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화
이런 말을 해오면 비판이고 비난이고 할 수 없잖아!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 * *
넷은 안무와 동선 암기를 끝냈다.
조아라가 만든 안무이니 그녀가 가장 빨랐고, 리카, 백설하 순서로 암기를 마쳤다.
역시 가장 느린 건 장하양이었다.
“앟!”
장하양과 조아라가 도중에 부딪혔다.
넘어진 건 장하양이었다. 조아라보다 키가 컸음에도 버티는 힘 자체가 없었기에 밀려난 것이다.
“괜찮아요?”
조아라는 춤을 추면서 물었다.
이제 미안해하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자주 이랬기 때문이다.
“응. 미안.”
장하양은 꿋꿋하게 일어나서 다시 대열에 합류했다.
“……안 되겠다.”
백설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청테이프를 가져와서 장하양의 동선 경로에 붙였다. 그리고 펜으로 테이프 위에 번호를 써두었다.
“하양이 넌 바닥 보고 움직여. 정면 안 봐도 돼. 동선은 이걸 따라.”
“네.”
여러 번 실수하면 풀이 죽을 만도 하건만, 장하양은 시종일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런 장하양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풀이 죽어주면 안 되나?’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까지 해버리는 백설하였다.
인간적으로 너무 느리잖아…….
‘하양아. 천천히 하면 돼. 조급해하지 말고 동선에만 신경 써.’
“아냐. 하양이라고 이러고 싶겠어? 포기하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언니 왜 갑자기 혼잣말해요.”
“어? 내가 방금 뭐라고…….”
너무 지친 나머지 속마음이 그대로 나온 것 같았다.
원래는 위로해주려고 했는데.
“좋아. 잘한다. 그대로만 하자.”
확실히 테이프로 동선을 표시하니 장하양은 훨씬 나아졌다.
아니, 그것만으로도 동선을 헷갈리지 않게 됐다. 시각적 표시가 있으니 헷갈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앜! 아라쨩 괜찮아?”
“……왜 다들 나한테만 부딪히지?”
동선 충돌.
방금 건 어깨를 부딪친 것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자꾸만 동선이 엇갈린다는 건 단순히 멤버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선 자체가 어려워.’
조아라가 만든 안무는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위치를 바꾸길 요구했다.
처음 그녀의 설명을 듣고 대충 따라 췄을 때는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난이도가 높은 쪽이 홍규헌이나 성필에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얘들아. 우리 이거 동선 어떻게 생각해?”
멤버들이 침묵에 빠졌다.
리카와 장하양은 조아라를 곁눈질했다.
창작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연습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계속 연습하면 발에 익을 거예요!”
리카가 희망적으로 말했다.
확실히 연습이 최고의 방법이긴 하다.
지금 또 동선을 바꾸면 괜히 혼란만 가중될 테니, 차라리 어려움을 감수하는 편이 나았다.
“그럼 이대로 갈까?”
끄덕끄덕.
동선이 발에 익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춤이 안 맞아.’
분명 다 같이 똑같은 타이밍에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데도, 거울을 통해서 보면 미묘하게 엇나갔다.
장하양은 논외다.
춤을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잘 따라오는 쪽이 이상하다.
문제는…….
“아라야. 너만 조금 느린 거 같아.”
“네?”
이 중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건 꼽으나 마나 조아라다.
그런데 조아라가 지적받으니 다들 의외란 표정이다.
심지어 당사자인 조아라는 불쾌한 기색마저 드러냈다.
“내가 맞아요. 언니가 빠른 거죠.”
“……한 번 동작만 점검하자. 원래 속도로 갈게.”
백설하와 조아라가 춤을 췄다.
역시나, 같은 타이밍에 같은 춤이지만 엇나감이 있었다.
왜 이러지?
“정박에 맞춰서 빠르게 움직여요. 이렇게.”
“이렇게?”
“그건…….”
조아라는 이 상황에 쓸 말을 몰랐다.
몸으로는 체득한 기술이라도 말로 가르치려 하니 설명하기 곤란한 것이다.
“그것보단 이런 느낌으로. 느렸다가 빠르게.”
“흣.”
“네. 그거긴 한데……. 추다 보면 나아지겠죠.”
