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32화 (32/760)

#032화

“방금 연락드렸는데도 일찍 오셨네요.”

성필이 과장되게 웃으며 장하양을 맞았다.

“저는 1시간 30분 일찍 와 있었습니다. 저번 일 벌충하는 겸해서요.”

“와, 그렇게 저를 빨리 보고 싶으셨어요?”

장하양도 과장된 태도로 받아치며 성필의 맞은편에 앉았다.

“당연히 보고 싶었죠.”

“헥! 이런데도 사심이 없으시다고요?”

“제가 그날 하양 씨 만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잠시만요. 저 음료 먼저 시키고 올게요.”

“이번에는 사드릴게요. 제가 부른 거잖아요.”

“이열. 그럼 저는 제일 비싼 거.”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필이 진짜 가장 비싼 메뉴를 골라주자 장하양이 만류했다.

“커피랑 2000원 차이밖에 안 나잖아요.”

“그래도요. 저는 아메리카노가 좋아요.”

“그럼 케이크도 하나 먹죠. 저녁 시간 가까우니까 허기도 좀 있으실 테고.”

“괜찮은데.”

슈크림 바움쿠헨.

장하양은 바움쿠헨이 뭔지 몰랐다.

먹어보니 혀에서 녹을 만큼 맛있었다.

“아까 했던 말 이어서 할게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었는데요. 하양 씨는 배우 그만두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장하양은 자신의 귀가 맛이 갔나 의심했다.

“배우 그만두세요.”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바움쿠헨으로 하늘까지 올라갔던 기분이 땅으로 처박히는 듯했다.

‘배우 그까짓 돈도 안 되는 거 해서 뭐해? 당장 때려쳐!’

‘배우 그만두세요.’

배우를 그만두라던 아버지의 고함과 성필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그럼에도 장하양의 표정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이미 나쁜 일을 당하고 와서였을까, 오히려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었다.

“그럼 저는 뭐 하라구요.”

“아이돌 해주세요.”

“아하하.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아이돌이 뭐 하는지도 잘 몰라요. 아이돌 노래도 안 들어요. 제가 연습생 되면 이사님도 답답하실걸요?”

“저는 하양 씨가 가로 엔터 연습생으로 들어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성필은 장하양의 말을 알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저를 좋게 봐주시는 건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아이돌은…….”

“일단 가로 엔터에 정식 연습생으로 들어오시기만 하면 데뷔는 확정입니다. 데뷔해서 실패하면 어떡하냐고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반드시 성공시킬 테니까요. 어떻게든 성공시킬 겁니다. 앞에 둔 서류는 가로 엔터의 현 상황과 미래의 대략적인 기획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봐주세요.”

성필이 부탁하듯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장하양은 그의 단호한 태도에 거절하지 못하고 계획서를 몇 장 넘겨보았다.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불안하실 거 압니다. 저 같았어도 불안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성필이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냈다.

또 뭘까.

형식상으로 빠르게 훑었는데, 내용을 확인한 장하양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버렸다….

“이거 진짜……?”

“만약 하양 씨가 가로 엔터에 와서 아이돌로 데뷔하시고, 그 후 예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게 되시면. 하양 씨가 쏟은 모든 노력과 시간을 합산해서 보상하겠습니다.”

“이걸…… 이만한 돈이…….”

“스무 살 때부터 꼬박꼬박 모아왔습니다.”

당연히 회삿돈이 아니었다.

홍규헌에게 이런 계약서를 들이밀면 단순히 미친놈 소리 듣는 것으론 끝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용하는 건 성필의 사비였다.

대출도 껴 있긴 하지만.

“하양 씨의 꿈을 돌리는 값으론 너무 싸긴 하죠.”

그룹을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으리란 자신감 덕분에 이런 계약서를 내밀 수 있었다.

물론, 성필이 회귀하자마자 주식을 사지 않았다면 이런 방법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하양 씨가 아이돌 활동에 쏟은 몇 년? 회사원 연봉으로 계산해도 1억 넘는 수준이겠지. 그것도 그룹이 아예 대차게 망해버렸을 경우에 1억.’

성필이 미래에 주식으로 얻을 수익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장하양의 미래를 구해내기 위한 비용으로도 값싸기 그지없었다.

