아라!”

성필이 연습실 문을 부술 듯이 열었다.

“나 심장마비 오면 아저씨 때문이야 진짜…….”

“내 차에 타라.”

“에엣?! 드라이브인가요! 아타시(저)도 데리고 가줘요!”

성필은 매미처럼 붙은 리카를 밀어내고 조아라만 데리고 갔다.

“즈루이(치사해)! 가다가 타이어에 펑크나 나라! 그렇다고 사고 나란 뜻은 아니에요! 펑크만 터지세요!”

“노력해볼게.”

성필은 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도 말이 없었다.

처음엔 장난스레 성필의 태도를 받아들였던 조아라도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 뭐 잘못했어요?”

“글쎄다.”

“어디 가는데요.”

“글쎄다.”

“아 뭔데 진짜!”

도착한 곳은 유 노 댄스 아카데미였다.

성필은 얼떨떨해하는 조아라를 데리고 학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어느 연습실 앞에 서서 기대하란 듯 목소리를 깔았다.

“아라야.”

“왜요.”

“오늘 네 꿈을 이뤄줄게.”

문을 열자 홀로 거울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백민정이 있었다.

그녀는 거울로 조아라와 눈을 맞추곤 싱긋 웃었다.

“쌤 뭐에요? 여긴 왜…….”

“아라야!”

“아, 진짜 다들 나 깜짝 놀라게 만들려고 작정했나. 왜 다 소리 지르고 그러…….”

“나랑 같이 안무 만들까?”

조아라의 눈이 솥뚜껑보다 커졌다. 그녀는 안달 난 눈빛으로 성필을 보았다.

성필이 인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

“아, 아저씨.”

“왜?”

“내가 지금 아저씨 안으면 선 넘는 거예요?”

“어쩔 수 없구…….”

조아라가 성필을 안자, 그는 그녀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아이돌이 아니라 유도를 시켰어야 했는데.

“안녕하세요!”

곧 세 명의 댄서가 더 도착했다.

백민정이 만들어야 하는 건 5인조 안무이니, 댄서도 다섯 명이 필요했다.

“다들 영상 찍는 거 괜찮으신가요?”

“응. 오빠 나 예쁘게 찍어줘야 해.”

“카메라 너무 의식하지 마.”

성필은 안무 창작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멤버인 조아라가 안무 제작에 참여한단 것 외에도, 스승과 제자의 콜라보레이션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민정이 아니면 이런 건 못 하지.’

가로 엔터는 백민정만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안무를 의뢰했다.

다른 안무가에게 조아라도 참여시켜달라고 했으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조아라의 경험량과 학습량을 아는 백민정만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주었다.

물론 온전히 조아라의 의견을 반영하진 않을 것이다. 백민정은 제자의 기량 항상이란 목적도 겸해서 안무 창작에 참여시켜주는 것이었다.

조아라는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거울 앞에 섰다.

안무를 만들 때는 몸의 선을 최대한 잘 확인하기 위해 타이트한 옷을 입기도 한다.

“아저씨 나 잘 찍고 있어요?”

조아라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고혹적인 포즈를 취했다.

성필은 조아라의 담당 짐 트레이너를 향해 무한한 존경을 보냈다.

‘이건 화보로 남겨야 해…….’

성필은 핸드폰을 거치대에 잘 두었다.

“응. 시작해.”

“어게이(OK) 어게이!”

성필은 듣기만 했지, 안무 창작 과정까지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게 설레기도 했다.

미지의 세계를 탐방한단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음…… 거만하네.”

“여기 좀 산발적인데.”

“손만 정리해볼까?”

“네, 이렇게.”

조아라를 포함한 다섯 명의 댄서들은 캠프파이어라도 하듯이 앉아서 손과 팔만 현란하게 움직였다.

저 모습이 된 지 10분이 지났다.

“…….”

지겹다.

핸드폰 게임이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실례일 테니, 성필은 최대한 집중을 유지하려 했다.

“오케이. 일단 여기까지.”

다섯이 박자를 맞추며 춤을 추었다.

원래 박자보다 조금 느린 속도였다.

조금 추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가끔은 메모도 하고, 노래를 수십 번이나 돌려보면서 안무를 만들어갔다.