조아라의 처방을 따라서 하니 춤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일반적으로 여자 아이돌은 남자 아이돌처럼 힘 있고 빠른 동작을 하는 게 힘들다.
신체적 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조아라가 만든 안무를 그녀의 식대로 추니, 상당한 근력과 민첩성이 필요했다.
이전보다 2배는 힘들어진 느낌이다.
“하아, 하아.”
백설하는 땀을 닦으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진짜 아라가 맞는 거야? 아라가 정박으로 추는 거고, 나랑 리카가 틀린 게 맞아?’
아닌 것 같다.
엇나가는 건 오히려 조아라다.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조아라가 모두에게 맞춰야 한다.
“……아라쨩이 만든 건데 아라쨩이 맞는 거 아닐까요?”
리카가 조심스레 반론을 표했다.
백설하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두 사람이 옳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흐엑, 헥.”
연습을 이어가던 리카가 퍼졌다.
“쌤. 저 보컬 소화하는 거 넘 힘들어요. 목이 갈라지겠어요.”
“아…… 그래?”
“네. 쌤이 메인보컬이니까 코러스 더 맡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 가? 아라는 어떻게 생각해?”
“저는 보컬은 몰라요.”
“하양이는…….”
장하양은 뭐든 좋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문제를 가진 채로 연습은 이어졌다.
“쌤! 이 부분에선 공간을 더 넓게 쓰는 게 좋아 보여요.”
“그래……? 다들 어때?”
계속.
“더 빠르게 모여야죠.”
“전 파트에서 거리감이 이상한 거 같은데…….”
“맞추면 돼요.”
계속.
“얘들아. 이 부분에선 내 안무 생략하는 거 어때?”
“에에. 지금까지 했던 게 더 좋아요!”
“그래도…….”
“쌤은 할 수 있어요!”
계속.
계속.
백설하는 리더로서 모두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주간 평가일이 다가왔을 때, 연습하던 백설하의 눈이 뜨였다.
갑자기 세상이 작게 보이는 느낌.
넓어진 시야로 본 거울 속에 비친 그녀들의 모습은.
‘망했어.’
이건 그룹이 아니다.
개인밖에 없다.
모두의 의견이 존중받은 끝에, 그룹은 존중받지 못하게 됐다.
특색 강한 개인 넷이 배틀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리카와 조아라도 주간 평가일이 다가와서와 위화감을 직시하게 됐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백설하와 달랐다.
“일주일밖에 연습 못 했으면 이 수준인 게 당연하지.”
“다음 주에는 더 나아지겠지?”
부조화를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오류로 받아들인 것이다.
백설하가 절망감에 빠져 있는 도중.
“선생님 이게 사랑인 거죠?”
장하양은 꿋꿋하게 자신의 파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이었다.
부조화 자체가 본인의 못남이라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과 맞춘단 생각 자체를 못 하는 것이다.
* * *
“제가, 제가 언니잖아요. 언니인데. 제가 제일 못났어요…….”
“…….”
고작 일주일이다.
백설하는 고작 일주일 동안 리더 체험을 했더니 눈물을 쏟았다.
나쁜 건 아니다.
본인의 잘못을 인지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그게 불가능한 리더들은 멤버를 탓한다.
혹은 과제가 어렵다고 불평하거나.
안 좋은 결과가 나온 책임을 외부에 돌리면서 자존심을 유지하거나 팀의 결속을 이룬다.
그런 인간은 리더로서 실격이다.
‘설하 씨가 아이돌 생활 해봤다고 너무 짐만 지워줬네.’
백설하도 리더는 처음이다.
그저 연장자라는 책임감만을 가진 채 성필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던 것이다.
경험도 없이 임하려니 당연히 힘들겠지.
“리카는 저보다 보는 눈이 더 넓어요. 뭐든 빨리빨리 잘 배우고. 아라는 저보다 춤도 더 잘 춰요……. 다들 정말 대단한데도 저는……. 제가 제일 떨어지는데. 그런데, 저는 나이만 많고 늙은 게 전부인데…….”
늙은 건 아니지…….
영입을 제안했을 때도 본인이 나이가 많다면서 핑계를 대더니,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2년 뒤에 데뷔한다 치면 백설하는 23살이다.
20대 중반 데뷔인 데다가, 7년 계약 말년에는 30살이 되니 나이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던 것이다.