‘비록 하양 씨는 초심자나 다름없지만, 비주얼은 돈으로도 못 사는 재능이야.’

장하양 움짤만 만들어서 뿌려도 사람들이 반응해 줄 정도다.

얼굴이며 키며 비율이며, 수많은 연습생을 보아 온 성필의 눈에도 장하양은 특별했다.

춤이랑 노래야 트레이닝시키면 누구든지 평균 이상은 하게 되어 있다.

장하양은 계약서를 보고 커진 눈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녀는 평정을 가장하며 물었다.

“점점 수상한데. 막 회사 들어가면 이거 빌미로 저한테 이상한 짓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의심스럽네.”

장하양은 웃었다. 동시에 슬퍼했다.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이렇게까지 권해주는 사람한테 이상한 말이나 하고, 넌 진짜 구제불능이다…….

이유는 알고 있었다.

성필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진심인가? 정말인가? 진실로 자신을 원하고 있나?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하양 씨는 배우보다 아이돌이 더 어울립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하양 씨가 아이돌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실패했을 때는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성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꿈을 접어주세요.”

장하양은 포크를 떨어뜨렸다.

손이 떨려서 도저히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쨍그랑, 귀를 긁는 소리에도 성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 좀.”

장하양은 화장실로 가자마자 세면대를 짚었다.

거칠게 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씹었다.

‘내가 연습생 생활에 쏟은 노력과 시간을 보상해주겠다고……?’

대충 계산해도 1억이 넘는다.

돈은 노동력이며 시간이다.

481일.

11,560시간.

성필이 보상해주겠다고 한 말의 뜻은, 장하양에게 그의 11,560시간을 바치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하양을 위해 하루 8시간, 거의 4년간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성필이 10년 동안 꼬박꼬박 모아왔다는 돈을 고작 자신 따위에게.

‘꿈을 접고 아이돌이 되달라고? 아이돌이 되는 조건으로…….’

실패했을 시, 성필은 장하양에게 모든 시간과 노력의 보상을 제시했다.

어지간한 믿음이 없고는 불가능하다.

‘하필 지금 이런 말을 들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부모님은 그녀가 연기하려고 모아뒀던 돈을 가져갔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원해주고 있었다.

‘안 되는데.’

배우란 꿈을 정해두고 흔들림 없이 달려왔던 길이 흔들리고 있다.

평소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설득이, 오늘만큼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상대가 성필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방금 그 자리에서 울음을 토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계속 있었으면 성필에게 자신의 가정사부터 인생사까지 모든 것을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

‘그러긴 싫어.’

불쌍한 아이가 되고 싶지 않다.

불행을 티 내긴 싫다.

그럼 성필은 자신을 동정할 테니까.

그딴 식으로 얻는 관심은 바라지 않았다.

평생 다른 사람에게 고민, 고충, 슬픔, 불행을 알리지 않고 살아왔다.

부모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관심을 줄 것 같진 않았다.

성필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당황하고, 어쩌면 달갑지 않게 여길지도 몰랐다.

물론 성필이라면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장하양은 그가 자신을 대해줄 때 동정심으로부터 호의를 꺼내지 않길 바랐다.

‘몇 분 지났지?’

핸드폰을 두고 와서 모르겠다.

장하양은 거울을 보며 정신을 다잡았다.

자리로 돌아가니 성필은 여전히 바른 자세를 잡고 있었다.

장하양은 평소와 같이 미소를 만들었다.

“음, 그러니까.”

입꼬리가 일그러졌다.

실패다.

도저히 평범한 표정을 만들 수 없다.

지금 자신의 얼굴은 어떨까.

흉측하진 않을까.

“저한테, 그럴 가치가, 있나요?”

“있습니다.”

성필이 즉답했다.

장하양은 또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손발이 저릿해서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아니, 시야가 전부 새하얗게 변해서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숨이 거칠다는 것만 인식됐다.

“저는, 근데,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연습생에,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을 거, 같은데.”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됐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런데도 장하양의 본능은 그녀를 끊임없이 질문으로 이끌었다.

마지막까지 그의 진심을 확인해보라고.

부모조차 주지 않은 신뢰와 호의를 만난 지 고작 며칠밖에 안 된 사람이 줄 리가 없다고, 본능이 말했다.

