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83화 (83/760)

#083화

“상열아.”

여느 때처럼, 김태훈 대표가 인자한 어투로 윤상열을 불렀다.

“아름이는 우리 회사에 오랫동안 있었어. 실력도 보장됐고 비주얼도 좋은데 굳이 그래야 해?”

“대표님. 제가 줄곧 말씀드렸잖아요. 걔는 그 비주얼이 문제라니까요.”

신아름은 고양이상이다.

쌍꺼풀이 없는 눈매는 날카롭다. 웃지 않으면 무표정이라도 노려보는 듯이 보인다.

석세스 엔터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리카가 처음 보고 겁을 먹은 조아라조차도 한 수 접을 정도로 강한 인상이다.

과거 성필이 ‘내 심장에 화살을 박아 넣은 매력적인 눈매’라는 평가를 내렸던 신아름의 눈은.

“눈이 작잖아요.”

윤상열 입장에서는 그냥 눈이 작은 것이었다.

그는 서양식 미인상을 선호했다.

아니, 애초에 미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이 크다.

석세스 엔터의 데뷔조로 모은 이들 중에서도 신아름의 인상은 특별했다.

쌍꺼풀이 없다는 점부터 그러했다.

그러한 연습생들 사이의 신아름은, 윤상열의 눈에 톡톡 튀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긴커녕 통일성을 해치는 것으로 비쳤다.

“그룹으로서의 조화가 중요한데, 신아름 걔는 좋든 나쁘든 너무 튀어요.”

[그러니까 걔를 센터로 세워서 시선을 먼저 모아야지! 여기 전에 받은 뮤비 콘티 못 봤어요?! 아름이가 먼저 등장하고……!]

전생의 성필이 있었으면 이렇게 뜨거운 반박이 나왔을 것이다.

“대표님은 아름이 데려가고 싶어요?”

“으음, 뭐, 다른 사람들 생각도 들어보고.”

[생각을 들을 게 뭐 있어요! 여기 사람들 다 아름이랑 본 게 몇 년인데! 걔만큼 사람 시선 잡아끄는 애가 또 있어요?!]

직원들은 말이 없었다.

자유가 질식해버린 것만 같았다.

“다들 생각 없어?”

십수 번 논의된 ‘신아름의 배제’ 안건 동안, 반대 의견을 낸 이들이 몇몇 있었다.

모두 좋은 꼴은 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다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아름이요.”

매니저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평소 윤상열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점수를 따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요.”

“어 어, 빨리 말해봐.”

“데뷔하고 나서도 잘할지 모르겠어요.”

“어?”

“걔가 기질이 사납잖아요. 연습도 몇 번 빠지고요.”

[아, 아니 그건 맞는데. 그건 내가 잘 타이를 테니까…… 하아, 신아름 걔 진짜 나한테 죽었다. 알겠어 오케이! 그건 인정한다! 회의 끝나자마자 혼낼게!]

“그리고 다음 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나오는데. 너무 건방져요. 자기 데뷔조고 안 잘린다고 광고하는 거야 뭐야.”

[내가 혼낼 테니까 그 말은 그만하자. ……그리고 걔 연습 빠져도 애들 중에서 실력은 제일 뛰어나잖아? 아니, 실력 좋으면 규칙 어겨도 된단 게 아니라…….]

“어어, 문철이가 잘 말해줬네.”

윤상열의 호응에 매니저가 활짝 웃었다.

또 점수를 땄다고 좋아하는 것이다.

석세스 엔터에서 편하게 생활하는 법 하나, 바로 윤상열의 눈에 드는 것이다.

“걔는 연예인 하면 안 돼. 연예인은 거의 공인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애가 성공하면 얼마나 기가 드세질지 생각해봐. 대표님도요. 걔 요구가 정상적일 거 같아요?”

“으음…….”

“지금도 저러는데 나중엔 어떻겠냐고요.”

성필이 떠난 뒤 신아름의 자유분방함은 날을 더해갔다.