요즘 평균 데뷔 나이가 10대 후반이기에 충분히 그럴 만했다.
백설하는 그대로 흐느끼기만 했다.
성필은 기다렸다.
다 울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하양이는요?”
장하양의 장점도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양이는…… 하양이는 저보다…… 모르겠어요…….”
성필이 작게 웃었다.
백설하도 자신의 말이 웃긴 지 울다가 웃음을 뱉었다.
“하양이는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해요. 그래서 미안해요. 제가 잘 못 이끌어줘서 느린 거 같아서……. 김칫국 마시는 거 같지만. 저, 리더 못 할 거 같아요. 리더는 제일 뛰어난 사람이 하는 건데. 저는 다른 애들보다 더 뛰어나지도 않아요……. 저보다는 리카나 아라가…….”
“설하 씨.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신뢰받고 있단 뜻이다. 성필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리더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 하는 거라고 하셨죠.”
“네…….”
“아니에요. 리더는.”
성필이 한번 말을 끊었다.
백설하는 코를 훌쩍이면서 성필의 입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말은 안 하겠지만.’
성필은 전생에 ‘리더는 모두와 마주 볼 수 있어서 리더다.’ 같은 말을 자주 했다.
민주적인 리더십을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설하에겐 다른 조언이 필요했다.
“리더는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
“……반대 아닌가요? 능력이 뛰어나니까 리더가 되고, 그러니까 명령할 수 있는…….”
“아니요.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예요. 사장님이 저보다 뛰어나…….”
홍규헌은 명문대 출신이다.
젊은 나이에도 사업체를 원활히 운영하는 데다가 자금 관리도 철저하게 한다.
“……뛰어나시지만. 제가 더 나은 부분도 있잖아요? 만약 뛰어난 사람이 리더가 된다고 치면, 사장님은 저보다 연예계를 더 잘 알고. 한 이사님보다 경제학을 더 잘 알고. 설하 씨보다 노래도 더 잘 부르겠네요?”
“…….”
“리더가 할 일은 모두의 의견을 들은 뒤 ‘이거 해’, ‘저거 해’라고 말하는 거예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나은 방향으로요.”
“저는 뭐가 가장 나은지 몰라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답을요? 저, 저희 시험 보는 거 아닌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제가 가르쳐드리는 건 답이 아니라 시험 범위 정도예요. 잘 들어요.”
원래는 백설하에게 신랄한 비판을 퍼부어서 기를 꺾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기가 대차게 꺾여 있으니, 피드백도 온화하게 해줘야 한다.
“이거 여러분 퍼포먼스 찍은 거예요.”
성필은 영상을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아라 춤이 안 맞죠?”
“네. 그런데 아라가 그건 저희가 못 따라서 그런 거라고…….”
“아니에요. 아라가 박자를 못 맞추는 게 맞아요. 근데 이게 아예 못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아라가 뛰어나서 그런 거예요.”
보통 사람은 한 박자를 단지 하나의 박자로만 듣는다.
탁!
이것이 한 박이다.
하지만 아라는 하나의 박자를 10개, 100개로 듣는다.
그저 탁! 이런 하나의 소리지만, 그녀는 그 하나의 박자를 수십 개로 쪼개서 듣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아라는 박자 하나를 1에서 100까지 나눈 뒤에 50부터 움직이는 거예요. 이러면 춤이 더 꽉 찬 느낌이 들거든요. 같은 동작이라도 빠르고 파워풀하게 보여요.”
“그게 가능해요? 드럼 소리 이어지는 게 1초도 안 되는데…….”
백설하가 입을 벌리면서 감탄했다.
성필도 잘 모른다.
손혜빈이 그런 거라고 했다.
춤을 좀 배우면 가능하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아라한테 말하세요. ‘정박에 맞춰서 움직여.’ 탁, 박자를 인지하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움직이라고요.”
백설하는 멍하니 듣다가 급히 핸드폰을 꺼내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은 안무인데. 굳이 앵글 안에 멤버들을 다 넣으려고 하지 마세요.”
“앵글 안에요?”
“가상의 카메라 앵글이 있다고 치면, 모두를 억지로 안에 구겨 넣는 동선 같아요. 모두가 중앙일 필요는 없어요. 뺄 때는 빼세요. 예를 들어 이 파트랑 이 파트. 리카랑 아라는 밖으로 나가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아, 그렇네요.”