호의는 공짜가 아니다.

아닐 것이다.

“식사는 회사에서 제공합니다. 집안 사정 때문이시라면, 회사를 통해 소정의 생활비를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교통비 등에 쓰시면 될 겁니다.”

“보통, 이러나요?”

“하양 씨니까요.”

그제서야, 장하양은 기다렸다는 듯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들었으면 ‘돈을 줘서 고맙단 건가?’라고 생각할 대답이었다.

맥락 없이 튀어나온 진심이었다.

장하양의 감사는 성필의 믿음으로부터 왔다.

부모로부터도 얻은 적 없던 인정욕이 처음으로 채워진 순간이었다.

곧이어 장하양이 답을 꺼냈다.

그것을 들은 성필이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띠었다.

‘구했다.’

장하양의 삶을.

* * *

새로운 연습생 후보가 온다는 소식이 가로 엔터에 알려졌다.

“후후, 또 오는 건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군…… 크큭.”

“말투 개오타쿠 같네.”

“낄낄, 어디 얼굴이라도 볼까?”

조아라의 태클을 무시한 리카가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백설하와 조아라는 관심 없는 척 바깥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리카는 2층 난간에 기대어 성필의 귀환을 기다렸다.

곧 성필과 장하양이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

장하양을 본 리카가 헐레벌떡 연습실로 돌아왔다.

“배우다! 배우가 왔어! 비율 마지 야바이(진짜 쩔어)!”

연습 후 스트레칭을 하던 조아라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섰다.

백설하는 궁금하지 않은 척, 묵묵히 남아서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연습실로 돌아온 조아라는 한껏 침울해져 있었다.

“점점 내 설 자리가 없어지네.”

“아라쨩에게는 11자 복근과 댄스 실력이 있잖아.”

“회사 나갈까.”

“계약 기간 안 지키면 위약금 물어야 해!”

“돈 때문에 참는다.”

리카와 조아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둘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들으니 백설하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스트 구경하러 갈래?”

“나는 남이 테스트받는 거 보는 게 제일 좋더라. 언니도 가죠?”

“난 괜찮아. 너희들도 스트레칭 끝내야지. 내일 근육통 안 생기려면.”

“에이. 갔다 와서 하면 되죠.”

백설하는 조아라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셋은 사장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의 풍경을 보았다.

사장실 안에선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잘 들리진 않았다.

잠시 후, 홍규헌이 성큼성큼 다가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다들 숨엇!”

“이미 다 들켰는데 뭘 숨어. 너희들 연습 한 타임 끝났지?”

“넵! 저희도 저분 테스트받는 거 구경하고 싶어요!”

“리카 많이 컸네. 나한테 의견도 표출하고. 박 이사, 애들 관리 제대로 안 해?”

“죄송합니다. 리카, 감히 사장님한테 말을 걸면 어떡하니. 나 잘리는 꼴 보고 싶어?”

“제 잘못이에요! 박 이사님은 보내줘요!”

홍규헌은 장하양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장난까지 쳤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장하양이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장하양의 눈은 리카를 너머 조아라에게로, 그 뒤의 백설하에게도 향했다.

둘이 서로를 보았다.

백설하가 감탄했다.

‘예쁘다.’

성필이 표현하길 재벌 같은 분위기라고 했었는데, 백설하는 잘 알 수 없었다.

옷 자체가 일반적인 반팔 셔츠에 바지이니, 재벌 분위기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미소 짓는 얼굴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건 친근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장하양의 얼굴은 비현실적으로 뚜렷했으므로, ‘친근‘과는 거리가 먼 신비한 분위기였다.

“테스트 보고 싶다고? 당연히…….”

리카가 설렘을 담아 주먹을 꾹 쥐었다.

“안 되지. 너희들은 딴 데 가 있어.”

시무룩.

성필과 한구인이 연습실에서 테스트를 준비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장하양이 뭐라도 도와주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준비를 도와봤자 방해만 될 뿐이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조작하는 한구인의 옆에 멀뚱히 서 있으면서, 가끔씩 ‘뭐 도와드릴 거 있나요?’라거나 ‘제가 할까요?’라는 말을 했다.

“괜찮습니다. 저쪽에 서 계시면 됩니다.”

장하양은 연습실 중앙에서 빈손만 꼼지락거렸다.

