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67화 (67/760)

#067화

“안녕하세요 이사님.”

정지음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곳저곳으로 눈길을 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로 엔터의 건물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흔히 생각했던 중소기업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이쪽은 한구인 이사님입니다. 한 이사님, 이분이 정지음 작곡가님이에요.”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구인과 정지음이 악수했다.

‘크다.’

한구인의 키는 184cm다.

어디 가서 다른 사람보다 키가 작았던 적이 드물었다. 물론 그보다 키가 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지음만큼 압도적으로 키가 큰 사람은 처음이다.

190cm 이상이란 키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앗! 정지음 작곡가님 오빠!”

리카가 정지음을 발견하곤 이상한 호칭으로 불렀다. 그녀는 빠르게 달려와 정지음의 앞에 섰다.

그리고 당황했다.

국밥집에서 만났을 때는 계속 앉아 있던 터라, 그의 키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직접 대면하니 말도 안 되게 컸다.

“쿄진(거인)이……!”

리카가 실례되는 말을 뱉기 전, 성필이 그녀의 목덜미를 쳤다.

“악!”

“작곡가님이든 오빠든 하나만 해.”

“그, 그럴까요. 오빠랑 작곡가님 중에 어느 게 좋으신가요!”

정지음이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빠를 고르고 싶었다. 하지만 속내가 보이는 짓이라 생각해서…….

“작곡가라고 불러주세요.”

“넵! 박 이사님, 이분이 가로 엔터 뮤직 프로듀서가 되는 건가요?”

“오늘은 곡 가져오신 거야.”

“좋은 곡이면 좋겠네요!”

리카는 정지음과 짧게 수다를 떤 후,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아라와 함께 연습실로 갔다.

가는 중, 조아라는 계속 피식 웃었다.

“아라쨩 왜 그래?”

“저기 봐.”

조아라가 성필과 정지음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서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박 이사님이랑 작곡가님이 왜?”

“설레는 키 차이.”

두 사람의 키 차이는 15cm 정도 됐다.

리카가 조아라의 말을 이해하곤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연습생분들이 활기차네요.”

“너무 활기차서 가끔 벅차요.”

세 사람은 사장실로 들어갔다.

홍규헌은 정지음을 보자마자 세상 보여준 적 없던 미소를 띠었다.

정지음은 성필이 ‘사람 대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단순한 비즈니스 미소보단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로 엔터 사장 홍규헌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정지음입니다.”

정지음은 가로 엔터의 사장이 여자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 기획사의 대표는 남자였으니까.

네 사람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정지음이 비장한 태도로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낡은 티가 나는 노트북이었다.

“그럼 하나씩 들려드릴게요.”

정지음이 자신 없단 태도로 블루투스 스피커에 노트북을 연결했다.

첫 곡이 재생됐다.

“음.”

가이드 보컬이 없다.

돈이 없는 정지음으로썬 어쩔 수 없었다.

친한 가수 지망생이라도 있다면 밥 한 끼 정도로 부탁할 수도 있겠으나, 정지음은 사교성이 적었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타입도 아니라, 서울에 와서도 변변찮은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어쨌거나 정지음이 준비한 곡은 그저 곡 그 자체뿐이었다.

“어, 어떤가요?”

첫 곡이 끝나자 정지음이 조심스레 물었다.

홍규헌은 애매하게 미소 지으며 성필을 보았다.

성필이라고 마땅히 할 말이 있을 리 만무했다.

‘멜로디 라인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보컬이 들어갔을 때의 완성도를 알 수는 없어.’

곡 그 자체만으로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매우 어렵다.

우스갯소리로, 대히트 친 아이돌 곡의 Inst(Instrumental, 보컬 파트를 제외한 반주)를 대학 작곡과 포트폴리오로 넣더라도 다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곡이란 건 보컬 없이 완성되는 게 아니니, 완성도 또한 판단하기 어렵다.

어지간히 확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좋네요. 이거 한 곡만 가져오셨나요?”

