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안 하는 프로듀서-18화 (18/760)

#018화

당연하다고 할까,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방송국 복도에서 돗자릴 깔고 자고 있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란 생각은 들었다.

설마 10초 만에 숙면에 들었을 리도 없으니, 그녀는 의도적으로 유하음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기요.”

유하음이 위협적으로 부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이윽고 그녀가 몸을 살짝 일으켰다.

“왜요.”

정말로 잠들었던 건가.

그녀는 졸음기 가득한 눈으로 유하음을 노려보았다.

사람들은 누구든 자다 일어났을 때 신경이 날카로워진다지만, 그녀의 말투에 배여 있는 적의는 일반적인 신경과민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욕하셨죠?”

“언제요.”

“방금 씨바라고 했잖아요.”

유하음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20살도 안 된 것 같은 백댄서가 자신의 친구에게, 설령 자다가라도 욕을 뱉었으니까.

당연히 그에 걸맞은 사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세상 다 무시하고 바닥에 머리를 댄 게 영 마뜩잖았다.

유하음이 존댓말을 유지하는 게 용했다.

“누군지 모르고 했어요. 자다가 일어나서 한 말이고. 지금도 누군진 모르고요. 그리고 그쪽이, 그쪽 분이 먼저 제 몸 찼는데요.”

몸을 찼다니.

누가 들으면 배라도 발로 가격한 줄 알 것이다.

“그래서 사과했잖아요. 같이 사과하는 게 예의 아녜요?”

“야, 됐어. 그만해.”

성필이 유하음의 등을 두드리며 뒤로 빠지려고 했다. 그는 화가 덜 풀린 듯 뒤를 보며 말했다.

“아니, 뭐 저렇게 고개가 뻣뻣해. 지가 잘했어? 저딴 태도는 매장당해도 할 말 없을…….”

“아, 예예. 죄송합니다아 진짜.”

뒤에서 그녀가 큰 소리로 사과했다.

아니, 그것을 사과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화가 나서 악을 쓰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성필과 유하음은 깜짝 놀라서 뒤로 돌아보았다.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죄송하다고요. 됐죠.”

“…….”

유하음은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일단 사회인답게 방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충실하게 숙고해보기로 했다.

상대가 화를 낸다면, 보통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법이기도 하니까.

먼저, 성필이 복도를 걷다가 실수로 누워 있는 그녀의 발을 쳤다.

살짝 발끝이 맞닿은 수준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빼꼼 들어 “아 씨바, 뭐야”라고 했다.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아, 죄송합니다. 말이 헛나왔습니다’ 정도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성필이 먼저 사과했다. 그럼 적어도 사과가 되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나이 차이도 10살 이상이니, 양쪽이 자존심을 세우는 게 이상한 상황이니까.

하지만 벌어진 결과는 보는 대로…….

“야, 너 뭐야.”

유하음은 성필의 손을 쳐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성필은 당황해서 작게 말했다.

“야 그만하라고. 누구 백댄서인 줄 알고 그래.”

“아니, 그건 누구 백댄서고 그딴 게 아니잖아. 방금 얘가 소리 지른 거 못 들었…….”

“백댄서가 아니라 보조 댄서.”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섰단 뜻이 아니었다.

그녀는 돗자리에 눕는 대신 앉기를 택했다.

“부르려면 그냥 댄서라고 하든가, 굳이 뒤에 서는 거 강조하고 싶으면 보조 댄서라고 불러요.”

유하음은 얼이 빠졌다. 성필도 그랬다.

혹시 그녀는 힘을 숨긴 유명 아이돌인가, 뭐 그런 건가?

아니면 믿는 부분이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뭐…….

딱 봐도 업계 관계자 같은 성필과 유하음에게 시비 걸 이유가 없을 텐데.

“이거 진짜 뭐 하는 거……!”

“야야 됐어. 그냥 가자니까!”

성필이 억지로 유하음의 어깨를 붙잡고 빠지려 했다.

유하음의 성질머리가 터지기 전에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아라야!”

그때 복도 저편에서 그녀와 똑같은 옷을 입은 댄서 셋이 달려왔다.

여태까지 유하음에게 지지 않고 눈길을 세우던 그녀의 이름은 아라였다.

“왜 그래?”

댄서들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달려 있었다. 멀리서 아라 근처의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달려온 것이다.