성필이 의자를 옮기거나 종이를 가져오는 것을 보면서 몇 번이나 돕겠다고 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홍규헌은 그런 장하양의 행동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자, 시작해보자.”

노래! 춤! 카메라 테스트!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이 끝났다.

홍규헌은 할 말을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어…….”

아무것도 못 한다.

춤도 못 추고, 노래도 못 부르고.

그냥 못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춤을 추라니까 부끄러워하며 손발을 휘적이다니, 눈을 질끈 감고 막춤을 췄다.

노래는 10년 전의 것을 불렀는데, 그마저도 가사를 틀렸다.

변명이 가관이었다.

“제가 가사 없는 노래만 듣거든요. 신나는 곡 같은 거요. 그래서 가사 있는 노래를 잘 몰라요.”

“장하양 씨. 가사가 없는 건 노래라고 하지 않습니다. 음악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한구인의 지적질은 덤이었다.

그나마 몸이 말라서 카메라빨을 잘 받는단 사실만 알아냈다.

홍규헌은 성필을 힐끔 보았다.

그도 할 말을 잃었는지 메모장만 뚫어져라 보는 중이었다.

“네. 수고하셨어요. 1층에서 대기하고 계시면 결과를 알려드릴…….”

“포즈 한 번 취해보겠습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단 것을 깨달은 장하양이 돌발행동을 벌였다.

그녀는 골반에 손을 얹더니 몸을 획 틀었다.

뒤로 돌아보는 포즈였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머리카락 몇 가닥까지 입에 물었다.

“…….”

“다른 포즈 보여드리겠습니다!”

장하양은 바닥에 누워 고혹적인 자세를 취했다.

한구인이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했다.

“네, 잘 봤어요. 이제 됐…….”

“저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제발 기회를 주세요! 증명할 기회를 주세요! 잘할 수 있습니다!”

필사적이기까지 한 구걸이었다.

“우…….”

타이밍을 잡은 성필이 슬슬 운을 뗐다.

“……와! 사장님 보이십니까? 저 열정이? 분골쇄신의 마음가짐으로 연습에 임한답니다.”

“그렇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사장님, 저를 뽑아주신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절박하기까지 하다.

마치 테스트에서 떨어지면 세상이 다 망한다는 태도였다.

홍규헌은 미간을 짚으며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알겠어요. 이제 나가시면 됩니다.”

장하양이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숙이며 연습실을 나갔다.

“박 이사.”

“괜찮지 않아요? 비주얼이 진짜…….”

“쟤 꿈이 배우라며. 뭔 마법을 부렸기에 저렇게 필사적인 거야? 진짜 꿈이 배우였던 건 맞고?”

“제 진심이 닿은 거 아닐까요?”

“오오…….”

한구인이 감탄하자 홍규헌이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

“‘오오’는 뭔……. 야, 박 이사. 배우 한다면서 네 제안 물리쳤던 애가, 고작 며칠 만에 여기 와서는 바닥에 드러눕고 자기 PR까지 한다고?”

“사장님이 진심을 전하라면서요. 제 진심이 통한 거겠죠…….”

“이상하잖아. 쟤 아무거나 막 해보는 애 아니냐고. 연습생도 좀 하다가 훌쩍 떠나가려고 하는 거 아냐?”

“아니에요. 제가 다 확인했어요.”

“어떻게?”

“……그 열정을 알아보려고 단기 트레이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사장님도 하양 씨 마음에 드시죠?”

“춤추고 노래하는 거 보고 있던 정도 다 떨어졌다.”

“…….”

홍규헌이 한숨을 쉬었다.

“외모는 빼고. 외모는 없던 정도 들게 생겼어. 나랑 닮았다더니 진짜네.”

“…….”

“…….”

“뭐. 새끼들아 뭐.”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안목이 아주 뛰어나시네요.”

“그렇습니다. 사장님의 타고난 통찰력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놈들이 편하게 대해주니까 아주 정성스레 멕이네.”

홍규헌이 성필과 한구인의 어깨를 팍팍 쳤다.

둘은 고통스레 어깨를 부여잡았다.

“단기 트레이닝 시키는 건 괜찮아 보여. 너희는?”

“사장님의 안목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성필이 공중제비라도 돌 기세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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