그건 단순히 신아름의 성격이 뒤틀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윤상열에 대한 반항이었다.

연습생들을 쥐잡듯 잡고, 요구는 하나도 들어주지 않은 채, 실험실 생쥐처럼 쳇바퀴만 돌길 강요하는 그에 대한 저항이었다.

모든 연습생을 대표해 신아름이 엇나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력? 좋지. 비주얼? 호불호 갈리긴 해도 나쁘진 않아. 근데 인성, 이게 진짜 중요하거든.”

[아름이 욕하지 말고 형 인성이나 고쳐!]

“그래서 대표님, 저는 아름이 데뷔조에 두는 거 반대예요. 절대 그룹에 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파하, 나 참 어이가 없네. 아니. 형이 아름이를 봤다면 얼마나 봤다고? 진짜 나중에 후회한다고.]

“정 결정하기 어려우시면 일단 투표 받아보는 건 어때요?”

윤상열이 김태훈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그가 긍정의 사인을 보내자, 윤상열이 미소 지었다.

‘신아름 그년이 감히 나한테 말대꾸나 따박따박 해대고.’

프로젝트 포유 방송을 끝내고 돌아온 신아름은 석세스 엔터의 분위기를 감지했다.

다들 윤상열 앞에선 기를 펴지 못했다.

특히 민경섭이 그러했다.

윤상열과의 잦은 대립으로 거의 죽은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신아름은 열이 받아서 윤상열이 지랄하기만을 기다렸고, 결국 터졌다.

그의 말에 개기고 소리까지 빽빽 지른 것이다.

성필에게 배운 ‘윤상열 신경 긁는 법’을 철저하게 실천한 신아름은, 결국 윤상열의 눈 밖에 나버렸다.

‘텔레비전 나가서 뭐라도 된 줄 알아? 고작 연습생 주제에.’

버릇도 없고, 비주얼도 윤상열이 생각하기엔 별로고, 그나마 실력 하나 믿고 나댔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다.

윤상열 자신의 왕국에 신아름은 필요 없다.

표집이 끝난 뒤 윤상열이 확인을 마쳤다.

“이게 직원들 생각인데, 대표님 어떡하실래요?”

“…….”

전생의 성필이 있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도, 투표를 하지도, 윤상열이 이토록 자신만만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진짜 형, 적당히 하세요. 저 진짜 화나려고 하네.]

성필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정말 화낸 티를 내면, 윤상열도 조금은 물러나 주었다.

하지만 이제 성필은 없다.

김태훈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만 더 지켜보고…… 그때도 다들 마음이 안 변했으면…….”

그렇게 결정됐다.

[태훈이 형 지랄 좀 하지 마세요!]

성필이 없는 석세스 엔터는 변해버렸다.

* * *

“오빠가 나 잊어버린 줄 알고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성필은 유 노 댄스 아카데미의 트레이너이자 안무가인 백민정에게 안무 시안을 부탁했다.

안 그래도 조아라가 삐끗하면 ‘민정 쌤한테 안무 받으면 어때요?’, ‘아이잉 해주세요오.’라며 성필을 닦달했다.

굳이 안 그래도 맡길 생각이었는데…….

“고마워!”

백민정은 성필이 찾아오자마자 뽀뽀라도 해줄 기세였다.

“오빠가 나 믿을 줄 알았어!”

“너 말고 다른 분들한테도 갔다 오는 길인데.”

“너무하다 진짜로.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자존감 팍 깎이네.”

“그래서 곡 들어보니까 어때?”

“좋아. 듣자마자 안무가 머릿속에서 막 샘솟는 거 있지? 딱 그 느낌.”

백민정에게 좋은 답이 돌아오자 성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칭찬은 몇 번을 들어도 좋다.

“근데.”

백민정은 ‘아니’의 가사와 멤버들의 생각을 적어둔 서류를 번갈아 보았다.