“……아니야.”

아라는 언제 아니꼬운 태도였냐는 듯 어조가 부드럽게 내려갔다.

동료들에겐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쪽 분 팀이에요?”

유하음은 다음 타깃을 찾아냈다.

“그만하라고 진짜. 너 나 쪽팔리게 하려고 그러냐?”

유하음은 성필이 팔을 잡고 뒤로 당겨도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에 팔 운동을 좀 더 많이 해둘 걸 하고 후회했다.

“네, 네. 맞아요.”

“그쪽 분이 얘한테 욕을 했어요. 근데도 사과 같은 거 일절 없이 뭔…… 하, 말하면서도 화나네.”

“죄송합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리더격으로 보이는 댄서가 사과했다.

자초지종을 묻지 않는 것을 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동료가 굽히는 것을 본 아라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저희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유하음도 공손히 허리 숙이는 그녀를 보곤 화를 가라앉혔다.

“아니, 언니 왜 그래. 내가 사과할게. 하지 마.”

아라는 언니들을 제치고 앞에 나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유하음은 아까보다 더 얼이 빠졌다.

아까까지 인상 팍 찌푸리고 있던 아라가 갑자기 안면몰수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차라리 놀리는 것보다 못하게 느껴졌다.

“어머머, 너네들 왜 그래?”

그때 가장 가까운 대기실 문이 열리며 성필이 아는 얼굴이 등장했다.

“민정아?”

“어, 오빠. 오랜만이네.”

백민정.

유 노 댄스 아카데미란 곳에 소속된 댄서였다.

2년 전, 석세스 엔터에 있을 시절 안무를 의뢰하면서 면식을 익히게 된 지인이었다.

백민정은 조심스런 얼굴로 다가왔다.

“왜 그래?”

아라는 백민정과 성필이 안면이 있는 듯하자 표정이 더 구겨졌다.

하지만 분노라기보다는 낭패한 기색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백민정은 이마에 손을 짚곤 낮게 말했다.

“조아라. 아라야.”

조아라가 백민정의 옆으로 다가왔다.

“오빠가 한 말이 맞아?”

“대충은…….”

“오빠가 사과 먼저 한 건?”

“……맞아요.”

“너는 사과했어?”

“하긴 했는데…….”

백민정은 조아라의 등에 손을 대고 부드럽게 굽혔다.

“이왕 한 거 한 번 더하자.”

“……죄송합니다.”

성필은 속이 답답했다.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사과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얘들아. 대기실 안쪽에 자리 났어. 방금 나갔던 그룹이 다음 무대만 찍고 바로 간대. 들어가서 쉬어.”

“네.”

댄스팀이 조아라를 데리고 대기실로 갔다.

“이놈의 방송국은 언제 우리들한테 따로 대기실 줄지 모르겠어.”

“누구 백댄…….”

성필은 아까 조아라의 말을 생각하곤 급히 단어를 고쳤다.

“누구 보조 댄서로 왔어?”

“세상에. 아라가 그 단어로도 꼬투리 잡았어?”

“생각해보니까 백댄서는 어감이 좀 그렇긴 한 거 같아서.”

“그거 백업 댄서란 단어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업’이 빠져서 그래. 그냥 다들 백댄서라고 쓰잖아. 근데 걔가 그 말에 좀 민감해하더라고.”

“그렇구나.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하네.”

“미안하긴 뭘!”

백민정은 아까 일은 전부 잊어버린 듯 깔깔 웃었다.

“미안하면 나중에 안무 의뢰할 때 나한테 해줘. 원장님한테 진짜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시안비 5천만 원 정도 준다고…….”

“절대 너한테 하면 안 되겠네. 아무튼, 괜히 너네 원생 기만 죽인 거 같아서 미안하네.”

“걔는 기 좀 죽어야 해.”

그리 말한 백민정은 유하음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터 유하음이 묘하게 조용했다. 그는 백민정을 대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듯 교묘히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하아.”

백민정은 누구에게 뱉는 것인지, 한숨을 길게 토하곤 아까와 같은 미소를 되찾았다.

“어머, 근데 미안. 바쁜 거 아냐?”

진짜 바쁜 건 백민정일 것이다.

성필은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응. 너도 바쁠 텐데 가봐.”

“어, 그럴게. 나중에 술이라도 마셔. 바바이.”