“아니요. 몇 개 더 가져왔어요.”

정지음은 다음, 다다음 곡도 재생했다.

전부 가이드 보컬이 없었다.

멜로디 라인에 따른 허밍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전부 Inst였다.

“생각하신 가사나 보컬 라인이라도 없나요? 간단하게 곡 따라서 허밍만 해주셔도 되는데.”

“네, 네. 저는 곡만…….”

이게 정지음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곡을 찍을 때 보컬은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곡에 보컬이 입혀졌을 때야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

어떡하면 곡이 더 좋아질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편곡에 들어가는 것이다.

온전한 작곡가로서는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작곡에도 재능이 있으나, 편곡에 더 강점이 있다.

“정말요? 곡을 만드시는데 보컬 자체를 생각 안 하셨다고요?”

입을 다물고 있던 홍규헌도 살짝 질린 듯이 되물었다.

정지음은 힘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

뭐라 좋다 안 좋다 말해주기가 힘들었다.

물론 곡에 사용된 스킬이나 사운드의 참신함 정도는 말할 수 있으나, 그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이런 식이면 저희도 뭐라 답을 드리기가 힘드네요.”

“그으, 그렇겠죠. 가이드 입혀서 다시 올까요?”

“네. 그럼 판단하기 더 좋겠죠. 아, 곡은 정말 다 좋았어요. 느낌이 있어요. 회의 거쳐보고 따로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지음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마우스만 딸깍였다.

“더 있나요?”

“……아니요. 이게 끝이에요.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가 노트북을 덮었다.

동시에 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손혜빈이 들어왔다.

“미안 미안. 만나는 게 늦어져서요. 응? 뭐야, 다 끝났어요?”

손혜빈을 본 정지음의 눈이 솥뚜껑보다 더 커졌다.

“소, 소소, 소소소…….”

“네, 손혜빈입니다!”

“왜 여기…….”

“저 여기 직원이에요. 사진 찍어드릴까요?”

자연스레 같이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됐어?”

“제가 애교 좀 부리니까 긍정적으로 나오던데요.”

“애교 부렸어?”

“아뇨. 사실 협박했어요. 우리가 본 게 몇 년인데 곡 하나도 못 써주냐고요.”

오늘 손혜빈이 만나러 간 사람은 유명 작곡가인 엘릭이었다.

과거 손혜빈에게도 곡을 준 적이 있어서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지음이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되물었다.

“엘릭한테요?”

“아세요? 그, 성함이 정지음 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저 엘릭 알죠. 당연히 알죠. 그분 곡 많이 들었어요.”

그리 말하는 정지음은 점점 움츠러들었다.

자신의 곡과 비교될 것이 엘릭의 곡이라 생각하니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음 씨.”

“네, 사장님.”

“혹시 제작에 참여한 곡 있나요? 크레딧에 이름 올라갔다거나.”

성필은 홍규헌에게 정지음이 유령 작가로 활동했단 말을 해주지 않았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의 곡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없습니다.”

“음…….”

경력이라도 있다면 최소한의 판단 기준은 될 수 있을 텐데, 그것마저도 없다.

“그럼 경력은 없으시고…….”

“크레딧에 이름은 없지만 참여한 곡은 많습니다.”

“예? 이름을 안 올렸는데 어떻게요?”

“설마. 유령 작가세요? 와 씨. 요즘에도 그딴 짓 시키는 놈들이 있어요?”

손혜빈이 질색하며 말했다.

“네. 얼마 전까지도 그랬어요. 박 이사님 만나고 나서는 바로 나왔지만요.”

“잘하셨어요. 그딴 데 있어도 인생에 하등 도움 안 되거든요. 어떤 곡 참여했었는데요?”

“저는…….”

정지음이 곡들을 줄줄 읊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십 곡은 됐다.

그가 곡의 이름들을 전부 말하고 난 뒤, 다들 말만 안 했지 믿기 힘들단 기색을 풀풀 풍겼다.

