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20화 (20/760)

#020화

“내가 일수꾼도 아니고 무슨 돈을 받아줘?”

“그게…….”

시안비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안무의 시안(試案)으로, 디테일을 완성하기 전의 상태를 뜻한다.

한국은 안무비를 지급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안비가 문제다.

‘우리가 쓰지도 않을 건데 왜 돈을 내?’라고 여기는 매니지먼트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회사는 안무를 신중히 고르기 위해 시안만 십수 개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회사가 시안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말 골때린다.

“하음이가 시안비를 안 줬어? 안무비는?”

“안무비는 받았어. 근데 시안비는 또 따로고, 시안 만드는 데도 인력이 들잖아. 우리 애들이 나랑 움직임도 맞춰보고, 그게 시간도 많이 걸…….”

“아니, 그건 알아.”

예를 들어 백댄서와 아이돌까지 포함한 10인 안무를 짠다 치면 댄서가 열 명 필요하다.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하니 당연하다.

시안비에는 안무가의 페이만이 아닌, 안무 창작 과정에서 일한 댄서의 페이까지 포함되는 게 옳다.

“안무비만 받고 시안비는 못 받았단 거지?”

“응. 그쪽에서 회의 끝내고 시안을 두 개 준비해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줬는데, 영 소식이 없네 흐헤.”

“화는 못 낼망정 왜 쪼개기만 해!”

성필은 자기 일처럼 화냈다.

그가 소리치자 식당 안의 이목이 쏠렸다.

백민정이 그를 진정시켰다.

“그쪽에 말 안 했어?”

“문자는 몇 개 보냈지…….”

“그랬더니 뭐래?”

“뭐, 다 똑같지. 처음엔 기다려달라 그런 거라도 보내줬는데 요즘은 다 씹어.”

“찾아가서 깽판이라도 쳤어야지.”

“그랬다가 그 인간 맘대로 말하고 다니면 어떡해.”

이 업계는 좁다.

한두 다리 건너 모든 사람에게 연이 닿을 만큼.

그런데 백민정이 유하음에게 계속 돈 달라 거리면, 유하음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다.

‘그 인간 질이 안 좋더라’, 그런 가볍게 퍼진 말이 백민정의 커리어에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일 많아?”

“응, 그럭저럭 있어.”

“못 받으면 댄서들 돈은 어떡하고?”

“뭘 어떡해. 내 페이에서 쪼개야지.”

“하아…….”

술이 올라서 그런지 더 열 받았다.

확실히 백민정이 말하기 어려울 만도 했다.

가족끼리도 돈 문제는 말하기 어려운데, 완전한 타인을 돈 관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니까.

‘이래서 유하음 걔가 민정이한테 모르는 척했던 거구나.’

친구란 놈이 그런 짓을 했으니 성필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근데 이런 얘기를 조아라 같은 애한테도 하고 다닌 거야?”

“아니! 내가 미쳤다고 어린애한테 이런 얘길 해? 그냥 학원 내에 분위기란 게 있잖아. 오고 가는 댄서들이나, 아예 학원에 있는 애들. 이렇게 저렇게 말이 도는 거겠지. 그래서 내가 돈은 최대한 빨리 주려고 하는데…… 나도 골치야.”

백민정은 할 말을 다 했는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성필의 반응을 살피는 듯 시선만 살짝살짝 올렸다.

‘학원이 이런 분위기니까 조아라가 매니지먼트사가 싫다고 했구나.’

조아라의 인간관계는 학원에 대폭 한정될 것이다.

만나는 연장자들은 다 댄서일 거고, 그들이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사회인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 사람들이 기획사를 허구한 날 씹는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나라 엔터 시스템이 잘못됐니, 기획사 윗대가리들이 바뀌어야 하니, 댄서들 권리가 너무 낮다니 뭐니…….

기획사를 우호적으로 보는 쪽이 이상하지.

“에이, 아니다.”

성필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자, 갑자기 백민정이 손을 저으면서 크게 웃었다.

“내가 취해서 아무 말이나 했네. 걍 잊어. 친구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쉽지 않잖아.”

“뭐라는 거야. 친구니까 더 해야지.”

“어?”

“친구가 나쁜 짓 하는데 입 다무는 게 더 나빠.”

성필은 핸드폰 메모장에 방금 백민정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적었다.

내일이 되어도 잊지 않도록.

“말은 해볼게.”

“어, 진짜? 그래도 돼?”