백민정은 유하음에게도 눈웃음을 짓곤 다시 대기실로 들어갔다.

성필은 유하음의 어깨를 팍 때렸다.

“악!”

“왜 그렇게 과민반응했어.”

“과민반응? 과민반으응? 넌 부처냐? 기껏해야 고등학생 될 법한 애한테 욕을 처먹고도 왜 화를 안 내?”

“불쌍하잖아.”

“뭐가.”

“바닥에 돗자리 깔고 자고 있는 거.”

방송국 대기실은 넓지 않다.

유명한 사람 정도 되면 같은 팀과 함께 하나의 방을 쓰지만, 그렇지 못할 땐 여러 그룹이 대기실을 공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태프들을 다 모으면 방이 좁은데, 그러면 복도나 외부에서 대기해야 할 인원이 생긴다.

주로 수가 많은 댄서가 그런 처지에 놓인다.

“안타깝긴 한데. 다들 그렇잖아.”

“이거 건물 좀 새로 안 짓나 모르겠어. 근데 너 민정이랑 아는 사이야?”

몰라서 대화에 안 꼈다기에는 태도가 부자연스러웠다.

“어, 뭐, 좀 알아.”

“아는데 왜 입은 꾹 다물고 있었어?”

“걍 좋게 만난 사람 아니라서 그래. 됐고, 빨리 가자. 너도 퇴근하고 싶을 거 아냐.”

그날, 성필은 무사히 일과를 끝마쳤다.

비록 하루지만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로 활동하니 살아 있단 실감이 났다.

그룹 멤버들을 숙소까지 태워주자 완전히 일과가 끝났다.

“아, 마냥 좋아할 게 아니네.”

가로 엔터에서 업무를 마쳤으면 저녁이 조금 지났을 시간일 텐데.

지금은 해가 완전히 넘어갔다.

성필은 기지개를 켜고 회사로 향했다.

리카에게 얼굴을 한 번쯤은 비추고 싶었다.

회사로 가는 길, 성필은 조아라를 생각했다.

‘역시 걔 맞구나.’

조아라.

전생의 성필은 석세스 엔터에서 매니지먼트 총괄이었다.

그때 만난 인연이 바로 조아라였다.

그녀는 미래에 안무가이자 댄서로 활동하는데, 후일 배우 커리어도 쌓게 된다.

‘유들유들한 애였는데.’

조아라는 배우로서의 활동을 계기로 석세스 엔터와 연관되고, 나중에는 그 인연을 이어가 성필이 조아라에게 안무 제작을 부탁하기도 했다.

일이 끝나곤 각 스태프들과 함께 회식했던 것도 기억난다.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죽어라 마셔댔던 조아라가 아직도 기억 한쪽에 남아 있었다.

좀처럼 잊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조아라를 처음 만났을 당시의 성필은 30대 후반이었고, 일에 미쳐서 결혼도 하지 않았던 과거를 후회하며 뒤늦게 외모에 관심을 가졌다.

뱀파이어처럼 동안을 유지했던 조아라에게 비결을 여럿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좀 날카로운 건가.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사회와 섞이는 법을 배운 거겠지. ……근데 동안의 비결이 뭐랬지.’

아마도 ‘도전’이었던 것 같다.

마음이 젊으면 몸도 젊어진다고, 새로운 일에 뭐든 뛰어들어보라고 했었다.

‘인상이 전혀 달라서 못 알아봤네. ……못 알아볼 사람이 아닌데.’

워낙 쾌활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어서 장난으로 아이돌 해도 잘했겠다고 칭찬하기도 했었다.

‘말이라도 꺼내 볼까? 근데 첫인상이 안 좋게 박혀서 만나주지도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성필은 조아라와의 만남을 여러모로 곱씹으며 회사로 돌아왔다.

1층에 들어오니, 한구인과 협상을 벌이는 리카가 보였다.

리카는 건강즙의 제작 과정을 외울 듯이 바라보는 중이었다.

“양파 넣지 마요.”

“양파는 혈관을 맑게 해줍니다. 리카 씨가 암이라도 걸리면 어떡합니까.”

“제 나이에 무슨 암이에요. 야채 말고 과일을 더 넣어주세요.”

“건강즙 조리법은 제 자존심입니다.”

“무슨…… 앗, 박 이사님이다! 이사님, 저녁은 드셨어요? 저랑 분위기 있는 데 가서 식사나 할래요? 고기 먹고 싶다.”