정지음이 말한 곡에는 사람들이 다 알 법한 히트곡들도 섞여 있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 인지도가 있는 곡들이었다.

“지, 진짜인…….”

“지음 씨 말 사실이에요.”

정지음이 변명하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성필이 그를 변호해주었다.

“아니. 누가 안 믿는대? 믿어.”

과연 그럴까.

누구든지 정지음이 허풍을 떠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정지음은 억울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작 권순영 밑에서 나오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다.

괜히 재능만 착취당하면서 살아왔다.

할 수만 있다면 이들 앞에서 증명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

“지음 씨. 혹시 실력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고 억울해하던 정지음에게 성필이 요청했다.

“실력이요? 여기서 어떻게…….”

“‘Me and me’ 카피해주실 수 있으세요? 곡 제작에 참여하셨다면서요.”

‘Me and me’는 음원 차트 1위까지 했던 히트곡이다.

전생의 정지음이 가장 한탄했던 것도 ‘Me and me’의 저작권을 일부조차 얻지 못했던 일이었다.

정지음은 그 곡의 뼈대를 잡은 사람이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홍규헌이 어이없어하며 말렸다.

“야, 박 이사. 지금 여기서 그걸 어떻게 해. 지음 씨도 곤란하실 테니까…….”

“하겠습니다.”

정지음이 고물 노트북을 펼치고 작곡 프로그램을 켰다.

모두 당황했다.

다들 곡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는 익히 안다.

설령 카피라도 그렇다.

머릿속의 기억만으로 곡을 카피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것이고, 그것을 전부 기억하는 건 원곡 작곡가라도 못할…….

“미친!”

정지음이 ‘Me and me’의 초반부를 원곡과 똑같이 카피해냈다. 그것도 고작 몇 분 사이에 말이다. 아무리 귀가 좋아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현대곡에는 수많은 사운드가 섞여 있기 때문에, 기획사가 정식으로 Inst 버전을 내주지 않으면 곡의 구성 요소도 완벽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정지음이 그것을 해냈다.

홍규헌과 손혜빈이 노트북 앞에서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 진짜 원곡이랑 똑같잖아.”

모차르트라도 되나?

자신을 바라보는 당황한 시선에 정지음이 자신만만히 어깨를 폈다.

이제 그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곡을 채용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곡에 대해 몇 마디 더 나눈 뒤, 정지음과의 미팅은 끝나게 됐다.

“회의 거치고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필은 그를 건물 밖까지 배웅해주었다.

정지음의 자존심을 지켜주었으나, 아마 그의 곡이 채용되는 건 힘들 것이다.

곧 유명 작곡가인 엘릭의 곡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손혜빈도 정지음의 곡을 듣곤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저는 지음 씨 곡 좋았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빈말 아니에요. 사운드를 쓰는 기술이 탁월하세요. 참신하고.”

현대의 작곡은 얼마나 새롭고 신기한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는가의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지음이 사운드를 다루는 솜씨는 확실히 평범한 범주가 아니었다.

“그으, 그렇죠? 제가 사운드에는 돈을 안 아끼거든요. 새것 나올 때마다 사고 그래요. 샘플도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면서, 음악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구나.

“오늘 사장님 반응이 별로긴 했죠? 다 얼굴에 보이는 타입이시라.”

“아뇨. 제가 문제였죠 뭐. 가이드라도 입히고 왔어야 했는데…….”

솔직히 성필은 그가 가져온 곡들만 해도 충분히 만족했다.

회귀한 성필의 귀는 미래의 사운드에 익숙해져 있었다.

현재의 곡들은 성필의 귀에 구식으로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정지음의 곡은 시대를 2, 3년은 앞지른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가이드라는 게…… 가사나 느낌이란 게 필요한데. 저는 그런 데 재능이 없어서요. 작사가한테 맡기기라도 해야 할까요? 어차피 데모고…….”

“뭘 그렇게까지요. 지음 씨가 생각하는 보컬 라인 허밍으로 해주시면 되죠.”