“혹시 멤버 분들이랑 대화 좀 할 수 있어? 멤버분들 생각 들어보면 더 좋겠는데.”

“좋은 안무만 내주면 내가 뭘 못 해주겠냐.”

‘아니’가 멤버들의 의견을 담아 만들었다곤 하지만, 멤버들이 완성곡을 듣고 느끼는 감정은 전부 다르다.

백민정은 그녀들의 의견을 수합해서 안무에 반영하고 싶은 것이다.

그게 아이디어를 더해줘서 창작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오빠. 아라가 나 안무 만들 때 참관하고 싶다는데 그래도 돼?”

“안무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데?”

“짧진 않지. 일단 멤버들 수만큼 댄서들 모아야지.”

안무 창작 과정을 참관하는 건 조아라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아라는 아이돌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미래에는 전문 댄서를 거쳐 안무가가 되었을 것이다.

‘아라가 단순히 주는 걸 받아먹는 아이돌로만 남진 않았으면 좋겠어.’

창작력을 길러주고 싶었다.

아이돌로서의 경력이 끝났을 때를 생각해서라도, 멤버들에겐 최대한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다.

“사장님한테 말씀드려볼게.”

“응. 어떻게 좀 해줘. 며칠 전부터 아라가 기대하고 있단 말야.”

“알겠어.”

업무 이야기가 끝나자 백민정은 포근하게 미소 지었다.

“나 오빠한테 아라 보낸 거 다행이라고 생각해. 옛날보다 애가 훨씬 유해지고 웃음도 늘었거든.”

“그렇지. 옛날에는 애가 뭔 바늘 같았는데, 요즘엔…….”

“요즘엔?”

“모르겠다. 비유할 게 생각이 안 나네. 암튼 좋아졌어.”

성필이 찾아간 안무가 중에서는 현대에 이름을 날리는 사람도 있고, 미래에 능력을 인정받는 이들도 있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걸러내고 걸러낸 사람만 찾아갔고, 그중에서도 곡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만 골라냈다.

“근데 4인 안무라…….”

“자신 없어?”

“나 도발하는 거야?”

“아니. 그냥 어떻냐고.”

“4인 안무는 짜본 적 없어. 근데 백댄서는 왜 안 쓰는 거야?”

“사장님 의견이야.”

데뷔곡은 아이돌에게도 회사에게도 특별하다.

홍규헌은 데뷔곡이 오로지 멤버들의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음방이든 무대든, 멤버들로만 채우는 것이다.

“4인이면 쉽지 않을 텐데. 웬만큼 강렬하지 않고는 무대가 비어 보일 거야.”

“알아. 우리 회사에서 4인조로 확정 지을 때도 그거 감안했어. 혜빈 누나도 똑같이 말했었고. 근데 누나도 인정했거든.”

“뭐를?”

“얘들이면 된다!”

백민정이 피식 웃었다. 그에 성필이 정색했다.

“왜 웃는데. 우리 애들 안 될 거란 거야?”

“아니! 진짜 그 손혜빈이 오빠네 회사 들어갔구나.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자주 봤었는데. 가까이 있단 걸 아니까 기분이 이상해서.”

“사인받아줄까?”

“응 응! 나 학교 축제 때 그분 춤 췄었거든. 요러케 요러케.”

“아아, 그거 좋았지. 섹시한데 싼 티는 없는, 그때 여자애들 워너비 아니었냐?”

“뭐? 지금 내가 춤춘 게 섹시하다고 한 거야? 방금 나한테 한 말이냐고.”

“미안 신고는 하지 말아주라 제발.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어…….”

“누가 신고한대? 고맙다고.”

백민정은 성필을 배웅하면서도 고민을 계속하는 듯 반응이 한 박자씩 늦었다.

4인조 춤은 그녀에게도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보조 댄서도 없으니 어떻게든 네 명이서 무대를 채울 방법을 채워야 할 텐데, 쉽진 않으리라.