수작 부리는 리카를 비켜 가며 한구인의 앞으로 갔다.

“한 이사님 고생 많으시네요.”

“진짜 박 이사님이든 한 이사님이든 너무해요! 저도 치팅 데이가 필요하다구요!”

“고생은 박 이사님이 하셨죠. 음방 스케줄 소화하는 게 쉽지도 않잖습니까.”

“뭘요. 오히려 여기보다 더 집 같던데.”

한구인은 믹서기 뚜껑을 열고 건강즙을 텀블러에 부었다.

그것을 보는 리카의 얼굴이 즙의 양에 비례해서 구겨졌다.

하지만 한구인이 그것을 넘기자, 리카는 불평불만 없이 받아 마셨다.

“박 이사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제가 살 테니까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럴까요?”

“이건 이지메(집단 괴롭힘)야! 배고픈 연습생을 두고 밥 먹는 얘기를 하다니요! 치팅 데이라도 정해주세요!”

한구인이 저녁 식사를 제안하는 건 드물었다.

항상 그가 홍규헌을 집까지 모셨기에, 퇴근 때는 다른 방향으로 헤어지는 게 기본이었으니까.

그런 한구인이 식사를 제안한다는 건 분명 할 이야기가 있단 것이다.

“그럼 리카 학원 데려다주면서 근처에 가죠.”

“고국이 그립다. 학교 친구들도, 부모님도, 자주 가던 테쇼쿠야(정식집)도…….”

성필은 리카의 머리를 부드럽게 눌렀다.

“이번 주말 체중 검사 때 목표치 찍으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거 아세요? 제가 박 이사님 하늘만큼 좋아하는 거?”

그 말에 한구인이 리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언가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한 이사님도 열권(熱圈)까지 정도는 좋아해요!”

“그것만 해도 감동입니다.”

건강즙을 먹고도 주린 배를 부여잡는 리카를 학원에 데려다준 후, 둘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리카 때문인지 일식이 끌려서 일식점으로 갔다.

“뭔가 미안하군요. 리카 씨만 빼고 이런 걸 먹어도 되나 싶습니다.”

“샐러드 정식은 미안해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오히려 미안할 사람은 성필이었다.

기름 뚝뚝 흐르는 톤카츠 정식을 시켰으니까.

한구인은 식사 중 말이 없어지는 타입이었다. 음식을 다 씹기 전까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성필은 그와 대화 타이밍을 맞추려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식사가 말미로 달려 나갈 때 즈음엔, 그것도 힘들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 이사님 뭐 할 말 있는 거 아니셨나. 계속 가만히 있으시네.’

혼자 생각을 거듭하고 있자 왠지 우울해졌다.

‘이 기세로 언제 연습생을 다 모으지. 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 사장님한테 미안하게…….’

급한 마음에 아까 만났던 조아라가 떠올랐다.

‘근데 미래에 알아서 잘 살아갈 사람 건드리는 것도 좀 그런데. 적어도 아이돌을 목표로 했던 사람이어야…….’

“박 이사님. 사실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만, 역시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구인은 언제나 진지한 말투다.

하지만 오늘은 훨씬 더 진지했다.

성필은 수저도 내려두고 경청했다.

“제가…… 정말…… 엄청 마음에 드는 분을 발견했습니다.”

“연애 상담인가요?”

“아니요. 연습생 이야기입니다.”

“죄송합니다. 말투가 좀 그런 쪽이셔서.”

“……사실 다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금이라면 박 이사님이 왜 미친 듯이 백설하 씨께 뛰어가서 낯부끄러운 고백을 백주대낮에 거리에서 미친 듯이 내뱉으셨는지 알겠습니다.”

“형용사랑 부사가 너무 많지 않아요?”

사람 멕이는 건가?

“박 이사님 눈에 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분명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있나요?”

“사진은 없습니다. 그럴 기회가 없어서요.”

“음. 내일 같이 보러 가볼까요? 연락처는 있으시죠?”

“연락처도 없습니다.”

“그럼 뭐…….”

“학원 원생입니다. 유 노 댄스 아카데미란 곳의 원생이신데, 이름은 조아라입니다.”

그 이름을 듣고 성필의 사고가 몇 초 정지했다.

“이름이 조아라예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같이 찾아가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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