“아마 얘도 사정이 있을 거야. 기획사 굴린다는 게 항상 자본이 많을 수는 없거든. 그렇다고 줘야 할 돈을 안 주는 건 나쁜 게 맞지만.”

“응, 응, 그치!”

그냥 말해준다고만 했는데도 백민정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밝은 미래만 떠오르는 듯했다.

“이 얘기 이제 끝! 술이나 마시자!”

둘은 술잔을 거세게 부딪쳤다.

* * *

홍규헌은 아침 일찍 회사로 왔다.

리모컨을 작동시켜 유리 벽에 쳐진 커튼을 모두 걷자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마치 해가 뜨는 것 같았다.

언젠가 사람이 많아지면 이 장면도 독점하지 못하게 되겠지.

지금도 한구인이 일찍 출근할 때면 뺏기고 하는 광경…….

“아 씨 깜짝야!”

홍규헌은 부스스 일어나는 성필을 보곤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뭐야 박 이사. 여기서 잤어? 술 냄새는 또 뭐고.”

“사장님 안녕하세요.”

“……여기 숙소 아니거든?”

“어제 업계 동료랑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의도치 않게 오게 됐네요.”

“환기나 좀 시켜.”

성필은 편의점으로 가서 속옷과 세면도구를 산 뒤, 회사 세면실에서 단장을 마쳤다.

회사에서 깨어나는 것도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 없으니 이득 본 기분이기도 했다.

‘자, 오늘 하루도 시작해볼까.’

커피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하음이네 그룹 컴백 활동 기간이 3주 남았고, 오늘은 뮤직스테이지 녹화일이니까.’

깨어 있을 게 분명하다.

성필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몇 초 지나지 않아 ‘여보세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하음이. 일 잘하고 있냐.”

[말도 마 죽겠다. 해지고 일어나서 해질 때 자잖아. 나고 우리 애들이고 힘들어.]

“지금은 샵?”

[어. 연락은 왜 했어. 대타라도 뛰어줄까?]

“아니. 오늘 방송국 가면 잠깐 얘기할 수 있나?”

[야이 씨. 무섭다 새꺄. 무슨 만나서 할 얘기까지 있어.]

“가는 김에 커피라도 사 들고 갈게.”

[그러면 지금 와. 안 그래도 커피 마려웠어.]

성필은 그가 방송국에 있는 시간에 맞췄다.

유하음의 팀과 함께하는 스태프의 수만큼 커피를 사니, 들고 가는 데도 팔이 저렸다.

방송국 대기실에 들어가니 유하음이 담당하는 그룹, ‘웨이퍼센트’가 허리 숙이며 인사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웨이퍼센트입니다!”

저번에 매니저 대타를 뛰러 갔을 때랑은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그때는 신입 로드인 줄 알았으니 당연했지만.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스탭분들도 커피 한 잔씩 들어요.”

“감사합니다 형님!”

처음에 유난히 싹바가지 없게 굴었던 막내가 완전히 변화된 모습으로 재차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여러 개의 커피를 유심히 살폈다.

“여러분들 거는 이거. 칼로리 8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파이팅하세요.”

“……감사합니다.”

캬라멜 마끼아또라도 기대한 것일까.

막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왠지 리카를 보는 듯해서 측은함을 느꼈다.

“커피 땡큐. 밖에 나갈까?”

유하음은 프라푸치노를 쪽쪽 빨면서 대기실을 나섰다.

성필이 그의 옆구리를 장난스레 쳤다.

“어색해 죽는 줄 알았네. 뭐 대단한 사람 온다고 인사를 그렇게 크게 시켜?”

“아니. 저번에 네가 로드 뛰어줬잖아. 그때 매니저 또 온다고 말했더니 인사 준비하던데.”

아직 웨이퍼센트는 확 떴다곤 할 수 없었다.

인사를 게을리할 수 없는 단계란 것이다.

설령 작은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만들고 있는 성필이라도, 경력이 8년에 다다라 가는 매니저다.

여기저기 연결된 엔터 업계이니, 인사만이 오래 살아남는 길이다.

“근데 대기실 너네 팀만 쓰는 거야? 많이 컸다 유하음.”

“내가 큰 게 아니라 우리 회사가 큰 거지. 솔직히 우리 애들만 받을 방이 아니긴 한데. 우리 회사에 이번에 유명세 확 얻은 배우 생겼거든. 그 덕 본 거 같다.”