“여기 손 높이는 어디까지 해요?”

“어깨에서 멈출까?”

“좀 컸으면 좋겠는데요. 확 확.”

“부웅.”

뭐라는 걸까.

저런 의성어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건가?

“여기까지 쭉 춰볼까?”

“넵!”

벌써 3시간이나 지났지만, 조아라는 지치지도 않았다.

성필은 멍하니 거울에 비친 댄서들을 보았다.

그런데 이때까지와 달리 모두의 눈빛이 훨씬 진지해졌다.

그렇게 1절까지의 춤이 완벽히 정제된 형태로 선보여졌다.

성필은 자기도 모르게 완전히 몰입해서 둘의 춤을 보았다.

‘멋지다.’

‘아니’란 곡을 위해 만들어진 춤 같…….

실제로 ‘아니’를 위해 만들어지긴 했다.

어쨌거나 정말 멋지다.

화룡점정은 마지막이었다.

다섯 명이 엇갈리며 동선을 바꾸었다.

한쪽 다리만 위아래로 움직이고 다른 쪽 발은 땅에 두고 있으면서도, 수 미터를 이동한 것이다.

“뭐야!”

성필은 깜짝 놀라서 외쳤다.

“어? 오빠 왜?”

“바, 방금 그거 뭐야? 한쪽 다리만 움직이는데 어떻게 걸어 다닐 수가 있어……? 한쪽 발은 계속 땅에 있잖아…….”

외계의 물리법칙이라도 적용된 건가?

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신이 법칙을 바꾸어버린 건가?

“아, 이거? 이거 기본 동작인데. T스텝 이동 변형시킨 거야.”

“뭔 스텝 이동을 변형했다고?”

“오빠도 조금 배우면 할 수 있어. 해볼래?”

못했다.

성필은 골반을 너무 움직인 나머지 뿌득 소리가 났고, 무서워도 두 번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근데 진짜 멋지다.”

“그렇지? 다섯이서 하면 더 멋질걸?”

성필은 빨리 멤버들이 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흥분되기까지 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거칠어졌다.

“아저씨 왜 저래.”

조아라가 질색이라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성필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모르나, 아마도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으리란 건 알았다.

“아, 빨리 스타일링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 아라야 너 단발 어때? 똑단발. 아, 옷은 락시크 어떨 거 같아?”

“다른 건 모르겠고 아저씨 오타쿠 같은 건 알겠는데요.”

“방금 그 표정 한 번만 더 지어주라 가늘게 눈 뜨는 그거…….”

조아라가 백민정의 뒤로 도망쳤다.

안무 창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루 만에 끝날 건 아니었지만, 대략적인 뼈대를 잡기는 충분했다.

논의가 끝난 안무를 춰본 뒤, 백민정이 평가를 내렸다.

“아라야.”

“네?”

“우리 춤 더 화려하게 짜야겠다. 동선도 더 크고 넓게 쓰고. 5인이서 무대 채우려면 엄청 힘들거든.”

“지금까지 만든 건요?”

“이건 계속 쓰지. 조금 더…… 어렵고 화려하게 바꿔서?”

관객들이 보면 입을 쩍 벌릴 만큼 대단한 춤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문제는, 화려하고 멋진 춤은 난이도가 있단 것이다.

사람들이 ‘멋지다’고 하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보지 못하기에 신선해서 그런 것이다.

“어렵고 화려하게요?”

그리고 그런 춤을 노래를 부르며 춘다?

경험치가 부족한 사람에겐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춤은 곡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적절히 선택되어야 한다.

AR(보컬이 포함된 음원)로 무대에 나선다면 립싱크로 충분하지만, 홍규헌은 그런 건 원하지 않았다.

홍규헌은 퍼포먼스가 완벽한 그룹을 바랐다.

즉, 백민정이 5인조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춤을 어렵고 화려하게 만든다면 멤버들이 고생한단 뜻이다.

보조 댄서도 없는 이상에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화려함이 필요했다.

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조아라이니, 그녀도 물론 난이도를 고려할…….

“내가 또 어렵고 화려한 건 못 참지.”

조아라의 의욕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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