‘다른 안무가분들도 곤란하단 투였지.’

멤버 구성은 고작 네 명.

거기에 보조 댄서도 없다.

대부분의 안무가들에게 ‘아니’의 안무 창작은 도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히야, 4인조는 정말 드문데. 백댄서 없인 저도 처음이에요.’

‘힘든가요?’

‘레퍼런스는 옛날 것밖에 없는데, 요즘 트렌드엔 도움이 잘 안 되겠죠. 가감 없이 말씀드리면 힘들긴 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좀 잘 부탁드립니다.’

‘그건 당연하죠. 적어도 5명이라도 됐으면…….’

꽤 오랫동안 활동한 안무가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의뢰를 받은 다른 안무가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고통은 그들의 것이고…….

‘어떤 안무가 나올까?’

기대와 기쁨은 성필의 것이다.

성필은 멋진 춤을 추는 멤버들을 상상하며 종종걸음으로 차로 향했다.

안무가 나올 날이 기대된다.

* * *

신아름은 윤상열을 찾아갔다.

이번에 프로젝트 포유에 참여하게 된 것도 윤상열의 권유 때문이니, 포유를 그만둔단 사실을 알리는 것도 윤상열에게 해야 옳았다.

작업실에 들어오자 윤상열이 곱지만은 않은 눈초리로 신아름을 흘겼다.

“앉아. 왜 왔어?”

신아름은 포유의 담당자인 김명운이 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했다고?”

“네. 전망이 불분명하잖아요.”

“허어. 그 인간도 많이 몰렸구만. 그래서?”

“저도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계속 있어.”

“왜요?”

“왜긴. 버텨서 어떻게든 인지도 끌어보라고.”

“아니, 포유 담당자도 망하겠다고 말하는데 거기 있어봤자 뭐해요? 나오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나오겠단 애들 있어?”

없다.

“걔들은 절박하잖아요. 다 안 좋은 기획사에 있고. 데뷔도 불확실하고. 그러니까 있죠.”

“너는 뭐 달라?”

그 말에서, 신아름은 위화감을 느꼈다.

“석세스 엔터도 중소긴 해도, 성공한 선배님들도 있잖아요. 걔들보단 낫죠.”

“하. 뭐 거기서 생활해보니까 불편하기라도 해? 나오고 싶어? 하긴 너한텐 회사가 편하겠지. 잔말 말고 포유에 붙어 있기나 해.”

“걍 석세스 엔터 돌아와서 연습이나 하는 게 낫지. 원래 데뷔도 저 포유 나간 거 때문에 1년 이상 미룬 거 아니었어요? 빨리 데뷔하면 회사도 돈 아끼니까 좋은 거잖아요. 걍 지금부터 데뷔 준비하면…….”

윤상열이 끅끅 웃었다.

신아름은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윤상열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람이 열심히 하겠단 게 웃겨요?”

“어, 웃겨.”

“……네?”

“따라와.”

윤상열은 거칠게 신아름의 손목을 잡고 연습실로 이끌었다.

“아파요!”

하지만 윤상열은 그녀의 손목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신나서 발걸음까지 빨라졌다.

마치 축제라도 가는 사람처럼.

그는 거칠게 연습실 문을 열어젖혔다.

여자 데뷔조를 포함한 여자 연습생들이 연습하고 있었다.

데뷔조는 주간, 월간 평가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데뷔조에게는 경각심을, 일반 연습생에게는 동기를 주기 위해 모두 다 함께 연습시킨다.

덕분에 따로 모을 필요가 없었다.

“다들 주목!”

그녀들에게 윤상열은 공포의 존재다.

그의 말 한마디에 데뷔와 잔류가 결정된다.

연습생들에게 긴장감을 준다는 이유로 데뷔조 구성이 몇 번이나 바뀌었던가.

회사 입장에서는 그저 관리 전략이었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토가 나올 만큼 격렬한 쥐어짬이었다.

“현재 데뷔조들 앞으로 나와.”