“겸손 좀 그만 떨어. 앨범 판매량 봤어.”

“다 팬들 덕분이지.”

둘은 흡연장까지 왔다.

자연스레 담배를 물고 하늘을 본다.

“할 말이 뭔데.”

“유 노 댄스 아카데미 알지? 이번에 안무 맡겼던 곳이라며.”

유하음은 코로 길게 숨을 뿜어냈다.

“그거구나. 뭔가 해서 계속 쫄렸네. 잘못이라도 한 줄 알았잖아.”

“왜 백민정 안무가한테 돈 안 줘?”

“야, 돈 줬어. 안무비 다 줬는데 무슨 돈을 안 줘.”

“시안비도 줘야지. 시안 두 개 받았다면서.”

유하음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듣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도 이런 얘기를 누가 들어봐야 좋을 게 없단 것을 알았다.

“우리 회사가 이번 앨범에 총력 쏟아부어서 그래. 굴릴 돈도 모자란데 어떡하냐 그럼.”

“나중에는 줄 거고?”

“……야, 좀 솔직하게 보자. 시안비 주는 그거 미국이나 그러잖아. 댄서들이 기획서 꼬박꼬박 제출하고, 응? 그치? 시안비 안 받는 건 이미 업계 문화나 마찬가지인데. 굳이 착한 척하자고 그걸 무시해?”

성필은 담배를 더욱 깊게 빨아들였다.

폐와 마음이 연기로 가득 찼다.

“그랬다간 우리가 다른 기획사한테 욕먹어. 애초에 안무비에 시안비 포함된 거 아니야? 그거지, 시안은 광고 같은 거.”

“하음아. 너도 지금 네가 이상한 말 하는 거 알지?”

“아니, 내 말은 좀 균형 잡아서 듣고 살란 거지. 어디 댄서들 입장만 있냐고.”

“그래서 끝까지 시안비 안 주시겠다?”

“…….”

유하음은 대답 없이 난간에 팔을 걸쳤다. 그리고 담배만 빨아들였다.

“백민정 안무가 문자는 왜 씹었어?”

“하아, 찔리니까 씹었지 왜 그랬겠냐. 방금까지 했던 말은 회사 입장이고. 직접 안무가 같은 사람들 만나는 나는 죽을 지경이지.”

회사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아낄 수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아끼는 조직이란 뜻이다.

시안비를 지급하지 않는 문화가 널리 알려졌다면, 설령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알아도 고치지 않는 게 회사다.

“잘못된 건 아는데. 나도 그냥 회사원이야. 돈 받고 살려면 사장님이 바라는 거 해줘야지. 지금까지 시안비 안 지급하고 잘 살아왔던 회사인데, 내가 뭐라고 하면 밉보이는 거잖아.”

“그래도 주긴 줘야지.”

“……에이 씨. 이 정도 무시하면 그냥 포기할 줄 알았는데.”

유하음은 겉으로 짜증을 내면서도 핸드폰을 꺼내 손을 놀렸다.

“뭐 했어?”

“민정 씨한테 계좌번호 보내라고 문자.”

“바로 주게?”

“아니. 부장님한테 말해보고.”

“진작 이렇게 하지.”

“나도 걍 회사원이라고. 회사 문화 따라가는 게 당연하지.”

성필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주물러주었다.

옳은 길을 택했다는 칭찬 대신이었다.

아직 백민정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유하음이 시도라도 해본다는 게 어디인가.

“하여튼 너랑 얽혀서 뭐가 쉽게 되는 걸 못 봤어. 아직도 스탭한테 개기던 버릇 못 고쳤냐.”

“그건 어려서 그랬고……. 근데 괜찮은 거 맞아? 너 잘리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

“어차피 민정 씨가 회사 와서 깽판 부리고 했으면 줬을 돈이야. 대신 네가 깽판 부렸다고 치지 뭐. 너한테까지 이런 부탁하는 거 보니까 곧 문 부수고 들어왔을 상태겠구만.”

“이렇게 쉽게 결정할 건데 왜…….”

“원래 이런 거지.”

안무가는 자신의 평판이 상할까 봐 기획사에게 강경히 대처하지 못한다.

역으로, 기획사는 돈을 아껴야 하지만 안무가들 사이에서 불온한 기류가 흐를까 걱정한다. 그래서 안무가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면 제안을 수긍한다.