사실, 작곡가들은 어떻게든 눈에 띄기 위해서 현직 가수에게 가이드 보컬을 맡기기도 한다.

그게 곧 경쟁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명 가수에게 가이드를 맡겨도 곡이 채용되지 않는 경우마저 있다.

“제가 직접 녹음하면 너무 대충인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이 사람 자신감이 아예 없구만.’

리카도 처음 정지음을 보았을 때 지나치게 기가 죽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리 느낄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지 간단히 알 수 있다.

지금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지 않은가.

“권순영 그 인간이 지음 씨를 악독하게 굴리긴 했나 보네요. 온전히 작곡에만 집중하셨으면 곡 더 많이 쓰셨을 텐데요.”

“……사실 준비한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분위기가 안 좋아서요. 또, 제가 들려드린 곡들보다 좀…… 성의 없게 들릴 수도 있는 곡이라서.”

“더 있었어요?”

성필은 고민하다가 그냥 그것도 들려달라고 했다.

건물 밖 계단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곡을 들었다.

“하하, 좀 난해하죠?”

사실 이 곡은 정지음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곡이었다.

아니, 자신 없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네?”

“이건 된다. 이거 돼요.”

“이게요?”

“노트북 좀 빌려주세요! 이건 세상 사람들이 다 듣게 해야 해!”

“예?!”

성필이 정지음의 노트북을 들고 급히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

네 명의 멤버들이 정지음을 보기 위해 유리벽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다 성필이 들어오자마자 도둑질을 들키기라도 한 듯 후다닥 떨어졌다.

“이사님이 작곡가님 노트북 훔쳤어!”

노트북을 뺏긴 정지음은 잠금이 걸린 건물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리카, 문 좀 열어드려!”

성필은 한시가 급하단 듯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어, 박 이사. 잘 모셔다드렸어?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지음 씨한테 작곡 강의시키는 게…….”

“그딴 것보다 이거부터 들어보세요! 아까 지음 씨가 들려주려다 안 들려준 건데 진짜 미쳤어요!”

홍규헌은 말이 끊긴 게 마음에 안 들었으나, 성필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것을 보니 보통 곡이 아니란 예감이 왔다.

“그래. 틀어봐.”

스피커를 통해 곡이 울려 퍼졌다.

곡의 길이는 3분 10초였다. 그동안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곡이 끝나자 성필이 잔뜩 흥분해서 물었다.

“어때요? 엄청나죠?”

“……박 이사.”

“네!”

“이게 뭐야. 이게 무슨 곡인데.”

곡에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 그리고 가끔 들리는 신스음밖에 없었다.

“이런 반주에 어떻게 노래를 불러?”

끼이익.

살짝 열려 있던 문이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열린 문 사이로 멤버들이 붙어서 안쪽을 보고 있었다.

“저, 저희…….”

놀랍게도 멤버들과 백설하는 물러나지 않았다.

회의를 몰래 들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날 이유지만, 용기 있게도 도망가지 않고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다.

백설하는 충격받은 듯 간신히 입을 뗐다.

“저희, 히, 힙합 컨셉 그룹인가요……?”

충분히 그리 오해할 만하다.

멤버들은 물론이고 이 곡에 대한 홍규헌, 손혜빈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성필은 답답해서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다들 모르시겠어요? 이 곡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이거 미완성곡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이거 자체가 완성곡이면 이해가 전혀 안 되거든. 백설하 말마따나 힙합이라도 생각하는 거야?”

“아니에요! 이건……!”

그때 리카의 안내를 받은 정지음도 도착했다.

그는 멤버들의 벽을 비집고 회의실로 들어와, 숨이 차 헐떡이면서도 자신의 노트북부터 찾았다.

“이사님 왜 갑자기 제 노트북을……!”

“이 곡은 시대를 안 타는 곡이라고요!”

성필의 확신에 찬 외침이 회의실을 울렸다.

“뭐?”

당연히 납득하는 사람은 없었다.

회귀한, 거의 10년에 이르는 미래를 경험한 성필만이 이 곡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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