여섯 명의 연습생들이 쭈뼛쭈뼛 윤상열의 앞에 섰다.

윤상열은 그제야 신아름의 손목을 쥔 손의 힘을 풀었다.

신아름이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손목을 쓰다듬었다.

“노력은 보답받는다.”

다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는 눈치였다.

열두 개의 눈알이 뒤룩뒤룩 굴러갔다.

하지만 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노력은 보답받아야만 한다.”

평소 눈치가 없단 소리를 듣는 연습생, 소민이 신아름에게 시선을 주었다.

소민은 신아름을 자주 의지하곤 했다.

‘쓰읍!’

신아름은 혼내겠단 뜻으로 인상을 썼다.

혹여나 딴짓했다가 윤상열의 눈 밖에 나면 큰일이니까.

소민이 움찔하면서 다시 시선을 윤상열에게 돌렸다.

“그러니, 노력하지 않는 자, 노력할 의지도 없는 자, 개선되지 않는 자는 보답받을 수 없다. 보답받아서도 안 된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끝났다.

이 순간, 데뷔조 중 한 명이 또 떨어진다.

소민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평소에도 둔하단 말을 듣는 자신이 제외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고작 말 한마디에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게 연습생이란 존재다.

하루하루, 매시간 매분 자신의 미래를 걸고 투쟁하는 자들.

그리고 마침내 연습생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의 입에서 판결이 나왔다.

“전체 회의 결정 사항이다. 신아름을 데뷔조에서 제외한다.”

충격은 잠시.

경악은 즉시.

압도적인 실력으로 한 번도 데뷔조에서 밀려난 적이 없던 신아름이, 데뷔조에서 제외됐다.

데뷔조는 물론이고 뒤에 서 있던 연습생들의 얼굴에서도 당혹이 떠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신아름보다 더 당혹스러울까.

“다들 신아름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 거라고 믿는다. 그것 때문이다. 부가적인 설명은 없다. 라희!”

라희라고 불린 연습생이 얼떨떨한 듯 앞으로 나왔다.

윤상열은 그녀를 데뷔조 옆에 세웠다.

“네가 아름이 자리를 대신한다.”

이제는 신아름을 빼고, 다시 일곱이 된 데뷔조들이 신아름을 보았다.

신아름도 멍해져서 그들을 보았다.

위로라도 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던, 이제 막 데뷔조가 된 라희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자신이 신아름을 밀어낸 게 믿기지 않다는 듯.

정말, 정말 말도 안 된다…….

“자, 다들.”

그 기색을 읽은 윤상열은 마지막 사형 선고를 내렸다.

“박수.”

침묵.

“박수!”

고장 난 원숭이 인형이 내는 심벌즈 소리처럼, 초등학생이 치는 장구의 소리와 같이, 불규칙하고 삐걱거리는 박수가 연습실을 채웠다.

박수는 윤상열이 제지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는 어색한 박수 소리가 찬송가라도 되는 듯 눈을 감고 계속 들었다.

마침내 그만하라는 듯 손을 젓고, 그는 신아름을 보았다.

“그리고 아름이는…….”

신아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연습생들은 듣고 있었다.

윤상열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심란할 테니까 오늘은 회사에서 나가.”

집으로 가, 라는 말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윤상열은 그러지 않았다.

마치 정말로 나가라는 듯,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다.

신아름은 못 박힌 듯 서 있기만 했다.

“뭐해? 나가라니까?”

신아름은 아까 들렸던 박수 소리처럼 삐걱이며, 등을 돌려 연습실을 나갔다.

그녀는 입술을 꾹 물었다.

눈가는 젖어 있었다.

손바닥으로 눈을 막으면 눈물도 막힐 줄 알았건만.

눈을 누르자, 눈은 터진 물풍선처럼 여러 줄기의 물을 쏟아냈다.

목젖이 떨리고, 흐느낌은 목구멍을 맴돌고,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감정을 사방으로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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