“그다음, 하이라이트 때도 굳이 안무를 소화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 3옥타브 레 나오는 부분, 여기 전에 그냥 설하 씨는 가만히 있으세요. 굳이 통일성 주겠다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거 체력낭비예요. 안무는 멤버들이 설하 씨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필은 피드백을 전부 전달해주었다.
어느새 백설하의 메모장은 글자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눈물이 쏙 들어간 채로 감탄을 뱉었다.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이렇게까지 아세요?”
백설하의 이전 기획사 직원들은 닦달할 줄이나 알았지, 이토록 자세한 피드백은 주지도 못했다.
트레이너들도 수강생의 못남을 탓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성필처럼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혜빈 누나가 도와주셨어요.”
“아…….”
그렇다면 안무나 동선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준 게 이해가 된다.
성필의 피드백에는 춤을 춰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것도 섞여 있었으니까.
“그리고 저도 아이돌에 관심이 있으니까요. 팬으로서도, 매니저로서도.”
프로듀서로서도.
전생부터 지금까지, 성필의 꿈은 아이돌 프로듀싱이었다.
연습생의 연습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고, 중년의 나이에도 아이돌 콘서트에 자주 다녔다.
누군가는 성필에게 나이 먹고 주책맞다고 욕하기도 했으나, 그는 행복하기만 했다.
언젠가 자신이 만들어낼 아이돌을 상상하면 없던 힘도 솟아나곤 했다.
“그런데 이걸 전부 애들한테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만약 다른 의견이 있거나 그러면. 저, 저는 이사님 말씀에 백번 동감하지만요……. 아! 이사님이 말씀해주셨다고 하면 되겠다.”
“안 돼요.”
“어, 왜…….”
“오늘은 그냥 저한테 혼났다고만 하세요. 눈물 자국 지우지 말고 들어가요. 문 쾅 열고 들어간 다음에 ‘야, 조아라 나와’.”
성필이 백설하의 성대모사를 했다.
백설하가 응접실에 들어오고 난 뒤 처음으로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성필이 더 신나서 말했다.
“‘야, 리카 너도 나와. 하양이. 너는 들어가 있어.’”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요오!”
백설하는 한바탕 웃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꾹꾹 매만졌다.
“애들이 제 말을 들을까요?”
“설하 씨. 제가 계속 존댓말 하는 이유 궁금하시죠?”
“네? 어, 네. 궁금하죠…….”
궁금하다.
계속 궁금해했다.
“이번 평가 잘 끝내면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사장님한테 말해서 회식도 한번 하고요. 그러니까 열심히 해봐요. 다 같이 웃으면서 오늘을 추억해야죠.”
* * *
“오래 걸리네.”
리카가 걱정스레 시계만 쳐다보았다.
조아라는 평정을 가장한 채 구석에 앉아 있었고, 장하양은…….
“선생님 이게 사랑인 거죠? 음, 사랑인 거죠. 너를 보아도, 보아도……. 아, 두 개가 양성모음이구나. 죠, 도. 죠, 도. 응? 그러면 ‘아’랑 ‘거’는 라임이 안 맞는데…….”
가사를 잘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열심이었다.
조아라와 리카는 태평해 보이는 장하양이 부럽기만 했다.
“도시요(어떡하지) 아라쨩. 설하 언니 막 혼나고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위로해주지?”
“아저씨가 누구 혼낼 사람이냐. 아저씨가 언니 위로해주고 있는 거겠지.”
“이렇게 오래? 뭐 하고 있길래?”
장하양이 가사에서 눈을 떼고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했다.
“몰라. 뭐. 같이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으러 갔겠지.”
“아라쨩 기분 안 좋을 때 아이스크림 먹는구나. 메모해야지.”
쾅!
문이 거칠게 열렸다.
자연스레 셋의 시선이 문으로 몰렸다.
백설하가 인상을 잔뜩 쓴 채 서 있었다.
그녀의 눈가는 눈물 자국으로 붉어져 있었다.
“쌔, 쌤……?”
“조아라, 리카. 나와.”
조아라와 리카가 쭈뼛쭈뼛 일어났다.
장하양도 덩달아 일어났다.
“하양이 너는 들어가 있어.”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