불편하게 이어지는 업계 분위기 속에서, 안 좋은 문화는 양자의 침묵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각자 편에서 한 명씩만 ‘이러면 안 돼’라고 했더라면 진작 사라졌을 문화인데도.

* * *

조아라는 기분이 좋았다.

자주 찾아오는 댄서 언니가 있는데, 드디어 밀린 돈을 받았다면서 밥을 사주었기 때문이다.

매일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조아라는 용돈이 간당간당했다.

끼니를 공짜로 해결하니 좋을 수밖에.

“와, 그 회사도 진짜 징하다 징해. 어떻게 돈을 몇 달이나 밀려서 주냐?”

“주긴 주네요.”

“우리 쌤이 총대 메고 들어간 거지 뭐.”

우리 쌤.

백민정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댄서도 백민정의 제자였다.

조아라는 춤추느라 꺼진 배를 열심히 채우면서도 댄서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었다.

“아라 너 얼마 전에 대타로 방송국 갔다면서? 어땠어?”

“오래 기다려야 되고, 연습할 공간도 없고, 싫었어요. 다신 가기 싫어요.”

“그치, 힘들지. 좀 유명한 사람 보조하면 좋은데, 크지도 않은 그룹 따라가면 힘들어.”

“피곤해서 바닥에 돗자리 펴 놓고 그냥 잤어요.”

“근데 너도 대단하다. 그 춤 팀이랑 맞춰본 적도 없다며?”

“그냥 오다가다 본 거 따라 했죠.”

식사를 마친 뒤, 조아라는 배를 꺼뜨리려 속보로 학원에 갔다.

도착하니 연습실엔 혼자밖에 없었다.

독무대처럼 느껴졌다. 아마 두세 곡 정도는 전세 낸 듯이 쓸 수 있으리라.

그때 연습실 문이 열리고 백민정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라 있네. 밥 먹고 왔어?”

“네. 쌤은 드셨어요?”

“난 걍 샌드위치 먹었어. 잠깐 내 방에 올래?”

백민정은 그녀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아라야. 너 한구인이란 사람한테 영입 제안받았지?”

“아이돌이요?”

“응. 거기 회사 진짜 괜찮은 데 같아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려고.”

“별로 관심 없는데.”

철벽같은 답에 백민정은 허둥댔다.

“진짜 좋은 데라니까?”

“기획사 같은 데 가기 싫어요.”

“어어, 어…… 아! 박성필 알아? 방송국에서 네 발 찼단 사람.”

발을 찼다는 말에 곧장 떠올랐다.

자다가 일어나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때였다.

그 사람 이름이 박성필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백민정이 술술 이야기를 풀었다.

“이번에 우리 애들 시안비 밀렸던 거 알지?”

“어느 쪽이요?”

“어, 웨이퍼센트 쪽. 그거 성필 오빠가 받아준 거거든. 진짜, 지인짜 좋은 오빠야. 사람이 됐어.”

백민정은 성필이 얼마나 착하며 바른 심성의 소유자인지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조아라는 백민정이 기획사 사람을 이토록 칭찬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아마 성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얼굴에 금칠 그만하라면서 소리라도 질렀을 것이다.

조아라를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하긴 했어도, 이런 형태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부탁조차 안 했을지도 몰랐다.

“암튼! 그렇단 거지. 어때, 하고 싶은 마음 들었어?”

“……쌤이 그 오빠란 사람 좋아하거나, 그 사람이 진짜 좋거나 둘 중 하나인 거 같은데. 어느 쪽이에요?”

“후자인 거 같은데.”

“협박당한 건 아니죠?”

“얘는. 내가 협박당할 사람이니? 애초에 뭘로 협박하는데?”

조아라는 한숨을 쉬었다.

쉽게 결정하기 힘들어서 머리도 긁적이고 입술도 몇 번 물었지만.

백민정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딱 잘라서 ‘싫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녀가 확증하는 것이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건 확실하리라.

“아이돌이란 거 돈은 잘 벌어요?”

조아라는 막연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춤이 좋아서 계속하긴 하는데, 장래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이다.

어렴풋이 댄서가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나왔으니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하다.

“케바케야.”

“쌤 체면 세워주는 겸 얘기 들어볼게요. 근데 나는 진짜 흥미 없…….”

“어? 진짜? 정말? 고마워 아라야!”

조아라는 백민정의 가슴에 뺨이 부벼지면서도 박성필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그룹에 넣어달라고 하겠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